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산벌(영화)

1 소개

거시기라는 단어를 전국구로 만든 일등공신격의 영화. 2003년 10월 17일 개봉.

나중에 왕의 남자로 유명해지는 이준익 감독의 출세작이다. 박중훈계백 장군, 정진영김유신 장군으로 등장한다. 이외에도 각종 단역들의 캐스팅이 잘된 편이다. (김승우, 신현준, 전원주, 오지명, 김선아 등 호화 캐스팅)

포스터만 믿고 "코미디 영화네?"라는 반응을 보인 사람들도 꽤 있었다. 물론, 반은 맞지만... 실상은 전통적인 사극의 클리셰를 뒤집고 비튼 사극 처음 크랭크인 될 당시 TV 광고로 쓰인 영화의 예고편은 이 영화를 한편의 코미디로 광고했고, 영화의 초중반부가 상당부분 웃음을 자아내는 장면으로 채워져 있기에[1] 대다수의 관객들은 역사를 배경으로 한 평범한 코미디, 혹은 적당한 수위의 블랙 코미디 정도로 받아들였다.

그리고, 흥행은 대성공이었으며 한국 코미디 영화 역사에 길이남을 수작으로 높은 평가를 받았다.

2 캐스팅

  • 박중훈: 계백 역
  • 정진영: 김유신 역
  • 이문식: 거시기 역
  • 안내상: 김법민 역
  • 류승수: 김인문 역
  • 정성화: 문디 역
  • 임형준: 부여태 역
  • 우현: 임자 역
  • 조달환: 뻐꾸기 2 역
  • 이준익: 북 치는 백제군 병사 역
  • 오지명: 의자왕 역 (특별 출연)
  • 이원종: 연개 소문 역 (특별 출연)
  • 김선아: 계백 처 역 (특별 출연)
  • 김승우: 백제 첩자 1 역 (특별 출연)
  • 신현준: 백제 첩자 2 역 (특별 출연)
  • 전원주: 거시기 엄마 역 (특별 출연)

3 줄거리

5만 신라군 총사령관으로 나선 김유신은 작은 조카[2]이자 신라 왕자인 김인문의 시건방진 어그로성 통역[3]+당나라 소정방의 어거지[4]로 인해 말도 안 되는 기간 내에 황산벌을 지나 당군의 군량미를 공급해야 하는 상황에 놓인다.[5] 그러나 황산벌에서 계백이 이끄는 5천의 결사대가 길을 막아서자 김유신은 진군을 멈추게 되고, 계백이 병사들에게 말한 정체불명의 방어수단, "거시기"가 뭔지 알아내기 위해 동분서주하게 되는데...

초기에는 백제의 승리로 계속 진행되지만 김유신과 계백간의 "인간 장기"(…)에서 계백이 '거시기'의 진실[6][7]을 스스로 밝히게 되면서 김유신은 관창을 비롯한 화랑의 카미카제를 연상시키는 자폭 돌격과 진흙을 통해 군복을 벗을 수 없는 백제군의 움직임을 제약하는 방식[8]으로 스스로 갑옷을 벗게 만든 후에 총공격을 감행 백제군을 전멸시켜 승리를 거뒀고, 결국 계백은 화살에 고슴도치가 되어버린뒤 마지막에 부인과의 대화[9]를 떠올리면서 김흠순[10]에게 참수당한다.

4 특징

4.1 사투리

영화에서 가장 중요한 요소는 바로 사투리다. 지위의 고하를 막론하고 사투리로 대화하며, 격식도 거의 갖추지 않는 모습을 보인다.[11] 대표적으로 김인문(문무왕의 동생)이 김유신에게[12] "니 몇살이고?" 등이 있다.[13] 또, 계백(박중훈분)은 의자왕(오지명분)과의 독대에서 거의 거리낌없이 행동하기도 한다. 이렇듯 이 영화의 모든 대사는 사투리로 이루어진다. 재미있는 점은 당시 백제에서 지배층이 쓰는 말과 백성들이 쓰는 말이 다르다고 하는데(지배층이 북쪽에서 내려와서 그럴까?) 그게 초반에 '어라하'라는 말을 통해 보여진다는 점이다. 당시 백제 귀족들은 왕을 어라하로 일반 백성들은 건길지로 불렀다고 한다. 어찌보면 조선시대 신료들이 '주상', '전하', '상감'등으로 백성들은 왕을 '나랏님', '상감마마'등으로 부른 것과도 비슷하다. 나머지 어떻게 다른지는 사료가 부족해서 연구가 어려운 편. 궁금하면 직접 연구해보자.

사투리는 표준어에 비해 촌스럽고 투박하다는 편견이 널리 있기 때문에 "진지한 역사적 상황"(나라의 운명이 걸린)에 '세련된' 표준어가 아닌 '투박한' 사투리는 뭔가 어색하다. 보통 퓨전사극 열풍이 불기 이전인 이 시기의 역사영화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세련된' 표준어[14] 로 "무게잡는" 배우, 시적 대사를 읊는 영웅들의 모습과는 정 반대였다.

물론, 그 "진지한 사극"들도 엄밀히 말해 현대의 역사관과 표준어관에 맞춰 개편된 이미지였음은 당연하고. 모델이 되는 역사 속 인물들은 (현재의) 표준말 따윈 쓰지도 않았을 것이며, 실제로 위대한 대의를 이루기 위해 노력하는 영웅이라기보다는 현대의 기업가, 혹은 정치인과 같이 자신의 이해타산에 맞춰 행동하는 인물에 가까웠을 것이므로 영화 속 사투리라는 장치와 자신들의 이해타산을 계산하는 인물들의 면면을 통해 그런 "현대식으로 개편된" 이미지들을 제거하고자 한 것으로 해석된다. 하지만 사투리가 진지한 대화에 어울지않는 촌스러운 말이라는 기존의 편견은 강화시켰지...

영화 내내 나오는 백제군의 사투리를 들어보면, 계백은 충청도 부여 사람임에도 불구하고 진한 전라도 사투리를 쓰고 있다. "~해불자!"같은 말은 충청도에서 쓰지 않는 말. 사실 충청도 남부 사투리는 전북 사투리와 별반 다르지 않다. 게다가 이 때는 충청도 북부 지방은 이미 백제 땅도 아니었다. 청주 사람도 이 영화에 나온 사투리는 다 알아듣는다.

