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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를 들면 이런 것. 말이 필요한가?(...)[1] |
1 개요
게임잡지들이 잡지 부록으로 최신게임 번들 CD를 무차별 폭격하던 시대를 일컫는다. 게임 소비를 유도해야 할 게임 잡지가 되려 게임 소비를 막은 병크 중 상병크.
PC게임 잡지의 전성기 시절인 90년대 후반~2000년대 초반까지 PC 플레이어, PC 파워진, 게임피아, V챔프 등 당시 발행되던 게임 잡지들이 경쟁하며 더 많은 독자층을 확보하기 위해 한국 PC게임 시장에서 벌어진 게임 잡지들간의 뼈와 살을 깎아먹는 사투라고 표현할 수도 있다. 게임 잡지 시장 뿐 아니라 얼마 안 되던 PC판 패키지 정품게임 시장을 초토화하는데 큰 영향을 준 사건이다.
'나만 하지 않으면 나만 망한다' 라는 냉전시대 강대국의 군비경쟁처럼 치킨게임식의 지나친 경쟁의식이 불러일으킨 현상이다. 이로 인해 정품 CD를 사려고 게임 잡지를 사는 기현상이 일어나 오히려 한국 패키지 게임 시장은 망했어요 테크를 타게 된다. 각 경제 주체가 제 이익만 도모한다고 시장이 잘 굴러가는 건 아니라는 전형적인 구성의 오류를 나타내는 사건.
한국판 아타리 쇼크라고 보는 시각도 있으나 한국판 아타리 쇼크는 소프트맥스의 PC게임 마그나카르타 사건이 더 가깝다고 할 수 있다. 자세한 건 마그나카르타 눈사태의 망령 항목 참조.
2 막장의 전초전
예전부터 PC게임 잡지에서는 부록 CD를 통해 데모 게임을 제공하던 마케팅이 몇년간 행해지고 있었다. 데모야 뭐 사용자로 하여금 '아 이런 게임이구나' 라며 정품 구매를 고려하게 만들기 때문에 좋은 마케팅이라고 할 수 있다.
사실 데모 게임 자체가 홍보를 위한 수단이다. 최근의 앱스토어나 구글 플레이에서 각종 무료 'Lite' 버전이 나오는 것도 같은 맥락. 데모 게임이란, 기능이 불완전한 체험판을 사용하게 한 뒤, 정식판을 구매하기 위해 유도하기 위한 일종의 불완전한 체리인 셈.
- 최초의 정품 제공 사건
하지만 이전부터 몇몇 번들 제공이 이뤄져 오곤 했으니... 게임지 사상 처음으로 정품 게임을 번들로 준 것은 게임채널이라는 잡지에서 1995년에 달려라 코바를 처음으로 준 것이었다. 그런데 당시에는 이 번들은 사면 무조건 주는 게 아니라 그 달 날짜 20일까지만 제공하는 식으로 일정 기한을 둬서 제공했기에 지금은 엄청나게 더 희귀해진 경우이다.
그리고 우스운 건 정작 이 게임채널은 1997년 초반까지 책을 냈음에도, 실제로 번들 경쟁이 본격적으로 시작되었을 때는 다른 정품 번들을 제공하지 않으며 꾸준히 견뎠다고 한다.
하지만 실상을 알고 보면 이 사건은 본격적인 번들 CD 경쟁과는 큰 관계가 없다. 게임채널 자체가 게임 유통사인 동서게임채널에서 내는 일종의 홍보성 월간잡지였고 달려라 코바 도 동서게임채널에서 만든 것이다. 번들 CD 경쟁이라기 보다는 자사 게임 홍보용으로 제한적으로 제공한 셈이다.
- 복병 컴퓨터 월간지
그런데 이 게임채널 이후로 게임 번들을 제공한 곳은 게임지가 아니었다. 그곳은 다름 아닌 컴퓨터 월간지. 1996년 6월에 창간되어 2004년 7월에 폐간된 PC월간지 하우 PC에서 1996년 7월호에 파피루스사의 나스카 레이싱(1995)을 정품으로 제공하면서 게임 번들 문제는 다시 수면 위로 부상했다. 이 잡지가 제공한 게임은 불완전한 데모 게임이 아니라 완전히 실행되는 정품 게임이었는데 당시 이 잡지는 그 이전 6월호에 다음은 게임을 번들로 준다고 뒷면에 예고까지 했다!
