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쿠빙카 전차 박물관에 전시된 초기형 '페르디난트' |
미국 육군 병기 박물관에 전시된 후기형 '엘레판트' |
Tank Overhaul - Season 02 Episode 03 / The Elefant |
Sd.Kfz. 184. Panzerjäger Tiger (P). Ferdinand / Elefant
목차
1 개요
1943년에 생산되었을 당시에는 페르디난트(Ferdinand)라고 불렸다. 쿠르스크 전투 이후 살아남은 '페르디난트'는 1943년 10월부터 11월, 두 달에 걸쳐 개수(改修)를 받고,1944년에는 새로 엘레판트(Elefant)라고 불리게 된다. 엘레판트는 독일어로 코끼리를 뜻한다.
2 제원
전체길이 | 8.14m |
전체너비 | 3.38m |
전체높이 | 2.97m |
전비중량 | 65t / 70t (페르디난트 / 엘레판트) |
탑승인원 | 6명 (조종수, 무전수, 전차장, 포수, 장전수 2명) |
엔진 | 2× 마이바흐 HL 120 TRM. 12기통 가솔린 엔진. 300 PS. 1× 지멘스-슈커트 aGV. 발전기. 500VA. 2× 지멘스-슈커트 D1495a. 전기모터. 230 kW. |
연료 탑재량 | 1,080L |
배기량 | 21.35L |
연비 | 0.15 km/L (도로), 0.11 km/L (야지) |
최고속력 | 30km/h (도로), 10km/h (야지) |
항속거리 | 150km (도로), 90km (야지) |
중량당 마력 | 9.23PS/t |
현가장치 | 토션 바 |
무장 | 43/2식 71구경장 8.8cm 전차포×1[1] |
7.92mm 기관총 MG34×1 (엘레판트에만 장착됨) | |
장갑 | 전면장갑 200mm |
3 개발
1942년, 헨셸(Henschel) 사와 포르쉐(Porsche) 사는 45톤급 차기 중전차 채택을 놓고 경쟁중이었다. 최대 속도 테스트에서는 포르쉐 사의 모델인 VK 45.01 (P)가 우위를 보였다. 이어서 시험주행이 치뤄졌으나 포르쉐 사의 시제차량이 구동계통의 결함으로 주행중에 멈추는 사고가 발생하여, VK 45.01 (P) 대신 헨셸사의 모델 VK 45.01 (H)가 6호 전차, 즉 차기 중전차로 선택되게 된다.
그런데 어느쪽의 설계안도 아직 최종적으로 채택되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어째선지 포르쉐 사는 90여대 분의 차대를 미리 생산해 두었다. 이 물건들이 거의 완성되어갈 즈음에, 앞에서 적은 바대로 테스트 중 결함을 보인 VK 45.01 (P)의 설계안은 선정에서 탈락해버리고 말았다. 이미 90여대 분의 생산 허가가 나 있었고, 이에 따라 크루프 사에서 90여대분의 장갑판이 납품되어있는 상황이었다. 경합의 결과가 나오기도 전에 생산을 시작한 이유에 대해서는 알려진 바가 없다. 다만, 적어도 포르쉐 사의 독단은 아니었다고 추측할 수 있다.
문제의 VK 45.01 (P) |
이미 만든 물건을 폐기할 수도 없는 노릇이었기에 이 90여대 분의 차대는 애매한 처지가 되어버리고 말았다. 본디 경합에서 패배한 실패작인 VK 45.01 (P)는 다른 프로토타입이 그렇듯이 공장 창고의 구석에서 먼지만 쌓인 채 썩어가는 신세가 되었어야 정상이었으나, 포르쉐 사가 생산해둔 분량은 너무 많았다. 특수 목적으로 소량 생산된 전차에 버금가는 양이었다. 어쨌든, 대전 말 독일의 절박한 상황상 비록 소량이지만 티거와 거의 동등한 중전차급의 차체와 공격력의 전차를 썩혀둘만큼 여유가 있는 것도 아니었기에 VK 45.01 (P)는 다른 방향으로 재활용되게 된다.
