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롱면허

1 개요

단어 그대로의 의미는 안방 장롱 속에 면허증이 들어 있는 것. 조금 더 확대하면 해당 분야의 면허를 취득하였으나 해당 면허에 해당되는 일을 하지 않아 면허를 받은 의미를 잃어버리고 있는 것을 뜻한다. 보통 운전면허에 대해 이 용어가 쓰이지만 다른 면허/자격 분야에서도 가끔 쓰인다. 일본에서는 페이퍼 드라이버(ペーパードライバー), 줄여서 페드라(ペードラ)라는 말로 부른다. 말 그대로 서류상으로만 운전사라는 것.

2 발생 원인

2.1 운전면허 이외의 자격의 경우

운전면허와 다른 자격(면허)의 경우 장롱면허가 되는 과정에는 차이가 있다. 운전면허를 제외한 분야에서는 크게 두 가지로 볼 수 있다. 하나는 자격 취득이 상대적으로 쉬운 경우 취업이나 스펙을 높이기 위한 목적(즉 이력서에 한 줄을 더 적기 위한 목적)인데, 정작 이런 것은 어디까지나 스펙 쌓기 이상은 될 수 없어 자격 취득만 하면 바로 잊어버리는 경우가 많다. 기능사산업기사 자격증은 이런 목적으로 취득하는 경우가 꽤 많다.[1] 기능사 자격의 경우 전문계 고등학교에서 가산점을 받기 위해 자격증을 따 놓고 사회에 진출해서는 통 안 써먹어서 장롱 자격화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일단 전문계고등학교도 50~60% 정도는 대학교를 진학하나 자신의 고등학교 전공에 맞춰서 진학하는 경우가 별로 없다. 공인중개사 역시 노후보장이나 실업대비, 부업 목적으로 취득하는 사람이 꽤 있지만, 공인중개사의 폭발적인 증가와 부동산 시장 상황 악화가 겹쳐 그렇지 않아도 폐업하는 공인중개사 사무소가 넘쳐나게 되어 장롱면허로 전락하는 경우가 늘게 되었다.

반대로 의사약사, 변호사, 변리사처럼 난이도가 매우 높음에도 장롱면허가 되는 사례도 드물게 존재한다. 이들은 자격 취득자 대부분이 개업이나 해당 기업/법인에 소속이 되어 활동을 하지만 드물게 전혀 다른 일을 하기도 한다. 그래도 가장 많은 것은 자신의 전공을 살려 그 지식이 필요한 다른 업계에 취업/창업을 하는 것이다. 예를 들어 언론사들의 의학 전문 기자같은 전문 기자들은 해당 자격 소지자들이 뽑힌다. 공무원으로 임용되는 경우도 있는데, 보건교사의 경우 간호사 자격이 필요하다.그래도 이쪽은 일단 의료 관련 업무이니 장롱면허의 범주는 벗어나긴 한다. 이와 상관 없이 인생이 꼬이거나 다른 일에 꽂히게 되면 정말 다른 일을 하는 경우도 생긴다. 아래의 예제에 설명이 되어 있지만 의사였다 IT 기업인이 되고 정치인까지 된 안철수약사였다 트로트레전드가 된 주현미의 사례가 일반인에게 잘 알려진 경우. 그밖의 사례로는 대표적인 경우가 프로게이머 자격증을 가지고 있는 이종미씨도 들 수 있다. 이쪽의 경우에는 일단 KeSPA에 등록이 되어 있고 소양교육도 나가지만 정작 스타리그나 MSL 같은 공인대회는 안 나간다.

또한 신용카드계에는 한도를 유지할 목적으로 받아놓는 연면조건 달린 카드를 은어로 장롱카드라고도 한다.

2.2 운전면허의 경우

이들과 달리 운전면허의 경우 장롱면허가 되는 거의 대부분의 이유가 있으면 쓸 일이 있을까봐 또는 신분증 대용이다. 대한민국의 운전면허 취득 난이도는 선진국 가운데는 매우 쉬운 것으로 정평이 나 있고[2], 운전면허 취득자 수 역시 인구에 비해 매우 많다.[3] 이 사람들이 다 차량을 보유하거나 최소한 자주 운전할 수 있는 환경이라고 할 수는 없으니 다수는 장롱면허로 전락하게 된다. 경우에 따라서는 이력서에 한 줄이라도 더 적을 수 있는데다 그럴 일이 없어도 신분증으로서의 가치도 충분하다. 운전면허증은 주민등록증과 동급으로 취급도 쉬우면서 더 폼이 난다.[4] 우리나라의 장롱면허가 특히 심해서 그렇지 다른 국가에서도 이런 목적의 장롱면허가 언급되곤 한다. 서브컬처에서는 천재 유교수의 생활의 야나기사와 교수 부인이 대표적인 예. 운전면허증을 신분증 대용으로 쓰기 위해 계속 갱신했다.그리고 핸들을 잡고서는 김여사의 모범적인 행동을 보여주었으며, 남편의 정신을 안드로메다로 보내는 데 성공했다.