4.2 전통적 영웅상 뒤집기

기존의 영웅상 비틀기는 영화 처음에 신라, 백제, 고구려, 의 지도자가 참석한 국제회의 씬부터 매우 확실하게 드러난다.[15] "천자가 된 것은 하늘의 뜻이니라"라고 엄숙하게 선언하는 당고종의 모습은 우리가 사극 등을 통해 익숙해진 고대 영웅의 모습이다. 그런데 그 다음의 대화에서 이 영화는 기존의 영웅상을 완전히 박살 낸다.[16]

연개소문: 보라우. 니 아바디 당태종이가 형제들 쳐 죽이고 황제 된 것도 하늘이 정해준 질서네?(…)

김춘추: 황제께서는 지금 이 정권의 철학적 정통성을 말씀하고 안 있나?
연개소문: 정통성? 기래. 내레 쿠데타[17] 일으켜서 정권잡았다. 와? 김춘추 너레 반쪽자리 왕족 주제[18][19][20]에 김유신이랑 짝짜꿍해서리 정권 잡디 않았서? 의자왕, 니 아바이도 서자디?[21][22] 여기 정통성 있는 놈이래 누구래 있어야?! 전쟁은 정통성 없는 것들이, 정통성 세울려고 하는 기야야!
의자왕: 아 고것이 정치적 경륜이제.
김춘추: 하루가 멀다하고 쳐들어와, 남의 백성 쳐 직이는게 정치적 갱륜이가?! 니놈 왕 되고 지난 20년간 우리 신라는 하루도 편할 날이 없었데이!
의자왕: 아 즉위 초기에 정권 장악하고 국론 통일 할려면 다들 하는거 아녀?
김춘추: 대야성에서, 내 딸내미 죽이삔거 벌써 이자삣나?
의자왕: 느그 신라 씨벌넘들 554년[23] 옥천 땅에서, 우리 고조할아버지 성왕을 죽여서 어따 묻었어? 지난 100년동안 느그 조상하고 우리 조상하고 전쟁하면서 있었던 일 한번 씨뿌리 볼까?!
김춘추: 니캉 내캉은 같은 하늘 아래에서 살 수 없는 존재데이!
당고종: 그만! 너희들이 막나가니까 나도 노골적으로 말하겠다. 강대국이 까라면 까!

그리고 당고종은 신라를 괴롭히는 고구려와 백제를 "악의 축(…)"으로 선포한다.[24] 그리고 김춘추는 "저것들은 악의 축이 아니라 악의 덩어리라카이!"라고 하면서 의자왕을 천하의 개쌍놈으로 지목한다.[25] 그리고 의자왕은 김춘추를 가리켜 "저새끼 저거 축에도 못 끼는 새끼가 저거 말하는 것 좀 보랑께"라며 낄낄댄다.(...)

이 5분도 되지 않는 짧은 씬 동안 허구적인 영웅의 이미지들이 박살난다. 대의니 뭐니를 외치는 영웅은 실은 아버지가 자신의 야심을 위해 부모형제를 족치고 황제에 오른 패륜아의 아들이고, 김춘추는 백제에 대한 정벌을 사위는 빼고 자기 딸의 원수이기 때문에 정벌하려하는 등 전쟁은 태평성대를 위한 숭고한 희생의 길이 아니라 단순한 정치적 수단이란 것을 영화는 내내 계속 강조한다. 물론 그 당시 정세로 보자면 신라도 살아남기위해 백제를 치기로 결심한 것이지만 정치적인 의도도 외면 할수 없다는것을 이 영화는 훌륭하게 표현하고 있다.

이런 의도적인 메시지는 황산벌 전투에서 가장 극적인 두 장면들, 화랑 관창의 출진 직전 장면계백을 이야기 할 때 빼놓기 어려운 가족들을 베는 두 씬에서도 찾아볼 수 있다.

관창 : (빈정거리며) 아부지, 지금 누가 시켜가 이러는 거 아이지예?

김품일 : 하모. 시상에 누가 시킨다고 지 새끼 디지라고 등 떠밀 애비가 어딨겠나?[26]바로 너잖아!
관창 : 아부지, 이거 진짜 개죽음 아니지예?
김품일 : 장난하나? 니는 뜬데이. 뜬데이. 반드시 뜬데이. 화랑 관창. 역사에 기리 남으리. 관창아. 꿈은 이루어진데이. 그럴라믄 니 그냥 죽으면 안 된데이. 정신 바짝 차리고 죽어야 한다. 폼~나게. 비~장하게. 장~렬하게(…). '폼'이 순 한국어
김품일 : (반굴이 먼저 달려나가자)김흠순이 저 문디자슥이 선수 쳐삐네!

중간엔 관창과 함께 전사한 화랑 반굴[27]과 그의 아버지 김흠순과의 대화에서 "나도 죽고 싶다. 죽고 싶어 미치겠다. 그런데, 애비가 죽으면 약발이 안 먹힌덴다."(…) 같은 대사도 있었다. 뒤에도 나오지만 약발 타령은 의자왕 마지막 신에서 다시 한번 등장. 근데 이번에는 반대로 아들이 죽으면 약발이 안 먹힌다라고 나온다(…).

한편 계백이 전장에 나가기 전, 아내와 자식들을 살해하는 장면 또한 이를 잘 나타내 주는 장면.

계백 : 살아서 치욕을 당하느니 명예롭게 죽어야지... (사약을 가리키며)그거...마시고 먼저 가소.

계백의 아내[28] :머시라고라잉?...아시방 이녁이(계백) 그런 말 할 자격있당가요잉? 아 글먼 우들이 아이고 서방님 아이고 아부지 이 약사발 쳐먹고 다 뒤지불라요...아 이랄줄 아셨소? 옉끼 이냥반아
계백 : 길게 끌면 추해지오...깨끗하게 갑시다.
계백의 아내: 오매~...아 긍게 시방 생때거튼 내 새끼들한테 자진해서 다 뒤져버리라고라잉? (계백의 아이들이 불안해 한다.) 씨만 뿌려놓고 밤낯 칼싸움하러 싸돌아댕긴 인간이 말이여, 인쟈 와갔고 뭐시 어쪄고졌쪄?!
계백:(일어서며 칼을 뽑는다): 그거 마시고 죽을껴, 내 칼에 죽을껴?
계백의 아내:(무섭지만 참으며 꿋꿋하게 아이들을 뒤로보내 보호하며)나가 시집와가꼬...이날 평생 악밖에 안남은 년이여!...염병하고...그라고 인간아 니가 뭣을 해준게 있냐? 뭣을 응?!..전쟁을 하든가 말든가, (울분에 차서)아! 나라가 쳐망해불든가 말든가 아 그것이 뭣인디 니가 내 새끼들을 죽여분다 살려분다 그래야!!
(계백, 심란해진다..)
계백의 아내: (구슬프게 말하며)느그 애비 애미도 살았서도.....느그 애비 애미도...이라고 죽여불라냐잉?......
계백: 호랭이는 죽어서 꺼죽을 냉기고, 사람은 죽어서 이름을 냉긴다고 혔다!....[29](절망스러워하며 울부짖는다) 제발 깨끗하게 가장께?!! [30]
계백의 아내 :(눈물을 흘리며...) 뭐시 어쩌고 어쪄?...아가리는 삐뚤어졌어도 말은 똑바로 씨부려야지. (절망스럽게 울부짖는다)호랭이는 가죽 땜시 뒤지고, 사람은 이름 땜시 뒤지는 것이여!! 이 인간아!![31]
(계백, 고개를 돌리며 이를 물고 아내와 아이들을 벤다 )

계백과 김유신, 그리고 관창이 활약한 황산벌 전투는 의심할 여지없이 한국사의 무수한 영웅담 중 한 귀퉁이를 차지하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대목들에서, "황산벌"은 "황산벌 전투"를 영웅들의 이야기로 해석하길 거부하는 것으로 해석된다. 실제로 역사적 영웅들을 자신의 욕망을 가진 평범한 인물들로 그리고, 그들이 "역사에 남을 이름에 집착하는 모습"을 그린 점 등에서 더욱 분명해진다.