그런데 이 잡지의 창간호는 솔빛조선에서 낸 꼬리에 꼬리를 무는 영어 정품 시디였고, 그 뒤로 게임보단 주로 오성식의 생활영어 SOS라든지 일본어 학습 정품 CD 같은 학습용 정품 시디를 번들로 제공했다. 우습게도 이 잡지는 게임은 2번 주고 나머진 죄다 정품 학습 CD 번들을 제공하면서 여기도 은근히 학습정품 CD를 뭉개는 데 보태고 말았다.
참고로 솔빛조선이란 조선일보 계열이던 멀티미디어 사업부로 지금은 사라졌다. '한국영화 75년사', '아! 고구려' 등의 학습 CD는 꽤 호평을 받았지만 역시나 '아! 이승만' 같은 이승만 찬양 학습 CD를 내면서 성향을 확인해줬다. 뭐 지금은 죄다 레어가 되어버렸지만. 다만 한국영화 75년사는 당시에도 논란이 많았으나 CD프로그램보단 한국영화 역사와 기록 및 자료 부족땜에 벌어진 논란일 뿐이다.
어찌되었든, 결국 다른 컴퓨터 월간지들도 하우 PC를 따라하며 몇몇 학습 정품 번들을 제공하였다. 결국 이런 경쟁은 학습 CD 제품의 판매까지 영향을 주었다. 결국 조선일보는 솔빛조선 사업부를 철수시키고 만다. 그나마 학습이니 공부라는 점으로 여긴 게임 번들보단 훨씬 낫게 견딜 수 있었지만, 여기도 은근한 흑역사에 포함이 가능하다. 더불어 하우 PC는 창간 4주년 기념이라며 2000년 6월호에 골프게임인 잭 니클라우스 시리즈를 제공했다.
- 진짜 최초의 게임지 정품 게임 제공 사건
게임 잡지 사상 최초의 특별한 선물? |
이후 당시 게임지로선 1996년 8월 게임라인 창간호[2]가 창간 특별부록으로 용의 굴을 별책부록으로 제공한 것이다. 하지만 게임 라인은 창간 2호는 다이어리와 브로마이드를 주었을 뿐 정품 게임을 주지 않았다. 1997년 2월호, 그러니까 1996년 12월에 디스트럭션 더비 2를 정품부록으로 주었으나, 이후에는 부록을 주지 않았다.
- 그리고 PC게임 잡지 '월간 컴퓨터 게임'에서 1996년 9월 메카닉 워, 10월 위즈를 부록으로 주면서 컴퓨터 게임잡지로 옮겨갔다. 하지만 월간 컴퓨터 게임은 그 안습한 인지도로 인해서 꾸준히 정품게임을 제공했음에도 그 존재 자체가 인식되지 못하고 있었다.
- 게임피아와 피씨챔프로 시작하는 본격적 시대의 시작
결국 본격적으로 PC게임잡지에서 정품 제공의 불씨가 붙게 된 것은 게임피아에서 1996년 11월 삼국지 시리즈의 대만판인 삼국연의를 제공한 것으로 보는 것이 일반적이다. 다만, 게임피아는 창간 1주년 기념으로 제공한 것이었고, 다음호부터는 정품부록이 실리지 않았다. 그러나 11월호에서 한 방 먹은 피씨챔프에서 대응책으로 12월호 정품 부록으로 와이프아웃을 주었다. 결국 1997년 1월호부터 본격적으로 전쟁이 시작된 것이다. 이 두 잡지만 집중적으로 언급되는 이유는 당시 메이저 컴퓨터 게임 잡지는 게임피아와 피씨챔프 뿐이었고 나머지는 창간 전이었기 때문.
어찌되었든, 당연히 게임 잡지의 주 애독자인 청소년들은 어중간한 데모 게임이 아니라 완전히 즐길 수 있는 정품 게임을 부록으로 주는 잡지를 선택했고 정품 게임을 준 잡지는 그 영향으로 발매부수도 올라갔다.
이것도 처음에는 1개 정도만 정품으로 제공하면서 "무엇을 제공하는가?" 에 초점이 놓였으나 얼마 후에는 2개, 3개, 4개 식으로 점점 한 잡지에서 제공하는 정품 CD의 양이 늘어가며 질보다 양으로 승부하게 되었다.
