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國語의 로마字 表記法
영어 : Romanization of Korean
1 개요
한국어를 라틴 문자(로마자)로 표기하기 위해서 지금까지 여러 가지 방안이 제시되었다. 대한민국은 2000년 7월 7일 문화관광부에서 고시한 로마자 표기법을 표준으로 사용하고 있으나, 이 외에도 다양한 방안이 제시되었고 사용되고 있다.
한글을 영어로 표기하는 방법이 아니다. 영어는 언어고 로마자는 영어를 비롯한 여러 언어를 표기하는 데에 사용되는 문자다. 마찬가지로 한국어는 언어, 한글은 문자다. 그나마 한국어와 한글은 구분해서 말하는 경우가 많은 반면 영어와 로마자를 헷갈리는 건 부지기수다. 심지어 관공서 문서 이름란에도 로마자가 아닌 영문이라는 표기가 버젓이 올라와 있으니... 다만 이는 현실적으로 언중이 '로마자'나 '라틴 문자'와 같은 말을 생소하게 여기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생기는 문제에 가깝다.
2 표기의 혼동과 원인
대한민국 정부가 고시한 국어의 로마자 표기법이 존재하는데도, 한국어의 로마자 표기는 상당히 혼란스러운 편이다. 그 이유는 다음과 같다.
1. 한국어의 모음 체계는 상당히 복잡하다. 단모음(單母音)만 해도 최소한 7~10개에, 이중 모음까지 합치면 모두 21개나 된다[1]. 이를 로마자의 5개의 모음과 2개의 반모음으로 표기하는 일은 쉽지 않다. 타국어와 비교하면, 일본어의 모음도 5개이므로 로마자로 표기하는 데에는 문제가 없다. 비슷하게, 영어는 모음 수가 12개인데 로마자의 모음 수가 지나치게 적기 때문에 소리나는 대로 표기하기 어렵다.
2. 한국어의 자음 체계는 로마자로 표기되는 대다수의 언어와는 차이가 있다. 즉 한국어에는 유성음(울림소리)과 무성음(안울림소리)을 구별하지 않으며, 한국어 화자는 이를 식별하지 못한다(이것이 한국어 모어 화자들이 '고구마'를 koguma로 적는 매큔-라이샤워 표기법을 잘 이해하지 못하거나 복잡하게 여기는 이유이기도 하다).[2] 한국어는 유성음, 무성음 구별이 없는 대신에 예사소리(ㄱ, ㄷ, ㅂ, ㅅ, ㅈ)-된소리(ㄲ, ㄸ, ㅃ, ㅆ, ㅉ)-거센소리(ㅋ, ㅌ, ㅍ, ㅊ)로 나뉘어지는, 상당히 독특한 음운 체계를 가지고 있다. (단 이에 대해서는 논란이 있다. 예사소리 ㄱ, ㄷ, ㅂ, ㅈ에 대해서 유성 파열/파찰음이되, 어두나 무성 자음 뒤에서 무성화된다고 볼 수도 있다. 이렇게 되면 유기음-무기음만 구분해 주면 되므로 로마자를 사용하는 외국어 자음체계와 호환성도 높아진다. 실제로 현대 한국어를 적는 최신 IPA 표기법에 따르면, '김치'는 [kimt͡ɕʰi]에서 [ɡ̊imt͡ɕʰi](˚는 무성음화 부호)로 바뀌고 있다.)
3. 한국어라는 언어의 표준 발음을 라틴 문자로 옮기는 것이기 때문에 연음, 구개음화, 자음동화 등의 음운 변화를 반영한다(물론 한글 철자의 원형을 명확히 밝혀야 하는 학술적인 용도라면 무시할 수 있다).
이는 오히려 한국어 모어 화자가 한국어의 로마자 표기법을 적용하기 어렵다는 단점으로 작용하기도 한다. 매큔-라이샤워 표기법도 현행 국어의 로마자 표기법도 발음을 기준으로 하는데, 일단 한국어는 발음대로 적지 않고(/일딴 한구거는 바름대로 적찌 안코/), 한국어 모어 화자들은 한국어를 발음대로 쓰는 것에 익숙하지 않다 보니 로마자 표기를 할 때도 한글 표기에 이끌리기 마련이다. 예를 들어서 '동래', '철원'은 그 발음이 /동내/, /처뤈/이고 따라서 국어의 로마자 표기법에 따르면 Dongnae, Cheorwon으로 쓰는 것이 맞지만, 한국어의 발음 법칙에 대해 따로 공부하지 않은 사람은 한글 표기에 이끌려서 Dongrae, Cheolwon으로 잘못 쓰기 십상이다. 심지어 이러한 경우는 도로 표지판에서마저도 표기법을 지키지 않기도 한다.[4] 그래서 로마자 표기법을 적용하기 전에 한국어의 발음 법칙에 대해서 따로 공부를 해 두어야 한다(반면 한국어를 외국어로 공부한 사람들은 한국어 학습 과정에서 한국어의 발음 법칙을 확실히 배웠으므로, 오히려 한국어 모어 화자들보다 로마자 표기법을 적용하기 더 쉬울지도 모른다). 게다가 이것도 끝이 아닌데, 한국어의 발음 법칙을 잘 알아도 발음 변화 중 어떤 것이 로마자 표기법에 반영되고(예: 학여울 /항녀울/ Hangnyeoul) 어떤 것이 반영되지 않는지(예: 익산 /익싼/ Iksan), 반영된다면 어떤 경우에 반영되고(예: 잡혀 /자펴/ japyeo) 어떤 경우에 반영되지 않는지(예: 집현전 /지편전/ Jiphyeonjeon)도 또 알아야 하기 때문이다.
4. 이와 같은 어려움 때문인지 표준에서 벗어난 영어 발음식 표기가 많이 쓰이고 있다. ㅓ를 u로 표기한다거나, ㅜ를 oo나 woo로 표기하는 것이 그 예이다. 특히 성씨를 쓸 때는 표준을 따르는 사람이 오히려 드물 정도. 그렇다 보니 국립국어원에서도 성씨에 대해서는 로마자 표기법 규정 자체에 예외 조항을 마련해 두었고("성의 표기는 따로 정한다"), 성씨 표기 규정을 15년이 넘은 지금까지도 확정하지 못하고 있다(시안은 여태까지 두 번 나왔지만 정식으로 채택되지는 않았다). 다만 영어 표기가 아닌 로마자 표기라면 이 조항 자체가 불필요하다.
5. 일본의 헵번식 표기와 비슷하게 매큔-라이샤워 표기법이 여전히 널리 쓰이고 있다. 한국 밖의 한국학 학자들은 여전히 매큔-라이샤워 표기법을 지지 및 사용하고 있고, 북한의 현행 로마자 표기법도 매큔-라이샤워 표기법을 약간 수정한 것이라 적지 않은 영향을 주고 있다.
6. 한국에서 로마자 표기법을 네 번이나 뒤집어엎었다. 이러면서 여러 번 혼란이 있었다.
이와 같은 한국어와 로마자 사이의 난점을 해결하기 위한 방안은 여러 가지가 있으나, 대표적으로 매큔-라이샤워 표기법과 현행 국어의 로마자 표기법이 있다.
사실 이런 표기법 혼란은 한국뿐만 아니라 인도, 동남아권, 아랍어권 등 로마자를 주 문자로 쓰지 않는 언어권에서도 자주 일어나는 편이다. 태국의 경우 Phumiphon Adunyadet이라고 쓸 수도 있는 걸 Bhumibhol Adulyadej로, Nitkhun이라고 쓸 수도 있는 걸 Nichkhun으로 써 버리는 등 실제 발음과는 한 백만 광년은 떨어진 표기가 난무하고, 아랍어의 경우 무아마르 알 카다피의 로마자 표기가 Gathafi, Qadhafi 등 수십 개에 이른다. 그 외에도 미얀마어나 크메르어 같은 경우도 로마자만 보고 제대로 발음을 유추하는 것이 거의 불가능하다. 예를 들어 '크마에'는 Khmer로 표기된다.
아랍어권에서 가장 흔한 이름인 무함마드/무하마드/마호메트/모하메드(محمد)는 Muhammad, Moohammad, Moohamad, Mohammad, Mohamad, Muhamad, Mohamed, Mohammed, Mohemmed, Muhemmed, Muhamed, Muhammed, Moohammed, Mouhammed 등으로 표기될 수 있고, 마지막의 d를 t로 쓰기도 하기 때문에 가능한 철자 수는 배로 늘어난다.
3 규정의 모순
과거의 로마자 표기법이든 현재의 로마자 표기법이든 정부 쪽 제정자들은 '절대 영어 표기법이 아님'을 강조했다. 그러나 세부 규정을 보면 영어 표기를 전제하지 않으면 나오기 힘든 조항들이 나타난다. 단순히 한글 낱자 하나를 옮기는 데 영어 음운 체계에 맞춘 철자를 사용하였다는 게 아니라, 총체적으로 영어에서 사용되는 제반 규정을 대체로 따라갔다는 의미다. 대문자 사용을 영어에서 사용하는 것대로 따라갔다거나, 영어권에 잘 알려진 한국의 고유 명사를 적을 때 규정대로 쓰지 않고, 영어권에서 쓰는 철자를 그대로 받아들인다든가. 세세한 내용은 본문을 계속 볼 것.
즉 로마자 표기법의 취지 자체는 한국어를 로마자로 표기하는 것이고, 그것을 외국어로 한국 관련 글을 쓰게 될 때 준용할 수도 있는 것인데 규정을 보면 외국어로 표기하기 위한 용도 자체로 이해된다. 즉 국어의 로마자 표기법이라면 한국어로 쓰면 똑같은 맞춤법(전자법인 경우) 또는 읽으면 똑같은 발음(전음법인 경우)이면 로마자 표기도 똑같은 철자여야 하는데, 그렇지 않을 수도 있다는 것이다.
가령 1984년 표기법에 있는 조항인 '고유 명사의 표기는 국제 관계 및 종래의 관습적 표기를 고려해서 갑자기 변경할 수 없는 것에 한하여 다음과 같이 적는 것을 허용한다.' 같은 것이 그러한 예이다(이 조항의 예로서 Seoul과 그 밖의 몇 가지가 나와 있다. Seoul은 영어 표기에서 일상이며, 이미 국제적으로 굳어진 것으로 본 셈이다). 즉 서울의 로마자 표기는 Sŏul, 영어 표기는 Seoul이라는 것이 공존할 수 있는 것이다. 1959년 문교부식 표기도 Seoul이지만 영어권에선 조선 말기부터 이미 Seoul이 쓰였다.[5] 하지만 로마자 표기를 영어 표기로 생각하고 로마자 표기법에 따른 표기와 영어 표기의 철자가 일치하지 않으니 로마자 표기법을 영어 표기로 맞춰 버린 것이다. 이화여자대학교도 로마자 표기로는 Ihwa Yŏja Taehakkyo, 영어로는 Ewha Womans University로 다른 철자가 있을 수 있는 것이다. 비슷하게 중국의 칭화대학(清华大学)도 로마자 표기(한어 병음)로는 Qīnghuá Dàxué지만 영어로는 Tsinghua University다. 마찬가지 이유로, けいおん!, カシオ 같은 것도 로마자 표기는 각각 keion!과 kashio, 영어 표기(또는 영어를 비롯한 기타 언어에서의 표기)는 각각 K-ON!과 Casio라고 할 수도 있다.
영어 표기와 로마자 표기의 차이는 외래어에서 더 두드러진다. 예를 들어서 '컴퓨터'의 로마자 표기는 k'ŏmp'yut'ŏ/keompyuteo이고 영어 표기는 computer이다. 전자는 한국어의 외래어(= 음가가 한국어의 음운 체계에 맞게 변형된 한국어 단어) '컴퓨터'를 그대로 로마자로 옮긴 것이고, 후자는 영어에서 사용되는 단어를 그대로 적은 것이다.
현행 규정의 '인명, 회사명, 단체명 등은 그동안 써 온 표기를 쓸 수 있다.' 역시 사람이나 단체가 외국에서 자기소개를 할 때 어떤 철자를 쓰든 국어의 로마자 표기법에서는 그냥 원래 규정만 지키면 되는 것이다. 역시 이 규정도 로마자 표기와 외국어 표기를 동일시한 것에서 생긴 것. 이 글의 여러 수정자들도 로마자 표기와 외국어 표기를 혼동하는 경우가 많다. 단적으로 정리한다면 '삼성 전자'의 로마자 표기는 samseong jeonja, 영어 표기는 Samsung Electronics이다. 그런데 당사자들이 영어로 그렇게 쓴다는 이유로 '한국어의 로마자 표기'에서 Samsung을 받아들이려고 하는 게 규정으로 되어 버린 모순이 있다. 심지어 국립국어원에서도 로마자 표기와 영어 표기를 이따금 혼동하는 모양이다. '가계 해수욕장'의 표준 로마자 표기를 Gagye beach로 정한 사례도 있고, '가락시장'의 로마자 표기를 Garak market으로 정한 사례도 있고, '가령 폭포'의 로마자 표기를 Garyeong falls로 정한 사례도 있다. 로마자 표기라면 Gagye Haesuyokjang, Garaksijang, Garyeong Pokpo여야 한다.
또한 고유 명사는 첫 글자를 대문자로 적는다는 것도 마찬가지이다. '한국어'의 로마자 표기법상에서는 꼭 그래야 할 이유는 없다. 한국어 화자들이 한국어로 글을 쓸 때 고유 명사에 특별한 표시를 하는 경우는 일반적으로 없으니까. 영어 표기에 활용할 때 그 언어에서 쓰는 방식대로 알아서 첫 글자를 대문자로 쓰든지 말든지 하면 되는 것이다. 그리고 로마자를 쓰는 언어에서도 대문자 처리 방법은 언어에 따라 각각 다르다. 예를 들어 영어에서는 고유 명사와 고유 형용사(고유 명사에서 파생된 형용사)일 때 첫 자를 대문자로 쓰지만, 독일어는 고유 명사를 포함한 모든 명사에서 첫 자를 대문자로 쓰고, 고유 형용사를 포함한 모든 형용사는 문장 처음이 아니면 모두 소문자로 쓴다.
그리고 성과 이름의 사이를 띄어 쓰는 것도 마찬가지이다. 영어 표기에서는 성과 이름을 띄어 쓰지만 한국어 맞춤법에서 성과 이름을 붙여 쓰기 때문에 '국어의 로마자 표기법'에서는 굳이 띄어야 할 필요는 없다. '한국인 이름의 영어 표기'에서는 띄어야 할지 몰라도. 즉 홍길동은 Hong Gildong이 아니라 honggildong으로 적는 것이 오히려 순수히 한국어식이라고 할 수 있다. 국립국어원에 따르면, 성과 이름을 띄어 쓰도록 규정한 이유는 로마자로 쓸 때의 일반적인 관용에 따른 것이라고 하는데, 하지만 또 문제는 이게 아니다. 자신이 외국인에게 영어로 자기 소개를 한다 할 때 자신의 이름을 알려줄 때 성과 이름을 띄어 쓸 수는 있고 성과 이름의 순서를 반대로 할 수도 있다(예: Gildong Hong). 이것이 영어에서의 일반적인 관습이니까. 문제는 그 규정이 왜 '국어의 로마자 표기법'에 있어야 하느냐는 것이다. '고유 명사의 영문(라틴 글자를 쓰는 다른 언어라도 상관없다) 표기 원칙(가칭)'이 따로 있고 거기에서 이야기해야 한다는 것이다. 즉 현행(과거도 마찬가지) 로마자 표기법은 '국어의 로마자 표기법'이란 이름을 달고 있지만, 실제로는 '국어의 로마자 표기법' + '한국 고유 명사의 영어 표기 원칙'의 섞임으로 된 형태라는 것이다. 단순히 국어의 로마자 표기법이라면 한국어의 모음 하나하나의 표기에는 어떤 철자를 쓰고, 자음 하나하나의 표기에는 어떤 철자를 쓰며 여기에 약간의 부차적인 것만 제시하면 끝이란 뜻이다. 인명을 쓸 때는 어떻게 쓰고, 행정구역명을 쓸 때는 어떻게 쓰고 등등은 로마자 표기법 자체에서는 군더더기라는 뜻. 그런 군더더기 규정 때문에 한국어 문장(단어 한두 개가 아닌)을 로마자로 쓴다면 뭔가 꼬인다는 느낌을 받는다.
다만 현실적으로 한국어 화자들이 한국어를 로마자로 읽고 쓰는 경우는 전무하고, 한국어의 로마자 표기는 어디까지나 한글과 한국어를 모르는 사람들을 위한 것이라고 본다면, 로마자 표기법의 취지를 외국어로 표기하기 위한 용도 자체로 하는 것이 아주 잘못됐다고 할 수는 없다. 그러나 표기법의 제정에서 '누구를 위한 것인가'에 대해 명확한 기준을 잡고 그에 맞게 표기 규정을 정해야 할 필요는 있다. 외국어 표기가 목적이라면 현 표기법 규정을 바탕으로 거기에 추가된 내용을 넣어야 하는 것이다. 실제로 국토교통부에서는 '도로표지 제작·설치 및 관리지침'을 만들어 놓고 있으며 그 안에는 영문 표기(로마자 표기가 아니다!)에 대한 규정도 담고 있다. 그래서 도로 표지판에는 서울역이 Seoullyeok(로마자 표기)이 아닌 Seoul Station(영문 표기)으로 된 것이다. 국토교통부의 지침 안의 영문 표기는 명확히 외국인 대상으로 볼 수 있다(정확히는 영어로 의사소통을 하게 되는 국내외인). 한국어의 고유 명사를 영어권 사람들에게 어떻게 보여줄 것인가는 이런 다른 규정에서 논할 문제지 국어의 로마자 표기법에서 논할 문제가 아니다. 물론 이 영문 표기는 기본적으로는 국어의 로마자 표기법을 '바탕으로 깔고' 있되, 영어에서의 관습이나 규정 등도 존중할 필요는 있다.
3.1 로마자 표기 시 원어의 발음이나 표기가 반드시 복원돼야 하는가?
