갑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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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개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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좌측부터 명, 청, 일본의 갑주이다.
멍.청.이


Armor/Armour, Harness

갑옷은 방패와 함께 냉병기 시대의 대표적인 방어구이다. 초기에는 동물의 가죽, 질긴 천, 나무[1], 등으로 만든 일종의 증가장갑 같은 구조로 시작했다. 이후 금속을 다루는 시대가 펼쳐지면서 본격적으로 갑옷이 전성기를 이루게 되고, 대포의 등장으로 잠시 주춤해지나 싶더니 현대기술을 통해 방탄복방검복 등의 바리에이션으로 발전하게 된다. 그리고 SF 계열에서는 강화복이라는 이름으로 그 명맥을 이어가는 중.

다만 강화복 같은 경우는 강화복 중에서 갑옷 역할을 하는게 아닌것도 있어서 강화복 = 갑옷이라 하기에는 어렵다. 그래서 이 항목에는 강화복의 예시와 겹치는 부분이 있다.

동아시아에서는 주로 스케일 메일, 또는 러멜러 아머에 포함되는 철편이나 가죽 조각등을 이어 붙여 만드는 찰갑계열 갑옷이 주류였고, 유럽쪽은 초기에는 체인메일이 주류였다가 서서히 플레이트 아머화 되었다. 아랍~페르시아~인도 등지는 사슬갑옷과 찰갑의 중간형태의 갑옷들이 많이 사용되었다.

화기의 발달에 따라 서양은 갑옷의 면적을 줄이고 몸의 중요부를 집중 보호하는 큐라스 형태의 갑옷들이 만들어지다가 결국 투구와 흉갑만 남게 되었고, 동양권에서는 목면, 비단이나 종이를 두껍게 만든 갑옷들이 방탄효과를 발휘하여 사용되기도 했다.

결국 총기의 화력이 강화되면서 이런저런 갑옷들은 거의 사라졌다. 어정쩡한 갑옷 입고 총알을 맞아서 무거운 몸을 부축하고 갑옷 벗기다가 시간 다 지나서 죽어버리느니 차라리 가볍고 간편한 전투복을 걸치고 총알 맞으면 빨리 벗겨서 치료하는 게 훨씬 생존에 유리하기 때문. 하지만, 19세기 말에는 초기형태의 방탄복이 등장하기 시작했고, 제1차 세계대전 때에는 독일 등의 몇몇 나라에서 강철판으로 만든 흉갑이 돌격부대원이나 저격수에게 지급되기도 했다. 심지어 일본군의 경우는 중일전쟁 기간에 집안에 고이 모셔두었던 골동품 갑옷을 껴입고 나온 장교들도 있었다. '전통있는 사무라이 집안에 모셔져있는 골동품 갑옷'은 일본의 각종 창작물에서도 거의 클리셰 수준이다.

그 외에, 매우 극소수의 현역 병사들이 방탄복을 갑옷이라고 부르는 사례가 있다.

2 갑옷의 종류

3 현실에서의 갑옷

이들의 다리는 곧 피범벅이 되고 말 것이다. 전쟁터에 발가벗고 나가는 것이 얼마나 무모한 것인가는 어떤 시대에나 상식에 속한다. - 스탕달

한 마디로, 갑옷을 입었는가 안 입었는가, 입었어도 어떤 갑옷을 입었는가에 따라 생사가 결정되는 중요한 물건이었다.