VK 45.01 (P)의 재활용 계획은 포르쉐 사와 알케트(Alkett) 사가 합동으로 진행했다. 크루프 사가 설계한 포탑은 헨셸 사의 VK 45.01 (H)에 탑재될 예정이었던 물건과 같은 규격이었으므로 그대로 양산형 티거에 얹으면 그만이었기에 별 문제가 되지 않았으나, 문제는 차체였다. 차체를 어떻게든 활용하고자 한 결과, 진지 돌파용 중장갑/고화력 전차라는 컨셉이 제시되었고, VK 45.01 (P)는 졸지에 고정식 전투실을 얹은 구축전차로 둔갑하게 되었다.
이렇듯 페르디난트는 포르쉐 사의 삽질과 당대 독일의 안습함이 한데 겹쳐져 탄생했으며, 어디까지나 이미 만들어진 차체를 어쩔 수 없이 재활용한 전차였기에 생산량은 총 90대에 그쳤다. 1대는 프로토타입으로 계획했던 대로 차체에 회전 포탑을 올려 티거(P)로 만들어 지휘전차로 사용했다고 한다. 후기형인 엘레판트는 쿠르스크 전투에서 살아남은 페르디난트를 개수한 것에 불과했다. 이렇게 급조한 물건인데다가 수량까지 적었지만, 페르디난트는 당대에 비교할 대상이 없는 떡장과 화력으로 이전의 마르더와 같은 대전차자주포을 뛰어넘는 활약을 보여줄 것이라고 기대되었다.
4 설계
4.1 차체
차체 가운데에는 포르쉐사와 헨셸사의 엔진을 장착할 수 있는 마운트가 있었는데, 포르쉐 엔진 마운트 바로 위에 8.8cm 대전차포를 장착하였다. 정확하게 말하자면 차체 후면 상단에 상자 모양의 포대를 얹은 후, 그 안에 장착되었다.
VK 45.01 (P)는 포르쉐 박사의 생각에 따라 기존 전차의 통상 엔진과 전기 모터를 결합한 하이브리드 구동식 엔진을 탑재하였는데, VK 45.01 (P)를 개수한 페르디난트 역시도 하이브리드 엔진을 탑재했다. 특성상 엔진이 두 기나 장착되는데다 여기에 구동용 모터와 배터리를 탑재한 복잡한 구조의 기관부 덕택에 엔진실의 크기가 매우 거대했다. 이 엔진실 때문에 큰 덩치를 지닌 전차임에도 불구하고 차체 내부 공간은 매우 좁은 편이었다. 게다가 가뜩이나 거대한 엔진실이 차체 한 가운데에 배치되어 버리는 바람에 조종수와 무전수는 이 엔진룸을 사이에 두고 분리된 공간에 따로 배치되었는데, 이 덕분에 이 둘은 인터콤을 통해서만 전투실 인원과 대화할 수 있었다.
초기 설계안에서는 전차장용 큐폴라가 있었으나, 실제 생산된 설계안에서는 제외되었다. 큐폴라는 엘레판트로 개수된 뒤에나 정식으로 설치되었다. 방어력을 늘린다는 이유로 VK 45.01 (P)의 설계안에서는 전방에 설치되어 있었던 차체 기관총을 없애고 100mm의 추가장갑을 차체 전면부에 덧댐으로서, 전면 장갑판의 두께는 200mm까지 올라갔으나 무게가 5톤(...) 증가해버렸다. 기관총을 없애다니 무슨 지거리야
4.2 무장
주무장으로 티거 2와 야크트판터에도 장착되었던 2차대전 최강의 전차포인 43/2식 71구경장 8.8cm 대전차포를 장착하여, 당대 최상의 전투력을 얻었다. 초기생산형에는 포방패가 없었지만, 실전 투입 직전에 부랴부랴 포방패를 장착했다. 나스호른도 엘레판트와 같은 포를 장비하고 있으므로 화력면에서는 동등한 수준이지만, 엘레판트는 티거 2 수준의 방어력을 갖고 있어 방어력은 매우 뛰어났다.
다만, 엘레판트는 포탑을 탑재한 전차가 아니라 고정된 전투실을 탑재한 구축전차였기에, 포탑형 전차와는 달리 운용에 많은 애로사항이 있었다. 화력 면에서는 비교할 면이 없는 강력한 화포를 탑재하고 있었으나 구축전차 특유의 제한된 포각 덕분에 운용에 있어 한계점이 명확했기 때문이다. 당장 포의 포각 범위를 벗어난 적을 다시 조준하기 위해서는 차체를 틀어야 했는데, 후술할 구동계통의 결함 때문에 어이없이 무력화되는 일이 잦았다.