결론부터 말하자면, 학술 연구 논문 등 특수 분야에서 쓰는 경우가 아닌 한 로마자 표기 시 원어의 발음이나 표기가 반드시 복원돼야 할 필요는 없다. 어차피 로마자 표기는 한국어를 모르는 사람들을 대상으로 하는 것인데, 이 사람들한테는 한국어의 음소 구분이나 철자 구분 같은 것은 전혀 중요하지 않기 때문이다. 그래서 예사소리, 된소리, 거센소리를 모두 구분하지 않고 모두 k, t, p로 적어도, ㅓ와 ㅗ를 모두 o로 적고 ㅜ와 ㅡ를 모두 u로 적어도 사실상 문제가 없다고 할 수 있다. 한국어를 모르는 사람들한테는 k가 원래 ㄱ인지 ㄲ인지 ㅋ인지, o가 원래 ㅓ인지 ㅗ인지 같은 건 전혀 중요하지도 않으며, 알 필요도 없다. 심지어 한국어 화자들은 '선'도 sun으로 적고 '순'도 sun으로 적는 판인데…. 실제로 정부에 의해 원어의 발음이나 표기 구분을 보존하지 않은(그리고 그와 동시에 로마자 표기법을 따르지 않은) topokki라는 표기가 공인되기도 했다.
'떡볶이'의 표준 로마자 표기는 tteokbokki지만, 떡볶이 연구소는 topokki라는 표기로 떡볶이를 홍보하고 있다. 또한 떡볶이 연구소가 민간에서 설립한 연구소이기는 하나 정부의 지원까지 받아서 떡볶이를 홍보하고 있는데, 이는 사실상 정부도 topokki라는 표기를 표준으로 인정했다는 뜻이다. 실제로 농림수산식품부의 공식 입장이 “떡볶이의 국내영문 표기법(= 현행 '국어의 로마자 표기법')에 의한 표기는 tteokbokki인데, 이는 철자가 너무 길고 복잡하며 외국인이 발음하기도, 기억하기도 어려워 보다 친숙한 영문 표기가 필요하다고 판단했다. 그래서 언어학자와 요리전문가 등 각계 전문가들, 외국인(영어권, 비영어권)을 대상으로 조사를 해 본 결과 topokki가 국제 명칭으로 가장 적합하다는 결론을 내렸다.”이다. 관련 기사(1, 2) 참고. 정부라면 로마자 표기법을 따라야 하고 정부 차원에서 사람들이 로마자 표기법을 되도록 따르도록 유도해야 할 필요가 있는데, 오히려 정부가 나서서 로마자 표기법에 따르지 않은 표기를 표준 표기로 인정하고 있는 셈이다.
한국어를 모르는 사람들한테 중요한 것은 어디까지나 단어의 통일된 표기이다. 돈가스를 먹기 위해서 돈가스의 원어 표기와 돈가스의 정확한 원어 발음을 알아야 하는 것은 아니듯이, 떡볶이를 먹기 위해서 떡볶이의 원어 표기와 떡볶이의 정확한 원어 발음을 알아야 하는 것은 아니다. 그렇기 때문에 로마자 표기 시 원어의 발음이나 표기가 반드시 복원돼야 할 필요는 없는 것이다.
사실 음소를 모두 표기하지 않고 일부를 생략하는 표음 문자 표기법은 흔하다. 예를 들어 영어 등 많은 유럽 언어들과 일본어(일부 방언은 제외)에서는 강세 또는 음의 높낮이가 단어 변별의 기능을 하고 있는 초분절 음소로 존재하는데도, 일반적으로 강세나 높낮이를 따로 표기하지 않는다. 중동의 많은 언어의 문자 체계에서는 심지어 분절 음소인 모음조차도 생략하고 쓰는 경우가 많다. 그러므로 한국어의 로마자 표기법이 꼭 한국어의 모든 음소 구분을 반드시 철자상으로 반영할 필요가 있는 것은 아니라고도 할 수 있다.
다만, 기존에 없던 언어의 표기를 만들 때는 처음부터 언어학적인 체계를 잡아서 제정해 두어야 나중에 뒤탈이 적거나 거의 없다. 이미 표기법 제정 전에 퍼진 표기들은 강제로 어떻게 할 수 없다 쳐도 제정 이후에도 표기에 혼란이 온다면 그 규정 자체에서 체계가 없어서 생기는 문제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어차피 한국학 분야에서는 매큔-라이샤워 표기법을, 언어학 분야에서는 예전부터 예일 로마자 표기법(한글 철자 기준의 표기법으로, 자세한 것은 후술한다)을 주로 사용해 왔기 때문에 남한이나 북한에서 표준 로마자 표기법을 개정하건 말건 안 쓰면 그만이다(…). 또한 중세 한국어의 로마자 표기법(중세어는 정확한 발음을 알 수 없으므로 무조건 철자 기준이다)은 학자마다 다르지만, 딱히 학계에서 이게 문제를 일으킨 적은 없는 듯하다.
외래어 표기법에서는 원어 복원 같은 건 고려하지 않는데(예를 들면 p와 f를 둘 다 ㅍ으로 적으며, f를 적기 위해 새로운 한글 자음을 도입하지 않는다), 현행 남한 로마자 표기법에서는 eo, eu 등 그다지 직관적이지 않은 조합까지 도입하면서 원어 복원을 지나치게 고려하고 있는 것이 이중적으로 보일지도 모르나, 외래어 표기법의 목적과 한국어 로마자 표기법의 목적은 차이가 있기 때문에 이중적은 아니다. '외래어 표기법'은 단순히 '해당 외국어의 한글(한국어 아님) 표기법'이 아니라 '한국어 화자들이 한글과 한국어로 언어 생활을 하는 것'을 목표로 만들어진 것이기 때문에 한국어 음운 체계에서 변별되는 소리만을 사용하고 원어 복원을 고려하지 않는 것이다. 반면 한국어의 로마자 표기법은 한국어를 한글이 아니라 로마자로 적는 것을 목표로 만들어진 것이기 때문에 한국어의 음소 구분이나 한국어의 철자 구분을 보존하는 것이다. 물론 한국어를 한글이 아니라 로마자로 적는 경우는 한국어나 한글을 모르는 사람들을 위한 경우에 한정되고[6] 한국어나 한글을 모르는 사람들한테는 한국어의 음소 구분이나 철자 구분은 중요하지 않으므로, 한국어 로마자 표기법이 원어 복원을 고려할 필요가 없다고 밀어붙인다면 할 말 없겠지만….
3.2 자신의 이름을 표기할 때 로마자 표기법을 반드시 따라야 하는가?
이에 대해서는 찬성 의견과 반대 의견이 존재한다.
찬성 의견은 한글 이름만 가지고 로마자 이름을 바로 알아낼 수 있다는 것, 그리고 로마자 표기법에 대한 지식이 있는 사람이 이름을 정확히 발음할 수 있다는 것이 주된 이유이다. 한글 이름만 알면 기계적으로 변환해서 로마자 이름을 자동으로 산출해 낼 수 있다(즉 당사자에게 묻는 수고를 하지 않아도 된다). 인명을 일관된 로마자 표기법에 따라 적을 경우, 해당 로마자 표기법에 대한 지식(예: eo는 ㅓ로 발음한다)이 있는 사람은 로마자 표기를 보고 원어의 발음을 쉽게 파악할 수 있다. 예를 들어 병음에 대한 지식이 있는 사람은 한어 병음 방안에 따라 표기된 중국어 인명 Mao Zedong을 보고서 그 발음이 '마오쩌둥'에 가까움을 쉽게 파악할 수 있다. 반면 특정한 표기법을 따르지 않고 Mau Tsedoung, Mao Tzetoong과 같이 마음대로 적으면 (적어도 영어를 할 줄 아는 사람은 비슷한 발음에 성공한다 해도) 로마자 표기법에 대한 지식이 있는 사람들도 없는 사람들도 발음을 파악하기가 어렵다(다만 표준중국어의 음운 체계나 중국인들의 작명 습관을 아는 사람이라면 표준 표기법을 어긴 철자를 보더라도 무엇을 의도하였는지 충분히 예측할 수 있다). 마찬가지로, '정현'을 현행 로마자 표기법에 따라 Jeonghyeon으로 표기하면 현행 로마자 표기법에 대한 지식이 있는 사람은 Jeonghyeon을 보고서 '정현'에 가깝게 발음할 수 있지만, Junghyun, Jounghyoun과 같이 어느 표기법도 따르지 않는다면 로마자 표기법에 대한 지식이 있건 없건 저것을 '정현'에 가깝게 발음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반대 의견은 한국인들이 이미 로마자 이름을 자율적으로 정해 왔고, 로마자 이름을 물어보는 것은 당연하다는 점이다. 한글 전용이 보편화된 현재는 다른 사람의 한자 이름을 알아내기 어려워졌는데, 그렇다고 해서 음절별로 한자를 하나씩만 쓰도록 강제하지는 않는다. 한국의 현행 법은 대법원이 정한 인명용 한자 내에서는 어떤 한자를 선택해도 자유로우며, 실제로도 사람들은 한자 이름을 지을 때 그 안에서 자유롭게 짓는다(게다가 원하는 한자가 인명용 한자에 없을 경우 추가 요청을 해서 인명용 한자의 수를 더 늘리기도 한다). 따라서 한글 이름만 가지고는 한자 이름을 자동으로 알아내는 것이 불가능하며, 다른 사람의 한자 이름을 알려면 본인에게 직접 물어보는 수밖에 없다. 로마자 이름도 이와 비슷하다. 한국인들은 자신의 로마자 이름을 (음차에 해당되는 범위 안에서) 자유롭게 정해 왔고, 실제로 로마자 표기법을 따르지 않은 경우가 로마자 표기법을 따른 경우보다 훨씬 더 많다. 따라서 한글 이름만 가지고는 로마자 이름을 자동으로 알아내는 것이 불가능하며, 다른 사람의 로마자 이름을 알려면 본인에게 직접 물어보는 수밖에 없다. 그리고 실제로 기자들은 한자 이름도 로마자 이름도 본인에게 직접 물어보고 기사를 작성한다.
다시 말해서, 한자 이름도 한글 이름만 가지고는 자동으로 알아낼 수 없고 반드시 물어봐야지 알아낼 수 있는데, 그렇다고 해서 음절별로 한자를 하나씩만 쓰도록 강제하지는 않는다. 그렇다면 로마자 이름은 로마자 표기법에 따라 획일화하려고 하는 것은 상당히 이상하다고 할 수 있다. 한자 이름에 대해서는 물어보는 수고를 마땅히 감수해야 한다고 생각하면서, 왜 로마자 이름은 그 수고를 감수하려고 하지 않으려는지 알 수 없다. 왜 한자 이름에 대한 생각과 로마자 이름에 대한 생각이 달라야 하는가? 로마자 이름도 한자 이름과 마찬가지로 한글 이름만 가지고는 자동으로 알아낼 수 없는 것이 당연하다. 로마자 이름을 로마자 표기법에 따라 획일화하자는 주장은 한자 이름을 음절별로 획일화하자는 주장과 근본적으로 다르지 않다.
또한 실제로 인명에 어문 규정을 무조건 적용하는 것이 철퇴를 맞은 적도 있다. 한글 맞춤법의 두음 법칙을 인명에 무조건 적용하는 것은 위헌 판정을 받은 바 있고, 그 이후 법적으로 류, 라, 리 등의 성씨를 쓰는 것이 가능해졌다. 이는 인명에 대해서는 개인의 자율성을 보장하고 어문 규정을 반드시 따를 필요가 없다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실제로 어문 규정은 강제되는 것도 아니며 강제할 수 있는 것도 아니다. 그러므로 어문 규정의 하나인 로마자 표기법 또한 반드시 따라야 할 필요는 없고, 자신의 이름에는 자신이 원하는 철자를 사용해도 문제가 전혀 없다고 할 수 있다. 즉 이름이 '영순'인데 로마자 표기법을 따르지 않고 Youngsoon으로 쓰고 싶다면 그렇게 써도 전혀 문제가 없다. 실제로 로마자 표기법 안 따른 사람들이 훨씬 더 많지만, 로마자 표기법을 따르지 않았다는 이유로 제재를 받은 사람은 없다.
부모(주로 아버지)와 자녀 간 또는 형제·자매 간에 성씨가 달라지는 것을 문제 삼기도 하는데,[7] 어차피 가족 중에 미성년자(동반 자녀)가 있는 상태에서 해외 여행을 가는 경우[8] 또는 외국에서 한 가족으로서 장기 체류하는 경우가 아니라면 성씨가 다르더라도 상관없다. 가족 구성원 모두가 성인이면서 각자가 독립적으로 생활한다면(외국에서 한 가족으로서 장기 체류하는 경우가 아니라면), 가족 내의 성씨 표기가 다른 것이 별 문제가 되지 않는다(또한 친척 간의 성씨가 다른 것은 문제가 되는 경우가 더더욱 드물다). 게다가 모든 문화권에서 부모(주로 아버지)와 자녀 간 또는 형제·자매 간에 성씨가 같은 것도 아니다. 러시아와 같이 아버지가 같더라도 그 자녀의 성별에 따라서 성씨의 형태가 약간씩 달라지는 문화권도 있고, 아이슬란드와 같이 '(아버지 이름)의 아들/딸'을 성씨로 쓰는 문화권도 있다(그래서 아이슬란드는 아버지와 자녀의 성씨가 다른 것이 아주 평범하며, 3대 이상이 모두 성씨가 다른 것도 전혀 이상하지 않다). 또한 여성이 결혼하면서 자신의 성씨를 남편 성씨로 바꾸는 게 흔한 문화권에서는 해당 여성과 그녀의 형제·자매가 완전히 다른 성씨를 가지는 경우가 다반사다. 그렇기 때문에 한 가족 내의 성씨 표기가 반드시 일치해야 하는 것은 아니라고 할 수 있다.
한국 여권을 처음 신청할 때는 로마자 표기법이 어떻건 간에 자신이 평생 후회하지 않을 표기를 쓰는 것이 좋다. 여권의 이름은 한 번 정해지면 (한국에서 개명을 하여 한글 이름을 바꾸지 않는 이상) 기본적으로 평생 가며,[9] 해외에서 생활할 때는 기본적으로 여권의 이름 하나만을 그대로 쭉 쓰게 된다. 해외에서는 여권의 이름 하나만이 자신의 공식적인 이름으로 인정받기 때문이다.[10] 그러므로 여권을 처음 신청할 때는 자신이 평생 써도 후회하지 않을 로마자 표기를 쓰는 것이 좋으며, 실제로 한국 외교부도 한글 이름과 크게 차이가 나지 않는 범위 내에서 로마자 표기법에 따르지 않은 표기를 여권에 사용하는 것도 허가한다.
그리고 로마자 표기법을 따르지 않는 것이 오히려 훨씬 더 좋은 경우도 있다. 로마자 표기법을 철저히 따르면 gang, bang, sin과 같이 영어 등 다른 언어에서 부정적인 뜻으로 받아들여질 수 있는 철자가 나와서(실제로 여권을 신청할 때 저런 철자들은 시청/도청/군청/구청 등에서도 사용을 자제하라고 할 정도이다) 외국에서 생활할 때나 외국과 교류할 때 불편을 겪는 경우도 종종 있으므로, 로마자 표기법을 무조건 철저히 따르는 것이 좋은 것만은 아니다.
그런데 여권을 신청할 때 이상한(?) 공무원이 로마자 표기법에 따를 것을 '강요'하는 경우도 있다고 하니 주의할 필요가 있다. 로마자 표기법을 강제하는 것은 (예전에 인명에 두음 법칙을 강제했던 것과 마찬가지로) 위헌 소지가 있으므로 저런 이상한(?) 공무원은 고소당해도 할 말이 없을 것이다.
해외 살아 보면 알겠지만, 어차피 한글도 한국어도 모르는 대다수의 사람들은 그냥 보여 주는 대로 받아들인다. 철자가 로마자 표기법에 맞는지 안 맞는지도 안 따지며, 로마자 표기법에 안 맞는 철자를 사용한다고 해서 불이익을 받는 것도 아니다. 실제로 해외 거주 한국인들의 이름을 보면 이름의 표기가 로마자 표기법에 안 맞는 사람들이 훨씬 더 많은데, 이런 사람들이 로마자 표기법을 따르지 않았다고 불이익을 받은 적도 없고, 이런 사람들한테 왜 로마자 표기법 안 따랐느냐고 따지는 사람도 없다. 그러므로 여권의 이름이 꼭 로마자 표기법을 따라야 할 필요는 딱히 없다고 할 수 있으며, 오히려 여권의 이름은 한 번 정해지면 바꾸기 무진장 힘들고 기본적으로 평생 간다는 점을 생각한다면 자신이 원하는 철자를 사용하는 것이 더 좋다고 할 수도 있다.
게다가 로마자 표기법 자체를 아예 근본적으로 '회피'하는 방법도 존재한다. 로마자 표기법에 따르지 않은 표기를 사용하면서 '이것은 한국어의 로마자 표기가 아니라 영어(또는 기타 외국어)에서 사용하는/사용할 표기이다'라고 주장하면 된다. 위에서 설명했듯 로마자 표기와 영어(또는 기타 외국어) 표기는 다를 수도 있으므로 이래도 문제가 없다. 위에서 예로 든 Ihwa Yŏja Taehakkyo와 Ewha Womans University, Qīnghuá Dàxué와 Tsinghua University 등을 생각해 보자. 그러므로 이름이 '영순'인데 로마자 표기법을 따르기 싫을 경우 '영순'을 영어식으로 Youngsoon이라고 쓰고 '이 Youngsoon이라는 표기는 한국어의 로마자 표기가 아니라 영어에서 사용하는/사용할 표기이다'라고 하면 로마자 표기법을 문제없이 회피할 수 있다.
한 사람의 이름이 같은 문자를 쓰는 언어들 사이에서도 표기가 다른 경우도 있다. 같은 문자를 쓰더라도 언어에 따라서 원어의 철자를 그대로 쓰기도 하고 자국어의 철자법 또는 문법에 맞게 바꿔 쓰기도 하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박근혜는 영어, 프랑스어, 독일어, 스페인어, 포르투갈어, 베트남어, 크로아티아어에서는 Park Geun-hye로 표기되지만 체코어에서는 Pak Kun-hje, 우즈베크어에서는 Pak Kin Xe, 아제르바이잔어에서는 Pak Kın He이다. 조지 W. 부시는 영어 표기는 George W. Bush이고 라트비아어 표기는 Džordžs V. Bušs이며, 안나 베소노바의 우크라이나어 표기는 Ганна Володимирівна Безсонова이고 러시아어 표기는 Анна Владимировна Бессонова이다. 그렇기 때문에 한 인명의 한국어 로마자 표기, 영어 표기, 프랑스어 표기, 독일어 표기 등이 반드시 모두 같아야 할 필요가 있는 것은 아니라고도 할 수 있으며, 로마자 표기법을 따르지 않고서 '이것은 영어 등 기타 언어에서 사용할 표기이다'라고 주장할 수도 있는 것이다. 지명이긴 하지만, 아래에서 설명할 Warszawa/Warsaw, Seoul/Seúl, Hà Nội/Hanoi/Hanói, Korea/Corée/Corea와 같은 예도 참고할 것.
