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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ny sufficiently advanced technology is indistinguishable from magic.충분히 발달한 과학 기술은 마법과 구별할 수 없다.
- 아서 C. 클라크 -
1 개요
Cargo Cult. 주로 남태평양의 섬에 많이 퍼져 있던 종교의 한 형태. 멜라네시아, 뉴기니 인근에서 19세기 말부터 일어난 컬트(미신)의 한 종류이다.
이는 주로 외부 세계와 철저히 고립된 소규모의 전통사회 집단에서 발생하는데, 서구 문명과의 접촉으로 가정이 무너지고 사회가 무너지고전통적인 사회와 문화가 무너지는 상황에서 그 해결책으로 백인들이 처음 가져왔던 놀라운 물건들[1]을 얻고 지상낙원이 도래하는 것을 바라는 것이다.
화물 신앙이 일반인들에게 유명해진 것은 물리학자 리처드 필립스 파인만의 칼텍 졸업식 강연에서였다. 이때 파인만은 철저한 실험설계를 밟지 않고 과학적 실험의 외양만 대충 흉내낸 다음 과학적 이론으로 믿는 행태를 화물 신앙에 비유하였다. 연설 전문/번역문
최근 영어권 국가에서는 cargo cult라는 말이 일반명사화되어 '인과관계를 혼동하여 부차적인 것을 중요한 원인으로 믿는 것' 정도의 뜻으로 쓰인다.
비슷한 말로는 사자성어 오비이락에 대응되는 라틴어 "post hoc ergo propter hoc"(그것 다음이다. 그러므로 그것 때문.(이라고 믿는 오류))라는 숙어가 있다. 선후 관계를 인과 관계로 착각하는 경우를 이르는 말이다.
2 배경
외부와 단절되어 있던 태평양의 섬 사람들이 서양인들과 처음으로 접촉하면서 나타났다. 서양인들이 섬에 들어오면서 함께 가져온 물자들이 근대문명의 산물이라는 것을 알지 못하고 그들의 조상신이 마법을 통해 내려준 선물이라고 믿는 것이 주 내용이다.
원주민의 입장에서 서술해 보면, 어느날 갑자기 천지가 요동치는 소리를 내며 거대한 새가 내려온다던지, 크고 아름다운 바다괴물이 도착하여 그 속에서 신기한 옷을 입은 희거나 검은 사람 같은 것들 [2]이 내려온다.
그들은 자신들이 알아들을 수 없는 말을 하면서 가끔 원주민들에게 자신들이 가지고 있는 유용한 물건들을 조금씩 넘겨준다. 이 물건들은 때로는 지금껏 접해 본 적 없는 맛좋은 음식 스팸같은... 이나, 도저히 어떻게 만들었는지 알 수는 없지만 어쨌든 유용한 도구들(삽이나 그릇), 혹은 진기한 옷감과 옷이기도 하다. 어떤 이들은 작은 알 모양이나 가루로 된 먹을 것을 나눠주는데, 이것을 먹으면 설사가 멈추거나 피부병이 사라지는 등 신기한 효능이 있다. 이런 물건들 때문에 원주민들의 생활은 상당히 풍요로워진다.
그러나 외지인들은 정작 이런 물건을 생산하는 활동(농사나 고기잡이, 물건 만들기)은 전혀 하지 않는다. 물건들은 마치 어디선가 뿅뿅 나타나는 것처럼 보인다. 결국 원주민들은 이 풍요를 조상신들이 내려준 것이며, 이 외지인들이 지어놓은 건물이나 시설들은 조상신에게 바치는 신전이나 제단이라고 해석하게 된다. 그런데 언젠가부터 거대한 새나 바다괴물이 오지 않게 되고, 사람 같은 것들도 거의 찾아 오지 않게 되어 원주민들은 이전 처럼 진귀한 물건을 많이 얻을 수 없게 된다.
원주민들은 이전처럼 물자를 얻기 위해서 이계의 존재들을 소환(...)해야 한다고 생각하게 되는데, 이 때가 바로 화물신앙의 시작이다.
