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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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문서는 남성 동성애자에 대해 서술하고 있습니다. 다른 뜻에 대해서는 게이(동음이의어) 문서를 참조하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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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개요

국내 일반인들 사이에서 '남성 동성애자'로 주로 통용되는 뜻의 외국어(gay[게이])[2]이다. 그 어원은 프랑스어(gai)에서 출발하여 영어(gay)로 자리잡게 되었다고 한다. 동음이의어에 대해서는 해당 문서를 참조하기 바란다. 참고로 레즈비언, 바이섹슈얼 등 여러 성소수자 분류 중에서 압도적으로 인지도가 높은 편이다.

관련 유명 연예인 홍석천이 말한 것처럼 '게이는 내 친구, 내 가족일 수 있다.'는 말은 웃고 넘길 게 아니라 신중히 재고해볼 필요가 있다. 맨날 만나서 장난치면서 놀고 PC방 가서 게임하고 밤새도록 술 마시고 놀았던, 지극히 '평범한 남자'처럼 보이는 당신의 친구가 게이일 수도 있다는 것은 당황스러울 수도 있으나, 그것은 동성애자인 사람에겐 태생적인 것이며, 이상한 것이 아닌 친구의 모습 중 하나라는 것을 인지해야 한다.

서구권에서는 동성 간의 신체 접촉을 꺼리는 편인데 이는 상대방이 혹여나 동성애자일 수도 있다는 것, 그리고 신체 접촉을 통해 의도치 않은 성적 감정을 전달할 수도 있다는 것으로 구성원들이 인식하고 있기 때문이다. 동성 간의 신체접촉이 잦은 한국에서는 이해가 안 갈 수도 있지만, 영미권의 경우 팔만 잡고 있어도 게이로 오해받을 수 있으며 혹여나 손을 잡으려 한다면 그 날로 바로 커밍아웃이다. 사실 이렇게 남성 간의 스킨십을 동성애로 보고 경악하는 문화는 대공황 시기 이후에 발생한 것으로, 본래는 스킨십은 물론 '남성 간의 키스'도 서로 간의 우정을 나타내는 표현으로 여겨졌다. 동구권 공산주의 국가에서는 20세기에도 이러한 문화가 남아 있었으나 미국 문화 등이 유입되면서 동양권 상황과 비슷해졌다.

2 게이에 대한 오해

상세한 내용은 게이/오해 문서 참고. 아래는 가장 많이 하는 오해만 묶어서 요약한 것이다.

게이들은 성범죄자도, 정신병자도 아니다. 그저 성적 지향이 남성이라는 것만 제외하면, 게이는 다른 보통 남성들과 별 다른 바가 없다. 게이들은 폭력적이지도 않고, 성욕을 조절하지 못하는 것도 아니며, 자제력이 있고, 정신에도 별 문제가 없다. 있다고 해도 그건 그 사람의 문제일 뿐 게이인 것과는 아무 상관이 없다. 여성적인 취향을 가졌다고 게이인 것도 아니며, 게이가 무조건 에이즈나 각종 성병에 걸리는 것도 아니다.

