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작법/구체적 요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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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주제

행복한 가정의 모습은 모두 비슷하지만, 불행한 가정의 모습은 저마다 다르다.

- 안나 카레니나

시나리오를 망치는 가장 좋은 방법은 시나리오를 통하여 억지로 무언가를 증명해내려 애쓰는 것이다.

- 월터 커어

주제는 소설을 축약한 한 문장에 가깝다. 어쩌면 작가는 이야기를 다 쓸 때까지 이야기의 주제를 잘 모를지도 모른다. 그리고 독자들도 이야기를 주제로 기억하고 평가하지 않는다. 주제 그 자체가 이야기의 느낌을 온전히 대변하지도 못한다. 시시각각 급변하는 인물들. 끊임없이 일어나는 사건들. 액션과 리액션. 세계관. 그것은 주제라는 한 문장에 온전히 담을 수 없다. 그래서 한 권의 책과 두 시간짜리의 영화가 존재한다.

다만 창작의 과정에서 구체적인 주제는 분명 도움이 된다. 반대로 '사랑' '우정' '모험' 등의 애매한 주제에게는 별 도움을 받을 수 없다. '받는 사람을 고려하지 않는 사랑은 비극을 낳는다.' '우정은 사랑보다 질기고 길다.' '홀로 모험을 떠난 주인공이 동료들을 만나 관계의 소중함을 깨닫는 이야기.' 같이, 구체적이고 방향성이 명확한 주제를 추천한다. 주제와 캐릭터가 뚜렷하면 독자들이 이야기의 흐름을 예상할 수 있다. 이는 작가에게도 도움이 된다. 독자의 예상을 예상할 수 있으니까.

주인공과 주제는 불가분의 관계이다. 더 나아가서 주인공이 곧 작품의 주제라고 해도 틀리지 않다. 보통, 주인공이 '결정적인' 상황에 처했을 때의 행동이 작품의 주제를 대변한다.

주제는 숭고하거나 심오할 필요가 없다. 이를테면 독재 권력에 대한 투쟁, 민족의 정체성 같은 것 말이다. 한 때는 대한민국의 암울한 근현대사가 모든 문학의 주제를 획일화 시켰었지만, 이젠 아니다. 시대는 변했다. 현대 독자들은 민족의 정체성을 잃지 말아야 한다는 이야기를 보고 눈물 흘리지 않는다. 과거에는 그것이 모두의 염원이었지만 지금은 그렇지 않으니까. 독자들은 '내가 지금 원하는 것을 채워주는' 소설을 원한다. 시대가 바뀌면서 문학의 양상도 바뀐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사실은 전혀 바뀌지 않았다. 단지 독자들의 요구가 바뀌었을 뿐이다.

내가 쓰고 싶은 이야기가 어떻게 끝날지를 미리 정해 놓고 본격적인 집필을 시작하면 도움이 된다. 내키는 대로 무작정 휘갈겨보겠다고? 그럼 상위 문서즉흥적 글쓰기 부분으로 돌아가서 그쪽의 조언을 들어라. 작가마다 집필 스타일은 천차만별이니, 계획적 글쓰기 방법 쪽이 문서량이 압도적이라고 해서 이쪽이 정론이거나 더 고급 테크닉이라고 생각하지 말았으면 한다.

재밌는 사실은 프로 수준의 작가가 주제 없이 떠도는 작품을 집필하는 경우가 의외로 꽤 있다는 것이다. 작가의 글 실력으로 무한 땜빵을 시전하면서 작품을 네버 엔딩 스토리로 질질 끄는 건데, 이말년 시리즈, 마음의 소리 같은 일상물이나 개그물, 옴니버스물이 이런 경우가 많다. 이들은 시리즈 전체를 관통하는 주제가 없거나 미약하며, 그냥 하나하나가 독립된 단편이라 작가의 아이디어가 바닥날 때까지 연재할 수 있다. 처음부터 정박할 생각이 없는 배는 대양에 안전하게 머물러 있을 수도 있다. 계속 보급선(소재거리)이 들락거리기만 해주면 문제가 없기 때문이다.

2 구성

플롯(Plot)이라고도 한다. 소설의 구성을 이루는 3요소로 '인물', '사건', '배경'이 있다. 중요한 순서부터 먼저 서술한다.

2.1 인물(Character)

넌 마법사야, 해리

- 해리 포터 시리즈

흔히 캐릭터라고도 한다. 소설에서 매우 중요한 요소 중 하나로, 인물은 소설의 영혼이자, 더 나아가서는 소설 그 자체다. 당장 유명한 작품들을 여러 개 떠올려보자. 겨울왕국을 소개하는 데 엘사안나가, 스타 워즈를 설명하는 데 루크 스카이워커다스 베이더가 빠질 수 있는가? 당연히 불가능하다. 이야기를 만들어 가는 것은 인물이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소설 속에 인물이라는 요소가 등장한다기보다는, 인물의 이야기가 소설이라는 물건으로 구현된다고 하는 게 더 옳다고 봐야 할 것이다.

인물을 설정하고 묘사하는 데 가장 명심해야 할 것이 있다. 인물은 물건이 아닌, 자아가 존재하는 인격체이다. 모든 소설 속 인물은 비록 허구의 설정일지언정 그들만의 욕구와 목적이 있고, 사상이 있고, 과거가 있고, 사생활과 인간 관계가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야기를 쓰다 보면 이를 종종 잊기 쉽다. 설정만 있을 뿐 자아가 없는 인물은 작가의 편의에 따라 움직이기 때문에 생각과 행동에 일관성이 없고, 결국 작가의 꼭두각시로 전락하기 쉽다. 예를 들어 어떤 인물이 10분 전엔 냉혈한이었는데, 이야기를 전개를 위해 이 인물을 뜬금없이 너그러운 성격으로 만든다면 독자가 실망할 수밖에 없다. 독자가 인물로부터 불쾌한 골짜기를 느끼면 끝이다.

인물의 목적이 뚜렷하면 이야기를 이끌어가기 쉽다. 강렬한 목적을 가진 인물이 그 목적을 이루기 위해 행동한다. 그 모습을 보면 독자들은 인물에게 감정을 느낀다. 반대로 목적이 없는 인물에게는 가까워지기 힘들어 한다.

인물 설정을 뚜렷하게 해놓자. 인물들의 액션-리액션을 통해 이야기가 자동으로 써지는 기적이 일어난다. 인물이 스스로 '살아 움직이는' 것이다. 이 정도까지 소설 속 세계가 발전했다면 반은 완성된 것이다. 작가는 단지 인물의 '액션'이 주제에서 동떨어지지 않게 조절해주면 된다. 물론 인물 설정이 제대로 안 돼 있으면, 시도때도 없이 작가가 개입해 소설의 흐름을 강제로 틀게 된다. 이를 독자에게 들키면 데우스 엑스 마키나라는 비아냥을 듣는다.

인물은 행동한다. 그리고 행동이 설명보다 더 진정성 있다. 인물의 신장, 나이, 머리 색깔로는 인물을 온전히 설명할 수 없다. 다스 베이더가 개성적인 인물인 이유는 그의 옷차림이 꼭 '올블랙'이어서가 아니다. 명백한 악당으로서 주인공과 결전을 벌이는 그가, 주인공에게 "내가 네 아버지다." 라는 그 때 당시의 충격 발언을 했기 때문이다. 다스 베이더의 옷차림과 절제된 동작은 그 '충격 발언'이 있기에 더 위압적이다. 다만 인물의 외모가 별 의미 없다는 말은 절대로 아니다. 오히려 인물의 외모 중 특정한 부분이 그 인물의 내면을 대표하는 정 반대의 사례까지 있다. 너무 귀담아 듣지는 말자. 다만 어떤 방식으로든 인물의 내면이 드러나야 함에는 이견의 여지가 없다.

