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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위키미디어 커먼즈. 퍼블릭 도메인. |
영어 | Harpsichord (하프시코드) |
이탈리아어 | Cembalo (쳄발로) |
프랑스어 | Clavecin (클라브생) |
독일어 | Clavicembalo (클라비쳄발로) |
▲ 바로크 시대의 건반 주자이자 작곡가였던 프로베르거의 토카타 2번(FbWV.102). 이런 느낌의 사운드를 내는 악기다.
1 소개
악기의 일종. 건반 악기이자 현악기이다. 대부분의 경우 건반의 색깔이 피아노와는 반대이다. 간혹 흰 건반이 상아색 또는 나무 색깔이거나, 아예 피아노와 건반색이 똑같은 경우도 있긴 하다. 악기 밑에 별도의 페달은 없으나, 간혹가다 오르간 페달처럼 생긴 페달이 있는 것도 있기는 하다. 이탈리아어로는 쳄발로 (Cembalo)라 부르기도 한다. 모르는 사람은 처음 들으면 8비트 음악이라 카더라.
별종으로 스피넷(Spinet)이라는 물건도 있는데 이쪽은 좀 더 작고 소리도 둥글둥글한 편이다.
2 역사
르네상스에서 바로크 시대까지의 서양 음악에서 많이 사용되었으며, 피아노 등장 이후 쓰이지 않게 되었다. 건반을 누르면 촉이 현을 뜯으며 소리를 내는 발현악기에 속하는데, 이런 매커니즘으로는 강약의 조절이 불가능하다는 치명적인 약점이 있다. 이런 약점을 스톱 장치에 의한 음색의 가변성으로 커버한다. 여러 스톱을 사용하기 위해 건반이 2단으로 된 것도 있다. 17세기 후반이나 18세기 초반에는 3단 하프시코드도 나와서 강약 조절이 굉장히 섬세해졌으나 이미 시대의 흐름은 돌이킬 수 없어서 결국 사장되었다.
서양음악사에서 하프시코드의 등장시기는 정확하게 알 수 없으나 문헌상으로는 1425년의 기록이 가장 오래 된 것으로 남아있다. 그리고 16, 17세기에 최전성기를 맞이하지만 18세기에 들어 개발된 피아노가 강약의 조절이 가능하고 대형 콘서트홀에서도 연주가 가능할 정도로 음량이 커서 급속히 보급되는 바람에 주역에서 밀려나게 되었는데다, 당시 음악의 대중화 열풍이 커진 환경에서는 바로크 작곡가들이 하프시코드 연주자의 재량에 맡기는 숫자저음(일종의 애드립)이란 아마추어 연주자들에게는 불가능한 것이라서 더욱 입지가 좁아졌다.
게다가 글루크의 오페라 개혁 이후, 오페라에서 레치타티보 반주를 하프시코드와 첼로 등의 최소한의 통주저음 편성으로 하던 관행이 관현악 반주로 바뀌면서 그 입지가 멸종되어 버렸다. 결국 모차르트는 초기에 하프시코드를 쓰다 후기에는 피아노로 옮겨 가고, 베토벤은 처음부터 피아노만을 건반악기로 쓰는 식이 되었다.
19세기에 들어서 하프시코드는 몰락과 부활을 동시에 경험하게 된다. 1812년 바흐의 손자 빌헬름 프리드리히 에른스트 바흐가 초대된 바흐 기념 음악회 이후 하프시코드는 완전히 잊혀지다 1882년에 들어 다시 쓰이기 시작했으며, 20세기 초중반의 아놀드 돌메치, 반다 란도프스카 등의 활약이나 20세기 후반부터의 시대연주 붐 등으로 본격 부활에 성공했다. 그러나 일단 전자키보드를 제외하면 실물 하프시코드는 아주 비싼데다 제작, 판매, 조율 등 여러 문제가 있어 한국 내에서는 보급이 거의 되고 있지 않다[1].
