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리지 국제공항

1 소개

ICAO: PANC
미국 알래스카앵귀리지앵커리지에 있는 공항이다.
왕년에는 대한항공의 준 허브 역할을 하던 곳이자, 현재는 화물기에게 중요한 역할을 하는 공항이다.

알래스카 항공의 허브 공항이자, 페덱스의 화물 허브다.


공항 위성 사진. 앵커리지 시내에서 남쪽으로 10여km 거리이다.

다르게는 테드 스티븐스 앵커리지 국제공항이라고 부른다. 북극항로의 중심에서 비켜나 있지만, 앵커리지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북극해권에서 제일 큰 도시로서 그 중요도가 높았다. 지금도 마찬가지지만, 옛 소련이 있었던 냉전 시대에는 그 중요도가 엄청난 공항이었다. 미국에서 망망대해 태평양을 가로지르지 않고[1] 육지에 붙어 가다 보면 필연적으로 들르게 되어 있었다. 그래서 중간에 이 공항에 도착하여 승무원을 교대하고 여객기에 연료를 채운 후 다시 가는 게 일반적이었다. 당시만 해도 유럽을 가려면 동남아 - 중동 루트를 통해 남쪽으로 멀리 돌아서 가거나, 아니면 거꾸로 앵커리지를 경유해서 넘어갈 수밖에 없게 되어 있었다. 소련중국 영공을 통해서 갈 수 없었기 때문이다.[2] 똑같은 이유로 대만 국적기가 양안관계 때문에 양안직항 노선 외에는 중국 영공을 통과할 수 없어서 유럽 쪽으로 갈 때 방콕을 경유한다....만은 최근 들어 대한민국으로 올라가서 몽골 상공으로 진입해 무기착으로 다니는 듯하다. 그래도 일부는 방콕이나 뉴델리 중간 기착으로 다닌다.

2 리즈 시절

리즈 시절에는 미국을 출발해 대한민국, 일본, 홍콩으로 가는 항공편들 다수가 이 공항에서 중간 기착했다. 당시 여객기의 항속거리가 엄청나게 짧았기 때문이다. 군용기는 태평양 무기착이 1940년대부터 가능했지만, 그게 여객기에 적용되기까지는 30년이나 더 걸렸다.[3] 동아시아 지역에서 미국 서부 지역까지는 직항이 가능했지만, 미 동부 지역을 가기 위해서는 반드시 어딘가 한 군데에서 중간 기착해야 했고 그 중에서 가장 거리 손실이 적은 곳이 앵커리지였다. 고속도로로 치면 휴게소를 생각하면 되겠다. 공산권 영공인 소련중국 때문에 시베리아를 가로지르지 못하는 상황에서 동아시아에서 유럽으로 가는 항공편은 더 말할 것도 없었다. 일본은 더 동쪽인지라 미주 노선에서는 대한민국보다 2시간을 벌었지만, 역시 적성국가인 소련중국이 걸리는 유럽 노선 때문에 기착했었다. 그리고 지금도 중국러시아 영공 통과가 불가능한 대만 국적기들의 미주 노선이 여기 선다....만은 최근 들어 제한이 풀렸는지 일부는 무기착으로 다니는 듯하다.

1969년 3월 1일 한진그룹이 인수하여 갓 민영화되었던 대한항공은 1970년대부터 앵커리지를 경유하여 파리(오를리)행 노선을 뚫었고, 뉴욕이나 시카고도 여기를 거쳐 가는 항공편이 있었을 정도였다. 1984년대한민국 취항을 시작한 루프트한자프랑크푸르트에서 출발하여 이 공항에서 중간 기착한 뒤 서울로 갔다. 한때 이 공항은 대한항공의 포커스 시티[4]로 성장했으며, 중간 기착지로서 앵커리지에 엄청난 돈을 가져다 주었지만...

