ㅈ, ㅉ, ㅊ 다음의 이중 모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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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개요

일단 이 문서에서 '이중 모음'은 경구개 접근음 /j/ 발음(영어 yes의 y 발음)으로 시작하는 이중 모음(ㅑ, ㅒ, ㅕ, ㅖ, ㅛ, ㅠ)만을 가리킨다. ㅘ, ㅝ 등의 유성 양순 연구개 접근음 /w/ 발음으로 시작하는 이중 모음에는 해당되지 않는다. '자([t͡ɕɐ])'와 '좌([t͡ɕwɐ])'는 잘만 구별되므로.

음성학적인 관점에서 이 문서의 제목을 붙인다면 '치경구개음[1] 다음의 경구개 접근음'이겠지만, 음성학을 모르는 대부분의 사람들에게는 이것이 직관적으로 이해되지 않으므로 제목은 'ㅈ, ㅉ, ㅊ 다음의 이중 모음'으로 하고 전문 용어를 사용한 명칭인 '치경구개음 다음의 경구개 접근음'은 리다이렉트로 한다. 그리고 이 항목은 대표적인 예인 로도 들어올 수 있다.

2 상세

현대 한국어 맞춤법에서는 ㅈ, ㅉ, ㅊ 다음의 이중 모음 사용이 극히 제한되어 있고, 외래어 표기법에서는 아예 사용하지 않는다. 이는 ㅈ, ㅉ, ㅊ이 치경구개음(잇몸입천장소리)이고, 치경구개음 자체가 이미 구개음화된 음(= /j/를 수반하는 자음)인지라 ㅈ, ㅉ, ㅊ 뒤에 경구개 접근음 /j/가 뒤따라도 그 영향이 없기 때문이다. 즉 '쟈', '쵸' 등도 실제로는 /자/, /초/ 등으로만 실현된다. 그래서 '쟈', '쵸' 등의 표기는 사용하지 않고 '자', '초' 등의 표기만을 사용한다.

황당해 보이는가? 중세 한국어의 쥬가 주로 바뀐 사례를 보자. 뒤쥭박쥭[2] → 뒤죽박죽. 또한 댜, 툐 등의 음가를 가진 단어가 현대에는 모조리 자, 초 등으로 바뀌었음을 생각해 보자. 도댱 → 도장[3], 텬디 → 천지[4] 등등. 또 혀 짧은 사람이 '꼬장'을 발음하면 '꼬댱'으로 들리는 것도 생각해 보자.

3 표기의 혼란

자/쟈, 차/챠 등의 혼란은 외래어에서 종종 보인다. /j/ 발음이 실현될 여지가 없는 단어들인 크루저(cruiser), 카이저(Kaiser), 아마존(Amazon), 미장센(mise en scène), 엘리자베스(Elizabeth), 퓰리처(Pulitzer), 시추(shih tzu), 지저스(Jesus), 모차르트(Mozart), 바주카(Bazooka), 티저(teaser), 존(zone), 자일리톨(xylitol), 바이처 더스트(バイツァダスト) ,꽈찌쭈등이 각각 크루, 카이, 아마, , 엘리베스, 퓰리, 시, 지스, 모르트, 바카, 티, , 일리톨, 바이 더스트,꽈찌 등으로 오기되는 사례를 생각해 봐도 된다. 이 예들을 음성학적으로 분석해 보자면, 이 예들에서 ㅈ, ㅊ 또는 ㅈ, ㅊ + /j/로 표기되는 음절의 원어 발음은 순수히 치경음([z], [t͡s] 등)으로, 치경음은 경구개를 사용하지 않기 때문에 한글 표기 시 ㅑ, ㅕ 등의 경구개를 사용하는 이중 모음이 사용될 이유가 없다. 원어가 경구개를 사용하는 후치경음이나 치경구개음이었다면 그나마 쟈, 쳐 등으로 표기될 여지가 조금이나마 증가하지만(물론 후치경음이나 치경구개음이라도 ㅈ, ㅊ 자체가 경구개에서 실현되기 때문에 쟈, 쳐 등으로 적을 근거는 없다), 원어 발음이 순수히 치경음인데도 쟈, 쳐 등으로 적는다는 것은 실제로 한국어 화자들이 ㅈ, ㅉ, ㅊ 뒤에서 단모음과 이중 모음을 구분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Chupa Chups에 해당하는 '츄파춥스' 표기를 봐도 똑같은 'ch[t͡ʃ]'이건만 '츄'와 '추ㅂ'으로 달리 표기함을 알 수 있다. 결국 구별이 안 된다는 얘기다. 굳이 음성학적인 설명을 하지 않더라도, 언중이 이와 같이 원음과 무관하게 자/쟈, 차/챠 등의 표기를 종종 혼동하는 사례가 있다는 것 자체가 자/쟈, 차/챠 등의 발음이 같다는 것을 증명한다고 할 수 있다.

이 혼동은 고유어에서도 간혹 보인다. 예를 들어 '처먹다'를 '쳐먹다'로 쓰거나주먹으로 때려서 먹다, '처들어가다'를 '쳐들어가다'로 쓰거나, '미처 몰랐다'를 '미쳐 몰랐다'로 쓰는 것이다.미쳤기 때문에 몰랐다

4 발음

애당초 /쟈/, /쵸/ 등의 발음 자체가 현대 한국어에 존재하지 않는다. 엄밀히 말하면 /쟈/, /쵸/는 각각 /자/, /초/와 똑같은 소리가 난다. '자'와 '쟈'의 발음이 다르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많지만, 그것은 표기에 이끌린 착각에 불과하다. 일부 한국어 화자들이 생각하는 /쟈/, /쵸/ 등의 발음은 ㅈ과 ㅊ을 좀 더 강하게 발음한 것 내지는 미세하게 길게 발음한 것을 /j/ 발음이 포함된 것으로 착각하는 것일 뿐이고, 그러한 발음도 음성학적으로는 /자/, /초/ 등과 전혀 다르지 않으며 실제로 /j/가 추가된 발음도 아니다. '-지 않-', '-치 않-' 등이 '-쟎-', '-챦-'이 아니라 '-잖-', '-찮-'으로 줄어드는 것(예: 그렇지 않아도 → 그렇아도, 시원치 않다 → 시원다)도 생각해 보자.

음성학적으로 설명하자면, 치경음의 조음 위치가 윗니 뒤쪽인 데 비해, 치경구개음은 윗니 뒤쪽과 입천장 사이의 공간이다. 즉, 치경음보다 더 뒤쪽에서 음성이 일어난다. 치경구개음은 치경음이 전설 고모음([i], [y])과 그에 대응하는 반모음([j], [ɥ])에 최적화된 음가로, 조음 위치가 전설 고모음과 그에 대응하는 반모음의 조음 위치인 경구개 쪽으로 당겨져 있다. 그래서 이미 경구개 쪽으로 당겨져 있는 음가에다가 경구개 접근음(/j/)을 붙여서 조음 위치를 경구개 쪽으로 더 당기려고 해도 아무런 효력이 없는 것이다.
그러니까 표기상으로만 보자면 '자'는 [t͡ɕɐ]로, '쟈'는 [t͡ɕjɐ]로 발음되어야 할 것처럼 보이지만, /j/은 앞의 자음을 구개음화시키는 성질을 띠고 있는데 앞에 오는 [t͡ɕ]이 이미 구개음화된 음가이다. 즉, 둘의 성질이 서로 겹치므로 결합하지 않기 때문에 실제로는 '자'도 '쟈'도 똑같이 [t͡ɕɐ]로 발음될 수밖에 없다.

위 주장에 대한 반론으로, "야자"와 "야쟈", "요조"와 "요죠", "유주"와 "유쥬"의 발음 차이를 들 수 있다. 첫음절로는 쟈,져,죠,쥬 발음이 어렵지만; 첫음절에 ㅣ모음이 포함될 경우 혀의 위치가 입천장에 가까와지기때문에 두번째 음절로는 쟈,져,죠,쥬 발음이 가능하며 구별도 된다.

또 다른 방법으로는, '사, 자, 차'와 '샤, 자, 차'를 발음해 보는 방법이 있다. '사, 자, 차'를 발음할 경우 '사'의 자음을 발음할 때와 '자, 차'의 자음을 발음할 때 조음 위치와 조음 방법 모두에 차이가 있는 것을 느낄 수 있고[5], '샤, 자, 차'를 발음할 경우 '샤'의 자음을 발음할 때와 '자, 차'의 자음을 발음할 때 조음 방법만 달라지는 것을 느낄 수 있다[6]. 즉 '자', '차'도 '샤'와 마찬가지로 그 안에 이미 /j/가 들어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아니면 '가갸가갸', '나냐나냐'를 발음한 다음에 '자쟈자쟈'를 발음해보면 된다. '가'와 '갸', '나'와 '냐'는 확실히 구분이 되지만 '자'와 '쟈'는 거의 똑같은 것을 느낄 수 있다.

그리고, '자'와 '쟈'가 발음상으로 구별되지 않음이 한국어 자체에 일관성이 없음을 나타내는 것은 아니다. ㅏ(/ɐ/)와 ㅑ(/jɐ/), ㅓ(/ʌ/)와 ㅕ(/jʌ/) 등은 분명히 다른 음소로 서로 구별되지만, 한국어의 음소 배열 제약으로 인해 ㅈ, ㅉ, ㅊ 다음에는 /j/가 올 수 없기 때문에 ㅈ, ㅉ, ㅊ 뒤에서 /j/가 탈락하게 되는 것이다. 그리고 음소 배열 제약은 어떤 언어에나 존재한다. 예를 들어 ㄴ(/n/), ㄹ(/ɾ/), ㅎ(/h/), ㅏ(/ɐ/), ㅡ(/ɯ/)는 모두 한국어의 음소이지만, 그렇다고 해서 이것이 마음대로 배열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ㅎ+ㅏ+ㄴ+ㅡ+ㄹ(하늘)이나 ㅎ+ㅡ+ㄹ+ㅏ+ㄴ(흐란)은 한국어에서 쓰이는 배열이고 충분히 단어로 쓰일 수 있지만, ㅎ+ㄴ+ㅡ+ㅏ+ㄹ+ㄴ(ㅎᄂힹᆯㄴ)는 한국어 음운 체계에서 쓰일 수 없는 배열이다. 한국어 음운 체계에서 어두와 어말에 자음이 둘 이상 올 수 없다는 음소 배열 제약이 있기 때문이다. 다른 예를 들자면, /ŋ/은 한국어와 영어에 존재하는 음소이지만(한국어의 받침 ㅇ 발음, 영어 sing의 ng 발음), 이 /ŋ/은 한국어와 영어에서 절대로 어두에 올 수 없다. 한국어 음운 체계와 영어 음운 체계에서 어두에 /ŋ/이 올 수 없다는 음소 배열 제약이 있기 때문이다.

4.1 학술 서적의 서술

이문규의 '현대 국어 음운론'(2004)에는 다음과 같은 내용이 있다.

이 변동은 경구개 자음 뒤에서 같은 위치인 반모음인 /i/가 탈락하는 현상이다. 이 변동은 우리말의 발음에서 경구개 자음과 /i/의 연결을 꺼리는 제약에 의한 것이기 때문에 일부 방언에서 나타나는 /타격[타겍]/이나 /봐ː라(보아라)/[바라]류의 반모음 탈락과는 달리, 광범위하게 나타나는 필수적인 현상이다.

여기서 경구개 자음은 ㅈ, ㅉ, ㅊ을 말한다. 즉 ㅈ, ㅉ, ㅊ 뒤에 /j/가 오지 못하는 현상은 일부 방언에만 한정된 것이 아니라, 거의 모든 한국어 화자들에게서 나타나는 현상이라는 것이다. 최소한 남한 표준어를 비롯한 남한 지역의 방언[7]에서 자/쟈, 차/챠 등이 발음상으로 구분되는 방언은 없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배주채의 '한국어의 발음'(2003)에는 다음과 같은 내용이 있다.

파찰음 ‘ㅈ, ㅉ, ㅊ’뒤에 이어진 y계 이중모음은 단순모음으로 발음된다. ‘쟈, 져, 죠, 쥬, 졔, 쟤’는 각각 [자], [저], [조], [주], [제], [제][8]로 발음된다. 마찬가지로 ‘쨔, 쪄, 쬬, 쮸, 쪠, 쨰’와 ‘챠, 쳐, 쵸, 츄, 쳬, 챼’의 모음도 모두 단순모음으로 발음된다. 이들 중 표기에 쓰이는 것은 ‘져, 쪄, 쳐’와 ‘죠’뿐인데 이들 역시 [저], [쩌], [처], [조]로 발음된다.

신지영(고려대학교 국어국문학과 교수)의 '한국어의 말소리'(2014)에서도 ㅈ, ㅉ, ㅊ을 치경경구개(= 치경구개) 파찰음([t͡ɕ])으로 보고 있으며, "한국어에는 /ㅈ, ㅉ, ㅊ/와 /j/가 연쇄되는 음운의 결합을 제한하는 음운 배열 제약이 있다."라고 설명하고 있다. 또한 한국어 ㅈ, ㅉ, ㅊ의 조음 위치, 한국어의 ㅈ, ㅉ, ㅊ과 영어의 /tʃ/(ch), /dʒ/(j)의 음성적 차이에 대해 다음과 같이 설명하고 있다.

파찰음의 조음 위치는 폐쇄음이나 마찰음과는 구분되는 치경경구개 부분이다. 치경경구개의 조음 위치는 경구개의 앞쪽에 위치하므로 전경구개(prepalatal)라고 불리기도 하는데, 치경과 접해 있는 경구개 부분이기 때문이다. 치경경구개 파찰음의 조음에서 혀끝은 아랫니 혹은 아랫니와 아랫잇몸의 경계 근처에 대고, 혓날은 경구개 앞쪽을 막아서 기류를 막는다. 기류를 잠시 막았다가 혓날을 살짝 내려서 통로를 좁힌 후, 좁아진 통로로 난기류가 생성되도록 한다. 이 조음 위치는 한국어의 치경 마찰음이 /i/ 모음에 선행할 때 실현되는 조음 위치와 대체로 같다.

한국어의 파찰음과 영어의 파찰음은 조음 위치가 다른데, 앞에서 설명했던 한국어의 치경 마찰음의 변이음 [ɕ]와 영어의 경구개치경 마찰음 /ʃ/의 조음 위치 차이와 대체로 같다. 영어의 파찰음 /tʃ, dʒ/는 경구개치경음으로 한국어보다 약간 앞쪽에서 조음되며, 입술의 돌출이 늘 동반된다. 영어의 파찰음은 같은 위치에서 조음되는 마찰음과 마찬가지로 입술의 돌출을 동반한다는 특징을 갖는다. 영어의 파찰음은 조음 시 혀끝이 아랫잇몸에만 닿으면서 조음된다. 특히 영어의 파찰음은 혀끝이 아랫니에는 닿지 않고, 아랫잇몸의 아랫부분에만 깊이 닿아서 조음된다는 것이 한국어의 파찰음과 가장 큰 차이라고 할 수 있다.

여기서 '앞에서 설명했던' 부분은 다음과 같다. 한국어의 마찰음(ㅅ, ㅆ, ㅎ) 중 치경 마찰음(ㅅ, ㅆ)의 발음에 대해서 설명하는 부분이다.

하지만 치경 마찰음의 조음 위치는 후행하는 모음이 /i/, /j/계 이중모음, /wi/인 경우 달라진다. 이들 모음이 후행하는 위치에서 치경 마찰음은 모음의 영향을 받아서 치경경구개 마찰음 [ɕ, ɕ*][9]가 된다. 치경경구개 마찰음은 영어의 경구개치경 마찰음보다 약간 뒤에서 조음되는 마찰음인데, 영어의 경구개치경 마찰음 /ʃ, ʒ/는 이외에도 조음 시 특징적으로 입술을 돌출하며 발음한다. 경구개치경 마찰음의 조음에서 입술을 돌출하는 것은 영어의 특성이다. 입술의 돌출은 염두에 두지 말고, 한국어 치경 마찰음의 변이음인 치경경구개 마찰음과 영어의 경구개치경 마찰음의 조음적 차이를 좀 더 자세히 알아보자.

가장 큰 차이는 혀끝의 위치를 통해 확인해 볼 수 있다. 영어의 경구개치경 마찰음은 일단 혀끝이 아랫잇몸에만 닿은 상태에서 발음된다. 반면에 한국어의 치경경구개 마찰음은 혀끝이 아랫니 혹은 아랫니와 아랫잇몸의 경계 근처에 닿은 상태에서 발음된다. 이 두 소리를 후행하는 모음 없이 발음하다가 들이마셔 보면, 그 조음 위치를 쉽게 확인해 볼 수 있다. 한국어의 /ɑ/ 앞에 위치한 /s/, 영어의 /ʃ/, 한국어의 /i/ 앞에 위치한 /s/를 차례로 모음 없이 내다가 숨을 들이마셔 보면, 점차 입천장의 뒤쪽으로 그 시원한 장소가 옮겨가는 것을 확인할 수 있을 것이다.

즉 ㅈ, ㅉ, ㅊ 다음에 /j/가 변별되지 않는다는 것은 많은 연구자들과 학자들 사이에서 이견이 없는 한국어 음운론의 일반적인 견해라고 할 수 있다.

그러니 섣불리 '글자가 다른데 어떻게 발음이 같을 수 있단 말이냐'고 여길 게 아니라 본 항목을 차근차근 읽어 보자. 그런 경우는 의외로 많다. '빗', '빚', '빛'도 발음이 모두 /빋/으로 동일하고, '갔다', '갖다', '같다'도 발음이 모두 /갇따/로 동일하다. '곡물'과 '공물'도 한 글자씩만 읽으면 발음이 분명히 다르지만 한 단어로 이어서 읽으면 자음동화로 인해 발음이 /공물/로 동일해진다.

그러므로 '으아니 '도 원래는 '으아니 차'가 옳다.[10]
그러면 마이쮸는 마이쭈로 이름 바꿔야 되나?

ㅈ, ㅉ, ㅊ이 치경구개음([t͡ɕ])이 아니라 후치경음([t͡ʃ])으로 표기하는 자료들도 있으나, 대부분은 일종의 관례적인 표기 또는 간략 전사(broad transcription)에 해당된다. 한국어의 ㅏ는 실제로는 [ɐ]인데 관례적으로 [a]로 적는 것과 중세 국어는 [a]였잖아 영어의 r도 실제로는 [ɹ]인데 관례적으로 [r]로 적는 것(IPA의 [r]는 실제로는 치경 전동음(스페인어의 rr 발음, 혀를 우르르 떨며 내는 소리)을 나타내는 기호로, 영어의 r([ɹ])과는 꽤 다른 소리이다), IPA의 [j] 발음(영어 yes의 y)을 관례적으로 그냥 [y]로 적기도 하는 것(IPA의 [y]는 전설 원순 고모음으로, 입술을 둥글게 오므려서 내는 ㅣ 발음이자 단모음 발음이다) 등과 같다고 보면 된다. 심지어는 북한 문화어와 같이 치경음([t͡s])이라는 견해도 있는데, 이건 진짜 극소수의 견해이다. 치경음은 경구개에 닿지 않기 때문이다.
ㅈ, ㅉ, ㅊ의 음가는 치경구개음이라는 것이 학계의 일반적인 견해이다(따라서 자/쟈, 차/챠 등이 구분되지 않는다는 것이 일반적인 견해이다).[11] 만약 ㅈ, ㅉ, ㅊ이 치경구개음이 아니라면(또는 자/쟈, 차/챠 등이 잘 구분된다면), 언중들이 자/쟈, 차/챠 등을 혼동하는 사례가 종종 보이는 것이 설명되지 않고 '-지 않-', '-치 않-'이 각각 '-잖-', '-찮-'으로 줄어드는 것이 설명되지 않으며, 1959년의 로마자의 한글화 표기법(현재의 외래어 표기법에 해당하는 규정)에서 쟈, 챠 등을 활발히 사용했다가 1986년에 제정한 현행 외래어 표기법에서 쟈, 챠 등을 일절 사용하지 않게 했다는 것이 설명되지 않는다. 또한 현행 외래어 표기법도 외국어·외래어 표기에 사용하는 한글 범위를 조금씩 넓혀 가고 있지만(된소리를 좀 더 적극적으로 사용하는 것 등), ㅈ, ㅉ, ㅊ 다음에 이중 모음을 쓰지 않는다는 점은 아직도 변함이 없다.