게다가 티거(P)였을 때는 달고 있었던 전방 기관총을 방어력을 올린다며 떼어버렸기 때문에 사수가 포미를 열고 그 구멍으로 기관총을 사격하는 추태(…)를 보이기도 했다. 기관총이 없다 하더라도 움직이는 전차를 상대로 보병들이 돌격하는 것은 어려운 일이긴 하지만, 실전에서는 엄호하는 병력이 사라진 엘레판트에 돌격한 보병들의 화염병에 격파되는 경우를 비롯하여 보병의 육박 전술에 매우 취약한 모습을 선보였다. 이렇듯 '기관총이 없으면 좋지 않다'는 당연한 사실을 쿠르스크 전투를 겪은 후에야 깨달은 독일군은 개수작업을 통해 MG34 기관총을 장착한 기관총좌를 전방에 신설했다.
4.3 주행
기존의 VK 45.01 (P)에 장착되어 있던 포르쉐 사의 'Porsche 101/1' 10기통 320마력 엔진 2기는 마이바흐 사의 'HL 120 TRM' 12기통 296마력 엔진 2기로 교체되었다. 가솔린 엔진이 바뀐 것을 빼면 나머지 구조는 VK 45.01 (P)와 동일한 구조였는데, 이 엘레판트의 구동계통은 가솔린 엔진이 발전기를 가동시키고, 발전기에서 생산되는 전력으로 전기 모터 한 쌍을 돌려 차량을 구동하는 하이브리드 방식이었다. 이 전기 모터는 차량의 조향장치의 일부분이기도 했다.
야지에서 최대 10km/h, 도로에서 30km/h의 속도를 냈다. 서스펜션은 양면에 6개씩 달린 이중 보기륜, 토션 바로 구성되었으며, 동일한 형태의 스프로켓이 서스펜션의 전후에 장착되었으나 실제 구동에 쓰이는 것은 후륜의 스프로켓이었다. 차체가 차체인데다 장갑을 더 두껍게 발랐기 때문에 차체의 중량이 무려 65톤에 달해서 서스펜션에 문제가 많았는데, 애초 설계는 45~50톤 중량에 준하여 설계한것을 개수를 거쳐 70톤까지 올리니 야크트티거처럼 달리다 서스펜션에 문제가 생겨서 퍼지는 경우가 왕왕있었다. 그러나 가장 큰 문제가 터진 곳은 구동계통이었다. 하이브리드 구동계 문제는 아래에 길게 서술한다.
5 개수, 파생형
쿠르스크 전투의 전훈에 따라 살아남은 페르디난트 48대는 모두 개수되었다. 우선 전방에 볼 마운트를 만들고 MG34 기관총을 장착하였으고, 3호 돌격포에 장착된 것의 개량형인 신형 큐폴라를 장착하여 더 좋은 시계를 확보했으며, 흡착지뢰 공격을 막기 위한 치메리트 코팅을 적용하였다. 이 개량으로 인해 5톤의 무게가 추가되어 최종적으로 '70톤'의 전투중량을 가지게 되었다. 그리고 이 중량을 뒷받침하기 위해 폭을 증가시킨 무한궤도도 따로 개발해서 장착하였다. 이러한 개수를 받은 차량을 일선에서는 코끼리(엘레판트)라고 불렀는데, 여전히 계속 페르디난트라고 불렀다는 주장도 있다.
VK 45.01 (P)의 차체를 이용하여 페르디난트를 제작할 당시부터 설계도면에는 전방 기관총좌, 신형 궤도, 신형 전차장 큐폴라 등이 계획되었었지만, 중장갑과 중무장을 지닌 페르디난트에는 별 필요가 없을 것이라는 판단 아래 실제 차량에서는 삭제되었다. 이러한 요소가 없는 데에서 오는 단점은 결과적으로 매우 치명적이었고, 실전을 거친 개수형인 엘레판트에는 상술한 초기 설계안이 거의 그대로 적용되어 개선되었으니, 안해도 될 삽질을 괜히 한 셈이었다.