영웅이어야 마땅할 이들인 관창, 그리고 계백의 삶과 최후, 그리고 역사에 남은 그들의 "영웅적인 행적"은 아버지의 부추김에 넘어간 철없는 젊은이의 자살돌격이 되고, 계백의 경우 비록 가족들을 위한 절망적인 방법이였지만, 가족들에겐 그저 위선적이고 아내와 아이들을 죽이는 잔인한 인물이 됐다. 이것은 후반에 미치지 않고서는 전쟁을 할 수 없다는 김유신의 자조적인 대사에서 잘 나타난다.

결국 관창을 비롯한 화랑들은 부친들의 부추김에 넘어가 울면서 전사하고, 마지막에 부인의 유언을 떠올린 계백은 다른 누구도 아닌 평범한 병졸, 이름도 모르는 병사 거시기를 탈출시키며 "죽을때 죽더라도 뭔가 하나는 남겨야지. 난 자네를 남기고 싶네"라고 한다.

4.3 관객과 학계의 반응

역사에 대한 해석에 엄격하고, 그에 따라 영웅서사에서 벗어난 역사극의 시도가 거의 존재하지 않았던 한국에서 이런 "영웅없는 역사극"은 꽤나 충격적이었다. 이런 점들 때문에 영화 개봉 이후 영화평은 "감독이 역사를 단순한 코미디로 만들었다."는 의견과 "훌륭한 역사극이다."란 의견으로 크게 양분되었다.

역사학계의 입장은 후자에 가까웠다. 사실 역사라는 학문이 제일 좋아하는게 거꾸로 보고 비틀어보고 뒤집어보는거고(물론 근거없이 떠들어대는 불쏘시개들과 같은 의미가 아니다.), 어느 정도 근거를 가진 재해석이었기 때문[32]. 황산벌 전투에서 전해지는 건 '계백이 처자식을 죽이고 결사대 5천을 이끌어 김유신의 5만 대군과 맞섰고, 4차례 교전에서 승리를 거두었지만 이에 화랑들이 자살 돌격으로 신라군의 독기를 올려 결국 신라가 승리했다' 정도 밖에 없으니, 어떻게 싸웠는지, 계백의 최후가 어땠는지, 신라와 백제의 언어가 어떻게 달랐는지 등은 해석과 상상의 범위이므로, 극중 욕 배틀(...) 정도를 빼면, 묘사를 어떻게 하든 딱히 고증오류라고 할 수도 없다[33].

특히 황산벌 전투를 전후한 동아시아 4국의 관계 묘사 부분이나 당시 백제, 신라, 당 내부의 상황 묘사 부분 등, 다시 말해 황산벌 전투의 욕 배틀 부분만 제외하고 나면 "훌륭한 역사극"이라는 평가는 전혀 이상한 게 아니다.

지금은 많이 덜해졌다고 하지만, 이 영화가 개봉되었던 2000년대 초반에만 해도 백제의 멸망이라는 거대한 역사적 사건을 두고 백제, 신라와 관련해서 일반 대중이 가지고 있던 인식은 그저 '의자왕이 삼천궁녀 끼고 술이나 퍼 마시다가 나라 말아 먹었다더라', '신라는 당나라에 영혼까지 팔아서 동족을 핍박한 천하의 개쌍놈들이더라' 정도였고, 그러한 인식은 영화가 개봉되고 시간이 많이 흐른 2010년대 후반 지금까지도 꽤나 만연해 있다.

그러나 극중에선 의자왕 이야기, 특히 백제 멸망의 원인을 두고 하는 이야기라면 삼국사기 등에 묘사된 의자왕의 타락 이야기를 근거로 으레 나올 법도 한 궁녀라고는 단 한 명도 나오지 않으며, 그 대신 백제 지배층의 내부 분열과 전술적 오판 등을 묘사한다. "그 나라가 우덜 나란가? 너거 부여씨(백제 왕실의 성씨)들 나라제.", "왕자들 41명을 죄다 좌평에 앉혀 놓은 뒤로는 우덜 나라는 없어져부렀제![34]"란 백제 귀족들의 대사 등을 통해서는 백제 왕실과 귀족 집단의 분열과 반목 양상을 입체적으로 묘사해 주고, 나당 연합군의 진로를 두고 고구려로 갈지 백제로 갈지 몰라 갈팡질팡하다가 백제로 온다는 소식에 대경실색해서는 패닉 상태에 빠지는 백제 지배층의 모습 또한 묘사해주는 식인데, 사실, 이건 재해석이라기보다도 오히려 실제 역사에 상당 부분 부합하는 묘사다.

나당 연합군이 백제로 쳐들어오리라는 생각 자체를 하지 못했다는 것이 실제에 가깝다. 일단 한반도 서쪽 연안을 지나 중국으로 가는 연안 항로를 대체하는, 황해를 직접 가로지르는 직항 항로는 삼국시대 말기에야 활용되기 시작하는데, 그 새로운 항로로 13만 대군이 날아오리라는 것은 미처 생각하기 어렵다. 또 이를 뒷받침할 수 있는 것이 백제의 충신 가운데 하나로 기억되는 성충의 상소문인데, 그걸 읽어보면 "어라하, 이제 술 그만 마시고 여자들이랑 그만 노세요!" 라는 식의 언급은 전혀 언급되어있지 않으며, "당나라와 신라가 분명히 쳐들어옵니다. 이제부터 어떻게 대책을 강구해보죠!" 라는 것이 골자다.

또한, 신라와 백제의 관계를 두고도 같은 민족 어쩌고 하는 일반 대중의 민족주의적인 관점은 그다지 찾아보기 힘들고, 다만 드러나는 것은 무려 1세기에 걸쳐 피로 피를 씻어내며 이어진 지긋지긋한 원한 관계뿐이다. "의자, 네가 왕 되고 지난 20년 동안 우리 신라는 하루도 편할 날이 없었데이!" 라는 김춘추의 노기 어린 대사라든가, "느그 신라 씨벌놈들, 554년 옥천 땅에서 우리 고조 할아버지 성왕을 죽여서 어따 묻었어? 지난 100년 동안 느그 조상이랑 우리 조상이랑 전쟁하면서 있었던 일들 한 번 씨부려 볼까?" 라는 의자왕의 욕설 섞인 대사 등을 통해, 이들이 그저 '동족'이라고 할 수 있는 관계가 전혀 아님을 여실히 드러낸다.