물론 인물이 꼭 인간이어야 한다는 법칙은 없다. 그러나 그들은 좋은 의미로든 나쁜 의미로든 '인간적'일 필요가 있다.

반대로 인간성이 배제된 캐릭터도 존재한다. 이런 캐릭터에게서는 경외나 공포가 느껴진다. 러브크래프트의 작품에 등장하는 인간이 이해할 수 없는 존재나 맹목적이고 난폭한 좀비가 그 예시다.

캐릭터는 크게 '주연', '조연', '단역'으로 구분된다. 작법서 중에서는 '프로타고니스트'[1], '안타고니스트'[2] 등으로 나누기도 한다. 여기서는 저 세 가지로 서술한다.

2.1.1 주연

주인공을 포함한, 소설 속에서 가장 많은 등장 빈도를 가지는 캐릭터(들). 크게 성장형 주인공완성형 주인공으로 나뉜다. 주인공의 유형과 장르에 따라 줄거리의 전개가 판이하게 달라진다.

2.1.1.1 성장형

줄거리가 진행되면서 점차 성장해 가는 주인공을 뜻한다. 더 자세히 말하자면 성장형 주인공은 명백한 욕구와 그에 따른 목적을 가지고 있으며 작품 속에서 성장한다. 이야기에서의 '성장'은 육체적 성장보다는 정신적인 성숙에 더 가깝다. 때문에 무언가 분명한 주제나 목적지를 갖는 소설은 대체로 성장형이 더 적합하다. 로맨스, 판타지, 무협, 액션, 라이트 노벨, 팬픽 등 대부분의 소설이 성장형 주인공을 채택한다.

주인공은 어떤 면에서든 미성숙한 상태로 시작한다. 즉, 결점이 있는 캐릭터이다. 중요한 점으로, 이 주인공의 결점과 결점의 극복은 소설의 주제와 반드시 연관되어야 한다. 주인공의 성장이 작품의 주제와 연관이 적다면 십중팔구 스토리가 삼천포로 빠질 것이다. 그 주인공은 자격이 없다. 주인공을 바꾸거나 소설의 주제를 뒤엎는 편이 낫다. 독자가 바꿔버리기 전에.

일반인 평균 이하의 능력을 갖는 캐릭터라도 주인공의 자격이 충분하다. 직접 집필해보면 느끼겠지만 천재 주인공보다는 저능아 주인공으로 작품을 진행하기가 더 좋다. 부족한 주인공은 장애물을 자주 맞닥뜨리기 때문이다. 특히 주인공이 지나치게 유능하다면 주인공에게 시련을 부여하기가 어렵다. 설령 아무리 주인공이 유능하더라도 장애물은 주인공의 의표를 찌르도록 하자. 이를 잘 구현한 예시로는 DC 코믹스마블 코믹스의 등장하는 히어로들. 온갖 능력을 가진 괴물들이 판을 치면서도 서로 상성이 존재하는 편이다. 모든 면에서 '완벽한' 캐릭터는 보기 힘들다. 스탠 리가 히어로를 고문하는 이유.

주인공과 자캐는 절대적으로 구분해야 한다. 주인공이 곧 자캐면 메리 수가 탄생할 확률이 높아진다. 될 수 있으면 주인공을 열심히 굴리자.

도저히 파워 인플레를 막지 못하겠다면 인물에게 제약을 부여해보자. 주로 정신적인 문제가 걸리는 편이다. 부상, 파트너의 부재, 동료의 배신, 딜레마, 트라우마 등이 예시. 쉬운 예로 원펀맨사이타마는 작중 최강자이지만 자신의 강함을 싫어한다. 적을 박살내 놓고는 "또 한 방에 끝내버렸다..." 라는 자기혐오에 빠지며, 때문에 자신의 힘을 남용하지 않는다.

다만 답이 없을 정도로 결점 투성이 주인공을 설정하는 건 좋지 않다. 결점이 많되, 독자가 혐오를 느끼지 않을 수준에서 끊어야 한다.[3] 아무리 성장형 주인공이라 해도 장점이 아주 없다면 안 된다. 이에 대해서는 아래 '캐릭터 메이킹 가이드'에서 후술한다.

2.1.1.2 완성형

줄거리가 진행되면서 특별한 성장을 보이지 않으며, 성격이나 특성을 그대로 유지하는 캐릭터를 뜻한다. 즉 '완벽형' 이라기보다는 '완결형' 에 가깝다. 완성형 주인공들은 더 이상의 성장을 하지 않기 때문에 비범한 능력이나 재능을 가지지는 경우가 많지만, 꼭 만렙 캐릭터만이 완성형 주인공은 아니다. 예를 들어 도라에몽노진구짱구는 못말려짱구, 던전밥라이오스는 여러 단점을 갖고 있지만, 이들은 작중에서 성장을 거의 하지 않기 때문에 완성형 주인공으로 분류된다.

상술했듯이 많은 작품에서 성장형 주인공을 채택한다. 그러나 글의 장르나 줄거리에 따라서는 완성형 주인공이 더 적합할 수도 있다. 보통 일관된 주제가 없는 소설일수록 성장형보단 완성형이 자주 등장한다. 특히 트러블 다크니스유우키 리토니세코이이치죠 라쿠처럼 대부분의 러브 코미디는 완성형 주인공이 나온다. 추리물/스릴러 소설에서도 성장형 주인공이 아닌 완성형 주인공이 필요한데, 작품의 내용이 주로 미해결 사건을 유능한 주인공이 해결하는 방향으로 흘러가기 때문이다. 셜록 홈즈, 에도가와 코난, 김전일 등은 모두 훌륭한 추리물 완성형 주인공의 표본에 속한다. 또한 배틀물에서도 완성형 주인공이 활약할 수 있다. 죠죠의 기묘한 모험쿠죠 죠타로원펀맨사이타마 등이 대표적으로, 이들은 우월한 주인공이 악당들을 호쾌하게 쳐부수는 임팩트 있는 연출과 스토리로 인기를 끌었다.

완성형 주인공이 등장하는 소설에서는 주인공이 잘 성장하지 않지만, 악역이나 사건이 충분히 강하지 못하면 작품 진행이 지루해진다. 쉽게 말해 소설에 긴장감이 없어지면 좋지 않다. 완성형 주인공에게도 그에 걸맞는 시련이 필요하며 그 시련이 강하면 강할수록 좋다.

주의할 점으로, 완성형 주인공은 '무결점 주인공' 이 아니다. 완성형 주인공에게 고치거나 보완하기 힘든 단점을 줘 보자. 소설의 긴박감을 연출할 수 있다. 적들은 기회만 되면 그런 약점들을 공격할 것이고 주인공은 그것을 견뎌내야 하기 때문이다. 만약 완성형에 무결점 주인공이라면, 그것은 메리 수와 다를 바가 없고 소설의 재미는 급감한다. 그래플러 바키의 주인공이 한마 바키가 아니라 한마 유지로였다면 작품이 무슨 꼴이 났을까를 생각해보자. 특히 초보 작가들이 자캐를 주인공으로 설정할 경우 이런 경향성이 두드러진다. 단점이 없는 캐릭터는 극복해야 할 대상도 없고 세상에 불만도 없기 때문에 현실에 안주해버린다. 굳이 행동하지 않는다. 이런 캐릭터로 작품 진행이 될 리가 없다.