또한 해외 체류 중인 한국인들은 현지 언어의 이름을 따로 사용하는 경우도 많은데, 이런 경우 한 사람을 지칭할 때 사용되는 로마자 표기와 영어 표기(또는 영어를 비롯한 기타 언어 표기)는 크게 달라질 수도 있다. 예를 들어 홍길동(Hong Gildong)이라는 사람이 영어권에 가서 John이라는 영어 이름을 쓸 경우, 로마자 표기는 Hong Gildong, 영어 표기는 John Hong이 된다.[11] 결혼해서 남편 성씨를 따른 여성이라면 Shin Eun-mi(로마자 표기)와 Amy Chung(영어 표기)처럼 성씨까지 완전히 달라지는 것도 가능하다. 지명이긴 하지만, 아래에서 설명할 Deutschland/Germany/Allemagne, Magyarország/Hungary, Hrvatska/Croatia와 같은 예도 참고할 것.
정리하자면 로마자 표기와 영어 표기(또는 영어를 비롯한 기타 언어 표기)는 Ihwa/Ewha, Qīnghuá/Tsinghua와 같이 어형이 비슷할 수도 있고, Gildong/John, Shin Eun-mi/Amy Chung과 같이 어형이 완전히 별개일 수도 있다(다만 한국 여권에는 완전히 별개인 어형을 사용할 수는 없다). 이렇기 때문에 로마자 표기와 영어(또는 기타 언어)에서 쓰이는 표기가 꼭 같아야 할 필요는 딱히 없으며, 그래서 '이것은 로마자 표기가 아니라 영어(또는 기타 언어) 표기다'라고 하면서 아예 로마자 표기법을 회피하는 것도 충분히 가능한 것이다.
그리고 이야기를 한국에 살며 해외와의 교류가 없는 일반적인 한국인(이하 '일반 한국인')들에 한정할 경우, 로마자 표기법 자체가 별로 중요하지 않다. 어차피 한국 내에서는 로마자 이름이 그다지 중요하게 여겨지지 않으므로, 로마자 표기법을 안 따라도 문제가 생길 일은 별로 없기 때문이다.
- 한국에서 출생 신고를 할 때나 개명을 할 때 한글 이름(과 한자 이름)만 등록하지 로마자 이름은 등록하지 않는다는 점
- 일반 한국인이 자신의 이름을 적어야 할 필요가 있을 때는 대부분 한글 이름만으로 충분하다는 점[12]
- 한국인의 공식적인 로마자 이름은 어디까지나 여권을 처음 발급받을 때 정해지고, 여권은 한국 내에서만 생활한다면 필수적으로 발급받을 필요가 없다는 점
- 한국에서 한글 이름이나 한자 이름을 바꾸는 것은 개명에 해당되며 반드시 가정법원이나 지방법원의 허가를 받아야 하지만, 여권의 로마자 이름을 바꾸는 것은 개명에 해당되지 않으며 법원 대신 외교부의 심사를 거친다는 점
- 결정적으로, 한국 내에서는 개인이 자신의 로마자 이름을 한 가지로 일관되게 쓰지 않고 수시로 바꿔서 써도 문제가 생기지 않는다는 점[13]
이 다섯 가지를 생각해 본다면, 일반 한국인들에게 로마자 이름은 그다지 중요하지 않은 것이다. 任(한자 본음이 '림'이 아니라 '임') 씨도 여권에 LIM으로 쓰는 것이 가능하고, 심지어 한 가족의 성씨 로마자 표기도 가족 구성원마다 다르게 할 수 있는[14] 곳이 한국이다. 그러므로 일반 한국인들에게 로마자 표기법은 따라도 그만이고 안 따라도 그만인 것이다. 따라서 일반 한국인이라면 이름의 로마자 표기는 로마자 표기법을 따르지 않고 자신이 원하는 철자를 써도 아무런 문제가 없다는 결론에 이른다.
또한 굳이 이러한 점들을 따지지 않더라도, 이미 사람들 사이에서 '이름의 로마자 표기는 내가 자유롭게 정하는 것'이라는 전제 아닌 전제가 깔려 있고 이미 이름 표기 시 로마자 표기법을 따르지 않은 사례가 로마자 표기법을 따른 사례보다 훨씬 더 많은 한, 이름의 로마자 표기를 로마자 표기법에 따라서 하라는 것은 너무나도 늦은 것이며 의미가 없다고 할 수 있다. 또한 로마자 표기법은 강제할 수 있는 규정도 아니다. 그러니까 이름의 로마자 표기는 로마자 표기법을 따르는 대신 자신이 원하는 철자를 쓰도록 하자.
그리고 어차피 한국의 로마자 표기법은 수시로 바뀌는 규정이다. 실제로 한국의 로마자 표기법은 네 번이나 바뀌었고, 한국 밖의 한국학 학자들도 대부분 매큔-라이샤워 표기법을 선호하지 한국의 현행 표기법을 선호하지 않는다. 한국의 현행 표기법이 나중에 또 다른 표기법으로 바뀔 가능성이 낮다고 보기 어려우므로, 자신의 이름 로마자 표기를 정할 때는 로마자 표기법에 신경 쓰는 것보다 자신이 원하는 철자를 선택하고 그것을 쭉 사용하는 것이 더 현명한 선택이라고도 할 수 있다.
3.3 다른 언어에 이미 들어간 한국어 유래의 단어의 표기를 현행 '국어의 로마자 표기법'에 따른 표기로 바꿀 필요가 있는가?
꼭 그래야 하는 것은 아니다. 영어 등 다른 언어에 이미 들어간 한국어 유래의 단어는 이미 그 언어의 어휘이며 한국어의 어휘가 아니기 때문이다. 그래서 한국어 로마자 표기법이 어떻든 다른 언어에서 사용 중인 표기를 한국어 로마자 표기법에 따른 철자로 바꿔야 할 필요가 있는 것은 아니다(위에서 언급한 '영어 표기'와 '로마자 표기'의 차이를 보면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한 언어(이 경우는 영어 등 라틴 문자를 사용하는 언어)의 외래어를 어떻게 쓸지는 그 언어 화자들이 결정하는 것이지 다른 언어(이 경우는 한국어) 화자들이 결정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영어에서 Chosŏn 또는 Choson이 널리 쓰이고 있다면 이것을 Joseon으로 바꾸려고 할 필요는 딱히 없다는 것이다. 단지 영어 단어 Chosŏn 또는 Choson은 한국어 단어 '조선'이 지칭하는 것과 같은 것을 지칭하는 영어 단어일 뿐이기 때문이다. 이는 같은 대상을 폴란드어에서는 Warszawa라고 하고 영어에서는 Warsaw라고 하는 것과 본질적으로 같고, 같은 대상을 영어에서는 Seoul이라고 하고 스페인어에서는 Seúl이라고 하는 것과 본질적으로 같고, 같은 대상을 베트남어에서는 Hà Nội라고 하고 영어에서는 Hanoi라고 하고 포르투갈어에서는 Hanói라고 하는 것과 본질적으로 같고, 같은 대상을 영어에서는 Korea라고 하고 프랑스어에서는 Corée라고 하고 스페인어에서는 Corea라고 하는 것과 본질적으로 같다. 심지어 Deutschland(독일어)/Germany(영어)/Allemagne(프랑스어), Magyarország(헝가리어)/Hungary(영어), Hrvatska(크로아티아어)/Croatia(영어)와 같이 언어에 따라 같은 대상을 지칭하는 어형이 완전히 다른 경우도 있다. 즉 '영어 표기'와 '로마자 표기'는 일치하지 않아도 상관없으며, 오히려 표기가 완전히 달라도 상관없다.
그래서 한국어 화자들이 영어권에다가 Chosŏn 또는 Choson 대신 Joseon으로 표기해 달라고 요청하더라도, 영어 화자들은 ‘이 Chosŏn 또는 Choson은 단지 한국어 ‘조선’과 똑같은 대상을 지칭하는 영어 단어일 뿐이다. 따라서 그것을 영어에서 Joseon으로 바꿀 필요가 전혀 없다. 영어의 외래어는 영어 화자들이 결정하는 것이지 한국어 화자들이 결정하는 것이 아니다.’와 같이 밀어붙이며 받아들이지 않으면 그만이다. 실제로 영어권에서는 아직도 Chosŏn 또는 Choson이 쓰이고 있다(2012년 서적 1, 2012년 서적 2, 2013년 서적). 이와 반대로 영어에서 사용되는 표기를 한국어의 로마자 표기법이 받아들인 사례도 존재하는데, 위에서도 짤막하게 언급되었듯이 1984년~2000년에 남한에서 쓰였던 한국어 로마자 표기법(매큔-라이샤워 표기법의 변종)에서도 '서울'은 원칙대로라면 Sŏul로 적어야 했지만 영어에서 Seoul이 통용된다는 이유로 예외적으로 로마자 표기법에다가 Seoul로 적는다는 규정을 넣은 것이 바로 그것이다. 이는 로마자 표기법 규정 제정자들부터가 영어와 로마자를 구분하지 않은 것이다. 영어에서 어떤 철자를 쓰든 한국어의 로마자 표기법은 그걸 따라갈 이유가 없으니까(물론 그 반대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Pusan과 Taegu가 Busan과 Daegu로 쉽게 바뀐 것은 오히려 그 단어들이 '영어화'가 완벽히 되지 않아서였을 수도.
또한, 다른 언어권 또는 다른 국가에 한국어 유래의 단어를 라틴 문자로 표기하는 독자적인 규정이 존재하는 경우에도 한국의 현행 국어의 로마자 표기법을 무시할 수 있다. 해당 언어권 또는 해당 국가에서 한국어 유래의 단어를 어떻게 적을지는 전적으로 해당 언어권 또는 해당 국가의 자유이기 때문이다(관련 사례). 실제로 로마자를 쓰는 국가 중에는 괴산 → Köszan(헝가리어), 영천 → Jongčchon(체코어)와 같이 고유 명사를 자국어식으로 일괄 변환해서 표기하는 경우가 있다. 어문 정책은 기본적으로 언어권별로 정해지며(영어권, 독일어권, 포르투갈어권 등), 한 언어권 안에서는 국가별로 정해진다(영국 영어와 미국 영어, 독일 독일어와 스위스 독일어, 포르투갈 포르투갈어와 브라질 포르투갈어 등). 그러므로 한국어권 밖이나 대한민국 밖에서는 현행 국어의 로마자 표기법을 따르지 않아도 되며, 매큔-라이샤워 표기법이나 다른 언어권 또는 다른 국가의 독자적인 표기법을 따라도 문제가 없다.
그래서 한국의 '우리(한국)가 제정한 현행 국어의 로마자 표기법을 따라 주었으면 한다'라는 요청에 대해 영어권이나 다른 언어권에서 '우리(영어권 또는 다른 언어권)에게는 한국어 유래의 단어를 표기하는 우리 고유의 규정이 있고, 그 규정을 오랫동안 사용해 왔으며 앞으로도 그 규정을 계속 사용할 것이다. 미안하지만 한국의 요청은 거절하겠다'라고 해도 한국 쪽에서 할 말은 없는 것이다.[15]
4 현행 국어의 로마자 표기법에 대한 비판
4.1 국어의 정확한 음운을 반영하지 않았다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국어학자로 현대 한국어를 정립하였고 매큔 라이샤워 표기법 창안에 도움을 주었을 뿐만 아니라 최초의 공식 로마자 표기법인 '한글을 로오마자로 적는 법'을 제정을 주도한 외솔 최현배 박사는 '문교부(文敎部) 제정(制定)의 한글을 로오마자삼기(Romanization)와 로오마자의 한글삼기(Koreanization)에 대한 비평'이라는 논문에서 현행 표기법의 모태가 된 '한글의 로마자 표기법'을 언어학적인 근거에 따라 아래와 같이 강하게 비판하고 있다.
첫째, 이론 방면에서 소리뭇 짜힘(음운조직)으로 보아,(ㄱ) k, t, p(맑은 닫침소리, tenuis, tenues)는 g, d, b(흐린 닫침소리, media, medien)과 상응하는 소리로, 앞것이 흐려지면 뒷것이 되고, 뒷것이 맑은소리 되면 앞것이 되는 것은 로오마자 본연의 성질이니, 이는 고금이 일치한 해석이다.
그리하여, 거센소리(aspirate, 숨띤소리)를 적을 적에는 앞든 닫침소리에 h를 붙이거나 또는 거센소리표 " ' "를 붙이는 것은, 로오마자의 역사상 끄리익(Greek) 이래 불변의 철칙으로 되어 있다.
그래서, 오늘의 세계 소리갈의 권위자 D. Gones 교수가 온누리 소리표(Lautzeichen)을 설명한 가운데, 소리표 k, t, p는 로오마자 k, t, p에 딱맞는 것인데, 그 숨띤소리를 적자면, 그 센것은 kh, th, ph로, 그 여린 것은 k', t', p'로 한다고 하였다. 이는 k, t, p에 숨띤소리(h)가 아예 없는 것임을 증명하는 것이다. 왜냐하면, 만약 k, t, p에 숨띤소리(h)가 조금이라도 있는 것으로 그 본질을 삼는다면, 그것에 다시 여린 숨띰표 " ' "나 센 숨띰표 "h"를 더할 필요가 없기 때문이다.
딴은 영어에서는 k, t, p를 숨띤소리로 내는 일이 있음은 사실이다. 그러나, 이는 센 낱내(strong syllable)에 한한 현상이요, 여러 낱내와 s의 뒤에서는 숨띤소리가 따라나지 아니한다. 그러므로, 영어에서 k, t, p에 h 소리를 동무하는 것은 특수의 경우에 한한 것으로, 제 본연의 바탈에서는 단순한 맑은 터짐소리일 뿐이다. 이를 방증하는 것은 로오만스 말씨(프랑스, 이딸리아, 이스빠니아...)와 슬라브 말씨(로시아말...)에서는 결코 k, t, p에 숨띰(aspiration)을 함께 내는 일이 없는 사실이다. 이는 서양의 모든 소리갈군(음성학자)들이 다 함께 인정하는 바이다
이러한 엄연한 사실과 일반스런 견해를 무시하고 아니 모르고서, 우리 나라에서 영어나 배운 사람들은 k, t, p는 의례히 숨띰을 가진 것으로 그릇 인식하고, 심지어는 소리표 k, t, p에도 숨띰이 따르는 것이라고까지 말하는 사람("전문가")이 없지 아니하니, 참 기막힐 우물속 개구리의 소견이라 할 수 밖에 없는 것이다.
그런데, 한국의 한글 ㄱ, ㄷ, ㅂ은 맑은소리(청음)이요, ㅋ, ㅌ, ㅍ은 거센소리(차청음, 숨띤소리)임은 "훈민정음" 당시부터 역대의 운학자, 한글학자가 일치 공인하는 바이다. 그러한즉 ㄱ, ㄷ, ㅂ = k, t, p; ㅋ, ㅌ, ㅍ = kh, th, ph의 맞댐이 이론적으로 타당한 것이다.
- 최현배, "문교부 제정의 한글을 로오마자 삼기(Romanization)와 로오마자의 한글삼기(Koreanization)에 대한 비평"출처
이러한 망령된 처리는 소위 문교부안에서 로오마자 k, t, p의 소리바탈을 숨띤소리(거센소리)로 오인하였음과 우리의 ㄱ, ㄷ, ㅂ을 흐린소리로 오인하였음의 잘못에 기인하여, 그 화가 우리말 뿐 아니라 일본말적기에까지 미친 것이다. 만약 서양, 일본의 언어학자가 이런 기발한 표기를 본다면 한국의 언어학계의 수준을 웃을 것이다.-중략-
소위 문교부안이란 것이 과학적 진리를 잡지 못한 것이기 때문에 이 안을 국제적으로 적용할 수 없는 것은 당연한 귀결이 아닐 수 없다. 잘못된 G=ㄱ, D=ㄷ, B=ㅂ안이 바야흐로 우리 국어의 본질을 파괴하고 있으니 국어의 올바른 성장 발달을 위하여 실로 중대한 문제이라 아니할 수 없다.
- 최현배, 들온말 적기 문제<외래어 표기 문제>, 1964년 3월 1일자 동아일보출처
특히 최현배 박사는 ㄱ, ㄷ, ㅂ을 g, d, b로 적게 된 것은 언어학적 진리를 따른 것이 아니라 한 개인의 잘못된 지식과 권력으로 이루어졌다고 크게 비판한다.
당시 문교부 차관 김 선기님은 국어 심의회의 들온말 분과 위원장으로서 종래에 혼란 막심하던 들온말 적기의 확립을 위하여 가장 열심으로 소위원회, 총회의 추진에 진력하여 드디어 그 목적한 성과를 이루게 된 것이다.김님은 8.15해방 직후(?) 영국 런던 유학에서 돌아와서 나와 만난 자리에서, 자기의 성 김은 Gim으로 적기로 했다 하면서 그 까닭으로서 "ㄱ은 홀소리와 흐린 닿소리 아래에서는 흐린 소리로 난다. ㄱ이 맑은 소리로 나는 것은 겨우 첫소리, 끝소리 및 맑은 닿소리 아래에서 세 가지 경우 뿐임에 대하여, 사이소리로서 흐린소리로 나는 경우는 11가지(?)가 있다. 사배나 되는 경우에서 흐린 소리로 나는 ㄱ의 소리값은 흐린소리로 잡음이 마땅하다"고 하였다. 나는 당장에 그것이 불가함을 말하였다. 어느 소리의 쓰힘의 잦기는 그 낱말들의 쓰힘 잦기를 전면적으로 조사하지 않으면 결정할 수 없다.
더구나 우리 말소리 ㄱ은 옛날부터 모든 운서에 다 맑은소리로 잡아져 왔다는 것을 말하였더니, 그는 그 자리에서 자기 결정(GIm)에 대한 반대 의견을 소개하였다.
따니엘 쪼온스 교수는 "한국의 ㄱ에는 약한 숨띰(aspirate)조차 있는데, 그대가 ㄱ을 G로써 맞댐에 대하여는 조심히 하는 것이 좋다"고 충고 하였으며, 런던 대학의 쪼온스 교수 차석에 있는 암스트롱 교수는 "세계 각국의 닿소리의 소리바탈(음질)은 그것이 첫소리로 날 적의 것을 표준한다"고 말하였다고.