다만, 당시 문헌으로 짐작할 수 있는 것은 지배층간의 원한일뿐이고 지역민간의 거리감이 아니다. 만약, 유럽 중세에 영지를 이웃하는 A대공과 B국왕이 대를 이어 싸우다 화해했다가 싸웠다가 한다면 그 원한은 지배층 사이의 것이라 할 것이다. 하지만 유럽 중세의 귀족들은 결국 같은 국가란 테두리안에 메여있었고, 신라와 백제는 뿌리부터 상이하며 건국후 700년이 지난 독립 국가임을 무시할수 없다.

나당 연합군 내부 사정을 두고도 객관적이고 적절한 묘사가 이어진다. 신라 왕인 김춘추를 관등서열의 말단에 놓고 당나라 사람들을 그 위에 놓으면서, 신라군을 당군의 지휘 하에 두어 당나라가 신라보다 우위에 있음을 확실히 하려는 당나라의 모습과, 그걸 불쾌하게 여기면서도 "배 돌려 그냥 갈까?" 하고 묻는 당군의 질문 앞에서는 X 씹은 표정만 지어 보이면서도 끝내 아무 말도 하지 못하고 따를 뿐인 신라군을 묘사하면서, 신라가 당나라에 길 수밖에 없었다는 안습한 상황을 보여주는 한편, 그래도 도저히 안 되겠다 싶을 땐 당나라 대장 소정방에게 칼을 뽑아 들며 "느그 당나라 개새끼들, 내 언젠가 이 땅에서 싸그리 몰아낼끼다!" 라고 외치는 신라 대장군 김유신의 대사에서는, 신라도 마냥 끌려다니기만 했던 게 아니며, 약소국임에도 지킬 것은 분명히 지키고자 했다는 객관적인 역사 인식을 보여준다. 그 밖에도 신라계 진골과 가야계 진골간의 내분과 갈등구도까지도 제대로 묘사했고,[35] 국왕은 '전하'라고 불리는 데에 반해 백제의 국왕은 '어라하'라고 불리는 등, 자잘한 고증까지도 제대로 지켜졌다.

그러니까, 좀 놀랄지도 모르겠지만 최소한 대중의 인식에 비한다면, 사실 재해석이라기보다도 오히려 실제 역사에 부합하는 진일보한 역사 인식이었다.

사실 역사 인식이라든가 역사적 사실 반영, 고증을 준수하는 정도 등 사극으로서의 조건을 이래저래 따지고 보면, 욕 배틀과 같은 몇몇 개그를 위한 장치들을 빼고는, 한국 TV에서 사극이랍시고 틀어주는 쓰레기들이야말로 재해석(그것도 아주 저급한 수준의)이며, 영화 황산벌이야말로 진짜 정통 사극이라고 해도 크게 부족한 게 없을 지경이다. 이게 과장으로 들리는가? 당장 이 나라에서 사극이랍시고 틀어대던 것들을 한 번 돌아보도록 하자. 게다가 이것들은 영화 황산벌보다도 무려 6년 이상 뒤에 만들어진 것들이다. 이것들만 놓고 보면 그 긴 세월 동안 오히려 퇴보를 한 것이다. 오히려, 어린 시절에 사극을 보면서 사학도의 꿈을 키웠던 어린이들이 정작 사학과에 들어가 진짜배기 역사를 배우면서 사극에 환멸감을 느껴 사극을 혐오하는 일도 심심찮게 나타난다.

그래서 사학도들이 가장 싫어하는 질문사극 내용 물어보는 것이고, 제일 싫어하는 이야기사극 이야기, 제일 싫어하는 사람 중 하나사극 좀 보고 사학도인 본인들 앞에서 역사에 대해 아는 척 하는 사람이란다. 어차피 고증은 안드로메다로 떠났으니까 말해줘도 가치가 없기 때문이다.

'정통' 자 붙은 거만 해도 이 정도고, 나머지 '퓨전 사극'이라느니 뭐라느니 이래저래 핑계를 대며 대놓고 고증을 말아 잡순 수많은 쓰레기들까지 다 합치면 정말이지 우습지도 않다. 특히, 그 막장의 진국을 보여준 기황후는 정말 노답이었다. 사학과 교수님들과 사학도들이 가장 경멸한 작품이 아니었나 싶다.[36] 이 영화와 같은 시대와 같은 인물을 다룬 MBC의 사극 계백과도 비교해 보면, 오히려 이준익 감독의 영화 황산벌이야말로 정통 사극의 조건에 훨씬 더 부합한다는 걸 알게 될 것이다. 아 씨바 할말을 잃었습니다

하지만, 관객들에겐 대체적으로는 코미디 영화로 받아들여졌다. 물론, 홍보도 그렇게 이루어졌다. 다만, 일각의 반감이 이 영화에 대한 평점을 짜게 만드는데 기여했다. 여담으로, 딴지일보의 영화평에선 "그냥 생각없이 웃을 수 있는 영화를 원하면 이 영화를 절대 보지 말라."고 이야기한다. 그렇지만, 딴지일보의 영화평은 오히려 칭찬으로 생각할 수 있다. 그만큼 황산벌이 기존의 역사인식체계에 대한 신선한 비틀기 덕분에 골계미가 빼어난 블랙 코미디였던지라, 단순 코미디로 치부하기에는 수준이 있는 작품이라는 평가로 생각할 수 있기 때문이다.

어찌됐든, 흥행에는 대성공했고, 초대박을 거두었다. 키드캅 같은 나홀로 집에 아류작이나 만든다든가 성스러운 피 같은 영화를 수입해왔다가 큰 손해나 본다든가[37] 하며 듣보잡 감독으로 전전하던 이준익 감독을 크게 알린 영화다. 다만, 이준익 감독은 이 영화로 명성을 얻게 되었지만 그 이전부터 제작자로서 달마야 놀자가 대박을 거뒀던 것이 있었다.