그리고 만에 하나 ㅈ이 [t͡ɕ]이 아니라 [t͡ʃ]여도 그 뒤에 /j/가 올 수 없다는 점은 마찬가지다. [t͡ʃ]는 [t͡ɕ]보다는 구개음화의 정도가 약하지만, 그래도 구개음화된 음이라는 점은 마찬가지이기 때문에 /j/가 탈락하게 된다. 실제로 영어에서도 sh(/ʃ/), zh(/ʒ/)[12], ch(/t͡ʃ/), j(/d͡ʒ/) 뒤에는 /j/가 오지 않는다. 예를 들어 few, skew 등에서는 /fjuː/, /skjuː/ 등과 같이 /juː/가 그대로 실현되지만, cashew, chew, Jew 등에서는 /j/가 없이 그냥 /ˈkæʃuː/, /t͡ʃuː/, /d͡ʒuː/로 실현된다(의심되면 사전을 직접 볼 것). 그래서 Jew, chew 등을 쥬, 츄 등으로 적을 근거는 더더욱 없다.

5 발음의 역사

15세기 중세 한국어에서는 ㅈ의 발음이 [t͡s](치경 파찰음, 현대 일본어의 つ와 비슷한 발음이며, sports 끝의 ts에서 기식을 뺀 것과도 비슷한 발음)였던 것으로 추정된다. 그래서 '자'는 [t͡sa]로 발음되었고, '쟈'는 구개음화로 인해 /t͡sja/ → [t͡ɕa](치경구개 파찰음)로 발음된 것으로 추정된다. 이보다 더 전 단계에서는 '쟈'가 아예 [t͡sja]로 발음되었던 것으로 추정된다. 구개음화고 뭐고 적용되지 않던 전기 중세 국어 시절 이야기. 어쨌든 당시의 문헌에서는 '자'와 '쟈'를 분명히 구분하고 있기 때문에 이 당시에는 '자'와 '쟈'의 발음이 서로 구별되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러나 17세기경부터 '자'와 '쟈'는 문헌에서 혼용되기 시작했는데, 이는 '자'와 '쟈'의 대립이 17세기경에 사라졌다는 것을 보여 준다. 17세기경에 ㅈ의 음가가 구개음화를 일으켜 [t͡s]에서 [t͡ɕ]로 바뀐 것으로 추정되며, 그 변화에 따라 '자'와 '쟈'의 대립도 사라졌고, 이 [t͡ɕ] 음가가 오늘날에 이르게 된다. 그리고 현대로 오며 '쟈, 쟤, 져, 졔, 죠, 쥬' 등은 표기상으로도 일부 예외(아래에서 설명)를 제외하고는 모두 '자, 재, 저, 제, 조, 주'로 바뀌었다. 이는 ㅉ과 ㅊ도 마찬가지이다(ㅉ: [t͡s͈] → [t͡ɕ͈], ㅊ: [t͡sʰ] → [t͡ɕʰ])[13]. 즉 중세 한국어의 '쟈' 발음이 현대 한국어의 '자' 발음에 대응되는 셈.

중세 한국어의 '즈', '츠'가 현대 한국어에서 '지', '치'로 변한 것도 ㅈ, ㅊ이 구개음으로 변한 것과 관련이 있다(예: 즐다 → 질다, 거츨다 → 거칠다, 츩 → 칡, ᄆᆞᄌᆞ막 → ᄆᆞ즈막 → 마지막, ᄆᆞᄎᆞᆷ내 → 마침내, 아ᄎᆞᆷ → 아침[14]). 이는 '즈', '츠'의 발음이 'ᄌᆜ'([t͡ɕɯ]~[d͡ʑɯ]), 'ᄎᆜ'([t͡ɕʰɯ])로 변했다가 ㅡ가 탈락하면서 '지'([t͡ɕi]~[d͡ʑi]), '치'([t͡ɕʰi])로 남은 것으로 보인다. 咠을 성부로 하는 한자의 음이 '즙'(楫, 葺, 檝, 蕺)과 '집'(輯, 緝, 戢)으로 나뉘는 것도 이와 관련이 있다.

다만 이 [t͡s] 발음은 서북 방언을 비롯한 몇몇 방언에는 남아 있으며, 문화어에서는 아직도 ㅈ을 [t͡s]로 발음한다. 즉 ㅈ, ㅉ, ㅊ은 남북의 발음이 다르다. 문화어의 발음에 대해서는 아래의 '문화어' 섹션 참고.

참고로 과거에는 ㅅ 뒤에도 /j/가 올 수 없다는 제약이 존재했다. ㅅ, ㅆ도 ㅈ, ㅉ, ㅊ과 마찬가지로 치경음 [s]에서 치경구개음 [ɕ]으로 변해서 사/샤, 서/셔 등의 대립이 한국어에서 사라졌지만, ㅈ, ㅉ, ㅊ과는 달리 치경음인 [s]로 다시 돌아오면서 높임말 '-시-'의 활용형 '-셔-' 및 외래어에 한해 사/샤, 서/셔 등을 구별하게 된다. 그래서 한국어에서 샤, 셔, 쇼, 슈 등을 볼 수 있는 경우는 고유어에서는 '하셨다'(하시었다), '하십쇼'(하십시오)와 같은 준말뿐이며, 한자어에서는 볼 수 없고, 주로 외래어에서 [ʃ](영어 sh) 발음을 받아 적을 때 많이 보인다(예: sharp 샤프, nation 네이션, show 쇼, shoe 슈). 한국어에서 사/샤, 서/셔 등의 구별이 제대로 다시 생긴 것은 한글 맞춤법 통일안(1933년)[15]이 정착된 후인 20세기 중반으로 보인다. 왜 한국어에서 ㅅ(ㅅ, ㅆ) 계열과 ㅈ(ㅈ, ㅉ, ㅊ) 계열 중 ㅅ 계열만 치경음으로 돌아왔고 ㅈ 계열은 돌아오지 않았는지는 불분명하다(몇 가지 연구는 있으니 관심 있는 사람들은 찾아 보자).

ㅅ과 ㅈ, ㅊ 발음의 변화 과정을 표로 나타내 보면 이렇게 요약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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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ɐ]/[sʰɐ]

[sjɐ]/[sʰjɐ]
사 ≠ 샤
[t͡sɐ]~[d͡zɐ]

[t͡sjɐ]~[d͡zjɐ]
자 ≠ 쟈
[t͡sʰɐ]

[t͡sʰjɐ]
차 ≠ 챠

[sɐ]/[sʰɐ]

[ɕɐ]/[ɕʰɐ]
사 ≠ 샤
[t͡sɐ]~[d͡zɐ]

[t͡ɕɐ]~[d͡ʑɐ]
자 ≠ 쟈
[t͡sʰɐ]

[t͡ɕʰɐ]
차 ≠ 챠
사(샤)
[ɕɐ]/[ɕʰɐ]
사 = 샤자(쟈)
[t͡ɕɐ]~[d͡ʑɐ]
자 = 쟈차(챠)
[t͡ɕʰɐ]
차 = 챠

[sɐ]/[sʰɐ]

[ɕɐ]/[ɕʰɐ]
사 ≠ 샤자(쟈)
[t͡ɕɐ]~[d͡ʑɐ]
자 = 쟈차(챠)
[t͡ɕʰɐ]
차 = 챠

6 한국어

6.1 고유어

용언(동사, 형용사) 활용형의 준말을 표기할 때만 이중 모음이 사용된다. 아래의 ''를 제외하고는 다른 품사에서는 이중 모음이 사용될 일이 없다.

  • 지치다: 지치어, 지치었다 → 지쳐, 지쳤다 ('지처', '지첬다'는 틀린 표기)
  • 찌다: 찌어, 찌었다 → 쪄, 쪘다 ('쩌', '쩠다'는 틀린 표기)
  • 가지다: 가지어, 가지었다 → 가져, 가졌다 ('가저', '가젔다'는 틀린 표기)
  • 하다: 하지요 → 하죠[16] ('하조'는 틀린 표기)

용언이 아닌 경우는 딱 하나 존재한다.

  • 저 아이 → 저 애 → ('재'는 틀린 표기)

위 예의 '져', '쪄', '쳐', '죠', '쟤'는 각각 /저/, /쩌/, /처/, /조/, /재/라고 발음한다. 표준 발음법에도 '져, 쪄, 쳐'는 /저, 쩌, 처/로 발음한다고 명시되어 있으며(표준 발음법 제5항 다만 1과 그 해설), 국립국어원은 ㅕ뿐만 아니라 모든 /j/계 이중 모음이 ㅈ, ㅉ, ㅊ 뒤에 이어질 때는 /j/가 탈락하고 단모음으로만 발음된다고 답했다(국립국어원의 답변 1, 국립국어원의 답변 2, 국립국어원의 답변 3, 국립국어원의 답변 4). 발음이 /지처/이지만 '지쳐'라고 표기하는 것은 단지 '지치어'의 준말임을 보여 주기 위한 것이다. '맡기다'가 '맡기어 → 맡겨'로, '지니다'가 '지니어 → 지녀'로 활용되는 것과 같은 원리이다.

  • 게임미쳐서(= 미치어서) 숙제를 미처 하지 못했다.

'미치다'의 활용형 '미쳐'는 '미치어'의 준말이므로 '미쳐'라고 쓰는 것이 옳고, '아직 거기까지 미치도록'이라는 의미를 가진 부사일 때는 준말이 아니므로 '미처'라고 쓰는 것이 옳다.

다른 예를 들자면,

  • 처부수다 (X) → 쳐부수다 (O)
  • 쳐먹다 (X) → 처먹다 (O)

'쳐부수다'는 '쳐서(= 때려서) 부수다'라는 의미이므로 '치어'가 줄어든 것으로 보고 '쳐'로 쓴다. 반면 '처먹다'의 '처'는 '마구, 매우 많이, 매우 심하게'라는 의미이고 '치어'가 줄어든 것이 아니므로 '처먹다'로 쓴다(관련 글: 새국어소식: 닥치는 대로 쳐부수고 아무거나 처먹고).

단어 첫 음절의 발음이 /자/, /저/, /제/, /조/, /주/, /차/, /채/, /체/, /초/, /추/ 중 하나일 경우, 그 표기는 언제나 '자, 저, 제, 조, 주, 차, 채, 체, 초, 추' 중 하나가 된다. '쟈, 져, 졔, 죠, 쥬, 챠, 챼, 쳬, 쵸, 츄' 중 하나로 시작하는 한국어 단어는 없다. /재/의 경우 위에서 예로 든 ''를 제외하면 언제나 '재'로 적고, ''로 적는 경우는 없다.

그래서 가짜 순우리말의 '베론쥬빌'이 성립할 수 없으며, 쥬신도 성립할 수 없다.

6.2 한자어

이중 모음을 언제나 사용하지 않는다. 1933년에 한글 맞춤법 통일안이 제정되기 전에는 '쟈', '쵸' 등의 한자음이 있었으나, 한글 맞춤법 통일안을 제정할 때 '자'/'쟈', '초'/'쵸' 등을 모두 '자', '초' 등으로 통일하면서 사라졌다.

  • 져쥬 (X) → 저주 (O)
  • 츄쳔 (X) → 추천 (O)

7 외래어

이중 모음을 언제나 사용하지 않는다(관련 글: ‘ㅈ, ㅊ’ 다음에 이중모음을 쓰지 말아야, ‘쥬스’는 잘못된 표기, 국립국어원의 답변, '주스', '텔레비전' 외래어 표기, 외래어의 된소리와 이중 모음 표기, '텔레비전'과 '텔레비젼'). 실제로 외래어 표기법 규정을 보면 '쟈', '쵸' 등의 표기가 나올 수 없도록 되어 있다.
외국어 자모 [z], [d͡z], [ɮ], [ʐ], [t͡s], [t͡ɬ], [ʈ͡ʂ]와 한글 대조표만을 보고 한글 표기를 하면 '쟈', '쵸' 등의 표기가 나오는 경우가 간혹 있는데, 이런 경우 표기 세칙에서 ㅈ, ㅉ, ㅊ으로 표기되는 자음 뒤의 이중 모음은 단모음으로 적는다는 규정을 따로 마련해 놓는다. 대표적인 예가 외래어 표기법/중국어. 외래어 표기법 중 러시아어 표기법의 표기 세칙에는 ㅈ, ㅊ으로 표기되는 자음 뒤의 이중 모음을 단모음으로 적는다는 규정 자체는 없으나, 국립국어원 웹사이트에서 심의된 러시아어 표기 용례들을 보면 실제로 ㅈ, ㅊ으로 표기되는 자음 뒤의 ㅑ, ㅛ, ㅠ는 모두 ㅏ, ㅗ, ㅜ로 적도록 결정하고 있다. 대표적으로 지명 보르자(Борзя(Borzya))가 있고, 실제로 러시아어 한글 표기법이 제정되기 전에도 щё(shchyo), чё(chyo)는 '시초', '초'로 적었다. 예를 들어 Хрущёв(Khrushchyov) 흐루시초프(2005년에 러시아어 표기법이 만들어지면서 표준 표기가 흐루쇼프로 바뀌었다), Горбачёв(Gorbachyov) 고르바초프 등이 있다. 또한 표준국어대사전 초판(1999년)에는 토양의 일종인 чернозём(chernozyom)의 원어 표기를 чернозем(chernozem)으로 잘못 알고 '체르노젬'으로 실었으나, 2008년 개정판에서는 올바른 원어 표기 чернозём(chernozyom)을 채택하면서 '체르노좀'으로 표제어를 고쳤다. 이러한 사례들로 볼 때, ㅈ, ㅉ, ㅊ 다음에는 /j/ 발음을 포함한 이중 모음을 쓰지 않는 것은 사실상 외래어 표기법의 철칙 중 하나라고 볼 수 있다. 이에 따라 한국어 위키백과에서는 러시아어 한글 표기 시 ㅈ, ㅊ으로 표기되는 자음 뒤의 이중 모음은 단모음으로 적도록 따로 정해 놓았다.

실제로 '국어 어문 규정집'의 외래어 표기법 제1절 영어의 표기 해설에도 이러한 내용이 있다.

“제3항 3)은 [ʒ]는 ‘지’로 적는다고 하면 대단히 간단해진다. 그러나 이렇게 하면 ‘vision[viʒən]’은 ‘비젼’이 되어야 하는데, 국어에서는 ‘져’가 ‘저’로 발음된다. ‘저’뿐만 아니라 ‘쟈, 죠, 쥬, 챠, 쵸, 츄’가 ‘자, 조, 주, 차, 초, 추’로 발음된다. ‘ㅈ, ㅊ’이 이미 구개음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쟈, 죠’ 등의 표기는 무의미하다. 국어의 맞춤법에서 ‘가져, 다쳐’ 같은 표기가 있지만, 그것은 이들이 각각 ‘가지어, 다치어’의 준말이라는 문법적 사실을 보이기 위한 표기에 불과하다.”

'쟈', '쵸'라고 표기한다고 해서 딱히 '자', '초'로 표기할 때보다 원어의 발음에 가까워지지 않고, /자/라는 발음에 '자'와 '쟈' 두 가지 표기를 모두 허용하면 언제 '자'를 써야 하고 언제 '쟈'를 써야 하는지 헷갈리기만 하므로, '쟈', '쵸' 등의 표기를 써야 할 이유가 없다. 심지어 제31차 외래어 심의회(1999년 12월 15일)에서 ピカチュウ의 한글 표기가 피카츄가 아니라 '피카추'로 정해지기도 했다.

'쟈', '쵸' 등의 표기를 사용하지 않는다는 점은 받침으로 ㄱ, ㄴ, ㄹ, ㅁ, ㅂ, ㅅ, ㅇ 일곱 가지만을 사용한다는 점과도 일맥상통한다. 현대 한국어에서는 받침 발음으로 /ㄱ, ㄴ, ㄷ, ㄹ, ㅁ, ㅂ, ㅇ/만이 존재하며, 나머지 받침들은 이 일곱 개 발음 중 하나로 발음된다. 예를 들어 ㅋ 받침은 /ㄱ/으로 발음되고, ㅅ·ㅆ·ㅈ·ㅊ·ㅌ 받침은 모두 /ㄷ/으로 발음된다(다만 /ㄷ/ 받침 발음은 현대 한국어 맞춤법에서 보통 ㅅ으로 표기하므로 외래어 표기법에서는 ㄷ 대신 ㅅ을 채택했다).
'업', '없', '엎'을 예로 들자면, '엎'과 '없'도 /업/으로 발음되므로, '엎'이나 '없'으로 표기한다고 해서 '업'이라는 표기보다 원어의 발음에 더 가까워진다고 볼 수 없기 때문에 '업'만을 쓰고 '엎'과 '없'은 사용하지 않는다. 다른 예로 Marx의 표기를 '맑스'로 하느냐 '마르크스'로 하느냐의 문제도 같은 원칙이 적용되어 후자만을 인정한다. 전자와 같이 '맑스'라고 쓴다고 하더라도 발음은 ㄺ에서 ㄹ이 탈락하여 [막스→막쓰]가 될 뿐이며 '마르크스'라고 쓸 때보다 Marx의 원어 발음에 확실히 가까워진다고 볼 수도 없기 때문에('맑스'가 원어 발음에 가깝다 하더라도 '맑'이라는 글자는 연음되지 않는 이상 [막]으로 발음될 수밖에 없으므로 '맑스'가 아닌 '막스'로 표기해야 할 것이다.) '마르크스'만 인정하고 '맑스'는 인정하지 않는다. '쟈', '쵸'를 사용하지 않고 '자', '초'만을 사용하는 것도 같은 맥락에서 볼 수 있으며, 똑같이 발음되는 여러 표기 중 한 표기만을 사용하도록 한 것은 오히려 한국어 화자들(그중에서도 특히 외국어를 잘 모르는 사람들)을 배려한 것으로도 볼 수 있다.

