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추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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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명) Phoenix dactylifera L.
(영어) Date palm
(아랍어) تمر (tamr, 열매), نخلة (nakhla, 나무)
(페르시아어) خرما (khormâ)
(터키어) Hurma
(그리스어) Χουρμάς (hurmas)


종려과에 속한 나무 및 그 열매. 세상에서 가장 단 과일로 알려져 있으며, 중동에서 기원 전 4,000년부터 기르기 시작했다고 한다. 사막에서만 자라는 나무로 원산지는 이라크, 이집트, 혹은 북아프리카일대로 추정. 재배에 적합한 조건은 연강수량 120∼250 mm의 모래땅이고, 꽃이 피어 성숙할 때까지는 비가 오지 않아야 한다. 그리고 온도가 높고 겨울철에도 평균기온이 0℃ 되는 지역에서 잘 자라는데, 그야말로 사막에 특화된 나무라 하겠다. 오아시스하면 생각나는 그 야자나무들도 모두 대추야자.

열매는 그야말로 나뭇가지가 꺾일 정도로 주렁주렁 열리기 때문에[1] 오래전부터 다산상징으로 여겨져 왔으며[2], 먹거리가 부족한 사막 주민들의 훌륭한 탄수화물 공급원이었기 때문에 생명의 나무라는 별칭을 가지고 있다. 성경에서 자주 등장하는 종려나무[3]동아시아에서 자생하는 종려나무가 아니라 이 대추야자 나무를 말하며, 말린 열매는 그 당도 때문에, 설탕이 이 지역에 소개되기 전에는 그 즙을 설탕 대용으로 쓰기도 했다고. 게다가 더이상 열매를 맺지 못하는 늙은 나무가 만들어내는 수액은 짜내어 음용하거나 야자술을 만드는데 쓰인다. 사막 지역 주민들에게는 여러모로 고마운 나무.

수확을 기다리는 대추야자 나무의 모습

6,000년에 걸친 품종 개량으로 오늘날에는 수백여 종이 존재하며, 그중 유명한 종류는 가장 달콤한 열매를 생산하는 '싸이디' 종과 수단의 '아비드 라힘'종과 '바라카위'종, 이집트의 '할라위'종, 이스라엘의 '마드줄'종, 예언자 무함마드가 즐겨먹었다는 사우디 아라비아의 '아즈와' 종, 지중해 일대에서 재배되는 터키의 '닷차' 종, '죽기 전에 꼭 먹어야 할 세계 음식 재료 1001'에 선정된 '칼라사'가 있다.

보통 대추야자는 아주 바짝 익기 전에 수확해 먹으며[4], 일반적으로 생각하는 대추코코넛같은 야자맛이 아닌, 곶감과 비슷한 맛이 나지만 더 많이 달다.[5] 당도나 식감은 앙금 같기도 하다. 너무 익은 열매는 당도가 상상할 수 없을 정도로 높기는 하지만, 너무 질겨서 먹기 어려울 정도다. 게다가 이렇게 너무 익은 대추야자가 마르면 정말 돌처럼 단단해진다. 아랍인들은 이것을 주식으로 먹는데 과 같이 먹기도 한다. 또한 설탕절임 수준으로 달아서 말릴 경우 그 저장성과 휴대성이 놀라울 정도라 여행자들이나 선원들, 전쟁터로 나서는 필수적으로 전투식량으로써 챙겨 다녔는데 2개면 한 끼를 때울 수준이었다고 한다. [6] 그래서 아랍권과 페르시아권에서는 예로부터 전투식량이나 비상식량으로 먹어았으며 이것만 취급하는 시장도 있을 정도.

최근 들어 우리나라에서도 판매하기 시작했다. 2015년 기준으로 롯데마트에서 이집트산, 이마트에서 이스라엘산 대추야자를 수입해 판다. 규모가 어느 정도 있는 지점의 수입 과일 코너에서 볼 수 있다. 이란산도 많이 수입된다. 단 일부 마트에서 파는 미국산은 핵지뢰급 퀄리티다. 사지 말자.(…) 이태원동에서 아랍에미리트산을 구입할 수 있다. 이태원에서 파는 것은 위에서 언급된 '칼라사' 종이다. 인터넷 쇼핑몰 등에서도 대추야자만 전문으로 취급하는 곳도 자주 볼 수 있는데, 가격대는 대부분 상당히 괜찮은 편이다.