5 이야깃거리

  • 복식이나 무기면에서는 조금 아쉬운 감이 없지않다. 우선 작중 백제군과 신라군이 쓰는 칼이 모두 엑스칼리버처럼 생겼다(...) 삼국시대에는 대체로 환두대도를 사용했다. 갑옷은 신라군이든 백제군이든 고증에 그렇게 맞지는 않는것 같아보인다. 삼국시대에는 신라와 백제는 찰갑을 주로 썼는데, 백제는 철갑, 신라는 가죽이 갑옷의 주소재인 것으로 묘사된다.그렇지만 백제의 관복과 의자왕의 의상과 고구려 연개소문의 철갑 갑옷은 어느 정도 틀에 부합하는것처럼 보이나 백제 왕자들의 관모(모자)장식에 은색 장식이 있었는지는 의문이다. 또 백제의 상징을 봉황으로 선정해놓은 것까지는 좋았으나 신라의 국기를 천마로 지정해놓는 것은 부정확하다. 우선 천마총에서 발견된 천마도(벽화인 것같지만 사실 안장에 그려진 그림)에서 모티브를 얻은 것 같지만 사실 역사학자들은 이 그림이 천마인지 기린인지 아직도 논쟁중이다. 그리고 신라는 계림국이라고 불렸을 정도로 닭이나 계룡을 신성시 여겼고 심지어는 미추왕릉으로 추정되는 묘에서 계룡모양새의 유물이 발견됐다. 그럴거면 차라리 계룡이나 닭을 국기에 형상화 시키는 게 더 나았을거라는 의견도 있다.
  • 후반부 전투 장면은 반전(플롯에서의 반전이라는 의미와 전쟁 반대라는 의미 모두 해당한다.)으로까지 여겨지게 된다. 우리가 잘 아는 역사극에서 장수들이 무쌍난무를 하는 모습은 여기서 나오지 않는다. 맨 처음의 맞짱일기토도 한국에 맞게 화살을 쏘고 중반에 나오는 맞짱일기토도 개그로 끝난다. 장수들이 작전을 짜고 병사들의 사기를 고취시키지만, 전장에서는 뒤에서 지휘만 할 뿐. 오히려 고증이 잘 된 듯.
  • 전투에서 병사들은 밀고 죽을 때까지 때리고 도망치고 울고 불고 하면서 처절하게 싸운다. 말 위에서 한 대 때리면 누가 맞고 피를 뿌리며 쓰러지는 보통 사극과는 다른 것. 주로 당하는 쪽인 백제 병사들의 처절한 모습이 많이 보이지만, 그저 사기를 올리기 위해 출진해 죽어가는 화랑들과 성에 갇혀서 본대와 고립되어 백제군에게 처참하게 살육당하는 신라의 선발대의 모습도 처절하기 그지 없다(사실 이 부분에서 영화의 반전은 시작된다.).
  • 이쯤 가면 개그나 다름 없던 사투리조차도 진지함과 처절함을 강조하는 도구로 쓰이게 된다. 신라와 백제 양군의 처절한 전투 장면과 사방에서 들려오는 울부짖음, 그리고 백제군의 대다수가 신라군에게 살해당해[38] 전투가 거의 종결될 무렵 계백이 이름도 모르는 병사 하나를 탈출시키는 장면은 정말 눈물 없이는 볼 수 없는 명장면.
  • 굳이 백제의 중심부였던 충청도가 아닌 전라도 사투리를 소재로 한 것, 신라는 그저 쌀배달꾼이었던 것, 무식하게 싸우는 계백에 비해 온갖 잔머리를 굴리는 김유신의 모습[39] 등을 보면 무게 중심이 백제, 나아가서 지역감정에 피해를 입은 전라도 쪽에 두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들지만 신라의 사정도 충분히 말해준다.
  • 일단 살아남아야 되기에 당나라와 편 먹은 것부터 그렇기에 당나라에서 받는 차별, 당나라에 빌 붙은 자가 오히려 신라를 더 무시하는 것,[40] 그걸 통해 김유신이 계속 열폭하는 모습을 통해 신라에게도 그만한 사정이 있었다는 걸 보여 준다. 김유신이 소정방에게 칼을 들이대는 장면은 이런 약소국의 자존심과 나아갈 길을 보여준다. 결론을 말하면 상당히 중립적인 태도로 신라가 백제를 멸망시키는 모습을 그린 것이다.
  • 영화 종반부에서 소정방이 의자왕의 처분 등 기타 백제전투의 전후처리 협상을 자기 멋대로 하자 격노한 김유신이 "이딴식으로 할거면 고구려보다 너희 당나라를 먼저 치겠다"라 일갈하는 장면은 실제 역사에서도 등장했던 표현이다[41].
  • 영화에서는 신라군 최고 지휘부인 김유신과 태자 김법민(훗날 문무왕)이 갈등하는 양상을 묘사했는데, 이를 통해 신라계 진골과 가야계 진골(신김씨) 간의 있었던 내부 갈등을 묘사하고자 했던 것으로 보인다. 허나 이러한 갈등에 대한 역사적 근거는 전혀 없다. 김유신과 태자 법민은 외삼촌과 조카 관계로 김유신의 누이 김문희가 문무왕의 모친이다. 친가로 신라 진골, 외가로 가야계 진골의 피를 물려받았던 문무왕은 즉위후 외가인 가야계 진골 집안의 권위 향상에 신경을 썼는데, 특히 김유신 사후 외삼촌을 흥무대왕(興武大王)에 추존하여 왕으로 격상시켰다.
  • 이 영화의 사투리는 현실을 그대로 재현한 것은 아니다. 물론 고구려어, 백제어, 신라어가 차이가 있었고 그 차이가 (전혀 다른 말 정도는 아닌) 사투리에 가까웠을 것이란 것이 정설이지만 지금의 사투리는 조선 이후에나 생긴 것으로, 어떻게 보면 "더빙 버전"이라고 봐야 할 것이다. 마치 고대 이집트어를 영어로 번안한 십계이집트 왕자처럼. 거기에 중국어 역시 당시 쓰던 언어는 중세 중국어로 현재 쓰는 북경어랑은 발음이 거리가 멀다. 물론 당시의 모습을 살리는 것은 이런 사투리 대사로 더욱 성공했다.[42] 해학과 고증을 모두 성취한 것이다.
  • 지역감정이 삼국시대부터 생긴 것 인양 오해를 줄 수 있는데 실제 지역감정은 1970년대 이후 정치적 상황에 의해 의도적으로 조장되다가 1987년 민주화 이후 지역당 체제가 성립하면서 만들어진 최근의 유산이다. 무엇보다 백제의 중심지는 멸망할 때까지 충청도일대였다.전라도(특히 영산강 유역)는 마한 세력만의 독특한 지방색을 가지고 있었으며 단 한번도 백제의 중심지가 된 적이 없었다.[43] 전투 전에 김유신이 뻐꾸기(…)들을 이용해서 백제에 대한 적개심을 고취시키는 부분은 감독 눈에 비친 현대의 지역감정으로 추정.
이게 다 백제놈들 때문 아잉교. - 저 백제 문디 새끼들하곤 같은 하늘 아래 몬 산다.

우리 신라와 백제는 원래부터 뿌리가 다르다 아이가. 조상이 다르다 이 말이다.
글마들 말투가 그게 뭐꼬. 거시기가 뭐고! 갸들은 응큼하데이. 속을 알 수가 없다 이 말이다.
이 좁은 땅에서 우리 후손들이 편하게 살려면 한 쪽은 망해야 하는 기야. 밟을 때는 확실히 밟아야 하는 거거든. 그래야 못 개기지. 안 그러면 우리는 두고두고 골치 아프데이.

