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6 FIFA 월드컵 독일/화제의 팀들


1 승점 4점을 얻고도 16강에 못 간 유일한 팀 - 대한민국

대한민국은 톱시드 중에서는 그나마 해볼 만한 팀이라는 평가와 함께 죄다 노장[1]으로만 구성되어있긴 했어도 마에스트로 지네딘 지단과 당대 최고의 스트라이커 티에리 앙리가 버티고 있는 프랑스, 유럽의 고춧가루 부대 스위스, 모든 것이 베일에 싸여있던 토고와 한 조가 되었다. 하지만 개최 1년도 안남은 상황에서 사령탑이 교체된 데다가, 본선 진출의 주역이었던 이동국의 십자인대 파열로 인해 엔트리에 탈락되면서 위기론이 나오게 되었다.

1차전인 토고 전에서는 전반전에서 수비진이 토고의 스트라이커 압델 카데르 모하메드 쿠바자에게 돌파당해 선취골을 허용하면서 불안한 모습을 보여줬으나, 후반전에 이천수의 프리킥 동점골과 교체 투입된 안정환의 필드골로 역전을 하면서 사상 첫 원정 승리의 기쁨을 누리게 되었다. 특히 이천수는 골 세레브레이션으로 이동국이 하던 골 세레브레이션을 하면서 많은 사람들의 심금을 울리기도 했다.

2차전인 프랑스전에서는 전반 시작 10분도 안돼서 티에리 앙리에게 선취골을 허용했으나, 후반전에 설기현의 크로스 - 조재진의 헤딩 어시스트로 떨어트린 볼이 골문으로 돌진하던 박지성의 다리에 닿아 골망 오른쪽에 꽂혔다. 이러한 근성의 만회골을 뽑아낸 덕에 1:1 무승부를 거둬 소중한 승점 1점을 챙기게 되었다. 이 경기는 상대가 상대다 보니 사실상 지는 것을 염두에 두고 있었기에, 프랑스를 상대로 무승부를 한 것만으로도 충분히 16강이 눈 앞에 보이는 상황이었다. 톱시드도 아닌 팀인 스위스를 이기면 16강이 100% 확정되기 때문. 반면 프랑스는 체면을 완전히 구겼으며, 자국 팬으로부터 짐 싸고 돌아오라는 비난을 들었을 정도.
여담으로 파비앙 바르테즈의 이른바 개선문 붕괴 스로인이 이 경기에서 나왔다. 공을 손으로 돌리다가 슬쩍 미끄러져 패널티 라인 바깥으로 새버렸던 것. 마침 그 방향에 프랑스팀 수비수가 있었기에 망정이지, 행여 운이 나빠 공이 미끄러진 방향에 한국팀 공격수가 있었다면 꼼짝없이 역전당하고 2회 연속 조별리그 광탈이라는 진기록을 쓸 뻔 했다. 지네딘 지단의 국가대표 커리어 역시 철저한 흑역사로 마무리 지어졌을 것이고, 프랑스 국대 역사에 1994년 콜롬비아 대표팀 못지 않은 암흑기가 도래했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3차전인 스위스 전에서는 심판을 잘못 만났다. 경기 내내 스위스에 유리한 편파 판정을 하는 것도 모자라[2] 대한민국의 패스를 심판이란 작자가 끊어먹고, 스위스의 센터백 필리페 센데로스에게 선취골을 허용하면서 끌려다니다가, 후반전에는 부심이 오프사이드를 선언했음에도 알렉산더 프라이의 골을 득점으로 인정하면서 그대로 무너지고 말았다. 이 사건으로 대한민국의 네티즌들이 재경기를 요구하기 위해 FIFA의 홈페이지에 접속한 것이 폭주해 마비가 되었고,[3] 결국 FIFA가 한국 네티즌의 접속을 차단시키는 결과까지 나왔다. 또한 이 골을 오프사이드가 아니라고 했던 신문선은 그대로 SBS 해설에서 잘려버렸고(...), 축구팬들 사이에서 스위스는 이미지가 그닥 좋지 않은 팀이 되었으며, 알렉산더 프라이와 오라시오 엘리손도는 그야말로 역적 취급을 받았다.

조별 예선 전적 1승 1무 1패, 승점 4점. 승점만 놓고 보면 충분히 16강을 볼 수 있는 상황이지만 결국 조별 예선 탈락을 하고 말았으며, 이 대회에서 승점 4점을 얻고도 16강을 가지 못한 유일한 팀이 되어버리고 말았다. 외신들 역시 이 점을 상당히 아쉬워했고, 당시 대표팀의 미드필더였던 이천수는 그라운드에 꿇어앉아 펑펑 울었으며,[4] 스트라이커였던 조재진 역시 스위스 전이 끝난 후 눈물을 참지 못했다. "동국이 형만 있었어도 결과는 달랐을 것이다"라는 말을 했을 만큼 너무나도 아쉬웠던 대회였다.

그래도 토고를 이긴 건 기념비적인 일로 한국 축구도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심어준 경기라 할 수 있다. 단순히 탈락했다고 망한 월드컵으로 치부할 일이 아닌 게 원정에서는 단 한번도 못이기던 한국이 비록 토고가 잘나가는 팀은 아니지만 그래도 원정간 대회에서 이겼다는 점은 높이 평가할만하다. 1954 FIFA 월드컵 스위스에서 헝가리에게 0-9로 개박살이 나던 과거에 비하면 많이 성장했다.

2 오세아니아에서 아시아로 이사간 기념으로 16강 입성 - 호주

대회 직전 OFC에서 탈퇴, AFC로 편입이 확정되어 있던 호주가 OFC 소속으로 치룬 마지막 대회였다. 사실 1974년 월드컵 이후 오랜 기간 본선 무대를 방문하지 못한 호주는 최근 몇 번의 대회에서 연속으로 대륙간 플레이 오프에서 좌절한 상태였다. 94년 대회[5]에는 아르헨티나, 98년 대회에는 이란, 2002년 대회[6]에는 우루과이에 각각 막힌 호주는 1998년, 2002년 연속으로 4강 신화를 써낸 명장 거스 히딩크를 영입하여 오랜 숙원을 풀고자 했다. 결국 대륙간 플레이 오프에서 우루과이를 격파, 4년 전의 설욕을 하고 오래간만에 본선 무대에 귀환했다.