만약 무결점의 인물을 창조해버렸는데 의외로 매력이 철철 넘친다면, 이 캐릭터를 안타고니스트로 배치하는 것도 고려할 만하다. 그들은 주인공이 성장하면서 이에 영향을 받아 결점이 생기곤 한다. 완벽한 인물에게 금이 가면 이야기가 흥미로워진다.

안타고니스트는 악당이 아니어도 된다. 레 미제라블자베르 형사는 장발장의 대척점에 서 있기 때문에 악역으로 분류되지만, 이 캐릭터 자체는 법의 수호자인 경찰이다. 자베르 형사는 장발장만 없었다면 청렴하고 정의로운 경찰로서 일생을 평범하게 살다 갔을 인물이다. 오로지 장발장의 '적'이었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소설 속에서 악역이 된 캐릭터이다.

그리고 주인공은 능동적인 성격일 것이 매우 권장된다. 이런 캐릭터는 작가가 작은 사건만 던져줘도, 깔아놓은 화약처럼 알아서 연쇄 반응을 일으킨다. 그러나 수동적인 캐릭터는 작가가 작정하고 주인공을 '저격'해야지만 그제야 움직이기 시작한다. 성격만 확실하다면, 능동적인 캐릭터는 약간의 가정만 해줘도 작가의 예상을 넘어 이야기를 만들어낸다. 크게, 더 크게. 몽키 D. 루피가 신중한 캐릭터였다면 위대한 항로의 파도는 꽤 잔잔했을 것이다. 독자는 루피를 알기에 '조만간 또 대형사고 치겠구나' 하고 새로운 사건에 대한 기대를 갖게 된다.

어두운 분위기의 주인공도 충분히, 오히려 더 능동적일 수 있다. 성격이 어찌 됐든 욕구와 목적이 분명하면 된다. 주인공은 자신의 목적을 이룰 때까지 끊임없이 수단을 찾아 행동할 것이다. 데스노트의 주인공인 야가미 라이토는 악당이라고 불러도 될 수준으로 철두철미하고 잔인한 주인공이다. 그는 자신만의 '정의'를 구현하기 위해서라면 무슨 짓이든 서슴치 않는다. 그리고 그 '무슨 짓'으로 인해 그의 대적자의 눈에 들게 된다. 그들은 자신의 욕구와 목적을 위해 치열한 접전을 벌인다. 만약 야가미 라이토에게 '정의'라는 이름의 욕구와 목적이 없었다면 대적자를 만날 일도 없었을 것이다. 더 나아가 데스노트 자체가 없었을 것이다.

전설의 용자의 전설의 작가가 주인공을 수동적인 캐릭터로 만드는[4] 실수를 했는데, 그 대가를 치른 것으로 보인다. 작가가 본인의 실수를 깨닫고 메인 스토리 들어갈 쯤에 주인공 성격을 고쳐버렸다. 많은 작법서가 주인공을 수동적으로 만들지 말라고 권고한다. 이야기로부터 뻗어나가기는 커녕 이야기를 수렴시키기 때문이다.

수동적인 주인공이 없는 것은 아니다. 다만 이런 경우에도 대부분 주인공을 강제로 움직이게 만드는 인물이나 설정이 붙는다. 예를 들어 고전부 시리즈에선 게으른 주인공강제로 움직이는 여주인공이라는 구도를 만들었다. 고전부 시리즈야 작가가 캐릭터 관계에 밀당을 잘해서 어찌어찌 인기는 끌었지만... 끌려가는 주인공은 좋지 않다.[5]

전통적인 클리셰인 '영웅의 여행' 플롯[6]에서 주인공의 초기 상태는 현실 안주 상태이다. 그리고 이 상태에서 주인공에게 아주 치명적인 '결점'을 심어줌으로써 이야기에 불을 붙인다. 가족의 납치나 누군가의 모함으로 인한 피해 등.

헐리우드 영화는 시작지점에서는 캐릭터를 다 만들지 않는다. 영화 시작 20분 동안 서서히 캐릭터의 형태를 굳혀가는 구조다. 그리고 헐리우드 주인공은 이런 사건을 해결하기 위해 어떻게든 움직여 해피 엔딩을 빚어내므로, 능동적인 캐릭터의 범주에 속한다. 반대로 수동적인 캐릭터를 찾고 싶다면 고대 그리스의 연극을 떠올리면 된다. 거기는 기계에 매달린 신이 알아서 해결해 주니까(…).

수동적인데다가 상찌질이 캐릭터를 설정했는데도 성공한 케이스는 드물다. 신세기 에반게리온이카리 신지 정도. 이쪽은 그야말로 작가가 천재라서 가능했던 거니까 함부로 따라하지 말 것. 굳이 따라하고 싶은 작가 지망생을 위해 첨언하자면, 신지는 외부 사건 때문에 강제로 끌려다녔다. 말 그대로 외부 환경이 신지라는 캐릭터를 작품이 끝날 때까지 억지로 견인했다. 이 정도의 묘기를 부릴 수 있다면 에반게리온의 인기를 당신도 얻을 수도 있겠으나, 한 가지 알아두자. 이런 유형의 주인공을 위해 온갖 환경을 준비하고 주변 캐릭터를 짠다 해도 지극히 호불호가 갈리는 캐릭터가 나온다.지금도 신지가 찌질하다고 싫어하는 사람들이 있다는 걸 유념하자 주인공이라는 감정이입의 대상은 너무 이상적이어도 안 되지만 너무 열등해도 안 된다.

2.1.2 조연

조연 캐릭터는 소설 속에서 주연 캐릭터를 보조하는 역할을 맡는다. 조연은 눈에 띄는 성장을 하는 경우가 별로 없으며, 등장 빈도도 주연보다 적다. 고로 조연 캐릭터는 완성형 캐릭터인 경우가 많으며 작품에서의 역할이 비교적 명료한 편이다. 또한 역할이 끝나면 무대에서 금방 내려가기도 한다. 다만 '단역'보다 훨씬 부각되도록 이런저런 개성을 많이 부여받는다.

조연 역시 '특정 인물의 부분집합'이 되어서는 안 된다. 만약 주연이 성장하면서 어떤 조연 캐릭터의 역할을 흡수하는 경우, 그 캐릭터는 퇴장 당하거나 또다른 역할을 하게 된다. 기본적으로 캐릭터들은 다른 누군가가 자신을 대체할 수 없어야 한다. 대체 당하면 캐릭터의 입지가 많이 흔들린다.

성장형 캐릭터가 조연인 경우도 있지만 이런 경우에는 보통 주인공이 강해질 때 옆에서 적절히 보조를 맞춰주는 '동료'에 가깝다. 다시 말해 밸런스 조정. 물론 악역에게도 조연이 있을 수 있고, 방관자 역할의 제3자 조연도 있으며, 해리포터이 분처럼 이중 스파이같이 선역과 악역 둘 다에게 조연인 캐릭터도 존재한다. 하지만 내레이터같은 경우에는 조연 캐릭터로 분류하지 않는다. 극중 상황에 등장하지도 개입하지도 않고 사건만 전달하기 때문이다.

조연은 능동적, 수동적 행위를 잘 제어하는 게 중요하다. 지나치게 수동적인 조연은 등장 빈도가 점점 떨어지다가 결국 단역으로 격하될 수 있다. 그러나 주연보다 더 능동적이거나 개성이 강하면 주연이 묻힐 수 있다. 게다가 더 감동적이기까지 하다면... 이러면 주제와 캐릭터간의 괴리가 발생할 수 있다. 자칫하면 작품의 정체성이 흔들리게 된다.

