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자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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千字文
사진은 오른쪽 위 부터 아래로 읽는다.

1 개요

4언절구의 한시(漢詩)이자 대표적인 한문 습자교본. 저자는 중국 남북조시대 양무제 때의 학자인 '주흥사'(周興嗣, 470~521). 삼국시대 종요(鍾繇)가 이미 천자문을 지었다고 하나, 현재 알려진 것은 주흥사의 천자문이다. 당장 죽림칠현이 나오는 것만 봐도 그렇다.

주흥사가 양무제의 명을 받아 만들었다고 하는데 두 가지 설이 있다. 하나는 양무제가 그의 실력을 시험하기 위해 무작위로 훼손된 고서(古書)를 하나 뽑아 이 책의 내용을 복원해보라고 했다는 설, 또 하나는 주흥사가 우연한 일로 양무제의 노여움을 사 주살당하게 됐는데, 이를 용서받는 조건으로 '하룻밤 안에 4자씩 250구절의 시를 짓되, 한 글자도 같은 글자를 쓰면 안된다'고 조건을 달아 만들었다는 설이다. 이 때문에 주흥사는 하룻밤 새에 머리가 하얗게 세었다고 한다.[1]

이 한시의 대단한 점은 '사언고시'(四言古詩) 250구(句)로 이루어졌으면서 글자가 하나도 겹치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러한 점 때문에 옛부터 한문을 배우는 사람들의 입문서로 활용되었다. 장난으로야 "가마솥에 누룽지~~" 하지만, 제대로 정독하고 읽으면 내용도 참 운치있다. 요즘으로 치면 단어와 숙어를 겹치지 않게 좋은 예문들으로 잘 만들어 놓은 영단어 학습장 같은 것이라고 보면 된다.

글자가 겹치지 않게 하면서 운율과 의미도 맞추면서 작성했으니, 저자가 머리가 허옇게 셀만도 하다. 다만 기본은 한시이니만큼, 초심자에겐 의외로 어려운 한자도 좀 있다.역사적으로는 나라 시대부터 빠르게 보급되었고, 우리나라에서는 신라 법흥왕 8년(521년)에 양나라 승려 원표가 사신으로 오면서 많은 불경과 천자문을 가지고 왔다고 한다. 일본서기에는 '285년 백제의 왕인(王仁)이 논어 10권과 함께 천자문 1권을 일본에 전했다'는 기록이 있는데, 이에 대해서는 일본서기 측의 오류이거나, 또는 종요의 천자문이라는 추측이 있다.

일자오결이라는 제도에도 이용되었다. 논밭 다섯 결마다 천자문의 자호 하나를 붙이는 형식. 이걸 또 나눠서 '천(天)자 1호', '지(地)자 3호' 하는 식으로 차례를 매겼다. 조선군 화포 구경 분류에도 이용되었다. (천자총통, 지자총통, 현자총통...) 일본의 이로하 노래와 비슷한 순서 매기기 방식인 셈이다.

마법천자문태극천자문 항목은 진작에 작성되었건만, 정작 원본인 이 항목은 2011년 4월 24일에야 최초 작성되었다. 흠좀무.

2 천 자가 아니라는 루머

겹치는 글자가 있어 1,000자가 아니라는 루머가 있다. '여러분이 몰랐던 상식'이라면서 인터넷에서 쉽게 검색된다. 하지만 이는 사실이 아니며, 결론부터 말해 겹치는 글자는 없고, 정확히 1,000자가 맞다. 하나는 판본의 오류이고 다른 하나는 통용자를 오해한 것이다.

국내 판본 가운데에는 '禍因惡積'이 '禍因惡績'으로 잘못 표기된 것들이 있다. 이 경우 '妾御績紡'의 '績'과 겹치는 경우가 생기는데, 원문은 '禍因惡積'이 맞다. 積은 '쌓을 적'이고 績은 '길쌈할 적'으로 해석을 해 보면 문맥상으로도 당연하다.

다른 하나는, '竝皆佳妙'의 '竝'과 '百郡秦幷'의 '幷'이 같은 글자라는 주장 때문이다. 竝과 幷은 발음과 뜻이 같아 관습적으로 통용하고 해석상으로도 차이가 없으나 자원(字源)이 전혀 다른, 염연히 별개의 글자이다. 竝의 갑골문을 보면 두 사람이 나란히 정면으로 있는 모양의 상형이고, 幷은 나란히 있는 두 사람의 옆 모습의 상형이다. 竝의 약자는 並이고, 幷의 약자는 并인데, 중국의 간체자에서는 뭉뚱그려 并 한가지로 쓴다. 결론적으로 원문 상으로는 竝과 幷으로 다르게 쓰여 있다.

