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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金宗瑞
1383년~1453년

용산 전쟁기념관에있는 김종서 장군의 흉상

1 소개

조선시대 초기의 문신. 자는 국경(國卿). 호는 절재(節齋)
대광보국숭록대부 의정부우의정 영집현전 경연사 감춘추관사 세자부신
大匡輔國崇祿大夫議政府右議政 領集賢殿經筵事監春秋館事世子傅臣
관직명 말하다가 잠 잘 기세

2 일생

2.1 출세가도를 달리다

출생 연도에는 1383년설과 1390년설이 있는데, 조선왕조실록의 1451년 기록을 보면 김종서가 다음 해에 나이 70세가 된다는 이유로 벼슬에 나오지 않는 장면이 나온다. 이를 토대로 역산하면 1383년이 생년이 된다. 또한 과거 급제 연령이나 활약 시기를 감안해도 1383년설이 더 설득력이 있다. 인터넷 상에서는 김종서의 생년이 점차 1383년으로 수정되어가는 추세인데 서적 쪽은 아직도 1390년으로 기록한 서적이 많다.

출생지는 충청남도 공주시이고 선대와 부친의 고향은 전라남도 순천시. 1405년에 문과에 급제한 이후 전형적인 문신 코스를 밟은 인물로 초기에는 주로 간언하는 간관직과 지방의 민정을 살피는 감찰직을 주로 맡았으며 세종에게 크게 신임을 받아 중용되었다.

2.2 북방의 대호(大虎)

삭풍(朔風)은 나무 끝에 불고 명월(明月)은 눈 속에 찬데, 만리변성(萬里邊城)에 일장검(一長劍) 짚고서서 긴파람 큰 한소리에 거칠 것이 없어라.

세종 대 북방개척의 일등 공신이었던 김종서의 시조로 유명하다. 그의 변방 정벌의 포부를 엿 볼수 있는 구절이다. 해석하자면 다음과 같다.

몰아치는 북풍은 나뭇가지를 스치고중천에 뜬 밝은 달은 눈으로 덮인 산과 들을 비쳐 싸늘하기 이를 데 없는데, 멀리 떨어져 있는 변방 성루에서 긴 칼을 짚고 서서, 휘파람 불어치며 큰 소리로 호통을 치니 천지가 진동하는 듯한 소리에 감히 대적할 것이 없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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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연사준도>. 북방 개척 중 관아에서 연회를 열었는데 갑자기 화살이 날아와 중앙의 술항아리에 꽂혀 모두 놀라워하고 있는데 김종서는 "간사한 자가 나를 시험하려 한 것"이라며 태연히 연회를 즐겼다는 일화를 묘사한 그림. 누각 안 가운데 앉아 있는 사람이 김종서다.

그러나 그의 가장 유명한 활약은 바로 현재 대한민국의 국경선을 확정짓게 된 세종의 북방 개척 때의 활약이다. 1433년 함길도(함경도) 도관찰사에 임명되어 북방에 파견된 이후 8년 동안 변방에 있으면서 4군 6진 중 6진의 개척을 총지휘, 두만강 이남을 완전히 조선 영역으로 만드는 데 큰 공훈을 세웠다. 이때의 포스가 대단했는지 "큰 호랑이"라고 불리며 명성을 떨쳤다.

북방에 파견되기 전, 세종은 김종서를 불러 활과 화살을 주며 "항상 가지고 있다가 짐승을 쏴라!"라고 말했다. 이 일이 있고 얼마 안 되어 김종서는 북방에 파견되었다. 즉 이 활과 화살로 북방에 할거하는 야인을 토벌하라는 얘기.