  • 남자라고해서 다 좋아하는 것은 절대 아니다.
남성들이 모든 여성을 보고 헐떡거리지 않듯, 게이들도 모든 남성에게 다 호감을 느끼지는 않는다. 일부 일반 남성들은 주변에 동성애자가 있다고 느끼게 되면, 자신의 신변이 혹시나 위협받을까봐하는 피해망상을 무턱대고 가져버린다. 그러나 어차피 그 게이가 마음에 들지 않으면 오히려 '왜 사서 주책이냐'고 더 기분나빠할 수도 있다. 게이들이 오히려 외모 판단의 기준이 여자보다 훨씬 엄격한 경우가 많다.
게이들도 눈이...
  • 게이라고 해서 반드시 항문성교를 하는 것은 아니다.
모든 게이가 성행위항문성교를 하는 것은 아니다. 게이라고 해서 성행위 방법이 항문성교 하나만 있는 것은 아니며, 동성간의 섹스 역시 다양한 종류가 있고 저마다 취향이 다르다. 손으로의 애무구강성교, 음경끼리 자극하는 프롯, 허벅지나 사타구니 등에 마찰하는 스마타 등 항문 성교가 아니더라도 성적 자극을 주고받는 방법은 다양하다. 항문성교도 사실 취향의 하나일 뿐이고, 모든 게이가 같은 취향인 것은 아니다.
  • 성욕은 동성애자나 이성애자나 똑같다.
일부 이성애자들이 여성의 신체적인 곳에 대해 음담패설을 하듯이 게이들 중에서도 똑같이 그런 사람들이 있다. 특히 평범한 일반 만남 어플에서 절대다수의 남자들이 극소수의 여성과 성관계나 만남을 가지려고 하는 것 등을 보았을 때 동성애자 남성과 이성애자 남성 중 누가 더 성욕이 많다고 단정지을 수 없다.
사회생활을 위해 이성애자 코스프레를 하고 있는 동성애자들은 육안으로 알아 볼 수 없다. 이성애자들이야 서로 만날 수 있는 곳이 학교나 직장이기 때문에 상관없지만, 이들에게는 '만남 어플'이나 '커뮤니티'를 통하는 것이 필수불가결하다.[3] 하지만 만남 어플 자체에 대한 특수성[4]을 고려해봤을 때 '애인 만들기', '친구 사귀기' 등 외에도 불건전한 만남을 할 수도 있기 때문에 게이들이 유독 성욕이 많은 것처럼 보이는 것이다.
  • 여성스러운 남성이 무조건 게이인 것은 아니다. 반대로 게이가 모두 여성스러운 것도 아니다.
일각에서는 여성향인 남성을 무조건 동성애자로 바라보는 편견이 있는데, 성적 지향과 상관 없이 남성스러운 사람, 여성스러운 사람은 모두 존재하므로 이러현 편견은 위험하다. 오히려 동성애자들도 여성스러운 남성(이른 바 '끼순이')에 대한 시선이 다소 부정적인 편이다. 그 이유는 남성스러운 사람조차 여성스러운 게이들로 하여금 편견을 받고 있다 생각하기 때문이다. 이미 국내 미디어 매체의 영향으로 대중들에게서의 '게이'가 대부분 여성스러운 남성으로 그려져왔기 때문에 향후 몇 십년 간 이 편견은 깨기 힘들 것으로 보인다. 이들 세계에서는 여성스러운 남성보다는 근육질에 자기 관리 잘하는 남성을 더 선호하는 경향이 있다. 오죽하면 게이 커뮤니티나 만남 어플에도 '끼 사절요, 일틱[5]하다'라는 글이 있을 정도.
사실 심리적인 차이인지 알 수 없으나 통계적으로 보면 여성스럽고 끼부리는 게이들의 커밍아웃이 압도적으로 더 많으며 성소수자 단체 활동도 비교적 훨씬 많다고 한다. 오히려 남자답거나 평범한 게이들은 이런 걸 꺼리거나 귀찮아 하는 경향이 더 크다고. 물론 그렇지 않은 게이들도 다 커밍아웃하고 성소수자 단체로 활동하기도 할 테며 끼순이들도 커밍아웃을 꺼려하는 사람은 꺼려하겠지만 이는 편견이 아니라 거의 사실이라고 봐도 될 정도로 무방하다. 안 그래도 여성스런 게이가 더 눈에 띄는 마당에 통계적으로도 이렇다 보니 게이가 여성스럽다는 편견이 더욱 부각되는 것.
게이의 여성스러움은 단순히 성 지향성이 아니라 성별 정체성을 봐야 한다. 그런 게이들은 바이젠더일 확률이 높으며 자세한 내용은 트랜스젠더젠더퀴어 문서를 살펴보도록 하자.
  • 가벼운 관계가 많다?
위에서 언급했다시피 일상에서 만난 사람끼리 서로 게이임을 알게 되는 경우는 드물다. 이 때문에 대부분 SNS, 만남 어플 등으로 친목을 다지게 되는데, 보통 인터넷 채팅이나 카페 등으로 사람을 만나본 사람은 알겠지만 그 상대가 내 일상에 존재하지 않기 때문에 어퀘인턴스가 꽤 많아질 수밖에 없는 구조를 이룬다.
일단 이반들은 일반인들처럼 일상 생활에서 서로를 알아가며 연애를 하기가 대단히 어렵다. 게이 커플 중에서도 같은 학교나 직장이 아닌 경우가 절대다수이며 심지어 서울과 인천, 경기도권이면 모두 근거리로 취급하는 경향이 팽배하다. 당장에 사통할 수 있는 매체조차 '만남 어플'이나 '게이 커뮤니티'가 절대적이어서 키나 몸무게 등과 같은 체형 스펙을 따질 수 있는 구조가 형성되어 있다. 또 사진이 없는 유저들은 그대로 필터링해버릴 수 있다. 체형 스펙도 중요하지만, 얼굴도 많이 따지기 때문에 사진을 보고 마음에 들지 않으면 만남이 거의 성사되지 않는다. 따라서, 게이들 다수가 일반인 다수에 비해 자기 외모 관리에 신경 쓸 수 밖에 없게 되고, 세간에 떠도는 '게이들이 잘생겼다'라는 말도 앞서 밝힌 이유로 인해 외모가 상향 평준화되었다고 보는 사람들이 많다. 심지어 이를 조장시키는 모 국내 게이 전용 만남 앱에서는 가장 호감도가 높은 순서대로 프로필이 뜨게끔 하는 기능까지 있다. 게이들이 얼마나 외모지상주의가 심각한지 잘 나타내주는 표상이라고 보면 된다. 게이가 얼굴을 중시하는 이유는 게이라서가 아니라 "남자"라서 그렇다 카더라 '예쁘냐?'가 아닌 '잘 생겼냐?' 대개 잘생긴 사람들이 게이 바나 일부 집단 내에서도 우위 서열을 갖게 된다. 이들끼리 사통하는 SNS에서도 잘생긴 사람이 댓글과 추천(혹은 좋아요)수가 200~300개를 상회하는 게 실정이다. 영향력이 파급적인 만큼 이들에게 주목도가 쏠리는 건 어쩔 수 없는 모양이다. 외모가 잘나지 않은 사람은 이에 대해 비관해하거나 탈반(脫+이반)하는 사례도 속속히 있고, 심지어 게이 안에서도 호모포비아가 나타나기도 한다.
단, 이 문제는 항상 케이스 바이 케이스임을 염두에 두어야 한다. 얼굴이나 체형을 그다지 안 보고 폭넓게 만나는 예외적인 게이도 있고, 연애가 아닌 원나잇이나 번개 등의 경우에는 외모를 크게 보지 않는 일도 많다. 후자의 경우에는 한두번 보고 끝내는 것인데다 만남보다는 성적 욕구 충족이 우선이기 때문. 그리고 의외로 본인의 취향 자체가 까다로운데 인식을 못하고 남탓만 하는 경우도 종종 있다. 본인이 눈이 너무 높다거나, 너무 다른 체형을 찾는다거나, 너무 다른 나이대를 찾는다던가 하는 경우에는 맞는 사람 구하기 힘든 것이 당연하다.
  • 비누 좀 주워줘.”는 사실상 비성소수자만 쓰는 도시전설이다.
  • 게이들도 다 잘생긴 것은 아니다. 못생긴 게이들도 충분히 많다. 어딜 가든 정규분포를 따르며, 외모를 가꾸려고 노력하기 때문에 평균만 살짝 높을 뿐이다.
  • 게이들도 군대에 간다. 신체검사 규정상 면제를 받는 일은 절대 없다.
  • 모든 게이 커플이 남자 역할과 여자 역할이 정해져 있는 것은 아니다.
  • 동인녀들 사이에서 게이들이 더 화려하고 수려한 외모를 가졌다는 환상을 가지는데 그건 그들만의 망상이다.