그리고 여기에 쐐기를 박는 김유신의 "우리가 남이가"

  • 영화에서 충청도 병사도 나온다. 딱 한 번. 이유는 너무 말이 느려서(…). "있잖아유..."(…) 다만 이는 충청도 사투리에 대한 오해이고 실제로는 이렇게 느리지 않으며, 설령 느리다 하더라도 말 자체를 상당히 축약하기 때문에 의사소통에 전혀 어려움이 없다.[44]
  • 영화의 핵심인 거시기가 의미하는 것은 즉 "거시기 할 때까지 갑옷을 머시기한다."는 매우 단순하게도 승리하기 전(혹은 죽기 전)까지 갑옷을 벗지 않는다. 신라군은 이 생소한 말에 쓸데없이 머리를 굴린다.[45]쓸데없이 고생한 암호 해독관에게 잠시 묵념 현존하는 한자 중에는 '거'자가 77개, '시'자가 89개, '기'자가 176개가 있습니더. 마, 이 문자들을 조합해보면 머, 어디보자, 120만 6128가지의 거시기가 존재합니더. 그 중에서 361가지의 거시기로 압축됐심더 이걸 대체 어떻게 센거냐...인간장기 중간 때까지만 해도 김유신은 계백을 설득해서 백제군과의 마찰을 피하려는 모습도 보인다. 지휘관의 명령으로 어떤 결과가 초래할진 아무도 모르기 때문이다. 거시기 할 때까지가 '지원군이 올 때까지'인지, '양동작전이 성공할 때까지'인지, 원래 의미인 '죽을 때까진/승리할 때까진'인지 매우 애매모호하기 때문에 신라로선 헷갈려 미치는 판이니...이걸 또 한자를 조합해서 해석하려는 암호해독관의 안습한 노력이 참으로 볼만하다. "억울합니데이! 지가예 암호 해독 20년에 이런 고난도문은 듣도 보도 몬했심니더"(...) 물론 관객들은 금방 알아챈다(…).[46] 그리고 양군의 응원전 또한 감상 포인트다. 쾌지나칭칭나네~. 뱃놀이 나간다~. 느그 5천 백제야, 우리 5만 신라야, 겁먹었냐 계백아~(옹헤야)
  • 그리고 거시기는 맨 마지막에 홀로 살아남아 고향으로 돌아가는 한 백제인 병사[47]가 계백에게 자신의 이름을 대충 둘러댄 일종의 가명이기도 하다. 하지만 이 병사의 이름이 정말로 '거시기'인 것은 아니다. 어디까지나 가명. 자세한 것은 거시기 항목의 4번 참조.
  • 중반부의 인간 장기는 영화의 백미. 장수들의 수싸움으로 인해 병사들이 어떻게 희생되는지 잘 보여 준다. 그리고 신라군이 이기는 계기가 된다. 초한이 나제로 돼 있는 장기판이 가지고 싶다.
  • 마지막에 창고안에서 계백 장군이 거시기에게 '난 자네를 남기고 싶다'라는 장면에서.. 그 바깥에서 아주 잘 들으면 "계백이 니 거 안에서 뭐하노!! 안싸울끼가?! 퍼뜩 나온나!!" 라고 신라군의 누군가가 소리를 지르는게 들린다. 계백과 거시기의 대화, 그리고 음악소리에 묻혀 잘 안들린다. 다만 억양과 발음으로 볼때 김유신의 동생인 김흠순으로 보인다.
  • 후속작으로 2011년 1월 개봉한 평양성이 있다.
  • 백제 측에서 보성, 벌교 사람들을 불러 신라 병사들에게 욕 공격을 시전하는 장면이 있는데, 그 덕에 담당 감독이 고소미를 먹어야 했다...(뉴스) 결국 개봉 후에 판매된 DVD에는 처음 화면에 '특정 지역을 비하하려는 것이 아닙니다'라고 찍혀서 나오게 되었다. 참고로 굳이 다른 곳도 아닌 벌교를 언급하는 것 또한 작중에서 백제가 충청도가 아닌 전라도 위주로 묘사된 것처럼 현실풍자에 가까운데, 벌교는 일제강점기가 되기 전까지는 허허벌판이었으며, 보성과도 다른 고을이었다. 당연히 백제시대에 보성, 벌교 지역에는 제대로 된 시가지도 형성되지 않았다! 아무래도 '벌교에서 주먹 자랑하지 마라'라는 기믹을 투영한 듯.
  • 엔딩크레딧이 올라갈 때 나오는 OST인 김세준 - 야야야가 꽤나 명곡이다. 듣기
  • 놓치기 쉬운 장면이지만, 초반부 백제가 보낸 첩자가[48]한창 어설픈 정탐을 하면서 '백제 갈라믄 탄현 지나서 황산벌 거쳐가면 금방인데, 골비었다고 여까지 오겠능교?'라며 운을 띄우자 정작 신라군 병사들은 서로 어리둥절해 하며 '니 알았나?' / '내는 몰랐는데?' / '야임마 우리가 백제길을 우찌 아노 문디자슥'이라는 현실적인 반응을 보이며 깐다(...) 그러다 첩자는 당황해 하는 장면이 인상적. 사극에서 흔히 나오는, 지리에 통달한 백성/군사들이라는 클리셰를 깬 장면이다.
  • 계백이 전투에 패해서 부상을 입고 김유신을 만날때 계백은 한과 울분, 억울함등등 눈물을 머금고 김유신을 노려보고 그런 김유신은 그를 같은 장수로서 동정한다. 정말 보는 사람 다슬퍼지는, 많은 것을 생각하게 해주는 장면이자 신라도 마냥 정복에 미쳐있는게 아니고 그들 또한 사람인것을 나타내는 명장면.