<:> Bergepanzer Tiger 또는 Bergetiger |
1943년 가을, 포르쉐 티거 시제차량 3대가 티거용 구난전차인 베르게판처 티거(Bergepanzer Tiger; 또는 베르게티거(Bergetiger))로 개조되었다. 전투에서 손상된 페르디난트 중 개수 부적합 판정을 받은 차량 1대는 람판처 티거(Rammpanzer Tiger; 또는 람티거(Rammtiger))로 개조되었다. 이는 시가전 등의 장애물 돌파용 전차 개발을 위한 시험차량이었다.
6 실전 기록
당시 치타델레 작전을 준비중이던 에리히 폰 만슈타인 원수는 이 중구축전차에 대해 '덩치가 너무 크고, 기관총이 없는 이 전차가 얼마나 효율적인지는 의심스럽다' 라는 부정적인 의견을 피력했다.
많은 문제점에도 불구하고 무지막지한 방어력과 격이 다른 주포의 위력은 뚜렸했다. 실제 교전 비율은 평균 1:10 이상으로 추정되며, 제653 및 제654 중구축전차대대(Schwere Panzerjäger-Abteilung)는 쿠르스크 전투 기간 중 중 40대의 손실을 기록하며 전차 502대, 대전차포 20대, 야포 100문을 파괴하였다고 한다. 제654 중구축전차대대의 경우, 한대의 페르디난트가 T-34 17대와 SU-152 3대를 격파하였으나 SU-152에게 격파당했다고 한다. 웹상에서 볼수있는 후면해치가 열린 그 페르디난트라고 한다. 다만, 이 전과기록은 독일측 자료라 교차검증이 되지 않아 100% 그대로 믿기는 어렵다.
어쨌든, 가동률이 50%에서 머무는 페르디난트는 애물단지였다. 치타델레 작전 중지시까지 40대의 손실이 발생했는데 이 중 19대만이 완전 격파에 의한 손실이었고 나머지는 고장 등의 이유로 승무원들이 자폭 처리를 하던지 내버렸던 비전투 손실이었다.
이후 이탈리아 전선으로 갔지만 거친 산악지형, 짧은 교전거리가 대부분이었던 이탈리아 전장의 환경에서는 장거리 교전이 주특기인 엘레판트가 활약할 곳은 없었다. 장거리 교전에서는 유효 관통력이 격감하기 때문에 측후면도 두꺼운 엘레판트의 장갑을 관통할 수 있는 경우가 거의 없었지만, 최대 관통력이 적용되는 근거리 교전의 경우 측후면을 맞을 경우 엘레판트도 무사하지 못했다. 좁은 길목에서 싸우다가 기동불능이 되어 독일군이 내버려둔 엘레판트는 워낙 중량이 무겁고 튼튼해서 연합군도 치우지를 못하는 장애물이 돼버렸다. KV-2를 계승하는 통로방해자 야크트티거가 그 뒤를 이었다.
결국 다시 동부전선으로 돌아왔지만, IS-2를 비롯한 강력한 신형 전차와 맞붙으며 엘레판트는 더 빠른 속도로 소모되어 갔다. 베를린 전투 직전에 베를린 교외에서 4대가 격파된 것을 끝으로 2차대전의 무대에서 퇴장한다.
원래부터 90량이라는 소량이 만들어진데다가 격렬한 전투로 소모된 탓에 겨우 2대만이 전후에도 살아남았는데, '페르디난트'(전기형)는 쿠르스크 전투에서 소련군에게 노획되어 러시아 쿠빙카 전차 박물관에 전시되고 있으며, '엘레판트'(후기형)는 안치오에서 미군에게 노획되어 미국 육군 병기 박물관에 전시되고 있다.
7 평가
종합해보자면 배치시기 기준으로 엘레판트의 화력과 방어력은 단연 최상급으로, 1:1로 맞상대해서 이길 수 있는 전차가 없었을 정도였지만, 표면상의 화력과 방어력에만 치중했다는 것이 문제였다.
공방능력에 한정해서 말한다면 엘레판트는 매우 뛰어난 차량이다. 엘레판트 운용 기간을 통틀어 비전투 손실을 포함한 손실비는 약 1:10이며(교전비가 아니다) 실제 엘레판트의 손실의 대부분은 비전투 손실인 점을 감안하면, 다수의 엘레판트가 전장까지 가다가 퍼지더라도 일단 전장에 도착한 엘레판트는 한 대가 격파되는 동안 수 많은 적 전차를 잡았다고 볼 수 밖에 없다. 2차 세계대전 당시 어떤 구축전차도 이런 손실비를 기록하지 못했다. 그 유명한 6호 전차 티거조차 총 손실비는 1:5.7정도라는 점을 생각해보자.