파일:竝갑골.gif파일:幷갑골.gif
竝의 갑골문幷의 갑골문

3 교재로서의 천자문

겹치는 글자가 없는 1000자로 이루어져있고 적어도 당대에는 그 중 대다수 상용자가 많다는 점 때문에 한자 교재로서 애용되었다. 대대로 한국에서는 한자를 처음 배우는 입문자들, 특히 어린이들의 교재로 사랑받아왔다. 천 년도 한참 넘게 지난 지금도 한자 교재 하면 천자문을 떠올릴 정도인데 근대 이전 천자문의 대중성은 더 이상 말할 필요가 없다. 그야말로 한자 초심자가 꼭 배워야 할 필수요소로 대접받았으며 순조실록에는 영의정 김재찬이 당시 왕세자였던 효명세자에게 "천자문이 경사나 의리에 관한 글은 아니지만 앞으로 공부할 것은 다 여기에 바탕하게 되는데 이렇게 이것도 안 배우시려고 하면 참 곤란합니다."하고 세자에게 공부 안 한다고 갈구는 아뢰는 부분이 있을 정도다. 왕실에서 지방의 서당에 이르기까지 학문을 좀 배워보겠다 하는 사람은 한번쯤 꼭 짚고 넘어가야 할 기본 중의 기본 이었던 것.

이런 네임밸류 덕에 드라마 같은 여러 대중 매체에서 한자 교육을 하는 장면이 나오면 꼭 일단 천자문을 읽게 하고 못 외우면 회초리로 때리는 것으로만 묘사되곤 한다. 심지어 이걸 진짜로 한자 교육의 전부라고 생각하는 사람들도 존재한다.(...)
다만 실제로 천자문은 옛날에도 그렇고 단연 오늘날에도 '좋은 한문,한자 교재'라고는 그다지 말할 수 없다. 우선 쓰인 글자들 중 현대에 거의 쓸 일이 없는 벽자나 그다지 상용 글자가 아닌 것이 상당히 많다. 예컨대 마지막 4글자인 언재호야(焉哉乎也) 같은 어조사[2] 글자들은 한문을 전문적으로 배울게 아닌 이상 실생활에서는 정말 안 쓰는 것들이다. 현대의 어린이들의 한자 학습에는 그다지 필요성이 없는 것이다.

또한 한자검정시험에서 준특급까지 올라가야 나오는 昃(기울 측)[3]이 거의 처음인 12번째 글자로 나온다. 그 앞 글자인 盈(찰 영)은 2급.[4] 애초에 한자가 아닌 학습의 준비운동 목적으로 집필된 교재이다.

문법 학습 측면에서 봐도, 자수를 맞춰야하는 시의 특성상 썩 부드러운 문장이 아니며 단지 의미를 지닌 문장이 되게끔 이어 놓았을 뿐이므로 초학자가 공부하기에는 상당히 산만하다. 총 1000자의 한자 배열 체계성 역시 부족하다. 획수에 따르거나 음의 순서나 뜻의 분류에 바탕한 것도 아니고 상용자와 벽자가 섞여있으며 부수별로 정리해 둔 것도 아니기에 글자 난이도가 널을 뛴다.

그리고 자체가 중국의 고사를 바탕으로 했기 때문에 이에 대한 배경지식이 없는 어린이들에게는 그저 어려운 글자들의 단순한 나열로만 보일 수 밖에 없다. 고로 유년의 학생이 난이도, 규칙성 없이 나열된 1000개의 글자를 좔좔 외야만 하는 천자문이 과연 초급 한자 교재로 적절한 것인가? 라는 비판은 이미 조선시대부터 끊임없이 쏟아져 나왔으며, 다산 정약용도 천자문 교육의 비효율성에 대해 강하게 비판하면서 《아학편(兒學編)》이라는 아동용 교재를 집필한 바가 있다. 실학자였던 해금 오달운 역시 뜻도 모르고 외우기만 하는 천자문 같은 어려운 것보다는 시경을 가르치는 게 낫다고 주장했다. 잠깐, 시경이 쉽단 말인가?