이 두 교수의 의견은 한가지로 배달말의 ㄱ은 맑은소리인즉, 마땅히 맑은소리 K로써 맞대어야(Kim) 바르다는 것이다. 그러나, 그는 소리갈(phonetics) 연구 목적 아래 유우럽 삼 년 간 유학의 첫째 사람으로서 만만히 한번 결정 발표한 자기의 견해, 특히 자기 성명의 적기에 있어서 좀처럼 고칠 수 없었던 모양이었다.
그래서 문교부 차관이 되자 좋은 기회를 놓지 않고 자기 의견의 실현 관철에 그 최선을 다하였다.
국어 심의회에서 한글과 로오마자의 비교 문제에 있어서 가장 먼저 논제가 된 것은 한글의 로오마자삼기이었다. 그 중에서도 가장 또렷한 난문제는 터짐소리 ㄱ, ㄷ, ㅂ의 뒤치기이었다.
4290년 7월 4일부터 8월 25일까지에 서울, 남한 산성, 인천 세 곳에서 여러 차례에 걸쳐 들온말 분과 위원회를 모아 로오마자삼기의 안을 만들어 그 해 10월 2일과 15일에 서울 고등 학교 강당에서의 총회에서 터짐소리의 소리값을 열렬히 토론한 끝에, 드디어 소위원회 안을 뒤집고 "ㅃ, ㅃ, ㅍ = p, pp, ph" 식으로 하기로 결정을 보았다. 그래서 다시 소위원들에게 이런 결정에 기대어 모든 것을 정리하게 하였따. 그래서 그 소위원회에서는 문제의 닿소리의 로오마자삼기(Romanization)(=정리안)를
ㅍ ㅂ ㅃ ㅌ ㄷ ㄸ ㅋ ㄱ ㄲ ㅅ ㅆ ㅁ ㄴ ㅇ ㄹ ㅊ ㅈ ㅉ ph p b th t d kh k g hs s m n ng r,l ch c j 와 같이 정리하였다. 그러면 이 정리안이 그 다음 총회에서 인준을 거쳐 완전 통과의 안이 될 계단에 이른 것이다.
그러나 이렇게 되면 김 차관의 본 목표는 수포에 돌아가고 말 수 밖에 없는 터이다. 이에 분과 위원장이자 문교부 차관인 김 선기 님은 근 일 년의 침묵을 가진 뒤에, 4291년 9월 17일에 분과 위원회를 소집하여, 많은 시간과 노력으로써 연속 토의해오던 로오마자삼기는 그만 시렁에 얹어놓고, 로오마자의 한글삼기부터 총회에 내 걸기로 결정하고, 4291년 9월 30일 총회에서 먼저 한글삼기안을 상정시켰는데, 그 중에 터짐소리는
k, t, p, ch = ㅋ, ㅌ, ㅍ, ㅊ g, d, b, j = ㄱ, ㄷ, ㅂ, ㅈ 과 같이 통과시키었다.
9월 30일 총회에서 한글삼기 안이 통과되자, 문교부는 재빨리 서둘러 그 해 10월 20일에 문교장관의 결재를 얻어, 이를 부동의 결정안으로 만들어 놓았다. 그리고서, 4292년 2월 4일에 총회를 소집하여 로오마자삼기안을 상정하되, 2전년 10월 15일 총회에서 파기한 소위원회안을 "A안"이란 이름으로 해서, 전년 총회에서 통과되고 다시 소원으로 하여금 정리한 안(앞에 든 '정리안')을 "B안"이라 이름한 것과 대조적으로 제안하고서, 의장(김 선기 님)은 이 로오마자삼기 안은 이미 결정된 한글삼기 안과 일치되어야 한다고 호소하였다. 그 때에 나 보기에는 문교부 관계 사람들(이이들:분과위원 = 9:15)로서는 장관의 결재까지 난 한글삼기 안에 위반된 토론이나 의견을 할 리가 만무하였다. 이 날은 전년 10월 총회에 참석했던 이들의 결석이 많아서 매우 불리한 형세이었다. 그 다음 4292년 2월 11일의 총회에는 우연히 나의 근무 학교에서, 부득이한 일이 있어 마치 같은 의견의 위원 수인의 결석과 그 밖에 전번 회의에 결석했던 분둘의 결석 가운데, 한 번 죽었던 분과 위원 안이 통과되어 되살아났다고 한다.
- 최현배, "문교부 제정의 한글을 로오마자 삼기(Romanization)와 로오마자의 한글삼기(Koreanization)에 대한 비평"출처
4.2 한국의 현행 로마자 표기법은 한국인들의 현실 인식 및 현실 표기를 반영하지 않았다
한국인들은 음절 '영'을 young으로, 음절 '희'를 hee로 표기하는 경우가 대다수이다. 초성 ㄱ을 위치에 관계없이 k로, 폐음절(종성으로 끝나는 음절)의 ㅓ를 u로, ㅜ를 (w)oo로 표기하는 경우 또한 적지 않다. 하지만 현행 규정은 '영'을 yeong으로, '희'를 hui로, 초성 ㄱ을 언제나 g로, ㅓ를 언제나 eo로, ㅜ를 언제나 u로 표기하도록 규정하고 있어서 현실적이지 못하다.
그리고 성씨의 표기도 표기법이 제정된 지 16년이 지나도 정해지지 않고 있으며, 성씨 표기의 가장 최근 시안(2009년의 2차 시안)도 현실과 동떨어져 있다. 시안을 보면 '이' 씨를 Yi로, '박' 씨를 Bak으로, '최' 씨를 Choe로, '신' 씨를 Sin으로, '우' 씨를 Wu로 표기하도록 규정하고 있는데, 언중의 현실 표기는 각각 Lee, Park, Choi, Shin, Woo이므로 시안의 표기는 전혀 현실적이지 못하다. 또한 시안에서 '김' 씨에 대해서는 가장 많이 쓰이는 Kim을 인정했으면서 '이' 씨와 '박' 씨 등에 대해서는 가장 많이 쓰이는 Lee, Park 등을 무시하고 Yi, Bak 등을 선택한 것은 형평성이 없다고 할 수 있다. 실제로 어떤 박 씨는 시안에서 Park이 아니라 Bak이 채택된 것을 상당히 못마땅하게 여겼다. 또한 표기의 통일(같은 성씨는 언제나 같게 표기)을 중요하게 여기는 관점이라면, Lee, Park, Choi, Shin, Woo로 대부분 통일돼 있는 상태에서 표준안에 Yi, Bak, Choe, Sin, Wu를 올리는 것 자체가 오히려 잘못된 것이다.
일반 언중은 로마자 표기를 '영어/영문' 표기로 인식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며, 실제로 언중이 자신의 이름을 로마자로 표기할 때는 영어를 의식하여 표기하는 경우가 많다. '영'을 young으로 표기하는 것, '희'를 hee로 표기하는 것, 폐음절의 ㅓ를 u로 표기하는 것, ㅜ를 (w)oo로 표기하는 것, 영어에서 부정적으로 인식되는 단어(gang, bang, sin[16] 등)를 회피하는 것, 영어 화자가 한번에 올바르게 읽을 가능성이 낮은 표기를 피하는 것[17] 등도 로마자와 영어를 동일시한 데서 나타난 것이다. 물론 로마자와 영어는 분명히 다르지만, 일반 언중은 현실적으로 '로마자 = 영어'로 인식하고 있으며, 실제로도 다른 사람 이름의 로마자 표기를 물어볼 때 대부분 '네 이름을 영어로 어떻게 쓰지?'라고 한다(애당초 '로마자'나 '라틴 문자'라는 말 자체가 생소한 사람들이 대부분이다).
그러나 현행 국어의 로마자 표기법은 이러한 언중의 인식 및 언어 현실과는 다르게 추상적인(?) 로마자를 기준으로 하고 있으며, 실제로 로마자 표기법 제정자들도 절대 '영어' 표기법이 아니라고 강조한 바 있다. 어문 규정은 기본적으로 언중의 인식과 언어 현실을 반영해야 하는데(기술주의), 현행 국어의 로마자 표기법은 '로마자 = 영어'라는 언중의 인식과 언어 현실을 무시하고 추상적인(?) 로마자를 기준으로 하고 있다(규정주의).[18] 언중의 인식과 언어 현실을 반영하지 않은 규정주의적 어문 규정이 외면당하기 쉽고 잘 받아들여지지 않는다는 점을 생각해 보면, 한국의 현행 국어의 로마자 표기법은 적어도 '로마자 = 영어'로 인식하고 있는 일반 언중에게는 외면당하기 쉬운, 실패한 규정이라고 할 수 있다.
언중의 '로마자 = 영어'라는 인식이 언어학적으로 타당하지 않다는 것은 이견의 여지가 없으나, 언어학적 타당성만 중시하여 young, hee 등 언중에게 사실상 정착된 표기를 '로마자는 영어가 아니다'라며 로마자 표기법 규정이 배척하게 된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언중은 언어학적 지식이 없는 경우가 대부분이며, 그래서 로마자 표기법이 영어 표기법이 아니라고 해도 '그게 어째서 영어 표기법이 아니냐'라고 반문하는 경우가 많다.
다만 이쪽의 경우 한국인들이 현재 사용하는 표기 자체가 불규칙한 부분이 많다는 점도 감안해야 한다. 물론 앞에서 언급한 대로 폐음절의 ㅓ는 보통 u로, 초성의 ㄱ는 위치와 상관없이 k로 표기하는 등 어느 정도의 규칙성은 있다 해도, 그런 것으로 설명되지 않는 표기가 너무 많이 나타난다. 예를 들자면 왜 김연아는 Kim Yuna라고 쓰는데 손연재는 Son Yeon-jae라고 쓰는지, 혹은 왜 김건모는 Kim Gun-mo라고 쓰는데 이건희는 Lee Kun-hee라고 쓰냐고 물어보면 도저히 설명할 방법이 없다. 또한 비교적 규칙적으로 나타나는 예외라도 이런 예외 사항이 많아질수록 표기법이 복잡해지는 문제가 있다. 무엇보다 로마자 표기법이 만들어진 계기 자체가 혼란스러운 표기들을 일정한 기준에 맞춰 통일하고자 하는 의도도 분명 있는데, 무조건 현실 표기를 반영하자고만 하면 애초에 표기법 같은 걸 만들 필요도 없다.
4.3 한국인 중심적이며 한국어의 특성을 무시했다
말 그대로 한국인들만 쓰기 쉬운 표기법이다.
한국어의 로마자 표기는 자음은 미국식 발음이 기준이고 모음은 이탈리아어식 + 합모음 또는 반달표를 붙인 ŏ, ŭ를 쓰고 있다.
만약, 한국어 발음의 자음 표기가 미국식 발음이 아닌 프랑스식을 기준으로 했다면 ㅃ을 p, ㅍ을 ph, ㅂ를 b로 썼을 것이다.[19]
"영어 발음을 따르지 않았다"고 하나 현행 표기법에서 자음 ㅈ, ㅉ, ㅊ을 j, jj, ch로 쓰는 것은 영어식이다. 한국어 독자적으로 표기를 정한다면 ch, j에 대입하는것은 잘못되었다고 할 수 있다. 게다가 된소리는 언제나 무성음이기 때문에 ㅉ을 유성음 글자로 쓰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고 할 수 있다. 또한 ㅉ은 파찰음(파열 + 마찰로 이루어진 소리) 두 개의 연속이 아니라 하나의 파찰음이므로 jj로 쓰는 것은 적절하지 못하다. jj는 orange juice와 같이 파찰음이 두 번 연달아 발음되는 것(파열 + 마찰 + 파열 + 마찰)처럼 인식될 수 있다. 매큔-라이샤워 표기법의 tch가 더 낫다고 할 수 있다.
그리고 현행 로마자 표기법은 전음법을 따른다고 되어 있지만 불규칙적인 된소리화(예: 한자(漢字) [한짜]), ㅎ의 거센소리화를 체언에서 반영하지 않는다.[20]
ㅎ의 거센소리화는 h가 사라지면 불안해 보인다고 말하나 그것은 사람마다 다르게 느끼는 것을 국립국어원이 지나치게 일반화한 것이다.
그리고 한국어 화자들은 눈치를 못 채지만 ㅅ이 ㅣ, ㅑ, ㅕ, ㅛ, ㅠ와 결합하면 치경음이 아닌 치경구개음이 된다. 즉 외국인들에게는 sh[21]로 들리는 소리인데, 이를 전부 한국인들이 쉽게 si로 바꾸었다. 현재 한국어 화자들 중 '시'를 [si]라고 발음하는 사람들은 문화어 화자들뿐이다.
'시'를 shi가 아니라 si로 표기하는 것은 마치 일본어 로마자 표기법 중에서 훈령식, 일본식 로마자 표기법과 같은 셈이다. 즉 ち, つ를 chi, tsu라 하지 않고 ti, tu라고 표기하는 것이다. 이것을 본 상당수의 외국인 화자들은 [티], [투]라고 발음할 것이다. 이 때문에 훈령식, 일본식 표기법이 일본의 초등학교 반절표를 제외하고 국제적으로 잘 쓰이지 않는 이유이다. 자음의 기준 발음에 가까운 로마자를 쓰는 것이 적당하다.
현재 자음의 기준은 영어이므로 표기할 때는 ㅅ의 구개음화 현상을 반영해서 '시', '샤', '슈', '쇼', '셔'를 shi, sha, shu, sho, shŏ로 쓰는 것이 좋다.[22] 그 외, 한국어와 일본어를 제외한 거의 대부분의 외국어는 자음 + y([j]) 이중 모음의 개념이 없다. 즉 한국어 화자나 일본어 화자를 제외한 거의 대부분은 kya를 '갸'라고 발음하지 않고 '기야'처럼 발음한다. '갸'는 y를 그대로 쓰는 방법 외의 다른 방법이 없으므로 어쩔 수 없이 kya라고 써야 하지만, '자', '샤'와 같이 자음(ts, s) + y를 다른 자음(ch, sh)으로 대체가 가능한 경우까지 굳이 어렵게 tsya, sya로 써야 되는 것은 잘못된 판단이다.
Also, ㅅ makes an s sound, except when it comes before ㅣ, in which case it makes an sh sound: for example 사 (sa) and 시 (shi). 참고]
이를 통해 외국인들도 '시', '샤', '슈', '셔', '쇼'를 shi, sha, shu, sho, shŏ로 인식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즉 외국인들의 이해를 돕기 위해서는 sh 음을 반영하는 것이 좋다.
- eo, eu는 ŏ, ŭ보다 ㅓ, ㅡ를 유도하기 어려울 수 있다. 물론 선학습을 전제로 하지만 자칫하면 모음을 분리해서 읽을 수 있기 때문에 ŏ, ŭ를 쓰는 것이 더 좋을 수 있다.
외국인들을 고려해 전자법적인 성격보다 전음법적이고 되도록이면 자음의 기준이 된 언어에 가깝게 하는 것이 좋다.
'변이음을 반영하느냐, 하지 않느냐?'가 문제가 될 수 있으나 결론부터 말하자면 미국식 발음에 근거해 반영을 하는 것이 좋다. 변이음이 반영되지 않으면 위의 훈령식 표기와 같이 오독할 확률이 높아지고 이해도 또한 떨어뜨리기 때문이다. 따라서 위에서 보았듯이 ㅅ, ㅈ, ㅉ, ㅊ의 구개음화를 반영하여 sh, ch, j로 표기하는 것이 옳다.
그외 현재 '시'를 si라고 쓰게 하는 것은 쉬, 쉐 등 잘못된 외래어 표기가 나오는 데에 영향을 미쳤다. si는 한글로 표기할 수 없는 발음이다. 결국 어쩔 수 없이 si든 shi든 둘 다 '시'로밖에 표기를 못하며, 로마자 표기법으로는 가까운 shi를 쓰는 것이 옳다.
ㄴ의 구개음 변별은 한국은 물론 미국에서도 하지 않기 때문에 '니'는 ni라고 표기, 단 z와 j[23], s와 sh는 한국어의 치경구개음과 발음위치와 방법도 비슷하며 발음도 거의 같아서, 대입이 가능한 것이다. 만약 기준 발음이 영어에서 다른 언어로 바뀐다면 '니'를 nhi로 표기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
만약 그것도 한국 발음을 가르쳐 줘야 된다고 말한다면 ㅈ, ㅊ, ㅉ을 ch라고 표기하지 않고 어떻게 해야 가깝게 말할 수 있는가? tsya, tsyu 아니면 tsha, tshu?
결론으로 로마자권을 위해 만든 표기이지 한국인들만이 쓰라고 만든 표기가 아니다. 만약 한국인들을 위하면 아예 한글만 표기하던가, 발음 기호만을 쓰는 게 좋다는 결론이 나올 것이다.
4.3.1 반론
그러나 이에 대한 반론이 가능한데, 바로 라틴 문자를 사용하는 폴란드어가 바로 그것이다. 폴란드어에서 역시 s는 [s] 음을 가진다. 그러나 s에 i가 붙게 되면 ś와 같은 발음이 된다. 그럼 이 ś=si 발음은 무엇이냐 하면 바로 한국어에서 사용하는 '시' 발음과 완전히 같은 [ɕ] 발음이다. 뿐만 아니라 폴란드어에서는 c, n, z 역시 i를 붙이면 구개음화된 발음으로 변한다. 그러니까 이렇게 쓰는 것은 전혀 하자가 없다는 결론이 나온다.[24]
그리고 위에서 언급되었듯 한국어에서 나타나는 구개음화는 ㅅ, ㅈ, ㅊ, ㅉ 등 치음계열 뿐만이 아니다. ㄴ 역시 ㅣ계 모음이 붙으면 구개음화가 이루어진다. 그렇다고 한국어 화자들이 '냐'라는 글자를 nha 혹은 nhya라고 적어왔는가? 아니다. 매큔-라이샤워 표기법을 비롯해 예전부터 nya로만 적어 왔다. 따라서 한국어 화자들이 '시'를 si라고 적는 것은 전혀 문제가 되지 않는다.