상세한 내용은 게이/오해 문서 참고.

3 게이 문화

3.1 게이의 은어

이반이라는 단어처럼, 한국의 게이 커뮤니티 내에는 은어들이 존재한다. 지금도 널리 쓰이고 있는 것들이기 때문에 비성소수자가 어디 가서 함부로 사용하면 낭패를 볼 지도 모른다. 특히 한국의 게이 커뮤니티의 특성상, 아래의 은어들을 '일반인'이 사용한다는 것은 게이들에 대한 굉장한 실례로 인식되는 상황이라, 자신이 게이가 아니라면 쓰지 않는 것을 권한다. 이 중 일부는 게이라도 친한 사이가 아니라면 실례가 되는 표현도 있다.

게이 용어와 관련된 논란의 대상 중 하나는 남성 동성애자들의 여성혐오이다. 남성동성애자 문화 내에서 일반적으로 상용되는 용어들 중 몇 가지가 여성혐오적이라는 주장이다.

가장 이슈가 되고 있는 단어가 "끼순이"와 "뽈록이"이다. 이런 용어는 게이가 아닌 사람들에게 거부감이 들 수 있다. 그 이유는 첫째로 한 인간의 집단, 여성이라는 집단을 대변하는 용어로 개인을 묘사하거나 평가하는데 사용된다는 점이다. 둘째로 그 대변하는 용어가 여성을 단순 대상화 (objectification)하고 있다는 점이다. 이 용어에서 여성은 가슴과 엉덩이가 "뽈록"하게 튀어나온 인간으로 규정된다. 이는 여성의 주체성이나 어떠한 존엄도 고려하지 않고 단순히 여성을 사물화 한다. 어떻게 보면 이 표현의 여성혐오성은 너무나도 자명하다.

그렇다면 사람들은 해당 용어를 게이문화의 일부로 용인해야 할까? 그렇지 않다. 이를 논하기 위해서는 남성 동성애자의 "여성성"에 대한 논의가 빠지면 안 된다. 남성 동성애자들 중 "전형적인" 여성성, 즉 표현력이 뛰어나고, 말주변이 좋고 수다스러우며, 빠릿빠릿한 특질을 지닌 사람들은 여성에 대한 친근함이나 가까움을 나타내려고 용어를 사용하는 것일지도 모른다. 겉으로는 드러나지 않지만 이분법적 젠더 구조에서 벗어날 수 없는 게이 문화에서 "여성적"인 게이들은 내부적으로 자신의 "여성성"을 인정함으로써 다른 여성과의 동질감을 느낀다는 것이다. 어떻게 보면 여성에 대한 동경과 질투에 기인해 이런 표현을 사용하는 것처럼 보인다.

한편으로 일련의 표현은 하위문화에서 동질한 특질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에 대해 외부에서 자신들에게 사용되는 비하 발언을 스스로 받아들이는 맥락으로 볼 수도 있다. 가령 미국 흑인들 사이에서 백인이 흑인을 비하할 때 쓰는 "Nigger"라는 용어가 통용되거나, 동성애자 사이에서 서로 친근감과 유대의 표시로 "호모자식", "게이새끼"라는 표현이 쓰이는 맥락으로 이해할 수 있는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문화 현상에서 중요한 부분은 In-group과 Out-group의 구분이다. 만약 한 집단에 개인 스스로 소속되어있다고 생각하는 두 사람이 서로의 소속성을 받아들일 수 없으면 그 용어의 사용은 폭력일 수 있다. 예를 들어 한 이성애자 남성이 자신은 남성 동성애자 문화에 많이 포섭되었으며, 동성애자에 대해 굉장히 호의적(?)이라고 생각한다 가정해보자. 그는 수많은 동성애자 친구들과 자주 놀러 다니고 게이 문화에 익숙하여 자신도 동성애자 문화에 소속되어 있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그가 자신의 동성애자 친구에게 "호모자식아"라는 표현을 친근감의 표현으로 했다고 상상해보자. 이는 친근감의 표현이라고 할 수 있을까? 그가 아무리 게이 문화를 이해하고 받아들인다고 하더라도 그는 하위문화에서 상위의 권력을 갖는 사람이다. 그렇다면 예의 권력 구조 안에서 그 언어는 좋은 의미로 받아들이기 어렵다.

"뽈록이"라는 표현도 마찬가지다. 남성 동성애자가 아무리 자신이 이성애자 여성과의 동질감을 느끼고 가깝게 느낀다고 하더라도 그가 사용하는 "뽈록이"라는 표현이 여성의 신체를 대상화 했다는 사실은 변하지 않는다. 여성이 신체로 대변되는 언어를 자신에 대해 말하기 위해 사용되었다는 것을 인지하고 신체적인 모욕감과 불쾌감을 느낀다면 그것은 엄연한 성폭력이다. 발언의 화자가 남성 동성애자라는 사실은 중요하지 않다. 피해 여성이 성적 수치심을 느낀다면 그것으로 성희롱은 성립되기 때문이다.