그리고 첫 경기 일본전…. 심판의 오심에 따른 상당히 애매하고 억울한 실점을 한 호주는 경기 내내 일본에게 주도권을 빼앗기며 이대로 본선 무대 첫 날 패배하는 줄 알았으나…. 후반 39분부터 히딩크 매직이 발동! 후반 47분까지 내리 3골(…)을[7] 넣으며 3:1 역전승을 거두었다. 혹자는 이걸 두고 히딩크 3분요리라고 하였다. 동점 골 및 역전 골이 3분 간격으로 나왔기 때문. 그리고 일본은 '호주에 1대0 승리' 라고 다음날 스포츠신문을 인쇄했다가 윤전기를 다시 돌려야 했다. 이후 브라질엔 패했지만, 동유럽의 강호 크로아티아와 비김으로서 조 2위로 16강 진출을 확정지었다. 이것 역시 호주 역사상 최초. 16강 이탈리아 전에서는 강호 이탈리아를 상대로 마테라치가 이른 시간에 거친 태클로 레드카드를 받아 퇴장당함으로써 10명을 상대로 싸우는 이점을 안았지만 끝끝내 점수를 내지 못 하다가 후반 50분 상당히 애매한 판정에 따른 페널티 킥으로 실점하여 0:1로 패했다.[8] 비록 16강에서 탈락했으나 호주 축구가 보여준 위력은 결코 만만치 않았고, 사커루(Socceroo)[9]의 존재를 전 세계에 널리 알렸다.

3 사상 최대의 코미디언 - 일본

희대의 개그팀(…)으로 이곳에 이름을 남기게 되었다. 안습(…). 첫 경기인 호주전에선 심판의 오심으로 1골을 운 좋게 넣고도 후반 39분부터 갑자기 무너지더니 내리 3골을 헌납하며 알아서 자멸했다. 특히 첫 골의 경우는 GK의 공중 볼 처리 미숙으로 알아서 골을 내준 것과 다름없었으며 이후 남은 경기 시간 내내 의욕이 사라져서 그냥 벙쪄 있는 상태가 지속되었다.


상대가 고무인간이라
첫 번째 실점은 84분이구나!
두 번째 실점은 89분이구나!
세 번째 실점은 90+2분이구나!
이렇게 삼연벙 5분새 역전을 당하는 OME스러움을 보여주며 1:3으로 역전패당해버렸다.

일본의 개그는 2차전 크로아티아와의 경기에서 빛을 발했다. 그 유명한 신칸센 대탈선슛이 바로 이 경기에서 나왔다.(…) 활짝 열린 골문 앞에서 아주 대놓고 골키퍼 방향으로 차주는 공격수인지 수비수인지 모를 이 플레이에 일본열도는 경악.(…) 신칸센 대탈선슛에 묻혔지만 이 날도 일본 GK는 수비수 백패스를 못받아 뒤로 흘려서 자책골을 기록할 뻔 했다.(…) 골문을 비켜나가서 망정이지.

1무 1패로 탈락 위기에 내몰린 일본은 16강 진출을 위해 마지막 3차전을 꼭 2골차 이상으로 이겨야 했다. 그런데 그 상대가… 브라질. 잠깐, 눈물 좀 닦고. 그래도 희망의 끈을 놓지 않은 일본은 전반 34분에 기적의 선제골을 따냈다. 그러나 약팀이 강팀에 선제골을 넣으면 우주방어해야하는 기본적인 전술을 일본은 절대 할 수 없었다. 못해도 2골차 이상의 승리가 필요했기에…. 결국 이후 몸 좀 풀기 시작한 브라질이 일본을 갖고 놀기 시작(…)하면서 일본은 1:4로 발리고 퇴갤했다. 뚱땡이로 놀림받던 호나우두가 이 경기 2골을 넣으며 부활, 호나우두 부활 1등 공신이라며 비야냥받고, 경기 후반이 되니 아예 브라질은 주전 GK를 빼 버릴 정도로 여유롭게 플레이했다.[10] 굴욕 중의 굴욕…. 이때의 일본 대표팀은 불쌍한 팀으로 남게 되었다.

그리고 8년후 데자뷰 현상이 일어나는데....

4 중동의 맹주, 본선에선 이빨빠진 호랑이 - 이란

사실 예전에도 그랬고 지금도 이란은 동,서 아시아 전체로 볼때 분명 최강 팀이다. 특히 이번 월드컵은 독일에서 열렸는데 알리 카리미(FC 바이에른 뮌헨), 메흐디 마다비키아(함부르크 SV), 비하드 하세미안(하노버 96) 등 분데스리가에서 활약하는 선수들이 많은 만큼 대한민국 보다도 16강 진출 가능성이 높은 아시아 팀이였다. 실제 조편성도 당시 톱시드 약체 멕시코, 토고와 더불어 아프리카 약체인 앙골라, 그리고 포르투갈과 같은 조에 편성 되었는데. 포르투갈 전만 잘 버틴다면 당시 원정에서 약한 멕시코를 상대로 분데스리거 선수들이 대거 포함된 이란의 우세가 예상되었다.

그러나 1차전인 멕시코 전에서 1-3으로 완패를 당했다. 아무리 이란이 아시아 최강이라 하더라도 월드컵의 관록이 있는 멕시코에게 완전히 밀린 경기였으며 2차전인 포르투갈 전 역시 0-2 완패로 일찌감치 조별리그에서 탈락의 쓴잔을 마시게 된다. 하다못해 최약체 앙골라와의 경기에서도 고전하다 간신히 비기는 등 이번 대회 D조 꼴지로 쓸쓸히 대회를 마감했다. 포르투갈과 멕시코는 그렇다 치더라도 앙골라 한테까지 밀리며 이란이 조 꼴지를 할 줄 누가 알았겠는가? 결국 아시아가 오세아니아 다음으로 호구 오브약체 대륙이란 걸 증명밖에 못했으니 씁쓸하기 그지 없다..

5 다시 옛날의 영광을 재현했지만 회장축구라는 웃지못할 별명을 가진 팀. - 스위스

1994년에 열린 미국 월드컵이후 12년 동안 본선 출전을 못했지만, 안정된 수비력을 바탕으로 플레이오프에서 터키를 제치고 이번 월드컵에서 다시 돌아왔다. 조별 예선에서는 지역예선때 보여준 안정된 수비력을 바탕으로 실점하지 않은 체 토고와 대한민국을 상대로 2대0으로 승리하여 2승 1무 조 1위로 16강에 진출했다.
그리고 16강전에서 만난 우크라이나를 상대로 무재배를 하고 승부차기로 넘어갔고, 이후 스위스는 승부차기에서 삼연뻥을 기록한 채 무실점탈락했다.
대한민국은 이 스위스 전에서 알렉산더 프라이가 넣은 두 번째 골로 인해 상당히 피해를 보게 됨과 동시에 16강 진출이 좌절되자, 이후 스위스에 관해서 안 좋은 이미지를 가지게 된다.