3 연주
비발디나 바흐, 헨델 등 바로크 시대 작곡가들의 음악을 듣다보면 챙챙챙챙 하는 소리가 들리는데 그게 바로 하프시코드 소리이다. 현재는 가끔 멜로딕 파워메탈에서 이 하프시코드 소리를 들을 수 있다.[2] 하지만, 시대연주를 내세운 고전 클래식 악단이 아닌 하에야, 대부분 실제 하프시코드가 아닌 하프시코드를 샘플링한 신디사이저의 음색이다.
하프시코드는 여러 단의 건반이 있을 수 있는데, 대개는 2단 건반으로 되어 있는 경우가 많다. 위쪽의 건반은 아래쪽에 비해서 음색이 여리고, 가뜩이나 음 지속시간이 짧은데 더더욱 짧아진다. 따라서 음악을 어떻게 해석하느냐에 따라서 위 건반을 연주하다가 아래 건반을 연주하다가 하는 것이 필요할 수 있으며, 때로는 두 손이 서로 다른 건반 세트에서 놀기도 한다.(…) 이 악기 최대의 한계인 셈여림 문제를 해결하고자 애쓴 방법일 수는 있겠지만 셈여림 문제에 대한 끝판왕이 등장한 결과로...
바흐의 '골드베르크 변주곡'을 이 악기로 연주하면...천상의 음악이 된다. 피에르 한타이의 Aria~Var.8 연주 영상.
사실 따지고 보면 바흐 미뉴에트(BWV Anh 114/115)라든가 평균율 2권 9번(BWV 878) 처럼 피아노로 칠 때는 평범한데 하프시코드로 연주하면 비로소 아름다움이 드러나는 바로크 음악이 많다. 심지어 브란덴부르크 협주곡 5번 1악장은 대규모의 하프시코드 카덴차가 딸려 있다. 고전 시대 소나타 양식 확립에 기여한 도메니코 스카를라티의 500여 곡에 이르는 소나타들도 피아노로 연주하기도 하지만, 20세기 중반 이후로는 하프시코드로 연주하는 경우가 점점 늘고 있다. 스카를라티는 이탈리아 작곡가임에도 창작 활동기의 대부분을 스페인에서 지냈고, 스페인 기타 음악의 영향을 받아 자신의 소나타에 기타 연주법을 반영했기 때문에 하프시코드보다 둥글둥글한 음색의 피아노로는 곡의 매력을 살리기 힘들다는 난점이 있다. 애초에 그 시대엔 피아노란 악기가 없었거나 있어도 대중화되지 못하고 있었으므로 당연하다면 당연하다.
한편 하프시코드가 피아노에 밀려 도태될 무렵, 프랑스의 팡크라스 루아예 P.Royer(1705~1755)라는 작곡가는 굉장히 과격(?)하고 충격적인 작품들을 남겼다. 대표적인 예를 들자면 "Le Vertigo" 같은 경우. 영상을 보면 알겠지만 핑거링이나 간간이 보이는 악보를 보면 뭐야 이거 몰라 무서워 소리가 절로 나온다.(…) 바흐와 헨델과 스카를라티가 이 음악을 싫어합니다 "La Marche des Scythes(스키타이 족의 행진)" 같은 곡도 거론할 만한데, 정말 하프시코드로 이런 음악도 가능하구나 싶은 생각이 들게 만든다.[3] 어떻게 보면, 하프시코드 테크닉의 극한까지 보여주는 광기어린(?) 곡들. 물론 그 중에서도 "L'Aimable" 같은 난해하고 잔잔한 곡도 있다. 여하튼 하프시코드의 새로운 면을 알 수 있는 작풍. 혹시나 해서 다시 언급하지만 이거 현대음악 아니다
직접 연주할 경우 의외로 피아노와는 타건감이 확연히 다르다고 한다.[4] 공통적으로 주의를 받는 것은, 이 악기가 워낙에 유리몸인지라 만일 피아노 치듯이 뚱땅거리다가는 자칫 내부 구조가 다 망가질 수도 있다는 것.(…) 그래서 피아노보다는 조심조심 살살 다루어야 하는 악기라고 한다.
크로스오버 음악가이자 고음악 덕후인 양방언이 각종 영상 음악에서 잘 써먹고 있다. 분명히 피아노와 다른 편곡을 적용하고 있는게 들릴 정도로 섬세하게 쓰고 있어서 호평. 엠마의 엔딩곡은 텔레비전 CF에 삽입되기도 했다.