또 처음에는 발매된 지 꽤 된 고전게임을 주로 제공하였다. 예를 들면 위에 언급된 게임피아의 삼국연의도 당시 기준으로 나온 지 6~7년은 족히 된 게임이다. 그러나 얼마 되지 않아 발매된 지 얼마 안되는 게임이 부록으로 나오기 시작하였고(아미맨 1, 2), 급기야는 국내에는 발매도 되지 않은 게임이 잡지 부록으로 튀어나오는 사태까지 발전했다. 대표적인 예가 PC게임 매거진 초반의 헤비 기어. 니들이 무슨 디스크 스테이션입니까?[3]
- 발매되지 않은 정품 게임 제공
놀라운 것은 일부 발매가 안 된 게임들이 번들로 제공되면서 한글화를 거치고 나오게 되었다는 것이었다. 영문패키지가 나오고 한글화, 한국어 더빙된 패키지로 나오려다가 무산되어 PC플레이어에 제공된 "디그", 게임피아에 나온 "브랜디쉬3", 월간 골라에서 나온 "오카에릿-저녁노을빛 사랑이야기" 등이 있다.
다만 '오카에릿' 의 경우에는 한글화한 업체가 있는데 유통하려는 업체가 없어서 공중에 떠돌다가 계약기간이 끝나기 직전에 로컬라이징 비용회수를 위해 번들로 내놓은 사례다. '브랜디쉬3' 의 경우 후에 따로 CD 프린팅이 개선된 주얼게임이 발매되었지만 'DIG', '오카에릿' 번들판은 현재 아는 사람들에게는 레어를 떠나서 유니크급으로 취급될 정도다. 이런 경우는 나름대로 순기능 역할을 했다고 봐줘도 될 것 같지만...
- 경쟁의 본격화
문제는 정식으로 출시된 게임을 얼마 지나지 않아 게임지들이 제공하기 시작한 것이다. 대표적인 것으로 PC파워진의 발더스 게이트 1+확장팩까지 총 6CD를 3달에 걸쳐 번들로 냈던 사건과 출시된지 두달된 C&C 골드를 진영별로 두달에 걸쳐 번들로 냈던 사건 그리고 국내도 아닌 현지기준으로 출시된지 한달된 아미맨 1, 2를 제공한 사건.
1997년 11월호 : C&C GOLD GDI편 : 데모나 유틸리티, 다른 정품게임이 들어있지 않는 정발판과 완전한 동일한 내용물이다. 덕분에 동서에서 정발한 C&C GOLD는 구경조차 못해본 사람이 많을듯.
1997년 12월호 : C&C GOLD NOD편
2001년 2월호(4CD): 발더스 게이트 1,2,3번 CD, 울티마 온라인: 르네상스[4], CD 6장이 수납 가능한 전용 종이케이스
2001년 3월호(3CD): 발더스 게이트 4,5번 CD, 스틸 팬더스: 월드앳워, 드래곤라자 온라인
2001년 4월호(3CD): 발더스 게이트 확장팩: 테일즈 오브 더 소드 코스트 CD, 뇌봉탑[5], 폴른 엔젤[6]
2002년 2월호에 이스 Ⅱ 이터널 스페셜 에디션을 번들로 낸 일도 당시 상당히 충격적이었으며, 나온지 얼마 되지도 않은 게임인 RTCW(리턴 투 캐슬 울펜슈타인'를 번들로 낸 일 등이 있다. 이 게임은 북미 출시가 2001년 11월인데 2003년 1월에 번들로 제공했다. 출시된 지 1년이 좀 넘기가 무섭게 번들로 나온 거다!
이렇듯 다른 잡지들에 비해서 PC파워진의 번들 퀄리티가 월등히 좋았기 때문에 결과적으로 PC파워진이 흥하는 계기가 되기도 했다.
이외 비슷한 시기엔 피씨게임매거진이 PC파워진과 비슷한 방식으로 HOMM3의 확장팩 격인 '히어로즈 크로니클즈'를 2달에 걸쳐 번들로 낸 일이 있다. 구성은 2002년 2~3월에 판매용 6편 중 4편 증정. 참고로 6개 중 제일 먼저 발매됐던 Warlords of Wasteland의 발매일이 2000년 9월이었다. 이 역시 PC파워진과 비슷한 방식으로 발매된 지 1년을 좀 넘기자마자 바로 번들로 낸 것.
하지만 이 당시 피시게임매거진의 잡지 자체의 퀄리티는 거의 사망 직전이었고, 크로니클즈 게임 자체도 사람들이 많이 찾는 게임이 아니었기에, 이쪽은 이래저래 묻힌 안습한 케이스. HOMM3 항목에도 나오지만 HOMM3 게임 자체가 확장팩보다는 유저간 대전이나 커스텀맵이 큰 비중을 차지했기에 신종족 등 새로운 요소는 거의 존재하지 않았던 크로니클즈는 유저들에게 버림받을 수밖에 없었다.
