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차
1 개요
제2차 세계 대전의 마침표를 핵무기로 찍은 미국을 보고 세계 각국이 굴린 잔머리.
핵 만능주의는 전쟁 나면 앞뒤 잴 것 없이 그냥 적 주요 도시와 군대에 핵무기를 투하해 다 쓸어버리면 장땡이라는 생각에서 시작되었다. 그로 인해 온갖 종류의 핵무기들이 개발되었는데, ICBM이나 SLBM 같은 것은 양반이었다. 오히려 탄도미사일류는 현재까지 남았을 정도로 정석적인 형태였다.
다만, 인류가 방사능이라는 것이 무서우며, 핵무기를 내가 쓰면 상대방도 쓰기 때문에 상호확증파괴라는 것이 성립된다는 것을 안 다음엔 핵무기를 실제로 써 먹을 수 있는 진짜 전력이라기보단 정치적/상징적 무기로 여기는 경향이 있기 때문에 아주 극단적인 상황이 아닌 이상 일반적인 전쟁에서 핵무기를 쓸 일은 없을 가능성이 크다.
2 핵 만능주의의 산물들
적 기갑부대를 증발시키기 위한 포병의 전술핵포탄(M65), 그리고 나중에는 기존의 포병 장비로도 전술핵을 쏘기 위한 155mm, 203mm 핵탄두 (W33, W48, W74, W75 등), 적 수상함대를 공격하기 위한 잠수함의 핵어뢰, 그리고 그런 잠수함을 귀찮게 대잠라인 형성하고 탐지해서 격침시킬 게 아니라 의심 가는 곳에 일단 떨구고 본다는 마인드의 핵폭뢰, 요격기나 방공부대가 적 전투기를 어렵게 탄도 계산해서 쏠 게 아니라 핵무기를 공중에서 '대충 터뜨려 충격파'로 잡는 흠좀무한 대공핵미사일(AIM-26 팰콘), 아예 유도장치도 없는 공대공 핵로켓(AIR-2)[1], 보병 부대를 위한 핵배낭[2], 핵지뢰, 핵무반동포[3], 크고 아름다운 16인치포에서 발사해 적 함대를 통째로 개발살내는 핵 포탄 등등... 하여간 핵수류탄 빼곤 다 만들어다 제식으로 채용, 배치했다. 그리고 그럴수록 우발적 핵전쟁의 위험은 점점 올라갔고핵 같은 걸 끼얹나? 전략 무기는 핵 대륙간 순항미사일, ICBM, SLBM류가 있다. 그리고 그 ICBM을 잡기 위한 대탄도미사일 요격탄조차도 핵탄두로 요격을 했다 사실 탄도미사일 요격탄은 요즘들어서야 운동에너지로 요격하지 이전엔 닥치고 핵요격이었다.영문 위키엔 아주 핵 대공미사일 항목도있다
심지어 핵수류탄조차도 일단 만들려는 시도는 했다. 소련의 핵무기 기술자들이 반쯤 농담삼아 '누가 더 작은 핵탄두를 만들까?'라는 내기를 했는데, 2kg 미만의 수류탄형 핵탄두를 만든 기술자가 있다고 카더라. 물론 실전용도로 제식화된 물건은 아니며, 거기다 기폭장치는 뺀 무게다. (단, 수류탄형 핵폭탄의 존재 여부에 대해 사실 확인은 되지 않았다.) 내폭방식은 원래 필요한 임계질량을 물질을 억지로 압축시킴으로서 훨씬 낮출 수 있긴 하지만 그래도 핵물질 중량이 2kg 미만이라면 아무리 압축해도 임계질량에 도달하기가 어렵고, 이를 위해서 소요되는 폭약의 중량은 최소 수 킬로그램 수준이기 때문에 실제로 만들었을 확률은 불가능에 가깝다. 무엇보다도 소련인들은 미국인들에 비해 자기 멋대로 뭔가를 개발하려 들지 못하는 경향이 훨씬 컸다. 미국인은 실수하면 그냥 해고만 당했지만, 소련인은 시베리아에서 굶주림에 시달리며 나무를 베어야 했기 때문이다.
핵폭탄/투발수단의 종류만 무궁무진했던 것이 아니다. 이 사상이 당연하다 여겨지던 냉전 기간 동안의 모든 무기는 핵전쟁 상황을 당연하게 상정한 물건들로 넘쳐났다. 극단적인 경우로, 소련은 핵폭탄 폭발시의 폭풍을 전차가 견뎌낼 수 있도록 디자인했다며 Object 279라는, 괴이하게 생긴 탱크를 만들기도 했다.