1527년(중종 22) 최세진(崔世珍)이 한자 학습서 「훈몽자회」를 지은 것도 세월이 흐르며 일상적인 언어 생활과 천자문 사이의 괴리가 심각해진 점을 보완하고자 하는 의도에서였다.

4 천자문 전문

한자독음해석
玄黃 宇宙洪荒천지현황 우주홍황하늘은 검고 땅은 누르며, 우주는 넓고 거칠다.
盈昃 宿列張일월영측 진[5][6]열장해와 달이 차고 기울며, 별들은 넓게 퍼져 있다.
寒來暑往 한래서왕 추수동장찬 것이 오면 더운 것이 가고, 가을에 수확하며 겨울에 저장한다.
閏餘成歲 律呂調陽윤여성세 율려조양윤달이 남아 해를 이루고, 율려가 양의 가락을 이루니
騰致 結爲운등치우 노결위상구름이 올라가 비가 되며, 이슬이 맺히고 서리가 내린다.
生麗水 出崑岡금생여[7]수 옥출곤강금은 여수에서 나고 옥은 곤강에서 난다. 사실 금실(失)여수라 카더라
號巨闕 珠稱夜光검호거궐 주칭야광칼은 거궐(월왕의 보검)이 유명하고, 구슬야광주가 칭송받는다.
菜重과진리내 채중개강과일 중엔 자두능금[8]이요, 채소 중엔 겨자와 생강이라.
淡 鱗해함하담 인잠우상바다는 짜고 강은 맑으며, 비늘 있는 것은 (물에) 잠겨있고 깃털 있는 것은 (하늘을) 난다.
師火帝 용사화제 조관인황(복희는) 의 이름으로, (염제 신농은) 로 벼슬 이름을 지었고, (소호는) 이름으로 짓고, 황제는 인문을 갖추었다.
始制文字 乃服衣裳시제문자 내복의상(복희씨의 신하 창힐이) 비로소 처음 문자를 만들고, (황제가) 윗옷과 치마를 정했다.
推位 有虞陶唐[9]위양국 유우도당자리에서 물러나 나라를 사양한 자는 유우와 도당이다.[10]
弔民伐罪 조민벌죄 주발은탕백성을 위로하고 죄를 벌함은 주나라 무왕과 은나라 탕왕이라.
問道 垂拱平章좌조문도 수공평장조정에 앉아 도를 물으니, 옷자락을 늘어뜨리고 팔짱만 끼고 있어도 밝게 다스려진다[11].
育黎 伏戎羌애육려수 신복융강백성을 친자식처럼 아껴 기르면, 모든 오랑캐(융강 - 서융, 강족)들도 신하가 되어 엎드리고,
遐邇壹體 率賓歸하이일체 솔[12]빈귀왕멀고 가까운 데가 다 한몸이 되어, 거느리고 와서 왕(천자)에게 모인다.
在樹 白駒食場명봉재수 백구식장우는 봉황새는 나무 위에 있고 흰 망아지는 마당에서 풀을 뜯는다.[13]
化被 賴及萬方화피초목 뇌급만방덕화(德化)가 풀, 나무에까지 미치고, 힘입음이 온 누리에 미친다.[14]
蓋此身髮 四大五常개차신발 사대오상무릇 이 몸과 터럭은, 네 가지 큰 것(천지)과 다섯 가지 떳떳함()으로 이루어졌다.
恭惟鞠養 豈敢毁傷공유국양 기감훼상살피고 길러 주신 것을 곰곰히 생각하면, 어찌 함부로 헐고 다치게 할 수 있을까![15]#
慕貞烈 效才良[16]여모정렬 남효재량계집은 곧고 굳음을 사모하고 사내는 어짐을 본받아야 하느니라
知過必改 得能莫忘지과필개 득능막망허물을 알았으면 반드시 고쳐야 하고, 할 수 있게 된 다음에는 잊지 말아야 한다.
罔談彼短 靡恃己長망담피단 미시기장남의 모자란 점을 말하지 말고, 나의 좋은 점을 믿지 말라.
信使可覆 器欲難量신사가복 기욕난량언약은 지킬 수 있게 하고, 그릇은 헤아리기 어렵게끔 되도록 하라.