3 실패한 자정 노력
물론 게임 잡지사들도 바보가 아니었기 때문에 이런 치킨레이스가 계속된다면 공멸할 수밖에 없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한창 경쟁이 심화될 참이던 97년 말 잡지사들은 합의하여 97년 10월호부터 번들 게임 제공을 중지하려 했으나 게임피아가 졸업을 정품 번들로 제공하면서 뒤통수를 쳤고 다음 달부터 처절한 사투를 재개했다. 참고로 다음 달인 97년 11월호에 피시챔프가 내놓은 부록은 C&C 골드 GDI CD였고 12월호에는 NOD CD를 부록으로 증정하여 2개월에 걸쳐 C&C 골드 풀세트[7]를 내놓았고 이날 피시챔프 옐로페이지는 요약하면 '더이상 출혈경쟁을 하지 않겠다' 는 내용이었으나 결국 지켜지지 않았다.
당시 정품부록을 안내하는 CD CHAMP 가이드에는 과도한 정품부록 경쟁에 대한 편집자의 주가 나와있다. "PC CHAMP는 지난 10월호에 한국잡지협회와 공정거래위원회의 '잡지 정품부록에 따른 과당경쟁 자제요청'에 따라 다른 게임지들과 이를 준수키로 구두로 약속하고 순수하게 이를 믿어 정품부록을 제공치 않고 별책부록도 따로 발행치 않았으니 국내 일부 게임잡지사들이 이를 악용 오히려 정품부록과 별책부록을 발행, 자사의 선전기회로 이용하였습니다. 저희는 이런 어이없는 사태에 당황하였으며 부득이하게 타지에 비해 정품을 얻지못하는 피해를 입은 본지 독자들에게 이 지면을 빌어 사과 드립니다. 아울러 지난호에 일부 잡시사들이 정품부록을 제공하는데도 저희는 순진하게 정품부록을 제공치 못한데 따른 죄송스러운 마음에서 국내 출시 2개월 밖에 되지 않는 최신 대작 [커맨드 앤 컨커 골드 GDI편]을 이번호 정품부록으로 제공해 드립니다. (아울러 정품부록을 제공함에 따라 과도한 출혈을 피하기 위해 부득이 책의 가격을 약간 인상하게 되었습니다)" 이렇듯 약속을 어길정도로 정품부록 제공 경쟁이 굉장히 심했던 시대다.
또한 98년에 번들게임의 수를 1개로 제한하는 협약을 맺고 기사로 내기도 했었다. 하지만 당시 게임업계엔 이런 치킨레이스를 실질적으로 제한할 수 있는 기구 따윈 없었고 아무런 보증이나 제재조치 없이 약식으로 만들어진 번들 게임 수 제한 협약 따윈 당연하다는 듯이 1달만에 깨져버렸다.
깨진 이유도 어처구니가 없는게 게임피아에서 98년 7월 호 부록으로 프린세스 메이커 디럭스[8]를 제공했는데 이걸 가지고 PC게임메거진과 V챔프에서 게임 2개를 준거니 협약 위반이다.로 비방기사를 냈고 이에 게임피아가 아니다. 디럭스로 묶여서 나오는 게임인 만큼 1개로 봐야한다.는 옹호기사를 내면서 사이가 벌어진게 원인이었다.
결국 게임 잡지사들의 자정 노력은 하나마나한 꼴이 되었다. 자정 노력이 헛수고로 돌아가자 게임 잡지사들의 치킨 레이스는 이판사판 양상을 띠기 시작했다.
4 불타오르는 치킨 레이스
이 번들 CD 경쟁시대는 1999년~2000년 들어 정점에 달하였으며 이때 게임피아는 트윈즈 스토리, 판타스틱 포츈, 신세기 에반게리온 강철의 걸프렌드 등을, PC 게임 매거진은 센티멘탈 그래피티, 워크래프트2 한국어 더빙판, 삼국지 천명, 미소녀 닌자 1 & 2탄 등을, V챔프는 도키메키 메모리얼, 파랜드 택틱스 3(원제 파랜드 오딧세이1), 히어로즈 오브 마이트 앤 매직 3 등을 번들로 출시하였다. 심지어 정발된 지 3개월 된 랑그릿사가 번들로 제공되기까지 했다. 제일 심했던 건 아미맨이었다. 정품 출시 후 겨우 2달 정도 지나서 나왔다.얼마나 안 팔렸으면 그리고 PC파워진은 발더스 게이트 1편과 이스2 이터널, 퀘이크3을 번들로 주면서 정품 CD와 케이스, CD 프린팅까지 완벽하게 동일하게 내놓는 초대형 사고를 내 "우리 잡지를 사면 정품과 100% 동일한 게임을 준다" 는 것을 광고문구로 내세우기까지 했다. 그런데 이것보다 더한 경우가 있었는데 '게임마니아'의 경우 패키지 게임 하나를 박스 통째로 부록으로 제공한 적이 있다. 물론 게임매니아는 가격이 가격이니만큼 그럴 수도 있긴 했다. 3개월마다 나오는 잡지이기도 했고. 또 2001년 5월에는 피씨게임매거진에서는 다이어트 댄스 포유란 국산 DDR게임(발판도 포함)을 패키지 박스 통째로(발판 포함이라 크고 아름다운 패키지였다) 제공했다. 그 월호가 2001년 5월인데 정말 장난 아닌 달이었다. 피씨 플레이어 창간 몇 주년 기념달이라 거기가 제일 미친 부록이었고 아마겟돈이라는 똥망작 덕분에.