물론 핵을 직접 무기로 쓰는 것뿐만 아니라 오리온 프로젝트처럼 핵폭탄을 추진용으로 쓰는 우주선도 구상되었다.
그나마 다들 정신이 좀 든 1970년대 이후부터는 신규 병기를 개발할 때, 핵폭발 그 자체보다는 방사능 오염(과 화학/생물학 무기)에 대한 승무원 보호와 EMP 공격에 대한 전투력 보존을 중시하는 방향으로 가닥이 잡혀 있다. 사실 핵의 직격 또는 지근탄 공격으로부터 완전한 보호를 받을 수 있는 수단은 지하 깊숙히 건설하고 철근 콘크리트와 강철장갑으로 떡칠한 요새 뿐이므로 이는 자연스러운 흐름이다.그리고 중성자탄을 만들었다.
뒷 일 생각 안 하면 개발 목적은 차고 넘치게 충족되지만, 효율성과 정치적 문제로 인해 결국 현대까지 살아남은 건 ICBM/SLBM 종류와 전략폭격기를 통해 투발되는 미사일 형태의 물건들 뿐이다.
3 열화우라늄에 대한 오해
참고로 열화우라늄 포탄은 핵무기라고 볼 수 없다. 연쇄 핵반응을 통해 폭발하는 무기가 아니기 때문이다. 열화우라늄은 방사능을 띈 중금속일 뿐이며, 그것을 무기에 사용하는 이유는 그것이 방사능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 아니라, 우라늄이 지표면에서 구할 수 있는 물질 중 가장 무거운 물질이어서 철갑탄의 운동에너지 면에서 유리하고[4] 거기에 특유의 자기단조화 현상[5] 덕택에 날개안정분리철갑탄 용도로는 최적의 소재이기 때문이다. 거기다 핵연료 뽑아내고 생긴 방사능 폐기물 재활용하는 거라 가격도 대단히 저렴하다는 장점도 있다.
단, 열화우라늄 분진 자체가 독성을 가지고 있고 일단은 중금속이라 호흡기를 통해 흡입 시 인체에 유해한 것은 사실이다.
4 핵 만능주의와 대한민국
- 관련 문서 : 대한민국의 핵무장
대한민국에도 "재래식 군사력을 아무리 확충하더라도 핵무기를 이길 수 없다"는 사고방식 하에 핵 만능주의를 주장하는 사람들이 종종 보인다. 간단하게 말해 국제사회는 힘의 논리가 적용되며, 힘은 곧 군사력이므로 강한 무기(즉, 핵무기)를 갖고 있으면 만사 OK다(…)라는 논리이다. 대표적으로 독도를 비롯한 영유권 분쟁이나 주변국들과의 국력 차이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핵무기를 보유하는 것 말고는 답이 없다는 주장이 그 예시이다. 게다가 비주류 시민의견 정도이던 과거와는 달리, 2016년 시점에서 여당인 새누리당의 원내대표부터가 국회연설에서 핵개발을 하자고 주장하고, 정몽준과 이인제같은 당내 유력인사들도 거들고 있는 등 점차 주류 정치권으로 확산되어가는 분위기이다.
그러나 실제 전술폭격기 등 대다수의 핵무기 투발/운송 수단들은 모두 요격 및 방어가 가능하며[6], 아직까지 MD의 신뢰도가 높지 않아 ICBM과 SLBM으로 대표되는 탄도탄은 방어가 거의 불가능하나 역설적으로 그 때문에 상대의 반격에 의해 먼저 쏜 쪽 역시 역관광당할 위험이 높다. 이처럼 핵 만능주의에 경종을 알리는 게임이 바로 지상 최강의 밀덕후인 톰 클랜시 본좌의 엔드워다. 엔드워는 핵전쟁 상황을 배경으로 하지만, MD 덕분에 정작 게임 내에서는 핵미사일을 섣불리 사용할 수 없다.
그러나 한반도의 불안한 지정학적 상황과 미국 정가에서 점점 대두되는 주한미군의 축소/철수 가능성을 감안하면, 전쟁 병기가 아닌 전쟁 억제 도구로서의 핵무기 보유 주장까지 핵 만능주의라고 무조건적으로 매도하는 것은 곤란하다. 쉬운 예시를 들자면, "'일본이 독도에 쳐들어왔을 때 핵 한방 먹이기 위해' 핵무기를 보유하자!"는 주장은 핵 만능주의의 영역이지만, "'일본이 독도에 쳐들어올 생각을 하지 못하게 하기 위해 핵무기를 보유하자!"는 주장은 어느 정도 일리가 있다는 것이다. 하물며 주변에 파탄, 깡패국가를 편들어주는 군사대국이 있다면 더 말할 필요가 없을 것이다.