染 詩讚묵비사염 시찬고양묵자는 흰 실이 검게 물들여진 것을 슬퍼하였고, 시에서는 고양편을 기렸느니라.
景行維賢 克念作경행유현 극념작성큰길을 걸어가는 사람은 어진 사람이 되니, 자잘한 생각을 이겨 나간다면 성인이 될 수 있다.
立 形端表正덕건명립 형단표정덕이 세워지면 이름이 서게 되고, 몸매가 깔끔해야 겉모습이 똑바르게 된다.
空谷傳聲 虛堂習聽공곡전성 허당습청텅 빈 골짜기에서도 소리는 전해지듯, 빈 대청에는 들림이 겹쳐지듯,
禍因惡積 福緣善慶화인악적 복연선경언짢은 일은 못된 짓을 쌓는 데서 말미암는 것이요, 복은 착한 일을 쌓은 경사로움에서 말미암는 것이다.
尺璧非寶 寸陰是競척벽비보 촌음시경한 자 되는 구슬이라고 해서 보배는 아니니, 마디그늘이라도 다퉈 아껴야 한다.
資父事君 曰嚴與敬자부사군 왈엄여경어버이 섬기는 것을 바탕 삼아 임금 섬기는 것을, 팽팽함과 우러름이라고 하니,
孝當竭力 忠則盡命효당갈력 충즉[17]진명효도는 마땅히 그 힘을 다하여야 하고, 충성은 목숨을 다해야만 한다.
臨深履薄 夙興溫凊임심리박 숙흥온청깊은 물가에 다다른듯 살얼음을 밟듯이 하고, 일찍 일어나 따뜻한가 서늘한가를 살펴라.
斯馨 如之盛사란사형 여송지성난초 향기와 비슷하고, 소나무가 다옥함과 같다.
川流不息 淵澄取暎천류불식 연징취영내는 흘러 쉬지 않고, 못물이 맑으면 비춰 봄을 얻을 수 있다.
容止若思 言辭安定용지약사 언사안정매무새와 몸가짐을 마치 생각하는 듯하고, 말의 씀씀이는 조용하고 올바르게 해야 한다.
篤初誠美 愼終宜令독초성미 신종의령첫발 뗄 때 온 힘을 쏟는 것이 참으로 아름답고, 끝맺음을 삼가면 마땅히 훌륭하게 될 것이다.
榮業所基 籍甚無竟영업소기 적심무경공적 쌓은 일을 피어나게 하는 터전이 된다면, 훌륭해짐이 마침없으리라.
學優登仕 攝職從政학우등사 섭직종정배운 것이 넉넉하면 벼슬에 오를 수 있고, 자리를 잡아 정사에 몸담는다.
存以甘棠 去而益詠존이감당 거이익영이 팥배나무를 남겨두라, 떠난 뒤 더욱 기려서 읊는다니.
樂殊貴賤 禮別尊卑[18]수귀천 예별존비음악은 신분의 높음과 낮음에 따라 다르고, 예도는 윗사람과 아랫사람을 가린다.
上和下睦 夫唱婦隨상화하목 부창부수위에서 따사로워야 아래에서 구순하고, 지아비가 이끌면 지어미는 따른다.
外受傅訓 入奉母儀외수부훈 입봉모의밖에 나가서는 스승의 가르침을 받고, 들어와서는 어진 어미의 몸가짐을 받는다.
諸姑伯叔 猶子比兒제고백숙 유자비아모든 고모와 큰아버지와 삼촌들은, 조카를 자기 자식처럼 여기고, 자기 아이처럼 다정하게 대해야 하며,
孔懷兄弟 同氣連枝공회형제 동기련지깊게 형제를 그리워해야 하니, 같은 기운을 받아 이어진 가지와 같기 때문이다.
交友投分 切磨箴規교우투분 절마잠규벗을 사귀는 데에는 정분을 함께 나눠야 하고, 깎고 갈며 서로 잡도리하여 바른말로 잡아줘야 한다.
仁慈隱惻 造次弗離인자은측 조차불리어질고 사랑하며 안쓰럽게 여기는 마음은, 잠깐이라도 떠나보나서는 안 된다.
節義廉退 顚沛匪虧절의렴퇴 전패비휴절개와 의리와 청렴과 물러남은 엎어지고 자빠지는 순간에도 이지러져서는 안 된다.
性靜情逸 心動神疲성정정일 심동신피마음바탕이 고요하면 느낌이 푸근하고, 마음이 흔들리면 정신이 고달파진다.