이렇게 되자 어느 순간부터 번들 CD의 내용은 최신게임의 데모와 온라인게임의 클라이언트에서 정품게임이 차지하게 되었다. 이때 V챔프는 양질의 기사로 승부하겠다는 입장을 보였으나 일본 게임 잡지의 컨셉[9]을 그대로 따라간 나머지 양질이건 나발이건 간에 독자들로부터 외면받게 되었다. 그나마 판매량을 유지시켜주던 번들 게임들도 사라졌으니... 결과는 말할 것도 없이 망했어요. 무엇보다 기사가 양질이라고 주장했지만 오히려 이 병림픽의 주도세력이었던 PC파워진이나 게임피아보다 기자의 지명도, 기사의 질에서 뒤쳐졌다. 만화는 프로만화가의 작품이 종종 있어서 이것만 좀 더 나았을까. 볼륨이 두꺼웠지만 광고가 더 많고 폰트가 커서 '광고전단챔프' 라는 오명도 있었다.
V챔프에선 대원씨아이가 모회사라는 점을 이용해 PC파워진이 당시 사용하던 'PC챔프' 라는 이름에서 '챔프'라는 이름은 대원이 소유한 상표권이라고 주장, 소송을 통해 PC 파워진에서 '챔프'라는 상표권을 돌려받았다. 이후 화려하게 V챔프를 창간했지만 당시 PC통신에서 상당히 비판을 받아야 했다. 차후 대원이 지분을 소유한 애니메이션 회사의 OVA를 위주로 동영상 CD를 찍어냈으며 이는 게임잡지 시장에서 외면을 받았다.
5 막장스런 결과
당시 가장 저급한 품질을 자랑하던 '컴퓨터 게임' 이라는 잡지[10]는 번들 중단 당시에 판매량에 큰 타격을 받고 1997년 11월에 폐간했다. 괜히 부록으로 시선 끌지 말고 내실을 키워야 한다는 산증인 아니 죽은 증인? 이라 할 수 있겠다.
레밍즈 시리즈를 번들로 내세웠던 'CGW(Computer Gaming World)' 라는 잡지도 있었다. 나중에는 우린 번들이 아닌 기사로 승부하겠다면서 예전처럼 데모 및 게임 정보, 패치, 셰어웨어, 게임 홍보 동영상을 담은 시디를 제공하던 컴퓨터 게이밍 월드 코리아는 결국 이런 정품 번들 난립 속에서 외면받아 몇 달 만에 정품번들 제공으로 방향을 돌리면서 기사의 품질도 저하되어 더더욱 외면당하면서 쥐도 새도 모르게 폐간되었다. 미국 컴퓨터 '게이밍 월드지'[11] 와 계약을 맺고 미국 내 컴퓨터 게임 소식 및 미국의 여러 게임 평가도 번역하며 꽤 괜찮게 내던 잡지였으나 번들에 따라 여기도 뭉개진 셈이다. 근데 사실 좀 애매하긴 하다. 참고로 CGW의 기사는 나중에 파워진이 제휴를 하기도 했다. 킹덤언더파이어를 별 반 개 컵받침이라고 깠었지 아마
번들 CD를 제공하게 되면서 전체적인 잡지 기사 퀄리티가 미친 듯이 떨어졌고 독자들이 기사에 점점 관심을 갖지 않게 되면서 번들과 잡지 기사의 주객전도가 벌어지게 되었다. 결과적으로 스타크래프트의 미친 듯한 광풍과 함께 온라인 게임의 대두, 패키지 시장의 몰락으로 인해 현재 게임 잡지와 패키지 게임 시장은 거의 괴멸상태에 빠지고 말았다. 그나마 아타리 쇼크로 말아먹은 게임시장은 닌텐도가 건너와서 다시 살려주기는 했지만 거기에 비하면 이건 진짜...