다음은 주한미군 철수와 핵우산의 철폐를 가정한 상황에서(미국의 핵우산이 보장된다면 현실적으로 아직까지는 자체 핵무장을 할 이유가 없다), 대한민국의 핵보유를 둘러싼 찬반 양측의 간략한 논점을 정리한 것이다.
4.1 핵무기의 작전술적 기여
반대론 : 군사 전력을 강화하려면 무조건 최강의 무기부터 갖춰야 한다는 것은 다소 일차원적인 생각이며, 핵무기와 원자폭탄의 위력 항목에서 보면 알수 있듯이 핵무기는 많은 사람들이 생각하는것처럼 그렇게 절대적인 물건이 아니다. 당장 인류 역사상 유일한 실전 핵무기 사용 사례인 히로시마, 나가사키에 떨어진 원자폭탄조차 도시 두 개를 폐허로 만드는 수준에 그쳤으며, 해당 도시들은 큰 피해를 입기는 했지만 지금도 일본인들이 멀쩡히 살아가고 있다. 게다가 핵무기의 존재를 전 세계가 알고 있는 현 시점에서 핵보유국을 상대하려는 국가의 군대는 당연히 어느 정도 핵무기에 대한 방호대책을 마련한 상태에서 전쟁에 돌입할 것이며, 설사 총력전이 벌어진 상황이라 할지라도 고작 전술적인 이유로 핵무기를 마음놓고 사용하기에는 한반도라는 전장이 너무 좁다. 즉, 수백만 단위로 진군하는 군대 - 그게 북한 조선인민군이든 중국 인민해방군이든 간에 - 에 핵무기 한두 발을 떨어트리는 정도로는 (핵전쟁 가능성이라는 심대한 비용을 감내할 만큼의) 군사적 타격을 가하기 어려우며, 전쟁 이후 우리가 살아가야 할 땅을 피폐하게 만드는 결과를 초래할 뿐이다.
찬성론 : 핵무기가 갖는 파괴력의 한계에도 불구하고 현 시점에서 적에게 핵무기를 상회하는 타격을 가할 수 있는 재래식 무기는 없다. 전략적인 수준에서는 고작 도시 한두개를 파괴하는 수준의 파괴력이라도, 전술적인 수준에서 적군의 사령부나 전차, 방사포, 미사일기지 등 고급 전력이 집중된 지역을 타격한다면 적의 전쟁수행능력을 순식간에 꺾어버릴 수 있다. 또한 핵무기는 방호한다고 방호할 수 있는 무기가 아니며, 냉전기간 소련군조차도 "방사능에 피폭된 군대는 적당한 시점에서 2선으로 돌린다"는 따위의 대책밖에 제시하지 못했다. 핵무기가 그렇게 쉽게 위력을 제약하거나 줄일 수 있는 무기라면, 미중러를 포함한 강대국들이 핵확산금지조약에 집착하고 자체적으로도 핵감축 협정을 맺는 이유를 설명할 수 없다.
다른것 다 차치하더라도 가장 중요한 점은 애초에 핵은 한두발 만들고 그것만 사용하는 무기가 아니라는 것이다. 팻 맨만도 못한 원시적 핵탄두 몇 기 가지고 핵무장 했다고 설치는 국가는 북한밖에 없다. 오히려 반대론에서 언급하는 히로시마, 나가사키는 고작 20kt 내외의 원시적 수준의 원폭 단 두기가 도시 두개를 완전히 쑥대밭으로 만들고 10만명이 넘는 사망자를 냈다는 것에서 핵무기의 위력을 확실히 증명하는 사례이다. 핵기술 강국인 핵보유국들이 1945년에나 쓰일 수십kt 화력의 핵무기를 가지고 제대로 된 핵무장 운운할 것 같은가? UGM-27 폴라리스의 사례만 봐도 알 수 있겠지만, 기본적으로 수백 kt이고 mt(메가톤) 단위의 화력을 내는 탄두로 무장하고 있다. 미국에서 수입해 폴라리스를 쓰는 영국도 200kt 짜리 탄두를 탑재한다. 이게 열 발 이상 넘어가기 시작하면 좁은 한반도에 들어온 수백만의 군대는 편제가 의미 없을 정도로 산개하고 있지 않는 한 박살나거나 적어도 상당수가 전투 불능이 될 정도로 손실된다고 봐야 맞다.