守眞志滿 逐物意移수진지만 축물의이믿는 마음을 지키면 뜻이 가득해지고, 일몬을 쫓아가면 생각 또한 이리저리 움직이게 된다.
堅持雅操 好爵自縻견지아조 호작자미바른 지조를 굳게 가지면, 좋은 벼슬이 스스로 걸려든다.
都邑華夏 東西二京도읍화하 동서이경중국의 서울은 동경과 서경의 둘로 되었으니[19]
背邙面洛 浮渭據涇배망면락 부위거경북망산을 등 뒤로 하여 낙수를 바라보고 있으며, 위수를 위로 띄우고 경수를 움켜쥐고 있다.
宮殿盤鬱 樓觀飛驚궁전반울 누관비경궁궐과 전각은 굽이굽이 들어차 있고, 다락과 관대는 새가 날고 말이 솟구치는 듯하다.
圖寫禽獸 畫綵仙靈도사금수 화채선령온갖 날짐승과 길짐승을 그림으로 그렸고, 신선과 신령스러운 것들을 색칠해서 그렸다.
丙舍傍啓 甲帳對楹병사방계 갑장대영신하들이 머무는 집은 양옆으로 나란히 열려 있고, 눈부신 가림막은 두 기둥 사이에 드리워 있다.
肆筵設席 鼓瑟吹笙사연설석 고슬취생홑자리와 겹자리를 깔고서, 비파를 뜯고 생황을 분다.
陞階納陛 弁轉疑星승계납폐 변전의성섬돌을 올라 궁전에 들어가니, 고깔 움직이는 것이 별인 듯 어리둥절하다.
右通廣內 左達承明우통광내 좌달승명오른쪽은 광내전으로 통하고, 왼쪽은 승명려에 닿는다.
旣集墳典 亦聚群英기집분전 역취군영이미 분전 같은 책을 모으고, 또한 뭇 뛰어난 사람들도 모았다.
杜稿隸 漆書壁經두고종예 칠서벽경두백도의 초서와 종요의 예서가 있고, 옻칠로 쓴 벽 속의 경전이 있다.
府羅將相 路俠槐卿부라장상 노협괴경관부에는 장수와 정승들이 벌여 있고, 길은 공경의 집들을 끼고 있다.
戶封八縣 家給千兵호봉팔현 가급천병여덟 고을을 식읍으로 하고, 그 가문에는 숱한 군사들을 주었다.
高冠陪輦 驅轂振纓고관배련 구곡진영높은 갓 쓴 이들이 황제의 수레를 모시니, 말을 몰아 바퀴를 굴릴 때마다 끈과 술이 휘날리며,
世祿侈富 車駕肥輕세록치부 거가비경대대로 녹을 받아 부유해지니, 말은 살찌고 수레는 가볍다.
策功茂實 勒碑刻銘책공무실 늑비각명공을 금매겨 옹골참에 힘쓰게 하여, 비에 새기어 명문으로 파 놓는다.
磻溪伊尹 佐時阿衡반계이윤 좌시아형반계와 이윤은 때를 도왔고, 천하를 바로잡기 위하여 기댄 사람이며,
奄宅曲阜 微旦孰營엄택곡부 미단숙영곡부를 어루만져 가라앉히니, 단이 아니면 누가 다스릴 수 있었겠는가.
桓公匡合 濟弱扶傾환공광합 제약부경환공은 천하를 바로잡고 끌어 모아, 약한 자를 건지고 기우는 자를 붙들어 주었다.
綺回漢惠 說感武丁기회한혜 열감무정기리계는 한나라 혜제를 돌아오게 하였고, 부열은 무정과 따라 느끼었다.
俊乂密勿 多士寔寧준예밀물 다사식녕재주와 덕이 뛰어난 사람들이 힘써 일하니, 대들보처럼 많은 인재들이 있어 참으로 푸근하다.
更覇 困橫진초경[20]패 조위곤횡진(晋),초(楚)는 번갈아 패권을 잡았고, 조(趙),위(魏)는 연횡책 탓에 어려움을 겪었다.
假道滅虢 踐土會盟가도멸괵 천토회맹길을 빌려 괵국을 멸하니 진헌공이 우국길을 빌려 괵국을 멸하고 진나라 문공이 제후를 천토에 모아서 주나라의 천자를 공경하고 조공할 것을 맹세하다
遵約法 弊煩刑하준약법 한폐번형소하는 간략한 법을 준수했고, 한비는 번잡한 형벌로 피폐케 했다.
