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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개요
서양에서 가장 위험한 요수(妖獸) 중 하나로, 거대하고 단단한 근육질의 육체와 뿔이 달린 파충류 같은 머리, 박쥐와 같이 피막으로 이루어진 날개, 견고한 비늘을 갖고 있으며, 입(혹은 코)에서 화염이나 냉기, 독, 물, 산[1] ,음파 등을 뿜기도 한다.
흔히 한 쌍의 날개와 두 쌍의 다리를 가진 파충류로 표현되지만, 사실 정해진 형태는 없다.[2] 그런 건 어디까지나 현대 판타지 창작물에서 유행하는 게 굳어졌을 뿐 딱히 드래곤의 형상과 체형에 대해 규칙이 있는 건 아니다. 드래곤은 원래 오랜 시간 동안 설화로서 전해져 내려오면서 많은 변화를 거친 민담이기 때문에, "크고 매우 강력한 파충류 괴물"이라는 큰 뼈대를 제외하면 수많은 묘사가 있다.[3]
성격은 보통 사나워서 위협적이다고 알려져 있다. 하지만, 생식지는 대부분 인간이 살기 힘든 험한 곳이기 때문에 조우하는 일은 많지 않다고 한다. 혹시라도 인간이 사는 곳에 내려온 용은 보물을 턴다던가 처녀를 잡아먹는다던가 하는 깽판을 부리다가 수많은 영웅드래곤슬레이어들에 의해 격퇴당하는 게 대부분이다.
대부분 강력하고 불로영생을 하는 존재지만 불사신은 아닌 걸로 나온다. 때문에 드래곤은 온갖 신화에서 심심하면 때려잡아야 할 대상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괜히 영웅담의 기본 배이스 중 하나가 '사악한 드래곤이 납치해간 공주를 구하기 위해 ~' 인 게 아니다. 게다가 영웅이 되는 조건 중 하나에 드래곤 때려 잡기가 있을 지경이다.[4] 드래곤에게 미래는 없다.
매우 멋지고 카리스마 있는 외양과 절대로 멍청하지도 않고 심지어는 선역일 때도 있음에도 맨날 때려잡히는 건 이 놈의 기원이 파충류라서 그럴지도 모른다.[5]
쉽게 말해서 전통적인 악역이다. 우리는 이렇게 악역을 맡아줘서 영웅담을 생산해주는 드래곤에게 감사해야 한다. 용덕후 : 뭐요?
중세 서양의 용 그림[6][7] |
2 고대의 드래곤
메소포타미아 신화의 티아마트[8] |
현대인의 이미지와 달리 고대에 드래곤은 그리 악한 생물은 아니었다. 고대에 드래곤은 신 혹은 그에 준하는 존재로 표현되었다.
이는 고대의 뱀 신앙에 근간을 두고 있다. 뱀 신앙에는 크게 두 종류가 있는데, 한 쪽은 탈피를 통해 생명을 이어간다는 생명력을 상징하며, 지하에서 잠든다는 특성 덕에 대지와 관련이 있고, 다른 한 쪽은 강물을 은유적으로 표현한 뱀 신앙이다.[9]
뱀 신앙은 파충류에 대한 근원적 공포로 시작되기 때문에, 드래곤 역시 아주 난폭하고 잔혹한 존재로 여겨진다. 그러나 이것은 자연의 무자비함일 뿐이지, 그들 자체가 사악한 것은 아니다. 바빌로니아의 신화를 보면 땅의 신으로서 세상을 보호하고 모든 작물을 자라게 하는 큰 사명을 지닌 존재로 묘사한다. 단, 이러한 역할일 경우에는 그 반동으로 항상 게걸스럽고 욕심많은 존재로 묘사된다.[10]
물론 그렇다 해도 역시 선역은 드물었다. 이때도 대부분 영웅이 겪어야 할 아주 힘든 역경을 상징하는 괴물이었다. 이처럼 위협적인 생물이다보니 만큼 이것을 살해하는 데에 성공한 영웅은 명예나 능력 혹은 군대 등 아주 큰 보상을 받았다.
메소포타미아의 마르두크는 자신의 증조모이자 큰 바다용인 티아마트을 무찌르고 니푸르의 주신이 되었고, 가나안의 바알은 용인 얌을 무찌르고 땅의 주인이 되었다. 그리스의 제우스는 타이탄인 티폰을 무찌르고 나서야 주신 대접받았으며, 아폴론은 그의 활로 퓌톤을 제거한 후에야 활의 명수로 인정받았다. 반면 신적 존재이기 때문에 드래곤을 살해한 것으로 천벌을 받는 경우도 존재했다.[11]
3 기독교의 드래곤
중세의 드래곤 그림[12] |
이후 서양에서는 기독교적 색채가 가미된 후로 드래곤은 악마의 앞잡이, 혹은 사탄의 상징, 악의 화신 정도로 나타났는데, 과거 선악의 구분없이 그냥 '무시무시한 것'이라는 이미지에서 '사악하여 반드시 퇴치해야할 악마'로 변모했다.