4 대중매체에서
영화 비포 선라이즈에서는 남녀 주인공이 빈 시내를 걷다가 하프시코드가 연주되는 소리를 듣는다. 등장인물들은 정확하게 하프시코드라고 말하는데, 한국어판 자막에서는 하프오르간이라는 듣도 보도 못한 괴악한 오역이 나온다(...).
영화 《러브 스토리》의 사운드트랙으로 쓰이기도 했던 요한 제바스티안 바흐의 BWV.1054 3악장도 유명하다. 원래는 이탈리아 바로크 스타일이 거하게 들어간 바이올린 협주곡 BWV.1042를, 바흐가 다시 하프시코드 협주곡으로 편곡한 것. 클래식 애청자들에게는 전악장이 모두 유명한 작품이다. 아래에서 한번 들어보자. 바이올린 협주곡 버전 듣기
영화에서는 화면의 여주인공이 직접 연주하는걸로 나온다. 그런데 사진이 좀 무섭게 나왔다.
이런 악기가 있는줄도 몰랐던 이들은 울티마를 통해 알게 되기도 했다. 중세 브리튼 섬을 따온 브리티니아에 존재하는 다양한 악기들 중 중요한 역할을 하게 되는데, 울티마 5편에서는 브리티쉬 성 3층에 있는 로드 브리티쉬의 방으로 들어가 백단나무 상자를 얻기 위해 하프시코드로 6789878767653을 연주해야 한다. 울티마 6편에서는 마을에 있는 술집마다 하프시코드가 있다. 또한 브리티쉬성 광대인 처클이 내는 수수께끼를 진행하다보면 하프시코드 밑에서 단서를 찾아야 한다. 울티마 9편 패키지에 포함된 음악 CD에는 하프시코드로 연주되는 울티마의 주제곡 Stone이 삽입돼있다.
카라잔에서 가장 유명한 음악인 오페라 이벤트 테마가 바로 이 하프시코드로 연주되었으며, 같은 던전의 다른 배경음악에도 많이 쓰인다. 오페라 이벤트 테마는 극장으로 가는 길과 무대 뒤편에서 주로 들을 수 있는 하프시코드 곡 외에, 객석과 무대 위에서 나오는 같은 곡의 파이프오르간 버전도 있다. #
일본 게임에 친숙한 사람이면 악마성 드라큘라 X 월하의 야상곡의 장서고 BGM으로 해당 악기의 소리를 접해보았을 것이다. #
신한금융그룹의 "신한FAN클럽" TV프로모션 광고에서도 사용되었다. # 보듯이 하프시코드는 경우에 따라 훌륭한 시크 왜곡계가 될 수 있다.- ↑ 일본 내의 가격을 기준으로 하면, 기본형 신품이 1단식은 160만엔에서, 2단식은 260만엔부터 시작하며, 가격은 주문사양에 따라 미친듯이 올라간다. 물론 100만엔대를 밑도는 1단식의 신품도 있긴 하지만, 직접 자동차를 몰고 가서 인도하는 조건의 가격이며, 표면의 장식 등은 전혀 되어 있지 않는, 전공자의 입문을 위해서 만들어진 최염가제품이다. 옵션 가격은 당연히 별도이고 이것 저것 붙이면 결국 100만엔대 중반 또는 그 이상까지 상승한다. 게다가 전공자 혹은 숙련자의 절대적 수가 피아노에 비해 미칠듯이 적다보니, 레슨을 찾는것도 어렵고 비용도 엄청나다.
- ↑ 스트라토바리우스의 Black Diamond 인트로 부분이 하프시코드 시뮬이다.
- ↑ 꾸준히 긴장감을 쌓아올려가다, 마치 폭발하는 듯한 마지막 네 번째 피날레는 특히 입이 쩍 벌어지게 만드는 부분. 이건 평균보다 좀 빨리 연주한 버전이긴 하지만...
- ↑ 파이프오르간의 타건감과 비슷하다고 한다. 그래서 옛날 옛적의 주자들은 평소에 오르간 곡 연습을 하프시코드로 했다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