인체는 생각보다 매우 연약하다. 뱃가죽과 복막은 정말로 얇아서 날, 날, 화살촉에 스치기만 해도 그 자리에서 장기자랑을 하게 되고, 팔뚝이나 허벅지에 맞은 화살 한 발에 동맥이 찢어져 과다출혈로 요단강을 건너는 게 현실이다. 또한 소독에 대한 대비가 전혀 되어 있지 않던 근대 이전의 상황을 생각하면 각종 외상을 입게 될 가능성을 최대한 줄여주는 갑옷과 같은 방어구가 필수품임을 금방 짐작할 수 있다. 이런 점에서 영화 300이나, 대부분의 판타지게임/소설 등에서 묘사되는 헐벗은(…) 갑옷은 한 많은 인생을 일찍, 그리고 확실하게 저승으로 보내는 방법이라고 할 수 있다. 테르모필레 전투에서 스파르타 군은 온몸에 갑옷을 두른 중장보병들이었다.

주인공이 도검으로 베면 갑주를 장비한 병사가 즉시 사망하는 등의 사극을 비롯한 갑옷이 등장하는 시대를 다룬 매체를 보면 갑옷이 아무런 역할도 못하는 경우가 많은데[2], 실제는 절대로 그렇지 않다. 가죽갑옷이라 할지라도 선에 집중되는 베는 형태의 공격을 굉장히 효과적으로 방어 해주며, 판금갑옷쯤 되면 점 형태로 집중 되는 찌르기형 공격을 방어 해주는 경우도 있다. 괜히 철퇴나 도끼를 비롯한 갑옷째로 우그러뜨리는 중병기가 등장한것이 아니다. 다시 말해 검 하나 들고 갑옷입은 병사들 베어넘기는 사극이나 판타지 작품은 100% 거짓이다. 당장 방패 하나, 갑옷 하나 걸치는 순간 검술이나 창술의 기본 패러다임(ex: 동작이 큰 베기 위주 → 작고 빠른 찌르기 위주의 공격)이 바뀐다. 또한 일부 양판소무협지, 퓨전 무협 따위에서 나오는 것처럼 입으나 마나 하거나 오히려 입으면 움직임만 방해하는 물건이 절대 아니다. 갑옷은 수천 년 간 개량을 거듭한 물건이며, 옛날 사람은 결코 현대인의 생각만큼 무식하지 않다. 다 목숨걸려있고 살자고 하는 짓인데 멍청하게 했을리가 없지

사슬과 철판 갑옷에 추가로 대형 방패를 중무장한 로마 제국군과 사실상 벗은 몸에 방패 하나 달랑 들고 싸운 켈트 전사들의[3] 전쟁을 분석해 보면 승패는 둘째치고서라도 사상자의 수에서 엄청난 차이가 있음을 알 수 있다.

방어구는 공격무기 못지 않은 전쟁터의 필요조건 중 하나이다. 페르시아 전쟁 때 그리스 군이 페르시아 군에 대해, 콩퀴스타도르 때 스페인 군이 마야, 잉카 군에 대한 압도적인 숫적 열세를 견딜 수 있었던 우월요소 중 하나가 바로 충실한 방어구였다. 중세머스켓, 근세라이플을 거치며 화약병기가 압도적으로 발달한 결과 탄환의 운동에너지가 갑옷의 방어력을 아득히 뛰어 넘으며 갑옷이 의미가 없어지기 이전의 전쟁터에서는, 갑옷은 선택이 아닌 필수품이었다. 이것을 이해하려면 근세 이전의 전쟁에 대한 이해가 있어야 한다.

, , 화살, 투창, 돌멩이 등 온갖 흉악한 물건들을 몸으로 받아가며 정면에서 눌러 오는 적군의 무시무시한 압력을 버텨야 하고 그러면서 무슨 수를 써서든 빽빽한 전열을 유지해야만 살아 남을 수 있었던 것이 중세 이전의 전쟁터의 가장 중요한 특징이다.

