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nvergent evolution
1 개념
본디 전혀 다른 종이, 비슷한 환경에 적응하기 위해 진화하여 결과적으로 외형이나 생활사 등이 비슷하게 된 것을 일컫는 용어. 대표적인 것이라면 고래와 물고기로, 둘은 생물학적으로는 상당히 다른 생물이지만 물속에서 살기 위해 진화하다보니 겉모습이 비슷하게 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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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렴진화의 예. 어류인 청새치와 포유류인 에우리노델피스와 파충류인 에우리노사우루스는 강단위에서 다르지만 빠르게 헤엄치기 위해 유사한 모습으로 진화했다.
수렴진화로 인해 '다른 조상으로부터 출발한 종이라도 같은 환경에 살면 비슷한 모습으로 진화한다.' 라는 것을 이끌어낼 수 있다.
2 설명
이런 수렴진화를 거친 생물들은 외형상으로는 대체적으로 비슷하기 때문에, 한 종으로 알고 있다가 동물학이 발달하면서 여러 관찰 등을 통해 수렴진화였다는게 밝혀지는 경우가 많다. 극단적인 경우는 현대에 와서 유전자 단위까지 조사해 본 후에야 "이렇게나 비슷하게 생겼는데 사실 아무 상관도 없는 종이었다"인 경우도 있다.
고생물학자 돌로는 수렴진화는 어디까지나 형태적인 유사성을 의미할 뿐이며 구조적인 측면에서 동일한 것은 아님을 지적하였다. 예를 들어 박쥐의 날개와 새의 날개가 외형상 동일하게 보이더라도 둘의 발생 기원과 구조는 아주 다르다.[1] 돌로는 모든 생물은 선조의 진화 결과 위에서 진화하며 선조의 흔적을 고스란히 가지고 있을 수밖에 없음을 지적하면서 진화의 결과는 되돌릴 수 없다고 하였다. 이를 진화 불가역의 법칙이라 한다. 따라서 수렴 진화가 보여주는 상사성은 겉모습의 유사성만을 뜻한다.
유전학적으로 관계가 없으나 역할이 유사한 기관[2]인 상사기관도 여기에 속한다고 할 수 있다. 단, 단순히 상사기관을 가지고 있는 것만으로는 수렴진화라 하지 않고, 생활사나 행동양식까지 많이 겹칠 경우에만 수렴진화라고 한다. 쉬운 예로 검치호와 틸라코스밀루스는 다른 계통이지만 비슷한 해부학적 구조와 같은 생활양식을 지녀 수렴진화의 사례로 꼽히는 반면, 갯가재와 사마귀는 비슷한 앞다리를 지녔지만, 생활사가 다르므로 수렴진화의 예로 꼽히지 않는다. 전갈과 십각목 갑각류(게, 집게, 새우, 가재) 또한 집게발을 지닌 점이 같으나 생활사가 다르므로 수렴진화에 해당하지 않는다.
수렴진화나 상사기관과는 반대로, 유전학적으로 같은 조상을 공유해 발생 기원 및 신체의 기본 구조는 비슷하지만 생활사나 행동 양식 때문에 달라진 형태가 있는데 이는 '상동기관'이라 한다. 인간과 박쥐, 고래가 같은 포유류로 팔다리의 기본 뼈대는 유사하지만 외형은 매우 다른 것이 그 예이다.
3 대표적인 예시
- 고래 - 어류와 비슷하게 생겼지만 포유류다.
- 고슴도치, 가시두더지, 호저 - 셋 다 털이 변한 가시가 몸에 돋아있는 포유류이지만 각각 전혀 다른 종류다. 고슴도치는 고슴도치목, 가시두더지는 단공목이며 호저는 쥐목(설치류)이다. 게다가 가시두더지는 나머지 둘과 달리 알을 낳는 원시적인 포유류다.[3]
- 나비와 칼리그람마과 - 나비는 나비목, 칼리그람마과는 풀잠자리목에 속한다. 둘 다 꽃가루받이 곤충인데다가 생김새도 닮았다. 단, 칼리그람마는 쥐라기에, 나비는 5000만년전에 출현했다.