2.1.3 단역

지나가던 인물 A. 더 이상의 설명이 필요한지? 단역 캐릭터는 조연 캐릭터 중에서도 특히 등장 빈도가 낮거나 일회성으로만 등장하는 인물을 뜻한다. 순전히 등장 빈도에 따른 분류이기 때문에, 신, 왕, 대통령처럼 작품 속에서 영향력이 큰 캐릭터일지라도 등장 빈도가 낮으면 단역 캐릭터로 취급된다.

조연 캐릭터와는 달리, 단역 캐릭터는 다른 캐릭터와 부분집합 관계를 만들어도 상관없다. 어차피 한두 번 등장하고 말 캐릭터이기 때문이다. 다시 말하자면 단역 캐릭터는 능동적인 캐릭터가 아닌 것이 좋다. 능동적인 단역 캐릭터는 등장 빈도가 점점 올라가다가 결국에는 조연 캐릭터로 격상되어 소설의 흐름을 혼란시킬 수 있다. 즉, 너무 적극적인 단역은 빨리 퇴장시켜야 한다.

2.1.4 캐릭터 설정 가이드

여기서의 캐릭터 설정은 성장형 주인공을 기준으로 한다. 완성형 주인공의 경우는 추가바람.

GURPS의 캐릭터 메이킹 시스템을 기준으로 서술한다. 소설을 대상으로 캐릭터 메이킹을 담당하는 전문 작법서의 지침들은 너무 피상적인 면이 있어 여기서는 GURPS 시스템을 기반으로 하되 소설에 불필요한 요소는 배제하는 방향으로 서술한다.

모든 주, 조연 캐릭터는 신체 및 정신적인 장단점을 가진다. 단역 캐릭터만이 예외이며 악역이라고 대충 설정해서는 안 된다. 여기서 신체적인 장점에는 '힘이 세다', '외모가 출중하다' 등이 있으며 신체적 단점은 말 그대로 '장애'이다. 작게는 눈이 나빠 안경을 써야 한다는 것부터 크게는 식물인간까지. 귀족집 자제분같이 신분상의 장점도 신체적 장점에 들어간다.

정신적 장점에는 '멘탈갑(甲)', '직관 우수' 등이 있다. 단점으로는 '고집이 셈', '다혈질' 등이 있을 수 있다. 소설 속 캐릭터에게는 이 정신적 장단점 설정이 가장 중요하다. GURPS에서는 단순히 리스트로 관리하지만 소설에서 사용할 캐릭터는 설명이 훨씬 자세해야 한다. 자기소개서 쓰는 기분으로 쓰는 게 좋다.

이들의 장단점은 서로 맞물려가며 상호작용을 해야 한다. 누군가의 단점이 다른 누군가의 장점으로 커버되는 식이다. 특히 선역-악역 관계에서는 캐릭터 상성을 결정하는 중요한 변수가 된다. 능력자 배틀물을 쓸 예정이라면 기능의 상성(불을 다루는 마법사 vs. 물을 다루는 마법사)으로도 전개할 수 있지만 밑에 언급한 것처럼 기능은 딱히 단점으로 취급될 만한 성질이 없기 때문에 캐릭터가 성장하기 어렵고 자칫 파워 인플레로 치달을 가능성이 높다.

기능은 '운전', '곡예', '무술'같이 배워서 쓸 수 있는 것들이 들어간다. 이것들은 각각 캐릭터의 '장점'의 일부이며 원한다면 같이 취급해도 된다. 그러나 기능은 캐릭터 스스로의 의지에 따라 사용하거나 사용하지 않을 수 있기 때문에 단점이 되는 경우는 많지 않아 기능만으로 캐릭터 설정을 완결짓는 행위는 삼가야 한다.

캐릭터의 단점을 쓰고, 그 단점을 보완할 만한 캐릭터를 파란 선으로, 그 단점을 공격할 만한 캐릭터를 빨간 선으로 잇는다. 이것을 모든 캐릭터(단역 제외)에 대해 반복한다. 이것이 캐릭터 갈등 관계도, 캐릭터-넷(Character-Net)이다. 이 네트워크에서 고립된 노드(캐릭터)를 찾아서 제거한다. 그리고 선이 이어진 패턴이 너무 유사한 캐릭터는 하나로 합친다. 역할이 중복되는 캐릭터가 둘 이상 발생하면 누구를 등장시켜야 할지 애매해질 수 있다.

위에서 작업한 캐릭터-넷은 초기 상태 관계도이고, 작품이 진행됨에 따라 캐릭터의 장단점은 변한다. 새로운 기술을 배웠을 수도 있고(기능의 획득), 성격을 고쳤을 수도 있고(단점 제거/장점 획득), 다쳤을 수도 있다(신체적 단점 획득). 이 때마다 캐릭터 넷을 변화시켜가면서 캐릭터간 이어지는 선들을 끊거나 잇는다. 보통 주연 캐릭터만 성장시키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조연까지 성장시키려고 들면 네트워크 갱신 작업이 너무 복잡해지기 때문이다.

선의 끊어짐에 의해 고립 노드가 된 캐릭터는 제거한다(죽이거나 은퇴). 나중에 주인공이 새로운 단점을 습득한 경우 그때 재등장시키거나(은퇴의 경우), 새 캐릭터를 만들면 된다(죽인 경우). 쥐도새도 모르게 등장을 안 하는 것보다는 독자가 인식할 수 있게 퇴장시키는 게 좋으며 그게 소설의 완성도를 높인다.

주인공은 클라이막스에서 최종 성장한다. 그때를 위해 가장 중요한 단점 하나는 남겨 두어야 한다. 이 성장은 작품의 주제와 관련 있어야 하며 만약 관련이 없다면 주인공을 다른 캐릭터로 바꾸거나 주제를 바꾸거나 둘 중 하나는 해야 한다. 주제하고 주인공하고 따로 놀아서 마무리가 잘 안 된 예는 금색의 갓슈벨에서, 주제에 맞게 주인공이 성장하며 마무리가 잘 된 예는 강철의 연금술사바람의 검심에서 볼 수 있다.

2.2 사건(Event)

사냥이 시작되었네, 왓슨!

- 셜록 홈즈 시리즈

인물들끼리 또는 인물과 배경 간에 이루어지는 액션과 리액션 전부를 통칭하여 '사건'이라 한다. 인물이 '명사'라면 사건은 '동사'로 볼 수 있다. 크게 주요 사건과 보조 사건으로 나눌 수 있으며, 업계 용어로는 '메인 플롯'과 '서브 플롯'이라고 한다.

엄밀히 말하면 우연한 사건, 그리고 소설책 맨 앞의 제 1에피소드를 제외한 모든 사건은 앞 사건/복선의 리액션(반작용/후폭풍)이어야 한다. 소설의 개연성과 연관되는 설명이다. 마치 피라미드를 쌓듯 사건 하나하나가 전부 결말의 기초가 되기 때문이다. 그러나 원인 없는 결과(즉, 우연성)가 많아질수록 소설의 개연성이 떨어져서 작품성을 해치게 된다. 쉽게 말해 전개가 뜬금없어진다.

소위 갑툭튀라는 것이 욕을 먹는 이유는 '왜'라는 의문을 해결해 주지 못하기 때문이다. 모든 작품은 거짓말이다. 하지만 매우 능숙한 거짓말이어야 한다. 진짜 같아서, 속아넘어갈만한 거짓말. 독자는 그런 거짓말을 원하고 있다.