여기서 방패, 갑옷 등의 방어구는 선택이 아닌 필수였다. 최고급 두정갑이든 싸구려 종이갑옷이든 입을 수 있는 건 최대한 입어야만 했던 것이다. 안 그러면 거의 무조건 죽는다.[4][5] 적의 화살이나 칼날, 창날이 들어오는 것을 뻔히 보고도 피할 공간이 없기 때문이다. 방어력을 희생해서라도 은밀성/기동성을 올려야만 하는 상황에서 갑옷을 벗어 던지고 싸운 사례가 없진 않지만, 그건 매우 특별한 경우일 뿐이다.[6]

또한 갑옷이 인체의 가동을 다소 제한하기는 하나, 크게 불편할 것이라는 일반적인 생각과 달리 무시해도 좋을 수준에 불과하다. 판금 갑옷(플레이트 아머)의 경우에는 장비를 하고도 활동률이 약 98% 가량으로 두꺼운 옷을 입었을 때의 불편함에 불과하다. 어깨에 무게가 집중되는 기존의 갑옷과는 다르게 각각의 부위가 매우 유기적으로 연결되어 있어 하중이 전신으로 골고루 분산되기 때문이며, 갑옷 스스로가 어느 정도를 지탱할 능력이 있기 때문이다. 유투브 등에서 조금만 검색해 보면 리인액터들이 풀 플레이트 아머 갑옷을 입고 혼자서 말 위에 뛰어 오르내리는 건 물론, 심지어 덤블링이나 수영까지 너끈히 해내는 영상을 어렵잖게 찾아 볼 수 있다. 갑옷은 수천 년의 세월을 통해 지속적인 개량이 더해진 아이템임을 명심하자. 더구나 집단전열전에서 병사가 취할 동작이 딱히 현란할 것도 없다.

도주나 패퇴시에 갑옷을 벗어던지는 경우는 자주 발생하기는 했다. 그러나 이 경우는 정말로 군율에 따라 싸우는 것 자체를 포기하고 달아나는 데만 관심있다는 비겁한 행동으로 간주되었다. 물론 지위 고하를 막론하고 갑옷을 벗고 달아난 게 들통나면 생환하더라도 적과 아군 모두에게 겁쟁이 취급받거나 비웃음의 대상이 되는 것은 기본이었고(...) 자기 목숨만 구하려 무절제한 도주를 했다고 군법에 따라 무거운 처벌을 받는 경우가 부지기수였다. 그 이유는 패전하더라도 질서정연하게 대열을 갖추고 갑옷과 개인장비를 유지하면서 지휘관의 명령에 따라 후퇴하면 상대적으로 부대원 전체의 생존확율이 높았기 때문. 고대 로마군의 전쟁사만 살펴봐도 이런 사례는 얼마든지 찾아볼 수 있다.

한 마디로, 갑옷과 방패는 중세 이전의 싸움터에서 생각보다 매우 높은 확률로 착용자의 목숨을 지켜주는 물건이다. 인류가 갑옷을 입고 싸운 역사가 수천 년이 넘는 것 또한 다 이유가 있다.

갑옷이 효용성을 잃은 건 총기가 보편화되면서부터이다. 참고로 임진왜란 조총의 (유효사거리 내의) 운동에너지가 1200~2000J이다. 이는 현대의 5.56mm 탄환과 크게 다르지 않은 수준으로, 갑옷의 의미가 급격히 없어진 것이다. 적진을 세차게 온몸으로 들이 받아야 하는 기병도 흉갑 하나만 걸친 퀴레시어처럼 한 두 개만 입다가, 결국 모든 갑옷을 포기해 버리고 만다.

그러나 갑옷이 그렇게 영원히 도태된 줄만 알았던 현대조차 투구(방탄헬멧)는 꾸준히 애용됐으며, 심지어 방탄복까지 등장하며 갑옷의 역사를 이어가고 있다. 공격무기 못지 않게 방어구 또한 굉장히 중요한 물건이며, 적의 공격을 100% 막아내지 못 하더라도 방어구의 가치가 떨어지는 것은 결코 아니라는 것[7]이 동서고금의 진리인 셈이다. 돈과 시간이 허락되는 한, 어떻게든 숙련된 전투원을 최대한 보존하는 것이 장기적으로 국가와 군대의 입장에서는 예나 지금이나 제일 이득이다.