- 날다람쥐와 비늘꼬리다람쥐 - 둘 다 피막을 지니고 활강하는 설치류지만 계통은 서로 다르다.
- 날치 - 어류 주제에 하늘을 난다는 이유로 조류와 마찬가지로 골밀도가 낮아서 뼈가 가볍다. 또한 조류가 비슷한 체적의 포유류에 비교할 때 내장이 짧고 대소변을 모아두지 않아서 체중이 가벼운 것처럼, 날치 역시 위가 거의 없고 장이 짧아서 날기에 유리하다.
- 매목 매과에 속하는 매(falcon)와 수리목 수리과에 속하는 매(hawk) - 전자는 DNA 구조상 앵무새에 가까우며 후자는 독수리, 검독수리, 참수리, 흰머리수리, 물수리 등 '~수리' 돌림 맹금류와 친척뻘이다.
- 몽구스와 족제비 - 둘다 외형과 생활양식이 비슷하지만 전자는 고양이아목이고 후자는 개아목이다.
- 박쥐 - 날개가 있지만 조류가 아니라 포유류다. 익룡도 마찬가지로 날개가 있지만 파충류다. 다만 익룡의 경우 조류의 조상인 공룡의 가까운 친척이므로 조류와 근연관계가 존재한다.
- 비스카차 - 토끼처럼 귀가 길고 언뜻봐도 똑같아보이지만, 토끼랑 전혀 상관없고 설치류다. 반대의 경우는 우는토끼.
- 사마귀, 사마귀붙이, 게아재비, 사마귀침노린재, 낫파리 - 생김새나 앞다리의 구조가 서로 비슷하지만 사마귀는 사마귀목이고 사마귀붙이는 풀잠자리목이며 게아재비와 사마귀침노린재는 노린재목, 낫파리는 파리목이다. 결정적으로 사마귀붙이는 번데기 단계가 있는 완전변태를 하고, 게아재비와 사마귀침노린재는 먹이의 체액을 빨아먹는 점에서 사마귀와 다르다.
- 어룡 - 어류와 비슷하게 생겼지만 파충류다.
- 왕부리새(큰부리새)와 코뿔새 - 둘다 비슷하게 생긴 커다란 부리를 가졌고, 부리가 속이 비어있어 크기와 달리 가볍다는 점이나 식성도 비슷하지만, 목 수준에서 다르다. 왕부리새는 딱따구리목, 코뿔새는 파랑새목이다.
- 점박이하이에나와 늑대, 리카온 등 무리지어 사는 대형 갯과 동물 - 생김새와 생태가 유사하지만 위의 몽구스-족제비처럼 아목단계에서 갈린다.[4]
- 천산갑, 아르마딜로, 공벌레, 공노래기, 공바퀴(Perisphaerus) : 천산갑은 유린목, 아르마딜로는 빈치목이며 공벌레는 갑각류, 공노래기는 다지류, 공바퀴는 곤충류로 각각 다른 종류이지만[5] 모두 적이 나타났을 때 몸을 둥글게 말아 등딱지로 몸을 보호한다.
- 플리오사우루스과와 모사사우루스과 - 서로 비슷하게 생겼지만 플리오사우루스과 파충류들은 장경룡으로 분류되며 모사사우루스과 파충류들은 장경룡과는 별개의 파충류로 분류된다. 게다가 모사사우루스과는 장경룡과 달리 현생 파충류와 근연관계가 있는데 그 중에서도 왕도마뱀에 가깝다.[6]
- 킹크랩 - 게처럼 생겼으며 분류상으로도 게와 같은 십각목이지만 게보다는 집게에 더 가깝다.
- 투파이아(나무땃쥐) - 다람쥐와 비슷하게 생겼지만[7] 설치류보다는 영장류 쪽에 더 가깝다.