대한항공뿐만 아니라 일본항공도 마찬가지의 이유로 이 공항을 포커스 시티로 삼았고, 일본 경제의 고도 성장기와 맞물린 항공교통 수요의 급증으로 공항 내부에는 중간에 급유를 받는 시간 동안 여객 터미널에서 쉬는 일본인들을 위한 시설도 생기게 되었다. 그 시절을 기억하는 일본의 장년층들 중에서는 경부선 대전역 가락국수처럼 아직도 앵커리지 국제공항에서 팔던 우동에 대한 추억을 얘기하는 사람들이 있다. 이 우동집에 대한 이야기는 이 곳을 참고하면 된다. 요즘이야 미국이나 유럽의 중소도시에서도 일식집을 그럭저럭 찾을 수 있지만, 당시에는 일식당이 드물거나 있어도 쉽게 가기 어려운 고급 식당 정도라 장기간 외국에서 체류하고 돌아오는 길에서 만난 일본 음식에 반가운 마음으로 많이 먹었다고 추억하는 듯하다. 다만 맛있었다고 기억하는 사람은 적어 보인다.

대한항공의 앵커리지 중간 기착에 관해 이 곳에서 앵커리지 경유 유럽 노선, 미주 노선들을 볼 수 있다.

3 쇠퇴

1988년에 항속거리 12,000km보잉 747-400이 등장하고, 1990년부터 냉전이 종식되면서 이 공항의 운명도 급격히 변하면서 내려갈 공항이 되었다. 이제 급유를 위해 중간 기착하러 앵커리지를 거칠 이유가 없어진 것이다. 물론 화물기들은 대개 여객기보다 항속거리가 딸리기 때문에 아직도 미주 노선 화물기들은 이 공항을 경유하고 있다. 인천에서 출발하는 화물 수송을 보면 불과 20분 사이에 7~8대의 화물기(대한항공+아시아나항공페덱스까지)가 앵커리지를 향해 출발하고 있다.

1997년 외환 위기대한민국 항공교통 수요가 급감하고, 4년 후에는 영종도에 24시간 영업을 하는 인천국제공항이 개항하면서[5] 토론토행이 직항으로 변경되는 크리도 맞았다.[6] 그래도 2005년까지 뉴욕행 노선이 앵커리지에서 주 3회 정도 중간 기착한 후 가곤 했다. 캐세이퍼시픽 항공의 홍콩-밴쿠버-뉴욕 노선처럼 말이다.[7] 그러다가 2005년부터 그 중간 기착마저 없어지면서 이 공항으로 오는 대한민국발 항공편은 완전히 없어졌다. 그래도 여름에 가끔 대한항공에서 전세기로 편성해 주는 경우는 있다.

그 외에는 화물기의 중간 기착이나 비상 착륙 용도로 이용된다. 게다가 필리핀 항공의 마닐라-뉴욕 (PR126/127) 노선 등 동남아시아-미주 일부 노선처럼 중간 기착을 해야 하는 노선도 앵커리지가 아닌 밴쿠버에서 하고, 가루다 인도네시아 항공말레이시아 항공은 아예 미주 방면 노선이 없으며 모두 동맹 항공사의 코드쉐어로 때우고 있다.[8]

에어버스A319나 보잉 737-700에 윙렛을 달고 한국에서 앵커리지까지 무기착으로 갈 수 있기는 한데, A319를 가진 항공사는 국내에 없고 737-700을 가진 항공사도 노멀 버전을 가진 이스타항공밖에 없다. 그런데 현재 이스타항공 상태를 보면 인천 ~ 앵커리지 노선을 뚫을 상태가 아니다. 당연히 나머지 기종, 그러니까 A320이나 737-800으로는 앵커리지까지 못 간다.

이제 대한민국에서 이 공항을 가는 일반적인 방법은 시애틀에서 갈아타는 게 기본이 되어 버렸다. 아니면 진에어하와이안 항공을 타고 호놀룰루에 가서 알래스카 항공으로 환승하던가

4 노선망

현재 경도 180도선을 넘어가는 노선은 러시아의 야쿠티아 항공이 여름철에 주 1회 캄차카 반도행을 띄우는 게 전부이다. 그 이외의 시기에는 서쪽으로 가봐야 알류샨 열도가 전부. 반대로 동쪽으로 가는 노선이나 알래스카 내부 노선은 알래스카 항공이 열심히 굴려주고 있다. 물론 여름이 되면 항공편이 늘어난다.

