번안

飜案
adaptation

1 개요

원작의 내용이나 줄거리는 그대로 두고 풍속, 인명, 지명 따위를 시대나 풍토에 맞게 바꾸어 고침.

번역이 원문의 형태를 최대한 살리려고 노력하는 데 비해서 번안은 중심되는 내용을 심하게 바꾸지 않는 선에서 번안자가 새롭게 만들어낸 2차 창작이다. 번안은 저작권개념이 희미하던 시절에 성행했고 대부분이 원작자의 양해를 구하지 않고 무단으로 만들어졌다. 현재 기준으로 보면 가차없이 저작권 위반.

만화나 애니메이션의 현지화처럼 인명, 지명만을 바꾼 것도 소극적인 형태의 번안으로 볼 수 있지만 내용의 변형 없이 단순히 고유명사 정도만 바꾼 경우는 보통 번안으로 보지 않는다.

음악의 경우 외국곡의 멜로디를 그대로 두고 가사만을 고친 노래를 번안곡이라고 한다. 이 경우는 번안이라기 보다는 개사가 맞는 말이지만 번안곡이라고 불렀다. 번안곡이란 말도 1970~1980년대에나 많이 쓰였지만 2000년대 이후론 잘 안쓰이는 말.

영화 등 영상물의 경우, 원작에 대한 해석을 더욱 설득력있게 하기 위해 배경 설정 자체를 새롭게 재구성하여 다른 작품으로 만드는 경우도 존재한다. 가령 셰익스피어의 희곡인 리처드 3세의 배경을 현대인 1930년대의 파시즘 국가로 해석한 동명의 영화(3번 항목)나, 소설 셜록 홈즈의 시간적 배경을 21세기 현재로 바꾼 셜록(드라마)이 그 예이다.

2 각종 번안 사례

2.1 일본의 지명 번안

일본 대중문화 개방이 이루어지기 전에는 한국 내에 만연한 반일정서로 인해 한국 에서 방영된 일본 애니메이션은 거의 다 이 과정을 거쳐야 비로소 방영된 적이 있었다. 그러나 이후 일본 대중문화 개방이 이루어면서 일본식 지명, 인명 등을 아무 규제 없이 내보낼 수 있게 된 현재도 몇몇 저연령층 대상 작품에서는 여전히 이 과정을 거치는 경우가 많은 편이다.[1].

애니메이션의 현지화도 '번안'이라고 할 수 있겠지만, 실제로는 애니메이션의 현지화 측면에서의 '번안'이라는 말은 별로 쓰이지 않는다. 그 대신 주로 현지화(로컬라이징)나 그보다 더 좁은 의미의 개명이라는 어휘가 더 자주 쓰인다.

대신 애니 쪽에서 번안이란 표현이 쓰이는 분야는 정작 따로 있는데, 바로 오프닝과 엔딩을 위시로 하는 애니송. 전통적으로 일본 애니메이션을 들여올 때 오프닝과 엔딩곡들은 번안을 해서 국내 가수들에게 부르게 하거나 아니면 아예 처음부터 다른 독자적 음악을 만들어 넣는 경우가 많다. 특히 투니버스는 전통적으로 이 분야에서 매니아들을 만족시킬 퀄러티를 낸 것으로 유명.

하지만 최근 들어 일본 애니의 제작사나 스폰서들이 한국 및 해외 방영에 대해 갑질을 시전하면서, 저작권을 들이대며 번안 및 가사 자막 식자를 못하게 막는 일이 많아지고 있다. 특히 소니 뮤직 엔터테인먼트가 이런 쪽으로 가장 악명이 높은 케이스.

2.1.1 예시

아래 예시는 어디까지나 흔한 예들을 모아 놓은 것[2]이며, 사람에 따라 제각각 다른 지명으로 번안하는 게 좋겠다고 생각하는 사람들도 있으므로, 어디까지나 참고로만 알아두도록 하자.

2.1.1.1 도시
2.1.1.2 지방

2.2 갑오개혁 이후 등장한 신소설의 번안 사례

갑오개혁 이후 기존 고전소설에 대비되는 신소설이 새롭게 등장하면서 이와 같은 번안에 속하는 작품들이 상당수 발표되었다. 이 가운데 일본 작품을 번안한 것으로는 다음이 있다.

