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치부전

삼십육계
승전계(勝戰計)만천과해위위구조차도살인이일대로진화타겁성동격서
적전계(敵戰計)무중생유암도진창격안관화소리장도이대도강순수견양
공전계(攻戰計)타초경사차시환혼조호리산욕금고종포투인옥금적금왕
혼전계(混戰計)부저추신혼수탁어금선탈각관문착적원교근공가도멸괵
병전계(幷戰計)투량환주지상매괴가치부전상옥추제수상개화반객위주
패전계(敗戰計)미인계공성계반간계고육계연환계주위상

1 설명

假痴不癲
삼십육계의 제27계. 거짓으로 어리석은 체하되 미치지는 말라는 의미다.

쉽게 말하면 자신의 목적을 위해 가짜로 멍청한 척 하거나 정신줄을 놓은 척 하며 살아가다가 기회를 포착하면 본모습을 드러내 순식간에 상대를 제압해 버리는 행동이다. 즉 목적을 가지고 멍청한 척 하면서 상대를 방심시키는 책략. 꼭 상대를 제압하기 위한 행동이 아니라도 경계받거나 위험한 상황 속에서 살아남기 위한 바보 연기도 이런 것에 해당된다.

어떤 의미에서는 위악과 비슷한 듯도 하지만 위악은 완전히 나쁜 놈으로 가장하는 것이고 가치부전은 어리석은 척'하는 것이니 좀 다르다. 위악보다는 멍청한 척 하나 실은 뒤로 일을 꾸민다는 점에서 하라구로와 비교적 더 비슷한 케이스.

이런 연기나 행동은 쉬워 보이지만 사실은 굉장히 어렵다. 그래서 아래의 인물 목록을 보면 천성적인 모략가들이나 비범한 인물들이 많다. 괜히 병법의 하나가 아니다.