북방에서 돌아와서는 형조판서와 예조판서직을 역임하다가 세종 말년에 명나라 황제 정통제가 타타르족에게 사로잡히는 사태(토목의 변)가 발생하여 요동 지역이 어수선해지자 다시 노구를 이끌고 북방에 파견되기도 했다. 세종은 "북방의 일은 종서가 있어도 과인이 없었으면 이루지 못했을 것이고, 과인이 있어도 종서가 없었으면 이루지 못했을 것이다."이란 말로 그의 공적을 평가했다. 하지만 북방에 있으면서 세종에게 "제발 한양으로 올라가게 해 주세요ㅠㅠ"라고 징징댄상소를 지속적으로 올렸던 것을 보면 북방에 짱박힌 것을 그렇게 좋아하지는 않았던 듯. 사실 북방에서 계속 뺑이 치는 것은 김종서가 아니라 누구라도 별로 좋아하지 않을 테니 당연한 것이겠지만. 당연한 말이겠지만 북방에 비하면 현대의 GOP 일대는 따뜻한 편이라고 한다... 게다가 김종서는 무관이 아니라 문관이다!

북방 개척 때의 활약 때문인지 세종 당시 영의정이자 원로였던 황희에게 인정을 받았다. 그런데 분명 전형적인 문신 코스를 밟았는데도 장군의 이미지가 강하게 되어 있는데, 여러 외직과 언관직을 거치며 훌륭한 행정 수완과 강직함으로 이름이 높았고 예학과 경학, 역사에도 밝아 고려의 역사서인 <고려사>와 <세종실록> 편찬의 책임자를 맡기도 했다. 오히려 김종서는 체구가 작고 무예도 서투른 편이었다고 한다. 실록에는 세종이 직접 "종서는 키가 작고 무예가 서툴러 장수로써는 적합하지 않지만..."이라고 언급하는 부분이 있다.

"지금 함길도 도절제사 김종서는 본디 유신(儒臣)으로서 몸집이 작고, 관리로서의 재주는 넉넉하나 무예(武藝)는 모자라니 장수로서 마땅하지 못하다. 다만 그가 일을 만나면 부지런하고 조심하며 일 처리하는 것이 정밀하고 상세하며, 4진(鎭)을 새로 설치할 때에도 처치한 것이 알맞아서 갑자기 그 효과를 보았으니, 이것은 포상(褒賞)할 만하다." -<세종실록> 세종 22년(1440년) 7월 5일

이렇게 보듯이 그가 북방에 파견된 이유도 뛰어난 장군감이라서 파견한 것이 아니라 엄격강직한 성정과 정밀한 일 솜씨 때문에 파견한 것이다. '큰 호랑이'라는 별명도 그의 무예 때문이 아니라 대담함 때문에 붙은 별명.

또한 고려사 편찬과 관련해서 재미있는 사실은 김종서는 궁예의 후손일 수도 있다는 거다! 이게 무슨 소리냐면 김종서의 본관인 순천 김씨는 족보에 가문의 시조 김총의 할아버지가 궁예라고 기록하고 있기 때문이다. 족보 기록이기 때문에 신빙성에는 의문이 들지만 만약 이게 사실이면 김종서는 자신의 선조를 부정적으로 그린 사서 편찬에 참여한 셈. 이는 또 다른 고려사 편찬위원 이선제의 본관인 광산 이씨도 마찬가지인데 광산 이씨도 궁예의 6대손인 이종금이 가문의 시조라고 기록하고 있다. 흥미로운 사실이긴 한데 족보 외에는 증거가 없는 이야기니 그냥 이런 얘기도 있다는 것 정도로 알아두자. 이는 궁예가 어찌 되었든 신라 왕의 자식으로 기록되어 있기 때문에 가문의 혈통과 신라 왕실을 연관짓기 위함일 가능성이 있다.