6 명대사

  • 계백 : 손자병법에는 말이여, 지키는 군사쪽이 10분지 1만 되더라도 이길 수 있다고 했어[49]. 저짝 5만, 이짝 5천. 5만 대 5천, 간단한 산수 아니여? 우리는 명색이 결사대여! 아, 결사대가 일당십도 못혀?! 아그들에게 단단히 일러라. 죽기 전에 신라놈들 열놈 죽였는가 안 죽였는가 나한테 확인 받고 뒤지라고! 알겠능가! 할당량(...) 못 채우고 뒤진 놈은 나가 죽여불랑께. 할당량 못 채우고 죽은 병사를 두번 죽였다
  • 계백 : 자 그래서 이번 황산벌 전투에서 우리의 전략 전술적인 거시기는 한 마디로, 뭐시기 할 때꺼정 갑옷을 거시기한다(...) 이거여 알겄제?
  • 계백 : (최후의 돌격 직전에) 자, 외통수에 걸렸으면 장기판을 싸게 걷어야제!
  • 계백과 아내의 문답(위 본문내용 참조)
  • 김유신 : 니(계백)는, 전쟁은 알아도 정치는 모린데이. 정치를 모리는 장군은, 부하들을 개죽음하게 만드는 아주 무책임한 장군이데이. [50]
  • 김유신 : 외통수야계백아, 인간은 지가 아무리 날고 긴다 캐도 지 입으로 지 팔꿈치도 핥지 못하는 존재데이.
  • 김유신 : 니(김법민)나 니 에비(태종무열왕)는, 정치는 알아도 전쟁은 모린데이. 세상은, 강한 자가 살아남는 게 아니라 살아남는 자가 강한기야!
  • 김유신 : 그래 미칬다. 자슥 죽으라고 보낸 니는 안 미칬나?김품일: 할 말 없네... 제 식구들 쳐 쥑이고 나온 계백이는 제정신이가! 다 미친 기야. 미쳐야 하는 기야. 전쟁은 미친 놈들 짓인 기야! 화랑들을 계속 보내! 꽃은 화려할때 지는기야![51]
  • 관창 : 니는 누가 시켜서 니 가족을 몰살시킸는갑제?
  • 계백 : 아쌀하게!! 거시기 해불자!!!
  • 의자왕, 아들들이 죽어야지 그나마 치욕을 당하지 않는다며 자살을 종용하자, "야, 죽을려면 니들이 죽지 왜 내가 죽냐?"
아들들 왈, 지들이 죽으면 약발이 안 먹는다니께!!!
  • 김품일 : 사군이충, 임전무퇴, 세속오계, 그거 다 개소리다. 화랑하면 관창, 관창하면 화랑 그거면 끝! 화랑하면 담배
  • 연개소문의 대사 (위 본문내용 참조)
  • 거시기 : 우리는 한 끼를 먹어도 반찬이 40가지가 넘어! 이 X벌놈들아! 씨벌 씨ㅂ... [52]
  • 김유신: 우린 당나라를 위해서 싸우는게 아니라 우리자신을 위해서 싸우는기다. 알긋제?..... 우리는...우리 자신을 위해...살(쌀)배달가는기다.[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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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중반에 펴쳐지는 욕지거리 배틀(…)은 이 영화의 등급(15세)을 무색하게 만들 정도로 성인적 개그를 보여준다(특히 하얀 물 뿜는 그 장면...).
  2. 큰 조카는 당연히 문무왕이 되는 김법민으로 극 중 배역은 안내상이 맡았다.
  3. 해당 배역 배우였던 류승수의 연기가 일품이었다.
  4. 사실, 이것도 극 중에서 류승수가 맡은 김인문이 조국인 신라의 처지에 상관없이 자기 편할 대로 통역한 게 화근이었다. 그야말로 빼도박도 못할 만악의 근원이자 매국노.
  5. 일명 배달
  6. 갑옷을 옷과 하나로 만들려고 꿰매버린 것.
  7. 사실 영화 초반부에 계백이 휘하 장군들에게 '전쟁터에 나갈 땐 아예 갑옷을 꼬매입고 와 부러라.' 라고 직접적으로 말하는 대사가 있으므로, '거시기' 가 무엇인지 김유신보다 먼저 알아차린 관객도 많았을 것이다.
  8. 부관이었던 천존에게 '병사들에게 지시해서 투석기를 전진배치시키고 구덩이를 파다 찰흙덩어리를 만들라.'고 시킨다.
  9. 부인이었던 김선아가 '호랭이는 가죽 땜시 디지고, 사람은 이름 땜시 디지는겨, 인간아!'라고 절규하며 말하고, 이에 계백은 고개를 돌리고 칼을 내리친다.
  10. 김유신의 친동생
  11. 김춘추 왈, "우리 신라는 다 좋은데, 이 위아래 없는 말투는 싹 뜯어 고쳐삐야 한데이" 이에 답하는 김유신 왈, "어데, 이기 우리 전통아이가, 얼메나 살갑고 좋노?"(…)
  12. 참고로 김인문보다 나이가 3배 가까이 많으며, 김유신은 김인문의 외삼촌이기까지 하다(...).
  13. 이 경우는 김인문이 당나라 장수 소정방의 질문을 통역한 것이라서 격식을 따지기에는 좀 문제가 있어보이긴 하지만 일부러 굉장히 건방진 말투의 초월번역이다. 사실, 소정방의 말투가 건방질지언정 아랫사람에게 격식있는 말투로 위엄을 보인 것은 사실이다.
  14. 사실, 과거 한 때 방영되던 TV사극 중에는 배우들 대사가 옛 궁중 말투를 땄다 주장하려는 듯한 특이한 말투를 쓴 작품도 있었다. 하지만 시청자 반응이 별로라 이어지지 못햇다.
  15. 당 고종과 연개소문이 서로 논박하는 장면인데 김춘추는 당에 의자왕은 연개소문에게 붙지만 김춘추는 완벽한 따까리, 의자왕은 눈치보기만 한다.
  16. 당고종은 중국어, 연개소문, 김춘추, 의자왕은 모두 자신이 살고 있는 지방의 사투리를 쓴다.
  17. 쿠데타(Coup d'État)는 불어이기 때문에 고증 오류이지만 영화의 희화화된 주제를 가장 잘 보여주는 장면인 만큼 적당히 넘어가 주자.
  18. 성골 출신이 아닌 진골 출신 왕.
  19. 다만 김춘추의 할아버지인 진지왕이 화백회의에 의해 폐출 되며 진골이 되었으니 원래는 성골출신 이기는 했다.
  20. 그리고 당시 신라왕족 중 성골은 대가 끊어졌고 신라의 마지막 성골출신 왕은 진덕여왕 이며. 김춘추 는 성골출신 의 진골 이었으나 김유신의 여동생 과 사이에서 태어난 김법민 부터는 그냥 진골이 되었다.
  21. 무왕의 출신이 불확실한 것을 반영한 대사인 듯.
  22. 무왕 을 제외한 다른 왕들 은 모두 첫째.장남.차남..ㅇㅇ의아들 등의 기록이 있으나 무왕 만은 그냥 왕자 라고만 되어 있다.
  23. 서력 기원이니, 실제로 했을 리는 절대 없는 말. 쿠데타처럼 관객을 위한 대사다. 넘어가자.
  24. 정확히는 (영화에서는 등장하지 않지만) 까지, 당시 알만한 사람은 다 아는 부시 미대통령의 그 발언에 대한 패러디. 영화에는 안 나오지만 대본에는 왜 당나라 기술자들을 빼돌려 초강력 쇠뇌 같은 대량살상무기(...)를 만드냐는 대사도 있었다.(대신 영화에서는 연개소문이 안시성 전투 직전에 세운 천리장성을 거론했다) 그리고 그 초강력 쇠뇌는 8년 뒤에 아들들이 잘 써먹었다.