사건에는 의미가 있고 드라마가 있다. 의미가 없으면 사건이 아니라 사고다. 예를 들어 추리물에서 피해자가 '사실은 벼락에 맞아 죽었다'라고 하면서 에피소드를 끝낸다면 이건 단순한 사고다. 그것만큼 허무한 결말도 없을 것이다. 가까운 예시로 언틸 던이 있는데 호러/스릴러 장르를 표방했으면서 '사실은 괴물이 범인이다' 라는 중간 결말을 제시해서 작품 전체가 좀 허무해진 감이 있다.

좋은 사건에는 신체적 플롯은 물론이고 정신적인 플롯까지 존재한다. 인간의 마음에 대한 이야기 말이다. 끊임없이 사건이 펑펑 터지는 블록버스터 영화 트랜스포머가 욕을 먹는 이유는 여기 있다. 신체의 플롯으로만 이뤄진 영화가 4편째 나오고 있다. 영화 속 빌딩만 계속 무너질 뿐, 관객들의 가슴은 무너지지 않는다. 관객은 이제 무의미한 폭발에 질렸다. 차라리 비눗방울이 터진다면 더 주의깊게 볼 것이다.

독자는 소설을 읽으며 만들어진 현실로 빠져든다. 독자는 이야기 속 '캐릭터'라는 타인 혹은 자신을 만나고, 현실에서 하지 못했던 다양한 경험을 한다. 웃고, 화내고, 싸우고, 사랑하고, 기뻐하고, 슬퍼한다. 사건이 일어나지 않는 소설을 읽는 건, 게임에 접속해두고 아무 것도 안 하고 있는 것과 마찬가지다. 잠들기 딱 좋은 조건이다. 설령 일상물이라고 해도 사건이 벌어지며 그 규모는 작가의 재량이다. 가스파드의 일상이 판타지인(…) 만화 선천적 얼간이들을 생각해 보자.

사건을 만들 때 주의할 점이 있다. 우연에 의한, 그리고 인물과 무관한 사건은 만들지 말 것. 독자가 보고 싶은 건 사고 현장이 아니라 대립하는 인물들의 싸움이다. 독자는 인물에게 일어나는 사건들이 명백한 목적과 의미를 갖기를 원한다. 주인공이 위기에 처한다면 그 위기엔 적대자의 의도와 계획이 있어야 좋다. 주인공이 우연히 길거리의 악당들에게 맞는 것보다, 적대자의 부하들에게 맞는 게 더 극적이고 작품의 구도를 명확하게 한다.

또한 사건은 주제를 끊임없이 반영해야 한다. 소설을 완결짓기 위해선 최소한 메인 플롯에서만큼은 주제를 의식하고 있어야 한다. 전개가 주제를 한참 벗어나면 독자가 갈피를 잃어버린다. 작품 속 기사가 용을 무찌르기로 결심했다면, 결국 용이 이기든지 기사가 이기든지 무승부가 되든지 해야 한다. 기사가 용과 싸우지도 않았는데 이야기가 끝나버리면 안 된다.

안정적인 상태(균형)를 유지하던 주인공이 중대한 위기 혹은 '트러블'을 만나면서 삶의 균형이 깨지고, '균형을 되찾기 위해' 혹은 '목적을 성공적으로 이루기 위해' 고군분투 하는 모습. 이것이 재밌는 이야기의 기본 원칙이다.[7] 데스노트를 획득한 라이토가 자신의 목적을 위해 범죄자들을 죽여나가는 상황은, 라이토가 어떤 인물인지 묘사한 '전개'에 가깝다. 그와 정면으로 대적하는 천재 탐정 L이 등장하여 그를 옥죄기 시작하는 순간이 바로 위기다. 트러블이 생긴 것이다. 이 '위기'야 말로 이야기를 재밌게 만든다. L이 없었다면 데스노트는 어떻게 전개됐을까. 라이토는 데스노트를 사용해 계속 범죄자들을 죽여나갔을 것이다. 그리고 문제 없이 자기가 원하는 대로 '신세계의 신'이 되었을 것이다. 바카야로이드가 될 일도 없었을 것이다. 그닥, 재미 없지 않겠는가.

2.2.1 플롯 작성 가이드

드라마의 3막 구조에 맞춰 서론-본론-결론을 쓴다. 참고로 이건 2천년도 더 전에 아리스토텔레스가 '시학'을 통해 정립한 이론이다.

서론, 즉 1막에서는 등장인물들을 소개하고 배경을 설명하는 일을 주로 한다. 주인공(프로타고니스트)이 적대자(안타고니스트)를 만나고 첫번째로 갈등이 생기는 단계까지가 제 1막이다.

본론, 즉 2막에서는 주인공들 간의 갈등이 고조되는 단계. 그냥 무난하게 쓸 수 있다.

결론, 즉 3막에서는 작품의 주제가 드러나면서 갈등이 해소되고 작품이 끝난다.

3막 구조를 완성했으면 이제 이걸 갈등 수위에 따라 분류하는 5막 구조인 발단-전개-위기-절정-결말 구조로 확장한다.

  • 발단부는 주연 캐릭터 소개[8], 배경 세계의 간단한 묘사 등을 한다.
  • 전개부는 첫 갈등의 출현과 그것의 고조 단계다. 보통 전개부가 소설에서 가장 길다. 서브 플롯이 있는 경우 메인 플롯의 전개부에서 그 서브 플롯들이 거의 다 소화된다. 갈등은 높아지기도 하고 낮아지기도 하지만 전체적으로는 상승세.
  • 위기부는 주연 캐릭터가 도저히 넘을 수 없어 보이는 벽을 만난다. 전개부에서 발산하던 스토리가 위기부에 접어들면서 수렴을 시작하는데 위기부에서 본격적으로 떡밥을 회수하고 있다고 생각하면 된다. 스토리 수렴 단계이기 때문에 그 어느 때보다 급격하게 갈등 곡선이 치솟는다.

초보 작가들이 바로 이 위기부에서 좌절한다. 뿌려 놓은 떡밥이 너무 많아 회수가 안되거나 주인공이 작품 바깥으로 튀어나가버려 주제를 잃어버리는 경우, 갈등 곡선이 하강세에 접어들었고 다시 상승시킬 여지가 보이지 않는 경우(주인공이 너무 빨리 성장해버린 경우)에 위기부로 소설이 접어들지 못하고 망한다.

  • 절정부는 클라이막스부라고 하고 소설에서 가장 중요한 부분이다. 주인공이 최종 성장하는 부분이고 모든 떡밥이 여기서 다 결집되어 한 방에 폭발한다. 한 방에 폭발시킨다는 게 중요. 여러 발에 걸쳐서 폭발시키면 그만큼 임팩트가 떨어져서 작품이 밍숭밍숭해진다. 주인공은 보통 여기서 중요한 선택에 직면하게 된다. 이 선택의 결과에 따라 결말부가 완전히 달라진다.
  • 결말부는 절정부에서 주인공이 선택한 행동에 대한 결과를 보여주고 작품을 마무리짓는다. 에필로그(후일담)가 결말부에 포함된다.

5막구조까지 만들었으면 이제 에피소드를 나열한다. 에피소드 각각은 하나의 챕터(장)가 되며 각각의 챕터마다 하나의 사건이 생기고 끝난다. 이 에피소드 하나하나가 서브 플롯에 해당한다. 하나의 에피소드로 소설의 전 영역을 커버할 수도 있다. 이 경우에는 갈등 곡선이 단 하나의 봉우리(절정부)만을 그린다. 요즘 소설은 다중에피소드 방식이 대세이므로 대부분의 경우 갈등 곡선은 상승과 하강을 반복하면서 전체적으로는 상승하는 산맥 모양을 그린다.

