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제간 연구

(다학제 연구에서 넘어옴)

inter-disciplinary research / inter-disciplinary collaboration

1 설명

어떤 하나의 연구주제에 대해서 두 가지 이상의 서로 다른 접근을 취하는 학문분야의 연구자들이 제휴하여 공동으로 연구를 진행하는 것. 유사한 표현으로 간학문적 연구라는 것도 있다. 영어로는 초학제 연구(trans-disciplinary research), 교차학제 연구(cross-disciplinary research), 다학제 연구(multi-disciplinary research) 등으로 불리기도 하는데 내용상 크게 차이는 없어 보인다.[1]

삼각검증과 다른 점이라면, 간학문적 연구는 아예 분야 자체가 서로 다르다는 점이다. 즉 이전까지는 소 닭 보듯 하면서 서로 교류하지 않았던 학자들이, 공동의 연구주제를 놓고 서로 다른 방식의 연구활동을 하면서 다층적이고 다각적인 이해를 넓힐 수 있게 된다. 반대로 삼각검증은 한 분야 내에서 유효하다고 간주되는 다수의 연구설계를 동시에 실시하여, 그것들이 서로 같은 방향을 가리키고 있는지를 보아서 연구의 신뢰도를 평가하기 위한 방법이다. 한편 지리학이나 심리학, 인류학처럼 한 분야 자체가 워낙 담당범위가 넓어서 다양한 수준의 접근을 내적으로 허용하는 경우에는 딱히 학제간 연구라고 부르지는 않는 듯.

사실 엄밀히 말하자면, 단순히 하나의 연구주제를 놓고 여러 학문들이 대등하게 혹은 병렬적으로 연구한다면 이는 융합과학이라고 부르는 것이 맞는다. 반면 기존에는 전혀 없었던 생뚱맞은(…) 연구주제가 갑자기 튀어나오거나, 내지는 어느 분야에도 섣불리 끼워넣기가 힘든 애매한 연구주제를 다양한 배경의 연구자들이 파고들고 있는 상황은 학제간 연구가 된다. # 물론 학제간 연구의 정확한 정의에 대해서는 의견이 분분하기 때문에, 이것 역시 결국에는 다양한 주장들 중 하나 정도로 고려하는 것이 좋을 수도 있겠다.

최재천 교수가 일명 "통섭"(consilience) 개념을 국내에 이끌고 들어와서 이런 움직임의 대표적인 학자로 꼽힌다. 물론 이것은 그가 에드워드 윌슨의 동명의 저작을 번역함에 따라 대중적 저명성을 얻은 것. 그는 이와 관련하여 지식융합 시대니 뭐니 하는 다양한 강연도 하고 있는 중이다. 유튜브 영상 그러나 윌슨 - 최재천 라인으로 이어지는 통섭이라는 흐름에 대해서는 "지나치게 자연과학 중심적인 사고방식이다", 내지는 "과학주의, 환원주의적으로 인문학 등을 설명하려고 시도하는 움직임이다" 등의 비판이 제기되고 있는 상태이다.

한국의 교육과정에서는 사회문화 시간에 다루는 범위 내에 포괄되며, 한국의 과학교육을 일명 "빅 히스토리"(big history)에 따라 물화생지 구분 없이 가르치자는 움직임이 있다. 자세한 내용은 융합형 과학 항목 참고. 해당 항목에는 학술교류 현상을 설명한다기보다는 국내의 과학교육 문제에 초점이 맞추어져 서술되어 있다. 해외의 경우 핀란드일본에서 학제간 연구의 아이디어를 접목하여 이와 유사한 교육과정을 만들었다고 하는데, 예를 들어 일본의 융합교육 과정에서는 "환경" 에 대해 과학 시간에 배우게 되면 국어(일본어), 영어, 수학, 도덕 등의 시간에도 환경을 테마로 해서 공부를 한다고 한다.