참고로 PC파워진 2000년 11월호에 이 사건에 대한 만평이 실려있다. 디아블로 2를 "이 게임 사면 게임 잡지 3권이 공짜!" 라고 마케팅하는 만화였다. 하지만 위에도 언급되어 있듯이 번들 CD 경쟁을 주도하다시피 한 PC파워진은 이런 말 할 자격이 없다.
다른 PC 게임 잡지들이 회사사정이나 PC 게임 시장의 악화로 폐간되는 와중에 PC Player가 2004년 5월로 가장 오랫동안 번들 CD를 제공했으며, 2006년부터 두께와 가격이 반으로 줄어들더니 2008년 6월호를 끝으로 폐간휴간했다.[12]
6 후유증
이 현상은 과도한 출혈경쟁으로 제 살 깎아먹기가 되었을 뿐만 아니라 정품 게임의 시장 가치까지 떨어뜨리는 심각한 문제를 불러온다. 달마다 잡지 하나 사면 3, 4개씩 정품이 딸려오는 판에 정품을 구입하려는 소비자는 없을 것이다. 그리고 정품을 구입한 유저들은 발매된 지 얼마 되지도 않아 잡지 부록으로 딸려나오는 걸 보면서 배신감을 느끼게 되었다. 한 마디로 정품 사면 바보가 되는 셈. 잡지가 앞장서서 정품 구매를 억제하고 복돌이가 되게 유도하는 이런 해괴한 과정을 거쳐서 우리나라의 게임 소프트 시장 자체가 붕괴하게 된 것이다.
물론 부록으로 제공하는 게임 자체는 게임사와 정식 라이센스를 맺어서 제공하는 것인 만큼 잡지 부록으로 게임을 구입하는 것과 복돌이짓을 동급으로 취급해서는 안 된다. 다만 이러한 어처구니없는 경쟁으로 인해 "정품 사면 바보" 라는 인식이 더욱 더 팽배해져 나중에 S/W 불법복제율 증가라는 개탄스러운 결과를 낳게 된 것은 사실이다.
한편 국내 제작사 및 유통사들은 당시 재무구조가 열악하고 투자자를 구하기도 쉽지 않았으므로 자금난을 타개하기 위해 잡지사에 게임을 덤핑으로 팔아넘겨서라도 급전을 구하거나, 박스나 설명서를 제외시킨 주얼CD를 출시하는 타개책을 내놓기도 했다. 어떻게든 판로를 개척하기 위해 서점이나 문방구에도 게임 좌판이 들어서기 시작했으며, 여기엔 국산 게임은 물론, 외산 게임들 역시 다수 포함되어 있었다. 아예 몇몇 업체의 경우 잡지보다 더 저렴한 가격에 게임을 내놓는다는 박리다매 전략으로 신작 게임을 5천원대에서 만원 이내의 가격에 내놓기도 했는데, 그렇게 나온 대표작이 엠브레이스와 랑그릿사 2. 물론 위에서도 언급되었듯, 가격을 내렸다고 해서 게임이 잘 팔리고 그런 건 없었다(...).
그렇지만 사실 패키지 게임은 어차피 지는 해이기는 했다. 특히 와레즈로 대표되는 불법의 악순환과 온라인 게임의 성공은 패키지 게임을 아무도 만들지 않게 만들었고, 더불어서 잡지라는 컨텐츠도 웹진에게 밀리는 데다가 공략할 게임도 없어졌으므로 자연스럽게 사라진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즉, 둘 다 이미 사양길로 접어들어가고 있었다는 이야기이다.