- 티라노사우루스와 토르보사우루스 - 둘다 육중한 몸에 강한 턱을 가졌던 당대 최상위 포식자였다.[8]
- 흰개미 - 개미와 생김새 및 생태가 비슷하지만 벌목에 속하지 않으며, 오히려 바퀴, 사마귀에 더 가깝다.
식물도 물론 수렴진화의 예가 있다. 대극과의 유포르비아속 식물 가운데 일부는 다육식물로써 선인장과 흡사하게 생겼다. 지식이 없으면 혼동할 정도, 허나 선인장은 아메리카대륙에서만 서식하는 식물류이고 다육 유포르비아는 대부분 아프리카대륙에서 서식하는 식물이다. 뜨겁고 건조한 환경에 적응하다보니 겉모습이 비슷해 진 것이다. 여기에 더해서 박주가리과의 일부 식물, 협죽도과의 일부 식물도 선인장과 비슷하게 진화한 예가 있다. 이외에도 용설란과 알로에도 수렴진화의 산물이다. 그래도 식물은 꽃모양은 절대로 못 속이기 때문에 꽃의 모양을 보면 확실히 구분이 된다.
아이유, 주니엘
3.1 도구에서 보이는 수렴진화와 비슷한 부분
생물의 진화는 아니지만 도구나 기계, 혹은 제도 등의 발전 과정에서 서로 다른 기원에서 출발한 것들이 결과적으로 비슷한 양상을 취하는 경우를 수렴진화에 비유하기도 한다.
K-151 - 외형적으로 험비와 비슷한 점이 많아 험비의 단점을 굳이 들춰가며 여러 군소리를 하는 밀덕이 많다.
- 용기병, 총기병 - 용기병은 본디 이동시에만 말을 타고 싸울 때에는 말에서 내려 싸우는 보병 병과였으나, 전장의 요구와 말을 탈 수 있는 인적 자원의 제한 때문에 18세기를 전후하여 말에서 총을 쏘며 싸우는 기병에 가깝게 변화했다. 반면 원래 기병 병과였던 총기병은 총의 화력 강화 등으로 방호구가 경량화되고, 19세기 남북전쟁을 전후하며 총의 위력과 연사성이 올라가면서 점치 하마 전투 훈련 비중이 올라가게 되었다. 이런 과정을 거쳐 결국 두 병과 모두 말에서 총을 쏘는 전투를 주로 하되, 경우에 따라서 하마 전투를 할 수도 있는 병과로 발전하게 된다. 이 수렴진화의 최종점은 1차세계대전 이후 보병 화력의 강화로 지상전 교리가 바뀜에 따라 최종적으로는 헬기를 타고 다니거나 장갑차로 무장한 편재로 통합이 된다.
- 기사, 사무라이 - 지방분권적인 상황에서 자리잡은 유럽과 일본의 계급이다. 둘 모두 무력행사 집단에서 귀족화 되었다는 것은 공통점이다. 또한 총기의 발달과 국가의 중앙집권화로 인해 쇠퇴한 것도 매우 흡사하다.
- 카메라, 안구 - 흔히들 잘못 알고 있는데, 카메라는 안구를 본떠 만든 기기가 아니다. 오히려 안구의 구조와 카메라의 구조가 놀랍도록 비슷한 것을 신기해할 일이다. 영국의 R. 베이컨(1212~1294)이 카메라의 원시형태라 할 수 있는 카메라 옵스큐라의 원리를 알고 있었다고 하는데, 해부학도 발달하지 않았던 이 때에 안구의 구조는 전혀 밝혀져 있지 않았다. 다게르 등에 의해서 실질적인 카메라가 만들어진 근대에는 물론 해부학이 있었지만, 그리고 안구의 구조가 밝혀져 있었을지 모르지만, 그렇다 해도 다게르가 일부러 눈과 비슷하게 자신의 카메라를 발명하지 않은 것만은 분명하다. 실제 풍경을 인간의 눈으로 보기에 똑같이 따오려고 노력해 온 과정에서, 풍경을 따오는 가장 적절한 기술이 우연인지 필연인지 안구의 구조와 같아진 것이다.