한편, "끼순이"라는 단어의 경우, "끼"라는 표현은 남성 동성애자들 사이에서 "전형적인 여성의 가치" 중 "남성이 가져서는 안 되는" 여성적 특질이나 표현방식, 예를 들면 "여성적인" 손짓이라던가, "어머, 어머나, ~니"와 같은 말투 등을 한데 아우르는 게이 은어이다. "끼순이"라 함은 이러한 특질을 표현하는 남성 동성애자를 지칭하는 표현이다. 이 "끼"나 "끼순이"라는 단어 자체가 여성 혐오적이라고 단정지을 수는 없다. 분명히 남성과 여성, 그리고 간성 모두 어느 정도의 이러한 특질을 갖고 있다.. 남성성과 여성성, 그리고 젠더는 퀴어적 해석에 따르면 누구나 "남성적" 그리고 "여성적"인 특질을 모두 갖고 있지만 사회의 성 정치, 성 규제로 인해 그러한 특질들이 규제된다고 설명한다.

이는 "여성은 수학을 못한다"는 편견과 유사하다. 최근 SNS에 올라온 남녀 평등에 대한 강의에서 한 교수는 남성과 여성의 수학실력은 차이가 없음을 증명한 연구 결과들을 보여준다. 그리고 그녀는 남녀평등 지수가 높은 국가일 수록 여성의 수학 성취 비율이 남성과 유사함을 피력한다. 결국 여성의 수학실력이 상대적으로 남성에 비해 낮은 국가는 실제로 여성이 수학을 못해서가 아니라 그 국가에서 "여성은 수학을 못한다"는 인식이 그만큼 뿌리깊게 박혀있기 때문이며 그 사회성이 여성들의 수학 실력에 영향을 미친다는 것이다. 남성은 과묵하고 이성적이며 침착하고, 여성은 수다스럽고 감성적이며 흥분을 잘한다는 이분법적 사고는 실제가 아니라 사회성에 의해 발현된 허구이다. 남성도 충분히 감성적일 수 있고 수다스러울 수 있으며 흥분을 할 수 있고 여성도 그 반대가 될 수 있는 것이다. 그런데 남성 동성애자들 사이에서, 특히 "끼순이"들 사이에서는 이 특질들을 감추지 않고 터놓을 수 있는 공간이 마련된다. 일상 생활에서 그들은 자신의 여성성, 즉 "끼"를 숨겨야 하고 "남성적"으로 살아가야 하는 부담이 있다. 그러나 게이 커뮤니티 안에서 그들은 그 부담을 벗어 던지고 자신의 숨겨진 여성성을 숨기지 않고 표현할 수 있다. 이 "끼"에 대해 성적지향과 상관없이, 모든 남성들은 자부심을 느끼고 이 여성성이 부끄러워할 것이 아니라는 것을 인지하는 것이 중요하다.

본질적인 문제는 "끼"에 대한 혐오이다. 끼에 대한 혐오는 즉 여성성에 대한 혐오이고, 남성이 "여성적"이라는 것에 대한 혐오는 여성에 대한 사회적 혐오를 반증한다. 이러한 끼 혐오는 이성애자 남성과 여성으로부터 뿐만 아니라 동성애자 커뮤니티 내에서도 심하다. 남성 동성애자 커뮤니티에서 "끼 싫어요," "끼 사절"이라는 표현은 너무나도 쉽게 발견 될 수 있으며, 소위 "일틱," 즉 "일반틱한 사람,” “이성애자스러운 사람"에 의해 소외된다. 커뮤니티 내의 분열은 소위 "이성애자로 패스pass되는 사람"이 이성애자 중심사회에 포섭되기 더 쉬운 특질을 가졌고, 그로 인해 같은 동성애자임에도 불구하고 "끼순이"들을 타자화하고 결국 또 다른 권력적 억압을 형성한다. 이와 유사한 양상은 다른 소수자 사회에서도 많이 나타난다. 미국 흑인 문화 안에서도 light skin (더 피부색이 밝은 흑인)과 darker skin (더 피부색이 검은 흑인)의 분열은 쉽게 찾아볼 수 있으며 이것 또한 젠더와 연결되어 다양한 담론들을 만들어 낸다. 소수자 그룹 안에서 상위 계층에 더 가까운 특질을 갖고 있는 집단은 그렇지 못한 집단을 타자화하고 분열을 만들어 낸다. 그 안에서 더 "비정상"적인, 더 퀴어적인 존재들은 더 고립되고 더 소외된다.

지금까지 이야기한 내용들을 토대로 보았을때, 남성 동성애자들 사이에서 일어나는 여성혐오적 생각이나 표현은 쉽게 목격할 수 있다. “뽈록이”라는 단어 사용과 같은 단적인 예가 아니라고 하더라도, 대화 중에 여성을 대상화하거나 일부 이성애자 남성들과의 친목유지를 위해 (그러나 자신도 동의하는) 폭력적인 언어사용이나 생각의 공유는 비일비재하다. 이는 분명히 비판받아야 할 가부장적, 소위 “꼰대” 의식이다.

3.2 게이 포르노

게이들을 위한 포르노 영상물. AV의 한 분야이지만 일반적인 AV와는 대상 계층이 다르다. 특히 일본에서는 게이 비디오(ゲイビデオ)를 줄인 GV라는 단어가 흔히 쓰인다. 내용은 남성의 자위나 남성끼리의 성행위를 촬영한 것이 중심이 되고 있으며 최근에는 남녀간의 성행위를 찍되 남성에 초점을 맞춘 앵글로 보내는 것도 게이 포르노의 한 종류로 여겨지고 있다.