2011년 AFC 아시안컵을 대비하고자 아랍에미리트에 훈련장을 연 한국 국대 축구팀 및 코치진과 취재하고자 찾아간 기자들은 대추야자를 흔하게 먹는 걸 신기하게 여겨서인지 기자들은 현지에서 대추야자를 실컷 먹는다고 기사까지 쓸 정도이다. 이건 모두 공짜이며, 더 달라고 하면 얼마든지 한가득 실컷 준다고 한다. 그런만큼 호텔 및 축구 시설 직원들도 간식으로 빵과 말린 대추야자를 같이 자주 먹는다고 쓸 정도로 흔하다고 한다.


판매되는 대추야자 (대추야자로 유명한 바레인의 알-부라이다 시)

이슬람교에서도 매우 중요하게 여기는 나무이다. 예언무함마드헤지라 이후 메카인들에게 추격 받을 때 무슬림 전사들과 함께 하루에 대추야자 다섯 알만으로 연명하며 어려움을 이겨내기도 했으며, 이슬람에서 말하는 낙원은 대추야자가 있고, 술이 강을 이루는 곳이라 말한다. 술은 이제 저승에서나 먹는 기호품이 될 것이다.

무슬림들에게 술이 아닌 일상을 살아가는 음료라고 하여 마시는 경우도 많은 게 바로 이 대추야자를 발효시켜 만든 술이기도 하다. 이슬람교의 예언자 무함마드도 즐겨마셨기에 무함마드도 즐겨마신 것이라 이건 술이 아니라며 마시는 경우도 많다. 덕분에 이슬람 나라에서도 숙취 해소, 해장이 나오게 되었다 하지만 사막 유목민들에게 대추야자 발효술은 가축의 젖을 발효시켜 만든 술과 같이 중요한 음료수이기도 했다. 이슬람교에서 술은 모조리 금지였다면 이런 유목민들에게 이뭐병 소리 들으며 무시당했을 것이다. 물도 찾기 어려운 사막에서 물 대신 먹는 이런 술도 금지하라는 건 그냥 죽으라는 뜻이다. 이러다보니 이란이나 사우디아라비아 같은 보수적인 이슬람 나라에서도 대추야자 술은 묵인하는 경우가 많다.

중동 지역 혹은 북아프리카의 과일이긴 하지만 신대륙의 사막에서도 재배가 가능하다. 그래서인지 실제로 대형 마트 등에서 가끔씩 구할 수 있는 대추야자는 거의 캘리포니아산인 경우가 많다.

여담으로 아라비안 나이트에서 대추야자에 대해 꽤 황당한 이야기가 실려있다. 한 상인이 먹다 버린 대추야자 씨앗(...)[7]에 어느 진의 아들이 맞아죽어서 그 진이 상인한테 복수하려는 이야기다. 대추야자 씨가 코코넛도 아닌데...화살촉으로 사용한 것도 아니고? 상인이 보통내기가 아니었나 보다 아님 진의 아들이 심각한 약골이거나 위치에너지 빨이겠지 뭐

기동전사 건담 철혈의 오펀스의 주인공 미카즈키 오거스가 간식으로 자주 먹으며 설정상 화성 기후에 맞게 개량된 종류라고 한다.

말린 과일에서 벌레가 간혹 발견되는 모양이다. 이것은 한국에 수입된 말린 열매에도 발견되는 듯하다. 말린 무화과 처럼 아예 당절임 형식이 아닌 그냥 과일 그대로를 말려 만드는 형식이라 그렇다. 신나게 먹고 있다가 마지막 문장 보고 찝찝해진다 확실히 보관성은 좋아서 별다른 조치 없이 비닐 봉지 같은 데 대충 넣어서 상온에 1년 넘게 그냥 던져놔도 상하거나 곰팡이가 피지 않는다. 열매 자체가 너무 달아서 따로 당장하지 않아도 되는 건가
  1. 25m 정도까지 완전히 자란 나무에서 거의 100 kg가량이 생산된다. 흠좀무
  2. 재미있는 것은 한국에서도 그냥 대추(...)도 열매가 많이 열린다는 이유에서 다산의 상징으로 여겨져 왔다는 것. 폐백에서 대추를 던져주고 받는 동작이 등장하는 이유도 이것이다.
  3. 부활절의 직전 주일에 해당되는 '종려주일'도 예수가 사역을 마치고 예루살렘에 귀환할 때 백성들이 종려나무 가지를 꺾어 그를 환영했다는 것을 기념하는 주일이다.
  4. 한국의 김치냉장고를 개량하여 대추야자냉장고로 판다고 한다.
  5. 때문에 터키에서는 감도 hurma라고 부른다. 또한 곶감호두말이 같은 걸 만들듯이 대추야자에 견과류를 끼워넣은 물건도 있다.
  6. 건조 대추야자 100g에 300~350kcal이다.
  7. 위 사진에 나와있는데, 대추야자 씨의 크기는 정말로 대추 씨만 한 크기 즉 손톱 길이 정도밖에 안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