  • laser 레이져 (X) → 레이저 (O)
  • version 버젼 (X) → 버전 (O)
  • George 죠지 (X) → 조지 (O)
  • juice 쥬스 (X) → 주스 (O)
  • junior 쥬니어 (X) → 주니어 (O)
  • chart 챠트 (X) → 차트 (O)
  • chocolate 쵸콜릿 (X) → 초콜릿 (O)
  • architecture 아키텍쳐 (X) → 아키텍처 (O)
  • capture 캡쳐/캡 (X) → 캡처 (O)
  • nacho 나쵸 (X) → 나초 (O)
  • natural 내츄럴 (X) → 내추럴 (O)
  • hommage 오마쥬 (X) → 오마주 (O)
  • churos 츄로스 (X) → 추로스 (O)
  • Jura-紀 쥬라기 (X) → 쥐라기 (O)

따라서 '레이져', '캡쳐'라는 표기가 성립하려면 '레이지다', '캡치다'(…)라는 용언이 먼저 존재해야 한다.

1986년에 현재와 같은 외래어 표기법이 제정되기 전에는 외국어·외래어 표기 시 ㅈ, ㅉ, ㅊ 다음에 이중 모음이 오는 것이 가능했다. 그래서 1986년 이전에 출판된 책을 보면 '텔레비젼'과 같은 표기가 보인다.

8 일본어 (비공인) 표기와의 관계

이 항목은 어디까지나 'ㅈ, ㅉ, ㅊ 다음의 이중 모음'에 대한 항목이므로 자/쟈, 차/챠 등의 문제에 대해서만 다루며, 일본어 표기법에서 논란이 되는 다른 부분(예: 일본어의 청음 표기 문제, つ 표기 문제, 접미어 ちゃん은 '찬'이어야 하는지 '짱'이어야 하는지… 등의 문제)에 대해서는 다루지 않는다.

이상하게도 이 규정은 특히 일본어를 한글로 표기할 때 많이 무시되는 규정이다.일본 쪽은 덕후가 많은데 다른 나라 쪽은 그렇지 않아서 그 예로 죠죠의 기묘한 모험 시리즈를 들 수 있겠다. 이쪽은 조조와의 혼동을 피하기 위해서인지 죠죠라고 표기하고 있으며, 제목 표기를 맞추기 위해 본래라면 '조지(George)', '조르노(Giorno)' 등으로 적을 인명을 전부 '죠지', '죠르노'와 같은 식으로 적고 있다. [17][18] 하지만 이는 '기후(岐阜), 나라(奈良) 현을 한국어 명사 기후, 나라와 엮어서 드립에 사용하거나 그 표기를 갖고 뭐라고 하는 사람은 없고, 드립의 대상이 될 수 있건 말건 감수하고서 쓴다'와 같은 주장으로 반박할 수 있다.[19] '조조의 기묘한 모험'이라고 표기한 신문 기사[20]

8.1 한국어 '자'는 ざ와 じゃ 중 어느 쪽에 가까운가?

한국어 ‘자’에 더 가까운 쪽은 당연히 ざ(za)보다는 じゃ(ja)쪽이다. 한국어 ‘자’의 발음은 무성 치경구개 파찰음 [t͡ɕɐ](‘자기’의 ‘자’) 또는 유성 치경구개 파찰음 [d͡ʑɐ](‘의자’의 ‘자’)[21]이다. 반면 ざ행의 자음 발음은 じ를 제외하고는 한국어에 없는 유성 치경 마찰음 [z] 또는 유성 치경 파찰음 [d͡z]이고, じゃ의 발음은 유성 치경구개 파찰음 [d͡ʑa] 또는 유성 치경구개 마찰음 [ʑa]이다.

유성음의 경우 파열을 듣기 어렵기 때문에 유성 치경 마찰음 [z]와 유성 치경 파찰음 [d͡z], 유성 치경구개 마찰음 [ʑ]와 유성 치경구개 파찰음 [d͡ʑ]의 차이는 거의 인식되지 않고, 실제로 일본어 화자도 [z]와 [d͡z], [ʑ]와 [d͡ʑ]를 같은 소리로 인식한다. 그래서 이 경우 마찰음과 파찰음의 차이는 아무런 의미가 없다. 이른바 요츠가나라고 불리는 じ와 ぢ, ず와 づ 사이에 혼란이 생긴 것도 이와 관련이 깊다. 그리고 한국어에서 [ʑ]와 거의 일치하는 소리는 조음 위치가 일치하고 조음 방법에 크게 차이가 없는 [d͡ʑ]이고(앞서 말했듯 이 경우 유성음의 특성상 마찰음과 파찰음의 차이는 거의 없다), 한국어에서도 [ʑ]와 [d͡ʑ]의 구분을 두지 않으므로 [ʑ]도 [d͡ʑ]도 모두 '의자'의 ㅈ에 대응된다고 할 수 있다. 반면 한국어에는 유성 치경 마찰음 [z]도 유성 치경 파찰음 [d͡z]도 존재하지 않는다.

요약하자면, ざ와 じゃ의 자음 발음을 구분하는 요소는 조음 위치이고 조음 방법은 마찰음 또는 파찰음으로 동일한데, 한국어의 ㅈ은 구개음이기 때문에 구개음인 じゃ에 더 가까우며 구개음이 아닌 ざ와는 거리가 멀다는 것이다. 즉 じゃ가 치경구개 파찰음 [d͡ʑa]로 발음되건 치경구개 마찰음 [ʑa]로 발음되건, 치경 파찰음 [d͡za] 또는 치경 마찰음 [za]로 발음되는 ざ보다는 한국어 '자'에 더 가까운 발음이다. 따라서 한국어 ‘자’와 じゃ는 거의 같은 발음이며, ざ는 ‘자’와 거리가 있는 발음이자 한글로 표기할 수 없는 발음이다.

이것은 ざ/じゃ뿐만 아니라 ず/じゅ, ぞ/じょ, ぜ/ジェ도 마찬가지다. 일본인들이 한국어에 ざ행이 존재하지 않는다고 말하는 것도 사실에 근거한 것이며, 괜히 까고 싶어서 그렇게 말하는 것이 아니다. 한국어 '자'가 じゃ에 더 가깝고 ざ와 거리가 멀다는 것은 음성학 공부를 조금만 한 사람이라도 알 수 있으며, 음성학을 전혀 모르는 사람도 일본인과 대화해 보면서 '자'가 じゃ에 더 가까움을 알게 된다(실제로 일본인들은 한국어 화자가 하는 '고자이마스'라는 한국어식 발음을 ごじゃいます로 인식한다). 일본인들이 한글을 배우기 위해 만든 한글 반절표를 보면 '가'와 '갸'는 (カ/ガ)-(キャ/ギャ) 하는 식으로 ㅏ와 ㅑ에 대해 서로 다른 가타카나 표기를 하는데 ㅈ의 경우는 '자'도 '쟈'도 전부 チャ/ジャ로 표기하고 있다.(#) 그러니까, 굳이 음성학을 동원하지 않아도 '자'가 じゃ에 더 가깝고 ざ와 거리가 멀다는 것이 증명된다는 것이다. 저 앞의 '쟈'를 '자'와 억지로 구별해서 발음하려고 해도 '지야' 하는 발음이 나올 것이라는 서술에서도 알 수 있듯, ざ를 '자'로, じゃ를 '쟈'로 억지로 구별해서 발음하려고 해 봤자 '자'는 여전히 じゃ로 발음될 뿐이며, 심할 경우 '쟈'는 じや로 발음되어 요음화되는 게 아니라 아예 음절이 둘로 쪼개지는 경우까지 생길 수 있다.

그리고 위에서 설명했듯 '자'와 '쟈'는 발음이 /자/로 동일하기 때문에 '자'도 '쟈'도 모두 じゃ에 더 가깝고 ざ와는 거리가 멀며, 딱히 '자'가 ざ에 더 가까운 것도 아니고 '쟈'가 じゃ에 더 가까운 것도 아니다. 즉 ざ와 じゃ를 각각 '자', '쟈'에 대응하는 것은 근거가 있다고 보기 어려우며, 일본어의 관점에서 봐도 한국어의 관점에서 봐도 ざ-자, じゃ-쟈가 제대로 된 대응이라고 보기 어렵다.

또한 재플리시 항목의 'z 발음' 섹션에도 적혀 있듯이, [z] 발음은 자질(조음 위치, 조음 방법, 발성(유성/무성 여부)) 면에서는 한국어의 ㅈ보다는 ㅅ에 더 가까운 발음이라고 할 수 있다. [z]와 [s]는 조음 위치와 조음 방법이 모두 같고 유성/무성 여부만 다르고, [z]와 ㅈ은 조음 위치와 조음 방법이 모두 다르다. [z] 발음을 할 때는 [s] 발음을 하면서 성대를 울려 주면 되며, ㅈ 발음을 떠올리면서 발음하면 오히려 [z]와 멀어지게 된다.
그런데도 한국어 화자들에게 [z] 발음이 ㅈ처럼 들리는 경향이 있는데, 이에 대해서 설명하자면 이렇다. [z]는 유성음이고 혀끝을 쓰는 자음이며 마찰음인데, 한국어에서 어중에서 유성음이 되고 혀끝을 쓰면서 마찰이 어느 정도 지속되는 자음은 ㅈ이 유일하다. 그래서 [z]가 한국어 화자들의 귀에는 ㅈ처럼 들리는 것이다. 자세한 것은 해당 항목의 해당 섹션 참고.

한국어 '자'가 일본어 じゃ에 더 가깝다는 것은 로마자 표기법을 통해서도 알 수 있다[22]. 헵번식 로마자 표기법(일본어)과 매큔·라이샤워 표기법(한국어)은 모두 영어권 화자가 만든 표기법이고, 따라서 자음의 표기는 영어 음운 체계를 바탕으로 하고 있다. 헵번식에서 ざ는 za로, じゃ는 ja로 표기하며, 매큔·라이샤워식에서 '자기'의 '자'는 cha, '의자'의 '자'는 ja로 표기하고 z는 전혀 사용되지 않는다.[23] 영어에서 ch, j, z는 확연히 구분되는 별개의 음소들이기 때문에 혼동될 이유가 없다. 만일 정말로 '자'가 ざ에 더 가까웠다면, '자'와 ざ의 로마자 표기가 일치해야 할 것이다. 그러나 실제로 일치하는 것은 '의자'의 '자'의 로마자 표기와 じゃ의 로마자 표기이다. 이것은 '자'가 じゃ에 더 가까움을 증명해 준다. 즉 한국어와 일본어 모두를 모국어로 하지 않는 제삼자의 관점에서도 '자'는 じゃ에 더 가까운 발음으로 분석된다는 것이다.
만약에 [z] 발음을 나타냈을 것이라 여겨지는 을 현대 한국어·한글에서도 계속 썼다면 ざ는 'ᅀᅡ'로, じゃ는 '자'로 표기됐을 것이다. 로마자 표기가 괜히 ざ와 じゃ를 za와 ja로 구분하는 게 아니다.

보이스웨어를 돌려 보아도 ざ와 じゃ, '자'와 '쟈'의 차이가 드러나는데, '자'와 '쟈'를 섞어서 돌려 보면 표기 때문에 차이가 있는 발음으로 나오지만 사실상 같은 발음이라고 봐도 좋을 정도로 그 차이는 미미하다. 반면, ざ와 じゃ를 섞어서 돌려 보면 다른 발음이라고 인식할 수 있을 정도로 그 차이가 확연하게 드러난다. 그리고 ざ보다 じゃ가 훨씬 더 '자'에 가깝게 들리는 것을 알 수 있다.

또한 실제로 한국어 '자' 발음을 하면 じゃ로 인식한다는 말과, 자신은 ざ를 의도하고 '자' 발음을 했다가 상대방이 じゃ 발음으로 알아들었다는 경험담도 존재한다.

  • [1]: “일본인은 'ざ'를 '사'와 '자'의 중간으로 발음하고[24] 'じゃ'는 '자'로 발음 한다. (중략) 한국인이 아무리 'ざ'를발음해도 일본인은'じゃ'로 듣는다.”
  • [2]: “일본어의 ざ는 영어의 z와 비슷한 소리가 난다. 반면에 한국어의 'ㅈ'은 영어의 j와 비슷한 소리가 나기 때문에 '자'는 일본어의 じゃ와 매우 가깝게 들린다. 여기에 하나 더 추가하자면 ぞ도 한국인이 쉽게 발음하지 못하는 것 중 하나이다.”
  • [3]: “ざ、ぜ、ぞ를 각각 じゃ、じぇ、じょ로 발음하는 경향이 있다.”
  • [4]: “한국인들이 일본어를 발음할 때 가장 문제가 되는 부분은 ざー>じゃ ございますー>ごじゃいます。 ずー>じゅ みずー>みじゅ つー>ちゅ つかいー>ちゅかい라고 한다.”
  • [5]: “일본어의 "ざ"는 우리가 "자"라고 읽으면 일본인은 "じゃ"라고 인식합니다. "ぞ"도 마찬가지로 우리 발음대로 "조"로 발음하면 "じょ"로 알아듣고요.”
  • [6]: “항상 ざ、ぞ、つ를 じゃ、じょ、ちゅ로 발음한다면서. 한국에서 온 사람들 보면 저거 제대로 하는 사람 한번도 못봤다면서 발음 강습에 돌ㅋ입ㅋ”
  • [7]: “한국인이 어려워하는 일본어의 "쯔자즈조つ・ざ・ず・ぞ" 발음이 "츄쟈쥬죠ちゅ・じゃ・じゅ・じょ"로 들리는 등”
  • [8]: “일본어의 ざ도 사실은 한국어에는 없는 발음인 것도 최근에야 알았다. (중략) 각 나라별 애니 더빙판에서 '아스란 자라'를 외칠 때 발음? 같은 거를 일본인이 평가 했었는데, 한국인은 ざ[za]를 발음할 수 없다고... 굳이 따지면 우리나라의 '자'는 じゃ[ja]에 가깝다고 한다.”

실제로 일본인을 대상으로 한 한국어 교재에서도 ‘자’를 じゃ 쪽에 대응하고 있다. 만약 ‘자’가 ざ에 더 가까운 발음이라면 ‘자’를 ざ에 대응했을 것이며, 결코 じゃ에 대응하지 않았을 것이다. 일본인들도 한국어 ‘자’를 들으면 じゃ 쪽으로 알아듣지 ざ 쪽으로 알아듣지 않고[25] 한국어를 가나로 표기할 때 ㅈ 발음을 ざ행으로 옮기는 것을 어색하게 여기고 있다(한국어 모어 화자는 ㅈ 발음을 ザ행으로 음차하고자 하는 경향이 있습니다만…[26]). 실제로 일본인들은 한국어의 ㅈ 발음을 가나로 표기할 때 ジャ행을 사용하며, 결코 ザ행을 사용하지 않는다. 그리고 忍者(にんじゃ) ‘닌자’처럼 じゃ를 ‘자’로 표기하는 것이 굳어진 경우도 있고, 통용 표기에서도 ジェ, チェ 등은 ‘제’, ‘체’ 등으로 적는 경우가 일반적이고 ‘졔’, ‘쳬’ 등으로 적는 경우는 상당히 보기 드물다.

8.1.1 혼동 사례

또한 한국어 화자는 ざ행을 じゃ행으로 혼동하거나, じゃ행을 ざ행으로 혼동하는 경우가 자주 있다(사실상 별 생각 없이 섞어 쓴다고 보는 편이 옳을 듯하다). 실제 사례를 들자면 이 글의 '레이 쟈 바렐'이 있는데, 이 캐릭터의 실제 이름은 Ray the Barrel로, 일본어 가타카나로는 レイ ザ バレル로 적힌다. 이때 가운데 단어 ザ는 영어의 the를 음차한 것으로, '쟈'와 같이 표기상 반모음 /j/가 들어간 표기가 허용될 공간은 없다. 마찬가지의 사례로 한국에 '지구방위대 후뢰시맨'이라는 제목으로 수입된 초신성 플래시맨에 등장하는 수전사를 보면 이름이 죄다 '쟈'로 시작하는데 원판에서 그 부분을 영어의 the를 음차한 'ザ'로 쓰고 있기 때문에 '쟈'로 표기될 이유가 없음에도 역시 '쟈'로 오기되어 있다. 이러한 예는 꽤 많다. 이 글의 '긴쟈'도 원어는 銀座(ぎんざ)이기 때문에 '쟈'로 표기될 이유가 없고, 이 글의 '마이죠노'도 원어는 舞園(まいぞの)이기 때문에 '죠'로 표기될 이유가 없고, 이 글의 '노죠미'도 원어는 望実(のぞみ)이기 때문에 '죠'로 표기될 이유가 없고, 이 글의 '우치무라 간죠'도 원어는 内村 鑑三(うちむら かんぞう)이기 때문에 '죠'로 표기될 이유가 없고, 이 책의 '니토베 이나죠'도 원어는 新渡戸 稲造(にとべ いなぞう)이기 때문에 '죠'로 표기될 이유가 없다. 宝蔵院 胤栄의 경우 ほうういん いんえい인 것이 분명한데도(蔵의 음독은 ぞう이며, 蔵가 じょう로 읽히지는 않는다) 항목은 호죠인 인에이로 작성되어 있다.
이 글에서는 일본어에서 영어 the를 ざ 또는 じゃ로 적는다고 하는데, 실제로 일본어에서 the는 ザ[27]로만 적으며(이유는 재플리시 항목의 'th 발음' 부분 참고) 절대 ジャ로 적지 않는다. 또한 mother를 '마쟈'라고 한다고도 적혀 있는데, 실제로 일본어에서는 マザー라고 하지 절대 マジャー라고 하지 않는다.
残念(ざんねん)을 '잔넨'이 아니라 '쟌넨'으로 적는 사례도 종종 보인다(1, 2, 3 등).

이 혼동은 특히 ざ행과 じゃ행이 한 단어 안에 모두 존재할 때 분명히 보인다. 増上寺가 그 예로, 실제 한글 표기 사례로 조조지, 조죠지, 죠조지, 죠죠지 등이 보인다(조우죠우지, 조-조-지, 죠우조우지 등과 같이 장음을 따로 표기한 표기도 보이나, 이 글은 장음 표기에 대한 글이 아니므로 장음 표기에 대해서는 다루지 않는다). 増上寺의 가나 표기는 ぞうじょうじ이기 때문에 '죠조지'나 '죠죠지' 등의 표기는 나올 수가 없다. 그런데도 이렇게 적는 것은 한국어 화자가 실제로 ざ행과 じゃ행을 구분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이를 감안하여 현행 외래어 표기법에서는 '자'와 '쟈' 등의 구분을 두지 않는다.

심지어 じゅうう의 경우 정발판에서조차 '주조'나 '쥬조'가 아니라 쥬죠로 적는 경우가 종종 보인다(메구레 쥬죠의 경우 정발판 표기가 '쥬죠'이지만, 누군가가 정발판 표기와는 다르게 '메구레 쥬조'로 수정한 것으로 보인다).[28] じゅ를 억지로 '쥬'로 쓰다 보니 뒤의 ぞ까지 이끌린 것이다. じゅ를 처음부터 '주'로 적었다면 뒤의 ぞ가 '죠'로 표기될 일은 없었을 것이다. '셰죠 위그이'도 원어는 シェゾ(셰조)이기 때문에 '죠'로 표기될 근거가 없는데도 정발판에서는 '죠'로 표기됐다.[29] 또 다른 예로, '마동왕 그랑조트'가 한국에 수입될 때 '슈퍼 그랑{{{}}}'라는 제목으로 수입되었고 작중 등장하는 메카 '그랑조트' 역시 한국판에는 '그랑{{{}}}'라고 나온다. 하지만 정작 원판에서는 グランゾート라고 표기하고 있기에 '그랑{{{}}}'라고 표기될 근거가 없는데도 '그랑{{{}}}'라고 표기한 것이 그대로 굳어졌다. ㅈ, ㅉ, ㅊ 다음의 이중 모음을 쓸 생각을 하지 않았다면 이렇게 표기될 일은 없었을 것이다. 동일한 혼동 사례가 전혀 관련 없는 여러 사람들에게서 나타난다는 것은 실제로 그 둘이 구별되지 않거나, 그 둘의 구별이 어렵다는 것을 보여 준다.