用軍最精기전파목 용군최정백기, 왕전, 염파, 이목의 용병이 가장 정묘하였다.
宣威沙漠 馳譽丹靑선위사막 치예단청드레를 사막에까지 펼치니, 색칠로 그려저 좋은 이름을 드날렸다.
九州禹跡 百郡秦幷구주우적 백군진병九州라고 해서 큐슈를 생각했으면 진 거다. 아홉 고을은 우임금의 자취요, 모든 군은 진나라 때 아우른 것이다.
嶽宗恒岱 禪主云亭악종항대 선주운정오악은 항산과 대산을 마루로 하고, 선 제사는 운운산과 정정산에서 한다.
雁門紫塞 鷄田赤城안문자새 계전적성안문과 자새, 게전과 적성이며,
昆池碣石 鉅野洞庭곤지갈석 거야동정곤지와 갈석, 거야와 동정은,
曠遠綿邈 巖峀杳冥광원면막 암수묘명드넓어 아아라히 멀고, 바위와 묏부리는 아득하게 깊다.
治本於 務玆稼穡치본어농 무자가색다스림은 농사로서 밑바탕을 삼으니, 바로 이 심고 거두는 일에 힘쓰게 하여,
俶載南畝 藝黍稷숙재남무 아예서직남쪽 이랑에 나가 일을 비롯하니, 나는 메기장과 치기장을 심으며,
稅熟貢新 勸賞黜陟세숙공신 권상출척익은 곡식에 구실을 매기고 햇것을 공물로 바치며, 타이르고 상 주고 내치고 올려 준다.
孟軻敦素 史魚秉直맹가돈소 사어병직맹자는 바탕을 두텁게 하였고, 사어는 올곧음을 굳게 지녔다.
庶幾中庸 勞謙謹勅서기중용 노겸근칙중용에 가까우려면, 부지런히 일하고 고분고분하고 삼가고 잡도리해야 한다.
聆音察理 鑑貌辨色영음찰리 감모변색소리를 듣고 갈피를 살피며, 생김새를 보고 낌새를 가리어 안다.
貽厥嘉猷 勉其祗植이궐가유 면기지식그분에게 아름다운 얼개를 주고, 그것을 떠받을어 심기에 힘써라.
省躬譏誡 寵增抗極성궁기계 총증항극자기 몸을 살펴서 나무람이나 잡도리함이 있을까 조심하고, 임금의 고임이 더할수록 잘난 체하여 뽐내지 말아야 한다.
殆辱近恥 林皐幸卽태욕근치 임고행즉위태로움과 욕됨은 부끄러움이 가까우니, 숲이 우거진 시냇가 언덕으로 나아가야 한다.
兩疏見機 解組誰逼양소견기 해조수핍소광가 소수는 낌새를 알아차려, 인끈을 풀었으니 누가 다그칠 수 있으리오.
索居閑處 沈默寂寥[21]거한처 침묵적요홀로 떨어져 살고 한갓지게 머무니, 잠긴 듯 잠잠하고 고요하구나.
求古尋論 散慮逍遙구고심륜 산려소요옛것과 생각을 나누었던 자취를 찾고, 걱정을 흩어 버리고 한가로이 노닌다.
欣奏累遣 慼謝歡招흔주루견 척사환초기쁜 일은 아뢰어지고 근심은 내쳐지며, 슬픔은 사라지고 즐거움이 손짓하여 부른다.
渠荷的歷 園莽抽條거하적력 원망추조도랑의 연꽃은 또렷이 빛나고, 동산에 잡풀은 죽죽 뻗어 우거졌으며,
枇杷晩翠 梧桐早凋비파만취 오동조조비파나무는 늦게까지 푸르고, 오동나무는 일찍 시든다.
陳根委翳 落葉飄颻진근위예 낙엽표요묵은 뿌리들은 말라 시들고, 떨어진 잎들은 바람에 흩날린다.
遊鵾獨運 凌摩絳霄유곤독운 능마강소곤어는 홀로 제 뜻대로 노닐다가, 하늘 테두리를 넘어 미끄러지듯 날아간다.
耽讀翫市 寓囊箱탐독완시 우목낭상저잣거리 책방에서 글 읽기에 골똘하니, 눈길을 붙이기만 하면 그대로 주머니와 상자 속에 갈무리하는 것 같다.
易輶攸畏 屬垣牆역유유외 속이원장쉽고 가볍게 보이는 것은 두려워해야 할 바이니, 귀를 담장에 붙여놓았기 때문이다.