6 양민학살의 한계를 보인 - 우크라이나

비록 첫 출전이지만 우크라이나는 이번 유럽 지역예선에서 가장 먼저 본선진출을 확정지을 만큼, 그 기세가 매우 좋았다. 당시 물이 오른 톱 클래스 스트라이커 안드레 셰브첸코를 필두로, 분데스리가에서 어느정도 좋은모습을 보인 안드레 보로닌등 겉으로 보기엔 세브첸코에 의존할 것 처럼 보이나. 실제론 선수 개개인의 조직력이 뛰어난 마치 4년전 확실한 목표로 좋은 성과를 거둔 대한민국 처럼 우크라이나가 지역예선에서 보인 모습은 분명 단단했다.
하지만 노는 물이 달라서일까? 본선에서 스페인에게 0-4로 대패하면서 상황이 꼬이기 시작했다. 아무리 스페인이라 할지라도 당시 기세로만 본다만 우크라이나가 충분히 이변을 일으킬 수 있을 정도로 박빙이 될거란 예상을 깨버리고 스페인에게 그야말로 학살을 당했다. 다행이 2차전은 호구 사우디를 만나 분풀이 하면서 4-0 대승을 이루었고 튀니지와의 3차전은 고전 끝에 셰브첸코의 결승골로 1-0 승리를 이루며 2승 1패로 16강에 진출한다.

16강전에서 만난 스위스를 상대로 무재배를 하고 승부차기로 넘어갔고, 이후 스위스가 승부차기에서 삼연뻥을 해준 덕에 8강까지 진출하게 된다. 하지만 8강에서 이탈리아를 상대로 무기력한 모습을 보이며 0-3 완패를 당하고 물러나게 된다.

이번 대회에서 우크라이나는 사우디만 철저하게 박살냈을 뿐, 그래도 사우디보단 강한 튀니지[11]와 스위스를 상대로는 호각을 보일 만큼 고전했고 한 수 위인 이탈리아와 스페인을 상대로는 완전 밀려버리는 등 예선과 본선의 물이 다르다는 걸 몸소 느끼게 된다.

7 지상 최강의 승점자판기 - 세르비아몬테네그로

지역예선에서는 그 강호 스페인을 플레이오프로 던져넣고 본선에 직행했다. 세르비아몬테네그로는 과거 유고슬라비아 출신의 국가로 같은 유고슬라비아 출신인 크로아티아[12]와 마찬가지로 축구실력이 만만한 상대는 아니었다. 전적도 단 한번만 비기고 나머지를 다 이겼으며 지역예선 전체에서 단 1실점에 그치는 등 철벽수비의 정수를 보여줬다. 지역예선때는 분명 그랬다.

그러던 팀이 본선 와서 완전히 붕괴되고 만다. 비유럽 전체 최강자인 아르헨티나가 톱시드인 조에 유럽의 강자 네덜란드, 아프리카의 강자 코트디부아르가 걸렸다. 네덜란드 상대로는 0-1로 틀어막아 졌지만 선전을 했다 그러나... 문제는 아르헨티나전. 그 전날 스페인이 우크라이나를 4-0으로 털어버려서 인구에 회자되었는데 그 경기가 장난으로 보일만큼 세르비아몬테네그로는 심각했다. 물이 오를대로 오른 아르헨티나의 선수진 앞에 세르비아몬테네그로 선수들은 하염없이 무너져갔다. 전반전에만 이미 3골을 실점한 데다가 간판 스트라이커인 마테야 케주만마저 퇴장을 당해버렸다. 결국 당시 후보선수였던 리오넬 메시가 이 경기에서 월드컵 본선 데뷔골을 기록하게 되어 0-6으로 완패를 당했다. 코트디부아르전에서는 비록 조별리그 탈락은 확정되었지만 1승이라도 챙겨가려고 최선을 다했다. 그래서 2골을 먼저 넣었으나 되려 역전당해서 2-3으로 패하고 3전 전패 골득실 +2-10을 기록해서 32위로 월드컵을 마감했다.

하지만 이 팀이 무서운 이유는 그 다음 월드컵에서 이 대회 3위를 달성한 독일을 격파했기 때문이다. 그런 팀이 지나치게 죽음의 조가 걸려 희생양이 되고 말았다. 이런 팀조차 '잉글랜드-스웨덴-파라과이-트리니다드 토바고'의 조에 잉글랜드나 스웨덴 대신 들어갔더라면 3승도 가능했다.

세르비아몬테네그로의 어이없는 광탈로 인해 2010 FIFA 월드컵 남아공에서부터는 더욱 확고하게 대륙별로 조편성을 하게되었다. 그래서 그 이후 월드컵부터는 일본-호주같은 약체끼리 묶이는 조편성이 이루어지지 않게 되었다.

한편 세르비아몬테네그로는 월드컵이 끝난 후 세르비아몬테네그로로 분리되었다. 사실 국가 자체는 월드컵 개막 사흘 전에 분리되었다. 여유가 없다보니 팀 만큼은 월드컵 기간만이라도 계속 유지됐던 것.[13]

8 본격적 부활의 서막 - 독일

전기 대회 준우승을 일궈냈지만 근본적인 문제는 여전하다는 평도 있었고 그 평가대로 유로 2004에서 망한 후 독일은 여러방면으로 체질개선에 많은 노력을 기울였고 이 대회에서 그동안의 노력의 성과를 보여주기 시작했다.조별리그에서부터 이미 코스타리카, 폴란드, 에콰도르를 연파하고 3승으로 16강에 진출했다. 16강에서 역시 북구의 강호인 스웨덴을 일신한 스쿼드와 홈버프로 제치고 8강에 올라갔다.

8강에서 아르헨티나를 만난 독일은 이 경기에서 선제골을 내주며 상당히 고전하였지만 클로제의 동점골로 승부차기까지 간 끝에 아르헨티나를 제치고 4강에 진출했다. 그러나 여기서 기력을 많이 소진했고 특히 경기가 다 끝난 직후에 독일의 수비수 토어스텐 프링스가 쓸데없이 아르헨티나의 공격수 훌리오 크루스를 때리는 바람에 출전정지를 먹은 것이 원인이 되어 4강 이탈리아전에서는 제대로 된 능력을 발휘할 수 없는 지경까지 갔다.결국 4강에서 만난 이탈리아를 상대로는 연장혈투까지 갔다가 2골을 연달아 얻어맞고 패했다. 그리고 3/4위전에서 포르투갈을 상대로 이겨서 3위로 마무리했다.32년만에 홈에서 열린 대회에서 그때처럼 우승을 이루지는 못했지만 10여년간 이어지던 암흑기를 제대로 떨쳐낸 대회로 이는 이후 대회에서도 이어져 2014년에는 월드컵 사상 최초 4연속 4강진출+통일 후 첫 우승을 일궈냈다.