애초에 서울에서 베이징까지의 거리[7]가 채 1,000km가 안 된다. 서울에서 도쿄보다 베이징이 직선거리로는 더 가깝다. 현무-3 순항 미사일에서 현무-3C의 사거리는 1,500km. 1,500km는 한국 어디서든 중국 베이징에 미사일을 날려 맞출 수 있다는 소리다. 물론 순항미사일이니 제대로 된 탄도탄에 비하면 탑재할 수 있는 핵무기의 위력은 매우 제한적이다. 하지만 중국에서 그걸 무시할 수 있을까? 참고로 미국의 핵죽창인 BGM-109 토마호크의 핵무기 탑재형은 200kt급 탄두를 탑재한다. 현무가 토마호크 수준의 탄두만 탑재할 수 있다면 베이징에 수백kt의 '핵'죽창을 꽂아줄 수 있다는 소리이다. 수도 핵 타격 가능성은 전연 사단에 대한 핵폭격 가능성 따위보다 훨씬 더 위협적인 문제이다. 또한 중국군이 빠지면 북한군 혼자서 대한민국 국군을 어떻게 할 가능성이 존재하질 않으니 북한군에 대한 전술적 핵 이용의 논의는 의미가 없다. 애초에 예비군 교육에서조차 북한은 남한에게 상대도 안 되니까 핵무기, 생화학무기, 정보전사, 잠수정 따위의 비대칭 전력을 확보한다는 내용을 말하고 다닌지 오래다. 이는 가상적국을 부풀리는 경우가 허다한(특히 예비군에선 더욱) 군대의 특성을 고려하면 이미 단순 화력에선 국군이 북한을 이기고도 남는다는 자신감의 발로이다.
4.2 핵무기의 전략적 기여
반대론 : 앞서도 언급했다시피 핵무기는 함부로 사용할 수 있는 무기가 아니다. 핵무기가 가진 치명적인 파괴력은 모두가 아는 사실이므로, 핵전쟁이 가시화되는 시점에서 모든 핵보유국은 상대보다 빨리 핵을 투발하려는 전략을 취하게 된다. 쉽게 말해 비핵보유국에서 미사일 한 기가 날아오면 미사일 한 기로 반격하겠지만, 핵보유국에서 미사일 한 기가 날아오면 상대국에서는 그것이 핵무기일지도 모른다는 공포에 시달리기 때문에 자국이 가진 모든 재래식 전력과 핵전력을 쏟아부어 반격할 것이며, 실제로 냉전 내내 우발적 핵전쟁의 가능성이 제기되었던 이유도 그 때문이다. 즉, 핵 만능주의에 의거해 무장을 하면, 분쟁이 터진 순간 "상대를 핵무기로 죽여버리든가, 상대의 핵무기에 맞아 죽던가"라는 모 아니면 도의 선택밖에 할 수 없다는 것이다. 특히 한국이 핵무기를 보유할 경우 잠재적인 타깃은 북한, 중국, 러시아이며, 인접한 북한을 제외하면 모두 영토 면적과 보유 핵무기 숫자 모두 한반도를 압도하므로, 핵무기를 보유한들 사용하지 못함은 물론이고 오히려 재래식 전력의 투사조차 적국의 눈치를 봐가며 조심스럽게 해야 하는 아이러니한 상황이 올지도 모른다.
예컨대 일본이 독도를 기습적으로 점령한 상황에서 대한민국이 마침 핵무기를 보유하고 있다고 가정하자. 한국의 입장에서 핵무기로 독도를 타격하는 것은 무슨 비밀병기라도 숨겨두지 않은 한 별로 실익이 없을 것이므로, 아마 도쿄 같은 적의 심장부를 향해 발사할 것이다. 그런데 일본만 해도 한반도보다 훨씬 큰 나라인데 주요 도시 몇 군데에 핵무기를 날린다고 전쟁이 끝난다는 보장도 없거니와, 그걸 꽂아버린 다음 "전세계의 표적"이 되어버린 대한민국은 어떻게 먹고 살아야 할 것인가? 당장 한국이 북한과 다를바 없이 "자국의 우방국에 핵을 갈기는" 상황을 만든다면(특히 그 과정에서 미국의 피해가 생긴다면) 미국과 전면전을 하게 될 수도 있으며, 중국이나 러시아에서는 한반도에서 편하게 일본까지 다이렉트 핵세례를 날린 걸 보고 당연히 자기들이 "사정거리" 안에 들어간다는걸 알게 된다. 결국 사방에 깔린 강대국을 전부 적으로 만드는 배드엔딩으로 끝나게 된다. 공멸하더라도 같이 죽어야 할 상황이 오면 가만히 있을 수만은 없겠지만, 그 상황까지 오는 것 자체가 이미 끝장이나 마찬가지다.
