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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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광역시 연제구수영구에 걸쳐 있는 야산. 정상부는 해발 256.3m로, 목포 유달산보다 조금 높고 서울 남산보다 조금 낮은 정도다.
부산 중심부의 한복판에 위치한 산답게 근린시설이 정상 부근까지 설치되어 있으며, 현재는 사실상 주민 체육공원 정도의 기능을 수행하는 산이다.

1 역사

부산지역 유일의 멀쩡한 가야 유적[1]연산동 고분군이 배산 북부 야트막한 언덕에 자리하고 있다. 무덤에서 출토된 유물의 성격으로 볼 때 이 지역의 수장들이 묻힌 유적으로 추정되며, 부산 동래 지역으로 비정되고 있는 거칠산국[2]탈해 이사금 때 인물인 거도에 의해 신라에 복속된 것을 감안하면 가야 시대의 정치적 중심지로 보기는 어렵고, 일찌감치 신라의 일부로 편입된 지역이지만 신라의 영향력이 그리 강하지는 않았던지 지역 수장들의 영향력이 오래 유지되었던 것으로 추정된다.

2016년 5월 이 산에 있는 고성터인 배산성지가 부산에서 가장 오래된 석성 터로 보인다는 부산박물관의 발굴조사 결과가 나옴에 따라 7세기에 축성된 기장산성보다 이전에 상당한 노동력과 기술력을 동원할 수 있었던 것으로 밝혀졌다. 이전에는 이 산성이 토성이었을 것으로 추정되었지만 이 발굴 조사에서 기단보축에다 기와 건물의 흔적까지 발견되었고, 현재도 남아있는 거칠산국 우물터에서 약간 떨어진 곳에 집수지(호안석축) 유적까지 발견되는 등 고대-신라시대 부산 지역사 연구에서 상당한 비중을 차지하는 산으로 자리매김해 가고 있다.
이와 관련해 부산대학교 유동석 교수는 이 산의 이름이 잔 배(盃) 자를 쓰는 것이 '술잔을 엎어 놓은 모양'이어서가 아니라 '잣('성'의 옛말)'이 '메('산'의 옛말)'와 만나 자음동화가 이루어지는 바람에 잔메가 되었다고 주장하며, 단순히 산의 모양에 집중할 것이 아니라 '성이 있었던 옛 중심지'로서의 산의 기능에 집중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한다.

이후에는 동래현의 치소지가 이 산의 남쪽에 들어섰다. 현재의 망미동 병무청 자리에 동래현 치소지가 있었으며, 후에 동래부가 지금의 동래구 칠산동으로 옮겨가기 전까지 동래 지역의 중심으로 기능했다.[3] 또한 고려 의종 때 측신 정서가 동래로 귀양 왔을 때는 이 산의 동북쪽 끝자락에 과정이라는 정자를 짓고 오이를 키우며 왕의 부름을 기다리기도 했고, 이 결과 우리 문학사상 유일의 작가가 알려진 고려가요인 정과정이 탄생했다. 이 노래가 충신연주지사(연군가)의 시조격으로, 정철의 가사문학에(!) 영향을 준 작품임을 감안하면 그야말로 만악의 근원인 셈. 쪼끄만 동네 야산 주제에 전국 수험생들을 괴롭히는 주범이라니 지금은 도시개발에 따라 배산 동쪽이 끊어지는 바람에, 정과정 유적은 배산의 일부라기보다는 수영강변의 유적으로 알고 있는 것이 찾기가 쉽지만, 이 영향으로 토곡을 가로질러 온천천을 따라가는 길의 이름이 과정로로 명명되어 있으니 의외로 역사적으로 의의가 깊은 산이다.

<동래부지>(1740)에는 척산(尺山)이라는 이름의 산이 등장하는데, 아마도 이 산을 일컫는 말로 추정된다.

2 주변 지리

주봉인 배산 정상부를 포함해 산의 대부분이 연제구 연산동에 포함되고, 나머지 부분은 수영구 망미동과 살짝 접해 있다. 옛 배산 영역 전체를 두고 이야기한다면 망미동과는 살짝 접해 있는 수준이 아니라 망미동 전역이 배산 자락이 되고, 정과정 유적지가 있는 수영강 서안까지가 모두 배산이었다. 남쪽으로는 연산6동, 연산3동을 사이에 두고 금련산과 마주보고 있으며, 예전에는 백양산과 쇠미산처럼 연결되어 있었을 것으로 추정된다.

아무래도 부산의 대표적 인구포화지역인 토곡망미동을 끼고 있다 보니, 문자 그대로 산을 빙 둘러 가며 각종 아파트, 학교 및 교육시설, 공공기관 등이 자리잡고 있다. 아파트는 너무 많아서 적을 여백도 없을 지경이니 자세한 설명은 패스하고(...), 초등학교는 배산초, 연동초, 동명초, 연일초가 각각 산의 동서남북을 끼고 들어서 있고, 중학교 역시 망미중, 연제중, 연산중, 연일중, 연천중이 들어서 있다. 초등학교보다 중학교가 더 많은 것 같은 건 기분 탓이 아니다 고등학교도 부산외고, 남일고, 연제고의 3개교가 들어서 있으며, 특수학교인 동암학교, 2년제 전문대학인 부산경상대학교까지 배산을 끼고 있어 초,중,고,대,특수학교까지 그야말로 있을 건 다 있는 산이다. 물론 부산은 금정산, 금련산, 승학산, 장산, 백양산, 구덕산, 윤산 등등 대학을 끼고 있는 산이 유독 많기는 하지만, 언급된 다른 산의 규모와 배산의 규모를 비교하면 잘 쳐줘야 매미파리 정도의 차이니(...) 배산이 얼마나 붐비는지를 알 수 있는 대목이다. 거기다 부산과학교육원, 부산영재교육진흥원, 부산교육연수원은 덤.[4]

2.1 버스 노선

2.2 도시철도 역

  1. 가까이에 복천동 고분군도 있지만, 여기는 가보면 알겠지만 봉분이 없다. 연산동 고분군도 후에 능묘처럼 크게 보수를 하긴 했지만 기본적으로 개별 봉분이 남아 있지 않았던 언덕배기 느낌인 복천동 고분군과는 분위기가 다르다.
  2. 거칠(荒)+산(嶺)으로 오늘날 황령산의 어원이 되었다.
  3. 이 자리는 현재 배산의 일부라고 보기 어려운데, 도시개발로 인해 배산 동쪽이 끊어졌기 때문이다.
  4. 세 건물 모두 부산외고 뒤쪽 부지에 모여 있다.
  5. 망미역은 배산 옛 동쪽 부분(주공아파트)과는 가깝지만 현재 의미에서의 배산과는 거리가 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