4 창작물들에서의 갑옷

기본적으로 방어력뿐만 아니라 신체 능력을 향상 시켜주는 강화복 같은 물건들이 많다. 그러나 우리 주인공들은 갑옷 따윈 부피만 차지하는 무게 덩어리에 불과하다며 안 입는다 여기사 캐릭터의 경우 유방의 굴곡이나 잘록한 허리 등등 몸매를 강조하는 디자인으로 등장하는 경우도 있는데, 실제로 몸매에 맞춰 판금갑옷을 만들었다간 움직이기가 상당히 어렵다.

  1. 초기 중국의 방호구나 일본 야요이 시대 갑주 중에 나무갑주가 발견된 적이 있다. 소설 삼국지연의에 나오는 등갑병이 대표적인 예제. 물론 오과국의 등갑병은 뻥이다.
  2. 드라마나 영화에선 주인공 보정으로 인하여, 게임에선 밸런스로 인하여
  3. 물론 이는 갑옷을 충분히 갖추기 힘든 켈트족 특성상 어쩔 수 없던 측면이 크고, 여유가 되는 귀족 전사들은 갑옷 다 갖춰 입었다. 당장 체인메일 자체가 켈트족의 발명품이었다. 그리고 통념과 달리 켈트족은 로마군과의 전투에서 여러 번 승리한 적도 있었다. 더 많이 털려서 그렇지...
  4. 현대의 군장처럼 급하면 냅다 벗고 튈 수 없으니 갑옷이 비효율적일 것 같은가? 근세 이전의 전장에서 후퇴는 어차피 곧 군대의 패배이며 병사의 죽음이었다. 후방의 독전대에게 죽거나, 적 경보병, 기병에게 순식간에 따라 잡혀 죽거나. 예나 지금이나 전쟁터에서 사상자의 절대 다수는 후반부, 즉 전열붕괴→도주/추격의 과정에서 나온다.
  5. 한 예로 잔 다르크는 영국군을 상대로 전투에 임하면서도 살인을 할 수 없다고 검이나 창 대신 깃발만을 휘둘렀다. 하지만 소녀인 자신의 몸에 굉장히 무겁고 불편하더라도 갑옷만큼은 방어를 위해서 꼭 입었다. 갑옷을 입고도 화살과 돌에 맞는 등의 부상을 몇번 당했는데 갑옷을 입지 않았으면 진작에 전장에서 적군한테 급소에 치명상을 입고 죽어서 영국군을 물리치는 기적적인 업적을 세우지조차도 못했을 것이다. 어차피 나중에 붙잡혀서 화형 당했지만
  6. 주로 기습부대, 암살부대, 투석병 등
  7. 그런 방어구는 존재할 수 없거나, 있더라도 효율이 매우 떨어지기 마련이다. 그러나, 이는 개인의 능동적인 방어행위가 없이 갑옷의 방호력에 의존하는 것이 문제점이라는 것이지, 방호력이 사기급으로 높은 갑옷이 존재하지 않았다는 것은 아니다. 여전히 창, 칼과 화살직격무시할만한 장비는 있다. 방패도 이와 마찬가지로 하라는 공격은 안하고 방어만 하고있는 것이 이상한 행동인 것이다. 애초에 자기 무장만 믿고 다 맞아주면서 싸웠던 기사가 있긴한가?
  8. 캐릭터 자체가 하나의 갑옷이다. 이 때문에 남의 몸을 빼앗아야 한다는 설정. 작중에서도 우츠세미마루, 캄브리마의 몸을 빼앗았고 키류 단테츠의 몸도 노리기도 하였다. 본인의 말에 따르면 숙주가 강하면 강할수록 도골드 자신도 강해지는 모양. 엔돌프는 도골드의 이런 점을 보고 성의 비품 취급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