그리고 사실 창간기념호를 제외하면 팔만큼 팔린 게임이나 안 팔리는 게임을 번들로 내는 게 시작이었고, 나중에 일부 게임은 후속작 홍보겸 일부러 제공한 것으로 보인다.[13] 위에도 적혀있지만 무엇보다 번들 제공은 잡지사의 단독이 아니라 유통사(혹은 개발사)의 동의 하에 이루어 진 것. 즉, 다 팔린 지나간 게임을 조금이라도 더 팔아보려고 유통사도 같이 번들 CD경쟁에 일조한 것이다.[14] 피해자인 줄 알았는데 알고 보니 공범
반면 해외에서는 정품 구매율이 높고 게임 개발 또한 IT산업의 일부로 인식되어 자금을 마련하기도 한국보다 쉬웠기에 콘솔 게임기를 위주로 한 패키지 게임 시장이 아직도 매우 활발하게 작동하고 있다. 도리어 이제는 온라인으로 이주한 환경에 발맞추어 스팀 같은 정품 게임 다운로드 서비스가 생겨나기도 했을 정도. 열악한 네트워크 속도와 훨씬 비싼 통신료를 감당해야 하는 북미에서 도리어 빵빵한 인프라를 가진 한국보다 더 잘 나가는 온라인 게임샵을 열게 된 것이다. 현재는 모바일로 바뀌면서 PC및 콘솔 게임들은 지는 해라는 견해도 나오고 있으나 2000년경의 한국 패키지 시장의 그것과 비교하면 실례.
정리하자면 이러한 번들 CD 경쟁시대 자체가 개막이 된 이유는 게임에 대한 몰이해로 인한 자본금 부족과 원본 컨텐츠(이 경우는 게임)를 존중하지 않는 현상에서 발생한 것이라 할 수 있다. 불법 복제도 문제지만 출시된 지 얼마 되지도 않은 작품을 헐값에 팔아야 되는 실정에 놓인 개발자들부터 비극이며 이런 행위를 서슴치 않고 자행하여 개발자들의 노력이 담긴 작품들을 헐값으로 만들어버린 잡지사들이 안 그래도 비극적이었던 상황을 더더욱 악화시켜 한국 패키지 게임 시장을 정말로 죽여버린 것이다. 물론 그 이후는 도박성이 판치는 리니지식 온라인 게임들의 시대로 이어졌다.
7 기타 이모저모
참고로 이 현상은 7차 교육과정 중3 사회 교과서에도 실려있다. 확실히 교육적이다. 더 충격적인 것은 그 뒤에는 게임 잡지가 아닌 잡지들까지 정품 게임을 제공했다는 것이다. 월간 루키 같은 농구 잡지까지도 오리진사의 크루세이더 시리즈를 정품 번들로 제공했다! 루키는 이 게임 외 다른 정품 게임 번들은 주지 않았지만 정작 농구 잡지가 농구 게임은 주지 않고 액션 게임을 줘서 구설수에 올랐다. 당시 너도 나도 번들을 내놓던 잡지들은 이제 모조리 폐간되어 유일하게 남은 잡지가 바로 루키이다.
게다가 학습전문 출판사 교학사의 '완전학습' 도 번들 CD를 넣고 팔았다. 재즈 잭래빗이나 백야드 베이스볼 같은 메이저 게임이나 스포어이름만 같은게 아니라 그 생명 사뮬 겜 맞다도 같이 팔았다. 게임은 공부에 방해된다는 학부모들 성화를 어찌 견디려고?
이 외에도 만화잡지인 소년챔프, 부킹과 롯데리아, 초코파이 마저도 1회씩이지만 번들 제공에 동참했었다. 당시 PC게임의 인기를 알 수 있다...
이 전통(?)은 후에 한국 DVD/BD 시장으로 이어졌고, 거의 똑같은 전철을 밟았다.
참고로 게임 잡지사의 번들 목록과 사진을 볼 수 있는 좋은 블로그는 바로 이곳이다. 블로그 이동.
한국 최초의 호러게임으로 인정받고 있는[15] 제피도 부록으로 나왔는데, CD 2장짜리 게임을 억지로 1장에다 우겨넣어 주는 바람에 버그도 엄청나게 발생했고 게임의 품질도 떨어졌다. 그런데 이후에 뻔뻔스럽게도 그 게임을 제공한 PC 챔프는 온라인판에 그 게임을 조잡하다고 까면서 화이트데이가 사실상 최초라는 정신승리성 찬양기사가 나왔다.
이외에도 정식 발매가 아니다 보니 발생한 문제가 많았다. 예를 들어서 게임피아에서 98년 3월 부록으로 주었던 영웅전설2의 경우는 몬스터 데이터에 오류가 있어서 패치를 하지 않으면 제대로 진행을 할 수 없었다. 그리고 그 패치는 4월달인 다음달에 번들로 제공했던 아트리아 대륙전기와 함께 제공했다. 8용신전설의 경우는 번들화 과정에서 문제가 있었는지 게임을 통으로 복사하다 시피해서 실행해야 했다. 당시의 하드디스크 용량이 2.1기가 컴퓨터가 흔했던 것을 고려하면 엄청난 문제였다.