이 부분을 조금 더 뜯어본다면, 먼저 주부들은 운전면허는 어찌어찌 따더라도 자동차는 없거나 혹은 운전할 기회가 없는 경우가 많아 장롱면허가 되는 경우가 많다. 면허 자체는 미혼일 때 취득을 하더라도 결혼 후 가정 사정으로 차를 보유하지 않게 되면 좋건 싫건 장롱면허 확정. 차가 있어도 운전을 남편에게 맡기는 경우가 많아 기혼여성의 장롱면허 가능성은 더 높아진다. 장롱면허라는 말 자체가 가정부주들이 딴 면허증을 어디 장롱 같은 곳에 박아두고 쓰지 않는다고 해서 생긴 말이다. 참고로 오래 된 면허증은 갱신해야 하는데 장롱면허 소지자들은 여기서 두 가지로 나뉜다. 면허증의 존재를 아예 잊어 면허가 취소되거나, 혹은 면허증의 존재를 기억하고 꼬박꼬박 갱신을 하면서 장롱에 넣어두거나. 요즘은 후자에서 파생되어 지갑에 잘 넣어두고 신분등으로만 잘 활용하면서 갱신은 꼬박꼬박 하는 경우가 다수가 되었다. 그나마 미혼 때 면허가 없다 결혼 후, 특히 중년이 되어 면허를 취득하는 경우는 대부분 운전을 할 일이 생겼거나 운전을 하고픈 욕구가 강하다는 의미이기에 장롱면허가 되는 경우는 상대적으로 적은 편.

'한국 남자라면 당연히 자동차 쯤은 몰 줄 알아야지' 라는 편견이나 취업 문제[5]때문에 타의로 운전면허를 따는 사람도 더러 있다. 이런 사람들은 자동차를 살 생각도 없고 자동차를 몰고 싶은 마음도 없는데도 불구하고 사회적 편견과 부모님의 압박, 혹은 생계를 위해 따고 싶지도 않은 운전면허를 따는 경우가 대부분. 억지로 다니는데다 운전센스도 없어서 계속 떨어지기라도 하면 학생 때 학원다니던 기분을 운전면허학원 와서 다시 느끼게 된다고 한다. 이런 패턴으로 대학생들도 장롱면허인 경우가 거의 대부분이다. 일단 남성, 여성 상관없이 20살이면 당연히면허를 취득하는 경우가 꽤 있지만 고졸 직장인이 아닌 대학생들의 경우 집안에 여유가 있거나 통학 거리 문제로 집에서 허락해주는 경우를 제외하면 20대 중반까지도 자기 소유 자동차가 있는 사람은 거의 없다.[6]

처음부터 운전면허는 신분증이자 이력서 기재용일 뿐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을 빼더라도 현실에서 자동차는 유지비[7]가 상당하기 때문에, 고정적인 소득이 없는 사람이 자동차를 굴리기란 매우 어렵다. 굳이 자동차를 가졌더라도 기름값과 고정된 비용, 그리고 먼지만 뒤집어쓰고 한 달에 한 번 굴릴까 말까 한 자동차를 보다 못해 아예 자동차를 매각해서 운전을 완전히 포기하여 장롱면허가 되는 경우도 주변에서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 이런 사람들 중에는 정말로 자가 운전면허증이 있는데도 자가 자동차를 영원히 갖지 못하는 일도 있긴 하다.

3 장롱면허의 문제점

김여사와 장롱면허가 합쳐진다면 도로 위에 헬게이트가 열린다. 면허만 땄지 운전 경험이 전무하거나 과거의 기억에 불과하여 몸과 따로 놀면서 도로의 민폐가 되는데다 김여사 특유의 자기 중심적인 운전 마인드가 결합되면 단순한 민폐를 넘어 다른 사람의 생명과 재산을 위협하는 일이 벌어질 수도 있다.

그래서 장롱면허로 운전을 오랫동안 하지 않아 운전숙련도가 낮아 운전대를 잡기 어려운 사람들을 위해 운전학원에서는 도로연수과정을 운영하고 있으며 일반적으로 10시간동안 교육한다. 남자들은 속성으로 4~6시간을 받기도 하지만, 주부들의 경우 10시간도 모자라기도 하다. 소위 김여사들은 나이만큼 도로연수를 받는다는 우스개도 있다. 가령 50대는 50시간.정말 그 시간동안 차를 탄다고 도로의 민폐가 안 될거라 생각한다면 경기도 오산시다.