- 마마이트, 보브릴
3.2 창작물
애프터 맨으로 대표되는 두걸 딕슨의 미래동물학에서 미래 동물의 모습을 예측하는 가장 주요한 매커니즘이다. 즉, 미래 동물이라고 마냥 상상한 것이 아니라 생존력이 떨어지는 종이 멸종하면 생존력이 높은 다른 종[10]이 그 역할을 대신하여 수렴진화한다는 것이 기본적인 논리적 골격이 되고 있다.
이외 여러가지 창작물에서 외계인이 인류와 유사한 모습을 하고 있는 이유를 설명하는데도 사용된다. 드래곤볼의 리쿰과 그 동족, 사이어인들이 대표적인 예.[11] 비슷하게 생긴건 그렇다 치더라도 혼혈이 가능한건 어떻게 설명해야할까?
오다 에이치로와 마시마 히로의 그림체.. 각각 원피스와 페어리테일의 작가이다. 이들은 상당히 닮은 화풍이라 표절의혹을 받았지만 전혀 접점이 없다고 한다.
슈퍼로봇대전 W에서 데터네이터 오건의 등장 종족 이바류더와 우주의 기사 테카맨 블레이드의 등장 종족 라담의 테카맨은 서로 수렴진화를 통해 비슷한 능력과 외형을 지니게 되었다고 크로스오버 되었다.
실상은 라담의 공격을 받아 블랙홀에 빠지게 된 이바류더의 선조들이 머나먼 과거로 이동하게 되었고, 블랙홀의 중력과 라담과의 수없는 전투로 그 모습이 비슷하게 진화하였다는 것.
현재까지도 슈퍼로봇대전 시리즈 중에서 비슷한 디자인을 이용한 훌륭한 크로스오버라 칭송받는다.
TV조선에서 "최고는 서로 닮는다"라는 이야기를 방송하였다. #
4 관련 문서
- ↑ 박쥐의 날개는 인간의 손에 해당하는 부분이 진화한 것이며 새의 경우는 인간의 팔에 해당하는 부분이 진화한 것이다.
- ↑ 예를 들면 박쥐의 앞다리와 조류의 날개.
- ↑ 포유류이면서도 알을 낳는 건 단공목의 특징이며 오리너구리 또한 단공목이기 때문에 알을 낳는다.
- ↑ 심지어 몽구스나 족제비를 닮은 조상(물론 각자의 조상들도 전혀 다른 생물)에서 출발해서 현재의 형태를 잡기까지의 진화과정도 꽤 흡사하다. 지금은 멸종했지만 하이에나과에는 지금의 하이에나들 보다도 더욱 개과와 흡사한 아과가 있었고 반대로 개과에도 하이에나와 더욱 흡사한 아과가 있었을 정도.
- ↑ 다만 앞의 둘은 같은 포유류이며 뒤의 셋은 같은 절지동물이다.
- ↑ 모사사우루스과는 왕도마뱀상과에 속하기 때문.
- ↑ 심지어 균형을 잡을 때 쓰이는 북실북실한 꼬리도.
- ↑ 다만 티라노사우루스는 당대에 딱히 경쟁을 할만한 포식자가 사실상 없는 상태였고, 토르보사우루스는 알로사우루스나 사우로파가낙스 등의 먹이를 가로채는 포식자였다는 차이 때문에 행동양식이나 생태적 지위가 티라노사우루스보다는 불곰이나 사자에 가까웠을 것이라는 의견도 있다.
- ↑ Tu-144의 취항이 더 늦어 콩코드를 베낀 것이란 이야기도 있지만 실제 초도비행은 오히려 Tu-144가 더 빨랐다.
- ↑ 예로 설치류
- ↑ 물론 외계 지적생명체가 무조건 인류 혹은 유인원을 닮은 생명체에서 진화하라는 보증은 없으므로 어디까지나 창작물에 나오는 인간형 지적생명체에만 해당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