에피소드가 하나 끝날 때마다 캐릭터 관계도(캐릭터-넷)가 조금씩 변한다. 일일이 추적하면서 관리 할 필요까지는 없지만 조연의 퇴장 시기나 신캐릭터 등장 시기 정도는 신경써주는 것이 좋다.

캐릭터-넷이 너무 공돌이스러우면 그냥 다 잊어버리고 이것만 생각하자. 소설은 현실세계의 모사품이 아니라 치밀하게 계획된 연극 무대다. 소설 속에 등장하는 등장인물은 모두 배우이고 모든 배우에겐 자기 역할이 있다. 영화 시나리오 작가가 가장 먼저 설득해야 하는 건 관객도 아니고 감독도 아니고 거기 출연할 주연배우다. 대본이 마음에 안 들면 배우는 출연을 거부하듯이 당신의 소설 속 주인공에게도 같은 잣대를 적용해보자. 당신 소설 속에 캐스팅된 모든 가상의 배우가 자기 배역에 만족하는가? 그렇다는 대답이 돌아오면, 독자들도 틀림없이 만족할 것이다.

에피소드 목록까지 다 끝났다면 플롯은 다 쓴 것이다. 이제 집필하면 된다.

'주제' 문서에 초보 작가에게 추천하는 방법으로 '에필로그'와 '시놉시스'를 먼저 쓰라는 조언이 있었다. '주제'를 잡기 위해서라는 단서가 붙긴 했지만 거기서 언급한 '에필로그'는 바로 5막 구조에서의 '결말'부에 해당한다. 즉 플롯을 작성할 때의 순서는 프롤로그부터가 아니다. '에필로그'-'클라이막스'-'프롤로그'-'나머지' 순서로 플롯을 작성한다. '에필로그','클라이막스','프롤로그'를 합쳐서 요약한 게 바로 시놉시스다. 시놉시스와 티저 예고는 전혀 다른 것이니 착각하지 말 것! "웬 난동피우는 드래곤 때문에 마을 하나가 통째로 박살났다. 이에 분노한 용사는 검게 그을은 검을 들고 복수의 여정을 떠나는데..." 라고 끝맺으면 티저 예고이고 여기에다가 모든 스포일러 다 포함시키고 결말까지 쓰면 그게 시놉시스다. 주제가 목적지라면 시놉시스는 여행 계획, 즉 웨이포인트(Waypoint)이다.

전문 용어를 전부 풀어서 설명하자면 소설의 목적지를 정하고(에필로그), 주인공의 최종 성장을 정하고(클라이막스), 주인공의 시작 상태를 정하고(프롤로그), 그리고 시작 상태에서 최종 성장까지의 여정을 정하라는(나머지) 것이다. 반대로 하면 어렵다. 아래 '픽사의 스토리텔링을 위한 22가지 법칙들'의 7번을 참고할 것.

2.3 배경(Background/Environment)

호빗들은 사실, 그들이 알려지기 전부터, 가운데땅에서 오랜 세월 조용히 살아왔다.

- 반지의 제왕

다큐멘터리사극같은 장르는 실제 역사를 배경으로 하는 만큼 설정에 조금이라도 허점이 있어서는 안 되기에 캐릭터 설정하는 것보다도 더한 노력을 쏟아붓는다. 그러나 그건 해당 장르가 지향하는 바가 배경 설명 그 자체이기 때문이지 순수문학을 포함한 대부분의 소설은 그렇지 않다. 배경은 주제에 직접적으로 관련된 부분만 설정해도 충분하다. 그 이상은 오히려 독이다. 잘 쓰여진 작품의 배경이 치밀하고 방대한 것은 사실이나 그 역은 성립하지 않는다. 대표적으로 배경 치밀하기로 유명한 작품인 파이브 스타 스토리의 인지도는 바닥을 긴다. 유명한 작품인 톨킨의 반지의 제왕도 그 설정집에 해당하는 실마릴리온이 있지만 이것까지 완독한 사람은 덕후 소리를 듣는다.(...)

배경 설정에 불필요한 걸 너무 많이 집어넣을수록 설정충돌이 발생하고, 설정놀음으로 전락할 확률이 높아지며, 글의 전개 속도도 느려진다. 설령 설정만 하고 본문에는 서술하지 않을 거라고 해도, 그 배경이 플롯과 부합하는지 확인하느라 시간만 더욱 낭비된다. 무엇보다 독자가 그걸 다 보고 기억할 지는 미지수이다.

Nostalgia Critic설정에만 몰두하는 이들을 비판한 적이 있다.

"...하지만 여기에 좀 다른 요소에 집중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작가들을 볼 수 있습니다. 복잡한 세부정보와 뒷배경, 어찌 보면 멋있게 들리지만 달리 보면 미친 듯이 우스꽝스러운 가공의 이름들. 거대한 가짜 배경 위에 거대한 가짜 폭발 속에서 "아아아!"하며 소리치는 사람들, 거기다가 아주 아주 진지한 척하고 웃음 한 번 짓지 않는 등장인물들. 왜냐하면... 그렇게하면 좀 더 개성 있게 보이니까요? 슬프게도 어떤 작가들은 이런 것들이 웅장한 서사극을 만든다고 생각합니다." 영상[9]

여기에서 벗어나려면 굳이 생각나는 걸 "설정"으로 정리하려고 하지 말고, 생각나는 대로 "장면"을 자유롭게 메모해두면 어느 정도 벗어나는데 도움이 된다. 다만 설정더미가 완성된 작품이 아닌 것처럼, 멋진 장면 여러 개를 모아놓는다고 완성된 작품이 되는 것도 아니다. 이 방법으로는 단순한 설정놀이꾼을 벗어날 수는 있어도, 역시 작가로서 완성될 수는 없다. 그냥 한 걸음 더 나아가는 것일 뿐이다. 차라리 "사건"을 짜는 게 낫다. 흥미로운 사건들을 적절히 연결시키기만 해도 중간은 간다.

2014년 개봉한 닌자거북이 영화에서 배경에 쓸데없는 걸 마구 집어넣으면 작품이 어떻게 망가지는지 적나라하게 드러난다. 쓸데없이 백스토리에 신경쓰느라 유전공학 같은 엉뚱한데다가 식상한 걸 집어넣어서 아예 닌자거북이 프렌차이즈 자체를 말아먹어버리는 병크를 터뜨린 바 있다. 방사능 뒤집어써서 닌자가 되든 슈퍼솔저 주사맞고 닌자가 되든 둘 다 과학적으론 개털이다.그냥 헐크판타스틱 4처럼 비과학적인 거 알면서도 무시해버렸으면 그 참사까진 가지 않았을 것이다. 도라에몽의 설정 변경/삭제가 꽤나 잦았다는 점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 100kg가 넘는 도라에몽의 몸무게 등은 포기한 지 오래고, 이외에도 전개에 무리가 있을 때 몇 번씩 갈아엎었다.

단 여러 작가가 협업하고 있는 상황이라면 서로 설정 충돌을 방지하기 위해 치밀한 배경 설정이 중요할 수도 있다. 그러나 대부분 소설은 혼자 집필한다. TV시리즈나 장편 애니메이션 같은 경우에나 여러 작가가 협업한다. 그러니까 본인이 판단하기에 스토리에 딱 필요한 만큼만 설정하고 그 이상은 넘어갈 것. 대부분의 독자는 '스토리'를 보려고 작품을 읽지 '설정'을 보려고 읽는 게 아니다. 주지사님이 대공포 수준의 화력이 나오는 레일건 소총을 양 손에 들고 난사해대도 영화가 재미있으면 그만이고(이레이저), 자동차에 원자로를 싣고 시속 88마일로 달리면 시간이동을 한다고 하면 하는 것이다(백 투 더 퓨쳐 시리즈)[10].