9 너무 일찍 타오른 무적함대. - 스페인

사실 독일월드컵 시작직전 스페인에 거는 기대치는 높지 않았다. 일단 아무리 유럽예선이 어렵다 하더라도, 플레이오프에 밀려나 간신히 본선에 진출하였으며, 2010년대 세계축구를 휘어잡은 이니에스타 는 이 당시까지만 해도 신성이였으며 주전인 사비 에르난데스도 이 시기에는 끝판왕 미드필더라 불리기엔 부족했다.

하지만 스페인은 본선에서 우승후보급 퍼포먼스를 펼치기 시작했는데, 동유럽 강호 우크라이나를 두들겨 패벼 4-0으로 압살시킨 것, 이어진 튀니지 전도 3-1 역전승을 거두더니 2진으로 내보낸 사우디와의 3차전도 여유롭게 승리를 거두며 3전전승으로 16강에 진출했다.

16강 상대는 노인학대를 일삼고 있는 늙은 수탉 프랑스였다. 경기전만 해도 스페인의 압승을 예상했으나. 당시 신예인 프랑크 리베리의 각성과 비에이라, 마켈렐레의 중원듀오의 안정화에 따른 지네딘 지단의 물오른 기량으로 인해 1-3으로 역전패 당하며 허무하게 탈락하고 만다.
하지만 16강에서 허무하게 탈락했어도 스페인보다 아등바등 해서 더 올라간 잉글랜드보다 훨씬 더 좋은 평가를 받았고, 이번 대회에서 액땜이였는지 유로2008과 2010 FIFA 월드컵 남아공을 연달아 재패하면서 2010년대 스페인 축구의 시대의 천하가 된다.

10 뉘른베르크의 전투 -네덜란드

2002년 월드컵 탈락의 아픔을 딛고 심기일전하여 유럽예선에서 당시 최고의 전성기를 달리는 체코를 밀어내고 조1위로 본선에 합류한 네덜란드는 비록 4년전에는 불참했지만 이어진 유로2004에서 준수한 경기력으로 여전히 기대치가 높은 팀이였다. 이 때 반 바스텐 감독의 강도높은 개혁 아래 로이 마카이, 반 데 메이데, 에드가 다비즈 등 노장들을 과감히 내치고 반 더 바르트, 아르연 로번, 웨슬리 스네이더, 로빈 판 페르시, 라이언 바벨, 디르크 카윗 등 젋은 피를 대거 수혈하며 아르연 로벤이 젋은 피...? 이번 월드컵에서의 복귀를 기대하고 있었다.[14]
비록 아르헨티나, 코트디부아르, 세르비아 몬테네그로와 같은 죽음의 조에 편성되었으나 세르비아 몬테네그로와의 1차전은 로벤의 원맨쇼로 승리를 거두었고 코트디부아르와의 2차전 역시 반 페르시와 판 니스텔루이의 골로 2-1로 꺽으며 16강 진출을 확정지었다. 하지만 아르헨티나전 무승부를 거두면서 아르헨티나가 세르비아 몬테네그로를 학살시키는 바람에 조2위가 되었다.

그리고 이어진 포르투갈과 16강전은 뉘른베르크의 전투에서 모든 걸 설명해 준다. 퇴장만 4명 나왔으니... 더 이상의 자세한 설명은 생략한다.
예상보다 허무하게 대회를 마감했지만 네덜란드는 2년 뒤인 유로 2008에서도 프랑스와 이탈리아를 썰어버리는 퍼포먼스를 보였고 그리고 러시아에게 허무하게 탈락했지. 2010년 FIFA 월드컵 남아공에선 32년만에 결승에 오르면서 사상 첫 월드컵 트로피를 들어올릴 기회를 잡았으나 결국 스페인에 패해 준우승에 머문다.
그리고 2006년 신성으로 떠올랐던 선수들은 이제 다 노장이 되었는데 문제는 2014 FIFA 월드컵 브라질에 나왔던 신예들이 성장에 한계를 보이면서 순식간에 암흑기에 접어들게 된다. 유로2016에는 체코, 터키, 아이슬란드에 학살당했고 2018 FIFA 월드컵 러시아도 아무리 강하다지만 프랑스에 힘 한번 못써보고 홈에서 패하면서 앞길이 꽤 험난해졌다.

11 골 많이 넣는팀이 우승하는 게 아니다. 패하지 않는 팀이 우승하는 거다. - 이탈리아

이번 월드컵 만큼은 상대한 팀으로 하여금 통곡의 벽이 무엇인지 확실하게 보여준 사상최강 수비팀. 조별예선에서 3골을 먹고 16강에서 설기현안정환에게 골폭풍을 얻어맞아 짐을 쌌던 4년 전과는 확실히 달랐다. 그 때는 네스타칸나바로가 부상 및 경고누적 때문에 없었고, 대신 빈자리에 들어온 녀석이 하필 파누치...

이탈리아는 조별리그에서 가나와 체코를 각각 2-0으로 이겼다. 그러나 정작 제일 약한 미국을 상대로는 1-1로 비겼다.[15] 근데 실점이 자책골이었던지라... 매 경기마다 2골씩 넣어주는 이탈리아의 위엄. 비록 독일이나 아르헨티나만큼 강력한 포스는 없을 지언정 매 경기마다 안정적으로 운영해서 패하지만 않으면 된다라는 진리를 충실히 이행해 나갔다. 그렇게 이탈리아는 2승 1무로 16강에 올랐다.

아니나 다를까, 16강에서 약체 호주를[16] 만나고도 프란체스코 토티가 연장전으로 넘어가기 일보직전에서야 골을 넣어 겨우 체면치례를 했다. 다만 8강 우크라이나를 상대로는 돌변해서 골폭풍을 퍼부어댔다.