具膳飱飯 適口充腸구선손반 적구충장찬 갖춘 밥을 물 말아 먹고, 입에 맞게 창자를 채우는 것이니,
飽飫烹宰 饑厭糟糠포어팽재 기염조강배부르면 고기음식이라도 먹기 싫고, 배고프면 술지게미나 겨도 달갑게 느껴진다.
親戚故舊 老少異糧친척고구 노소이량곁붙이와 옛 친구들을 대접할 때에는, 늙고 젊음에 따라 먹을 것을 달리해야 한다.
妾御績紡 侍巾帷房첩어적방 시건유방아내와 첩은 길쌈을 하고, 장막 친 안방에서 수건 들고 시중든다.
圓潔 銀燭煒煌환선원결 은촉휘황흰 비단으로 만든 부채는 둥글고 깨끗하며, 은빛 나는 촛불은 환하게 빛나고,
晝眠夕寐 藍筍象床주면석매 남순상상낮에는 졸고 밤에는 자니, 대나무 침상과 상아로 치레한 긴 걸상이다.
弦歌酒讌 接杯擧觴현가주연 접배거상거문고 타고 노래하며 술 마시는 잔치 마당에서는 얌전하게 잔을 주고 두 손으로 들어 올려 권하고,
矯手頓足 悅豫且康교수돈족 열예차강손을 굽혔다 펴고 발을 구르니, 기쁘고 즐거우며 걱정 없기 그지없다.
嫡後嗣續 祭祀蒸嘗적후사속 제사증상맏아들은 대를 이어, 조상께 증상 제사를 지내니,
稽顙再拜 悚懼恐惶계상재배 송구공황이마를 땅에 대어 거듭 절하되, 두렵고 두려워서 거듭 두려워해야 한다.
牋牒簡要 顧答審詳전첩간요 고답심상편지는 간동하게 간추려서 하고, 안부를 묻거나 답장할 대에는 잘 살펴서 빈틈없이 해야 한다.
骸垢想浴 執熱願凉해구상욕 집열원량몸에 때가 끼면 목욕을 생각하고 뜨거운 것을 잡으면 시원한 것을 원한다.
驢騾犢特 駭躍超驤여라독특 해약초양나귀와 노새와 송아지가 놀라서 뛰고 달린다.
賊盜 捕獲叛亡주참적도 포획반망도적을 베며 배반하고 도망한 자를 사로잡는다.
射僚丸 嵇琴阮嘯포사료환 혜금완소여포는 활을 잘 쐈고 웅의료(熊宜僚)는 탄환을 잘 가지고 놀았고[22] 혜강(嵇康)은 거문고를 잘 타고 완적(阮籍)은 휘파람을 잘 불었다.
巧任釣염필륜지 균교임조몽념은 붓, 채륜은 종이를 만들었고 마균은 기교가 뛰어났고 임공자(任公子,전국시대 임나라의 공자라는 사람이다!)는 낚싯대를 만들었다.
釋紛利俗 竝皆佳妙석분리속 병개가묘(위에 나온 기술들은)어지러움을 풀고 세속을 이롭게 하니 아울러 모두 아름답고 신묘했다.
淑姿 工嚬姸笑모시숙자 공빈연소모장(毛嬙)과 서시(西施)는 생김새가 아름다운데, 찡그리는(顰) 모습도 공교하고(간드러지고), 웃는 모습은 곱구나.
年矢每催 曦暉朗耀연시매최 희휘랑요해는 화살처럼 늘 재촉하고 햇빛은 밝고 빛난다.
璇璣懸斡 晦魄環照선기현알 회백환소선기옥형은 매달린 채로 돌고, 그믐이 되면 빛 없는 달이 둘레만 비칠 뿐이다.
指薪修祐 永綏吉劭지신수우 영수길소복을 닦는 것은 손가락으로 장작을 지피는 것과 같으니, 오래도록 편안하여 상서로움이 높아지리라.
矩步引領 俯仰廊廟구보인령 부앙랑묘자로 잰 듯 법도대로 학, 옷깃을 얌전하고 바르게 여미며 조정 일을 깊이 생각해서 치러 내야 하며,
束帶矜莊 徘徊瞻眺속대긍장 배회첨조옷갓을 갖춰 떳떳한 몸가짐을 하고, 이리저리 움직이면서 이곳저곳을 바라보며 골똘히 생각한다.
孤陋寡聞 愚蒙等誚고루과문 우몽등초고루하고 배움이 적으면 어리석고 몽매한 자와 똑같이 꾸짖는다.