이러한 움직임에는 한계가 존재하는데, 기본적으로 학계마다 인식의 렌즈 혹은 접근방식, 연구의 틀이 서로 다를 수 있다는 것,[2] 모든 연구자 사이에 호환이 가능한 "용어의 엄밀한 개념적 정의" 가 곤란할 수 있다는 것, 분야마다 서로 배치되는 연구성과가 나올 수 있다는 것, 학제간 제휴협력의 전체 과정을 총괄, 지도, 모니터링, 지원할 전문인력이 부족하다는 점 등이 있다. 결국 사전준비가 제대로 되어 있지 않은 상태에서는 주먹구구식으로 어리바리하게 모여서 몇 번 같이 회의해 보고 의견충돌을 겪은 후 서로에 대한 편견만 쌓이는(…) 부정적인 결과만 얻을 수 있다는 것.

물론 세상은 넓고 천재도 많으니만큼 다방면에 전문가 급의 지식을 보유한 멀티 사이언티스트들도 있지만 이과이 사람이라든가 아니면 문과이 사람이라든가... 아니면 아무도 본래 전공을 알아주지 않는 이 사람이라든가... 아무나 가능한 일이 아니기에 현실은 의외로 시궁창이다.(…) 항상 나오는 말이지만 어떤 분야의 전문가가 자기 분야와는 무관한 다른 분야에 대해 말할 때는 반드시 가려들어야 한다. 또한 그러하기에 학제간 연구는 더욱 필요하다 할 수 있으며, 이를 거부할 경우에는 점차 고립되면서 그 분야 전체가 갈라파고스화할 위험이 있다. 즉 반드시 필요하지만 모두에게 결코 쉽지만은 않은 것이 바로 학제간 연구.

약간 다른 방향에서 부정적으로 보는 사람들도 있는데, 학제간 연구라는 흐름이 결국 인문학 분야를 구조조정하기 위해 대학에서 동원하는 미사여구라는 비판도 있다. # 학과를 통폐합하기 위해 우선 "평등한" 학문 간 통섭이라고 둘러댄 후 돈 안 되는 학과를 돈 되는 학과에 흡수시킨다는 것.

2 사이가 좋지 않다고 흔히 여겨지는 분야들

디자이너 : 자, 이걸 봐! 내가 새로운 상품의 디자인을 구상해 봤어.

공돌이 : 우와아, 대단한데? 근데 이런 걸 대체 어떻게 만들어?
디자이너 : 그건 이제부터 네가 생각해야지.

대학교보다는 회사들에서 더 유명한 이야기인데, 공학 부서에서는 디자인 부서 사람들이 현장을 몰라서 작동 메커니즘도, 안전성도, 냉각장치도 전혀 고려하지 않는 막무가내식 요구를 한다고 하소연하고, 디자인 부서에서는 공학 부서 사람들이 항상 자기네 디자인의 요체를 전부 망가뜨리고 전혀 엉뚱한 물건을 만들어 가지고 온다고 투덜거린다고. 회사원들 사이에서는 상당히 유명한 갈등관계다.(…) #
이것은 사회학 쪽에서 경영학에 대해 갖고 있는 편견 및 고정관념의 한 종류일 수 있는데, "경영학은 돈밖에 모른다", "뼛속까지 자본가적이다" 같은 생각이 주가 된다. 현대 경영학에서 기업의 사회적 책임(CSR) 같은 개념이 대두되고 있는 걸 본다면 상호간에 더 많은 이해와 교류가 필요한 상황. 사실 대부분의 사회학 교수들은 경영을 학문으로 인정하지 않는다. 그저 기술로 볼 뿐. 물론 사회학도 "노조 실드만 친다", "운동하는 분야다" 같은 고정관념의 대상이 되기는 매한가지다.[3] 특히 이 두 학문 사이에 엄청난 싸움을 낼 수 있는 폭탄 같은 떡밥이 하나 있는데, 바로 이거(…)
근본주의 계통의 신학에서는 실제로 반과학적인 생각도 갖고 있기는 하나, 신학도 분야가 다양한지라 선뜻 이렇다 할 확답을 내리기는 곤란하다. 가장 급진적인 신학계에서는 일명 자유주의라 하여 과학적 방법을 통해서 교리비판을 하기도 하고, 과학과 이성에 대해서 신정통주의처럼 좀 더 온건하게 바라보는 관점도 있다. 설령 과학과 교류를 하지 않는다 하더라도, 과학의 방법론적 자연주의를 인식하고 그에 대한 비판을 하는 데 그치는 부류도 있고, 과학의 위상에 대해 경계어린 관점을 갖는 부류도 있으며, 레알 과학 자체를 사탄의 무기(…)처럼 생각하는 부류도 있다. 즉 이 바닥에서도 과학에 대한 관점은 다 제각각이라는 것.
이에 대해서는 인문학, 환원주의, 과학주의 등의 항목에 자세히 설명되어 있으니 그쪽을 참고할 것.