4강에서 독일을 만났는데 이탈리아가 상대했던 모든 독일 중 가장 어려운 독일이었다. 그럼에도 굴하지 않고 결국 연장혈투까지 가게 되었다. 엄청난 홈 텃세와 루카스 포돌스키, 필립 람, 바스티안 슈바인슈타이거등 새로 일신한 독일 엔트리멤버의 가공할 위력에 되려 이탈리아가 더 힘들었다. 하지만 이건 정규경기까지 그랬고 4강까지 폭풍처럼 올라온 독일과는 달리 이탈리아는 체력을 안배해가면서 약체를 상대로도 대충 졸전하고 올라왔기 때문에 진정한 싸움인 연장전에서는 2골을 연속으로 넣고 독일을 밟아죽였다. 사실 독일은 조별리그는 쉬웠으나 본선 토너먼트가 완전히 가시밭길이었는데 16강에서는 북구의 강호 스웨덴, 8강에서는 세계최강의 아르헨티나를 만나 엄청나게 고생하고 올라온 탓이 컸다. 반면 이탈리아는 16강에서 승점을 공짜로 주는 호주, 8강에서는 처녀출전국 우크라이나가 상대였다. 그렇게 이탈리아는 독일을 누르고 결승에 올랐다.

결승에서는 지네딘 지단 원맨팀인 프랑스가 기다리고 있었다. 이탈리아는 프랑스가 지단 빼면 아무것도 아닌 팀인 것을 알고 있었다. 그래서 마르코 마테라치 역시 마이클 오웬이나 크리스티아누 호날두가 썼던 그 트랩을 지네딘 지단에게 시전했다. 마테라치의 도발로 인해 심기가 불편해진 지단은 결국 마테라치에게 헤딩을 시전했고 마테라치는 "5,6,7,8... 아싸 좋구나~"를 외치며 그라운드에 나뒹굴었다. 결국 지단은 빨간딱지 얻어먹고 그라운드에서 쫓겨났다.

승부차기는 이탈리아의 선축으로 시작했지만 이 승부차기에 참여한 9명의 키커들 중 다비드 트레제게 혼자만 실축했고 결국 챔피언 벨트는 이탈리아의 허리에 채워졌다. 한편, 이 경기 역시 선수와 심판이 복선이었는데 다비드 트레제게는 본디 아르헨티나 사람이었는데 프랑스 국적을 취득해서 프랑스 국대에 합류한 선수였고 심판인 오라시오 엘리손도 역시 아르헨티나 사람이었다.

이 월드컵에서 이탈리아는 최강의 축구란 패하지 않는 축구라는 사실을 일깨워주며 코스타리카에게 4골을 시전한 독일, 일본에게 4골을 시전한 브라질, 사우디아라비아에게 4골을 시전한 우크라이나, 우크라이나에게 4골을 시전한 스페인, 세르비아몬테네그로에게 6골을 시전한 아르헨티나를 비웃으며 우승을 차지했다. 실제로 이탈리아는 독일보다 적은 득점을 기록했지만 그 반면 실점 역시 미국전의 자책골과 지네딘 지단의 패널티킥에 의한 실점이라 전체 실점 2개 중에 필드골이 아예 없었다.

12 지단이 있어서 행복했다 - 프랑스

대회 직전까지만 해도 프랑스가 자국 대표팀에게 거는 기대치는 상당히 낮았다. 막장이 된 국대를 구하고자 98 월드컵의 영웅 지네딘 지단이 돌아오며 팀이 안정되었으나 상대적으로 노쇠한 걸 어쩔 수는 없었다. 심지어 조 편성 직후 한국은 톱 시드 중에서 그나마 만만한 놈 걸렸고 해볼 만하다는 반응까지 있었다. 단순 희망 사항이긴 하지만 이런 만화도 있었고…. 그리고 실제로도 스위스에 비기고, 다 이긴 한국과의 경기마저 놓쳐 국내 여론으로부터 짐 싸고 돌아오라는 냉대를 받았다.[17] 승점 자판기 토고를 잡아서 16강에 진출하긴 했지만 기대치는 여전히 낮았다.

그러나 이게 웬걸? 16강부터 팀이 확 바뀌었다! 조별 리그서 3전 전승 8득점 1실점이라는 가공할 실력으로 올라온 스페인을 3:1로 두들겨 패며 환골탈태한 프랑스는 8강에서도 과거에 축구만 하는 별에서 온 외계인 집단이었으나 현재는 아닌 팀을 격파하며 아트 사커의 부활을 만천하에 선언했다. 프랑스: 우리가 조별 경기에서 죽을 쒔던 건 16강에 가서 난동을 부리기 위함이었다 게다가 4강에서는 데이비드 베컴의 잉글랜드를 좌절시키고 올라온 데다가 지난대회 + 크리스티아누 호날두라는 가공할 엔트리멤버로 중무장한 포르투갈까지 으깨며 결승에 진출해버렸다. 비록 우승 문턱에서 이탈리아의 벽에 가로막혔으나 그 실력은 가히 전성기의 아트 사커에 버금간다 할 수 있었다. 특히 이 대회에서 프랑스의 수비 조직력은 매우 탄탄해서 전체 실점 3개 중 필드 골은 2개뿐이었다. 그중 하나가 한국이다. 나머지 1개는 PK. 근데 4년 뒤엔 왜 막장이 된 거지? 대체 왜일까

13 운이 바닥난 디팬딩 챔프 - 브라질

조별리그 조추첨에서 크로아티아만 좀 쎄고 나머지는 일본과 호주라는, 인구에 회자될 꿀대진표가 나와버렸다. 물론 실제로는 호주도 조금 쎘다. 브라질로서는 승점자판기가 두개나 붙어버린 셈이다. 그러나 디팬딩 챔피언이었음에도 불구하고 기대치는 매우 낮았는데 엔트리멤버상으로는 지난 대회보다 더 강해지긴 했으나 4강 정도가 진정한 목표였다. 크로아티아를 상대로만 1-0으로 어려운 시합을 했을 뿐 호주를 2-0, 일본을 4-1로 시원하게 털어버리고 16강에 진출했다. 이렇게 보면 디팬딩 챔피언 같긴 했다.

16강에서는 별로 강하지 않은 가나를 만나 시작하자마자 호나우두의 골로 일단 앞서고 시종일관 가나를 농락한 끝에 3-0 대승을 거두었다. 그리고 8강에서 지네딘 지단의 프랑스를 만났다. 지단 의존팀인 프랑스와는 달리 브라질은 선수들이 골고루 잘하는 선수들이라 승리를 확신했다...만.