  25. 지목한 이유는 자기 딸을 죽인 철천지 원수다. 단 작중 사위는 언급도 하지 않았다. 이유는 사위도 딸의 죽음에 원인이 있는 문제많은 남자라서.
  26. 사실 김유신이 시켰다.
  27. 잘 알려져 있지는 않지만, 관창보다 앞서 백제군에게 자살공격을 간 화랑이다. 김유신의 동생 김흠순의 아들로, 김유신의 조카이자 사위(따라서 작중에 거시기가 이를 가리켜 '개족보'라 놀리는 장면이 있다.)이다.
  28. 배우 김선아카메오로 출연했다.
  29. 사실 이 대사는 고증오류. 후량 시기의 맹장 왕언장에게서 유래한 말이니 약 300년 뒤의 일이다.
  30. 계백은 백제의 고위 지배층이였으니 당연히 나라가 망하면 당나라 혹은 신라로 끌려가 가족들이 비참한 생활을 할걸 모를리가 없다. 당연히 아버지, 남편의 입장에선 살리고 싶으나 전후 벌어질 일을 생가하면 혀깨무는 심정으로 벤 것일수도...
  31. 평소에 역사책에선 계백의 처와 아이들이 계백의 뜻에따라 순수히 죽어준걸로 미화(?)되어서 나오는데 이 장면은 그런거 없고 가장 현실에 가깝게 묘사했다. 여담으로 이때 진짜 슬프다....
  32. 같은 맥락에서 정도전 같은 것은 말할 것도 없지만, 대장금에 대한 평가도 상당히 좋다.
  33. 100% 농담을 위한 농담들을 제외하면, 김인문이 친당파처럼 나오는게 가장 큰 고증 오류이다.
  34. 삼국사기에도 나온 실제 기록이다. 이에 대해 학계에선 이 '왕자 41명', 사서의 원문을 따르자면 '서자 41명'은 실제 의자왕의 친자식들이라기 보다는 종친이나 왕실 친위 세력 인물들을 중용한 것으로 해석하는 편이다.
  35. 극 중에서 신라 정통 빼다구인 진골 출신이었던 김품일과 족보에도 앲는 가야 출신 개빽다구라고 김품일에게 극딜 당하던 김흠순이 깨알 같은 재미를 주면서 갈등구도를 이룬다.
  36. 더군다나, 비슷한 시기에 KBS 1에서 방송해 준 사극인 정도전의 고증과 비교되면서 정말 나노입자 단위 가루가 되도록 까일 정도였다.
  37. 그나마 황산벌의 성공으로 이때 진 빚을 겨우 갚았고, 왕의 남자의 흥행으로 비로소 돈을 벌게 되었다고 한다.
  38. 근데 이 장면에서 엑스트라들을 자세히 관찰하면 다들 대충 싸우고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따지고 보면, 죽기 싫은 상황에서 공포감으로 몸을 사려야 하는 것이 당연한 것일지도 모른다.
  39. 계백이 갸~ 작전? 그른게어뎃노? 계백이 금마 작전은 걍 열씨미 싸우는거데이. 맨날 행님 니 혼자 잔머리쓰다가 깨진 거 아이가?
  40. 실제 김인문은 신라의 왕을 시켜준다는 것도 거부하는 등 신라인으로서의 자세는 지켰다고 한다.
  41. 엄밀히 말하면, 소정방에게 일갈하는 장면은 등장하지 않는다. 삼국사기 신라본기 태종 무열왕조를 보면 소정방이 신라군이 약속한 날짜에 늦었다는 이유로 신라측 장수 하나를 처형하려 하고, 그에 분개한 김유신은 신라군에게 '먼저 당나라 병사와 결전을 치른 뒤 백제를 깨뜨리겠다' 라 하며 도끼를 들고 당군 진영으로 쳐들어갔다. 그를 본 당군 장수 하나가 소정방에게 '신라 쟤네들, 낌새가 이상한데요?' 라고 고했고, 그러자 소정방은 신라 장수를 풀어주었다.
  42. 순정만화 리젠드에서도 비슷한 수법을 쓰기는 했지만 묻혀버렸다(...).
  43. 백제 가 좀더 오래 지속이 되었다면 전주지역 이 중심지 가 될만한 지역 이기는 했으나 백제의 멸망 으로 묻혔다고 보는 시각도 존재한다. 한성백제->웅진백제->사비백제->완산백제 에서 완산백제를 위해 준비를 하는중 멸망했다고 보는 시각! 을 말한다.
  44. 우스개용 게시판에 있는 (있자나유~ 아부지~ 돌~굴러와유~ 위험행기로 얼릉 피하셔유~ -> 압지피햐! 로 압축이 가능하다) 그런데 이게 사실이다. 흔히 쓰이는 표현이다.
  45. 이 거시기의 뜻을 알아내려고 현존하는 한자 중 거,시,기 세 글자를 모조리 뒤져 그럴듯한 말을 찾아내려고 하기까지 한다.
  46. 그리고 인간장기 대결에서 그 뜻을 겨우 알아낸 김유신은 반굴과 관창을 포함한 화랑들을 자폭돌격용으로 써서 신라군을 독오르게 만듬과 동시에 백제군의 정신상태를 약간 흔들리게 만든다. 결국 마지막에 진흙을 던져서 갑옷을 스스로 벗게 만들어 백제군을 약화시켜 전멸시킨다. 우리는 여기서 사소한 정보라도 한순간의 반전을 가져올수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47. 그리고 이 병사(이문식 분)가 어머니와 상봉하는 장면으로 끝나는데, 어머니역이 전원주씨. 영화가 개봉하던 무렵의 통신사 CF를 패러디했다. 영화 개봉당시 유행하던 것을 패러디한 부분이 여기저기 들어가 있어서 시간이 흐른 지금 보면 과장되거나 쓸데없는 부분처럼 보이기도 한다. 블랙코미디도 코미디란 건가
  48. 이 첩자들을 분한 배우가 장군의 아들로 대박난 김승우신현준이다. 어설프게 일관하다가, 전라도 사투리를 쓰는 바람에 단체로 두들겨 맞고 사로 잡힌다. 참고로 이 둘은 그냥 친구인 박중훈 보러 촬영장 구경 왔다가 특별출연을 수락한 건데, 무려 23컷짜리 콘티를 받고 이건 사기야! 를 외치며 밤새도록 촬영해야 했다고...
  49. 손자병법 잘못, 혹은 일부러 틀리게 인용했다. 손자병법 모공편에서는, 10배가 되면 포위하고, 5배가 되면 그냥 공격하고, 2배이면 적을 나눠서 공격하고, 비슷하면 전력을 다해서 싸우고, 전력이 적으면 지켜보고, 그래도 안되면 피하라고 했다. 즉, 손자병법에서는 적과 병력차가 너무 크면 지키려고 하다가 적에게 포위섬멸당하기 때문에 피하라고 하고 있다. 계백이 몰랐거나, 혹은 알면서도 사기 진작을 위해서 일부러 틀리게 인용한 것이다.
  50. 바로 계백에게 "너는 정치를 잘 아는 장군인게, 쌀배달다니는구만."이라고 반박당하지만, 결국 김유신의 말대로 됐다.
  51. 이 장면 이후, 명령을 내리는 김유신의 위엄이 서게 되면서 장군들이나 병사들이 바짝 군기가 들어있는 모습이 나온다.
  52. 위에 언급한 보성 벌교 출신 병사들이 한창 욕질을 할 때. 순간 백제군에서도 정적이 흐르다가 거시기에게 다른 병사가 "이 X벌놈아!"하며 꾸짖는다.다른 병사들도 따라서 욕하는게 웃음 포인트
  53. 약소국의 자존심과 울분어린 대사. 이때 김유신의 눈을보면 눈물이 살짝 맺혀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