ㄴ의 발음이 변별이 어렵다는 주장이 있는데, 이미 스페인어나 위에서 언급한 폴란드어에서는 잘만 하고 있다. 스페인어의 경우 ñ를, 폴란드어의 경우 ń를 사용하고 있는 것이 그것이다. 스페인어와 아주 가까운 이웃 언어인 포르투갈어에서도 nh라고 적어주고 있다. 더욱이 구개음화된 n의 경우 국제음성기호상으로도 [ɲ]로 일반적인 n과는 다르다. 따라서 변별이 어렵다는 의견은 그 근거가 부족하다고 볼 수 있다.
그리고 '시'를 shi라고 적는 것에도 문제가 있는 것이, 이는 지극히 영어 중심적인 발상이다. 한국어의 로마자 표기법이 영어를 기본으로 만들어졌다고 하는데, 이는 사실이 아니다. 만약 이 의견이 맞다면 영어의 모음 u는 ㅜ를 표기하는 데에 쓰이면 곤란하다. 영어의 u는 /ju/나 /ʌ/, /ə/ 따위로 쓰이는 경우도 존재한다. 이러한 영어식 발음을 한국어 표기에 적용시킨다는 것은 무리라고 할 수 있다. 그리고 결정적으로 오리지널 매큔-라이샤워 표기법에서는 '시'를 si라고 적는다(다만 오리지널 매큔-라이샤워 표기법에서 '쉬'는 shwi로 적는다).
한국어의 '시'의 경우 다른 모음을 동반할 때와 비교하면 그 모양이 변하지 않는다. 따라서 러시아어처럼 구개음화를 반영하지 않은 표기를 쓸 수도 있는 것이다. 이러한 점에서 로마자어권(특히 영어)적 개념을 맹목적으로 적용하여 si라는 표기가 틀렸다고 하는 것은 그다지 타당성을 갖춘 주장이라고 할 수는 없을 것이다.
4.4 경음화의 경우
- 경음화도 연탁과 똑같이 합성어에 존재한다.
예) 한자 [한짜]
- ㄹ 같은 경우 ㄹ의 병서의 잔재로 경음화가 자주 일어난다.
예) 팔당역 [팔땅역]
- 그 외, 받침이 있으면 경음화가 이루어지는 현상도 있다.
예) 낙동강 [낙똥강]
첫째로, 음절 구분을 하지 않고 발음할 시 받침 뒤에는 유성음이 절대 오지 못한다는 현상을 무시하고 있다. '헵번식'이라고 정확하게 말하려면 헤-본 이라고 하거나 헵 burn 이라고 확실하게 떼어서 발음해야 한다. 대표적으로 '빅 사이트'의 표기가 ビッグサイト(biggu saito)인데 ビッ을 발음할 때 제대로 음절 구분을 하지 않으면 グ(gu)가 아닌 ク(ku)라고 발음된다.
둘째로, 한국어의 고유 현상을 무시하고 있다. 경음화는 연탁 현상과 같지만, 한국어에 있는 특수한 현상이며 이는 한국어의 구어 현상 중 하나이므로 전음법을 지향하는 표기로써 무시되는 것은 옳지 않다.
헵번식 로마자 표기법[25]의 예를 들면, '일본인이 불편하다고 해서 연탁 현상을 표기에서 배제시키는 걸 보았는가?'라는 입장이다.
4.5 매큔-라이샤워 체계로 돌아가는 것이 적당한가?
이에 대해서는 찬반 양론이 존재한다. 우선 찬성측의 주된 입장은 앞으로의 세계화를 위해선 로마자권 화자가 만든 매큔-라이샤워 표기법을 따르는 것이 좋다는 것이다. 주된 입장을 보면, 유성음/무성음 구별을 못하는 것은 한국어의 특징이기 때문에 로마자를 한국어식으로 쓰는 것은 좋지 않다는 것이다. 다시 말해서 로마자를 쓰지 않는 한국이 로마자를 쓰는 나라를 따라가야 한다는 입장이다. 그리고 ŏ, ŭ 등의 부호 입출력 문제는 현재 유니코드와 변환 프로그램의 보급으로 쉽게 할 수 있고, 그 외 ㅅ의 구개음 등과 같이 제작시 기준이 된 자음의 발음을 따르는 것이 좋다고 주장한다.
적절한 예시를 들자면 일본어의 헵번식 로마자 표기법이 있다. 헵번식은 1984년 표기법(매큔-라이샤워의 변형)처럼 변이음이 반영되어 있고, ŏ, ŭ와 마찬가지로 ō, ū 등의 특수 기호 문자가 있는데도 불구하고 입력기까지 등장하여 일본인들도 몇몇 어려운 변이음을 빼면 잘 쓰고 있다. 일본과 한국은 왜 이런 차이를 보이냐 하면 한국어가 로마자로 표기하기 어려운 것도 있지만 이것은 단지 한국의 로마자 표기법에 대한 교육이 조기에 이루어지지 않기 때문에 일어나는 일이다.
반면, 반대측의 주장은 한국어는 한국인들이 쓰는 것이기 때문에 한국에서 만든 표기를 사용하는 게 옳다는 입장이다. 이 입장의 주요 의견은 '로마자권에서조차 알파벳의 발음이 다르다는 것'이다. 일례를 들어보면, 라틴 문자를 사용하는 아이슬란드어에서는 한국어와 같이 유성음/무성음의 대립이 없고 유기음/무기음의 대립이 있다. 따라서 b의 발음은 일반적인 [b]의 발음이 아닌 [p] 발음이다. 다른 예를 들자면 에스토니아어에서는 유/무성이 아니라 자음의 길이에 따라 b [p] / p [pː]와 같이 자음이 나뉜다. 이렇듯 로마자를 쓰는 언어들에서도 알파벳 발음 규칙이 서로 다른데 이것을 특정 언어(영어)의 시점으로 한국어를 분석한다는 것은 옳지 않다는 것이다. 또한 한국어와 마찬가지로 비로마자 사용권인 중국어의 한어 병음을 다시 한번 살펴볼 필요가 있다. 중국어의 한어 병음에서 b, d, g의 실제 발음은 IPA로 [p], [t], [k]이다. 그런데 이것은 아무런 문제 없이 잘만 쓰이고 있다. 따라서 현재의 표기 방식이 문제라면 '중국어도 한국어와 마찬가지로 유성음/무성음 대립이 아닌 유기음/무기음 대립 언어인데 왜 중국어는 되고 한국어는 안 되는 건가'라는 문제에 봉착하게 된다.
그리고 모음에 있어서도 특수 기호 문자를 일반 문자로 대체하려는 것은 로마자 사용 국가들에서도 나타난다. 독일어의 경우 ö나 ü의 표기를 용이하게 하기 위해 oe, ue의 표기를 쓰기도 하며, 더 나아가서 타갈로그어의 경우 원래 표기상으로는 á, à, â처럼 악센트를 나타내는 부호들이 존재하지만 실제 표기에서는 거의 쓰이지 않는다. 로마자 사용자들도 이런 부호를 골칫거리로 여기고 있다는 것이다. 로마자권도 아닌 한국어가 굳이 억지로 부호를 끌어서 쓸 이유는 없을 것이다.
4.6 종전 표기법은 극단적으로 외국인 중심적인 표기가 아니다
위 로마자 표기법을 수정해야 되는 근거들 중 하나가 극단적 외국인 중심적인 표기법이라고 주장하는 사람들이 있다. 그러나, 종전 표기법은 극단적인 외국인 중심적 표기가 아니다. 그 이유를 몇 가지 들어보자면,
- 모든 변이음을 반영하지는 않았다
앞서, 역대 로마자 표기법이 반영하지 않았던 ㅅ의 구개음화를 제외하면 한국어에도 있는 ㅎ의 양순음화[26]를 반영하지 않는다.[27] 이외의 외국인들에게 들려도 변이음을 반영하지 않는 것도 있다.
- 격음, 경음을 무시하지 않았다
만약 극단적인 표기였었더라면, 어두 ㄱ, ㄲ, ㅋ을 전부 k로, 어중, 어미의 된소리화 상태를 제외한 ㄱ을 g로만 표기했었을 것이다.
- 장음을 반영하지 않는다
외국인들은 유성음/무성음을 구별할 뿐만 아니라 장음/단음을 구별한다. 그러나 종전 표기법에서 표기 반영을 하지 않는 이유가 한국어에는 장음이 있어도 이를 구별하는 화자가 적기 때문이다.
- 한국어에서도 혼동되어 발음되는것을 표기에 반영하지 않았다.
예를 들어, ㅚ[28]는 현대에서 거의 대부분의 화자들이 ㅞ로 발음하기 때문에 oe로 표기하는 것은 곤란할 수 있고, ㄱ, ㄲ, ㅋ 뒤에 ㅔ와 ㅖ, ㅐ와 ㅒ가 거의 구별없이 발음되지만 표기를 통일하지 않았다.
결론으로, 종전 표기법이 외국인 중심적 표기라는 비판은 한국인 중심적인 비판이다.
만약 종전 표기법이 학자 중심적인 표기법이 되었으면 격음 표기 같은 한국어의 고유한 특징은 무시되지 않으나, 외국인 또는 한국인 언중들이 어려워 하는 ㅎ의 변이음 같은 어려운 변이음까지 표기가 될 가능성이 있고, 외국인 중심적인 표기가 되면 몇몇 외국인들에게도 어려운 변이음은 반영이 안 될 수 있으나 한국어의 특성이 무시될 수 있다.
4.7 모음 끼워 맞추기식 표기 방식
한국어 표기법에서 ㅡ를 eu로 적는 것이 처음 나타난 것은 1880년 파리외방선교회 한국선교단에서 리델(F.C. Ridel) 신부가 편찬한 <한불자전>에서 비롯된 것이다.#
ㅓ를 eo로 적는 것은 김선기 문교부 차관이 1959년에 <한글의 로마자 표기법>을 권력으로 밀어붙여 제정할 때 김 차관에 의해 직접 만들어졌다고 한다. 국어학자 최현배 박사는 다음과 같이 증언한다.
"ㅓ"를 "eo"로 하는 것은 김 선기님의 전연 새로운 창안인데, 그 근거는 다만 "ㅓ"가 "e와 o의 사잇소리"란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사잇소리설은 누구나 과학적으로 시인할 수는 없는 것이요, 다만 한 가지 핑계 거리에 불과한 것이다. 그리고 이러한 맞댐이, "한 소리에 한 적표"의 원칙에 이그러지기 때문에, 실용상 많은 불편이 있을 것은, 설명할 것도 없이, 누구나 다 쉽사리 짐작할 것이라고 생각한다.- 최현배, "문교부 제정의 한글을 로오마자 삼기(Romanization)와 로오마자의 한글삼기(Koreanization)에 대한 비평"[1]
이 표기 방식은 <한글의 로마자 표기법>의 많은 부분을 되살린 현행 로마자 표기법에도 적용되었다. 물론 굳이 규칙을 만들자면 우연히 e가 전설 평순모음이어서 'e는 eo처럼 다른 모음 앞에 오면 평순모음이 됨을 표시하고, oe처럼 다른 모음 뒤에 오면 전설모음이 됨을 표시한다'라고 할 수는 있겠지만 문제가 있다면 다른 언어에서 이렇게 쓰인 경우가 드물다는 것.
더군다나 eo는 '에오'로 오독할 수 있을뿐더러, 이런 오독을 막을 수 있는 부호인 하이픈(-)이나 어깻점(') 또한 로마자 표기법에 '로마자 이외의 부호는 되도록 사용하지 않는다'라는 조항으로 무용지물이 되어 버렸다. 예를 들어 '반고개'의 경우 옛날에는 Pan-gogae로 썼으나 지금은 부호 사용마저 제한을 두어 Bangogae로 표기하는데, 이는 '방오개'로 읽힐 수 있어 표음성이 떨어진다.
부호의 사용은 1990년대에는 정보 기술이 부족하여 어려울 수 있었으나, 로마자 표기법이 바뀌기 전부터 유니코드가 나왔고, 한국 정부가 적은 돈으로 마이크로소프트나 애플 등과 협력해서 일본어 자판과 마찬가지로 한국어 자판에도 특수 부호 등을 입력하기 쉽게 만드는 것도 가능했고, 정부가 직접 주관해서 표기법 변환 프로그램을 만들 수도 있었다.
4.8 2음운 1기호 표기에 따른 불편
k를 종성 ㄱ과 초성 ㅋ에, t를 종성 ㄷ과 초성 ㅌ에, p를 종성 ㅂ과 초성 ㅍ에 동시에 쓰도록 규정한 것도 단점이라고 할 수 있다.
물론 k, t, p 바로 뒤에 자음 글자(w, y 제외)가 오거나 아무것도 오지 않으면 종성 ㄱ, ㄷ, ㅂ이고, 모음 글자(w, y도 포함)가 오면 초성 ㅋ, ㅌ, ㅍ이라는 것은 알 수 있다. 하지만 뒤에 오는 글자가 무엇인지에 따라 종성 ㄱ, ㄷ, ㅂ인지 초성 ㅋ, ㅌ, ㅍ인지를 판별하게 만든 것은 좋다고 보기 어렵다. 로마자는 자음 글자의 모양과 모음 글자의 모양에 따로 차별성을 두지 않는 데다가 모아쓰기와 같은 개념도 없으므로, 읽을 때마다 k, t, p의 다음 글자가 자음인지 모음인지 일부러 의식해 가면서 읽어야 한다는 불편함이 있다.
또한 로마자 표기법을 처음 접하는 비한국인들에게는 이것이 상당히 혼란스럽게 느껴질 수 있다. k, t, p가 위치에 따라 유기음(초성 ㅋ, ㅌ, ㅍ)이 되기도 하고 무기음 + 불파음(종성 ㄱ, ㄷ, ㅂ)이 되기도 하니 그저 혼란스러울 것이다. 이는 오히려 현행 표기법이 비한국인을 혼동하게 만들 수 있으며, 현행 표기법이 비한국인들에게 적합하지 않음을 보여 주는 경우 중 하나라고 할 수 있다. 따라서 현행 로마자 표기법의 2음운 1기호 표기는 충분히 비판의 여지가 있다.
한편 1984년 이전에 쓰던 한글의 로마자 표기법의 경우에는 받침으로 쓰일 때도 예외 없이 ㄱ은 g, ㄷ은 d, ㅂ은 b 이런 식으로 썼다. 심지어는 ㅅ도 원칙적으로는 s를 쓰게끔 되어 있었을 정도. 사실 독일어나 러시아어의 경우 어말이나 무성 자음 앞의 유성 자음은 무성음화되기 때문에 Hamburg, Yekaterinburg처럼 쓰고 있다. 이런 예시를 들어 한국어 역시 굳이 종성을 따로 k, t, p와 같이 쓸 필요가 없다는 지적이 있다. 근데 그러면 박 씨가 Bag이 된다 잘 안 쓰이는 ㅋ를 kh로 빼 버리고 ㄱ를 k로 적으면 될지도 모른다.
4.9 ㅝ와 ㅢ의 표기 문제
ㅝ를 wo로 표기하는데, 이는 wo를 비한국인들이 ㅜ+ㅗ로 착각하게 만든다. 비한국인은 한국어에서 반모음 [w]와 ㅗ가 결합할 수 없다는 사실을 모르기 때문에 wo라는 표기는 적절하지 않을 수 있다. ㅢ 역시 '우이'와 혼동될 수 있다는 문제가 있는데, wo의 경우 그래도 한국어에서 ㅜ+ㅗ 조합이 없으므로 ㅜ+ㅓ와 ㅜ+ㅗ가 혼동될 우려는 없으나, ㅢ의 경우 실제 혼동의 여지가 있다.
또한 ㅢ는 발음에 상관없이 ui로 표기하는데, 로마자 표기법이 전음법을 채택하면서도 ㅢ만은 발음을 무시한 것은 모순이다. 현재 '희'와 '히'의 발음상 차이는 존재하지 않으며, 표준 발음법에서도 이 현실 발음을 반영하여 '희'는 [히]로 발음한다고 명시해 놓았다. 로마자 표기법이 한글을 모르는 사람들을 위한 것이라는 점과 현행 로마자 표기법이 전음법을 채택한 점을 생각해 볼 때, 실제로 [ㅢ]로 발음되지도 않는 ㅢ까지 한글 철자를 지나치게 의식해서 무조건 ui로 적도록 한 것은 적절하지 않다고 할 수 있다.
4.10 인명에 대해서만 음가를 반영하지 않음
현행 한국 로마자 표기법은 전체적으로는 발음을 잘 따르지만(상술한 ㅢ ui 같은 경우를 일단 제외한다면) 유독 인명의 경우 복남 Boknam, 빛나 Bitna와 같이 일부러 발음을 따르지 않는데, 이는 모순이다. 한글을 모르는 사람들이 비슷한 음가를 낼 수 있도록 유도하는 것이 목적이라면 당연히 발음을 따라 Bongnam, Binna로 해야 한다. 한글을 모르는 사람들한테는 음가가 중요한 것이지 본래의 한글 철자는 별로 중요하지 않고, 실제로 이러한 이유로 현행 로마자 표기법은 독립문 [동님문] Dongnimmun과 같이 한글 철자가 아니라 음가를 기준으로 하고 있다. 그러므로 인명에 대해서만 본래의 한글 철자를 의식하여 Boknam, Bitna와 같이 표기하도록 정한 것은 모순이다. 또한 인명에 대해 이런 예외 규칙을 마련해 두었다 보니, 똑같은 '낙랑'이어도 지명이면 Nangnang이고 인명이면 Nakrang이 되는 모순이 생긴다.
국립국어원은 한국인들이 자신의 이름을 로마자 표기할 때 한글 철자의 원형을 밝혀서 적고 싶어하는 경향을 반영한 것이라고 하는데, 이런 식이라면 한국인들이 자신의 이름을 로마자 표기할 때 일정한 규칙 없이 중구난방으로 표기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므로 인명에 대해서는 사실상 로마자 표기 적용을 포기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것도 가능하다[29](실제로 이것은 성씨의 표준 표기가 15년 이상 지나도 정해지지 못하는 이유 중 하나이기도 하다). 참고로 중화민국(대만)은 2009년에 통용병음을 폐지하고 공식적으로 중화인민공화국의 한어병음을 도입했지만, 대만 사람들의 이름 표기는 개인이 알아서 할 문제로 취급하고 있다.