2 예시

2.1 실존 인물

  • 김용환: 위악자 항목에도 있다. 의성 김씨의 종손으로서 집안의 전재산을 독립군 운영비로 기증하면서, 도박에다 가산도 모자라 친딸의 혼수를 마련할 돈조차도 꼴아박아 헌 장롱을 들고 시집가게 한 개막장 도박꾼인 것으로 위장. 저 친딸마저 사후에나 돈의 행방을 알 수 있었다.
  • 당고조: 수양제의 경계를 받자 일부러 뇌물을 받거나 여색을 밝히는 등 자기의 명성을 훼손시키는 행동을 하여 양제의 의심을 푼 적이 있다.
  • 루키우스 유니우스 브루투스: 마르쿠스 브루투스과는 다른 사람으로, 바보 흉내를 내다가 고대 로마의 왕정을 무너뜨렸다.
  • 말년병장: 일하기 귀찮아서 거짓으로 못하는 척 한다 카더라. 말년에는 낙엽도 조심해야 하는 법.
  • 박헌영: 1925년 제1차 조선 공산당 검거 사건으로 재판을 받게 된 상황에서 5차에 이르는 공판기간 중 자기가 싸놓은 똥을 벽에 바르거나 먹었다고 한다. 그로 인해 1927년 정신병으로 병보석을 얻어 석방되었다.
  • 사마의: 말년에 조상과의 권력 투쟁에서 치매걸린 노인으로 연기하여 조상 측근인 이승을 안심시킨다. 물을 제대로 마시지도 못하거나 '형주'를 '병주'로 알아들어 완전히 귀 먹은 척 하는 등. 그리고 이후 때를 봐서 고평릉 사변을 일으켜 전권을 장악한다.
  • 소하: 본래는 검소하게 생활하고 자신의 친족들도 최전선으로 보내는 등의 명재상다운 모습을 보여줬으나, 어떤 사람이 '그렇게 모범적인 모습만 보이면 유방의 의심을 살 것이다'라고 진언하자 적절하게 호화로운 생활을 즐기고 백성들에게 사채를 놓거나 토지를 갈취하는 등 자기 체면을 깎아내리는 행동을 하며 유방을 안심시켰다. 그러나 실수로 이게 연기임을 드러내는 바람에 결국 옥에 갇히는 곤욕을 치르고 만다. 자세한 건 본인 항목 참고.
  • 손빈: 친구 방연에게 당해 무릎의 슬개골을 도려내 다리 병신을 만드는 형벌[1]을 받은 후 미치광이를 가장해 살아 남았다. 돼지우리에 들어가 돼지을 먹기까지 했다. 뭐 그 다음에는 "방연은 이 나무 밑에서 죽을 것이다."의 일화로 제대로 복수했다.
  • 오카와 슈메이: 일본의 극우사상가. 전범으로 분류되어 재판정에 서게 되었으나 일부러 헛소리를 하거나 도조 히데키의 뒷통수를 때리는 등의 이상 증세를 보여 사형을 면하고 정신병원에 수용되었다. 그러나 병원에서 코란을 번역하기도 했고 출소 후에는 일본 농촌부흥운동에 힘썼다. 그의 이상증세는 사형을 면하기 위한 연기였다는 해석이 대세.
  • 왕전 : 초나라 정벌 당시 진왕 정에게 '싸움에서 돌아온 뒤에는 넓은 토지와 저택을 포상으로 주십시오'라고 요구했고, 출병한 뒤에도 계속해서 왕에게 이를 보장해달라는 글을 올렸다. 당시 왕전은 진의 거의 전 병력인 60만 병력을 이끌고 있었고, 초나라를 확실하게 멸망시키기 위해선 장기전이 필요하다고 판단했다. 이럴 경우 왕에게 십중팔구 의심을 사게 되고, 특히 진왕 정은 그 의심도가 매우 심한 편이었다. 때문에 왕전은 '나는 권력에는 관심없고 포상이나 바라는 늙은이'라는 평가를 받기 위해 이런 보신책을 쓴 것.
  • 유비: 조조에게 의탁하고 있을 때 채소를 직접 가꾸거나 천둥소리에 놀라 젓가락을 떨어뜨리며 겁먹은 연기를 한 이야기가 유명하다.
  • 제안대군: 이 경우는 당대부터 평가가 엇갈렸다. 본래 성종보다 왕위계승 순서가 위였으나 사람됨이 어리석다는 이유로 왕위계승권에서 밀려났기 때문. 부왕인 예종이 급사한 바람에 한명회라는 든든한 뒷배를 장인으로 삼고있던 성종이 즉위하게 됐다는 사실 정황도 있다. '정말로 어리석은 게 맞다'는 설과 '거짓으로 어리석은 척 했다'는 논쟁은 실록의 사관도 적고 있을 정도. 그렇게도 볼 수 있는 게 평소 행동은 멍청했지만 예법 같은 것은 그 복잡한 유교 예법을 FM대로 따랐다고 한다. 덤으로 섹스리스 부부였다고(....) 역으로 만약 이게 연극이면 그 포악했던 연산군 조차 아무 부담없이 왕실의 웃어른으로 대접했다고 하니 여기 항목의 사람들 중 가장 완벽하게 자기보신을 위해 가치부전을 한 셈.
  • 초장왕: 삼년불비우불명(三年不飛又不鳴)의 고사로 유명. 즉위 후 3년 간 놀고 먹기만 하고 국사를 돌보지 않았는데, 장왕이 이런 행동을 한 것은 당시 초나라의 정치상황과 관련이 깊다. 선왕들인 성왕과 목왕이 초나라 거족들에게 신임받지 못했던 것도 있었고 부왕인 목왕 대의 실권자 반숭은 정적이 많았다. 더구나 장왕은 즉위하자마자 납치를 당하는 사건도 겪었기에 정치판에서 누구를 믿어야 할지 알 수 없는 상황이었다. 그래서 3년 동안 주색에 빠진 바보처럼 행동하면서 민심을 파악하고 믿을 수 있는 인재를 구별해 냈다. 그리고 3년 후 내칠 사람을 내치고 인재를 등용하여 춘추시대의 패자가 되는 행보를 시작했다.
  • 흥선 대원군: 한국에서 이 사례로 가장 유명한 인물. '상갓집 개'로 불리며 파락호, 궁도령 등의 모욕을 당한 일화로 잘 알려져 있다.(상갓집이나 잔칫집 등을 돌아다니며 얻어먹는 모습을 공자와 관련된 고사성어인 '상가지구'에 비유해서 붙었다고 알려진 말) 다만 '상갓집 개'라고 불렸다는 그의 파락호 생활은 소설 <운현궁의 봄> 등에서 창작, 과장된 부분이 많다. 실제로는 철종 말년에 조대비와 정치적 밀약을 한 후 야심을 감추기 위해 재주는 있으나 신분이 낮은 사람들(천하장안이나 소리꾼들, 남사당패 등)과 어울리거나 안동 김씨 세도가들에게 돈을 빌리거나 벼슬 청탁을 한 정도. 왕실 종친이란 흥선 대원군의 위치와 당시의 양반들의 풍습을 고려해 보면 이정도로도 충분히 파락호 소리를 들을 법하다. 사실 대원군은 야사나 소설과는 달리 종친들의 모범으로 인정받았던 인물이었다.[2] 또 고종이 왕이 된것도 대원군이 무능해보여서 안동 김씨가 안심하고 선택한게 아니라 직계왕통이 끊어진 상황에서 (족보상이지만)방계중 가장 왕통에 가까웠기 때문이다. 집권 직전 야심을 감추기 위해 자기 체면을 일부러 깎아내리는 행동을 한 것이 야사나 그 영향을 받은 소설에서 과장된 것으로 보면 된다. 어쨌든 대원군도 가치부전의 모범(?)사례.

2.2 가상 인물

가치부전이란 '목적을 가지고 목적을 달성하기 위한 수단으로서 멍청하거나 어리숙한 척 연기를 하며 뒤로는 일을 꾸민다'는 것이 포인트다. 그래서 '평소 모습이 헐렁하나 할 때는 확실히 하는 캐릭터'(예: 사카타 긴토키, 야마오카 지로, 양 웬리 등)는 가치부전형 캐릭터가 아니다.