3 학제간 연구의 대상이 되는 주제들

대중적으로는 죄수의 딜레마가 가장 유명한데, 이것이 동물종의 진화적 생존에서부터 국제적 군비 경쟁에 이르기까지 방대한 대상을 포괄적으로 설명할 수 있다는 것이 밝혀졌다. 일단은 경제학에서 담당하고 있다. 하지만 어떤 개체의 '판단'을 다루는 분야라면 어디에도 적용이 가능한 분야이다.
과거에는 위생학(예방의학과)이라 해서 의학의 비중이 높았지만, 요즘은 정책학 쪽의 비중이 높아지고 있다. 별도로 사회역학(social epidemiology)이라고 불리기도 한다.
일선 과학자들의 연구성과를 정확히 평가하기 위해서 대학교들이 과학계량학, 일명 "사이언토메트릭스" 에 관심을 가진 것은 경영학에서 인기를 끌던 성과중심적 평가제도와 관계가 있다. 또한 과학자들 역시 더 좋은 저널에 자신의 논문을 투고하기 위한 판단을 하므로 역시 과학계량학의 발전을 필요로 한다.
과학과 기술의 발전에 따라서 그것들이 우리의 미래 사회에 어떤 의미를 가질지를 논의하는 학문이다. 기술적 특이점이나 트랜스휴머니즘 같은 흥미로운 주제들도 다룬다.
최초의 경영학 학위가 생긴 것은 1800년대 말이었으며 그 전에는 경영학이라는 것이 없었다. 현재에도 다양한 인접학문과 영향을 주고받고 있다. 가령 행동경제학이 생겨나면서 이를 마케팅이나 조직관리에 적용하려는 노력이 생겨났다.
계량적 접근법을 통해서 금융이라는 주제를 심도있게 파고드는 학문이다. 경제학이나 경영학 모두 금융에 대해 관심을 갖긴 하므로, 일단 이들 학문에서 주로 담당하고 있다.
일단은 "환경학" 이라고 불리기도 한다.
일단은 "개발학" 이라고 불리기도 한다.
일단은 행정학에서 주로 담당하고 있다.
Mechanics(기계공학)와 Electronics(전자공학)의 합성어. '메카'는 기구나 기계요소 등의 기계기술을 의미하고, '트로닉스'는 제어요소나 신호처리 등의 전자기술을 의미한다
단, 이 학문은 방법론적인 측면에서 비판이 제기되고 있어서 향후를 장담하기 힘들다.[6]
일단은 문헌정보학에서 주로 담당하고 있다. 2010년대 들어 데이터 마이닝이라 하여 신규 분야에 대한 전문인력을 확보하기 위한 수요가 갑자기 급증하고 있는 상태.
  • 사이버네틱스(인공두뇌학) : 경계가 불분명한 광범위한 학제들
수학자가 최초로 제안했으며, 그 결과 생물학에서는 이 영향으로 "바이오사이버네틱스" 라는 새로운 개념이 탄생했고, 정치학정책학에서는 "사이버네틱스 의사결정 모형" 이 제안되었으며, 생태학 분야에서는 사이버네틱스 형태의 제어 메커니즘이 연구되고 있고, 컴퓨터공학기계공학, 로봇공학, 통신공학, 전자공학, 생명공학 등등... 한도끝도 없는 분야들이 너나할 것 없이 수용했다.(…) 사실 이는 태생적으로 통합과학(unity of science) 운동의 일환으로서 모든 학문을 동일한 방법론적 틀에서 보려는 시도와 무관하지 않기 때문이어서, 학문마다 두루 적용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는 학제이다.