4 자격증 또는 직업 면허가 장롱면허가 되어버린 유명인들의 예

  • 김영삼 대통령 부인 손명순 여사 : 약사 면허를 소지하고 있으나 김영삼과 결혼하면서 내조와 육아를 이유로 약사 활동은 한 적이 없다(...)뭐 시아버지가 거제도의 갑부이니까 굳이 약국을 열지 않아도 먹고 살만 하긴 했지만
  • 데즈카 오사무 : 오사카대 의학전문부를 졸업한 뒤 의사 면허를 취득했으나, 잘 아시다시피 레전드 만화가가 되었다.
  • 가수 신신애 : 간호사 면허를 소지하고 있으나 연예인으로 활동 중. 다만, 연예계 진출전 간호사 생활을 한 적이 있다고 하고 아직 기초적으로 주사기 사용법 정도는 알고 있다고 한다.
  • 가수 주현미 : 약사 면허를 소지하고 있고 실제로 데뷔 전엔 약국을 운영했으며 활동 초창기엔 노래 실력보다 '약사 출신 가수' 란 점으로 더 유명했다고.
  • 가수 박상철 : 미용사 면허가 있었으나 가수가 되면서 장롱면허화 되었다.
  • 코미디언 이경규 : 쿵후 사범 자격증을 소지하고 있으나 연예인으로 활동 중. 30년 이상 장롱면허 상태이다. 하지만 대단한 도전 같은 프로그램에서 나름 시범을 보이기도 했고 심지어 쿵후 가르치러 나온 사람이 이경규에게 대선배님이라고 부르기도 했다.
  • 아나운서 김예솔 : 사회복지학과 전공이기 때문에 사회복지사 1급 자격증을 갖고 있지만 졸업하고 리포터로 시작해서 아나운서로 정착했고 결혼까지 했기에 쓸 일이 없었고 앞으로도 없을 것이다.
  • 안철수도 의사면허증을 갖고 있다. 이쪽은 장롱면허라고 하기 애매한게 원래 의사였고 심지어 의대 교수였으며, 병역도 해군 군의관으로 복무했다. 30대가 되고 나서 진로를 바꾼 거라 활동이 없던게 아니다.
  • 의사, 약사, 한의사, 변호사(혹은 검사, 판사) 출신 국회의원 등 수많은 정치인들. 보통 현직 한정으로 정계에서 은퇴한 뒤 본업으로 복귀한 예도 꽤 많다. 특히 법조계. 또한 해당 분야의 지식을 정치 활동에 활용하는 예[8]는 더욱 많다.
  • 김학철 : 정말로 운전실력이 어느정도인지에 대한 사실을 추가바람(...)
  • 기타 위와 유사한 사례의 연예인들.

5 트리비아

중등학교 정교사 자격증의 경우는 정교사 자격증이 '임용 합격'을 꼭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임용고시라고 부르는 지옥 시험의 정확한 취지는 1급, 2급 정교사 자격증 또는 준교사 자격증 소지자 가운데 교원으로 일할 자를 '선발'하는 것이지 교사 자격 부여가 아니기 때문. 2급 정교사 자격 그 자체는 사범대학 해당 학과를 졸업하거나 교직 과정을 이수해서 취득 조건을 충족하면 나온다. 신규로 임용된 교사도 최소 2급 정교사이며, 1급은 일정 연차 이상 근무 후 대학원 과정이나 흔히들 1급 정교사 연수라고 불리는 과정을 통해서 업그레이드하게 된다. 고로 교사 자격증이 있다고 반드시 교직 실무 경험이 있는 건 아니라는 점(물론 교생은 다들 다녀왔을 것이다.)
  1. 반대로 기술사기능장은 장롱면허를 만들려고 취득하는 경우는 거의 없다. 응시를 위해서는 학력, 실무 경력 모두 어느 수준 이상 필요한데다 취득의 난이도도 그야말로 고시 그 자체다. 무엇보다 이런 자격은 취득한 사람이 매우 드문데다 자격 그 자체가 돈이 되는 경우가 꽤 있다. 간혹 이런 직업 면허를 대여해주고 돈 받는 경우도 있는데 불법이다.
  2. 2016년 9월 기준의 간소화된 방식 이전 또는 그 이전에도 이런 평가는 존재했다.
  3. 2015년 기준 3천여만명. 다만 중복 발급분이 있을 수는 있다. 통계청 자료
  4. 그밖에 신분증으로 쓸 수 있는 것으로는 여권, 공무원증, 국가기술자격증, 교원자격증, 장애인복지카드, 청소년증같은 것이 있지만 대부분 주민등록증이나 운전면허증 수준으로 휴대가 쉽지는 않다.
  5. 의외로 많다. 구직사이트 등에 실제 운전 업무가 필요없음에도 '운전가능자 우대'라는 문구가 제법 있다는 것을 생각해 보자. 게다가 취업시 여성이라면 몰라도 남성이라면 면허를 거의 필수로 요구하는 직종도 여럿 있다.
  6. 일단 남성들은 수능 다시 치는 일 없이 고3 끝나고 바로 입학하더라도 졸업 후 입대하는 경우 또는 5~6급 면제가 아닌 이상 4년제는 26~27살 먹어야 '졸업'한다.
  7. 기름값+보험료+수리비+주차비용+기타 잡비
  8. 정치활동과는 조금 다른 예이지만 정의화 전 국회의장의 경우 신경외과 의사 출신인데, 국회 회기 도중에 건강 문제로 쓰러진 의원을 응급처치한 사례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