고대에는 뱀에 관한 신앙이 주류 신화였고, 현대에도 많이 알려져있는 인간의 형상을 한 왕신, 영웅신등이 뱀을 퇴치함으로써 새로운 신화의 중심이 되는 구도가 기독교적으로 재해석 되어 천재지변의 상징이자 인간이 극복해야할 숙명에서 신에게 적대하는 악마라는 명확한 악으로서의 구도를 도입한 것.
이에 따라 악마와 맞서 싸운다는 전투적 이미지가 강한 대천사 미카엘이 드래곤과 싸우는 그림, 혹은 그리스도가 악을 정복했다는 의미로 드래곤을 짓밟은 조각, 악의 승리하는 요한 묵시록에서는 묵시록의 용이 등장하여 세계를 파멸로 이끄는 등의 선에 대항하는 악으로서 나타난다. 드래곤과 맞서 싸웠다는 로마 시대의 군인 성 제오르지오[13]는 동유럽으로부터 서유럽에 이르기까지 그리스도교 문화권에서는 폭넓게 사랑받았다.[14]
4 루마니아의 드래곤
다른 유럽이나 서양에서 드래곤은 그냥 포악한 악역 취급이었지만, 루마니아는 그 성질이 달랐다. 아마 판타지 소설에서 가끔 등장하는 마법을 쓰는 드래곤은 루마니아 쪽의 드래곤 전승에서 많이 유래되었을 가능성이 크다.[15] 루마니아에는 그냥 드래곤(Balaur)과 가끔 인간으로 변신하는 루마니아 전통 드래곤은 따로 구분해 놓는다. 이것들 중 주목해볼만한 것은 Zmeu[16]이며, 완전히 인간스러워서 '미형이다'라고 묘사되는 설화도 존재한다. 폴리모프한 루마니아 드래곤은 초초초초초 미소년이여따 남자여자 다 반해따 똑똑한 부류들도 많지만, 어쨌든 대부분은 백마 탄 왕자에 의해 패배한다. 그 외에도 드래곤만의 왕궁을 이루고 있다든가 하는 설화도 있다.
발라우르는 보통 머리 많이 달리고 동굴에 짱박혀 살면서 보석(루비, 다이아몬드 등)을 수집하고 남에게 피해를 끼치는 드래곤이다. 가끔 선역일 때도 있긴 하지만 적다. 즈메우는 인간으로 변신하기도 하고 자기네 왕국이 있는 등 어느 정도 지능이 높은 부류의 비율이 크며, 발라우르보다 착한 녀석 역할을 담당하는 경우가 많다. 그 외에도 스코르피아라는 드래곤이 있는데 이쪽은 여자밖에 없고[17] 설화 속에서는 대체로 나쁘게 나온다. 스코르피아(scorpia)는 일종의 영지(?) 같은 걸 가지고 있기도 한다.[18]
드래곤은 아니지만 반쯤 신격화된 집 뱀이라는 존재가 있다. 집 뱀만의 왕국이 있다든가 혓바닥 아래에 보석을 물고 있다든가 그 보석이 마법석의 역할을 한다든가 하는 걸 보면 서양의 드래곤보다는 동양의 용과 더 비슷해 보인다.
5 과학적 상상, 크립티드?
과학적으로 설득력 있는 드래곤의 모습은 판타지 라이브러리 시리즈에서도 한번 다룬 적이 있고, 디스커버리 채널에서는 드래곤이 실제로 있었다고 가정한 다큐멘터리를 만들기도 했다. 이 드래곤은 중생대부터 공룡과 함께 살아왔으며 이 중 루마니아 부근 중세 기사와 싸우다 화석이 된 드래곤이 조사가 진행되었다는 것이 발단. 티라노사우루스와 싸웠던 건 드래곤의 선조로 제시되었던 와이번이었다.