브라질의 운은 여기까지였다. 월드컵 본선에서의 연승 가도는 티에리 앙리의 회심의 일격으로 11연승만에 장대한 막을 내렸다.실제로 브라질은 2004 코파, 2005 컨페더를 제패했지만 운이 미치도록 좋아서 이렇게 잘나갔던 거지 아르헨티나와 대진표를 바꿨으면 절대로 조별리그를 통과하지 못했다. 실제로도 브라질은 이 월드컵에서 아르헨티나와 비긴 네덜란드 상대로 2010년2014년에 걸쳐 두 번 연속으로 쳐발리고 만다. 그리고 이 쩔어주는 행운을 모조리 제거한 브라질이 어떻게 되는지를 2014년 월드컵에서 보여줬다. 더욱 운이 안좋았던 사실은, 지난 월드컵에서부터 이번 월드컵 전까지 세계 축구의 본좌로 군림했던 호나우지뉴가 05/06 시즌 말부터 묘하게 부진했었고[18], 이번 월드컵 역시 부진했고, 이후, 다시는 전성기의 기량을 찾이 못했다는 것이다. 더 큰 문제는, 아드리아누, 카카, 호비뉴 등등 향후 브라질을 책임져야 할 재능들이 다음 대회때부터 두각을 나타내지 못하게 됨에 따라, 위에서 언급한 브라질의 비극의 시작점이 된 시점이 이 시점이다.
왠지 브라질을 폄하하는것 같다고 생각하는건 나만 그런가?

14 네드베드의 눈물 - 체코

슬로바키아와 분리 된 후 처음으로 본선에 진출한 체코는 E조의 이탈리아 - 미국 - 가나 등 한가닥 하는 팀들과 같은 조에 편성되 C조 다음으로 죽음의 조에 편성되었으나. 나이를 무색하게 만드는 네드베드의 활약과, 그를 보좌하는 갈라시크, 로시츠키, 백전노장 스트라이커 얀 콜레르, 대형 신인 골피커 페트르 체흐, 노련한 수비수 즈데넥 그리게라, 토마쉬 위팔루시 등 공수 모두 안정된 스쿼드로 당시 최전성기를 달리고 있었으며 충분히 E조에서 살아날거라 아무도 의심하지 않았다.

그리고 본선 1차전 지난대회에서 선전한 미국을 상대로 융단폭격을 날리며 3-0 대승을 이루었고 이 때의 기세만으로 체코는 이탈리아까지 따돌리고 조1위를 할 것이라는 예상이 많았으나, 이 경기에서 콜레르가 부상으로 대회 마감을 한 것이 크나큰 타격이였다. 아니나 다를까 2차전인 가나전에서 0-2로 일격을 당하면서 조1위는 고사하고 탈락위기까지 몰리게 된다. 대형 거인 공격수들인 얀 콜레르의 부상과 로크베츠의 경고누적으로 체코는 이탈리아를 상대로 타깃형 스트라이커 없이 경기를 치룰 수 밖에 없었고, 체코가 이를 뚫기 위해선 중원에서 번뜩이는 창의성으로 빈 공간을 찾아내야 하는데, 그 빗장수비로 유명한 이탈리아가 그걸 허락할 리는 절대 없고, 아니면 중거리 슛으로라고 포문을 열어야 하는데 하필이면 골키퍼가 부폰이니 그 부폰이 중거리 슛을 허용할 리가.....

실제 경기를 보면 체코가 압도한 것 처럼 보이나 실속이 전혀 없었고 반면 이탈리아는 "그래 어디 뚫을 때면 뚫어봐라 우리 방패는 브라질, 아르헨이 와도 못 뚫어" 라고 비웃기라도 하듯 느긋하게 수비하면서 도리어 체코진영의 빈 공간을 들 쑤시는 판이였다. 결국 이탈리아의 방패는 뚫리지 않았고 이탈리아의 카운터 두 방에 0-2로 패배하면서 1승 2패로 체코의 월드컵의 도전은 32강에서 쓸쓸히 멈춰야 했다.

15 눈물의 월드컵 - 토고

대회를 얼마 앞두고 감독도 바뀌고, 선수들이 수당 문제 및 축구 협회와의 갈등으로 훈련 참가를 거부, 사실상 파업(…)하는 등 이거 국가 대표팀 맞나 싶을 정도의 개판 5분 전 상황이 지속되었다. 결국 조별 리그에서도 한국을 상대로 1골을 먼저 선취하고도 순식간에 역전당해 패하며 한국의 원정 월드컵 첫 승 제물이 되더니, 스위스와 프랑스에게도 각각 2:0으로 패하여 3전 전패라는 기록을 남기고 쓸쓸히 귀국했다.[19]

조별 리그 마지막 날, 수많은 한국인들이 진심으로 토고를 열렬히 응원했다. 토고가 프랑스를 잡거나 비기면 한국이 스위스에 패하더라도 16강 진출이 가능했기 때문. 물론 현실은 그런 거 없다.

경기력과는 상관없는 여담일 수 있지만 토고는 돈이 없어서 유니폼도 제일 싸구려 유니폼으로 만들어 입어야 했을 정도로 열악했다. 다른 팀 유니폼과는 달리 땀 흡수도 제대로 안되는 옷이었다.

16 다시금 비상을 노린다. - 아르헨티나

지난 대회를 이런저런 이유로 제대로 지원도 못받고 그 덕분에 아쉬운 결과를 얻은 만큼 아르헨티나는 이 대회에 대한 기대가 높았다. 그런데 조 추첨 결과가 나온 직후 사실 아르헨티나는 절망감에 빠졌었다. 지난 대회에서도 잉글랜드, 스웨덴, 나이지리아 등이 걸려 죽음의 조가 됐는데 잉글랜드 따위 한 방에 밟아죽이는 네덜란드, 스웨덴 이상의 세르비아 몬테네그로, 나이지리아보다 절대 약하지 않은 코트디부아르가 결려 버려서 한술 더 뜬 죽음의 조가 되었다.