'형제 이름의 항렬자의 로마자 표기를 앞뒤 자음에 상관없이 일관되게 하기 위해서'라는 이유도 있다고 하는데, 항렬자를 따르는 것은 의무가 아니기 때문에 별 설득력이 없다. 실제로 항렬자 신경 안 쓰고 이름 지은/짓는 사람들도 많다. 항렬자는 그냥 고리타분한 유교 문화의 잔재일 뿐이며, 성명학에서도 항렬자를 좋게 보지 않고 오히려 걸림돌 취급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결정적으로, 한국인 성씨의 절대 다수는 조선 후기에 서민들이 족보를 사거나 위조하면서 생긴 것이다. 또한 노비들은 신분제가 폐지됐을 때 주인의 성씨를 그대로 따르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그래서 본관이나 항렬자를 따지는 것은 사실 계보학적으로도 별 의미가 없다.
그리고 음가 기준의 로마자 표기법인 이상 한글로 똑같이 적혀도 발음에 따라 로마자 표기가 달라지는 것(낙서 nakseo, 낙뢰 nangnoe, 낙엽 nagyeop)이나 한글로 다르게 적혀도 로마자 표기가 같아지는 것(문안/무난 munan, 분리/불리 bulli, 격노/경로 gyeongno)은 전혀 이상하지 않으며, 한글 철자를 기준으로 한다면 오히려 후술할 예일 로마자 표기법과 비슷한 표기법을 채택했어야 한다.
5 로마자 표기법의 종류
5.1 매큔-라이샤워 표기법
해당 문서 참고.
다만, 남한 내에서는 매큔-라이샤워 표기법 또는 그것의 1984년 남한식 변종을 구시대 유물 정도로 생각하는 경향이 있지만, 영어권, 프랑스어권은 물론 비로마자권인 러시아 한국학계에서도(다른 언어권 사정은 어떤지 추가 바람) 여전히 매큔-라이샤워 표기법이 활발히 쓰이고 있고 오히려 남한의 현행 국어의 로마자 표기법이 잘 안 쓰인다. 지금도 한국 밖에서 출판되는 영어로 된 한국학 서적들은 대부분 매큔-라이샤워 표기법을 쓴다. 즉 남한의 현행 국어의 로마자 표기법이 영어권에서는 아직도 일종의 듣보잡 취급을 받고 있는 셈이다. 그래서 영어로 된 한국학 관련 자료를 찾아보려면 매큔-라이샤워 표기법을 알고 있는 것이 좋으며, 영어권의 한국학 관련 커뮤니티에서도 매큔-라이샤워 표기법을 써야 의사소통이 원활하게 이루어진다. 사실 그래서 국제적으로는 매큔-라이샤워 표기법이 남한의 현행 국어의 로마자 표기법보다 훨씬 더 쓸모가 있다고 할 수 있다.
그리고 이미 매큔-라이샤워 표기법에 익숙한 영어권의 한국학 학계는 현행 국어의 로마자 표기법으로 갈아타지 않으려는 경향이 강하다. 영어권의 한국학 학계에서는 현행 국어의 로마자 표기법이 매큔-라이샤워 표기법보다 낫지 않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적지 않기 때문이다. 무성음과 유성음을 확실히 구분하는 서양인들의 감각으로는 koguma가 goguma보다 훨씬 더 직관적이고,[30] 서양인들 중 이미 ŏ, ŭ에 익숙한 사람들에게는 eo, eu가 상당히 생소하고 그다지 직관적이지도 않으므로, 이미 매큔-라이샤워 표기법에 익숙한 영어권 한국학 학계의 서양인들이 현행 국어의 로마자 표기법을 받아들이기는 결코 쉽지 않다. 또한 영어권의 한국학 학계는 이미 반세기 이상 매큔-라이샤워 표기법을 써 왔고, 이제 와서 이것을 바꾸기도 상당히 어렵다. 수많은 자료들을 바꿔야 하고, 이미 매큔-라이샤워 표기법에 따른 표기로 공부한 사람들이 대부분이며, 매큔-라이샤워 표기법으로 작성된 기존의 자료들과 표기의 연속성이 단절되는 문제도 있다. 영어권의 한국학 학계가 2010년대에도 여전히 매큔-라이샤워 표기법을 고수하는 것도 다 이유가 있다. 실제로 2010년대에 영어권에서 출판된 한국학 관련 서적들도 대부분 여전히 매큔-라이샤워 표기법을 사용하고 있다.
게다가 출판물이나 웹에서 Ŏ, ŏ, Ŭ, ŭ를 쓰는 건 더 이상 문제가 아니다. 현대의 거의 모든 문서(물론 HTML 문서도 포함) 편집 프로그램들과 모든 웹 브라우저들은 유니코드를 이미 오래 전부터 지원하고 있기 때문에 Ŏ, ŏ, Ŭ, ŭ를 아무런 문제 없이 처리할 수 있다. 따라서 Ŏ, ŏ, Ŭ, ŭ의 사용은 예전에 비해 굉장히 많이 편해졌다. 그리고 Ŏ, ŏ, Ŭ, ŭ의 입력이 번거롭다는 점은 소프트웨어의 '일괄 치환' 기능으로 충분히 해결할 수 있다. Ŏ, ŏ, Ŭ, ŭ를 일일이 직접 입력하는 대신 O@@, o@@, U@@, u@@와 같이 입력했다가(꼭 O@@, o@@, U@@, u@@가 아니어도, 다른 문자열과 혼동되지 않는 한 아무거나 써도 상관없다) 나중에 O@@ → Ŏ, o@@ → ŏ, U@@ → Ŭ, u@@ → ŭ와 같이 일괄 치환을 하면 된다(물론 '대/소문자 구분'(match case) 옵션을 반드시 켠 상태여야 한다). 이렇게 하면 입력자가 Ŏ, ŏ, Ŭ, ŭ를 직접 입력해야 할 일은 딱 한 번(입력자가 마지막에 직접 일괄 치환을 하는 경우)이거나 아예 없을 수도 있다(일괄 치환을 편집자나 다른 사람에게 맡기는 경우).
또한 상술된 바와 같이 어문 정책은 크게는 언어권별로, 그 안에서는 국가별로 정해지므로, 한국의 로마자 표기법이 어떻든 영어권에서 꼭 그것을 따라야 할 의무가 있는 것도 아니다. 까놓고 말해서 한국에서 어쩌건 영어권에서는 마음에 안 들면 그냥 무시해도 그만이라는 말이다. 실제로 한국에서 1959년 ~ 1984년에 문교부 한글의 로마자 표기법이 표준 표기법이었을 때도 영어권에서는 그런 거 무시하고 매큔-라이샤워 표기법을 계속 사용했다. 그리고 그것이 2010년대 현재에도 똑같이 재현되고 있는 것이다.
5.2 ISO/TR 11941:1996
1996년 ISO에 등록된, 한글과 한국어를 전자(轉字, 한글 철자 기준)로 표기하는 로마자 표기법이다. 남북이 서로 합의했다는 점이 눈에 띄는데, 1987년 모스크바에서 ISO에 등록할 전자방식 로마자 표기법을 만들 때 남측은 1959년 로마자 표기법에 의한 표기를, 북측은 매큔-라이샤워 로마자 표기법에 의한 표기를 제시했다. 결국 이견이 좁혀지지 않아 잠정적으로 자음은 북측안을, 모음은 남측안을 채용하기로 합의했고, 그 다음 3년은 양쪽의 모음안을 써보고 단일안을 만들기로 합의하였다.
1995년 캐나다 오타와에서 남측 자음안과 북측 자음안을 각각 Method 2, Method 1으로 나눠 모두 수용했고, 모음안은 남측의 안을 따르기로 합의하였으며 회원국들은 이 안을 ISO 국제 규격으로 채택하였다.
현재 이 표기법은 유니코드 한글 자모의 이름을 표기할 때 쓰이고 있다. 그 외 여러 분야에서는 잘 안 쓰이는 듯하다.
몇 가지 특징을 나열하면,
- 상술했다시피 전자(轉字)법으로, 음운 변동을 무시하고 그대로 쓴다.
- 모음안은 1959년 로마자 표기법과 유사하지만 ㅢ를 yi로 표기한다.
- ㄱ, ㄷ, ㅂ, ㅈ과 ㅋ, ㅌ, ㅍ, ㅊ의 경우 Method 1안(북한)은 각각 k, t, p, c와 kh, th, ph, ch로, Method 2안(남한)은 각각 g, d, b, j와 k, t, p, c로 표기한다. 그 외 경음 등 자음의 표기는 1, 2안이 서로 같다.
- ㄹ은 초성일 때 r, 종성일 때 l로 표기하고, ㅇ은 종성일 때만 ng로 표기한다.
- 한글 글자 경계를 명확히 보여야 하는 경우 '(apostrophe, 어깻점)을 사용한다.
5.3 국어의 로마자 표기법
Revised Romanization
해당 문서 참고.
5.4 예일 로마자 표기법
예일 대학의 새뮤얼 마틴(Samuel Martin) 교수가 고안한 한국어 로마자 표기법이다. 이 로마자 표기법은 한국어 관련 학술 연구 논문에서 많이 쓰이며, 한국어의 발음을 기준으로 하는 매큔-라이샤워 표기법과 현행 국어의 로마자 표기법과는 달리 한국어의 한글 철자를 기준으로 표기한다. 구체적인 것은 이 문서를 볼 것. 아래에는 일부 특징만 서술한다.
- 자음의 경우 ㄱ, ㄷ, ㅂ, ㅈ은 언제나 k, t, p, c로, ㄹ은 언제나 l로 적는다(ㄱ, ㄷ, ㅂ, ㅈ, ㄹ의 표기에 g, d, b, j, r를 아예 쓰지 않는다). 된소리(ㄲ, ㄸ, ㅃ, ㅆ, ㅉ)는 언제나 kk, tt, pp, ss, cc와 같이 같은 글자를 거듭해 적고, 거센소리(ㅋ, ㅌ, ㅍ, ㅊ)는 언제나 kh, th, ph, ch와 같이 h를 붙여서 표기한다.
- 한글로 표기되지 않는 경음화는 q로 표기한다. 다만 필수적 경음화(ㄱ, ㅂ 등의 받침 뒤의 경음화와 같이 언제나 일어나는 경음화)는 표기하지 않는다.
- 장모음은 ā, ē, ī, ō, ū와 같이 모음 위에 macron(¯)을 붙여 표기한다.
- 모음의 경우 ㅓ는 e로 적고 ㅡ는 u로 적고 ㅜ는 wu로 적으며(단 ㅠ는 yu로 적는다), ㅐ, ㅒ, ㅔ, ㅖ, ㅚ, ㅙ, ㅞ, ㅢ 등의 딴이[31]는 ay, yay, ey, yey, oy, way, wey, uy와 같이 y를 붙여 적는다(단 ㅟ는 wuy가 아니라 wi로 적는다).
- 한글 글자 경계를 명확히 보여야 하는 경우 .(온점, 마침표)을 사용한다.
- 중세 한국어를 표기할 때 ㅸ는 대문자 W, ㅿ는 z, (무음가 ㅇ가 아니라) [ɡ > ɣ > ɦ] 음가를 내는 후음 불청불탁 ㅇ는 대문자 G, ㆆ는 q, ㆍ는 o로 표기한다.
- 중세 한국어를 표기할 때 ㅗ는 wo로 표기한다.
예를 들어 '그것'은 kukes, '어제'는 ecey, '좋다'는 cōhta, '기르다'는 kiluta, '한자'(漢字, /한ː짜/)는 hānqca로 적는다.
이 표기법은 한국인들에게 상당히 생소하다는 단점이 있다. 장모음을 따로 표기한다는 점이나, ㅈ을 c로 적고[32], ㅓ를 e로 쓰는 것은 많은 한국인이 상당히 생소하게 느낄 것이다. '어쨌든'이 eccaysstun이 된다.
5.5 조선어의 라틴문자 표기법
북한/로마자 표기법 참고.
5.6 기타
- 한글의 로마자 표기법: 1959년 문교부 제정. 현 로마자 표기법의 모태가 되었다.
- 김복문 로마자 표기법: 한국어 영어식 표기학회 회장인 김복문 교수가 개발한 로마자 표기법이다. 영어의 철자법을 철저히 따르고 있다.
- 양병선 로마자 표기법: 양병선 전주대 교수가 개발한 로마자 표기법으로, 이것 또한 영어의 철자와 발음을 기준으로 하였다.
- 21세기 로마자 표기법: 유네스코 사무국 직원이었던 홍승목이 해외 생활 동안 겪은 로마자 표기법에 대한 문제 인식을 바탕으로 만든 로마자 표기법이다. 유성음, 무성음을 지나치게 따지고 ŏ, ŭ 같은 특수 기호가 쓰이는 매큔-라이샤워 표기법과, 외국인들이 읽기 어려운 현행 로마자 표기법의 문제점을 상호 보완해서 만들었다. 2000년 유네스코 포럼 12호에서 공식 발표되었으며, 최종안은 아직 나오지 않았고 현재 최종 수정 작업을 거치고 있는 중이다. 또한 로마자를 다시 한국어로 쉽게 복원할 수도 있다.
그리고 매우 극단적으로 말하자면 '서울'을 tjdnf라고 적는 것도 로마자 표기법이라고 할 수 있다. 로마자로 적혀 있으니 로마자 표기법은 맞고, 어떤 로마자 표기법이든 읽는 방법은 배워야 하는 건 마찬가지이므로 t를 [s]로 읽는 걸 배워야 한다는 식의 주장도 아무런 문제가 없다. 실제로 키리바시어에서는 ti라고 쓰고 [s]로 발음한다. 영어에서도 비슷한 게 있다. t를 영어의 sh 발음으로 읽는 -tion 시리즈.
6 비교 체험
매큔-라이샤워, 문광부, 예일, 조선어의 라틴문자 표기법, 김복문, 문교부, ISO/TR 11941, 21세기의 일곱 가지 표기법으로 표기된 한국어의 예시이다. 현재 쓰이지 않는 문교부식 표기법이 현행 문광부 표기법의 모체가 되었음을 알 수 있다. 표기법 사이의 차이를 알아볼 수 있는 다양한 예시를 추가 바람.
한글 | 문교부 (1959) | 문광부 (2000) | 매큔-라이샤워 (괄호 안: 1984년식) | 예일 | 조선어 라틴문자 | 김복문 | ISO/TR 11941 | 21세기 |
벽 | byeog | byeok | pyŏk | pyek | pyŏk | byurk | pyeok/byeog | biog |
벽에 | byeoge | byeoge | pyŏge | pyek ey | pyŏge | byurgeh | pyeok'e/byeog'e | biog-é |
밖 | bagg | bak | pak | pakk | pak | bahk | pakk/bagg | bak |
밖에 | bagge | bakke | pakke | pakk ey | pakke | bahkkeh | pakk'e/bagg'e | bak-ghé |
한글 | hangeul | hangeul | han'gŭl (han-gŭl) | hānkul | hangŭl | hahngul | hankeul/hangeul | hangul |
글자 | geulja | geulja | kŭlcha | kulqca | kŭlja | gulchah | keulca/geulja | gulcha |
쉬운 | swiun | swiun | shwiun (swiun) | swiwun | swiwun | sweeoon | swiun | shuiwun (shuiun) |
- 한글: 원하시는 선 색깔과 굵기에 체크하시면 됩니다.
- 문교부: Weonhasineun seon saegggalgwa gulggie chekeuhasimyeon doebnida.
- 문광부: Wonhasineun seon saekkkalgwa gulgie chekeuhasimyeon doemnida.
- 매큔-라이샤워: Wŏnhasinŭn sŏn saekkalgwa kulkie ch'ek'ŭhasimyŏn toemnida.
- 1984년식: Wonhashinŭn sŏn saekkkalgwa kulkie ch'ek'ŭhashimyŏn toemnida.
- 예일: Wēn hasinun sen sayk.kkal kwa kwulk.ki ey cheykhu hasimyen toypnita.
- 조선어의 라틴문자 표기법: Wŏnhasinŭn sŏn saekkalgwa kulgie chekhŭhasimyŏn toemnida.
- 김복문: Wonhahseenun surn saekkkahlgwah goolkkeeeh chehkuhhahseemyurn dwemneedah.
- ISO/TR 11941 (Method 1): Weonhasineun seon saekkkalkwa kulkkie chekheu hasimyeon toepnita.
- ISO/TR 11941 (Method 2): Weonhasineun seon saegggalgwa gulggie cekeu hasimyeon doebnida.
- 21세기: Wonhashinun son saekgal-gwa gulkgi-é chéku-hashimion duémnida.
- 한글: 모든 인간은 태어날 때부터 자유로우며 그 존엄과 권리에 있어 평등하다. 인간은 천부적으로 이성과 양심을 부여받았으며 서로 형제애의 정신으로 행동하여야 한다.
- 국어의 로마자 표기법: Modeun inganeun taeeonal ttaebuteo jayuroumyeo geu joneomgwa gwollie isseo pyeongdeunghada. Inganeun cheonbujeogeuro iseonggwa yangsimeul buyeobadasseumyeo seoro hyeongjeaeui jeongsineuro haengdonghayeoya handa.
- 혼동을 방지하기 위해 inganeun을 in-ganeun으로 쓸 수도 있다.
- 매큔-라이샤워 표기법: Modŭn in'ganŭn t'aeŏnal ttaebut'ŏ chayuroumyŏ kŭ chonŏmgwa kwŏllie issŏ p'yŏngdŭnghada. In'ganŭn ch'ŏnbujŏgŭro isŏnggwa yangsimŭl puyŏbadassŭmyŏ sŏro hyŏngjeaeŭi chŏngsinŭro haengdonghayŏya handa.
- 1984년식: Modŭn in-ganŭn t'aeŏnal ttaebut'ŏ chayuroumyŏ kŭ chonŏmgwa kwollie issŏ p'yŏngdŭnghada. In-ganŭn ch'ŏnbujŏgŭro isŏnggwa yangshimŭl puyŏbadassŭmyŏ sŏro hyŏngjeaeŭi chŏngshinŭro haengdonghayŏya handa.[33]
- 예일 체계: Mōtun inkan un thayenal ttay pwuthe cayulowumye ku conem kwa kwenli ey isse phyengtung hata. Inkan un chenpwucek uro īseng kwa yangsim ul pwūye patassumye selo hyengceyay uy cengsin ulo hayngtong hayeya hanta.
- 조선어의 라틴문자 표기법: Modŭn inganŭn thaeŏnal ttaebuthŏ jayuroumyŏ kŭ jonŏmgwa kwŏllie issŏ phyŏngdŭnghada. Inganŭn chŏnbujŏgŭro isŏnggwa yangsimŭl puyŏbadassŭmyŏ sŏro hyŏngjeaeŭi jŏngsinŭro haengdonghayŏya handa.