어떤 적이든 장거리에서 격파할 수 있는 주포는 전투 효율성을 포기한 고정식 전투실을 싣었기에 가능했으며, 철벽에 가까운 단단한 방어력은 차체의 구동계통이 버티는 한계 이상으로 장갑을 붙였기에 가능했다. 극단적인 화력과 방어력을 얻었지만, 그 대가로 기동성을 내다버렸다. 같은 주포를 탑재한 차량이라도 회전포탑형 전차와 고정포탑형 구축전차는 운용 편의성에서 배에 가까운 차이가 나며, 고정포탑형 구축전차로 같은 전과를 올리려면 더 숙련된 인원이 필요하다. 4호 구축전차와 5호 전차 판터의 예를 봐도 확연히 드러나는 사실이다.
그러나 극악의 기동력과 낮은 기계적 신뢰성으로 종합적인 작전 능력에서는 상당한 문제가 있었다. 앞서 대부분이 비전투 손실이라고 이야기했는데 이는 싸우기도 전에 손실됐다는 얘기이고, 병기라는것이 단순히 공방능력만으로 평가되는 물건이 아님을 생각한다면 이는 심각한 결점이다. 그나마 공방능력이 매우 뛰어났기에 전투에서는 제 역할을 해줄 수 있었으니 완전한 실패작이라고 볼 수 는 없지만, 단점과 그로 인한 한계 또한 명확했다는건 부정할 수 없다.
8 문제점
8.1 하이브리드 구동계통
총체적 난국. 상술한 화력과 방어력의 강점을 다 깎아먹은 엘레판트 최악의 단점.
하이브리드 구동 방식은 이상적인 조건에서는 기계식 변속기와는 달리 부드러운 가감속을 가능하게 했다. 엄청난 중량을 가진 물건을 움직일만한 변속기도 제대로 없는 상황에서 손쉽게 구동 및 변속을 가능하게 하는 방법이긴 하지만, 기술력의 한계로 인해 효율성이 엄청나게 떨어졌다. 당장 야지에서는 리터당 0.11km가량(…)의 연비를 보였다. 티거보다 기름을 2배나 적재하는 놈이 항속거리는 꼴랑 티거의 1.5배였다. 연비만 안 좋은 것이라면 그나마 나았겠지만, 하이브리드 엔진의 단점은 그것만이 아니었다. 당대의 하이브리드 엔진은 신뢰성이 엄청나게 떨어지는 물건이었던 터라 모터 과열 및 소손(燒損)으로 인해 엔진이 퍼지는 일이 매우 잦았고, 엘레판트의 손실 대부분은 이러한 엔진 손상에서 비롯된 비전투 손실이었다.
이 하이브리드 엔진으로 말할것 같으면, 그냥 퍼졌다. 웬만한 전차는 간단히 돌파할 진창이나 쉽사리 올라갈법한 작은 언덕을 넘는 것에도 툭하면 모터가 버티지를 못하고 과열되어 엔진이 퍼지거나 심지어는 화재로 이어지기도 했다. 심심하면 불이 났다고 한다. 그야말로 최악의 신뢰성을 자랑했던 셈이다. 심지어는 제자리 선회하면 불났다고 하니 이 뭔... 이게 심각한 문제인 것이, 정면이 아닌 다른 방향의 적을 상대해야 할 경우 평범한 전차라면 포탑을 돌려서 상대하면 그만지만 이 녀석은 '고정포탑' 구축전차이다. 차체를 돌리지 않는 이상 다른 방향의 적을 공격할 수 없다...
엔진 고장 문제는 하이브리드 엔진의 특성에서 비롯되었는데, 엔진부의 무게 밸런스가 기존 전차들과 상당히 달랐기 때문이다. 다른 차량들은 제대로 무게중심이 실려야 하는 구동축 부분에 엔진을 실으면 되었으나, 하이브리드 엔진은 엔진실에 엔진 + 발전기 + 모터 + 제어장치를 모두 탑재해야 했던 관계로 엔진부의 덩치가 커졌고, 이 때문에 엔진실이 중앙에 위치해야 했다. 이러한 배치 때문에 무게가 실려야 하는 구동축에 제대로 무게가 실리지 않았고, 이게 전기모터의 무식한 토크와 맞물려서 안좋은 쪽으로 시너지가 발생한 것이다.