하지만 막상 뚜껑을 열어보니 조별 리그가 굉장히 쉽게 풀렸다. 첫 경기 코트디부아르를 상대로 2:1로 승리를 거두었는데 당시 양팀의 주포인 에르난 크레스포디디에 드록바는 첼시에서 같은 포지션을 놓고 주전 경합을 벌이는 사이였다. 이 대결에서 크레스포는 드록바를 상대로 신승을 거두었다. 사실 아르헨티나를 화제의 팀이라 할 수 있는 가장 큰 이유는 두 번째 세르비아 몬테네그로전 때문이다. 세르비아 몬테네그로는 지역 예선에서 스페인을 플레이 오프로 밀어 내고 본선에 직행한 복병 중에서도 강팀에 속하는 팀이었다. 막말로 세르비아 몬테네그로가 아르헨티나를 이긴다 해도 놀랄 사람이 없었을 만큼 실력이 좋았다. 그러나... 그 막강한 세르비아 몬테네그로를 아르헨티나는 아예 갖고 놀았다. 시작한 지 6분 만에 터진 막시 로드리게스의 골부터 시작해서 특히 소린-사비올라-리켈메-사비올라-막시 로드리게스-리켈메-소린-캄비아소-크레스포-캄비아소로 이어지는, 오직 패스만으로 만든 두 번째 골은 축구의 진수를 보여줬으며 실제로도 이 대회 최고의 골 1위를 차지했다. 더군다나 6골 중 4골이 이 대회 최고의 골 1~10위를 장식할 정도로 경기력이 훌륭했다. 그 이후에도 막시 로드리게스-크레스포-테베스-메시로 이어지는 골 폭풍 끝에 세르비아 몬테네그로를 6-0으로 떡실신시키고 일찌감치 16강행을 확정지었다. 특히 18살의 나이로 첫 출전한 리오넬 메시는 경기에 투입되자마자 크레스포의 슛을 어시스트해주었고 15분 후 직접 골을 터뜨리기까지 했다.

네덜란드와 같이 일찌감치 16강행을 확정지은 아르헨티나는 네덜란드와의 마지막 예선을 마치고 16강에 오른 뒤 멕시코를 상대로 선제골을 먹었으나 역전 골로 승리하고 8강에 진출했다. 그러나 8강에서 독일과 치열한 접전 끝에[20] 승부차기까지 가서 캄비아소가 실축하는 바람에 독일에 밀려 준결승 진출이 좌절되었다.조별리그도 못뚫었던 지난대회보단 나았지만 아쉬움이 남을수밖에 없는 결과였다.그리고 이후 대회에서도 독일에게....

17 농담으로라도 우승후보가 절대로 아닌 종주국 - 잉글랜드

데이비드 베컴, 마이클 오웬 등 지난 대회의 영웅들이 아직 건재한 잉글랜드는 겉으로는 우승후보 같았지만 뚜껑을 따 보면 절대 우승후보가 아니었다. 사실 꿀대진으로 겨우 8강까지 간 거지 네덜란드나 독일을 일찍 만났더라면 아예 밟혀죽였을 정도의 천하의 개쩌리가 잉글랜드다. 실제로도 그 다음 월드컵에서 잉글랜드는 독일에게 4골이나 얻어맞고 떨어졌으며[21] 다음 다음 월드컵에서는 아예 이탈리아와 우루과이에게 돌림빵당하고 일찌감치 나가떨어졌다. 잉글랜드빠가 아닌 이상 잉글랜드 축구 국가대표팀이 개쩌리임은 누구나 다 인정하는 진리일 뿐이다. 지난대회에서 만난 스웨덴 말고는 남미의 약체 파라과이, 북중미의 듣보잡 당시 피파랭킹 91등으로 역대 본선 진출팀 최하위급 피파랭킹[22]인 트리니다드 토바고같은 승점자판기들과 같은 조편성이 되는 엄청난 행운을 얻었다..트리니다드 토바고한테 대승을 거두었고 스웨덴전에서 명승부를 펼쳤지만 비겼다. 한마디로 나머지 3팀은 1승을 거저먹는 거였는데 스웨덴 혼자만 의외의 무승부를 거두고 나머지 두 팀인 잉글랜드와 파라과이는 트리니다드 토바고를 이겼다. 게다가 트리니다드 토바고는 골을 한개도 못 넣었다. 무승부도 무승부 나름이지만 프랑스 상대로 1-1로 비긴 한국은 어느 정도 실력을 갖춘 명팀이라고 말할 수 있는 반면 트리니다드 토바고는 비겨도 이따위로 비긴건 개쩌리 허접한 팀인 것이다.

하지만 포르투갈전에서는 10명이서 싸웠는대도 포르투갈과 박빙의 승부를 벌였다.다만 메이저대회 징크스를 격파하지 못했을 뿐이라고 하기엔 잉글랜드의 구차한 변명이고 우승할 정도의 실력이 없는 게 맞다. 이후 성적을 보면 2010년 월드컵에서는 미국과 비기는 졸전에다가 알제리와의 경기에서도 무득점에 그치며 조2위로 간신히 16강에 올라갔을 뿐이다. 그리고 2014년 월드컵에서 이탈리아와 우루과이가 있는 죽음의 조임을 감안해도 1무 2패라는 결과에 대해서는 변명하기 힘들다.

게다가 16강 상대가 잉글랜드는 쉽디쉬운 에콰도르인 반면 포르투갈의 16강 상대는 여타의 톱시드 이상으로 강력한 네덜란드다. 지친 포르투갈 상대로 쌩쌩한 잉글랜드가 팽팽하게 겨룬거다. 한국이 2002 FIFA 월드컵 한국/일본에서 결승못간 이유는 너무나 뻔한데 포르투갈-이탈리아-스페인 등 우승후보 3팀을 연달아 만나서 지쳐서 독일에게 졌기 때문이다. 2006월드컵의 포르투갈은 이 3팀 못지않은 강호 네덜란드를 너무 일찍 만나서 지칠대로 지친 상태였다. 승부차기로 이겨 올라간 팀이 그 다음 라운드에서 고전하는 현상이 괜히 발생하는 것이 아니다. 실제로도 포르투갈은 잉글랜드 깨고 올라가서 프랑스에게 덜미를 잡혔다. 지쳐서!

조바꿔서 세르비아몬테네그로 대신 잉글랜드가 거기 끼거나 폴란드 대신 잉글랜드가 거기 끼었으면 세르비아몬테네그로나 폴란드보다 훨씬 심한 꼴을 당했을 것이다. 특히 스웨덴에게 쩔쩔 매며 무승부를 거둔 잉글랜드와 다르게 독일은 16강에서 스웨덴을 그야말로 끔살시켜버렸으며 조별예선에서 독일에 난도질 당한 에콰도르를 잉글랜드는 베컴의 프리킥으로 겨우 1-0으로 이기고 8강에 갔으니, 물론 폴란드 역시 에콰도르에게 완패를 당했지만. 잉글랜드 또한 베컴이 없으면 에콰도르한테도 이기지 못하는 약팀이란걸 증명한 셈이다.