역발상으로 배경 설정에 기업급의 노력을 결집해서 출간하는 작품도 있다. TRPG 등의 서플리먼트 북이 그것으로, 대표적인 예시가 바로 겁스이다. 다만 이것은 말 그대로 자료집이며 문학 작품으로서의 가치는 별로 없다. 그리고 TRPG는 게임이지, 지금 여기서 말하는 소설과는 거리가 멀다. "소설판"이면 모를까.

배경을 충실하고 적절하게 설정했는데 그 작품이 독자들에게 외면당했다면 그건 배경의 문제가 아니다. 인물들의 이야기가 배경에 비해 양이 적었거나 재미 없었기 때문이다. 배경은 충실하다고 나쁠 것이 없다. 배경이 충실하면 작품의 개연성과 사실성에 도움이 된다. 배경이 사실적일수록 독자들은 작품을 더욱 현실처럼 느끼게 되고, 작품 세계에 몰입하기 쉬워진다. 아바타(영화)의 배경 효과와 설정이 야매였다면 아바타를 현실과 혼동하는 이상한 관객이 나왔을까. 그럼에도 배경에 너무 집착하지 말라는 이유는 간단하다. 없어도 이야기에 문제 없는 배경이 원고에 많으면 독자의 몰입도와 만족도가 떨어진다. 그건 필요한 정도로만 거르고 나머지는 원고에서 빼는 게 좋다. 인물들의 이야기가 아직 부족한데 배경과 설정으로 가득한 소설은 속 빈 껍데기에 가깝다. 그런 배경은 정성들여 썼더라도 작가의 설정 노트 속에만 간직해두는 게 옳다. 그러면 분량 문제가 고민이라고? 그래서 소설가가 되기 힘들다. 소설을 쓸 때 '중요한 이야기들' 로 원고를 채운다는 생각을 갖자.

3 문체

나는 고양이다. 이름은 아직 없다.

- 나는 고양이로소이다

작가의 개성이 묻어나는 부분. 글의 지문과도 같다.[11] 표절시비를 가릴 때에도 주로 문체로 판단한다.

문체를 연습하라는 건 글을 '화려하게' 쓰라는 얘기가 아니다. 작문의 기본은 간결체. 즉, 간단하게 쓰는 것이다. 형용사, 부사 같은 꾸밈말을 최소화하고 주어, 동사, 목적어로 이루어진 '건조한' 문장을 만드는 연습을 한다.[12] 대부분의 경우 꾸밈말이 너무 많아서 문제가 되지 너무 적어서 문제가 되는 경우는 거의 없다. 오히려 꾸밈말에 신경쓰느라 문장의 핵심 요소인 '주어'나 '목적어'를 누락하는 경우가 더 많다. 만연체를 쓰고 싶어도 최소한 주술구조를 파괴하지 않은 채 핵심 단어를 알 수 있도록 다듬는 연습이라도 하는 게 좋다. 기교를 부리기 전에 기본부터 세워야 하는 건 분야를 막론하고 언제나 진리가 된다. 한국어는 주어를 생략해도 의미를 어느 정도 이해할 수 있겠지만 남들이 읽기 어려운 문장은 '나쁜' 문장이라는 게 중론이다.

지나친 묘사는 밥이나 빵은 먹지 않고 후추나 겨자로만 식사하는 거나 다름없다. 어느 게 적정한 수준인지는 누구도 알 수 없고 본인이 감으로 익혀야 한다. 일반적으로 남성 작가들이 글을 무척 건조하게 쓰고 여성 작가들이 미사 여구나 세부 묘사를 더 많이 쓴다. 나중에는 이런 것도 기계로 분석할 수 있겠지만[13] 본인의 감을 키워야 한다. 독자 피드백을 열심히 받는 게 좋다.

라이트 노벨만연체를 사용하는 몇몇 히트작이 있다. 라이트 노벨 작품들이 전반적으로 간결체를 선호한다는 걸 생각해보면 상당히 아이러니. 최고의 히트작 중 하나인 스즈미야 하루히 시리즈는 전체적으로 만연하며 문장 호흡이 길고, 나스 키노코Fate 시리즈#s-2.2니시오 이신이야기 시리즈, 헛소리 시리즈 등의 작품은 특이한 연출이 자주 등장하는데 이는 동어반복이나 자잘한 묘사를 길게, 많이 하는 경우가 있다.

상술했던 작품을 쓴 작가들의 문체는 호불호가 꽤나 갈리며 싫어하는 사람들은 폼만 잡고 읽는데 시간만 걸린다고 말한다. 돈 받고 일하는 사람이 쓴 글도 이런 인상인데 그 문체를 아마추어가 흉내내면 그거야말로 언어 폭력이다. 술술 넘어가거나 사람을 빨아들이는 글은 쓰기 정말 어렵다.

초보 작가는 문체가 희미하나 글을 쓰다 보면 자신만의 문체가 생겨 점점 작가의 개성으로 굳어진다. 글을 많이 쓰는 것 말고는 문체를 향상시키는 방법은 없다. 어떤 작품을 감명깊게 봐서 영향을 받았더라도 글을 많이 써야 비슷해진다. 이 뿐만 아니라 모든 것이 다 그렇다. 잘하려면 많이 해볼 수 밖에 없다.

아주 간혹 1인칭만 주구장창 파는 작가나 다중 1인칭 작품을 쓰는 작가는 문체가 두드러지지 않기도 한다. 정확히는 상황을 서술하고 묘사하는 인물이 바뀔 때마다 그 인물의 성격과 지식수준, 특성에 맞는 서술방법으로 바꾼다. 물론 초보 작가가 어줍잖게 시도했다간 망한다. 이런 기술은 웬만한 프로 작가들도 못 하는 경우가 대다수.[14]당장 다중 1인칭으로 세계적인 유명세를 떨치거나 고평가를 받는 경우가 전무하거나 거의 없다는 점만 봐도 얼마나 어려운지 알 수 있다.

소설의 문장은 의 문장과 다르다. 시 세계에서 문장은 그 자체가 알파이자 오메가이며, 독자 역시 문장 그 자체가 주는 느낌과 아름다움을 음미하기 위해 시를 읽는다. 하지만 소설은 서사를 전달하는 양식의 문학이다. 과장하자면 소설의 문장은 어디까지나 이야기를 구체적으로 전달하기 위한 도구이다. 한국에서 순수 문학의 영향력이 가히 '지배적'인 탓에, 이에 알게 모르게 영향을 받아 소설의 문장 하나 하나를 '시처럼' 추상적이고 아름다워 보이게 쓰는 사람이 많다. 하지만 시가 일러스트라면 소설은 만화다. 그림이 좀 아니어도 이야기를 문제 없이 표현할 수 있는 수준이라면, 그리고 이야기가 좋다면 독자는 만화를 본다. 하지만 그림 자체의 느낌이 허접한 일러스트는 독자들이 좋아해주지 않는다. 이와 같은 맥락이다.