8.2 부품, 수리 문제
당장 원본인 티거(P)만 하더라도 티거보다 무거운 놈인데 엔진출력은 별 다를게 없었고, 100mm짜리 추가 장갑판을 전면에 붙인 덕분에 이미 65톤에 달하던 상태였는데, 또다시 전면 장갑 추가, 캐터필러 폭 확대 등의 개수를 거치면서 무게는 70톤에 달하게 되었고, 무게중심이 앞쪽으로만 과하게 쏠려있었으니 밸런스는 말 그대로 최악이었다. 이러한 엉망진창인 무게 및 무게중심 문제에다 상술한 하이브리드 엔진의 단점까지 겹치면서 구동계 전반에 가해지는 부담이 매우 심각하다보니 부품의 피로, 소모도 극심할 수 밖에 없었다. 엔진은 300-600km, 현가장치는 200km 주행시마다 교체해야 하며, 주행거리가 400km가 넘게 되면 공장으로 보내 구동계통의 전면적인 분해정비(overhaul)를 받는 것이 좋다고 설계자인 포르쉐 본인이 권장했을 정도였다. M4 셔먼의 경우 설계상 2,000km 이상 주행한 경우 엔진을 교체하는 것이 좋다고 명시한 것과 비교해 보면, 부품 수명이 얼마나 짧았는지 알 수 있다.
이 구동계가 애물단지이긴 하지만 싸게 만들 수라도 있었으면 그나마 나았겠지만, 안 그래도 부족한 구리, 니켈, 알루미늄, 납이 대량으로 들어갔다. 상술한 짫은 정비 주기에 이런 문제까지 겹치니 자원관리를 맡은 슈페어가 뒷목을 잡을 노릇이었다. 간단히 말해, 2차 세계대전에 사용된 독일 전차들 중 '구동계통만큼은 단연코 최악'이라 불려도 할 말 없는 물건이 되었다.
위와 같은 구동계통의 문제와 더불어, 65톤 ~ 70톤의 흉악한 중량은 전장에서 수리를 위한 견인을 거의 불가능하게 만들었다. 구동계통에만 사소한 손상이 있을 뿐인 멀쩡한 차량도 그냥 버려지기 일쑤였다. 이 점은 대부분의 독일군 중(重)전차가 가졌던 문제이긴 하나, 엘레판트가 다른 중전차들보다 더욱 최악이었던 점은 엔진의 내구도가 연약하기 짝이없어 기동불능 문제가 더 잦게 일어났다는 것이다. 기껏 견인해갔다고 쳐도 애초에 90대분밖에 생산이 안된 전차라 부품의 보급도 모자라다보니 제대로 된 수리, 정비를 장담할 수 없었을 것이다.
사실 다른 독일군 전차 항목을 읽어봐도 알겠지만, 대전 말 투입된 독일군의 신형 전차들의 데뷔전은 다 하나같이 꼴이 말이 아니어서, 초창기엔 오히려 엘레판트가 더 나아보이는 괴이한 현상을 초래하기도 했다. 5호 전차 판터만 하더라도 쿠르스크 전투에서 투입된 초기 양산형은 전투도 치르지 못한 채 엔진계통의 결함으로 말미암은 화재로 몇십량을 손실했으며, 티거 역시도 기계적 결함으로 대부분이 주저앉는 추태를 보이곤 했다. 덕택에 지휘관들이 판터와 티거의 고장으로 생긴 전력상의 공백을 메우기 위해 '그나마 잘 굴러가는' 엘레판트를 차출하여 장거리 공격용도 아닌 근거리 화력지원용으로 혹사시키는 경우도 있었다.
다른 전차들은 전쟁 기간 내내 계속 생산되었으며 후기형에 가서 단점이 개선된 사례도 있었던 데 비해, 엘레판트는 애초에 버린 물건 재활용해서 만든 땜빵이라 추가적인 생산도 없었고 특별한 개수도 없었다는 점은 차이점이라 볼 수 있다.