학제간 연구의 대표주자 중 하나. 사실 가족학이나 주거학 등은 그 연구의 필요성과 유용성이 매우 높음에도 불구하고 하나의 통합된 학제로 구성되지는 않고 있었다. 주거 환경이나 소음 등, "쾌적한 생활 공간이란 무엇인가?" 처럼 일반인들이 한 번쯤 생각해 볼 만한 흔한 주제들도 다루고 있다.
신학이 다른 분야와 협업하지 않는다고 생각하면 오산이다. 이 분야의 활동에 대해서는 성서 고고학자 항목도 함께 참고.
소비생활을 연구하는 학문으로, 생활과학의 한 종류로 보기도 한다.
신경과학은 가히 현대과학의 최대 핫이슈 중 하나라고도 할 수 있어서, 미국립과학재단에서 2002년에 NBIC라고 하여 나노기술, 생명공학, 정보학(informatics)에 더하여 신경과학을 추가하기도 했다. 심지어 신경사회학, 신경윤리학 같은 신설 학문이 나타날 정도다.
복제인간이나 안락사, 트랜스휴머니즘 등의 논쟁 또한 다루고 있다.
위의 신경과학 관련 학제의 한 종류로 보기도 한다.
영어로는 anthrozoology. 동물과 인간의 상호작용 및 유대감이 서로에게 어떠한 결과를 가져오는지에 대한 학문이다. 반려동물이 독거노인에게 미치는 영향, 캣맘의 활동이 도심지 고양이 개체수에 미치는 영향 같은 시사이슈적 주제도 있고, 이누이트들의 개썰매가 극지 개들의 자연선택에 미치는 영향 같은 인류학적, 생태학적 주제도 다룬다.
일단은 행정학과 정치학 사이의 중간 어디쯤으로 여겨지고 있다.
일단은 사회심리학에서 담당하고 있다.
  • 텔레매틱스(자동차정보학) : 자동차공학, 정보학
자동차공학과 정보학의 파이널 퓨전으로 만들어진 새로운 공학분야.
지구 외의 다른 행성의 모든 것에 관한 연구이니만큼, 천문학 지식만으로는 부족하다.
  1. 일본어 위키백과에는 각각이 의미상의 차이가 있다는 서술이 있으나, 출처필요 표시가 붙어 있으니 유의.
  2. 심지어 충분히 유사할 것이라고 간주되는 분야끼리에서도 그렇다. 예를 들어 경영학행정학은 일원론이냐 이원론이냐의 논의가 있을 만큼 서로 유사하지만, 전자의 학자들은 "그거 돈 되냐?" 로 접근하는 반면 후자의 학자들은 "공공의 이익에 부합하냐?" 로 접근한다.
  3. 사회과학의 많은 분야들이 의외로 서로 어색한 경우가 있다. 경영학과 행정학은 정부의 이상적 크기를 놓고 싸우고, 하지만 배우는 내용은 엄청나게 겹친다는 게 함정 사회학과 심리학은 사회문제의 원인을 개인적 특성과 사회구조 중 어디서 찾아야 할지를 두고 싸운다. 특수대학원 등에서 종종 보이는 특수교육, 사회복지, 유아보육 등은 종종 논문도 제대로 못 쓴다고 욕먹기도 한다.(…)
  4. 특히 발달심리학 분야. 생태학적 접근법을 취한다.
  5. 성 차별이 존재하는 국가에서는 경제발전 및 사회의 선진화가 매우 힘들다.
  6. 보다 자세한 서술은 환원주의 항목에 있으니 참고. 사회현상의 거의 모든 부분들을 어찌어찌 다 설명할 수는 있는데, 이 가설이 옳은지를 입증할 수도 없고 반증할 수도 없다는 비판이 주가 된다.
  7. 특히 인지과학 및 신경과학 분야. 인간의 마음을 먼저 알아야 인공지능을 만들 때 참고할 수 있기 때문인 듯. 인지과학이 인간의 마음을 컴퓨터와 유사한 것으로 간주하고 연구를 시작했음을 생각하면 흥미로운 부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