그러나 화물기의 경우는 사정이 아주 다른데, 여객기보다 항속거리가 짧은 화물기의 특성상 앵커리지 중간 기착은 필수다.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 등 대한민국 국적기들은 물론, 아시아권 항공사들의 화물기들이 미주 지역으로 갈 때 모두 앵커리지에서 중간 기착하거나 환적한다. 여객기 부문에서 사실상 국내선만 운항함에도 불구하고 국제공항이라는 이름이 붙은 것은 이 때문이다.

4.1 항공 노선

4.1.1 국내선

항공사편명취항지
호라이즌 항공QX페어뱅크스
계절 : 데드호스, 코디액
선 컨트리 항공SY계절 : 미니애폴리스(세인트 폴)
제트 블루B6계절 : 시애틀(타코마), 롱 비치, 포틀랜드

4.1.2 국제선

항공사편명취항지
아이슬란드 항공FI계절 : 케플라비크
야쿠티아 항공R3계절 : 페트로파블롭스크캄차츠키
에어 캐나다RV계절 : 벤쿠버
콘도르 항공DE계절 : 프랑크푸르트

4.1.3 화물 노선

  1. 당시만 해도 항공기의 기술이 부족하여 쌍발기는 무조건 ETOPS(쌍발기에 적용되는 항로 제한. 엔진 하나가 고장났을 때 정비 등을 위해 다른 공항 및 비행장에 비상 착륙해야 하는 시간 제한이다. 뒤에 붙는 숫자가 제일 가까운 공항까지의 소요시간(분)을 의미하는데, 그 시간 이상 떨어진 거리로는 비행할 수 없도록 되어 있다. 물론 3발기 이상은 그런 거 없다가 2010년대 중반부터 적용 중이다.)가 적용되었다. 지금도 쌍발기에는 ETOPS 규정이 적용되며, 보잉 777의 경우 ETOPS-207까지 땄다. 이 말은 곧 엔진 하나가 고장났을 때 다른 엔진으로 운항할 수 있는 시간이 3시간 27분(207분)이라는 뜻이며, 3시간 27분 안에 다른 공항에 비상 착륙하라는 뜻이다. 보잉 787의 경우 3시간(180분)이 본래 ETOPS지만 보잉의 인증 및 승인을 받으면 5시간 30분(330분)까지 ETOPS를 연장할 수 있다고 한다. A350의 경우 ETOPS를 최대 5시간 50분(350분)까지 늘리기 위해 설계 중이라고 한다.
  2. 사할린 상공에서 피격 사건이 일어난 이유이기도 하다. 대한항공B742소련 영공으로 들어와서 사할린 상공을 난 건 사실이다.
  3. 군용기는 목적상 기체가 작고 수용 인원이 적지만, 민간기는 많이 태우거나 실어야 하므로 덩치가 크니까 기술 적용이 늦어진 건 당연하다. 컴퓨터 역시 개발은 일찌감치 되었는데도 민수용으로 나온 건 그리 오래 된 일이 아니다.
  4. 허브 공항은 아니지만 다수 항공편을 투입하는 공항. 대한항공의 예를 들면 김해국제공항, 제주국제공항이 해당된다.
  5. 김포국제공항은 심야에는 이착륙이 제한된다. 고로 커퓨(Curfew/통금이라는 뜻) 타임이 적용된다. 그래서 앵커리지에서 연료를 넣을 겸 쉬면서 김포국제공항에 착륙할 타이밍을 맞추기도 했다.
  6. 사실 IMF 이전부터 꾸준히 줄어들고 있었다. 역시나 결정적인 이유는 탈냉전과 신 기재 도입이다.
  7. 사실 캐세이는 뉴욕 직항도 가지고 있다.
  8. 예전에 두 항공사 모두 로스앤젤레스에 가는 게 있었는데, 가루다 인도네시아 항공은 1998년에, 말레이시아 항공은 2014년에 단항하였다. 동남아시아 항공사들은 애초부터 앵커리지 경유 노선을 운영하고 있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