9 대중 매체에서의 페르디난트/엘레판트
- 서든 스트라이크2 : 정면 한정으로 최종보스나 다름없는 괴악한 면을 보여준다. 무식한 맷집은 야크트티거 다음가며, ISU-152 나 야크트티거 같은 강펀치의 구축전차가 아닌 이상 어지간해선 격파하기 어렵다. 시야가 유지되는 상태에서 보급만 잘 된다면 무쌍을 찍는거도 무리는 아니다!
- 온라인 게임 월드 오브 탱크 : 전기형 모델인 페르디난트가 8티어 구축전차로 나온다. 성능은 대체적으로 준수한 편이지만 이 게임이 다 그렇듯 초기상태는 좋지 않다. 88/71외에도 105/52, 128/55를 달 수 있고 시뮬레이터 게임이 아닌 캐쥬얼 게임이라 가다가 불 나는 일은 없을 뿐더러 '최종 엔진은 헨쉘 엔진보다도 화재 확률이 적다'. 그러나 210 이상 관통부터 뚫리기 시작하고 전면에도 약점이 많아서 생각보다 탱킹을 할 수 없다. 애초에 같은 8티어들은 바로 그런 동티어들을 때려잡기 위해서 나온 것들이다. 자세한 것은 해당 항목 참조.
- 애니메이션 걸즈 앤 판처 : 쿠로모리미네 여학원소속 전차로 등장한다. 애니메이션적 허용으로 인해 주행력도 상당히 향상된 것으로 보이며 실전에서처럼 기동중에 엔진이 타버려서 돈좌되거나 하는 추태는 보이지 않았지만, 골목길에 진입한뒤에 M3 리의 기동성을 무기로 골목을 돌아돌아 엘레판트의 후방에 당도한 토끼팀에 의해 포탑 후면 탄피 배출구를 공격당해 격파되었다. 물론 전장이 구축전차에게 불리한 시가지이긴 했지만 상대에게 낚여 신지선회도 못하는 사지에 좋다고 들어갔다가 반격도 못해보고 격파당하는 굴욕을 맛보게되었다.
- 걸즈 앤 판처의 스핀오프 코믹인 리틀 아미2 : 이쪽에선 주인공이 속한 벨워르 고교의 차량으로 등장해 저격등 다방면에서 활약한다.
- 렐릭의 RTS 컴퍼니 오브 히어로즈 2 : 독일 특정 지휘관 선택시 외부지원을 받아 사용이 가능하다. 사거리가 자랑스럽긴 하지만 더럽게 무거운 중구축전차답게 이동하는걸 보고 있으면 답답해진다. 덤으로 선회력도 대책없는 수준. 그래서 사용시에는 보호해줄 병력이 반드시 필요하다. 아니면 값싼 다수의 연합군 전차에게 둘러싸여 우왕좌왕하다가 터진다. 전차병들도 답답한지 이따금씩 '세상에서 가장 느린 포르쉐로군!(SLOWEST.PORSCHE.EVER!)'이라고 하하는 대사를 던진다.
- 콜 오브 듀티: 유나이티드 오펜시브 : 소련군 쿠르스크전투 캠페인 첫 미션부터 등장한다. 처음엔 독일군 기갑웨이브와 함께 괴물같이 등장하나 주인공의 영웅적 전투력
대전차오함마술에 의해 무참히 박살난다. 또한 멀티플레이에도 등장하여 탑승이 가능하다. 멀티플레이에서는 소련군의 SU-152가 동급의 대항무기로 나오는데 왜 152mm의 크고 아름다운 무기가 88mm포와 같은 성능을 내는지는 게임이니까 묻지도 따지지도 말자.오오 진리의 아흐트아흐트
- 워 썬더 : 엘레판트의 개수 전 페르디난트가 독일 지상군 4티어로 나온다. 상기한대로 정면장갑은 IS-2의 122mm도 막아내는 위엄을 보여주며, 탑재한 주포는 동티어 전차를 잡기에 부족함이 없다. 하지만 엄청난 함정이 있는데, IS-2의 122mm 철갑유탄을 아무 피해 없이 막아내지만, 고폭탄에 정면 피격시 포신파괴와 함께 엔진이 나가버리고 변속기도 고장나버린다. 지금은 지뢰로 툭하면 불나는 불쏘시개로 변했다.
맞으면 불난다. 레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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