파라과이전부터 그 실력없는 파라과이 나부랭이 따위와 박빙을 찍었다. 데이비드 베컴이 "에라잇, 될대로 돼라!"라고 아무렇게나 찬 공이 파라과이의 카를로스 가마라의 몸을 맞고 운좋게 골인된 것으로 인해 겨우 승리를 챙기고 승점자판기인 트리니다드 토바고를 상대로도 이겨서 겨우 2승을 챙길 수 있었다. 이 슈팅의 굴절 방향만 달랐어도 잉글랜드는 파라과이와 비겼다.

여튼 이렇게 운좋게 꿀대진을 만나 거기서도 운 좋게 골을 넣어 16강에 갔는데 16강에서도 역시 남미의 약체 에콰도르를 만났다. [23] 에콰도르는 홈에서만 강한 팀인지라 별로 어렵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잉글랜드는 여기서도 고전했고 결국 베컴의 골로 겨우 8강에 진출했다. 하지만 막상 8강에서 포르투갈과 대결 양팀다 박빙의 승부를 벌였다.잉글랜드도 위협적인 공격을 많이 보여주었다. 하지만 웨인 루니크리스티아누 호날두의 다이빙 트랩에 걸렸고 4년전에 마이클 오웬이 마우리시오 포체티노에게 저지린 것과 똑같은 상황을 연출하여 퇴장당하기에 이르렀다. 그런데 심판의 국적이... 결국 엄청난 악전고투끝에 승부차기까지 가긴 했으나 잉글랜드는 늘 그렇듯 승부차기는 약체인지라...결국 안타깝게 패배

여담이지만 포르투갈이 잉글랜드를 쓰러뜨린 그 경기장도 아르헨티나가 세르비아몬테네그로를 학살한 그 경기장인 겔젠키르헨 스타디움이었다. 심판과 경기장이 복선이었다.이 대회는 잉글랜드가 우승후보가 아니라는걸 사람들에게 각인시켜준 월드컵이기도 하다.
  1. 선수단 평균 연령이 32세가 넘는다.
  2. 스위스의 핸드볼 파울을 수차례 넘어갔다.
  3. 사실 이 재경기 요구 서명은 해충갤의 낚시였다.
  4. 당시 포털사이트 다음의 월드컵 헤드라인 뉴스 제목이 '천수야 울지마라' 였고, 그라운드에 주저앉은 이천수의 사진이 걸려 있었을 정도니 말 다했다.
  5. 참고로 당시에는 남미팀과 대결하기 전에 먼저 북중미 팀과 겨뤄야 했는데, 호주는 캐나다를 동점 끝에 승부차기로 최종 라운드에 진출하였다.
  6. 이 대회 예선에서 통가를 22:0, 아메리칸사모아를 무려 31:0 승리라는 기록을 갱신하였다. 안습.
  7. 이때 히딩크가 벌인 작전은 2002년 16강 경기인 한국-이탈리아전과 유사했다. 바로 수비수 3명을 빼고 공격수 3명을 투입한 것. 그리고 이 도박은 또다시 대성공했다.
  8. 히딩크는 월드컵에서 두 번 연속으로 16강에서 이탈리아를 만났는데, 이탈리아 입장에서는 후반 막판에 주심이 도와주지 않았더라면 사실상 호주한테 이변의 희생양이 될 가능성이 높았다.
  9. 사커와 캥거루의 합성어. 호주 대표팀을 뜻하는 말이다.
  10. 이때 벤치에 있던 호베르투 카를로스가 거의 집에서 TV를 보는 것 마냥 잔디밭에 편히 누워 있는 장면은, 당시 브라질 팀이 어떻게 일본 팀을 대했는지 나타내주는 상징적인 장면으로 남게 되었다(말년병장 항목의 사진이 바로 그것).
  11. 2004년 아프리카 네이션스컵 우승팀이다.
  12. 1998년에 독일, 2002년에 이탈리아를 이길 정도로 굵직굵직한 전적이 있다.
  13. 유사한 사례로 유로 1992의 독립국가연합(구 소련)과 1994 월드컵 예선 당시의 체코슬로바키아가 있다.
  14. 물론 필립 코쿠나 루드 반 니스텔루이 같은 백전노장들도 중용하였다.
  15. 다만 미국전에서 2002 월드컵때 선보인 이탈리아 선수들의 팔꿈치 반칙이 나왔는데, 바로 퇴장당했다.
  16. 어디까지나 상대적인 시선에서 약체일 뿐, 실제로는 복병 수준의 준 강팀중 하나. 히딩크 감독의 지도 하에 가다듬어져 오세아니아 축구 역사상 최고의 실력과 성과를 보여주었다.
  17. 재수 없었으면 아예 역전패하고 광탈할 뻔 했었다. 후반전 이른바 '개선문 붕괴 스로인' 으로 회자되는 바르테즈 골키퍼의 공 패대기 치기. 공을 손으로 굴리려다 어이쿠 손이 미끄러졌네를 시전하면서 슬쩍 옆으로 던져버리고 말았는데 다행히 그 방향에 프랑스 선수가 가까이 있었던 덕분에 가까스로 실점을 면했다.
  18. 05-06 UCL 4강전에서 보인 AC밀란과의 경기가 거의 마지막 본좌급 활약이였다.
  19. 다만 스위스전의 경우에는 노골적인 오심판정으로 인해 경기 흐름이 스위스에게 넘어간 탓에 선수들이 멘탈이 무너졌고, 결국에는 오심때문에 큰 피해를 당하며 2-0으로 패했다.
  20. 사실 뒷말이 굉장히 많은 경기였다.
  21. 다만 이건 변명의 여지가 있다. 전반 20분과 32분, 클로제와 포돌스키에게 실점한 것은 명백한 수비의 문제였다. 그러나 37분 업슨이 만회골을 넣었고 이후 바로 공격해 39분 램파드가 득점을 했으나 오심으로 인해 무효 처리가 되었다. 골대를 맞고 명백하게 골문 안쪽을 맞고 나왔으나 이를 보지 못하고 득점이 인정되지 않았다. 결과론이지만 이 골이 들어갔으면 2대2 동점인데다 연속골을 넣은 잉글랜드의 분위기가 좋아 결과가 바꿨을 수도 있다. 이후 후반전에서 역습 2방으로 1대4로 패배.
  22. 당시에는 중국이 피파랭킹 84등으로 트리니다드 토바고따위보다도 훨씬 높았다.
  23. 원래 국제대회에서 약팀이 반전을 일으킬수도 있는것이다. 하지만 에콰도르는 늘 그렇듯 지역예선에서는 어웨이 전적이 처참하지만 홈만 잘해서 올라오는 팀일 뿐이다. 그런데 경기장은 키토가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