3.3 게이 공간

게이들이 주로 모이는 장소들에 대하여 다룬다. 서울 종로 3가 일대와 이태원 일대가 대표적이다. 그 외 부산 범일동, 대구 동대구역 일대, 대전 대흥동 일대, 광주 대인동 일대 등이 있다. 각 지역의 특징 및 업소에 관한 자세한 설명은 게이바 문서를 참조하자.

  • 게이바: 게이들이 모이는 술집이라고 보면 된다. 말 그대로 게이들이 모이는 '바'이다.[6] 자세한 것은 문서 참조. 그런데 사실 한국 게이들은 "게이바"라고 잘 말하지 않고 그냥 술집이라고 한다. 굳이 나눌 필요가 있을 때나 업체에서 광고할 때는 술집 유형에 따라 달리 부른다.
    • 소주방: 소주와 그에 걸맞는 안주가 나오는 술집.
    • 원샷바: 칵테일이나 와인 같은 양주를 주로 마시는 술집. 보통의 "바"라고 보면 된다. 원샷바라는 이름은 양주를 병이 아닌 잔술로도 판다는 말이었지만, 이제는 일종의 고유명사화되어 잔술은 안 팔거나 칵테일만 파는 곳도 있다.
    • 가라오케: 술집 한쪽에 무대가 있어 노래를 부를 수 있다. 가격이 비싼만큼 대체로 이용 연령대가 높다.
  • 게이 클럽

다음의 업소들은 게이 전용 유흥업소에 해당한다고 보면 된다. 그러므로 게이라고 다 이용하는 곳은 아니다. 일단 수요층이 워낙 적어 그 수가 많지도 않고, 대체로 이용 연령대가 높다. 또한 종로3가나 이태원 같은 번화한 게이공간에 이런 업소는 많지 않다(호스트바는 예외). 2-30대 젊은 게이들은 찜방과 호빠 외에는 들어본 적도 없는 업소들이다.

  • 게이 찜질방: 찜방이라고도 하는데, 일반적인 찜질방과는 많이 다르다. 모르는 사람끼리 만나 원나잇을 즐기기 위해 가는 곳이다.
업소마다 체형을 가려 받는 경우가 많은데, 근육 위주의 업소와 베어 위주의 업소로 나뉜다. 업소에서 원하는 체형이 아닐 경우 입장이 안된다고 한다. 원나잇이라고는 하지만 몇십명이 이용하고 청소조차 잘 되지않는 관계로 비위생적인 환경이 문제점으로 꼽히며 각종 성병의 원인이 되기도 한다는 점에서 게이휴게텔등의 시설은 호불호가 극명히 갈리는 편이다.
  • 게이 DVD방: 파고다 극장 같은 게이 극장의 현대화(?) 버전으로, 역시 일반적인 DVD방과는 다르다. 메인 영화를 상영하는 커다란 방에서 크루징하다가 서로 눈이 맞으면 별실로 들어가서 즐기는 방식이다. 게이들 사이에서도 이런게 있는지도 모르는 사람들이 많을 정도로 별로 없고, 중년 이상이 주로 이용한다. 특히 종로 일대는 머리 허연 영감님들로 가득하다.
  • 게이 사우나: 목욕탕에 딸린 수면실을 이용하여 즐기는 방식. 목욕탕 특성상 알몸이니 원하는 체형 탐색이 상당히 쉽다는 특성이 있다. 게이 전용의 사우나는 수면실이 큰 것이 특징이다.
  • 게이 호스트바(준빠,이반빠): 남성들만을 받거나 여성/남성을 모두 받는 호스트바.
  • 게이 마사지: 마사지를 하면서 2차 서비스도 받는 그런 곳이다. 안마시술소 문서 참조.

3.3.1 게이 공간의 성립조건

동성애자 공동체의 성립에 필요한 가장 중요한 두 요소는 익명성과 접근성이다. 이는 동성애자들이 사회적으로 차별받는 소수자이자, 수적으로도 적은 양적 소수자라는 측면에 기인한다. 즉, 사회적 소수자이기 때문에 옆집 숟가락 개수도 알만큼 익명성이 없는 시골이나 소규모 지역사회에서 그 정체성을 드러낼 수 없다는 점에서 익명성이 중요하고, 양적 소수자이기 때문에 일반적인 도심지에 비하여 보다 많은 인구를 필요로 하게 되는 만큼 더 큰 접근성이 요구된다. 도시에서는 익명성이 보장되고 높은 인구 밀도와 각종 교통 인프라로 인해 접근성이 높은 공간이 많다. 따라서 도심지 근처나 기차역, 버스터미널 인근 등 유동인구가 매우 많은 지역은 게이 공간이 형성되기 적합한 장소다.

3.3.2 게이 공간의 역사

3.3.2.1 90년대 이전의 게이 공간
1950년대1960년대1970년대1980년대
명동을지로→청계천청계천→종로3가종로3가
신당동

전해지는 이야기에 의하면 일제시대에도 게이들의 공간이 존재했다. 당시 술집이라 하면 일반 가정집에서 술을 내놓고 파는 형태가 많았는데, 알음알음 게이들이 삼삼오오 모이는 술집이 몇군데 있었다고 한다. 또한 양장점을 중심으로 많이 모였다고 하는데, 예나 지금이나 게이들은 패션에 관심이 많은 것 같다. 참고로 당시 게이 커플이 꿈꾸는 로맨스는 마카오산 양복을 맞춰 입고 시모노세키행 유람선을 타는 것이었다고 한다.