8.2 그렇다면 ちゃ, ちゅ, ちょ는?

ちゃ([t͡ɕa]) 등도 마찬가지다. 어두, 어중·어말 구분 없이 언제나 '차'로만 적거나, 현행 외래어 표기법과 마찬가지로 어두, 어중·어말 표기를 다르게 한다면 어두에서는 '자'([t͡ɕɐ]), 어중·어말에서는 '차'([t͡ɕʰɐ])로 적으면 된다(자세한 것은 외래어 표기법/일본어 항목의 '음성학적 특징' 섹션 참고). 이미 '자'(어디까지나 어두일 경우)나 '차'만으로 ちゃ가 완성되기 때문에 구태여 '쟈', '챠' 등의 표기를 쓸 이유가 없기 때문이다. 실제로 일본인 앞에서 /차/로 발음해도 일본인은 ちゃ로 잘만 알아듣고, '차'([t͡ɕʰɐ])와 ちゃ([t͡ɕa])의 자음은 유무성 여부와 조음 위치, 조음 방법이 무성 치경구개 파찰음으로 같고[30] '차'와 ちゃ의 모음에는 거의 차이가 없기 때문에 가능하지도 않은 /챠/ 발음을 하려고 혀를 고문할(?) 필요가 없다.

일부 통용 표기 지지자들은 외래어 표기법에서 ㅈ, ㅉ, ㅊ 뒤에 단모음을 쓰는 것이 일본어의 발음을 훼손한다고 주장하지만, 실제로는 그렇지 않다. 오히려 통용 표기는 발음이 아니라 표기상으로 ゃ, ゅ, ょ가 붙었다는 점에 치중한 나머지 ㅈ, ㅉ, ㅊ 뒤에도 이중 모음을 사용하는 것이다. 발음을 기준으로 한다면 ㅈ, ㅉ, ㅊ 뒤에 단모음을 붙이는 것으로 충분하다.

참고로 한국어에서도 댜, 툐 등이 구개음화로 인해 자, 초 등으로 변한 역사가 존재한다. 현대 한국어에서 댜, 툐 등의 조합이 일부 준말을 제외하고서 쓰이지 않는 것도 댜, 툐 등이 모두 구개음화로 인해 자, 초 등으로 변했기 때문이다.[31]

또한 영어 음운 체계를 기준으로 일본어의 실제 발음에 가깝게 표기하는 헵번식에서도 じゃ, ちゃ는 각각 ja, cha와 같이 y 없이 적으며, 그 어떤 로마자 표기법에서도 jya[32], chya로 적지는 않는다(마찬가지 이유로 しゃ도 sha로 적으며 shya로 적지 않는다). 영어의 sh, j, ch도 한국어의 ㅈ, ㅉ, ㅊ도 구개음이기 때문에 y가 필요하지 않은 데다, 한국어의 ㅈ, ㅉ, ㅊ은 영어의 sh, j, ch보다 구개음화의 정도가 더 강하기 때문에 더더욱 이중 모음이 필요하지 않다.[33]

8.3 じゃ, ちょ 등은 역사적으로는 어떻게 받아들여졌는가?

역사적으로도 じゃ, ちょ 등에 '쟈', '쵸' 등으로 받아들인 적은 없다. 일제 강점기를 통해 받아들인 일본어 단어를 보더라도 쟈, 쵸 등은 발견되지 않는다. 예를 들어 こんじょう, ちゃんぽん, じょうろ, はんちょう는 각각 곤조, 짬뽕, 조로, 한쪼(참고)로 받아들였고, '곤죠', '쨤뽕', '죠로', '한쬬'로 받아들이지는 않았다. 현행 외래어 표기법에서 か행, た행의 표기를 어두, 어중·어말로 나눈 것은 역사적인 이유라도 있지만, じゃ, ちょ 등을 '쟈', '쵸' 등으로 쓰는 것에는 역사적인 이유도 존재하지 않는다.

8.4 문제(?)의 원인

사실 이것은 한국어 자음 체계와 일본어 자음 체계의 차이에서 기인하는 문제이다.

첫째, 일본어는 요음의 자음(きゃ, しゅ, ちょ 등의 자음)과 /i/ 앞의 자음(き, し, ち 등의 자음)을 제외하고는 자음 자체가 구개음인 경우가 존재하지 않지만, 한국어는 음소상 /j/를 포함한 경우의 자음(갸, 뉴, 료, 며 등의 자음)과 /i/ 앞의 자음(기, 니, 리, 미 등의 자음)뿐만 아니라 자음 자체가 구개음인 경우(ㅈ, ㅉ, ㅊ)가 존재하기 때문이다. 즉 한국어에서는 ㅈ, ㅉ, ㅊ 외의 자음은 음소상 /j/를 포함한 이중 모음(ㅑ, ㅒ, ㅕ, ㅖ, ㅛ, ㅠ)이나 ㅣ(/i/)를 붙여야만 구개음화가 일어나 구개음으로 실현되지만, ㅈ, ㅉ, ㅊ은 그 자체가 구개음이기 때문에 단모음인 ㅏ, ㅐ, ㅓ, ㅔ, ㅗ, ㅜ만 붙여도 구개음으로 실현된다. 일본어의 관점에서 한국어를 본다면, ㄱ, ㄴ 등은 그 자체로는 요음에 들어가지 않고 언제나 '갸', '뉴'와 같이 음소상 /j/가 붙어야 요음에 들어가는데, ㅈ, ㅉ, ㅊ은 자음 그 자체로 요음에 들어간다. 바로 옆 나라 언어인데 상성이 더럽게 안 좋다.

둘째, 현대 한글에 [z] 발음을 표기할 수 있는 낱자가 없기 때문이다. 중세 한글 (반치음)이 [z] 발음을 나타냈던 것으로 추정되지만, 16세기경에 한국어에서 [z] 음가가 사라지면서 그 발음을 나타내는 낱자인 ㅿ도 쓰이지 않게 되었다(다만, 외국어 발음을 나타낼 때는 ㅿ이 여전히 쓰였다). 따라서 원칙적으로 훈민정음의 해례에 따르자면 [z]는 ㅿ로 쓰는 것이 맞기는 하다. 문제는 현대 한글 맞춤법은 현대 한국어를 적는 데에만 맞추어져 있다는 것이다.

그래서 じゃ가 '자'에 먼저 대응돼야 하는 것이 불만이고 ざ와 じゃ가 모두 '자'로 표기되는 것이 불만이라서 선조를 공격한다. ㅿ를 부활시키자는 과격한 의견도 존재[34]하기는 하지만, 현대 한글에 ㅿ를 추가한다면, /z/가 한국어에서 별도의 음소가 됐을 때, 또는 새로운 낱자를 쓰자고 사회적으로 합의가 이루어졌을 때 해도 늦지 않을 것이다.

8.5 결론

정리하자면,

  • ざ보다 じゃ가 한국어 '자'에 가깝고, ざ의 자음은 한글로 표기할 수 없는 발음이다. 즉 '자'는 じゃ를 표기하는 데 우선적으로 쓰여야 하고, ざ는 다른 대안이 없어서 어쩔 수 없이 '자'로 표기하는 것으로 봐야 한다.
    • '자', '주', '조'만으로 이미 じゃ, じゅ, じょ가 충분히 완성되기 때문에 じゃ, じゅ, じょ를 '쟈', '쥬', '죠'라고 적을 이유가 없다. 마찬가지로, ちゃ, ちゅ, ちょ도 '차', '추', '초'만으로 이미 ちゃ, ちゅ, ちょ가 충분히 완성되기 때문에 '챠', '츄', '쵸'라고 적을 이유가 없다.
  • '자'와 '쟈'는 모두 발음이 /자/로 동일하고, 따라서 '자'도 '쟈'도 모두 じゃ에 대응된다. 그래서 ざ와 じゃ를 각각 '자'와 '쟈'에 대응할 근거가 없다. 오히려 ざ와 じゃ를 각각 '자'와 '쟈'에 대응하는 것이 잘못된 것이라고 할 수 있고, 이러한 대응은 비효율적인 데다 한국어 발음과 일본어 발음을 모두 제대로 반영하고 있지 않은 것으로 볼 수도 있다.
  • '쟈', '쵸'라고 적는다고 해서 '자', '초'라고 적을 때보다 딱히 원어의 발음에 더 가까워지지 않고, 한국어 음운 체계에서 변별되지 않는 '자'와 '쟈', '초'와 '쵸'를 억지로 구분시키려고 하면 표기의 혼란만 가중시킨다. ‘쟈’, ‘쵸’ 등의 표기를 사용하는 것이 오히려 한국어 정서법에 어울리지 않는다고 볼 수 있다.
  • (현행 외래어 표기법에서) じゃ, ちょ 등의 표기에 이중 모음을 쓰지 않는 것은 한국어에서 ㅈ, ㅉ, ㅊ 뒤에서 단모음과 이중 모음이 음성적으로 변별되지 않는다는 점뿐만 아니라, ㅈ, ㅉ, ㅊ 뒤에 단모음을 붙이는 것만으로도 じゃ, ちょ 등의 음가를 충분히 반영할 수 있기 때문이다.
    • 일부 사람들은 외래어 표기법에서 ㅈ, ㅉ, ㅊ 뒤에 단모음을 쓰는 것이 일본어의 발음을 훼손한다고 주장하지만, 실제로는 그렇지 않다.
  • 쟈, 쵸 등을 쓰지 않는 것은 외래어 표기법뿐만 아니라 한국어 철자법 전체에 공통되는 사항이기 때문에, 일본어의 한글 표기에만 쟈, 쵸 등의 표기를 허용하는 것도 곤란하다. 따라서 일본어의 한글 표기가 개정된다 할지라도 '쟈', '쵸' 등의 표기는 인정될 가능성이 낮다. 일본어만 예외로 할 근거가 부족하며, 일본어만 예외로 하면 형평성이 떨어지고 중립적이지도 않기 때문이다.
    • ㅈ, ㅉ, ㅊ 다음의 이중 모음 표기는 현대 한국어의 정서법이나 음운 체계를 고려한다면 인정하기 곤란하기 때문에, 저 둘을 일본어 표기 시에 인정한다면 일본어 표기를 잘 드러내기 위해서 한국어의 정서법이나 음운 체계를 무시하게 된다. 한국어의 정서법이나 음운 체계를 무시하는 한글 표기법은 결코 바람직하다고 할 수 없으며 주객이 전도됐다고 할 수 있다.
    • 사실 ㅈ, ㅉ, ㅊ 다음의 이중 모음 표기를 인정하는 데에는 또 다른 문제도 있다. 아래 '철저히 금지해야 하는 표기인가?' 섹션 참고.

따라서 じゃ, ちょ 등의 한글 표기에 이중 모음이 아니라 단모음을 쓰는 것에는 아무런 문제가 없고, 오히려 이중 모음을 쓸 이유가 없다.

일부 출판사나 번역가들도 이 점을 알고 있는지, 외래어 표기법을 따르지는 않더라도 쟈, 쵸 등의 표기만은 쓰지 않는다. 그 예로는 아이카와 준(じゅ), 아카시 세이주로(じゅ), 이오리 준페이(じゅ)[35], 엔조 토모에(じょ), 카미조 토우마(じょ), 키리조 미츠루(じょ), 카조 아키라(じょ), 센조가하라 히타기(じょ), 야코 조이치(じょ), 추젠지 아키히코(ちゅ), 초마바야시 사다메(ちょ) 등이 있다. 또한 죠죠의 기묘한 모험 정발판은 ジョジョ는 이전부터 쓰여 오던 '죠죠'로 표기했지만, '에이의 붉은 돌'로 널리 알려져 있었던 エイジャの赤石는 에이의 적석으로 표기했고, 모리오초, 니지무라 케이초 등과 같이 ちょ를 모두 '초'로 표기했다. 그리고 호칭 접미사 ちゃん을 정발판에서 표기할 때는 대부분 ''이 아니라 ''으로 표기한다(예: 크레용 신짱, 스즈미야 하루히 짱의 우울, 이짱 등).[36]

일부 사람들은 일본어 표기에만 집착하는 나머지 다른 언어들의 한글 표기와의 정합성은 전혀 생각하지 않고 일본어 표기 시에 장음 표기나 ㅈ, ㅉ, ㅊ 다음의 이중 모음 표기 등을 허용해야 한다고 주장하는데, 이는 오히려 주장의 설득력을 떨어트린다. 한국어에서 한글로 표기되는 외국어는 일본어만 존재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그래서 일본어 표기에 대해 논한다 하더라도 다른 언어들의 한글 표기에 대해 어느 정도는 알아두는 것이 좋고, 표기의 개정을 주장한다면 다른 언어들의 한글 표기와의 정합성을 해치지 않는 선에서 주장해야 한다. 일본어 표기에 한정해서 생각하면 개정이 쉬워 보여도 실제로는 그렇지 않은 것들도 왕왕 있다.

그래서 이건 통용 표기 지지자들의 주장에 현실적으로 무리가 있다고 할 수 있고, 통용 표기 지지자들이 양보해야 할 부분이라고 할 수 있다. 쟈, 챠 등의 조합 자체가 현대 한국어의 정서법이나 음운 체계와 충돌하는, 허용되지 않는 조합이기 때문에, 아무리 쟈, 챠 등의 빈도가 높아도 그러한 표기가 표준화되기는 현실적으로 어렵다고 할 수 있다.[37]
게다가 국립국어원은 외국어·외래어 한글 표기는 사람들이 어떻게 쓰는지는 잘 안 따지고(…) 원칙 및 음성학적인 근거[38]대로 하고자 하는 경향이 강한 편이다. 사실 국립국어원이 빈도를 따질 필요가 별로 없는 게, 국립국어원이 표기법을 정해 놓으면 언론이나 공적인 출판물 등에서는 좋건 싫건 그 표기법을 따르기 때문이다(…). 실제로 국립국어원은 빈도에 상관하지 않고 Leonardo DiCaprio의 표준 표기를 리어나도 디캐프리오로 정했고 Никита Хрущёв(Nikita Khrushchyov)의 표준 표기를 니키타 흐루시초프에서 니키타 흐루쇼프로 바꿨고 Hồ Chí Minh의 표준 표기를 호치민에서 호찌민으로 바꿨으며, 현재는 언론과 대다수의 출판사가 바뀐 표기법을 채택하고 있다. 그나마 이것은 통용되던 표기가 원어 발음과 차이가 어느 정도 있었고, 그 표기들을 원어 발음에 가깝게 고친 것이기 때문에 표기의 변경에 어느 정도 근거가 존재하지만, 일본어의 경우 '자', '차'만으로 이미 じゃ, ちゃ에 충분히 가깝기 때문에 쟈, 챠 등의 표기를 쓰도록 고칠 이유가 없다. 짜장면이 복수 표준어가 된 것을 보고서 쟈, 챠 등도 표준화될 수 있지 않나 하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ㅉ을 쓰는 것은 제약이 걸려 있지 않기 때문에 ㅉ을 쓰는 표기를 표준으로 인정하는 것 자체는 문제가 없지만, 쟈, 챠 등의 표기는 아예 제약이 걸려 있고 한국어의 정서법과 음운 체계와도 충돌하기 때문에 설령 빈도가 높다 하더라도 표준으로 인정되기가 힘들다. 저기 앞에도 나와 있지만 '자, 짜, 차, 자, 짜, 차' 이런 식으로 발음해 보면 구분이 가지만 '자, 쟈, 자, 쟈' 이런 식으로 발음해 보면 전혀 구분이 가지 않는다. 또한 일본어 통용 표기 자체도 외래어 표기법의 영향을 어느 정도 받은 것이며, 완전히 독립적으로 저절로 생겨난 것은 아니다.
게다가 쟈, 챠 등의 표기를 쓰지 않는 게 문제가 되는 경우는 일본어 통용 표기 말고는 사실상 별로 없기도 하다. 전체적으로 봤을 때는(일본어 한글 표기만을 보는 게 아니라 모든 외국어 한글 표기를 볼 때) 쟈, 챠 등의 표기를 쓰는 빈도가 자, 차 등의 표기를 쓰는 빈도보다 상대적으로 낮다. 그리고 2010년의 통계에 따르면, 일본어 통용 표기가 쓰이는 비율은 30%밖에 안 된다고 한다. 그 30%가 빠짐없이 쟈, 챠 등의 표기를 써도 적어도 70%가 자, 차 등의 표기를 쓰기 때문에, 일본어 한글 표기만 본다고 하더라도 쟈, 챠 등의 표기가 통용되는 비율은 낮다고 할 수 있다. 따라서 일본어 통용 표기가 유난히 유별난 케이스라고 할 수도 있다. 일부 사람들이 쟈, 챠 등의 빈도가 높다고 생각하는 건 단지 그런 것들만 접하기 때문에 높다고 생각하는 것이지, 다른 분야에서는 생각보다 빈도가 그다지 높지 않다.

8.6 학습 서적의 발음 표기에 관한 문제

심지어 많은 초급자들을 위한 일본어 학습 서적들조차 ざ를 '자'에, じゃ를 '쟈'에 대응시키고 있는데, 이는 일본어와 한국어의 실제 발음을 고려하지 않고 억지로 끼워 맞춘 것에 불과하다고 볼 수 있다. 즉 애꿎은 학습자만 발음을 잘못 익히게 되는 셈이다. 학습 서적에서는 정확한 발음을 알려 줄 필요가 있는데, 초급 단계에서부터 저렇게 잘못 대응시키기 때문에 한국어 화자들이 ざ행 발음을 똑바로 못 익히고 じゃ행으로 발음하게 되는 것이고, ざ가 '자'에 대응되고 じゃ가 '쟈'에 대응된다고 착각하게 되는 것이며, 한국어 '자'와 '쟈'에 발음 구분이 있다고도 착각하게 되는 것이다. '자'를 발음하건 '쟈'를 발음하려고 하건 일본어 화자에게는 둘 다 じゃ로 인식되며, '자'도 '쟈'도 ざ로 인식되지는 않는다. 발음 표기에 발음도 못 하는 표기를 갖다 놓으니까 발음이 이상해질 수밖에 없다.[39] ざ를 ‘자’에, じゃ를 ‘쟈’에 대응하는 것은 일본어와 한국어의 음운 체계 및 발음에 대한 무지에서 비롯됐다고 할 수 있고, 이렇게 대응하는 것이 타당하다고 볼 근거는 없으며 오히려 잘못된 대응이라고 할 수 있다. 까놓고 말해서 학습 서적 쓴 사람들이 발음을 제대로 모른다는 것. 이 잘못된 대응을 고칠 때도 됐는데, 왜 아직도 고쳐지지 않는지 알 수 없다.[40]

그래서 이렇게 일본어 발음을 잘못 배운 한국인들이 자신의 이름을 가타카나로 표기할 때 ㅈ을 ジャ행이 아니라 ザ행으로 잘못 옮기는 경우가 잦고, 그러한 표기를 보는 일본인들은 십중팔구 어색함을 느낀다고 한다. 일본어 학습 서적의 잘못된 대응은 한국어 발음도 왜곡하고 일본어 발음도 왜곡한다. 이건 정말 하지 말아야 한다. ざ를 '자'로 적고 じゃ를 '쟈'로 적는 것과 한국어 ㅈ을 ジャ행이 아니라 ザ행으로 옮기는 것은 일본인이나 언어학·음성학 전공자[41]가 보기에는 충분히 이뭐병으로 보일 수 있고, 저런 식으로 표기하는 사람이 한국어도 일본어도 제대로 모르는 걸로 보일 수 있다.