  • 스에히로 뎃초(末広鉄腸)의 《셋추바이(雪中梅)》(1886)를 구연학(具然學)이 《설중매》(1908)로 내놓았다.
  • 조중환(趙重桓)이 오자키 고요(尾崎紅葉)의 《곤지키야샤(金色夜叉)》[12]를 《장한몽(長恨夢)》(1913. 일명 '이수일과 심순애')으로 번안했다.
  • 도쿠토미 로카(徳冨蘆花)의 《호토토기스(不如帰)》(1898~1899)는 《불여귀》(1912)로 번안하였다.
  • 또한 알렉상드르 뒤마 원작인 《몽테크리스토 백작》(1844~1845)을 일본의 구로이와 루이코(黒岩涙香)가 《간쿠쓰오(암굴왕, 巌窟王)》(1901~1902)로 번안한 것을 이상협(李相協)이 《해왕성(海王星)》(1916)으로 번안했다.
  • H. 말로 원작인 《집 없는 아이 Sans famille》(1878)를 민태원(閔泰瑗)이 《부평초(浮萍草)》(1925)로 번안했다.
  • 사토 구라타로의 《금수회의인류공격》을 안국선이 《금수회의록》으로 번안했다.
  • 일본 신파극 《우승열패》를 조중환이 《병자삼인》으로 번안했다.
  • 기 드 모파상의 《여자의 일생》을 야마모토 유조가 《여자의 일생》으로 번안한 것을 다시 이광수가 《그 여자의 일생》으로[13] 번안·간행하였다.
  • 우리나라에 가장 잘 알려진 작품의 경우, 구리 료헤이의 《一杯のかけそば》을 우동 한 그릇으로 번안한 경우가 있다.

2.3 그 외

  • 다나카 미쓰오 → 홍길동[14]
  • 일본노래가 원곡인 경우, 한국으로 들어오면서 번안된 경우도 있는데 이 경우에는 번안이라고는 하지만 거의 개사에 가깝다. 나카시마 미카눈의 꽃같은 경우는 중국에서도 번안곡으로 잘 알려진 모양.

3 참고

  1. 풍속, 인명, 지명 따위를 바꾸기 때문에 '번역'이라기보다는 '번안'에 가깝다.
  2. 주로 동일본은 중부 지방으로, 서일본은 남부 지방으로 변경되는 경향이 있다.
  3. 만화 같은 오타쿠 문화가 퍼진 곳이라는 점에서 홍대로 번안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사람도 있다.
  4. 서울에는 바다가 없기 때문이다. 서울항은 좀 무리같고
  5. 그나마 수도에서 물 구경할 수 있는 것이 이 곳이라...
  6. 다만, 이나즈마 일레븐오오사카 걸즈 CCC는 인천걸즈로 번역하기도 했다. 혹시 이 건물 때문에?
  7. 정확히 말하면 교토는 경주시의 역사성과 대구광역시의 인구가 짬뽕된 형태다. 다만 로컬라이징시에는 경주시로 번안하는 사례가 압도적으로 많은 편. 그리고 대구처럼 더위가 심한 지역이라는 점에서도 비슷하다.
  8. 둘 모두 일본 4대 섬/한반도 최남단에 자리잡고 있다.
  9. 각각 남한/일본에서 가장 높은 산이라는 점에서
  10. 지리적 위치상 수도에서 가까우면서도 높은 산이기 때문이다.
  11. 통일만 된다면 강원도로 번안될 일이 없다.
  12. 그런데 이 작품도 영국인 여류작가 버서 클레이의 '여자보다 약한Weaker than a woman을 모작하였다는 것을 일본인 연구자가 밝혀냈다. 이중번안인 것이다.
  13. 이걸 여자의 일생식 소설이라고 해서 번안으로 보지 않는 경우도 있지만, 그런 식으로 따지면 번안이란 말 자체가 사라진다.
  14. from <누드교과서 ~한국근현대사~> 中 창씨개명에 대해 설명한 부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