한국 게이 공간에 대해 신뢰도 높은 기록이 시작되는 것은 1950년대부터이다. 이 역시 주로 그 당시 사람들의 증언을 기록한 것들이지만 생존해 있는 이들의 증언이고 각종 신문 기사로도 확인된 사실들이어서 신뢰도가 보장되는 편이다. 전후 복구가 시작된 서울에서 가장 세련된 동네였던 명동에 위치한 양장점들을 중심으로 게이들이 모였고 근처 백화점 옥상에 위치한 극장은 게이들이 크루징(Cruising=원나잇 스탠드) 장소로 애용했다.

많은 사람들이 오가는 버스터미널 화장실 역시 게이들이 크루징 장소로 애용하는 장소였다. 일부 지방도시들의 경우, 특히 기차역 부근이나 버스터미널에 게이 공간이 형성되어 있다.[7] 이 당시 사람들은 “버스 터미널 3층 남자 화장실 두 번째 칸에 가면 호모가 검열삭제를 빨아준대”라거나 “OO극장 가장 뒷줄에 앉으면 호모가 검열삭제를 빨아준대” 같은 소문를 듣고 찾아갔다고 한다.

60년대 서울 도심지가 확장되자 양장점을 중심으로 한 공간은 쇠퇴하였고, 인쇄소가 몰려있는 을지로 뒷골목과 신당동으로 옮겨갔다. 을지로 인쇄거리는 시끄럽고 활기찬 장소이지만 밤에는 오가는 사람을 찾아보기 힘들 정도로 한산했으므로 게이들이 비밀스럽게 모이기에 좋았다. 이 시기부터 양장점을 중심으로 모이는 것은 점차 보기 힘들어지고 을지로와 신당동 골목에 드문드문 위치한 술집에 모이는 것이 일반화되었다. 신당동의 게이 공간은 80년대까지 지속되었지만, 을지로의 공간은 오래지 않아 청계천 변으로 옮겨가게 되었다. <질투>, <블루>와 같이 지금 보기엔 촌스럽지만 당시로선 꽤나 세련된 이름의 술집들이 많았다고 한다.

그리고 70년대, 청계천 변의 게이 공간이 다시 한 번 이동하게 되는데, 그 이유는 다름 아닌 박정희 정권의 도시 계획이었다. 1960년대 말, 세운상가 건설을 비롯한 종로 개발 계획을 위해 속칭 ‘종삼’으로 불렸던 낙원동 일대 사창가를 ‘정화’하기로 하면서 이 거리가 비워졌다. 그리고 그 빈 자리에 하나 둘 게이 술집들이 자리를 잡게 된 것이다. 이것이 현재까지 이어져오는 종로 3가 게이 공간의 시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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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로 3가 일대에 있었던 윤락가, '종삼'

7-80년대 종로 3가 동성애자 공간의 중심은 소위 ‘P살롱’ 혹은 ‘P극장’이라고 불렸던 <파고다 극장>이었다. 파고다 극장은 크루징을 하는 장소로 유명했는데, 상영관 뒷편에 서서 크루징 상대를 물색하다가 상대를 만나면 그 자리에서 일을 치렀다. 근처에는 <서있는 사람들>이라는 중의적인 의미를 담은 게이바가 있었다고 한다.

참고로 시인 기형도는 심야에 파고다 극장에서 영화 <뽕2>를 보다 젊은 나이에 사망한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 퀴어적 감수성을 담고 있는 그의 몇몇 작품과 함께 이 기묘한 사망 때문에 기형도가 게이가 아닌가 하는 의심이 파다하게 퍼져 있다. 파고다 극장은 일반적인 사람들이 많이 가는 극장이 아니어서 그 의심을 더 증폭시켰다. 물론 그의 친구들과 유가족들은 극구 부인하고 있지만, 진실은 고인만이 알 것이다.

파일:파고다극장.jpg
과거 파고다 극장이 있던 건물의 모습

[1]
현재 모습

파고다 극장은 당시 게이들의 크루징 장소로 애용되고 있다는 소문이 파다하게 퍼져 있었고, 혹시나 하여 이곳을 찾은 이들은 크루징으로 만난 상대와 함께 일을 치른 후 그를 따라 근처 술집으로 향하기도 했다. 당시 종로 3가의 게이 술집들은 간판도 내걸지 않고 암암리에 영업을 하고 있었기 때문에 아는 사람만 찾아갈 수 있어 이런 가이드가 필수적이었다. 그리고 술집 주인은 매상을 유지하기 위해 다른 술집들의 존재를 알리지 않았고, 손님들 역시 서로를 ‘가족’으로 여겼기에 의리상 다른 술집을 잘 가지 않았다. 그러다보니 이 가게들은 섬처럼 분리되어 존재했다. “게이 공간”이긴 하지만 “게이 공동체” 혹은 “게이 커뮤니티”라고 부를 수는 없었던 것이다.

80년대까지 게이 공간의 특징을 살펴보면 극장이나 버스터미널에서의 “크루징”과 비밀스럽게 격리되어 존재한다는 점을 꼽을 수 있다. 이러한 특징은 당시 동성애자들이 자신의 정체성을 어떻게 인식했는가, 그리고 당시 사회가 동성애를 어떻게 대했는가와 깊은 관련이 있다.

80년대까지 게이들 중 스스로를 게이라고 생각한 사람은 드물었다. 미디어는 해외토픽이나 가십거리처럼 게이와 레즈비언의 이야기를 실었고, 해외로부터 “게이”라는 정체성을 수입해오기에는 너무나 폐쇄적이고 보수적인 사회였다. 당시 동성애 관련 이야기를 가장 적극적으로 실었던 미디어는 <선데이서울>이라는 B급 잡지였는데, 본래 이 잡지는 “바람난 유부녀들”, “성관념 자유로운 요즘 여대생들” 따위의 선정적인 기사를 주로 다루는 잡지였다.