찬성론 : 대한민국의 핵보유 주장의 핵심은 핵무기의 사용이 아니라, 핵보유를 통한 전략적 억지력이다. 한반도 주변 국가들을 살펴보면, 명실상부 세계 최강대국인 미국, 세계 최대의 핵보유국이자 재래식 군사력 2위의 러시아, 경제적으로는 이미 미국을 거의 따라잡았고 군사력 역시 재래식전력과 핵전력 모두 장기적으로 미국과 겨룰 것으로 예측되는 중국, 세계 3위의 경제대국이자 높은 국가 이미지를 바탕으로 재무장에 박차를 가하고 있는 일본이 자리하고 있다. 우리나라도 결코 약한 나라는 아니지만, 애초에 이런 나라들을 상대로 미사일 한 개를 쏘니 두 개를 쏘니 도쿄를 향해 핵무기를 발사하느니 하는 상황을 만드는 것 자체가 이미 절망적인 시나리오이다. 대한민국의 목적은 (북한과의 제한전 상황 정도를 제외하면) 전쟁 자체를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막는 것이며, 이는 전략적 손익의 문제가 아니라 생존의 문제이다.
4.3 핵개발의 기술적, 경제적 문제
반대론 : 소위 말하는 '자주적 국방'을 위해 핵을 가져서 떵떵거리고 싶다면 '고작' 한두발 가진다고 장땡이 아니라 엄청난 과학력과 자본이 필요한 500kt급 핵무기를 최소 수십개가 넘도록 가지고 있어야 한다. 그리고 이런 고성능 핵무기를 다량 만들고 보유하는것은 다 자본이 있어야 가능하다. 한마디로 돈 없는 나라가 '쪼잔한' 15~22kt짜리 핵무기 몇개 만든다고 전세계에 대놓고 떵떵거릴수 있는 시대가 전혀 아니라는 것이다. 더불어 핵무기를 가졌다고 끝이 아니라, 핵무기를 목표까지 발사하거나 운반할 능력도 동시에 보유해야 한다. 즉, 현대전에서 핵무기를 써먹고 싶다면 전략폭격기에 장착해서 날리는 수준의 단거리 미사일을 보유해야 하며, 제대로 사용하려면 ICBM이나 SLBM수준의 탄도 미사일을 제작 및 생산할 기술력과 경제력, 그리고 이런 미사일에 탑재할 수준으로 핵탄두를 소형화하는 기술력도 필요하다. 그렇지 않다면 적이 국경선을 대규모로 넘어와서 국가의 존망이 달렸을 때 너도 죽고 나도 죽는 식으로 국내에서 터뜨리는 자폭 병기에 불과할 뿐이다.
찬성론 : 다시금 말하지만 핵무장이라는 것은 애초에 가상적국에게 상처뿐인 승리밖에 거둘 수 없다는 것을 인식시켜 전쟁을 회피하는 것에 가장 큰 가치가 있다. 핵을 먼저 남의 나라에 쏘려 하는 것은 대한민국 헌법에도 어긋나는 일이며 애초에 그럴 필요가 없다. 그런 모습을 대놓고 보이는 동네는 오로지 북한뿐이다. 핵무장을 했다고 떵떵거리며 핵있으니 까불지 말라는 소리를 해 대는 동네도 오로지 북한 뿐이다. 중국이나 러시아가 아무리 막 나가도 핵불꽃이니 핵을 쏜다느니 하는 큰소리는 치지 않는다. 그렇게 공공연히 말해대는 자체가 매우 위험한 행위임을 알기 때문이다. 영국과 프랑스도 (대놓고 표현하지는 않아도) 냉전시절 소련을 대상으로 하여 핵무장을 하였는데, 과연 영국과 프랑스가 자신들이 소련과 제대로 맞붙으면 이길 수 있다고 생각해서 그랬을까? 이 핵무장은 소련이 유럽을 침공할 경우 '가만히 죽지 않겠다.'라는 선언이며 소련을 핵타격 할 경우 '소련은 미국에게 핵을 쏠 테니까' 미국도 유럽 정세에 신경써야 한다는 지극히 방어적인 핵무장이었다. 소련이나 중국도 적국인 미국의 핵전력, 재래식 전력을 확실히 이길 수 있다는 생각에서 그랬을까? 당연히 아니다. 소련군이 아쿨라급 잠수함을 만들어 북극해와 북태평양에서 미군과 열심히 숨바꼭질 한 이유는 '너희를 압도하진 못하지만 절대 순순히 당하지는 않는다.'라는 시위였다. 상호확증파괴가 가능해진 상황이니 실제로 그 전략이 먹혔고.