그래서 소설의 존재 의의를 아름다운 문장이 아니라 '이야기'라고 생각한다면 문장을 어떻게 써야 할 지 감을 잡을 수 있다. 독자가 읽고 작가가 생각하는 이야기의 느낌을 그대로 따라갈 수 있게 쓰는 것이 가장 좋다. 더불어 간결체와 만연체, 건조함과 화려함의 논의는 별 의미가 없다. 모두 쓸모 있기 때문이다. 지금 말하려는 이야기가 갖고 있는 상황과 분위기에 따라 문장의 성격을 선택하는 것이 낫다. 화려한 문장이 안 좋다고 해서, 소녀를 사랑하는 소년의 심경을 건조하고 간결하게만 쓸 것인가? 반대로 학교 생활에 염증을 느끼는 주인공이 수업 듣는 심경을 굳이 아름답고 장황하게 쓸 것인가? 문체를 이야기에 맞춰 쓰는 것이 소설 문장의 기본이자 완성이다. 소설의 핵심은 문장이 아니라 이야기이기 때문이다.

4 기타

종종 기초적인 전개와 결말을 따르지 않는 예외적인 작품들은 소설의 기본 방식을 따르지 않는 경우가 있다. 그러나 이는 그리 많지 않으므로 작품을 다루기 쉽지 않고 읽는 사람의 입장에서도 읽는 게 어렵다.

더군다나 사람들의 기억 속에 남을 정도의 걸작이나 명작은 그만큼 특출난 무엇을 처음 시도 했거나 완성도가 높다는 공통점이 반드시 존재한다. 아니면 둘 다이거나. 그리고 이런 특별한 작품들은 거장이나 천재 등 쉽게 찾아볼 수 없는 이들에 의해 만들어진 경우가 태반이다. 또한 세간의 평판과 읽는 사람의 즐거움이 항상 일치하지는 않으며, 대중은 이해를 못하지만 소수의 집단에게 고평가를 받는 작품과 많은 이들에게 읽히지만 문학적인 가치가 낮다고 평가받는 작품이 서로 공존한다.

물론 아무리 인생은 실전이라지만 소설 몇 개 실패했다고 인생이 꼬이는 것도 아니고(물론 케바케. 실존인물을 함부로 가져다 썼다거나 하면 큰일난다) 일단 실패를 두려워 말고 단편 위주로 많이 써보자.

그리고 자기가 한국인이고 한국어를 유창하게 구사한다고 해도 일단 작가라면 국어사전을 반드시 끼고 살자. 그 다음으로 중요한 사전은 유의어 사전. 다만 한국어 유의어 사전은 인터넷에 공개된 사전이 매우 부실하므로 영미권의 시소러스 사전을 영한사전과 함께 사용해서 써먹는 것도 좋다.[15] 유의어 사전을 어디에 쓰냐고? 본인 어휘력에 일시적으로 부스터를 걸어준다. 부스터를 계속 받다 보면 아예 영구적으로 어휘력이 상승한다. 작가에게 어휘력은 가장까진 아니어도 매우 중요하니까 꼭 사전 끼고 살자.[16] 동어반복을 피할 수 있다는 점 하나만으로도 어휘력은 높여 둘 가치가 충분하다.

그 외에 사극계의 바이블 조선왕조실록도 인터넷에 검색기까지 붙어서 제공되고 있고 성경[1]이라는 데서 번역판별로 다 제공하고 있다. 그 다음에 영화대본 아카이브인 IMSDB라는 곳도 있는데 정말 방대한 양의 영화대본을 무료로 열람할 수 있다.[17] 묘사기법 같은 건 대본봐선 연마가 안되겠지만 최소한 대화의 기법이나 연출기법, 명대사 같은 건 연습할 수 있다.

더 좋은 소스를 원하나? 도서관이 있다. 텍본따위 받아서 저작권법 위반하지 말고 깔끔하게 도서관 가서 합법적으로 대출받아 보자. 영화도 도서관 영상자료실 가면 폐관시간까지 무료로 얼마든지 볼 수 있다. 책 없으면 사서한테 부탁하면 웬만해선 사준다(라노벨 같으면 안 사줄 수도 있다). 유명한 고전이면 스테디셀러라 해서 신간을 계속 내므로 도서관에 항상 있을 것이다. 특히 사서는 개인의 수준과 요구에 맞는 맞춤형 추천을 해 줄 수 있는 사람이다. 도서관에 들어오는 책을 전부 읽어보는 사람은 아니지만 그래도 모든 책을 대충은 훑어본 사람이고 무엇보다 대출 통계를 열람할 수 있는 사람이므로 적극적으로 써먹자.

마지막으로 맞춤법 검사기는 시간도 얼마 안 걸리고 이점이 많다. 독자의 만족도와 글의 질을 동시에 잡는 가장 쉬운 방법이다. 개요에서 말한 것처럼 고객에게 예의는 지켜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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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주동 인물. 즉 주인공
  2. 프로타고니스트의 대적자. 반동 인물.
  3. 혐오를 노리고 만들지 않았다면.
  4. 성격이 '귀찮음'이다
  5. 다만 고전부 시리즈는 주인공의 그러한 태도와 그 변화 또한 작품의 방향성과 연관돼있다.
  6. 헐리우드 영화들이 따르는 공식이다. 조셉 켐벨의 '천의 얼굴을 가진 영웅' 참고.
  7. '시나리오 닥터' 로버트 맥기의 말을 빌려왔다.
  8. 악역을 먼저 소개하는 예외도 있다
  9. 본 멘트가 담긴 영상은 워쇼스키 자매의 영화 주피터 어센딩 비평인데, 스토리텔링을 할 때 해선 안 될 것으로 떡칠되어 있는 것으로도 유명하다. 쓸데없는 설정놀음만 해도 문제인데 놀음만 하지 정작 제대로 설명은 안 해주는 갑갑함, 그런다고 복잡하거나 심오한 것도 아닌 단순무식 메인스토리 등등.
  10. 하지만 본격적인 SF소설에서 이러면 욕 한바가지 먹는다. 위에 언급된 작품들은 말 그대로 머리싸맬 필요가 없는 대중을 위한 오락 영화라는 걸 명심하자.
  11. 사람마다 지문이 전부 다른것처럼 글 역시 글을 쓴 사람이 다르면 문체 또한 전부 다를 수 밖에 없다.
  12. 특히 주어 앞에 주어를 수식하는 절이 길어지면 문장에서 주어와 서술어의 힘이 약해지므로 불가피한 경우 외에는 피하도록 한다.
  13. 영화 쪽에서는 흥행예측 분석이라고 이걸 수학적으로 분석하는 알고리즘이 있지만 소설쪽은 아직 없다.
  14. 가령 중견작가인 구효서의 '비밀의 문'이란 작품은 아예 대놓고 화자 3인의 이야기를 번갈아 가며 서술한다며 시작하는 액자식 소설이다. 그래서 액자를 설명하는(즉 3인칭 관찰자)화자 1인(작중에선 인기 소설가)과 액자에 해당하는 당사자들(1인칭 주인공-소설가 지망생과 고전 시대 즈음의 인도 제상)) 2인의 서술자가 섞여 있는데 개성도, 직업도 다른 3명의 말투를 구분하기 힘들 정도. 해당 작품이 잘 쓴 소설로 평가받지 못하는 이유 중 하나다
  15. 종이책으로 된 유의어 사전을 서점에서 팔긴 하지만 사전이라는 매체에서 중요한 신속성과 최신성이 떨어진다는 한계가 있다.
  16. 어휘력이 좋아야 문장력도 상승한다는 점에서 굳이 순위를 놓자면 두 번째, 혹은 세 번째에 든다. 아무리 에누리 줘도 다섯 손가락 안에는 들 정도로 어휘력은 중요하다.
  17. 모든 영화가 있는 건 아니다. 신작개봉영화나 인기가 없었던 영화는 검색이 안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