만약에 어떤 일본어 학습자가 오로지 글로만 소통할 사람이고 따라서 발음은 신경 쓰지 않는다면, 그 사람한테는 발음이 중요하지 않으므로 ざ와 じゃ의 '발음'을 구분해서 가르칠 필요는 없다(사실 이 경우는 발음 자체를 가르칠 필요가 없고 그냥 히라가나, 가타카나, 한자 등 일본어의 문자 표기만 가르치면 충분하다). 만약 일본어 히라가나와 가타카나를 다 뗀 사람에게 어떤 일본어 단어의 일본어 발음을 가르쳐 주는 경우라면, 히라가나 또는 가타카나로 적어 주면 충분하며 한글 표기는 전혀 필요가 없다(오히려 히라가나나 가타카나로 적는 것이 훨씬 더 정확하다). 즉 ざ를 '자'로, じゃ를 '쟈'로 구분하는 것이 누구한테 의미가 있는 것인지 불분명하다. 일본어를 처음 접하며 히라가나와 가타카나의 음가를 배우기 시작하는 사람에게도, 일본어를 조금 접해서 히라가나와 가타카나를 아는 사람에게도 저 대응은 의미가 없다고 할 수 있다.

그리고 일본어 노래의 가사에다가 한글로 발음을 적을 때도 ざ와 じゃ를 '자'와 '쟈'로 구분하는 것은 의미가 없는데, 한글 표기를 보고서 읽을 사람은 기본적으로 일어를 모르는 사람들(대충 비슷한 발음만 원하는 사람들)이고, 따라서 이 사람들한테는 정확한 일어 발음은 중요하지 않으므로 ざ와 じゃ의 구분을 할 필요가 없다고 할 수 있기 때문이다(어차피 이런 사람들은 한국어식으로 발음하며, 따라서 한글 표기상으로 구분을 억지로 남겨 둬도 나오는 소리는 둘 다 じゃ일 뿐이다. 즉 구분 자체가 의미가 없다). 일어를 아는 사람 중 한자를 잘 못 읽는 사람과 한자를 잘 읽는 사람을 위해서라면 노래 가사에 한글 표기 자체가 필요하지 않은데, 한자를 잘 못 읽는 사람에게는 그냥 히라가나 또는 가타카나로 적어 주면 되고(바로 위에서 언급했듯 이게 훨씬 더 정확하다) 한자를 잘 읽는 사람에게는 (未来(あす)와 같이 A라고 쓰고 B라고 읽는 경우를 제외하고는) 독음 표기 자체가 아예 필요하지 않기 때문이다. 즉 일본어 노래를 따라 부르는 사람에게도 ざ와 じゃ를 '자'와 '쟈'로 구분하는 것이 의미가 없다고 할 수 있다.

또한 자신의 이름에 있는 ㅊ을 가타카나로 표기할 때 チァ, チォ와 같은 이상한 표기를 하기도 하는데(실제 사례), 저런 조합은 일본어에서 거의 쓰이지 않기 때문에 일본어 화자들은 チァ, チォ와 같은 표기를 상당히 이상하게 생각한다. '차', '초' 등의 가타카나 표기도 チャ, チョ 등으로 족하다. 만약 북한 문화어(아래에서 서술)처럼 ㅊ이 그냥 치경 파찰음이라면 ツァ, ツォ 등으로 옮기면 될 일이다. 그러니까 チャ도 ツァ도 아닌 チァ라는 어중간한 표기를 쓸 이유가 없다. 다만 '체'의 경우는 예외로 [t͡ɕʰe]일 때는 チェ로, 북한 문화어와 같은 [t͡sʰe]일 때는 ツェ로 쓰는 게 가능하다.

사실 이것보다도 애초에 외국어 발음을 한글을 통해 익히는 것 자체가 잘못된 것이다. 영어 발음을 가르칠 때는 IPA(국제 음성 기호)를 통해서 가르치는 경우가 일반적인데, 왜 일본어 발음은 한글을 통해 가르치는 경우가 많은지는 알 수 없다. 일본어도 결코 한글로 표기하기 만만한 언어가 아니기 때문에(자세한 것은 일본어 항목의 '현대 한국어·한글과의 표기 호환성' 섹션 참고), 일본어 발음을 한글로 가르치는 것도 영어 발음을 한글로 가르치는 것과 마찬가지로 부적절하다. 위에서도 설명했듯, 현대 한국어에서 쓰이는 한글은 한국어 외의 언어(일본어도 예외가 아니다)는 제대로 표기할 수 없다. fork를 '포크'라고 적어 놓고서 [포크]라고 발음하라고 가르치지 않듯, ざ를 '자'라고 적어 놓고서 [자]라고 발음하라고 가르치는 것도 부적절하다.

‘자’와 ‘쟈’의 발음 차이가 존재하지 않는데도 ‘자’보다 ‘쟈’가 원어 발음에 더 가깝다고 생각해서 ‘자’ 대신 ‘쟈’를 사용하는 것은, ‘업’과 ‘엎’의 발음 차이가 존재하지 않는데도 ‘업’보다 ‘엎’이 원어 발음에 더 가깝다고 생각해서 ‘업’ 대신 ‘엎’을 쓰는 것과 다를 바가 없다. 즉 발음을 가르칠 때(애초에 한글로 외국어 발음을 가르치는 게 잘못된 것이지만) '쟈'를 쓰는 것 자체가 말이 안 된다는 것이다.

외국어 발음을 문자로 가르칠 때는 IPA를 쓰는 것이 가장 정확한 방법이고, 일본어에 한정해서 헵번식 표기법을 쓰는 것이 차선책이다.[42] 일단 헵번식 자체가 일영·영일 사전에 발음을 표기하기 위해 만들어진 표기법이기 때문에 일본어 발음을 손실 없이 복원해 낼 수 있도록 만들어져 있고(사전에 발음을 표기하는 데 애매한 표기가 있다는 것은 말이 안 된다), 오히려 자음의 표기(청음-탁음 구분, ざ-じゃ 구분, つ, 촉음 등)[43]는 한글 표기보다 낫고 훨씬 직관적이다(!). 최소한 ざ와 じゃ의 발음을 표기하는 데 '자'와 '쟈' 같은 억지스러운 표기를 쓰지 않고, za와 ja로 깔끔하고 직관적으로 해결한다. 덤으로 つ도 tsu로 표기하기 때문에 직관적으로 つ의 자음 발음을 알 수 있고[44], 이것은 한글 쓰/쯔/츠 등보다 훨씬 낫다.

8.6.1 잘못된 표기 대응으로 인한 폐해

ざ-자, じゃ-쟈와 같은 잘못된 대응으로 인한 폐해는 특히 외래어 표기에 잘 나타난다. 일본어에서는 영어의 /z/ 발음을 ザ행으로 옮기고 j(/d͡ʒ/) 발음을 ジャ행으로 옮기는데(이는 지극히 정상적인 대응이다)[45], ざ-자, じゃ-쟈로만 (잘못) 아는 사람들은 ジャ행으로 옮겨진 것을 보고 한글 표기 시에도 이중 모음으로 잘못 옮겨 버린다(예: 쟈니스). 분명히 한국어 ㅈ에 가까운 영어 음은 j이고 이중 모음이 필요 없는 데다, z는 ㅈ과 거리가 먼데도 j를 옮길 때 이중 모음을 쓰게 되는 것이다.
죠죠의 기묘한 모험에 나오는 ジョセフジョナサン 같은 가타카나 표기도 일본어에서는 영어 이름 Joseph나 Jonathan을 옮길 때 일반적으로 쓰이는 지극히 평범하고 정상적인 표기인데(절대 ゾセフ나 ゾナサン이라고는 하지 않는다), 이 표기를 이해하지 못하고 한글로 옮길 때도 '죠'셉, '죠'나단으로 옮기게 된 것이다. 일반적으로 Joseph, Jonathan을 한글로 옮길 때 '조'를 사용해서 옮기지 '죠'를 사용해서 옮기지 않는 것도 생각해 보자.
프랑스어 Jean은 한글로 '장'으로 표기하는 것이 일반적이고 실제로도 '장'이 표준 표기법에도 부합하지만, 일본어에서 Jean을 옮긴 ジャン을 거쳐 들어올 때는 '쟝'이 되기도 한다. 프랑스어 음운 체계에서도 한국어 ㅈ과 가까운 음은 j(/ʒ/)이고 z는 ㅈ과 거리가 먼데도 저렇게 되고 마는 것이다. 이와 같이, ざ-자, じゃ-쟈와 같은 잘못된 대응은 다른 언어의 한글 표기까지도 망가뜨리기 때문에 결코 이러한 표기가 바람직하다고 볼 수는 없다.

9 철저히 금지해야 하는 표기인가?

쟈, 쵸 등도 엄연히 현대 한글에 포함된 한글이기 때문에, 철저히 금지해야 한다고 하기는 어렵다. 그러나 그렇다고 해서 쉽게 허용될 수 있는 것도 아니다.

아래 주장에서 쟈, 챠 등의 표기를 사용하자고 하는 주장은 '쟈', 사용하지 말자고 하는 주장은 '자'로 표기한다.

9.1 동철이의어에 관한 문제

  • 쟈: 쟈, 챠 등의 표기를 사용함으로써 동철이의어를 줄일 수 있다. ガチャ를 '가차'가 아니라 '가챠'로 적으면 '가차 없다'의 '가차'와 구별이 되고, ジョジョ를 '조조'가 아니라 '죠죠'로 적으면 삼국지의 조조와 구별돼 동형이의어가 줄어든다. '자'와 '쟈'의 구별이 의미의 변별에 기여할 수 있으므로, 발음이 구별되지 않는다고 해서 철자까지 쓰지 말아야 한다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 자: 한국어 화자들이 자/쟈, 차/챠 등을 종종 혼동하고, 쟈, 챠 등을 쓸 이유가 없는 경우에도 쟈, 챠 등을 쓰는 경우가 보이는 것을 볼 때(자/쟈, 차/챠 등을 혼동하는 예는 이미 위에서 여러 개 들었다), 자/쟈, 차/챠 등을 구별하도록 하는 것은 그다지 바람직하지 않다. 문법적 관계나 어원 의식 없이(이 '문법적 관계나 어원 의식'에 대해서는 바로 아래의 '현행 한국어 맞춤법의 대원칙과 관련된 문제'에서 자세히 설명한다) 표기상으로만 구별되는 차이를 남겨 두면 그건 또 그것대로 철자법을 문란하게 만들기 때문이다. 특히 외국어·외래어의 표기는 안 그래도 혼란이 꽤 있는 편인데, 외국어·외래어의 표기에 표기상으로만 구별되는 차이를 추가하는 것은 표기의 혼란만 한층 더 가중시키기 때문에 바람직한 조치라고 하기는 어렵다(안 그래도 한국어 맞춤법도 굉장히 복잡해서 틀리는 사람들이 허다한 판인데, 외국어·외래어 표기는 말할 것도 없다). 아래 '원어에 대한 지식이 없는 한국어 화자 배려 및 과잉 수정(hypercorrection)에 관한 문제' 섹션도 볼 것.
그리고 발음상으로 구별되지 않아도 (문법적 관계나 어원 의식 없이) 표기상으로 구별되는 차이를 남겨 두자는 주장에 따른다면 사기(士氣)와 사기(史記), 사기(詐欺) 등을 구분하기 위해 한자 혼용을 하자는 주장도 나올 수 있기 때문에, 발음상으로 구별되지 않아도 (문법적 관계나 어원 의식 없이) 표기상으로 구별되니 표기상으로 구별하자는 주장은 (적어도 현대 한국어에서는) 그렇게 쉽게는 받아들일 수 없는 주장이다. 즉 발음상으로 구별되지 않아도 표기상으로 구별되는 차이를 남겨 두는 것도 장점은 있지만, 득보다는 실이 크다고 할 수 있다. 하위 섹션들도 참고할 것.
게다가 발음이 같은 또는 비슷한 것을 철자상으로 같게 적는다고 해도 그다지 혼란이 생기지는 않는다. 일례로 대륙 중국에서 간화자를 제정할 때 발음이 비슷한 몇몇 글자들을 어원이나 뜻에 관계없이 하나로 통합한바 있는데(예: 發·髮 → 发, 鬪·斗 → 斗, 乾·幹·干 → 干 등), 대륙 중국어 화자들이 이것 때문에 불편을 겪는 것도 아니며, 마찬가지의 사례로 일본에서 가나 표기법을 개정할 때 고유 음가가 붕괴된 ゐ(wi), ゑ(we), を(wo)를 を가 조사로 쓰일 경우를 제외하고 전부 い(i), え(e), お(o)로 통합했음에도 일본어 화자들이 이로 인해 불편을 겪는 것도 아니다..
또한 만약 원어가 ジョジョ가 아니고 ゾゾ였다면, 그때도 동철이의어의 구별을 위해 '죠죠'와 같은 표기를 쓰자고 할 수 있을지도 의문이다[46]. 그리고 潮留 美海(しおどめ みうな), 半沢 直樹(はんざわ なおき)는 다들 한글로 시오도메 미우나, 한자와 나오키로 적는데, '미우나'라는 표기는 '밉다'의 활용형과 겹치고(예: 한국 드라마 미우나 고우나) '한자와'라는 표기는 한국어 명사 한자(漢字)에 조사 '와'가 붙은 것과 겹치지만[47], 그렇다고 '미우나', '한자와' 등의 표기를 바꾸자고 하는 사람은 없는 것도 생각해 보자. 또한 일본인 여성 이름으로 흔한 愛(あい), 藍(あい), 亜衣(あい), 亜依(あい) 등은 한글로 모두 '아이'로 적히지만, 이것이 한국어 명사 '아이'(≒ 아동, 어린이)와 겹친다고 뭐라고 하는 사람도 없고, 奈良(なら), 岐阜(ぎふ) 등의 현 이름은 한글로 각각 '나라', '기후'로 적히지만 이것이 한국어 명사 나라(≒ 국가), 기후(氣候)와 형태가 같다고 뭐라고 하는 사람도 없다. 함대 컬렉션의 潮(うしお), 満潮(みちしお)는 각각 한글로 '우시오', '미치시오'라고 적고 이는 각각 한국어 동사 '울다', '미치다'의 활용형과 겹치지만, 이 표기들을 보고 뭐라고 하는 사람도 없다. 정말 동철이의어의 구분이 목적이라면 이런 '미우나', '한자와', '아이', '나라', '기후', '우시오', '미치시오' 등의 표기도 바꿔야 한다. 왜 하필 じゃ, ちゃ 등을 옮길 때만 동철이의어의 구별을 꾀해야 하는지도 알 수 없다.
이와 같이 동철이의어는 언제나 생기기 마련이다. 정말로 동철이의어 문제를 없애려면 외래어·외국어를 한글로 적지 않는 수밖에 없다. 한국어에서 이 동철이의어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하려면 외래어·외국어 표기용 문자를 따로 쓰거나(일본어가 외래어 표기용으로 가타카나를 쓰는 것처럼) 외래어·외국어에는 특별한 표시를 해야 한다.

9.1.1 현행 한국어 맞춤법의 대원칙과 관련된 문제

현행 한국어 맞춤법은 '표준어를 소리대로 적되, 어법에 맞도록 함을 원칙으로 한다'라는 대원칙(한글 맞춤법 제1항 해설 참고)을 전제로 만들어졌다. 여기서 소리대로 적는다는 것은 표음주의[48]를 의미하며, 어법에 맞도록 함을 원칙으로 한다는 것은 형태주의[49]를 말한다. 즉 한국어 맞춤법은 100% 표음주의도 100% 형태주의도 아닌 표음주의와 형태주의를 절충한 형태이며, 어원으로 발음 이상의 근거를 댈 수 없거나 어원 의식이 희박한 경우는 발음에 따라 적는 것을 원칙으로 하고 있다. 이 원칙을 분명히 보여 주는 단어로 '얽히고설키다'가 있다. '얽히고'의 경우 동사 '얽다'와 그 피동형 '얽히다'에서 온 것이 분명하기 때문에 발음 /얼키고/에 따라 적지 않고 그 어원을 살려 '얽히고'로 적지만, '설키다'의 경우 이는 단지 앞의 '얽히다'와 운을 맞추기 위한 것일 뿐 '섥다'라는 단어도 없고 그 피동형인 '섥히다'라는 단어도 없으므로 어원으로 발음 /설키다/ 이상의 근거를 댈 수 없기 때문에 발음을 그대로 적어 '설키다'가 된다.
그리고 이 원칙은 최초의 한국어 맞춤법(한글 맞춤법 통일안)이 제정된 1930년대부터 내려오는 대원칙이다. 이 원칙이 깨질 확률은 0%에 가깝다고 봐도 좋으며, 깨지면 한국어에 정말 제대로 헬게이트가 열릴 것이다.

동사 '지다'의 활용형 '지어'를 줄여서 '져'로 쓰는 것은 두 개의 형태소 '지-'와 '-어'가 결합했음을 보여 주기 위해서이며, 이 경우는 어원 의식이 분명히 남아 있고(= 어원으로 발음 이상의 근거를 댈 수 있고) 문법적으로 '져'라는 표기의 타당성을 설명할 수 있기 때문에 /저/로 발음된다 할지라도 '져'로 적는다. '지니어', '맡기어' 등의 준말은 '지녀', '맡겨' 등으로 쓰면서 '던지어', '지치어' 등의 준말은 '던저', '지처' 등으로 쓰는 것은 문법상 타당하다고 할 수 없고 '지-/치-' + '-어'라는 어원도 제대로 못 살리며 형평성도 없기 때문이다.

그러나 '-잖-', '-찮-'의 경우 '-지 않-', '-치 않-'을 줄인 형태가 하나의 단어처럼 다루어지기 때문에 어원 의식이 희박하다고 보아 '-쟎-', '-챦-'이 아니라 발음에 따른 형태인 '-잖-', '-찮-'이 된다(한글 맞춤법 제39항 해설 참고). 비슷한 예로 '아무튼'이 있는데, 이는 원래 '아무러하든'의 준말이기 때문에 1988년 이전에는 그 어원을 밝혀 '아뭏든'으로 적었다. 그러나 1988년 맞춤법 개정 시에 그 어원 의식이 희박해졌다고 보아 발음을 그대로 적은 표기인 '아무튼'으로 바뀌었다.