정말 안보적으로 핵무장이 필요하면 돈이 얼마가 들든 무슨 소용인가? 소련은 뭐 돈이 많아서 그렇게 핵을 많이 만들었을까? 러시아는 지금 아주 풍족해서 소련에서 계승된 핵무기를 열심히 유지하고 있을까? 핵 보유국 중 가장 규모도 작고 국력도 약한 파키스탄은 뭐 돈이 많아서 핵무기를 가지고 있는가? 다 서로 생존하려고 그러는 것이다. 핵이 없어 강대국에게 치여 죽을 상황이라면 당연히 만들어야 하는것 아닌가. 우리나라는 경제 규모에 비해 기형적으로 국방비 지출이 큰 편인데 지출해야 하는 상황이니 지출하고 있다. 핵도 별반 다를 것은 없다.
그리고 한국이 일단 핵무장을 시작하면 북한마냥 고작 수kt, 십수kt에서 안 끝난다. 애초에 두자리수 kt 위력의 핵무기는 가장 원시적인 핵무기의 위력 수준이다. 원자력 기술만 따지면 이미 한국은 원자력 발전소를 수출하겠다고 할 정도의 원자력 강국이다. 물론 원전기술과 핵무기 기술은 다르긴 하다. 하지만 대한민국의 핵무장 문서에서도 나오듯이 한국은 국제사회에서 수개월 정도의 시간이면 충분히 핵무장이 가능한 것으로 평가받고 있으며, 근본적으로 중국, 북한에 대한 견제가 최우선이므로 수천km급 대륙간 탄도 미사일이 갑자기 요구되는 상황까지는 아니다. 북한도 탄도탄을 만드니 어쩌니 하는데 북한은 비교도 안 되는 자본을 가진 대한민국에서 못할 것이 없다. 이미 순항미사일에선 상당한 성과를 얻은 상태이기도 하다.
4.4 핵무기 보유의 외교적 대가
반대론 : 국제 원자력 기구는 바보가 아니다. 극히 폐쇄적인 북한이 핵개발 하는 것도 잡아냈는데 남한이 하는 거라고 잡아내지 못할 것 같나? 게다가 한국은 이미 핵개발 시도 전력이 있으며, IAEA에서 몇 차례 시찰을 받은데다가, 일본과 함께 둘뿐인 준핵보유국으로 핵개발에 필요한 여러 제반기술이 있음을 알기 때문에 국제사회도 항상 주시하고 있다. 일단 걸리면 제재는 피하기 힘들고, 제재가 걸리는 순간 우라늄과 같은 핵연료들은 당연히 금수조치에 들어간다. 그러면 핵무기 개발 단계에 문제가 생기는 것은 물론이며, 멀쩡한 원자력발전소의 가동까지 타격을 입는다. 멀리 갈 것 없이 북한의 경우만 해도, 그렇게 욕 먹고 고립되고 굶어 죽어가면서까지 핵을 소유하게 됐는데 정작 경제는 파탄나서 중국의 반속국이 되고, 그나마 그 중국으로부터도 내놓은 아이취급 당하면서 사실상 해외의 인도적 지원 없이는 나라가 반쯤 붕괴하는 지경까지 왔다. 게다가 핵개발이 가시화되면 국제사회에서 경제적인 제재를 당할 가능성이 높으며, 특히 인접국의 핵개발과 동북아 핵확산에 경기를 일으킬 중국은 강력하게 반발할 것이 뻔한데, 이러면 무역으로 먹고살고 중국이 제1 수출대상국인 우리나라 경제에는 치명적인 타격이 가해질 것이다.