謂語助者 焉哉乎也위어조자 언재호야언재호야와 같은 조사의 구실은 이 말들이 할 수 있으리라.
독음이나 한자가 틀린 곳이 있으면 수정 바랍니다.
  1. 천자문을 다른 말로 '백수문'(白首文)이라고도 부른다. 특히, 후자의 설 기준으로 보면 목숨이 걸렸으니만큼 정말 필사적으로 지었으리라...
  2. 의미는 없고 그저 문장의 완성과 의미를 돕는 글자
  3. 정확히는 위에 날 일 자가 없는 仄이 준특급이고, 날 일 자가 있으면 특급까지 올라간다!
  4. 이 글자도 영덕군이 없었으면 준특급에 박혀있을 수 있었다(...).
  5. 의 독음에 관해서는 해당 문서를 참조할 것.
  6. '잘 숙'이 아니라 '별자리 수'로 읽는 용법이다. 주의하자.
  7. 첫글자가 아니므로 '려'라고 써야 맞겠지만, 麗水가 고유명사이므로 보통 두음 법칙을 씌워서 '여'라고 표기된다.
  8. 버찌라는 의견도 있다.
  9. 같은 '민다'라는 뜻이지만, '추'가 아니라 '퇴'로 읽는 용법이다. 주의하자. (퇴고란 말이 바로 '밀 퇴'에서 나왔다.)
  10. 유우는 순임금을 도당은 요임금을 말한다. 두 임금이 양위한 것을 의미하는 구절이다.
  11. 서경의 구절. (〈무성(武成)〉편에 나오는 「신용을 두텁게 하고 의리를 밝히며, 덕을 높이고 공로를 갚는다면, 옷을 드리우고 손을 마주잡고도 천하가 다스려진다. 惇信明義 崇德報功 垂拱而天下治」)
  12. 설마 이게 '률'로 읽는 용법이라고 생각하지 않았겠지?
  13. 첫 구절은 시경(詩經) <권아(卷阿)>편에서 따왔고 두 번째 구절은 시경 <백구(白駒)>에서 따온 것이라고 한다.
  14. 시경의 "은택이 초목에 미친다"라는 말에서 나온 구절.
  15. 효경신체발부수지부모와 그대로 이어지는 말이다.
  16. 명나라의 문징명(文徵明) 쓴 사체천자문(四體天字文, 말 그대로 네 가지 서체로 쓰였다.)에는 '女慕貞(깨끗할 결자에서 삼수변이 빠진 한자, 헤아릴 혈로도 읽으나 여기서는 깨끗할 결로 읽는다)이요 男效才良이라'라고 나와있다. 潔과 의미는 같다
  17. '칙'이 아닌 '즉'으로 읽는 용법이다.
  18. '낙'으로 읽지 않게 조심하자.
  19. 동쪽 도읍은 낙양을 서쪽 도읍은 장안을 의미한다.
  20. 이것도 헷갈리지 않게 조심하자. '갱'이라고 읽었으면 너는 낚였다...
  21. 삭이다 색이다 말이 많은데 일단 국립국어원에서는 '색거'와 '삭거'를 모두 표준어로 인정한다. 索을 '찾을 색', '끈 삭'처럼 의미에 따라 발음을 구분하기도 하지만, 이미 중고음 당시부터 蘇各切(sɑk), 山戟切(ʂiɐk), 山責切(ʂæk)으로 여러 발음이 공존했고, 현재 표준중국어에서는 suǒ 한가지로 발음하므로 구분할 큰 의미는 없다. 참고로 광동어에서는 '찾다'일 때는 saak3(싹), 노끈·독거의 뜻일 때는 sok3(쏙)으로 읽는다.
  22. 주석에 따르면 탄환 세 개를 번갈아 던지며 놀았다고 한다. 즉 저글링을 잘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