2.3 쿠데타에 희생된 고명대신

세종 사후에 정승이 되어 정계의 실력자가 되었고, 단종이 즉위하자 세종과 문종의 고명대신으로 영의정 황보인, 우의정 정분과 정국을 주도했다. 그러나 당시 정권을 두고 다투던 수양대군에게 눈엣가시가 되었고, 결국 계유정난 때 살해 0순위로 지목되게 된다. 수양대군은 김종서만 죽이면 나머지 무리는 걱정할 것도 없을 것이라 호언장담했는데 후에 진짜 그렇게 되긴 했다. 불시에 김종서의 집에 들이닥친 수양대군은 사모뿔을 좀 빌리고 싶다, 왕실의 혼인 문제를 논하고 싶다는 둥 실없는 소리를 하다가 중요한 편지를 읽어보라고 김종서에게 건네주었는데 김종서가 편지를 읽기 위해 달빛에 편지를 비춘 순간 수양대군의 종인 임어을운이 철퇴를 휘둘러 그를 살해...한 줄 알았으나, 눈치를 챈 아들 김승규가 필사적으로 아버지를 몸으로 감쌌고 어두운 밤이라 전혀 눈치를 못 챈 일당은 김종서, 김승규 부자에게 무차별적으로 난도질을 했으나 아들인 김승규만 절명하고 김종서는 그 자리에서 죽지 않았다.

살아남아 다시 깨어난 김종서는 궁에 들어가 수양대군과 대결하기 위해 여장을 하고 4대문을 모두 돌았으나 들어가지 못했다. 할 수 없이 둘째 며느리 집에 들어가 숨었는데 곧 있는 곳이 들통 나 다시 찾아온 수양대군의 부하에게 살해당했다. 향년 71세. 자신이 투옥되리라고 생각했는지 살해당하기 직전 마지막으로 남긴 말은 "정승의 몸으로 어찌 걸어가겠느냐! 가마를 가져오너라!"였다. 그리고 목이 길에 내걸리는 효수형을 당했다.

세조가 즉위한 이후 역적으로 남아서 고려사 편찬자 명단에서도 삭제되고 권력을 탐한 신하로 남았으나 정작 승자의 기록인 실록에도 김종서의 비리나 개인적 결점에 대한 기록은 거의 없다. 가능하면 없는 흠이라도 만들어낼 법도 한데 실록의 기록이 이렇게 된 것은 그가 권력자의 자리에 올랐는데도 막나가지 않고 정도를 지켰다는 반증이라 하겠다. 오히려 정변으로 정권을 잡은 수양 일파야말로 갖은 부정축재와 비리 사건으로 많은 물의를 일으켰다. 한명회나 홍윤성이 대표적인 예. 다시 말하자면 수양대군 일파는 자신들의 쿠데타를 합리화시키기 위해 여러가지 핑계를 꾸며냈는데 김종서의 경우에는 권신이라고 몰아붙인 것이다. 실제로는 위에서 언급했듯이 승자의 기록이라는 실록에서도 그에 대한 나쁜 말이 거의 없을 정도로 정도를 걸었고 세종대왕의 뜻을 충실히 받들었던 신하였다.

이렇게 비극적인 최후를 맞았지만 세종과 문종의 뜻을 받들어 단종을 모신 충신이자 명신으로, 그 활약상과 명성에 걸맞게 야사에도 많은 일화를 남겼으며, 현재에 이르는 국경선을 확정하는 데 활약한 걸 생각하면 알게 모르게 한국사에 큰 영향을 끼친 인물.

3 후일담

무덤은 세종특별자치시 장군면에 있는데, 세조에게 죽고 역적으로 몰리는 바람에 시신 수습을 제대로 못하여 현재 묘에 묻혀 있는 것은 김종서의 다리 하나뿐이라는 이야기도 있다. 사실 역적으로 몰려 죽었으니 정확히는 다리도 묻지 못한 가묘라고 보는 것이 정확하겠지만 그래도 업적도 많이 남겼고 나라의 중추였던 충신이자 노신이었던 그가 이렇게 된 것을 생각하면 참 안타까운 대목.

전설에 의하면 김종서의 서자 하나가 요행히 탈출해서 수양대군의 악행 때문에 가출한 서녀랑 만나서 일가를 이루고 살았다고 한다. 다른 버전은 나중에 온천에 온 수양대군을 이 부부가 만나서 욕을 한바탕 해주었다고도 한다. 이 전승을 모티브로 만들어진 드라마가 공주의 남자다.