한자 長은 1933년 이전에는 '쟝'이었다(한글 맞춤법 통일안에 원음이 '쟝'으로 나와 있다). '장'과 '쟝'의 발음은 17세기경부터 변별되지 않았지만, 여전히 표기상으로는 '쟝'이 쓰였다. 그러나 이 '쟝'은 하나의 형태소이고 둘 이상의 형태소가 결합한 것이 아니기 때문에, '쟝'이라는 표기에 대해 딱히 어원적 근거가 존재하지 않는다(= 어원으로 발음 이상의 근거를 댈 수 없다). 그래서 1933년에 한글 맞춤법 통일안을 제정할 때 이 '쟝'은 실제 발음 /장/에 따라 '장'으로 바뀌었다. '많다'의 반의어 '적다'도 원래는 '젹다'였으나 '적다'로 바뀌었고, 불빛을 내는 데 쓰는 '초'도 원래는 '쵸'였으나 '초'로 바뀌었다.

요컨대, '쟈'가 표기상으로 쓰이려면 그것이 /쟈/ 그대로 발음되거나, 그대로 발음되지 않는다면 문법적인 관계나 어원 의식이 존재해야 한다(전문적으로 말하자면, 형태 음소적으로 그렇게 적을 근거가 있어야 한다). 전자의 경우 '쟈'는 /자/로 발음되기 때문에 해당되지 않고, 후자의 경우 용언의 활용형에서 '져'(← 지- + -어) 등을 볼 수 있다.

외국어·외래어의 경우 이러한 문법적인 관계나 어원 의식이 존재하지 않고 오로지 발음에 따라 적는 것을 기본으로 하기 때문에(= 어원으로 발음 이상의 근거를 댈 수 없기 때문에)[50] '쟈' 등의 표기를 쓸 이유가 없다. 외국어의 '발음'을 가까운 한국어의 '발음'으로 대응시키는 것이기 때문에, 똑같은 발음에 여러 한글 표기들이 존재할 경우 대표적인 표기(= 발음을 그대로 적은 표기)만을 사용하게 된다. 예를 들어 /업/은 업, 없, 엎 등으로 적을 수 있지만, 이중에서 발음을 받아 적을 때 선택될 수 있는 것은 '업'뿐이며 나머지는 선택될 여지가 없다는 것이다. 마찬가지로, /조/도 '조'나 '죠'로 적을 수는 있지만, 발음을 받아 적을 때 선택될 수 있는 것은 '조'뿐이며 '죠'는 선택될 여지가 없다.

9.1.2 표기의 혼란 문제

발음(음성 언어)이 철자(문자 언어)에 영향을 주는 경우는 많다. ㅐ와 ㅔ의 발음이 사실상 같아진 현대에 철자상으로 ㅐ와 ㅔ의 구분을 어려워하는 사람들도 꽤 있고, ㅚ, ㅙ, ㅞ의 발음이 사실상 같아진 현대에 '됐다'를 '다'로 잘못 적는 사람들도 꽤 있다는 것도 생각해 보자. 이미 음가가 합쳐진 모음을 철자에서 없애도 시원찮을 판인데[51], 자/쟈, 차/챠와 같이 몇백 년 전부터 없었던 구별을 인위적으로 추가하는 것이 좋은 아이디어라고 할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자/쟈, 차/챠의 구분까지 추가하면 오히려 혼란만 가중시킬 가능성이 높다.

그나마 ㅐ와 ㅔ, ㅚ와 ㅙ와 ㅞ는 일단은 구분해서 발음할 수는 있고[52] 음성학적으로도 다른 발음이며 저 모음들을 별도의 음소로 구분하는 언어도 존재하지만, '자', '차'와 '쟈', '챠'는 구분해서 발음할 수도 없고 음성학적으로도 같은 발음이며 둘의 대립이 있는 언어도 존재하지 않는다.
또한 역사적으로도 ㅐ/ㅔ, ㅚ/ㅙ/ㅞ 등의 발음 구분은 상당히 근대(1980년대 이후)에 무너졌지만, 자와 쟈의 발음 구분은 이미 몇백 년 전(17세기)에 무너졌다. 그리고 현대 한국어 맞춤법은 20세기 초중반에 그 기초가 만들어졌기 때문에 ㅐ/ㅔ, ㅚ/ㅙ/ㅞ는 (아직까지는) 구분하지만 자와 쟈, 차와 챠는 그때부터 현재까지 구별하지 않으며(오히려 20세기 초중반에 자/쟈, 차/챠 등의 표기를 자, 차 등으로 통합했다(長: 쟝 → 장, 重: 즁 → 중, 車: 챠 → 차, 秋: 츄 → 추 등)), 그 뒤에 자와 쟈, 차와 챠 등의 발음이 분화되지도 않았다. 그래서 현대 한국어 화자들은 ㅐ와 ㅔ를 표기상으로 구분하는 데는 익숙하지만 자와 쟈, 차와 챠를 표기상으로 구분하는 데는 익숙하지 않다.
그래서 ㅈ, ㅉ, ㅊ 다음의 이중 모음 표기는 ㅐ/ㅔ, ㅚ/ㅙ/ㅞ 등과는 상황과는 다르다. 현대 한국어에는 발음상으로 자/쟈, 차/챠 등의 대립이 없고 표기상으로도 자/쟈, 차/챠 등의 대립이 거의 없기 때문에 현대 한국어 화자들이 자/쟈, 차/챠 등을 구분하는 데는 발음상으로도 문자상으로도 익숙하지 않다. ㅈ, ㅉ, ㅊ 다음의 이중 모음 표기는 고유어에서만 특정 환경에서 문자상으로 제한적으로 져, 쪄, 쳐, 쟤, 죠 정도가 출현하고, 쟈, 챠, 챼, 쵸, 쥬, 츄 등의 기타 조합은 아예 출현하지도 않는다. 그래서 ㅐ와 ㅔ의 구분과는 달리 대부분의 한국어 화자가 자/쟈, 차/챠 등의 구분에는 익숙하지 않기 때문에 '자', '차'도 쓰고 '쟈', '챠'도 쓴다면 둘을 혼동하기 십상이다. 만약 쟈, 쵸 등이 현재도 고유어나 한자어의 표기에도 활발히 쓰였다면, 언중들이 자/쟈, 초/쵸를 구분하는 데 익숙해져 있을 터이므로 상황이 달라졌을지도 모른다.

그리고 ㅐ/ㅔ, ㅚ/ㅙ/ㅞ 등의 구분은 표기가 발음을 못 따라오는, 모든 언어에서 볼 수 있는 전형적인 현상이다. 표기는 발음에 비해 보수성을 띠기 때문에 발음에 변화가 생겨도 표기에도 그 변화가 반영되기까지는 꽤 오랜 시간이 걸린다. 그래서 일단 발음의 변화가 생기면 한동안은 표기와 발음 사이의 괴리가 생길 수밖에 없다. 표기가 발음을 못 따라오는 건 ㅐ/ㅔ, ㅚ/ㅙ/ㅞ만으로 충분하지, 굳이 거기에 자/쟈 구분을 '인위적으로' 추가해서 더 혼란을 일으킬 이유가 없다. 오히려 20세기 초중반에 표기가 발음을 따라오도록 자/쟈, 차/챠 등을 자, 차 등으로 통합함으로써 혼란을 줄여 놓았는데, 이것을 다시 '인위적으로' 표기상으로 분화시킨다는 것은 언중의 언어 현실과도 맞지 않으며 오히려 한국어 정서법을 몇백 년 전으로 후퇴시킨다고도 할 수 있다. 자/쟈, 차/챠 등을 표기상으로 구분하는 것은 몇십, 몇백 년 뒤에 한국어에 변화가 생겨 자/쟈, 차/챠 등의 발음이 실제로 분화되고 나서 해도 늦지 않다(아래 '표준화 가능성은? 섹션도 참고). 앞서도 말했지만 실제로 ㅅ의 경우 한때 사/샤 등의 구별이 없었다가 20세기 중반에 다시 생겼으니, 자/쟈, 차/챠 등도 ㅈ, ㅊ의 음가가 바뀌어 몇십, 몇백 년 뒤에 구별이 다시 생길 가능성이 없지는 않다. 언어는 끊임없이 변화한다는 점을 상기하자.

또한 고유어와 한자어에 이미 존재하는 ㅐ/ㅔ 구분 같은 것은 교육을 통해서 그나마 철자 실수를 줄일 수 있다. 고유어와 한자어는 어휘 수가 크게 늘어나지는 않기 때문이다.
그러나 외국어와 외래어는 수시로 들어오는 것이고 어휘 수가 계속해서 늘어난다. 만약 자/쟈 구분을 표준화할 경우(즉 자와 쟈를 구분해서 적는 것을 옳은 것으로 한다면) 자와 쟈의 구분을 외국어나 외래어가 들어올 때마다 그때그때 언중이 익히도록 해야 하는데, 이는 사실상 불가능하다. 그래서 자/쟈 구분을 표준화한다면 외국어를 모르는 대다수 언중이 오히려 자/쟈를 종종 헷갈려서 표기를 잘못할 확률이 높아지고(게다가 표준 표기법이 쟈를 틀린 것으로 하는 지금도 자/쟈를 헷갈리는 사례가 보인다), 이는 표준 표기법이 목표로 하는 '표기의 통일'과는 정반대로 흘러갈 수 있다는 것이다. 이런 것을 과잉 수정이라고 하는데, 이는 아래쪽에서 설명한다.

9.2 표기 중복에 관한 문제

  • 쟈: ざ와 じゃ는 일본어에서 분명히 다른 발음인데 이 둘을 모두 '자'로 표기하게 된다.
  • 자: じゃ를 '자'로 표기하면 ざ의 표기와 같아지기 때문에 거부감을 보이는 사람도 있을 수 있으나[53], 이는 right와 light, file과 pile, banish와 vanish, jealous와 zealous가 한글 표기 시 구분되지 않는 것과 완전히 마찬가지일 뿐이다. 당장 영어의 한글 표기만 봐도 서로 다른 발음의 한글 표기가 같아지는 경우는 무진장 많은데, 왜 일본어에서 표기가 하나쯤 같아진다고 반발하는 사람들이 있는지도 알 수 없고, 왜 일본어만 기를 쓰고 무슨 짓을 해서라도 모든 발음을 구분시키고자 하는 사람이 있는지도 알 수 없다. 현대 한국어에서 쓰이는 한글로 외국어의 모든 발음을 구분해서 표기하는 것은 확실히 불가능하며, 이는 일본어도 예외가 아니다. 아마도 '영어야 워낙 음소의 종류가 많으니 한글 표기로는 구별이 힘들지만, 일본어 정도는 애초에 발음도 간단하겠다 이참에 다 구별지어야 해!'라는 심리가 반영된 게 아닐는지. 안 되는 건 안 되는 거다. 일본어도 결코 한글로 표기하기 만만한 언어가 아니다. 현대 한국어의 음운 체계와 현대 한국어에서 쓰이는 한글로 ざ와 じゃ를 구분할 수 있는 방법은 실제로는 존재하지 않는다.
그리고 한글로 표기할 수 없는 발음 항목을 봐도 알 수 있겠지만, 외래어 표기법을 따르건 따르지 않건 현대 한국어에서 쓰이는 한글만 쓰는 이상 원어 복원이 완벽히 이루어질 수는 없다.
원어 복원은 어디까지나 부차적인 문제(복원이 되면 좋고, 안 되면 할 수 없고)이고, 외국어·외래어 한글 표기 시에 우선적으로 고려되는 대상이 아니다. 'A라는 발음은 B보다는 C로 옮기는 것이 이러이러한 이유로 더 타당하고, B 대신 C로 옮기면 원어 복원률도 높아진다는 부차적인 장점도 추가된다'이지, '원어 복원률을 높이기 위해 A라는 발음은 B보다는 C로 옮겨야 한다'가 아니다. 그래서 원어 복원이 안 되기 때문에 표기를 바꿔야 한다는 주장은 그다지 설득력이 없다. 정말로 원어 복원을 고려한다면 영어의 /f/, /v/, /z/, /r/, /l/ 등을 표기하기 위해 새로 낱자를 도입해야 할 것이고, 중국어를 표기할 때 권설음 표기를 위해 새로 낱자를 도입해야 하고 성조도 반영해야 할 것이고, 아랍어를 표기할 때 인두음 표기를 위해 새로 낱자를 도입해야 할 것이다. 이렇게 하면 정말 제대로 헬게이트가 열릴 것이다. 일본어에 대해서만 원어 복원을 보장해야 할 이유가 없다. 그래서 원어에서 발음상 또는 표기상으로 구분이 있으니까 한글 표기 시에도 그 구분이 반드시 유지돼야 한다고 주장하는 것은 심각한 오류이다.
게다가 통용 표기의 일반적인 경향을 따라 청음은 언제나 거센소리로, 탁음은 언제나 예사소리로 표기하면서 ㅈ, ㅉ, ㅊ 다음에 이중 모음을 쓰지 않을 경우, 한글 표기가 중복되는 것은 ざ/じゃ, ぞ/じょ밖에 없다. 수많은 조합 중에 달랑 두 쌍만 중복되는 것은 굉장히 양호한 것이며(한글 표기가 중복되는 경우가 넘쳐나는 영어 등의 표기에 비해서는), 이 두 쌍의 표기가 중복되는 것이 실제로 문제가 되는 경우는 거의 없다.
실제로 영어 z(/z/)와 j(/d͡ʒ/)도 구분하지 않고 모두 ㅈ으로 적지만, 이것을 보고 원어 복원이 안 된다고 뭐라고 하는 사람은 없다. 그리고 일본어 ざ의 자음 발음([z]~[d͡z])과 じゃ의 자음 발음([d͡ʑ]~[ʑ])의 차이는 영어 z 발음과 j 발음의 차이보다 더 작다(!). 영어 z와 j의 차이도 구분하지 않고 모두 ㅈ으로 표기하는데, 영어 z와 j의 차이보다 더 작은 차이인 ざ의 자음과 じゃ의 자음을 구별할 이유는 없다. 오히려 영어 Joe(/d͡ʒoʊ/)보다는 じょ가 한국어 '조'에 더 가까운데, 영어 Joe를 '조'로 적는 데는 아무런 거부감을 가지지 않으면서 왜 じょ를 '조'로 적는 데는 그렇게 거부감을 가지는지는 알 수 없다.
한글로 표기하는 이상 필연적으로 손실이 생기는 것은 감수해야 하며, 이것을 감수하기 싫다면 원어로 적는 수밖에 없다. 원어의 정확한 발음을 손실 없이 보여 주고 싶다면 한글 표기를 건드릴 생각을 하는 것보다는 원어로 적는 것이 훨씬 낫다. 현대 한국어에서 쓰이는 한글이 아무리 날고 기어도 원어의 발음을 정확하게 반영하지는 못하기 때문이다. 한글이 과학적인 문자인 것은 사실이지만, 외국어(일본어도 예외가 아니다)의 모든 발음을 구별해서 적을 수는 없는 것이다. 그건 IPA의 몫이다. 자세한 사항은 한글만능론 항목 참고. 그리고 원어의 정확한 발음은 언어 학습 서적에서 다룰 것이지, 일반적인 한글 표기법이 다룰 것이 아니다.
또한 외국어·외래어의 한글 표기는 원어에 대한 지식이 없는 대부분의 한국어 화자를 우선으로 한다. 그리고 원어에 대한 지식이 없는 대부분의 한국어 화자에게는 원어 복원도 원어의 '정확한' 발음도 중요하지 않다(이에 대해서는 아래의 '원어에 대한 지식이 없는 한국어 화자 배려 및 과잉 수정(hypercorrection)에 관한 문제' 섹션에서 다시 자세히 설명한다). 일본어를 아는 사람은 '자'를 보고 원래 ざ인지 じゃ인지 신경 쓰일 수도 있겠지만, 일본어를 모르는 대부분의 한국어 화자는 저 '자'가 원래 원어에서 뭐였는지는 중요하지 않고[54], ‘원어 발음과 가까운 한국어 발음이 ‘자’구나’라고 받아들일 뿐이다. 즉 대부분의 사람들한테는 저 '자'가 원래 ざ인지 じゃ인지는 그다지 중요한 정보가 아니라는 것이다. 외국어·외래어의 한글 표기는 한국어에서 변별되는 요소들만 반영하는 것으로 충분하고, 그 이상의 정보는 필요하지 않다. 모든 한국어 화자들이 정확한 일본어 발음을 알아야 한다는 것은 모든 한국어 화자들이 일본어를 의무적으로 배워야 한다는 말과 다를 바가 없다.
애초에 한글 표기에만 의존해서 원어를 역추적해 내려는 것 자체가 잘못된 것이기도 하다. 원어를 할 줄 알면 그 원어로 보면 되지, 태생적으로 원어의 발음을 정확히 나타낼 수 없는 한글 표기에 의존할 이유도 없고 한글 표기를 깔 이유도 없다. 게다가 한글 표기를 보고서 가나 표기를 복원해 내는 것도 사실 무의미하다. 일본어의 고유 명사는 대부분 한자로 표기되는데, 가나 표기만 가지고 한자 표기까지 알아내는 것은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하루카'를 보고 はるか를 복원해 내더라도, 그것이 한자로 遥인지 遥香인지 遥佳인지 春果인지 春香인지 晴香인지를 알아낼 수는 없기 때문에 가나 표기 복원 자체가 무의미하다. 그래서 일부 사람들이 주장하는 '가나 표기를 살려야 한다'라는 주장은 여기서 설득력을 잃는다.[55]원어 복원을 위해서는 아베 신조(安倍 晋三)와 같이 반드시 원어 표기를 병기해야 한다.
원어에 대한 지식이 없는 대부분의 사람들한테 ‘(나에게는 ざ와 じゃ의 구분이 중요하므로) 저 ‘자’의 원어는 원래 ざ다(또는 じゃ다)’라고 알려 주(어야 한다)는 것은, 물리학자가 (자신에게는 상대성 이론이 중요하므로) 물리학 문외한에게 상대성 이론에 대해 설명해 주(어야 한다)는 것과 다를 바가 없다. 원어에 대한 지식이 없는 대부분의 사람들한테는 비슷한 한국어 발음 '자'로 족하기 때문이다. 즉 알 필요도 없는 지식을 괜히 강요하는 것이다. 그러니까 한글로 옮길 때는 한국어의 정서법과 음운 체계와 충돌하지 않는 선에서 옮기는 것이 우선이며, 원어 복원 등을 고려하는 것은 상대적으로 부차적인 문제이다. 외국어·외래어의 한글 표기는 원어의 '발음'(표기가 아니다)에 가깝게 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표기가 한국어의 정서법이나 음운 체계와 충돌하지 않아야 한다.
원어의 정확한 발음이 중요한 사람들은 어디까지나 원어에 대한 지식이 있는 사람들이며, 이러한 사람들도 배려한다면 '도쿄(東京)', '파리(Paris)'와 같이 한글 표기 옆에 원어 단어를 병기해 주면 된다. 그렇게 하면 원어 단어가 어떤 단어인지 알아볼 수 있어 원어에 대한 지식이 있는 사람은 정확한 원어 발음을 알 수 있게 된다.
일본어 원어 표기를 병기할 경우, 일본어를 아는 사람은 원어 표기와 한글 표기를 조합하면 문제없이 정확한 원어 발음을 알아낼 수 있다. 일본어에서 하나의 한자에 ざ라는 독음과 じゃ라는 독음이 모두 존재하는 경우는 없기 때문에 오자(王座), 진자(神社)와 같이 원어 표기를 병기해 주면 일본어를 아는 사람은 병기된 원어 표기를 보고 어떤 게 ざ고 어떤 게 じゃ인지 쉽게 파악할 수 있다. ぞ와 じょ도 마찬가지로, 이나조(稲造), 신조(新城), 조조지(増上寺)와 같이 원어 표기를 병기해 주면 일본어를 아는 사람은 병기된 원어 표기를 보고 정확한 원어 발음을(이 경우는 각각 いなぞう, しんじょう, ぞうじょうじ임을) 알 수 있게 된다. 즉 ざ, じゃ를 둘 다 '자'로 적고 ぞ(う), じょ(う)를 둘 다 '조'로 적어도 원어 표기가 병기돼 있으면 혼동의 여지가 사실상 없기 때문에 じゃ, じょ(う)를 각각 '쟈', '죠'로 표기할 이유가 없다고 할 수 있다.[56]
이와 같이 원어를 병기하는 방법은, 원어에 대한 지식이 없는 사람(= 정확한 원어 발음과 정확한 원어 표기가 중요하지 않은 사람)은 원어의 발음에 가까운 한글 표기로 만족하고, 원어에 대한 지식이 있는 사람(= 정확한 원어 발음과 정확한 원어 표기가 중요한 사람)은 병기된 원어 표기를 보고서 정확한 원어 발음과 정확한 원어 표기를 알 수 있게 되므로 가장 효율적인 방법이라고 할 수 있다.[57] 한글 표기를 비정상적으로 뜯어고치려는 생각보다는 차라리 원어를 병기해 주는 것이 훨씬 더 간단하고 정확하며 정상적인 방법이다. 그러니까, 한글 표기 시 ざ와 じゃ, ぞ와 じょ를 구분하지 않아도 이나조(稲造), 신조(新城), 오자(王座), 진자(神社), 조조지(増上寺)와 같이 한글 표기 옆에 원어 표기를 병기해 주면 ざ인지 じゃ인지 또는 ぞ인지 じょ인지 다 알아먹을 수 있으니까 굳이 '신죠'나 '진쟈' 같은 표기를 할 필요가 없다는 것이다.[58]