해외토픽과 단신의 형태로 서구의 퇴폐한 문화를 소개하는 것처럼 짤막하게 동성애자와 트랜스젠더 이야기를 실었던 <선데이서울>이 본격적으로 한국의 동성애를 파헤치기 시작한 것은 80년대 중후반이었다. 1985년 미국의 유명한 배우인 록 허드슨에이즈로 사망하면서 전 세계가 에이즈의 공포로 떨기 시작했고, 더불어 전두환 정권이 3S정책을 펴면서 B급 잡지로서 그 위치가 흔들리기 시작하자 더 자극적인 소재로 눈을 돌린 것이 동성애였다.

당시 기사를 보면 “때자”와 “맞자” 같은 게이들의 은어도 소개하고 있고[8], 종로 3가에 밀집한 게이 술집들이 어떤지, 어떤 사람들이 주로 드나드는지[9], 게이들의 삶은 어떠한지 성적인 측면에 초점을 맞추어 선정적으로 다루고 있었다. 선데이 서울은 파고다 극장을 "P극장"으로 이니셜 처리했는데, 성정체성을 의심하고 있던 퀘스쳐닝들은 그 기사를 보고 알음알음 "P극장"을 찾아 종로까지 왔으나 피카디리극장을 P극장으로 오인하고 한껏 긴장하고 상영관에 들어갔다가 아무 일 없이 영화가 끝나자 허무해했다는 이야기가 전해온다.

<선데이서울>은 성정체성에 관한 용어도 헛갈리고 있었는데, 남성에서 여성으로 성전환한 MtoF(Male to Female) 트랜스젠더들을 “게이”라 칭하고, 남성 동성애자들을 “호모”라고 칭했다. “호모”들이 에이즈 전염의 주범으로 찍히자 일반 남성들을 상대로 영업하는 이태원의 트랜스젠더 바 마담들이 “우린 호모가 아니라 게이”라고 변명하는 웃지 못할 일도 벌어졌다.

이렇다보니 성정체성으로 혼란을 겪는 이들이 제대로 된 성정체성을 가질 수 있을리 만무했다. 동성애에 대한 이미지는 부정적이고 선정적이며 어둡게 자리 잡았고, 스스로를 동성애자로 규정하기를 거부했다. 그들은 스스로를 그저 '남자와 자는 사람' 정도로 여기거나 동성애자임을 거부하면서 결혼도 하고 아이도 낳았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당시 동성애자들을 “동성애자”라고 부르기도 애매한 면이 있다. 그들은 그저 가끔 남자와 성관계를 가지는 “남색가” 정도로 스스로를 규정하고 있었고 때문에 게이 공간들 역시 단발적으로 성적 욕구를 해소하는 장소들을 중심으로 구성되었다.

3.3.2.2 90년대 이후의 게이 공간

종로3가의 변모, 이태원의 부상

1987년 직선제 개헌 이후, 환경, 여성, 노동, 소수자 인권 등 운동권이 다양한 방향으로 분화되었다. 이러한 분위기 속에서 1993년 한국 최초의 동성애자 인권운동 단체 “초동회”가 설립되었다. 초기 동성애자 인권 단체들은 “게이”와 “레즈비언”, “호모”, “트랜스젠더”와 같은 용어 정립에 가장 신경썼으나 2000년 홍석천커밍아웃 이전까지 대중을 상대로는 이렇다 할 성과를 내지 못했다.

그러나 1989년 등장한 PC통신은 이들에게 아주 유용한 도구가 되었다. 게이 공간이 형성되기 위한 조건인 익명성과 접근성 모두를 가진 기술적 진보였을 뿐 아니라 동성애자들 스스로 목소리를 낼 수 있는 창구가 되었다. 온라인 공간은 새로운 동성애자 공간으로 급부상했다.

1995년 하이텔에 처음 만들어진 동성애자 게시판은 적어도 같은 동성애자들이 올바른 정체성을 가질 수 있도록 서구의 다양한 젠더 이론들과 정체성 개념들을 전달하였고 수많은 호모포비아들의 공격에 적극적으로 대응하면서 게시판에 접속한 전국의 수많은 동성애자들에게 연대의식을 심어주기 시작했다. 공동체로서의 게이 커뮤니티가 조금씩 그 모습을 드러내기 시작한 것이다.

PC통신 회사측에서는 동성애자 게시판을 공식 게시판으로 등록하기를 거부했으나 수많은 동성애자들과 호모포비아들이 모여 엄청난 접속자 수를 기록하는 해당 게시판을 없애지는 못했다. 그리고 결국 몇 년 뒤 공식 게시판으로 등록되기에 이른다. 이 게시판이 당시 동성애자들에게 얼마나 큰 위력이었냐면, 이 게시판에서 처음으로 주최한 정모에 참가한 인원이 무려 1,000명에 이르렀다고 증언한다. 심지어는 제주도나 부산에서도 왔다고 하니, 그야말로 억눌려온 욕구가 폭발한 것이다.

이 첫 정모는 종로가 아닌 이태원동에서 이루어졌다. 각종 매스미디어로부터 종로3가의 어둡고 폐쇄적이며 퇴폐적인 이미지만을 접해온 젊은 세대는 종로3가를 거부했다. 종로를 대신하여 그들이 선택한 곳은 외국인이 많고 (당시엔 '게이바'로 불렸던)트랜스젠더바들이 모여있는 이태원이었다. (잘못된 용어로 여러 사람 헷갈리게 만들었다.)