이 다큐멘터리에서는 드래곤은 익룡이나 새처럼 가벼운 몸 구조를 가지고 있었으며, 몸 안에 소화하면서 수소를 발생시키는 박테리아가 존재해서 날 수 있었다고 가정했다. 또, 드래곤은 수소를 저장해두었다가 산에서 섭취[19]한 백금과 반응시켜 내뿜으면서 불을 뿜는다는 설정도 내놓았다.[20]
여기서는 중생대 공룡 멸종 때 지상(혹은 공중)의 드래곤은 멸종했으나, 물 속에서 살도록 분화한 드래곤은 살아남았으며, 이것이 육상으로 올라온 것이 중국 등지 용 전설의 기원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이런 놈들이 비단 중국에만 있었던 것은 아닌 듯하며, 물에서 적응된 드래곤들은 날개가 작지만 활강은 할수있고, 푸른색, 녹색이 있다. 몸은 길어졌고, 드래곤의 특징은 남아있다. 마지막으로 죽은 드래곤은 유럽의 어느 산지에 있었다.
하지만 다큐멘터리 내용은 지적 유희일 뿐, 정말로 드래곤 전설이 저렇게 생겼다는 것이 정설이라는 말은 아니니 주의할 것.
그리고 드래곤 전설이 실제로 지구상에 존재했던 생물체를 묘사한 것이라는 전제 하에 당시 정설이었던 창조설이 아니라 진화론적으로 접근해서 실제로 파충류에서 진화한 생물체로서 드래곤을 현실적으로 분석하는 시도도 많아졌는데, 그 결론으로 나온 가장 개연성 있는 디자인이 바로 소위 와이번 체형이라고 (잘못) 불리는[21] 날개와 뒷다리만 가진 체형이다. 드래곤의 날개는 보통 박쥐 날개 비슷하게 묘사되는데, 박쥐의 날개도 포유류의 앞다리가 날개로 진화한 결과기 때문. 그렇지 않고 평범하게 다리 두 쌍에 날개도 한 쌍이 붙은 드래곤은 도마뱀이나 악어와 비슷한 파충류인데 어째서인지 날개를 포함해 다리가 여섯 개나 달린 돌연변이(?)가 된다. 게다가 일반적인 드래곤의 체형은 다리가 도마뱀과 악어처럼 다리가 옆으로 달린 파충류의 체형이 아니라 고양이과나 개과 동물과 같은 포유류의 구조를 가지고 있다.[22]
이런 연구를 의식한 것인지, 실제로 대중매체에서는 날개 두 장과 다리 두 개가 달린 드래곤 묘사가 많아지는 추세이다. 반면 기존의 4족보행 형태를 유지하고, 날개가 박쥐의 날개가 아니라 날도마뱀처럼 몸 옆구리의 비막으로 날아다닌다는 묘사를 하는 경우도 있다. 이 경우 따로 근육이 발달해서 어느 정도 날갯짓을 할 수 있지 않다면,[23] 흔히 생각하는 비행보다는 높은 데에서 뛰어내려 활강하는 것에 더 가까울 것이며, 현실에서 드래곤처럼 크고 무거운 동물이 박쥐 같이 생긴 날개로 비행을 하는 건 무리라는 점을 보완해준다. 디스커버리 채널의 페이크 다큐멘터리에서는 동아시아의 용에 날개가 없는 이유가 이렇게 앞다리와 뒷다리 사이의 비막으로 활공하기 때문이라는 가설을 세우기도 했다.[24]
대중매체에서 드래곤을 조류의 신체구조로 그리는 추세가 늘어나는 또 다른 이유는 근육의 구조 때문이다. 포유류에 날개가 달린 신체구조를 가지고 있는 통상의 드래곤 묘사는 앞다리와 날개가 비슷한 곳에 붙어있는데, 이러면 날개와 앞다리의 근육이 서로의 움직임을 방해하게 된다. 가령 날갯짓을 할 때 앞다리도 덩달아 들썩이는 상황이 벌어진다는 것. 때문에 영화와 드라마 같은 시각매체들이 정말 드래곤에게 카메라를 들이댄 것만 같은 현실감을 추구하기 시작하면서 기존의 묘사보다는 근육의 움직임에 아무런 문제가 없는 조류 체형의 드래곤을 선호하게 된 것이다. 현실도 아니고 판타지 세계관이라 진화론을 신경쓸 필요가 없는데도 이런 디자인이 흥하는 데엔 이런 이유가 있다.
그런데 지구상에서 드래곤과 용처럼 생긴 크립티드가 목격되고 있다. 그 중에서는 대표적인 예가 닌키 난카, 스낼리 개스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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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Acid, 酸. mountain, 山 말고 염기의 반대다.
- ↑ 일본에서 나온 서브컬쳐 해설서 중 하나에선 그냥 '지역따라 부르는 이름이 달랐다.'라고 정리해 버리기도 할 정도다.