찬성론 : 핵개발에 있어선 당연히 외교적 압박이 들어온다. 하지만 우리나라가 핵개발을 해야 하는 상황이라면 이미 미국의 핵우산이 제대로 기능하고 있지 못하는 상황(적어도 한국은 미국의 핵우산을 믿지 못하는)으로 보는 것이 옳다. 그 와중에 가상적국인 중국이 대놓고 야욕을 보인다면, 경제 부문을 상당수 희생해서라도 만들 필요는 생긴다. 이미 중국에게 경제, 군사(핵, 재래식 모두) 모든 면에서 처진 상태이고, 미국이 핵우산을 제공해주지 못하는 상황이라면 남은 일은 중국의 종속국이 되는 것 뿐이다. 이미 중국은 자신의 경제적 위치를 이용해 한국이나 일본에게 야료를 부리고 있는 상황이다. 일본의 희토류 파동, 한국의 마늘 파동이 대표적 사례이다. 이런 상황에서 중국의 통상 압박만을 두려워한다면 한국을 물론이거니와 일본도 중국의 종속국에서 벗어날 수 없다. 당장 THAAD 국내 도입 논란에서 가장 화두가 되었던 것은 '중국의 경제 보복 여부' 였다.
경제적 불안정과 외교적 불안정이 아쉬워 생존을 포기할 것인가는 생각해 보아야 할 문제이다.
4.5 동북아시아 핵확산 가능성
반대론 : 핵보유국이 비핵보유국 상대로 핵무기를 사용하는 것은 서로 금기시하고 있으며, 몇몇 국가의 경우 자위적 용도가 아닌 공격적 용도로의 핵 선제타격 금지를 명문화하기도 했다. 만약 핵보유국이 비핵보유국에게 핵공격을 자행할 것임을 공개적으로 천명한다면, 전 세계 각국이 핵무기를 개발하려고 하거나 훔쳐서라도 핵무기를 보유하려고 달려들 것이다! 이것이야말로 현재의 선진국들을 비롯한 전 인류가 가장 두려워하는 상황이다. 강대국 국민이든 아니든 언제 자기 머리위에 떨어질지도 모르는 핵무기의 위협속에서 살고 싶은 사람은 없다. 덩치 큰 미친 놈 몇 놈이 핵무기를 서로 겨누는 상황 vs 세상의 모든 미친 놈이 핵무기를 가진 상황
찬성론 :
5 번외편: 핵폭탄의 평화적 사용(?) 시도
핵의 평화적 사용의 일환으로, 그리스에 일렬로 핵폭탄들을 터뜨려서 운하를 건설하자는 과학자가 있었다. 그 이름은 에드워드 텔러. 수소폭탄의 아버지라 불린다. 게다가 이 주장은 에드워드 텔러의 개인적인 주장으로 끝난 것이 아니라 미국 정부의 주도하에서 정식으로 그리스 정부에 해당 주장을 전달했으나 돌아온 답변은...
"거절하겠습니다. 그렇지 않아도 그리스엔 폐허가 너무 많거든요."
……라고. 오오 개념 그리스정부 오오 실제로 태국은 크라 지협에 크라 운하를 뚫기 위해 검토했다. 정말로.여기
이 외에도, 핵장치[8]에 의한 운하 건설이나 터널 건설 등은 1950년대 후반 원자력의 평화적 이용과 군사적 과시를 병행할 수 있는 좋은 수단으로 여겨져 미국이 전 세계 곳곳에 "한 번 해볼래?"하고 여기저기 들쑤시고 다닌 적이 있다. 게다가 이게 말로만 끝난 것이 아니라, 미국은 자국 내에서 실험까지 했는데 효과는 충분하지만 당시 기술력으로는 방사능 낙진을 줄일 수 없어서 취소되었다. 지금도 그 실험장소에는 크레이터가 그대로 남아 관광명소가 되었다. 이를 본 소련도 질 수는 없지! 하며 카자흐스탄의 차간이라는 곳에 핵폭발로 진짜 호수를 만들었다. 참고 크기는 저수량 10만톤이다. 조그마한 저수지 수준도 안된다. 방사능이 있지만 수영 가능한 수준으로 떨어졌다고 한다.. 핵 장치를 이용한 공사를 하잔 말을 진심으로 믿고 핵장치 개발을 도와달라고 해서 실제로 핵장치 개발 직전까지 갔다가 무기화 문제로 커트당한 나라가 바로 인도.