본문 중에 간간히 출시일-제공시점이 딱 1년인 경우가 있는데, 이는 당시 잡지사들 간에 맺은 협약중에 하나가 '출시일로 부터 1년이 지나야 번들 제공 가능'을 포함해서 였을수도 있다. 이 협약의 또다른 조약이 '창간호가 아닐 경우 게임은 하나만 제공한다'였지만 이건 반쯤 무효화됐다.
의외로 논란거리를 터뜨린 잡지사들이 평시 번들 선정도 개념인 면이 있었다. 한예로 파워진이 낸 번들을 살펴보면 숨은 명작들이 쏠쏠하게 껴있다. 대중은 몰라도 게이머들은 '아, 그거'하는 게임들이 꽤나 많은편이다.물론 잉여게임도 꽤 줬다
간혹 5~6개라는 무시무시한 번들 화력을 보여준 경우도 있는데 이 경우 주력급 게임 하나에 도스게임 여러개를 끼워넣은 형태가 많다. 가끔은 '아 뭐 이런 잉여 타이틀을 넣어...'싶은 경우도 꽤 있었을 정도로 되새겨보면 머릿수 불리기 용인가 생각되는 타이틀 들고 있었다.
- ↑ 저 오른쪽에 보이는 것은 양철로 만들어진 전용 CD 틴 케이스이다. 그리고 좌상단에 보이는 프린세스 메이커 3 화보집은 이 잡지 부록만을 위해서 제작된 것이다. 프린세스 메이커 3의 어떤 상품도 저런 부록을 제공한 적은 없다.
- ↑ 10월호인데, 당시 비디오게임 잡지들은 원래 월호보다 이르게 표시하는 것이 열풍이었기 때문이다.
- ↑ 이 번들 CD 경쟁사태가 국내에서 디스크 스테이션이 망한 이유 중 하나이기도 하다. 물론 IMF 크리와 일본 본사의 재정난 크리 등 악재가 이중 삼중으로 겹쳐버린 탓도 있지만...
- ↑ 온라인게임 인스톨 CD
- ↑ 디아블로(게임)를 베껴 만든 대만산 무협 SRPG
- ↑ 무료공개된 스타크래프트 비공식 확장팩, 싱글 전용
- ↑ 2장 들어가는 CD 케이스를 줘서 한 CD 케이스에 두 장 다 담을 수 있게 해주는 서비스(?)도 했다.
- ↑ 프린세스 메이커 1,2 합본
- ↑ 애초부터 소년 점프로 유명한 집영사 발간 V점프의 한국판. 물론 정식 라이센스를 맺은 관계였다.
- ↑ 오탈자가 한 권에 수십 가지 들어있는 것은 예사고 사진과 설명글도 틀린 것도 상당수. 심하면 게임 리뷰에 엉뚱하게도 다른 게임 사진이 나와 구독자를 혼란에 빠뜨린 적도 있다. 업계 유일지가 된 이후의 게이머즈도 범접할 수 없을 정도. 물론 기사의 질이나 편집도 가장 엉망이었다. 영국 PC게임잡지 PC Gamer의 무단 번역기사도 많았던 걸로 추정된다. 여기서 제공한 번들 게임들은 대부분 듣보잡이었다(그나마 웨스트우드의 명작 어드벤처 게임이던 키란디아의 전설 완결편인 3편을 1997년 2월호로 제공한 게 가장 유명한 작품이다. 6월호 번들인 국산 게임인 위기일발 3차대전 같은 경우는 패키지 게임이라는 게 믿기지 않는 동인게임 수준의 퀄리티임에도 세계 최초 육성 시뮬레이션+롤플레잉 게임이라고 홍보했던 게임이었다. 지금은 엄청나게 레어 게임이지만). 참고로 이 잡지가 사실상 PC Game지의 후신인데 그 잡지의 필진은 99%가 여성이었다.
- ↑ 2006년에 북미에서도 폐간되었으나 사실은 1UP Network이라는 게임웹진으로 전환된 것이었다. ZDNet 소속 잡지였다.
- ↑ 당시, 'PC' Player의 내용은 1/3이 PC 게임. 나머지는 온라인 게임과 콘솔. 게임공략은 없어졌다.
폐간할 만하네 - ↑ 대항해시대2, 스피리츄얼 소울1, 브랜디쉬3 등이 해당.
- ↑ 끝까지 번들 제공을 안 한 곳은 소프트맥스가 유일하다. 더 있을 경우 수정바람.
- ↑ 이 이전에 출시한 작품이 있을 수는 있으나 알려진 것은 이것이 처음, 참고로 외산게임은 이미 여럿 나와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