- 김복문: Modun eengahnun taeurnalttaebutur jahyoorowoomyur guh jonurmgwah gwolleeeh eesur pyurngdunghahdah. Eengahnun churnboojurguhroh eesurnggwah yahngsheemul booyurbahdatsuhmyur surroh hyurngjehaeui jurngsheenuhroh haengdonghahyuryah hahndah.
- 21세기: Modun ingan-un taeonal-taebuto jayu-roumio gu jonom-gua guolli-é iso piongdung-hada. Ingan-un chonbujog-uro isong-gua yangshim-ul buyo-badatsumio soro hiongjé'ae-oi jongshin-uro haengdong-hayoya handa.
- 한글: 나무위키, 여러분이 가꾸어 나가는 지식의 나무.
- 문교부: Namuwiki, yeoreobuni gaggueo naganeun jisigeui namu.
- 문광부: Namuwiki, yeoreobuni gakkueo naganeun jisigui namu.
- 매큔-라이샤워: Namuwik'i, yŏrŏbuni kakkuŏ naganŭn chisigŭi namu.
- 1984년식: Namuwik'i, yŏrŏbuni kakkuŏ naganŭn chishigŭi namu.
- 조선어의 라틴문자 표기법: Namuwikhi, yŏrŏbuni kakkuŏ naganŭn jisigŭi namu.
- 예일: Namuwikhi, yelepun i kakkwue nakanun cisik uy namu.
- 김복문: Nahmooweekee, yurrurboonee gakkoour nahgahnun jeeseegui nahmoo.
- 21세기: Namuwiki, yorobuni gakuo naganun jisig-oi namu.
7 인명의 표기
7.1 매큔-라이샤워 표기법
매큔-라이샤워 표기법 참고.
7.2 국어의 로마자 표기법
국어의 로마자 표기법 참고.
7.3 조선어의 라틴문자 표기법
북한의 로마자 표기법 참고.
7.4 관련 논문과 글
한국인 이름의 표기 방식과 관련된 논문으로 이것이 있다. 이 논문의 주장은 Gildong Hong과 같이 이름 성 순을 원칙으로 하되, 이름의 두 음절 사이에 혼돈이 우려되는 경우만 붙임표(-)를 넣어 Gil-dong Hong으로 쓰는 것을 허용하자는 것. 요약하자면 다음과 같다.
- 서양식으로 이름 성 순으로 쓰는 것이 좋다.[34]
- 성 이름 순으로 쓰는 것은 본래의 한국 인명의 순서와 같으나, 한국 인명 로마자 표기는 외국인을 위한 것이고 성을 앞에 두면 외국인들이 성과 이름을 혼동하기 십상이다. 따라서 외국인들의 편의를 위해 이름 성 순으로 쓰는 것이 좋다.
- Gil Dong Hong과 같이 이름의 두 음절을 띄어 쓰면 Dong을 middle name으로 착각해 이름이 Gil Hong이 되는 문제가 있다.
- Gil-dong Hong과 같이 붙임표를 쓰는 것은 서구 언어의 일반적인 붙임표 사용법과 어긋나며, 간혹 전산 처리 문제도 일으킨다.
- 서구 언어권에서 인명에 붙임표를 사용하는 경우는 '결혼 전 성-남편 성'과 같이 서로 다른 두 이름을 잇는 경우이다(예: Catherine Smith-Jackson). 붙임표가 하나의 이름을 쪼개고 들어가지 않는다.
- 간혹 붙임표가 안 들어가는 시스템이 있는데, 이런 경우 시스템에 따라 Gil Dong으로 처리하거나 Gildong으로 처리할 수도 있으므로 불편을 준다.
- 다만 두 음절 사이에 혼돈이 우려되는 경우(Mina 미나/민아, Seongeun 성은/선근)에 한해 붙임표를 쓰는 것을 허용하는 것이 좋다.
이름의 구분자 문제에 대해 꽤 자세히 다룬 블로그 글도 있다. 로마자 언어권의 일반적인 이름 표기법과 글쓴이의 경험을 적절히 섞어 쓴 글인데, 글쓴이의 '경험'에 의존하는 부분은 영어권 상황만을 주로 이야기하고 로마자를 사용하는 비영어권 상황에 대해서는 언급이 별로 없다는 점은 감안해야 한다. 글쓴이의 주장을 정리하자면, Gil Dong이나 Gil-dong처럼 공백이나 붙임표 같은 것을 넣어 쓰지 말고 Gildong처럼 구분자 없이 쓰자는 것. 위 논문과의 차이는 Gil-dong조차 허용하지 말고 언제나 Gildong으로 쓰자는 데에 있다. 글쓴이의 주장을 요약하자면 다음과 같다.
- Gil Dong Hong으로 쓰면 Dong을 middle name으로 착각해 Gil D. Hong이나 Gil Hong이 되기 다반사이며, 이는 수많은 동명이인을 양산해 내어 심심찮게 문제를 일으킨다. 다른 사람들과 크레딧 기록이나 범죄 기록 등이 꼬이며, 돌림자가 앞에 있는 경우 형제·자매의 이름이 같아진다(Gil Dong Hong과 Gil Du Hong이 모두 Gil D. Hong이나 Gil Hong이 된다). 즉 Gil Dong과 같이 공백을 넣으면 middle name 오인 문제로 인해 상당한 불편을 겪게 된다.
- 수많은 전산 시스템은 공백이 들어가는 이름(first name)을 제대로 처리할 수 없다. 공백이 있으면 대부분 middle name으로 처리해 버린다.
- 다른 나라의 여권도 first name과 middle name은 한 줄에 적으며, 둘의 구분은 사이의 공백 하나로 한다(여권 관련 국제 규격 자체가 성씨는 이름과 따로 구분하도록 되어 있지만, first name과 middle name은 한 줄에 적고 공백으로 구분하도록 규정되어 있다). 따라서 GIL DONG과 같이 여권의 이름에 공백이 있는 경우 GIL과 DONG이 각각 first name과 middle name으로 인식되기 딱 좋다.
- 로마자 언어권에서도 Har Ry Pot Ter와 같이 의식적으로 음절별로 나누어 쓰지 않는다.
- 각 음절의 의미를 중요하게 여기더라도 각 음절을 분리해 적어야 하는 이유가 생기지는 않는다. 서양 이름에도 Ashley (ash + ley), Edmund (ed + mund), Oswald (os + wald)와 같이 각 음절에 의미가 있는 이름들이 있는데, 음절 구분 없이 그냥 쭉 이어서 쓴다. 그리고 이어서 쓴다고 의미가 파괴되는 것도 아니다. 오히려 각 음절의 의미를 중요하게 여긴답시고 Gil Dong으로 띄어 쓰면 Dong이 사라지기 십상인데, 이것이 오히려 이름의 의미를 파괴한다.
- 일본도 성하고 이름 사이만 띄어 쓰고 나머지는 쫙 붙여 쓰며(Junichiro Koizumi라고 쓰지 Jun I Chi Ro Ko I Zu Mi라고 안 쓴다), 중국도 한어 병음 도입 이후로는 이름의 두 음절을 분리하지 않는다(Xi Jinping이라고 쓰지 Xi Jin Ping이라고 안 쓴다).[35]
- 붙임표(-)는 붙임표 나름대로 고유의 의미가 있다. 붙임표는 Anne-Marie나 Jean-Pierre와 같이 '두 개의 서로 다른 이름'을 잇는 데 쓰이며, 하나의 이름을 쪼개고 들어가지 않는다. Anthony라고 쓰지 An-tho-ny라고 안 쓴다. '길동'은 단지 두 음절로 이루어진 '하나의 이름'이므로 Gil-dong과 같이 붙임표를 넣어 쓰는 것은 부적절하다. 게다가 일부 컴퓨터 시스템은 붙임표 입력 자체가 불가능하기 때문에 이름에 붙임표를 넣으면 직원에 따라 다르게 처리하는 문제가 생겨 불편을 초래한다.[36]
- 발음은 어차피 음성으로 알려 주어야 한다. 어차피 외국인들이 보기에는 대다수의 한국인 인명 자체가 생소하기 때문에 한번에 정확히 발음되는 것을 기대하지 않는 것이 좋다. 게다가 외국인들은 자기들끼리도 이름을 못 읽어서 서로 발음을 정정하고 정정받고 하는 경우가 많다.
- 한글 표기가 정확히 환원이 안 된다? 해외에서는 한글 신경 안 쓰니 문제없다. 대다수의 한국인들이 한국 방송에 나오는 외국인 연예인들(예: 닉쿤, 후지이 미나 등)의 이름이 본래의 문자(태국 문자, 가나/한자 등)로 어떻게 적히는지 신경 쓰지 않으며 신경 쓸 필요도 없듯이, 해외의 현지인들 중 절대 다수는 한국인 이름이 원래 한글로 어떻게 적히는지 신경 안 쓴다. 애당초 한글이라는 게 있는지도 모른다. 까놓고 말해서, 해외에서 한글 표기 그딴 거 신경 안 쓰니 한글 표기가 정확히 환원되지 않아도 상관없다. 게다가 한국인들 스스로도 지 꼴리는 대로 쓰는 경우가 하도 많아서('정'도 '중'도 jung으로 적기도 하고, Chun은 '전' 씨와 '천' 씨가 모두 쓰기도 한다) 어차피 환원이 제대로 되지도 않는다.[37]
- Jeongeun이 '정은'인지 '전근'인지 헷갈린다? Jeong Eun으로 띄어 써서 Jeong만 남는 것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니다. 그리고 Jeongeun이 본래 정은이건 전근이건 Jeongeun이라는 이름 자체가 생소한 이름인 데다 jung 같은 모호한 철자가 들어가는 이름도 있으므로, 발음은 필연적으로 음성으로 알려 주어야 한다. 만약 jung이 본래 '정'이라면 [정]이라고 알려 줄 것이고 '중'이라면 [중]이라고 알려 줄 것이다. 마찬가지로, Jeongeun이 본래 '정은'이라면 [정은]이라고 알려 주면 되고 '전근'이라면 [전근]이라고 알려 주면 된다.
- 정말 정은과 전근의 구분이 필요한 경우라면 구분자 말고 다른 방법으로 구분할 수도 있다. 중국의 산시 성 표기법(Shanxi와 Shaanxi)을 본받아서 정은은 Jeongeun 그대로 쓰고 전근은 n을 추가해서 Jeonngeun으로 적으면 된다.
- 자신의 이름의 한글 표기를 궁금해하는 사람이 있다면 그 사람한테 직접 알려 주면 되고, 상대방 이름의 한글 표기가 궁금하다면 상대방한테 직접 물어보면 된다. 게다가 해외에서 본래의 한글 표기에 관심 가지는 사람들은 현지 한인들 말고는 사실상 없다.
- Jeongeun이 '정은'인지 '전근'인지 헷갈린다? Jeong Eun으로 띄어 써서 Jeong만 남는 것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니다. 그리고 Jeongeun이 본래 정은이건 전근이건 Jeongeun이라는 이름 자체가 생소한 이름인 데다 jung 같은 모호한 철자가 들어가는 이름도 있으므로, 발음은 필연적으로 음성으로 알려 주어야 한다. 만약 jung이 본래 '정'이라면 [정]이라고 알려 줄 것이고 '중'이라면 [중]이라고 알려 줄 것이다. 마찬가지로, Jeongeun이 본래 '정은'이라면 [정은]이라고 알려 주면 되고 '전근'이라면 [전근]이라고 알려 주면 된다.
- GilDong과 같이 각 음절마다 대문자를 쓰는 것은 어색하다. Anthony라고 쓰지 AnThoNy라고 안 쓴다. 또한 서양 언어권에서는 McArthur, DeFrancis, d'Arc와 같이 접두사/관사 + 고유 명사로 이루어진 일부 성씨를 쓸 때만 저렇게 중간에 대문자를 쓰며, 중간에 대문자를 쓸 때도 McArThur, DeFranCis 식으로 결코 각 음절마다 대문자를 쓰지 않는다.
- 그리고 GilDong으로 쓰면 원래 Gil Dong인데 실수로 GilDong으로 잘못 적은 것으로 오인될 수도 있고(특히 손으로 썼을 때), 따라서 다른 사람이 Gil Dong으로 옮겨 적어서 괜히 문제가 생길 수도 있다.
- 두 번째 음절이 i로 시작하는 경우, 그 i를 대문자로 쓰면 소문자 L로 잘못 인식될 수 있다. 예를 들어 Taein이 아니라 TaeIn으로 쓰면 Taeln(TAELN)으로 잘못 인식될 수 있다. 중간에 대문자를 쓰지 않고 그냥 Taein으로 쓰면 이런 문제가 생길 일이 없다.
다만 위 논문과 위 블로그 글 자체는 '한국어' 로마자 표기 본연(?)보다는 '(해외에서 생활할 경우) 다른 언어권 화자들에게 (구분자가 들어간 또는 성 이름 순으로 표기된) 한국인 인명이 어떻게 보이는가'에 더 초점이 맞춰져 있는 듯하다. 성 이름 순으로 표기하면 다른 언어권 화자들이 성과 이름을 반대로 아는 문제가 생기고[38], 이름에 구분자를 넣으면 다른 언어권 화자들이 이름이 두 개인 것으로 오해하고, 이름이 쉽게 반토막 날 수 있(고 그로 인해 큰 문제가 생기는 경우도 심심찮게 있)으니 구분자를 넣지 말자는 말이다. 논문의 저자와 블로그 글의 글쓴이는 기본적으로 한국어 로마자 표기는 어디까지나 다른 언어권 화자들을 위한 것이지 한국어 화자들을 위한 게 아니라고 보고 있는 듯하다(따라서 한국인의 음절 단위로 나누고자 하는 심리나 한글 표기로의 환원성[39] 등은 중요하지 않다고 보는 듯하다). 따지고 보면 해외의 대다수는 어떤 한국인 인명의 원 한글 표기를 궁금하게 여기지도 않으며(블로그 글에서 말하듯 닉쿤의 팬이 되기 위해 닉쿤 이름의 원 태국 문자 표기를 알 필요는 없다), 해외에서는 한국어에서 한 음절을 한글 한 글자로 적는다는 것 등의 정보는 전혀 중요하지 않은 것이므로 각 음절을 강조할(그리고 공백이나 붙임표를 넣어 각 음절을 강조해서 쓸데없이 골치 아픈 일을 만들) 필요가 없다는 것은 맞는 말이기는 하다.
그리고 논문의 저자도 블로그 글의 글쓴이도 어떠한 로마자 표기법을 따라야 하는지에 대해서는 별 관심이 없는 것으로 보인다. 현실적으로 모든 사람의 이름을 로마자 표기법에 맞춰서 바꾸는 게 불가능하기도 하고, 특히 여권의 이름은 잘 바꿔 주지 않는다.
보통 한국인의 인명은 한글로 세 글자이고 성 한 글자, 이름 두 글자이며, 각 음절에 뜻이 있고, 읽을 때도 보통 성+이름의 세 음절을 한 음절씩 나누어 읽기 때문에 로마자 표기 시에도 흔히 Hong Gil Dong이나 Hong Gil-dong처럼 이름의 음절을 분리해 쓰고 싶어하는 심리가 있으나, 잘 생각해보면 이렇게 쓸 이유가 없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단지 성은 '홍'이고 이름이 '길동'인 것뿐이고, '길'과 '동'은 단지 별도의 음절일 뿐이며 '길'과 '동'이 따로따로 두 개의 이름을 이루는 것도 아니기 때문이다. 친한 사람들끼리 이름을 부를 때 대부분 '길동아'라고 하지 '길아'라고 하지는 않는다.[40]
그리고 로마자 표기는 '표기'이지 '발음'이 아니다. 따라서 한국어에서 '발음'을 한 음절씩 나눠서 하더라도 로마자 '표기' 시에 한 음절씩 나눠서 적을 이유가 생기지는 않는다. Gildong Hong이나 Hong Gildong과 같이 Gildong을 분리하지 않고 한 단어로 '표기'하더라도, '발음'할 때는 Gil과 dong을 한 음절씩 따로 발음하면 되는 것뿐이다.[41] 실제로 영어권의 뉴스에서 중국인 인명을 발음할 때는 한 음절씩 끊어서 하지만(shee-jin-ping), 표기할 때는 성과 이름의 사이만 띄어 쓰고 이름의 두 음절은 붙여서 쓴다(Xi Jinping).
다만, 성을 표시하는 방법과 이름의 음절에 대한 로마자 표기 방법에 대한 절충안으로 사용되는 Hong Gil-dong이나 Hong Gil Dong, 그리고 Gil-dong Hong이나 Gil Dong Hong과 같은 방법은 언어를 전공한 사람들 사이에서도 (학자의 자기 이름에 대한 건인 만큼) 쉽게 이야기되는 부분이 아니다.[42]
하지만 국어의 로마자 표기법의 본래 의미를 생각한다면 한국어의 로마자 표기법에서 '인명에서 구분자를 넣는 게 옳은가 넣지 않는 게 옳은가(즉 인명에는 특수한 규정을 적용해야 하는가)'의 논란은 그다지 의미가 없다고도 할 수 있다. 애초에 인명의 표기 자체가 규정에 있는 것은 표기법 제정자부터 '로마자 표기법은 영어 표기가 아님'을 그렇게도 강조해 놓고서도 '로마자 표기법은 영어 표기'라고 생각하고(위의 '규정의 모순' 참조) 규정을 만들었기 때문이다. 물론 로마자 표기법을 제정할 때 음절마다 띄어 쓴다고 규정할 수도 있겠지만 현행 규정은 그렇지 않다. 그 측면으로만 본다면 현행 규정의 취지를 따라간다면 honggildong과 같이 쭉 붙여 써야 맞을 것이다(사실 저 블로그 글의 덧붙임 1의 2)에서도 순수히 한국어식으로 쓴다면 성과 이름 사이도 붙여 써야 한다고 짤막하게 언급하고 있다). 띌 것인가 붙일 것인가 구분자를 넣을 것인가는 '국어의 로마자 표기'의 문제가 아니라 '한국 인명의 영문 표기(또는 독문, 불문 등)'에서 논할 문제다.
8 관련 문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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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단, '이중모음'이라는 개념 자체가 로마자를 사용하는 대부분 언어에서는 자음+모음의 조합이기 때문에 실질적으로 로마자 표기에 영향을 주는 것은 단모음뿐이다.
- ↑ 반면 일본어에는 탁음과 청음의 구별이 있다. 이는 유·무성음과 완벽하게 일치하지는 않으나 거의 유사하므로 그대로 써도 큰 문제는 없다.