  • 정도전(드라마)
    • 정도전: 자신의 진짜 야심을 숨기고 철저히 권력에 찌든 팔불출 선비 행세를 하면서 이인임 일파의 눈을 피해 을 끌어모았다.
    • 공양왕: 작중 정몽주가 제기한 폐가입진 논리에 따라 이성계 일파에 의해 옹립되었으나 자신이 옹립된 의미를 잘 알고 있었고, 정몽주에게 본인은 고려를 지키기 위해 바보가 되겠다는 뜻을 밝혔다. 그래서 공개 석상에서는 의욕 없고 무능한 군주를 가장한다.
  • 돈키호테 로시난테 - 원피스: 덜렁이 기질은 원래부터 있지만, 돈키호테 패밀리한테는 함묵증인 척 하고 덜렁이 기질을 이용해서 뒤에서는 해군을 이용해서 돈키호테 패밀리의 뒤통수를 치는 짓을 한다. 그러나 선배이자 친구한테 걸리고 한테 걸려서...
  • 모리 코고로 - 명탐정 코난: 일단 작중에서 제3자들의 시점에서는 얼빵한 모습이나 헛다리 집는 추리는 범인을 안심시키기 위한 계략이라고들 알고 있으며 뒷조사는 코난에게 맡긴다고 알고 있다는 설정이 있다. 물론 사실은 코난이 다 하는 것이지만. 그런데 작중 모습을 보면 이 아저씨가 진짜로 가치부전의 책략을 쓰는 게 아닐까 의심가는 부분도 있다. 농담이 아니라 해당 항목에도 나와 있듯이 진지하게 받아들이는 독자, 시청자들도 있는 듯. 수평선상의 음모에서는 추리에 틀려 화장실 핑계로 도망치는 척 하고는 증거를 찾아서 최소한 이 극장판 한정으로는 가치부전 맞다.
  • 우왕 - 대풍수: 작중에서 보여주는 주색에 빠진 암군의 모습은 이인임의 경계심을 풀기 위한 술책이라는 설정이다.
  • 돈 디에고 드 라 베가(조로) - 조로: '쾌걸 조로'라고도 알려진 소설의 주인공. 어찌 보면 가면 쓴 히어로의 원조격이다. 평소에는 어리숙한 귀족처럼 행세한다.
  • 하야미 아츠시 - GPM: 어리버리한 성격을 연기하나 실제로는 매우 냉철하고 교활한 캐릭터.
  • 제로스 - 슬레이어즈: 사정을 모르는 이들이 보기에는 조금 별난 사람, 이상한 마족이란 인상을 주지만 암암리에 부여받은 임무를 확실히 처리하고, 상대의 헛점을 놓치지 않는다. 리나 인버스의 평에 따르면 담소를 나누다가 그대로 상대의 목을 베는 타입. 소리장도?
  • 오디세우스 - 그리스로마 신화: 그리스로마 신화의 네임드 병역기피자.[4]당나귀에게 쟁기를 매고 썩은 씨앗을 뿌리며 괴상한 노래를 부르는 등 트로이전쟁에 참가하지 않기 위해 바보행세를 하나 들통난다. 실제로는 지능형 영웅으로 그 비범한 잔머리로 트로이를 낚고 함락하고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도 산전수전을 두뇌풀가동으로 넘기며 돌아온다. 오디세이아 참조.
  • 헤이(DARKER THAN BLACK) : 헤이가 리센슌 모드일때는 맹하고 순박한 유학생 행세를 하면서 생활하고 있으나 일을 할때는 합리적인 계약자이다. 그러나 헤이의 본심이 드러남에 따라 리센슌도 사실 헤이의 진짜 성격 중 하나일 수 도 있다.
  • 브루스 웨인 - 배트맨 : 위의 조로와 함께 가면 쓴 히어로의 대표. 다만 평상시의 이미지가 '웨인 집안의 돈 많은 한량'이란 점은 모든 작품에서 공통점을 가지고 있지만 세부적인 묘사는 조금씩 다르다. 때로는 정말로 막장 난봉꾼 셀레브리티로 나오기도 하지만, 한편으론 그냥 복지 및 자선 사업에 돈을 대며 이미지 관리는 할 줄 아는 인물 정도로 나오기도 한다.
  1. 빈형이라고 한다. 손빈의 빈은 여기서 나온 별명
  2. 철종실록 철종 3년(1852년) 7월 10일 기사를 보면 부교리 김영수가 "종친의 행동은 남연군, 흥인군, 흥선군을 본받게 하소서"라고 상소한 기록이 있다. 흥인군 항목을 같이보면 뭔가 이상함을 느끼는건 기분 탓이다.
  3. 드라마 속의 설정이므로 여기에 서술.
  4. 사실 아킬레우스도 '아킬레우스가 참전하면 전쟁은 이기고 아킬레우스는 영웅이 되지만 전사한다.'라는 신탁 때문에 여자옷 입고 병역기피를 시도하였다. 그리고 오디세우스가 '나만 망할 수 없다, 같이 죽자!'며 끌고가는 바람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