굳이 옛한글을 동원하자면 ざ는 'ᅀᅡ', じゃ는 '자'로 표기할 수 있겠으나, 이는 일본어 표기에만 저런 낱자를 허용해야 할 근거도 존재하지 않는다. 만약 ざ를 'ᅀᅡ'로 표기한다면 /f/, /v/, /θ/ 등을 표기하기 위한 낱자도 되살려야 할 것이며, 이는 한국어 정서법을 붕괴시킬 수 있다.
ざ를 'ᅀᅡ', じゃ를 '자'로 표기해도 한국어에서 /z/가 별도의 음소로 자리잡지 못했기 때문에 대부분의 한국어 화자들은 한국어에 /z/ 발음을 혼용하는 것을 부자연스럽게 여겨 구별하기 힘들어 할 지도 모른다. 물론 교육과정에서 정확한 발음을 교육시키면 구별할지도 모르지만.

9.2.1 원어에 대한 지식이 없는 한국어 화자 배려 및 과잉 수정(hypercorrection)에 관한 문제

아래 글을 요약하자면, 만약 자/쟈 등을 표준 표기법상으로도 구분하도록 한다고 할 때, 원어를 모르는 일반 언중이 자/쟈 등을 잘 구별해서 쓸 수 있는가?이다. 읽어 보면 알겠지만, 자/쟈 등을 구별했을 때에 생기는 뜻밖의 부작용도 생각해 봐야 한다는 것이다. 위의 '표기 중복에 관한 문제' 섹션에서도 썼듯, 대다수의 사람들은 원어에 관심이 없고 원어의 발음상 구별에도 관심이 없다는 점을 기억하자.

외국어·외래어의 한글 표기는 원어에 대한 지식이 없는 한국어 화자를 제1순위로 두기 때문에, 원어에 대한 지식이 없는 한국어 화자에게 불편을 줘서는 안 된다.

어말의 /zə(r)/를 '저'로, /d͡ʒə(r)/를 '져'로 옮긴다고 가정하자(물론 이렇게 구분하는 것에 근거가 있다는 것은 아니다). 그리고 영어를 아는 사람이 user, browser를 각각 '유저', '브라우저'로, major, soldier를 각각 '메이져', '솔져'로 옮겼다고 하자. 영어를 잘 모르는 대부분의 한국어 화자에게는 영어 원어의 발음이 받아들여지는 것이 아니라 유저, 브라우저, 메이져, 솔져라는 한글 표기와 그 한글 표기의 발음(= 한국어화된 발음) /유저/, /브라우저/, /메이저/, /솔저/가 받아들여진다. 오히려, 영어를 잘 모르는 대부분의 한국어 화자에게는 영어 원어의 정확한 발음이 뭐였는지는 전혀 중요하지 않다.

예를 들어서, 프랑스어를 모르는 대부분의 한국어 화자에게는 Paris의 원어 발음이 /파리/에 가까운지 /빠리/에 가까운지 /빠히/에 가까운지가 중요하지 않다. 한국어 화자에게 중요한 것은 어디까지나 '파리'라는 한글 표기와 그 한글 표기의 발음(= 한국어화된 발음) /파리/이다. 마찬가지로, 한국어 화자에게 중요한 것은 '도쿄'라는 한글 표기와 그 한글 표기의 발음 /도쿄/이지, 東京의 원어 발음이 /도쿄/에 가까운지 /토쿄/에 가까운지 /도오꾜오/에 가까운지는 중요하지 않다. 실제로 많은 한국어 화자들이 프랑스에 파리라는 지명이 있고 일본에 도쿄라는 지명이 있다는 것은 알고 있지만, 그 한국어 화자들 모두가 파리, 도쿄의 정확한 원어 발음을 아는 것은 아니다. 그리고 정확한 원어 발음을 몰라도 한국어로 의사소통할 때 파리, 도쿄라고 문제없이 하고 있다. 실제로 한국어에는 수많은 외국어 유래의 단어가 있지만, 모든 사람이 그 단어들의 정확한 원어 발음을 아는 것은 아니며, 모른다고 해서 한국어로 의사소통할 때 딱히 지장이 있는 것도 아니다(알아야 할 필요도 없다). 또한 한글 표기는 한국어 화자들 사이에서 통하라고 있는 것이지, 원어민이랑 대화할 때 쓰라고 있는 것도 아니다.[59]

누군가가 처음에 어떤 외국어 단어를 한글로 옮길 때는 그 외국어 단어의 정확한 발음을 알아야 하겠지만(그리고 어차피 이것은 원어를 아는 사람들만이 가능하다), 그 단어의 정확한 발음을 아는 사람이 그 단어를 한글로 표기하고, 그 한글 표기가 원어에 대한 지식이 없는 한국어 화자들 사이에서도 문제없이 통용된다면 더 이상 원어의 정확한 발음은 중요하지 않게 된다. 그 단어는 이제 한국어에서(만) 통용되는 한국어화된 단어이기 때문이다. 프랑스어 지명 Paris를 다시 예로 들자면, Paris를 한글로 처음 옮길 때는 Paris의 정확한 원어 발음을 알아야 하지만, Paris를 원어를 아는 사람들이 '파리'로 옮긴 뒤 '파리'가 원어에 대한 지식이 없는 대부분의 한국어 화자 사이에서도 문제없이 통용된다면 더 이상 '파리'의 정확한 원어 발음은 중요하지 않다는 것이다. '파리'는 한국어에서(만) 통용되는 한국어화된 단어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원어에 대한 지식이 없는 대부분의 한국어 화자는 '파리'를 보고 '파리' 그대로 받아들이지, '파리'의 원어 발음을 받아들이지 않으며 그래야 할 필요도 없다.

다시 user, browser, major, soldier로 돌아가자. 영어를 아는 사람들이야 원어의 발음에 따라 '저'와 '져'를 구분해 표기할 수 있겠으나, 한글 표기는 원어를 아는 사람들을 위한 것이 아니라 원어에 대한 지식이 없는 대부분의 한국어 화자를 위한 것이다. 그리고 이러한 사람들은 원어를 모르기 때문에 언제 '저'를 써야 하고 언제 '져'를 써야 하는지 판단하기가 어렵다. '져' 자체가 위에서 언급한 '지어'의 준말을 제외하고는 현대 한국어에서 쓰이지 않고, '져'의 발음이 '저'의 발음과 동일하기 때문에 '저'와 '져'를 혼용한다면 영어를 잘 모르는 한국어 화자는 한글 표기 시 언제 '저'를 써야 하고 언제 '져'를 써야 하는지 혼동하기 십상이다. 그래서 표기를 하려다 과잉 수정을 해 버려서 user를 '유져'로 적고(실제로 user, browser 등을 유져, 브라우져 등으로 적는 경우를 종종 볼 수 있다) major를 '메이저'로 적을 수도 있고, 둘 다 '져'를 써서 '유져', '메이져'로 적을 수도 있고, 둘 다 '저'를 써서 '유저', '메이저'로 적을 수도 있다. 포탈 시리즈의 애퍼처 사이언스도 '애퍼쳐'나 '애퍼처'나 '에피쳐'나 '에피처'등 다양한 이름으로 불리고 있다(…).[60] 기타 실제 혼동 사례들은 이미 위의 '발음' 섹션에서 여럿 들기도 했다. 왜 한국어 화자가 한국어 문장에서 한글로 글을 쓰기 위해서 외국어를 공부해 가면서(그것도 고작 한두 단어를 쓰기 위해서) '저'와 '져', '처'와 '쳐'를 구별해 써야 하는가? 처음부터 '져', '쳐'를 사용하지 않고 '유저', '메이저', '애퍼처'와 같이 '저', '처'로만 적는다면 표기의 혼동이 생길 일은 없을 것이다.

일본어 표기 또한 마찬가지다. 捏造(ねつぞう), 熱情(ねつじょう)라는 두 단어가 있다고 하자. 그리고 일본어를 아는 사람이 이 두 단어를 각각 '네츠조', '네츠죠'로 옮겼다고 하자. 원어에 대한 지식이 없는 대부분의 한국어 화자에게는 일본어 원어의 발음이 받아들여지는 것이 아니라 '네츠조', '네츠죠'라는 한글 표기와 그 한글 표기의 발음(= 한국어화된 발음) /네츠조/가 받아들여진다. 오히려, 일본어를 모르는 대부분의 한국어 화자에게는 일본어 원어의 정확한 발음이 뭐였는지가 전혀 중요하지 않다. 일본어 한글 표기법은 일본어를 알거나 일본 문화를 애호하는 사람들만을 위한 표기 체계가 아니기 때문에, 일본어를 모르는 대다수의 한국어 화자를 고려해야 할 필요가 있다.
일본어 표기에 대해서 논하는 사람들(일본어 표기의 개정을 주장하는 사람들 등)은 일본어를 아는 사람이나 일본어를 한글로 직접 표기하는 사람의 관점에서만 생각하지, 일본어를 모르는 사람이나 한글로 표기된 결과물을 보고 그것을 그대로 따라 쓰는 사람(예: '쓰시마'라고 적힌 것을 보고 그대로 따라 '쓰시마'라고 쓰는 사람)의 관점에서는 생각하지 않는 경향이 있다. 한글 표기는 오히려 후자에게 더 필요한데도, 대다수의 사람들은 이 점을 간과하고 있다.

일본어를 아는 사람들이야 원어가 ぞ인지 じょ인지에 따라 '조'와 '죠'를 구분해 표기할 수 있겠으나(물론 이렇게 구분하는 것에 근거가 있다는 것은 아니다), 한글 표기는 원어를 아는 사람들을 위한 것이 아니라 원어에 대한 지식이 없는 대부분의 한국어 화자를 위한 것이다. 그리고 이러한 사람들은 일본어를 모르기 때문에 언제 '조'를 써야 하고 언제 '죠'를 써야 하는지 판단하기가 어렵다. '죠' 자체가 위에서 언급한 '지요'의 준말을 제외하고는 현대 한국어에서 쓰이지 않고, '죠'의 발음이 '조'와 동일하기 때문에 '조'와 '죠'를 혼용한다면 일본어를 모르는 한국어 화자는 한글 표기 시 언제 '조'를 써야 하고 언제 '죠'를 써야 하는지 혼동하기 십상이다. 그래서 표기를 하려다 과잉 수정을 해 버려서 捏造를 '네츠죠'로 적고(실제 捏造를 '네츠죠'로 적은 사례: 1, 2) 熱情를 '네츠조'로 적을 수도 있고, 둘 다 '네츠죠'로 적을 수도 있고, 둘 다 '네츠조'로 적을 수도 있다. 그리고 이 글과 같이, 심지어 한 사람이 쓴 글에도 '아자부'와 '아쟈부'가 혼용되는 것을 볼 수 있다[61]. 다시 말하지만, 왜 한국어 화자가 한국어 문장에서 한글로 글을 쓰기 위해서 외국어를 공부해 가면서(그것도 고작 한두 단어를 쓰기 위해서) '조'와 '죠'를 구별해 써야 하는가?[62] 그리고 위의 ‘한국어 '자'는 ざ와 じゃ 중 어느 쪽에 가까운가?’ 섹션에서도 서술했듯, 일본어를 아는 사람조차 '자'와 '쟈', '조'와 '죠'를 혼동해서 じゅうぞう를 '쥬죠'로 적고, 稲造(いなぞう)를 '이나죠'로 적고, レイ ザ バレル를 레이 '쟈' 바렐로 적고, シェゾ를 셰'죠'로 적고, 増上寺(ぞうじょうじ)를 조조지/조죠지/죠조지/죠죠지 등으로 적는다. 처음부터 '쟈', '죠'를 사용하지 않고 '자', '조'로만 적는다면 표기의 혼동이 생길 일은 없을 것이다.

게다가 ざ를 '자', じゃ를 '쟈'로 적는다고 가정할 때, '자'가 한국어에 없는 ざ에 해당되고 '쟈'가 じゃ에 해당된다는 건 어디까지나 일본어를 아는 소수만이 알 수 있는 것이다. 그리고 이 소수는 일본어를 이미 알고 있으므로 이 소수에게는 딱히 한글로 적어 줄 필요도 없다. 일본어를 모르는 대다수의 사람들은 ‘자’를 보고 한국어에 없는 ざ 발음을 떠올리지도 않으며 ざ라고 발음하지도 않는다. 둘 다 じゃ가 될 뿐이다. 결국 한국어에 [z] 발음을 나타내는 낱자를 도입하지 않는 한 정확한 발음을 이끌어낼 수 없다. 그리고 바로 위에서 서술했듯 모든 한국어 화자가 일본어를 알아야 하는 것도 아니고 정확한 일본어 발음을 구사해야 하는 것도 아니다.

만에 하나 외래어 표기법 중 일본어 표기법을 개정해서 표준 표기법이 ㅈ, ㅉ, ㅊ 다음에 이중 모음을 쓰도록 해도, 이것이 일본어 표기법만의 문제로 끝나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일본어 표기법이 선례가 되어[63] 다른 언어의 표기법에도 줄줄이 영향을 주게 될 수도 있고, 이는 한국어에서 변별되지 않는 요소를 억지로 표기법에 반영해 표기법을 불필요하게 복잡하게 만들며, 오히려 표기의 혼란만 가중시킨다.

심지어 통용 표기를 기반으로 만들어진 백괴사전의 왜말 표기법조차도 ㅈ, ㅉ, ㅊ 다음의 이중 모음만은 피하고 있다. 해설 문서에서 그 이유를 보면, '(쟈 등을 쓰고는 싶지만) 외래어 표기법이 지정한 한글 범위와 충돌하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 그리고 일본어를 모르는 한국어 화자를 배려하기 위해서'라고 한다.

요약하자면, 쟈, 챠 등을 표준 표기법이 인정할 경우, 외국어를 모르고 외국어에 관심도 없는 일반 언중이 자/쟈, 차/챠 등을 구분하기가 쉽지 않고, 따라서 자/쟈, 차/챠 등을 혼용해서 오히려 표기 통일이 안 되고 표기에 혼란만 주게 될 수 있다는 말이다(지금도 혼란이 존재하기도 하고). 표준 표기법은 표기의 혼란을 방지하기 위해 존재하는 것이므로, 표기의 혼란을 주는 방향으로 가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9.2.2 표기의 일관성에 관한 문제