대항해시대 무렵에도 서아프리카 해안에서 비슷한 신앙 이라고 해야 할지, 원주민들의 독특한 전설이 나타났다. 이쪽의 스토리는 이렇다. 바다 속에서 거대한 괴물을 타고 나타난 악마들[3]이 거래를 제안한다. 악마들은 사람을 잡아와서 바칠 것을 요구하고, 그 대신 구슬이나 옷감 같은 진귀한 물건을 주겠다고 한다. 사람들을 잡아서 악마들에게 넘겨주면 악마들은 물건을 주고 괴물의 뱃속으로 사람들을 데려간다. 악마들은 잡아간 사람을 바닷속으로 끌고가며, 그들은 지옥에 갔으므로 두 번 다시 돌아오지 못한다. 대략 현실이라는게 무섭다
3 특징
'사실 저 화물은 우리의 조상들이 보내주는 것인데, 백인들이 그 화물을 받기 위한 의례로 공항을 지어서 화물을 가로채고 있는 것이다. 그러니 백인들이 만든 것(공항) 비슷한 것을 만들면 우리에게도 화물이 올 것이다.'
화물신앙은 이런 생각을 대략의 뼈대로 삼는 신앙이다.
이 종교형태는 2차대전이 끝나고 특히 크게 번성했는데, 특히 태평양 전역의 경우 당시까지 현대 문명의 손길이 잘 닿지 않은 미크로네시아와 멜라네시아의 각 도서를 배경으로 하다 보니, 이들 지역의 주민들에게 미군과 일본군, 호주군의 장비와 물자는 신기한 것일 수 밖에 없었다.
게다가 미군의 진격작전이 일본군의 세력이 약한 지역에 비행장을 중심으로 한 강력한 기지를 건설, 남은 일본군 기지를 말려죽이며 진격을 계속하는 개구리뛰기(leapfrog) 작전을 골자로 하다 보니, 미군이 주둔하는 지역마다 비행장, 항만, 격납고, 창고, 막사, 오락시설 등 각종 지원시설들이 들어섰고, 이 과정에서 노역의 댓가든 민사작전의 일환이든 단순한 호의의 표시든 많은 미군의 물자들이 현지 주민들에게 흘러들어갔다.
하지만 전쟁이 끝나자 미국도 군사적으로 중요한 가치가 있는 극소수의 지역을 제외하고는 대부분의 주둔지를 내버려두고 떠나갔고, 전쟁 기간 내내 현지 주민들이 누렸던 문명의 혜택도 크게 줄거나 아예 끊기게 되었다. 그러자 전쟁 당시처럼 많은 물자를 돌아오게 하려면 서양인들이 공항에서 치르던 의식을 재현해야 한다고 원주민들이 믿었고 그 결과가 바로 화물 신앙인 것. 참고로 이런 Cult는 서로간의 문화적 접촉이 없는 부족들 사이에서도, 백인들이 공항을 짓기만 하면 아주 높은 확률로 퍼져 있다고 한다. 위아더월드
화물신앙의 특징으로는 공항에서 비행기가 착륙할때의 모습을 종교의식처럼 따라하는 것이 있다. 서양인들이 섬에 지은 공항을 따라서 활주로를 만들고 격납고, 관제탑, 라디오, 심지어 공항에 딸려있는 식당과 비슷하게 생긴 오두막을 짓고, 거기에 나무로 만든 헤드셋 모양 장신구를 낀 종교지도자가 하늘을 향해 팔을 휘젓는 것이 그들의 종교의식이다. 여기에 기독교 선교사들이 가르쳐준 십자가나 자신들이 원래 갖고 있던 전통 종교의 상징물이 추가되기도 한다. 비행기가 들어오기 전인 20세기 초에는 공항 대신 항구의 모습을 따라하는 버전도 있고, 미합중국 해병대의 사열식을 재현하는 버전도 있다.
가장 압권은 이 대목인데, 서양인 선교사들은 원주민들에게 이건 종교의식이 아니고 본국에서 생산된 물자를 비행기가 수송해오는것 뿐이라고 설명해주었지만 원주민들은 자기들을 속이는 것이라며 믿지 않았다고 한다(...) 알아듣기에도 너무 차이가 크다
현재까지 살아남은 가장 오래된 화물신앙인 존 프럼 신앙의 신자들은 보병이 행군하는 모습을 종교의식으로 재현하는데, 매년 2월 15일에 가슴 앞뒤에 "USA"라는 그림을 그리고, 성조기를 받쳐들고, 대나무 막대기를 "어깨 총" 형태로 어깨에 걸치고 열을 맞춰 행군한다.