- ↑ 경기도 여주시에 있다.
- ↑ 위에서 예시로 든 '북내 → Bungnae'의 경우, 현지 도로표지판을 살펴보면 Buknae라고 적혀 있다(...). 또한 함평군 월야면의 경우 철원 → Cheorwon과 마찬가지로 월야 → Worya인데 도로표지판에 Wolya라고 적혀 있는 경우가 많다(물론 Worya라고 제대로 적힌 경우도 있다).
- ↑ 한국에서 만들어진 한국어의 로마자 표기법에 의해 Seoul이란 철자가 나온 게 아니다. 영어권에서 이미 Seoul이란 철자가 쓰였고, 이후에 만들어진 국어의 로마자 표기법이 그와 일치할 뿐이다. 정확히는 일치하도록 규정을 끼워 맞춘 것. Seoul이라는 표기는 영어권에서부터 쓰기 시작한 것이 아니라 프랑스어권에서부터 쓰기 시작했다. 정확히는 Séoul에서 나온 것으로, Sé가 '세', oul이 '울'이다. 자세한 것은 서울특별시 문서 참고.
- ↑ 물론 한글과 한국어는 분명히 다르지만, 보통 우리는 한국어로 적혀 있다고 하면(또는 어떤 프로그램에서 한국어가 지원된다고 하면) 한글로 적힌 한국어를 떠올리지 로마자 등 다른 문자로 적힌 한국어를 떠올리지 않는다. 그리고 한국어 비원어민에게 한국어를 가르칠 때도 한글로 적힌 한국어를 가르치지, 로마자 등 다른 문자로 적힌 한국어를 가르치지는 않는다.
- ↑ 물론 여권의 성씨 표기도 가족 구성원마다 다르게 하는 것도 가능하다. 실제로 한 가족 내에서 Jung, Cheong, Jeong, Chung이 모두 쓰이는 경우도 존재한다.
- ↑ 사실 해외 여행의 경우 아버지와 자녀의 성씨가 달라도 영문 주민등록등본을 떼서 해외 입국 시에 보여주면 별 문제가 없으므로(물론 영문 주민등록등본의 성씨와 이름 표기는 여권의 표기와 반드시 같아야 함) 이 경우도 성씨 표기가 꼭 같아야 하는 경우에 해당되지 않는다고 할 수 있다.
- ↑ 한국 외교부는 GIL DONG → GILDONG처럼 기존 여권의 이름에서 공백만 제거하는 경우를 제외하고는 여권의 이름을 잘 바꿔 주지 않는다. 그리고 현재는 한국 여권을 처음 신청하는 경우 이름에 공백을 넣는 것을 허용하지 않으므로(다 붙여 쓴 GILDONG이 원칙이며, 중간에 붙임표를 넣은 GIL-DONG을 허용함. 공백을 넣은 GIL DONG은 여권을 처음 신청하는 경우에는 허용되지 않음), 현재 여권을 처음 신청한다면 이름에 공백이 들어갈 일은 없다. 다만 GIL-DONG처럼 붙임표를 넣으면 붙임표가 안 들어가는 여러 시스템에서 문제가 되어 불편을 겪을 수 있으므로, 붙임표도 넣지 않고 그냥 GILDONG으로 쭉 이어서 쓰는 것이 여러모로 좋다.
- ↑ 현지 언어의 이름(예: 영어권에서 생활할 경우의 Brian, Christina와 같은 영어 이름)을 쓰기도 하나, 이건 현지 시민권을 따서 공식적으로 개명하지 않는 이상 '법적으로' 인정받는 이름은 아니다.
- ↑ 영어권의 경우 preferred name(legal name과는 별개로 자신이 일상에서 불리기를 원하는 이름)이라는 개념이 존재하기 때문에 일상에서 legal name과 다른 이름을 쓰는 것을 그렇게 이상하게 생각하지 않는다. 예를 들어 자신의 legal name이 John인데 John보다는 Peter라는 이름이 더 마음에 들어서 Peter라고 불리기를 원한다면 Peter라고 불러 달라고 해도 문제없고, Peter라고 불러 달라고 요청하면 다들 Peter라고 불러 준다. 이때 John은 legal name, Peter는 preferred name이 된다. 물론 legal name이 요구되는 곳에서는 반드시 legal name을 써야 한다. 한국인이 영어권에서 생활할 때의 영어 이름도 보통 preferred name으로 분류되며(예로 든 Gildong과 John의 경우 legal name은 Gildong, preferred name은 John이 된다), 현지 시민권을 따면서 법적으로 영어 이름으로 개명하면 영어 이름을 legal name으로 만들 수 있다.
- ↑ 가끔 한자 이름도 요구되기는 하나 한글 전용이 보편화된 현재 이는 드물다. 그리고 로마자 이름까지는 요구되지 않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 ↑ 실제로 한국 내에서는 개인이 자신의 이름을 로마자로 쓸 때 일반적으로 사용하는 철자, 신용카드의 철자, 여권의 철자가 모두 다른 경우도 종종 있다. 그리고 자신이 써 왔던 철자 대신 다른 철자를 사용하기 시작하는 경우도 있다. 하지만 한국 내에서는 이것이 문제가 되지 않는다.
- ↑ 상술했듯이 여권의 성씨 표기도 가족 구성원마다 다르게 하는 것도 가능하다. 만약 가족 구성원들의 여권 성씨 표기 통일이 반드시 필요한 경우라면 외교부에 성씨 표기가 반드시 같아야 함을 증명하는 제출하고 변경 신청을 하면 된다. 애당초 한 가족 안의 한글 성씨와 한자 성씨는 달라질 수 없으나 로마자 성씨는 얼마든지 달라질 수 있다는 것이 한국 내에서 로마자 이름이 중요하지 않다는 것을 잘 증명해 준다. 게다가 상술했듯이 여권은 일반 한국인들이 필수적으로 발급받아야 하는 것도 아니므로, 일반 한국인들에게 로마자 이름은 거의 또는 전혀 중요하지 않다고 할 수 있다.
- ↑ 물론 다른 언어권에서 한국에다가 한글/로마자 표기를 어떻게 해 달라는 요청을 해도 한국 쪽에서 그것을 꼭 받아들여야 할 의무가 있는 것은 아니다. 예를 들어 조지아 정부의 '그루지야를 조지아로 바꿔 주었으면 한다'라는 요청을 한국 쪽에서 받아들여야 할 의무는 없었다. 단지 한국 쪽에서 그냥 받아들인 것이다. 만약 그리스에서 한국에다가 '그리스라고 하지 말고 엘라다라고 해 주었으면 한다'라는 요청을 해도, 한국 쪽에서 '우리는 이미 오랫동안 그리스라고 해 왔으며 앞으로도 계속 그리스라고 할 것이다. 미안하지만 그 요청은 거절하겠다'라며 그리스의 요청을 받아들이지 않아도 문제없다.
- ↑ 만약 누군가가 '강'에 대해 gang을, '방'에 대해 bang을, '신'에 대해 sin을 쓸 것을 권고해서 이름에 '강', '방', '신'이 들어가는 사람들이 여권에 GANG, BANG, SIN으로 써서 영어권에서 생활하면서 놀림거리가 됐다고 하자. 그렇다면 gang, bang, sin을 쓸 것을 권고한 사람이 책임질 것인가? 아마 책임지려 하지 않을 텐데, 그렇다면 아예 처음부터 특정 철자를 권고하지 않는 것이 낫다.
- ↑ 실제로 영어 화자들이 읽었을 때 올바르게 발음되지 않는다는 이유로 현행 국어의 로마자 표기법이 잘못됐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다.
- ↑ 기술주의: 언중이 '희'를 hee로 많이 쓰므로 hee가 (표준 표기가 되는 것이) 옳다 / 규정주의: ㅎ은 h, ㅢ는 ui로 규정되어 있으므로 '희'는 hui로 적는 것이 옳다. 언중이 hee로 쓰는 건 상관없으며, 이를 hui로 '고쳐야' 한다
- ↑ 프랑스어 알파벳에 기반한 라오어의 로마자 표기에서는 이렇다. 여담으로 프랑스어 p의 경우 한국에서는 'ㅍ'라고 적는데, 이는 외래어 표기법 조항 중 '된소리를 가급적 쓰지 않는다'라는 조항 때문에 원음이 '빠리'에 가까운데도 불구하고 '파리'라고 적는 것이다.
- ↑ 한국인들에게는 전자법적으로 한국어를 글자 그대로 따라 쓰는 것이 편할 수 있으나 외국인들에게는 너무나도 어렵고 불편하다.
- ↑ 실제 발음은 후치경음이다. 단지 차이는 '혓바닥으로 발음하냐, 혀끝으로 발음하냐?'이다.
- ↑ '신' 씨 성을 표기할 때 Shin이라 하는 것은 대부분 영어의 죄악이라는 뜻의 sin을 피하기 위해 쓰는 것으로 알려져 있지만, 그것은 오해이다.
- ↑ sh, j는 후치경음이지만, 같은 발음 위치에서 후치경음은 혀끝으로, 치경구개음은 혓바닥으로 발음하며 차이가 거의 없다.
- ↑ 폴란드어에서는 si를 śi 따위로는 쓰지 않는다. 마찬가지로 ńi, ći 따위로도 쓰지 않는다.
- ↑ 한국어의 로마자 표기법과 똑같이 영어권 화자가 자음은 영어식, 모음은 라틴어식과 이탈리아어식으로 표기하고, 변이음이 잘 반영되어 있고, 한국어와 달리 유성음/무성음 대립만 제외하면 유사한 음성학적 역사(구개음화, 순음퇴화)가 있어 한국어의 로마자 표기법의 대한 예시로 하기에 적합하다고 판단되어 예시로 들었다.
- ↑ 특히 어두에서 u나 w와 조합될 시 일어난다.
- ↑ 반영이 되면 '화명'을 Hwamyŏng이 아닌 Famyŏng이라 적게 될 것이다. 다만, 헵번식 로마자 표기법은 반영하여 f로 표기한다(예: 후지산 富士山 Hujisan(X) Fujisan(O)). 어찌 보면 한국어 화자들이 표기법에 어긋나지만 아직까지도 후렌치(French), 후라이(fry), 후라이드(fried) 치킨과 같이 f를 ㅎ+u, w로 많이 음차하는 걸로 보아, 자연스러울 수도 있다.
- ↑ 실제로는 단모음이다. 표준 발음은 ㅔ 발음시 입술을 ㅜ 발음하듯이 동그랗게 하여 발음한다.
- ↑ 한국인들 대부분은 로마자라는 문자를 잘 알고 있기 때문에 자기 이름의 로마자 표기를 정하는 데에 아무런 문제가 없다. 실제로 예전이나 지금이나 로마자 표기법에 대한 지식이 거의 또는 전혀 없는 사람들은 많은데, 이런 사람들도 자기 이름의 로마자 표기를 잘만 정해 왔다. 그렇기 때문에 따지고 보면 인명에 대해서는 별다른 규정이 딱히 필요하지 않다고도 할 수 있다. 오히려 '인명의 표기는 개인의 자유로 한다'와 같은 조항을 넣어 두었어도 문제는 없었을 것이다. 한국인 이름의 로마자 표기가 중구난방이고 전체를 아우를 수 있는 규칙을 도출해 내기도 어려운 경우가 대부분이므로(물론 상술한 영 young, 희 hee와 같이 언중에게 사실상 정착된 표기로 볼 수 있는 경우도 있으나, 이런 경우는 어디까지나 소수에 불과하며 '전체를 아우를' 수도 없다), 규칙 만들기를 아예 포기하고 저런 조항을 넣어 두는 것이 오히려 더 현실적인 조치라고도 할 수 있다.
- ↑ 또한 서양인들은 현행 국어의 로마자 표기법에서 '국', '밥'을 각각 guk, bap으로 적는 것도 이해하지 못한다. 서양인들의 관점에서는 '국'의 초성 ㄱ과 종성 ㄱ은 똑같이 [k\] 발음이고 '밥'의 초성 ㅂ과 종성 ㅂ은 똑같이 [p\] 발음인데(음성적으로도 '국'의 두 ㄱ과 '밥'의 두 ㅂ은 똑같이 무성음이다) 각각 g, k와 b, p로 다르게 적는 것이 이해가 되지 않는 것이다.
- ↑ 언어학 용어. 다른 모음에 붙는 한글 자모 'ㅣ'를 뜻한다.
- ↑ 이는 터키어와 비슷하다. 터키어의 c는 영어 jump의 j와 같은 [dʒ\] 발음이다.
- ↑ 위의 오리지널 매큔-라이샤워 표기법에 따른 표기에서 n'g가 n-g로, wŏ가 wo로, si가 shi로 바뀌었다. 구체적으로는, 위 예시에서 in'ganŭn, kwŏllie, yangsimŭl, chŏngsinŭro가 각각 in-ganŭn, kwollie, yangshimŭl, chŏngshinŭro로 바뀌었다.
- ↑ 이것을 보고 문화 사대주의라고 할 수도 있으나, 대다수의 서양인들은 동아시아에서 성 이름 순으로 쓴다는 것을 모른다. 그래서 Hong Gildong으로 쓰면 십중팔구는 Hong을 이름으로, Gildong을 성으로 인식한다. 이런 오해를 사전에 방지하기 위해 아예 서양식으로 이름 성(Gildong Hong) 순서로 쓰자는 것.
- ↑ 여기서 베트남어 인명으로 재반박하는 사람이 있을 수 있는데, 베트남어 인명엔실제로 가운데 이름(미들 네임)이 존재하기 때문에 재반박의 근거가 되지 않는다. Nguyễn Tấn Dũng에서 Nguyễn이 성, Tấn이 미들 네임, Dũng이 이름(given name)이고, 실제로도 Dũng으로만 불린다(Tấn Dũng으로 불리는 경우가 거의 없다). 또한 베트남어의 경우 애초에 한국어와 달리 띄어쓰기를 단어마다 하는 것이 아니고 각 음절마다 한다.
- ↑ 붙임표 없이 Gildong으로 넣기도 하고, 붙임표를 공백으로 대체해서 Gil Dong으로 넣기도 한다. 그리고 붙임표 처리에 문제가 없는 곳에는 Gil-dong으로 들어간다. 즉 시스템에 따라 Gildong, Gil-dong, Gil Dong이 혼용되어 불편을 초래한다.
- ↑ 이게 위 논문과의 시각 차이이다. 블로그 글의 글쓴이는 Gil-dong조차 아예 허용하지 말고 언제나 Gildong으로 쓰자는 주장을 하고 있는데, 이는 글쓴이는 아예 로마자 표기로부터 한글 표기를 환원해 내는 것 자체를 별 의미가 없다고 봤기 때문이다. 해당 글의 글쓴이는 Mina가 '미나'인지 '민아'인지 알 수 없는 건 한국인들이 지 꼴리는 대로 써서 jung이 원래 '정'인지 '중'인지 알 수 없는 것과 다르지 않다고 보았고, 따라서 상황이 이러하므로 환원 자체를 별 의미가 없다고 본 듯하다. 즉 위 논문의 저자가 말하는 음절 혼돈 우려에 대한 글쓴이의 시각은 "해외에서는 한글 신경 안 쓰고, 한글이라는 게 있는지도 모른다. 그리고 한국인들 스스로 지 꼴리는 대로 써 대서 jung이 '정'인지 '중'인지도 알 수 없는 판인데 Mina가 '미나'인지 '민아'인지 알 수 없다고 따지는 게 무슨 의미가 있냐"로 보인다. 비슷한 사례로, 일본인 이름이나 중국인 이름도 로마자 표기만 보고서 해당되는 원어 표기를 알아낼 수 없다. 오히려 원어 복원을 염두에 두지 않고 로마자 표기를 한다. Takashi TAKEDA라면 이게 원래 武田 隆인지 竹田 孝志인지 아니면 다른 표기인지, ZHANG Ziyi라면 이게 원래 章子儀인지 張紫宜인지 아니면 다른 표기인지 알아낼 수 있는 방법은 없다. 하지만 일본인들이나 중국인들이 환원 가능 여부를 신경 쓰지는 않으며, 로마자 표기로부터 원어 표기를 알아낼 수 없다는 점이 실제로 큰 문제로 이어진 경우도 없다.
- ↑ 논문의 저자와는 달리, 블로그 글의 글쓴이는 순서를 이름 성(Gildong Hong)으로 하는 게 좋은지 성 이름(Hong Gildong)으로 하는 게 좋은지에 대해서는 언급을 하지 않고 있다. 하지만 들고 있는 예시가 대부분 이름 성 순서로 돼 있다는 점과 middle name 오해 문제 등을 언급한 것을 보면 블로그 글의 글쓴이도 논문의 저자와 마찬가지로 이름 성(Gildong Hong) 순서를 더 선호하는 것으로 보인다.
- ↑ 그리고 블로그 글의 글쓴이 말대로 한국인 인명 로마자 표기가 무질서한 이상 한글로 환원이 잘 되지도 않는다.
- ↑ 물론 애칭이나 별명으로 두 음절 중 한 음절만 부를 수도 있지만, 그렇다고 해서 그 사람의 본명이 한 음절이 되는 것은 아니며, 부르는 사람도 불리는 사람도 그 하나의 음절만이 온전한 이름을 이루지 않는다는 것은 인지하고 있다.
- ↑ 그리고 단지 '발음'을 음절별로 나눠서 하기 때문에 음절별로 분리해 '표기'해야 한다면, '남궁'과 같은 복성도 Nam Gung과 같이 띄어 써야 한다. 하지만 아무도 '남궁'을 로마자 표기할 때 Nam과 gung 사이를 띄어 쓰지는 않는다.
- ↑ 그런데 만에 하나 Gil Dong이나 Gil-dong과 같이 음절별로 분리해서 쓰는 게 한국식이라고 해도, 그렇다면 왜 이름을 로마자로 쓸 때 일반적으로 Gil Dong Hong이나 Gil-dong Hong과 같이 성을 뒤에 쓰는지에 대해서는 설명이 되지 않는다. '성을 뒤에 쓰는 것도 영어 등 성을 뒤에 쓰는 언어권의 관습에 맞춘 것인데, 그렇다면 왜 이름은 Gil Dong이나 Gil-dong이라고 써서 마치 이름이 두 개인 것처럼(특히 Gil Dong의 경우 Gil이 first name, Dong이 middle name으로 인식되기 쉽고, 이름이 Gil만 남기 십상이다) 보이게 하는가?'로 반박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