뒷날 영조 시대에 복권되고 충익(忠翼)이라는 시호를 받았다.

세조로 인해 권신이라는 오명이 덧씌워졌지만, 실제로는 훌륭한 신하였고 그 죽음도 억울한 것이었기 때문인지 실제로 그를 역신이라고 하거나 나쁘게 평가하는 경우는 거의 없었다. 수백년이 지난 정조 시대에 정약용도 자신의 책인 <경세유표>에서도 "우리나라의 장재로서 예전에는 김종서를 칭하고 근세에는 이순신을 칭하는데, 종서는 충신이고 순신은 효자였다."라고 말하며 김종서를 높이 평가했다. 이 말을 해석하자면 충무공 이순신 이전인 조선 전기에는 김종서를 대표적인 장군으로 여기며 높게 받들었다는 것인데, 수양대군이 죄인이라며 죽이고 시체도 수습 못하게 했던 사람에 대한 평가가 이 정도였다는 말은 뒤집어 말해서 수양 일당이 내세운 주장이 당대에도 전혀 먹히지 않았다는 말이 된다.

4 현대 매체에서

단종(조선)과 관련된 사극에서 자주 등장한다. 1980년대 어른의 사정으로 조기종영된 전 드라마 파천무에서는 신구가 1990년도 KBS 2TV에서 새로 연출한 파천무에서는 이순재 옹이 불멸의 연기를 보여주었고 조선왕조 오백년에서는 전운씨가 역시 불멸의 연기를 보여주었다. 이순재 옹의 경우 드라마 공주의 남자를 통해 또 한 번 연기하게 되었다. 참고로 공주의 남자 일본어 더빙판 성우는 일본에서 손꼽히는 원로 성우인 故 오오츠카 치카오. 참고로 오오츠카 치카오는 이산, 마의에서도 이순재의 더빙을 맡았다.

사실 체구가 작았다는 기록이 있는데도 거의 무인(武人)형의 캐릭터로 등장했다. 특히 왕과 비에서는 조경환씨가 연기하였는데, 계유정난 부분에서는 원래 대본은 '김종서를 업고 달린다'였던 게 업어서는 도저히 배우의 몸무게를 감당할 수가 없어 가마를 타는 것으로 수정할 정도의 거구였다. 예외가 있었다면 한명회에서의 임동진 씨와 대왕 세종의 이병욱 씨. 특히 임동진씨의 김종서는 정말 강한 포스를 남겼다. 이병욱의 경우 오히려 문인에 가까운 인상이며(실제로 문인이지만) 극중에서 등장한 담이라는 소녀와 묘한 분위기를 형성하는 바람에 키잡이 되는 거 아니냐며 다들 기대 궁금해 했으나 결국 여진족과의 싸움에서 담이가 죽었기에 커플이고 뭐고 없었다. 2013년작 영화 관상에서는 무인형 캐릭터가 아닌 백윤식이 김종서로 등장했으며 여기서는 권력을 놓고 수양대군과 경쟁하는 권신 이미지. 이 시대를 다룬 사극 속에서 누구를 주역으로 두느냐에 따라 권력을 탐한 권신이라는 평가와 세종과 문종의 유명을 받든 충신이라는 엇갈린 평가를 받곤 한다.

김동인의 야담 역사 소설 대수양에서는 권력에 탐나서 찌질거리다 수양대군에게 피떡이 되도록 처맞는 김종서가 나와서 충격과 공포를 안겨주었다.

4.1 기타

웹툰 신과함께의 신화편 차사전에 이 인물을 본딴 것으로 추정되는 토벌대장이 등장한다. 이름이 김맹호이며, 북방의 국경선을 넓히려고 조정에서 파견한 점이라든가, 별명이 호랑이라는 것이라든가….

근데 뭔가 좀 악역 기믹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