특정한 서양인을 자신들의 신으로 모시는 형태의 화물 신앙도 있는데, 어떤 섬에는 영국 여왕 엘리자베스 2세의 남편인 에딘버러 공작 필립 마운트배튼을 신으로 모시는 종교도 있다. 이 종교의 전설에 따르면 필립 공작은 "존 프럼"의 형제라고 한다. 호주령 뉴 하노버라는 섬에는 미국 36대 대통령인 린든 B. 존슨을 신으로 모시는 종교(라기엔 좀 그렇고, 각주 참조)가 있었는데, 이 섬 사람들은 호주 정부에 반기를 들고 7만5천달러의 거금을 모금하여 존슨 대통령에게 뉴 하노버의 왕이 되어줄 것을 요청하는 편지를 보내기도 했다고 한다.[4]
4 재현?
아직도 지구상에선 신앙까진 아니라도 난리법석이 나는 경우도 꽤 있다. 아프가니스탄에서 실제로 벌어진 일인데, 힌두쿠시[5]의 그 척박한 산들과 여러 지역은 탈레반도 안 가고 현지인들도 모르는 곳이 허다하여 미군들도 지도도 정보도 없이 헬리콥터를 타고 무작정 가다가 마을들을 발견했다.
그러자 마을에선 난리가 벌어졌다고 한다. 헬리콥터가 착륙하자 총을 쏴댔는데 미군들도 대응하려고 보니 총들이 그야말로 골동품인 20세기 초반에 쓰던 총이었고 살의보단 경계로 쏴댄 것임을 알 수 있었다. 현지인 통역을 통하여 설득하고 보니 이 마을은 이방인이 온지 수십여년이 넘었으며 전기도 탈레반이 뭔지도 모르는 마을이었으니 헬리콥터도 차량도 아예 몰랐다고 한다. 그만큼 척박한 곳이라 사람들이 먹는 것은 듣보잡 채소를 길러 먹거나 마을에 얼마안되는 가축을 아주 드물게 먹는 수준이었고 당연히 통조림이나 인스턴트 음식은 신기하게 여겼다고 한다. 오랫동안 고립되었기에 말도 꽤 다르게 변모되어서인지 통역인도 한참 대화에 고생했다고 한다.[6]
그 밖에도 인도 공화국의 안다만 제도에 있는 여러 섬 지역에서도 이방인이 일절 들어가지 않아 지금도 수수께끼인 이곳 사람들도 마찬가지이다. 2004년 동남아 쓰나미 때 인도군이 헬리콥터로 수색할 당시 사람들은 경악하여 헬리콥터에 화살을 쐈다고 한다. 인도군은 일단 별다른 피해가 없다고 보고하고 그냥 돌아왔다. 지금도 일절 이방인을 들여보내지 않아서[7] 신앙까진 몰라도 여긴 화물 공포 및 화물 두려움이랄까?
마빈 해리스의 '문화의 수수께끼'라는 문화인류학 책에 이에 대한 소개가 나와 있으니, 궁금한 분은 읽어볼 것을 추천.
굉장히 특이한 경우가 있는데, 위에서 언급한 화물 신앙은 대개 풍요신적인 측면이 있으나 군신인 경우도 있다. 아프리카의 한 전투적 종교집단은 충포란 신을 섬기기도 했는데, 북한 군사고문단이 총포를 알려준 것이다. 병영국가의 위엄. 이미 북한은 김일성이라는 신을 섬기잖아?
5 관련 작품
영화 몬도 카네를 보면 실제로 1960년대 영화상 시대, 오세아니아 섬 마을 부족들이 이렇게 비행기 모양으로 우상을 만들어 받드는 게 나온다.
- 폴아웃: 뉴 베가스의 두번째 DLC Honest Hearts에서는 200년 동안 시온 국립공원 등 문명과 동떨어진 곳에 있던 죽은 말 부족이나 하얀 다리 부족, 슬픔 부족들은 아메리카 원주민처럼 생활하며, 톰슨 기관단총을 폭풍을 부르는 북이라고 부르거나, 전쟁 전 건물은 동굴 속 아버지에 의해 들어가는것이 금기시되는등 여러모로 화물 신앙과 비슷한 모습을 보여준다.