- ↑ 몇가지 예를 들자면, 날개가 없고 날아다닌다는 묘사가 없는 드래곤도 있는가 하면, 불을 뿜는다는 묘사도 원래부터 있었던 것은 아니며, 심지어 다리가 없고 팔과 날개만 달려서 날고 있지 않을 땐 엉기적엉기적 기어다닌다는 듯한 묘사까지 있었다. 신화와 전설은 판타지 설정과는 다르다.
- ↑ 오히려 퇴치담만 따지면 만티코어 쪽이 더 악랄하다. 이 쪽은 확실히 퇴치당했다는 전승이 거의 없다.
- ↑ 영장류의 파충류 혐오는 상상하는 것 이상이다. 뱀을 전혀 본 적 없고 거의 모든 대상에 호기심을 보이는 새끼들마저도 뱀은 싫어한다.
- ↑ 위의 사진은 아서왕 전설에 나오는 붉은 용 어 '드레이그 고흐'와 하얀 용 '알비온'이다.
- ↑ 2번째 이미지 출처
- ↑ 이미지 출처
- ↑ 바빌로니아의 얌, 북구의 미드가르드, 그리스의 티폰과 퓌톤, 중국 삼황의 복희에게 하도낙서를 알려준 청룡, 우를 도와 치수를 하였다는 용왕, 인도의 나가 신앙 등이 대표적이다. 즉, 수신으로서의 강을 대표하는 상징이다.
- ↑ 때문에 발숭사가의 거인 형제는 난장이 니벨룽의 보물을 보호하기 위해 용의 형태(파프니르)로 변형한다.
- ↑ 대표적인 예시가 그리스의 카드모스. 아레스의 아들인 거대한 용(또는 뱀)을 죽여서 자손들이 불행한 최후를 맞이하는 것을 지켜봐야 했고, 최후엔 아레스의 아들을 죽인 것에 대한 죄책감 때문에 "차라리 용이 되었으면..."이라고 혼잣말을 하자, 아내 하르모니아와 함께 거대한 용이 되어버린다. 그나마 용이 되고 난 후엔 아내와 함께 낙원 엘리시온에서 함께 행복하게 살게 되었으니, 나름대로 해피엔딩을 맞이한 케이스라고 볼 수도 있다.
- ↑ 이미지 출처
- ↑ 영어식으로는 조지. 그리고 러시아의 수도 모스크바의 문장은 말을 타고 드래곤과 싸우는 성 제오르지오다.
- ↑ 물론 성 제오르지오는 실존인물로 로마 시대의 군인이었지만, 실제로 그가 드래곤과 싸운 적은 없다. 이는 후대에 붙여진 전설.
- ↑ 그러나 루마니아 쪽에는 그러한 것이 많지만 소설 속에서처럼 인간의 모습으로 시가지에 숨어 들어오기보다는 동굴에 찡박혀있는 이미지가 보통이다. '드래곤의 유희'라는 설정은 아마 한국 고유의 특성인 듯하다. 그렇지만 폴리모프하여 인간의 모습으로 나타나는 것 자체는 루마니아 전승의 영향이 클 것으로 보인다.
- ↑ 이는 슬라브어로 뱀을 의미한다. 공교롭게도 연(하늘에 날리는 연)과 스펠링이 같아서 구글 번역기에 돌리면 연이라고 나온다.
- ↑ 어쩌면 그냥 성별이라는 개념이 없다고 볼 수도 있다. 뉴 멕시코 채찍꼬리도마뱀처럼.
- ↑ 참고로 루마니아 현지에서 스코르피아는 꽃뱀(...) 같은 느낌의 비하어로 쓰이는 모양이다.
- ↑ 말 그대로 먹는다.
- ↑ 사실 이 설정을 본격적으로 내놓은 작품은 <공룡아 불을 뿜어라(The Flight of Dragons)>이다.
- ↑ 왜 이게 잘못된 표현인지는 와이번 문서 참고.
- ↑ 던전 앤 드래곤을 예로 들자면, 드래곤 관련 설정집인 드라코노미콘에서는 명백하게 드래곤은 파충류가 아니며 신체구조도 고양이과 동물의 몸에 날개가 달려 있는 형상이라는 설정을 언급하고 있다.
- ↑ 던전 앤 드래곤의 골드 드래곤의 날개가 이런 식이다.
- ↑ 참고로 서양식 용은 진화로 기존 앞다리가 날개가 된 형태(2족 보행형)와 더불어, 가운데다리가 생겨 앞다리 역할을 대체한다는 설정(4족 보행 드래곤)을 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