이리하여 이태원은 새로운 게이 공간으로 떠오르게 되었다. 트랜스젠더 바가 많이 모여 있는 이태원 소방서 뒷골목 부근에 진짜 게이바들이 하나 둘 문을 열었는데, 그 모습이 폐쇄적이고 비밀스러웠던 종로 3가와는 전혀 달랐다. 1층에 유리문을 달고 커다란 네온사인 간판을 건 채로 영업을 시작한 것이다.


이태원 소방서 뒷편에 있는 이른바 "게이힐"의 모습

1997년에는 인터넷의 보급과 함께 첫 동성애자 웹사이트 <엑스존>이 문을 열었고, 온라인 동성애자 모임은 게이, 레즈비언, 연령별, 지역별로 분화되어갔다. 동성애자들이 그들 스스로 담론을 형성할 수 있게 되면서 보다 적극적이고 긍정적이며 동시에 저항적인, 새로운 퀴어 문화를 창조하게 된 것이다. 새로운 세대는 전처럼 숨지 않았다. 이들은 인터넷을 통해 자신들의 정체성을 구체화했고, 인터넷을 통해 자신들의 “동지”를 만났으며, 인터넷을 통해 종로와 이태원 업소들의 정보를 얻어 장소로 찾아왔다. 인터넷에서는 그들의 성 뿐 아니라 정치, 연예, 사회 등 다양한 이야기가 오갔다.

새로운 세대의 외면 속에 종로3가는 위기에 처했다. 이태원의 등장은 종로의 변화를 촉발했다. 종로의 업소들 역시 이태원처럼 간판을 달고 공개적으로 영업하기 시작했고, 크루징 명소였던 파고다 극장은 결국 문을 닫았다. 인터넷으로 쉽게 같은 동네에 사는 동지를 찾을 수 있게 된 상황에서 크루징 명소라는 것은 무의미해진 것이다.

종로3가 포차골목. 주말에는 이 포차들은 게이들의 차지가 된다. 이 근방에는 호프, 바, 소주방, 가라오케 등 수십여개에 이르는 게이업소들이 몰려있다.

PC통신과 인터넷이라는 새로운 미디어의 등장은 한국의 게이 커뮤니티를 사실상 형성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기술 결정론적 관점을 취하는 것은 아니다. 당시 사회환경의 차이가 기술의 영향력도 결정했다는 것이다. 이미 1970년대 성해방운동과 페미니즘 운동을 통해 동성애자들이 자신들의 정체성을 구체화하여 정치 세력화한 미국이나 유럽에서 인터넷의 등장은 크루징 수단의 확대에 불과했지만, 1990년대까지도 이렇다 할 게이 커뮤니티가 부재했던 한국의 경우 인터넷이 섬으로 존재했던 동성애자들을 하나로 연결시켰다. 새로운 통신수단이 등장할 때의 사회적, 정치적 환경이 너무나 달랐던 것이다.

4 게이와 관련된 인물

문서 참조.

5 같이 보기

  1. 일반적으로는 그냥 同性恋者(동성애자)라고 부른다. 레즈비언이랑 구분 지을 때만 저렇게 사용하는 것.
  2. 동성애자들을 가리킬 때는 'gays'가 아니라 'gay people'이라고 한다. 즉 'gay'는 명사가 아니라 형용사다.
  3. 물론 예외로 이들이 자주 모이는 술집이나 번화가에서 친구 소개나 지나가는 일행으로 사통하게 되는 경우도 있지만, 이러한 공간은 수도권 중에서도 특정 지역에 집결해있으므로 전국구로 놓고 봤을 때는 이도 꽤 매니악한 이야기다.
  4. 사진 교환이나 신체적 프로필 등이 명시되어 있기 때문에 이를 보고 사람을 따지고 재는 경우가 많은데, 이때문에 동성애자들의 만남에 대한 성격은 다소 자연스럽지 못하고 인위적이다. 이성애자들 입장에서의 랜덤채팅이나 친목/만남 커뮤니티의 포지션과 똑같다고 보면 된다.
  5. 일반 남성과 별 다를 것 없는 남자다움을 표방하는 말. 일반+-tic의 합성어로 추정. 사실상 앞뒤가 맞지 않는 말이며, 내재된 동성애 혐오라고 볼 수 있다.
  6. 엉덩국의 만화나 다른 매체들에서 나오는 모습은 당연히 왜곡된 것이다. 엉덩국 만화의 홍콩행 게이바는 서양의 SM바에 가까우며 거긴 동성애자인가가 문제가 아니라, DS(지배/피지배 또는 가학/피학)가 기준일 뿐이다. 사실 SM바와도 거리가 멀다. 도미넌트서브미시브가 오는 서양의 바에 채찍을 들고 우스꽝스런 복장을 한 에세머는 없다.
  7. 기차역과 버스터미널이 모여있는 동대구 일대가 대표적인 예다. 한편, 부산의 경우 서울처럼 도심지인 서면과 멀지 않은 범일동에 게이 공간이 형성되었고, 광주 역시 충장로와 금남로에서 멀지 않은 대인동에 게이 공간이 위치해 있다. 대전은 대전역 부근에서부터 도심지인 은행동과 가까운 대전 대흥동 일대에 산발적으로 형성되어 있다.
  8. 현재도 "때짜", "마짜"라는 은어로 남아있다. 자세한 내용은 게이/은어 참조
  9. 물론 실명을 밝히지는 않고, 중견 정치인 K씨, 유명 배우 P씨라는 식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