한편으로는, 1950 ~ 1960년대 미국에서는 철도차량기술에 있어 기관차에 원자력 기반 엔진(!!)설국열차을 장착, 구동하는 기술수준까지 진척시켜놓았다고 한다. 그러나 그 기술을 쓰기엔 미국 철도교통 인프라 시장도 시장이거니와 무엇보다 비용(..) 및 안전 문제가 겹쳐 일단 기술 연구개발이 종료된 이후 지금은 일단락되었다고 한다.
리처드 파인만은 자서전에서, 로스알라모스에서 핵실험이 성공한 뒤, 참여한 과학자들에게 설문이 돌았다고 회고했다. 원자력으로 무엇을 할 수 있을 것인가! 그것을 생각나는 대로 적어 제출하면 1달러짜리 특허로 만들어 정부가 가진다는 것이었다고. 원자력 비행기, 기차, 갖가지 아이디어가 나왔고 실제로 정부가 1달러를 지불하지는 않았는데(그렇게 기록을 남겨야 법률상 정부 소유권이 인정된다는 이유로 1달러를 "지불했다 친 것"), 파인만은 끝까지 우겨서 자기몫을 받아낸 후 사탕을 사 돌렸다고 한다. 그리고 나중에 원자력잠수함 관련해서 전화가 왔다
칼 세이건은 우주계획에 핵을 사용하는 게 가장 개념적인 사용일 거라고 핵전쟁, 특히 핵겨울에 대해 경고하면서 비꼬는 조의 말을 한 바 있다. 보통은 비꼼의 대상이긴 하지만, 차세대 우주 탐사선들에 쓰일 가능성이 높은 이온 엔진의 에너지원은, 태양력을 쓸 수 없는 항성간 항행에는 원자력 이외의 대안이 거의 없다. 단, 이것은 어디까지나 원자력으로 만들어낸 에너지를 2차적으로 우주선의 추진력으로 바꾸는 것이고, 원자력의 폭발력 자체를 추진력으로 사용하는 오리온 프로젝트는 본 항목인 핵 만능주의의 한 예로 들기에 부족함이 없다.
아마겟돈이나 딥 임팩트처럼 소행성이나 혜성 제거 작업에서도 핵무기의 사용은 최대한 지양하자는 게 전문가들의 지론이 되어가고 있고. 결국 남는 건 원자력, 원자력 발전소뿐인가? 근데 그것도 핵융합이 있잖아? 여하간 크고 아름다운 거함거포주의도 그렇고 무기에서도 만능주의 기조는 그냥 막장인 거다. 그래도 딱 하나의 사례가 있다. 바로 소련 정부가 카자흐스탄 천연가스 폭발 사고 때 핵폭탄으로 진공으로 만들어 화재를 진압한 사례이다.
- ↑ 사실 이건 미사일 개발 전이라 로켓으로 만든물건이다.
- ↑ 핵가방 항목에는 소련 이야기만 나오지만, 이 시기 미국도 2명이 운반해서 합체해서 사용하는 수준으로 만들어서 실전배치했다.
- ↑ 분대단위 보병이 사용할 수 있는 병기라고 무시하지 말자. 이놈 화력이 TNT 20t 수준이다.
- ↑ 철갑탄 탄자의 운동에너지는 탄자의 질량에 비례한다.
- ↑ 일반적인 텅스텐 탄자가 장갑 관통 시 점점 무뎌지는 것과는 반대로, 열화우라늄 탄자는 장갑 관통 시 점점 날카로워진다. 다만, 기술의 발달 덕에 신형 텅스텐 탄자 중에는 자기단조화 현상을 구현할 수 있는 것이 있다. 바로 대한민국의 ADD에서 개발해 낸 기술이다.
- ↑ 1950년대 미국은 격추되지 않는 폭격기를 꿈꾸며 XB-70를 만들었으나, 하필이면 XB-70이 완성될때 쯤 ICBM도 역시 발전을 이루었고, 1960년 U-2가 격추당하면서 결국 나가리되었다. 현재 강대국들의 핵투발 수단은 거의 대부분 탄도미사일, 특히 발사지를 특정하기 어려운 SLBM이다.
- ↑ 가장 충돌 가능성이 높으면서 한국을 저렇게 대대적으로 침공할 나라는 현재 북한하고 동맹을 맺고 있는 중국밖에 없기 때문에 이를 상정한다.
- ↑ Nuclear-Device, 핵무기를 포함한 각종 핵분열 폭발장치 전체를 가리킨다. 북한의 핵실험 역시 아직 핵무기보다는 핵장치의 범주에 들어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