- 스타 트렉 시리즈에서는 기술적으로 발달된 문명이 아직 발달되지 않은 문명에 간섭하는 것을 금지하는 프라임 디렉티브가 매우 중요하게 부각된다. 프라임 디렉티브를 어기고 잘못 접촉할 경우 외계인을 신으로 숭배하는 화물 신앙이 발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TNG의 에피소드 Who Watches the Watchers (TNG S3E04)와 보이저의 에피소드 Blink of an Eye(VOY S6E12)가 대표적인 예이다.
- 스타 트렉 다크니스의 도입부는 원주민들이 화물 신앙을 어떻게 가지는가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스팍을 구출하기 위해 프라임 디렉티브를 어긴 커크의 명령에 따라 날아오르는 엔터프라이즈호를 본 원주민들이 그토록 섬기던 양피지를 '내던지고' 엔터프라이즈호를 땅에 그리기 시작한다. 아무 힘도 없는 쓸모도 없는 양피지 따위보다 위엄넘치는 모습을 보인 엔터프라이즈호가 신앙의 대상이 된 것이다. 이 일로 커크는 엄청나게 문책을 받고 강등까지 당한다.
- 아이작 아시모프의 아이, 로봇에는 특정 장치를 관리하기 위해 만든 로봇이 인간을 무시하고, 그 특정 장치를 신으로 모신다는 단편이 실려있다. 전체적인 화물 신앙과 딱 맞아 떨어지지는 않지만, 선교사가 아무리 진실을 알려줘도 이를 믿지 않고 수송기와 수송선을 신으로 모신다는 종류의 화물 신앙과는 묘하게 닮아 있다.
- 매드 맥스: 분노의 도로에서 주된 악역인 워보이는 V8(8기통) 엔진을 힘의 상징으로 숭상하는 괴상망측한 종교를 믿는다. 이는 우연히 발생하는 다른 화물 신앙과 달리 지도자인 임모탄 조[8]가 발할라로 대표되는 북유럽 신화를 일부러 자신의 입맛에 맞게 개조한 것이라는 차이점이 있다.
- 어쌔신 크리드 시리즈에서는 기원전 8만년 경에 지금의 현대문명보다도 넘사벽으로 발달된 오버테크놀러지 최초문명이 있었고, 그들이 인류를 창조했다는 설정이 있다. 인류와 최초문명 간의 넘사벽 문명 수준 차이로 인해 인류는 최초문명을 신격화시켰으며, 세월이 흘러 전세계에 '신화'로 남게 되었다. 전세계 신화들의 내용이 비슷한 이유 중 하나이기도 하다.
- ↑ Cargo로 언급되는 그것
- ↑ 오랫동안 고립된 부족에게 있어서는, 이들 또한 자기들과 다를 바 없는 '사람' 이라는 것조차 생소한 개념이다. 서양인들이 아메리카를 처음 찾았을 때 처음으로 아메리카 원주민을 보고 사람인가 아닌가 논쟁을 벌였다거나, 한반도에 백인이 표류하자 도깨비 취급했던 것과 비슷.
- ↑ 수평선 때문에 해안에 다가오는 범선은 마치 바다 속에서 올라오는 것처럼 보인다.
- ↑ 사실 린든 존슨 컬트는 뉴 하노버 주민들이 호주 식민정부의 무성의한 행정에 불만을 품고 항의하기 위해 행정관 투표에서 존슨 대통령에게 투표한 것으로, 화물 신앙의 성격을 띄고는 있으나 본질적으로는 정치적 운동이라고 할 수 있다.
오오 천조국의 위엄 - ↑ 힌두인들의 무덤(!)이란 뜻이다. 인도의 여러 지배자들이 아프가니스탄을 넘봤다가 처절한 패배만 반복했던 곳이라 이런 이름이 붙었다.
- ↑ 출처: 김혜자의 <꽃으로도 때리지 마라>
- ↑ 다만 돈 받고 원주민 사파리(...)를 불법으로 해서 논란이 되기도 했다.(인도와 인도네시아 및 주변 국가의 영토 분쟁이 있기 때문이다.)
- ↑ 핵전쟁 이전 이미 정규군 대령이었기 때문에, 자신이 만들어낸 신앙체계가 거짓이라는 것도, 자신이 따온 상징들이 원래 어느 신화에서 따온 건지도 아주 잘 알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