  • 쟈: 다른 요음(きゃ, しゃ 등)의 한글 표기는 이중 모음(ㅑ, ㅠ, ㅛ)를 사용하는데 유독 じゃ, ちょ 등의 한글 표기에만 단모음(ㅏ, ㅜ, ㅗ)을 사용하(게 되)기 때문에 일관성이 깨진다.
  • 자: 일관성을 반드시 지켜야 할 필요도 없다.
첫 번째, 당장 う단의 한글 표기만 하더라도 う, く, ぬ 등에서는 '우', '구/쿠', '누' 등과 같이 ㅜ를 사용하지만 す, ず/づ, つ에서는 '스', '즈', '쓰/쯔/츠' 등과 같이 ㅡ를 사용한다. う, く, ぬ 등의 모음과 す, ず/づ, つ의 모음에는 차이가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그 차이는 미미하고, 일본어에서 ㅜ와 ㅡ가 별도의 모음으로 변별되는 것도 아니기 때문에 일관성을 따진다면 한글 표기 시 이 차이는 무시하고 ㅜ나 ㅡ 중 한쪽으로만 통일해 적어야 한다. 그리고 じゃ 등을 '자'로 적는 것이 す, ず/づ, つ의 표기에 ㅡ를 쓰는 것보다 더 일관적이라고 할 수 있는데, ㅜ와 ㅡ는 한국어에서 아예 다른 모음이지만 ㅑ(/jɐ/)와 ㅏ(/ɐ/)는 똑같이 ㅏ(/ɐ/)를 공유하기 때문이다. じゃ 등을 '자' 등으로 적는 것에 이의를 제기하는 것보다, 왜 鈴木(すずき)를 '수주키'로 적지 않는지에 대해서 이의를 제기해야 하지 않을까[64]. す, ず/づ, つ의 표기에만 ㅡ를 쓰는 것은 문제 삼지 않으면서 왜 じゃ, ちょ 등의 모음을 이중 모음이 아니라 단모음으로 적는 것만 문제 삼는지는 알 수 없다.
두 번째, 애당초 일본어의 오십음도(+ 탁음, 반탁음, 요음)는 그다지 일관적이지도 않고 논리적이지도 않기 때문에 그것에 맹목적으로 의지할 이유가 없다. 만약 일관성을 고집한다면 た, ち, つ, て, と, ちゃ, ちゅ, ちょ는 각각 '타', '티', '투', '테', '토', '탸', '튜', '툐'로 표기하거나, 외래어 표기법/일본어의 방식을 따라 어두, 어중·어말 표기를 구분한다면 어두에서는 각각 '다', '디', '두', '데', '도', '댜', '듀', '됴'로, 어중·어말에서는 각각 '타', '티', '투', '테', '토', '탸', '튜', '툐'로 적어야 할 것이다. ぢ, づ 또한 각각 '디', '두'로 적어야 할 것이다.[65]
즉 일관성을 고집한다면 千鶴(ちづる), 鈴木(すずき), ゆうちょ銀行, 御茶ノ水(おちゃのみず)는 각각 '지즈루/치즈루', '스즈키', '유초은행', '오차노미즈'가 아니라 '디두루/티두루', '수주키', '유툐은행', '오탸노미주'라고 표기해야 한다는 것이다. 위에서 설명했듯 じゃ, ちょ 등의 한글 표기에서만 단모음이 사용되(어야 하)는 것은 ㅈ, ㅉ, ㅊ의 음가가 좀 튀기(?) 때문이다. 그러니까, じゃ, ちょ 등의 모음을 단모음으로 쓰는 게 싫다면 じゃ, ちょ 등의 표기에 ㅈ, ㅉ, ㅊ을 사용하지 않거나, 한글 표기를 하지 않으면 된다.
그리고 위에서 언급했듯 헵번식 로마자 표기법도 しゃ행, じゃ행, ちゃ행의 표기에 일관성이 없고 y를 쓰지 않는 것은 마찬가지이지만[66], 그것을 보고 뭐라고 하는 사람은 없으며 오히려 서양에서는 헵번식이 잘 정착됐다[67]. 왜 한글 표기 시에 じゃ행, ちゃ행에만 이중 모음을 쓰지 않고 단모음을 쓰는 것에만 거품을 무는 사람들이 있는지는 알 수 없다. 그리고 ㅈ, ㅉ, ㅊ 뒤에서 이중 모음을 쓰지 않고 단모음을 쓴다고 할지라도 오히려 한글 표기가 헵번식보다 더 일관성이 있다고 할 수 있는데, 헵번식의 경우 しゃ행, じゃ행, ちゃ행의 표기에 일관성이 없지만 한글 표기의 경우 じゃ행, ちゃ행의 표기에만 일관성이 없기 때문이다. 일본보다 문화적 차이가 더 큰 서양에서 일관성이 더 떨어지는 표기법을 별다른 수정 없이 100년 이상 문제없이 써 왔는데, 왜 문화적 차이가 더 작은 동양에서 일관성이 좀 떨어진다고 반발하는 사람이 있는지는 알 수 없다. 헵번식과 같이 일관성이 더 떨어지는 시스템이 잘만 돌아가고 있는 것으로 볼 때, 일관성을 따지는 것은 별 의미가 없다고 할 수 있다. 애당초 오십음도(+ 탁음, 반탁음, 요음)가 그렇게 일관성 있는 시스템도 아니기도 하니 말이다.
세 번째, 일본어를 모르는 대부분의 한국어 화자한테는 일관성 같은 건 전혀 중요하지 않다. 일본어를 모르는 대부분의 한국어 화자들은 '사유리'를 보고 '사유리' 그대로 받아들이지, 그것을 さゆり로 변환하지도 않고(또는 さゆり로 변환할 수도 없고) さ행 あ단, や행 う단, ら행 い단 같은 분석은 더더욱 할 수 없으며 할 필요도 없기 때문이다(애당초 요음이 뭔지도 모른다).

9.3 결론

그래서 쟈, 쵸 등을 철저히 금지해야 한다고 말하기는 어렵지만, 현대 한국어 음운 체계에서 구별되지 않는 '자'와 '쟈', '초'와 '쵸'를 억지로 구분해 표기하는 것은 현대 한국어 정서법의 근간을 흔들 수도 있고 표기의 혼란만 가중시키며 불편을 줄 수도 있기 때문에 득보다 실이 더 크다고 할 수 있으며, 쟈, 쵸 등을 되도록 쓰지 않는 것이 좋다고 할 수 있다. 외래어 표기법에서 '자'와 '쟈', '초'와 '쵸'를 '자', '초'로 통합시킨 것은 현대 한국어 화자를 배려한 것으로 볼 수 있고, 따라서 편리하다면 편리하지 결코 불편하다고 할 수는 없다. 오히려 외래어·외국어 한글 표기 시 자/쟈, 초/쵸 등을 구분해 표기하자는 주장은 어디까지나 원어를 아는 사람들이 하는, 원어에 대한 지식이 없는(그리고 원어를 알 필요도 없는) 대다수의 한국어 화자를 전혀 고려하지 않은 주장이라고 할 수 있다.

일부 사람들은 ㅈ, ㅉ, ㅊ 다음에 이중 모음을 쓰지 않는 것은 한국어의 표현을 제약하는 작위적 규칙이라고 주장하면서 그러한 제약을 없애야 한다고 주장하지만, 과연 그러한가? 결론을 말하자면 아니다. 역사적으로 분명히 존재했고, 적어도 남한의 한국어 화자들 사이에서는 아직 분명히 적용되는 현상이기 때문이다. ㅈ, ㅉ, ㅊ 다음에 이중 모음이 오지 않는 것은 한국어에 원래 그런 현상이 있기 때문에 이를 표준 발음법과 외래어 표기법에서 규범화한 것이지, 없는 현상을 작위적으로 만들어 낸 것이 아니다. 그런 쪽이라면 오히려 일본어 통용 표기 등이 한국어의 특성을 부정하고 있다고 할 수 있다. 만약 남한의 한국어(≒ 표준어) 화자들이 북한의 한국어(≒ 문화어) 화자와 같이 ㅈ, ㅉ, ㅊ을 치경구개음이 아니라 치경음으로 발음하는 것을 선호하게 된다면(자세한 것은 아래 '문화어' 섹션 참고) 장기적으로 한국어 화자의 발음 경향을 따라 규정도 바뀌어 갈 것이지만, 아직까지 현상 자체가 존재하기 때문에 표준 발음법과 외래어 표기법에서도 ㅈ, ㅉ, ㅊ 다음에 이중 모음이 오지 않는 것을 규범으로 인정하고 있는 것이다. ㅈ, ㅉ, ㅊ 다음의 /j/가 변별되지 않는다는 것은 국립국어원뿐만 아니라 여러 한국어 음운론 서적에도 나오는, 거의 모든 한국어 학자들이 동의하는 학계의 일반적인 견해이다.

만약 현재 ㅈ, ㅉ, ㅊ 다음의 이중 모음 표기를 표준화해 놓으면 과잉 수정이 수시로 일어나 '긴쟈'나 '아베 신죠', '브라우져' 따위의 표기가 판을 치게 될 것이다. 위에 든 예들을 봤다면 알겠지만 ㅈ, ㅉ, ㅊ 다음의 이중 모음 표기를 규정상으로 허용하지 않는 현재도 '레이져'나 '마이죠노', '퓰리쳐' 같은 과잉 수정된 표기가 종종 보이는 판인데, ㅈ, ㅉ, ㅊ 다음의 이중 모음 표기를 규정상으로 표준화한다면 표준 표기법이 아예 표기의 과잉 수정 및 표기의 혼란을 대놓고 주도하게 될 것이다. 표기의 통일을 위해 존재하는 표준 표기법이 오히려 표기의 혼란을 주도하는 것은 바람직하다고 할 수 없다. 그래서 표기의 통일을 위해서라면 ㅈ, ㅉ, ㅊ 다음의 이중 모음 표기는 표준화가 곤란하며, 지양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할 수 있다. 위에서도 언급했듯, 자/쟈, 차/챠 등을 표기상으로 구분하는 것은 몇십, 몇백 년 뒤에 자/쟈, 차/챠 등의 발음이 실제로 분화되고 나서 해도 늦지 않다.

또한 ㅈ, ㅉ, ㅊ 다음에 이중 모음을 쓰는 것을 표준화하자는 주장은 한국어에 없는 외국어 음소(/f/, /z/, /θ/ 등)를 표기하기 위해 낱자를 도입하자는 주장과 비슷한 주장이라고도 할 수 있다. /f/를 ㆄ으로, /z/를 ㅿ으로 표기하도록 해도, 한국어 음운 체계에서 /f/와 /z/가 별도의 음소로 받아들여지지 못했기 때문에 한국어 화자들은 /f/, /z/를 각각 ㅍ, ㅈ으로 인식할지도 모른다. 결국 언제 ㆄ을 쓰고 언제 ㅍ을 쓸지, 언제 ㅿ을 쓰고 언제 ㅈ을 쓸지 헷갈릴지도 모르고, 표기를 수정하려다 원래 ㅍ, ㅈ을 써야 하는 것까지 수정해 버려(= 과잉 수정) 'ᅗᅩᆯ란드', '매ᅀᅵᆨ' 같은 표기가 판을 친다면?. 이와 같이, 한국어에 존재하지 않는 음소나 한국어에서 변별되지 않는 요소를 철자로 세워 놓는다면 오히려 한국어의 철자 체계가 문란해질지도 모르는 일이다. ㅈ, ㅉ, ㅊ 다음에 이중 모음을 쓰(는 것을 표준화하자고 하)는 것도 표기의 과잉 수정을 일으키기 쉽다는 점과 한국어에서 변별되지 않는 요소를 억지로 철자로 세워 놓으려고 하는 점에서는 새 낱자를 도입하자는 주장과 사실상 맞먹는 주장이라고 할 수 있다.

게다가 받침에는 ㄱ, ㄴ, ㄹ, ㅁ, ㅂ, ㅅ, ㅇ만을 쓴다는 조항이 있(고 ㅈ, ㅉ, ㅊ 다음의 이중 모음은 사용하지 않는)다는 것은, 외국어·외래어의 표기에는 한국어에서 음성적으로 변별되는 음절만을 사용한다는 의미로 받아들일 수 있다. 현대 한국어의 7종성법에 기반해 받침에는 음성적으로 변별되는 ㄱ, ㄴ, ㄹ, ㅁ, ㅂ, ㅅ, ㅇ만을 사용한다는 조항은 그대로 유지하면서, 음성적으로 변별되지 않는 ㅈ, ㅉ, ㅊ 다음의 이중 모음을 허용하는 것은 모순이다. 즉 ㅈ, ㅉ, ㅊ 다음의 이중 모음 표기를 허용하려면 받침에는 ㄱ, ㄴ, ㄹ, ㅁ, ㅂ, ㅅ, ㅇ만을 쓴다는 저 조항부터 먼저 처리해야 한다. 왜 받침에는 ㄱ, ㄴ, ㄹ, ㅁ, ㅂ, ㅅ, ㅇ만을 쓰는 것은 문제 삼지 않으면서 ㅈ, ㅉ, ㅊ 다음의 이중 모음 표기를 하지 않는 것은 문제 삼는지는 알 수 없다.

사실 국립국어원이나 어문 규정 제정자들의 관점에서 보면, 언중들이 ㅈ, ㅉ, ㅊ 다음에 이중 모음을 쓰는 것은 언중들 스스로가 표기를 복잡하게 만드는 것이다. 자기들은 분명히 '자', '차'만 쓰도록 했는데 언중들이 쓸데없이 '쟈', '챠'까지 쓰고, 이로 인해 자·쟈와 차·챠가 혼용돼 언중들이 언제 자·차를 쓰고 언제 쟈·챠를 쓰는지 헷갈린다는 것은 결국 언중들 스스로가 표기를 복잡하게 만든다는 것과 언중들이 그만큼 무지하다는 것을 입증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즉 국립국어원이나 어문 규정 제정자들 등의 전공자·전문가들이 '늬들이 뭘 알아? 쓰지 않도록 했으면 쓰지 않았으면 될 것이지, 쓸 이유나 근거도 없는 걸 괜히 써서 표기를 쓸데없이 복잡하게 만든 건 늬들 아니야? 그리고 늬들 스스로가 쓸데없이 복잡하게 만들어 놓고 또 늬들 스스로가 어떤 걸 쓸지 헷갈리잖아, 안 그래?'라고 따지면 언중들은 할 말이 없다. 쓸 이유나 근거가 없다는 것과 쓸 이유나 근거가 없는 것을 괜히 써서 표기를 복잡하게 만든다는 것은 맞는 말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자기들 스스로가 쓸데없이 복잡하게 만들어 놓고서 자기들 스스로가 어떤 걸 쓸지 헷갈린다는 것은 바보 같다는 소리를 들어도 할 말이 없을 것이다. 또한 한국어를 배우는 사람의 입장에서 보면, '자기들도 구분하지 못하고 실제로도 구분이 없는 것을 자기들이 구분이 있다고 착각해서 과잉 수정까지 해 대며 표기를 스스로 복잡하게 만들고 어떤 걸 쓸지 헷갈리는 걸 보면 정말 답이 없다'라고 생각할 수도 있다.
언중들이 아무리 자와 쟈의 발음 차이가 있다고 믿고 그렇게 주장해도, 실제로 ㅈ, ㅉ, ㅊ의 발음이 바뀌지 않는 한은 소용이 없을 것이다. 사실이 아닌 걸 아무리 믿고 아무리 여러 번 반복해서 말한다고 해서 그게 사실이 되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인정할 것은 인정해야 한다는 것이다.

참고로 일본어 또한 비슷한 정책을 펴고 있다. ぢ, づ는 각각 じ, ず와 발음이 같다. 즉, じ-ぢ와 ず-づ는 발음상으로 전혀 변별이 되지 않는다. 그래서 ji, zu 발음을 나타낼 때는 じ, ず만을 쓰는 것을 원칙으로 하고 있고, ぢ, づ는 어원적으로 근거가 있는 경우(ち, つ에 연탁이 적용된 경우)에만 사용하며 발음에 따라 적는 것을 기본으로 하는 외래어의 표기에는 쓰이지 않는다. 한국어에서 쟈, 쵸 등을 쓰지 않는 것도 같은 맥락에서 볼 수 있다.

10 표준화 가능성은?

ㅈ, ㅉ, ㅊ 다음에 이중 모음 표기를 하지 않는 것은 장점이라면 장점이지 단점이라고 보기는 어렵기 때문에(이 항목을 쭉 읽어 봤다면 알겠지만, 단점으로 볼 만한 근거가 부족하다고 할 수 있다), 설령 외래어 표기법이 개정된다 할지라도 이 규정은 계속 유지될 가능성이 높다.[68] ㅈ, ㅉ, ㅊ 다음의 이중 모음 표기를 허용해서 굳이 표기를 더 복잡하게 만들 이유가 없기 때문이다. 표기법과 그 표기법에 따른 결과물은 누구나 쉽게 따라서 쓸 수 있어야 하고 표기의 흔들림은 최소화해야 하며, 필요 없이 복잡하게 만들지 않는 것이 좋다. 복잡하고 혼란스러운 규정은 한국어 화자들의 혼란만 불러올 뿐이다. 오히려 현행 외래어 표기법이 ㅈ, ㅉ, ㅊ 다음의 이중 모음 표기를 허용했다면 더 까였을 것이다.
그래서 ㅈ, ㅉ, ㅊ 다음의 이중 모음 표기는 생각보다 쉽게 표준화될 수 있는 것이 아니라고 할 수 있다.

다만, 한국어가 다음과 같이 변한다면 표준화 가능성이 높아진다.

  • 한국어에서 '자'와 '쟈', '초'와 '쵸'의 발음 구별이 생긴다. 즉 자/쟈, 초/쵸가 음성적으로 구별되어야 한다. 이는 위에서 서술했듯 현대 한국어에서 '사'와 '샤'의 구별이 다시 생긴 것, 그로 인해 외래어 표기 시 샤, 셔 등의 표기를 쓰고 있는 것과 마찬가지이다.
  • 자/쟈, 초/쵸의 발음 구별이 생긴 뒤 자/쟈, 초/쵸를 한국어 표기상으로도 구별하고, 외래어 표기법에도 쟈, 쵸 등을 사용한다.

그러나 이것이 현실화되기 위해서는 아예 ㅈ, ㅉ, ㅊ의 음가 자체가 바뀌어야 하기 때문에[69] 몇십, 몇백 년은 지나야 할 것으로 보인다. 자음의 음가가 단기간에 바뀌지는 않기 때문이다.[70] ㅈ, ㅉ, ㅊ의 음가가 바뀌지 않는 이상은 쟈, 쵸 등의 표기가 표준화될 가능성은 낮다. 그리고 ㅈ, ㅉ, ㅊ의 음가가 바뀔 경우, 여태까지 ㅈ, ㅉ, ㅊ을 이용해서 표기해 왔던 많은 외국어 유래 단어들의 표기를 바꿔야 한다.

또한 ㅈ, ㅉ, ㅊ 다음의 /j/가 변별되지 않는다는 것이 현대 한국어 학계의 일반적인 견해인 이상, 이 일반적인 견해를 뒤엎기 위해서는 논문급의 글이 하나 나오지 않는 이상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다만 논문을 쓰기 전에 모든 언중들의 ㅈ, ㅉ, ㅊ 발음이 바뀌기를 기다려야 할 것이다.

'음성학적인 이유와 실제 발음에 상관없이 언중들이 ざ를 '자'로, じゃ를 '쟈'로 쓰는 것이 일반적이므로 이렇게 쓰는 것을 인정할 필요가 있다'라고 주장할 수도 있다. 물론 언중들이 어떻게 쓰는지는 중요하며 가능한 한 존중될 필요가 있다. 그러나 쟈 등의 표기는 현대 한국어 맞춤법의 대원칙 및 현대 한국어 음운 체계와 정면으로 충돌하며, 외국어를 모르는 한국어 화자들이 과잉 수정을 일으킬 확률을 높인다는 문제가 있다. 그래서 현대 한국어 맞춤법의 대원칙과 현대 한국어 음운 체계를 깨뜨려 가면서, 그리고 외국어를 모르는 대부분의 한국어 화자를 무시하면서까지 '쟈' 등의 표기가 인정될 가능성은 상당히 낮다면 낮지 높다고 할 수는 없다. 한국어의 어문 규정은 모든 한국어 화자를 위한 것이지 소수의 외국어 능력자들만을 위한 것이 아닌데, 단지 그 소수를 위해서 '쟈' 따위를 허용해 다수(외국어를 모르는 대부분의 한국어 화자)를 불편하게 한다면 그것은 주객이 전도됐다고 할 수 있으며 결코 바람직하다고 할 수 없다. 게다가 위 섹션에서도 언급했듯, 언중들 스스로가 '자'와 '쟈'를 착각으로 인해 구분해 적으(려고 하)면서 또 언중들 스스로가 언제 '자'를 쓸지 '쟈'를 쓸지 헷갈리기도 한다는 것은 결국 언중들이 ‘자’와 ‘쟈’를 구분하지 못한다는 것을 언중들 스스로가 증명하기 때문에(실제로도 구분이 없기도 하고), ‘자’와 ‘쟈’를 모두 인정해야 한다는 주장은 설령 한국어 맞춤법의 대원칙 등을 따지지 않고 언중들의 표기만 본다고 해도 설득력이 떨어지는 주장이다.
그리고 외국어·외래어 한글 표기법은 음성학을 제일 우선하며[71], 실제 발음에 상관없이 표기한다면 ち, ちゃ를 각각 '지/치', '자/차'가 아니라 '티', '탸'라고 표기해도 할 말이 없어진다. 현행 외래어 표기법에서 か행, た행의 표기를 어두, 어중·어말로 나눠 놓은 것은 '외래어의 1음운은 원칙적으로 1기호로 적는다.'라는 원칙과 충돌하고 표기도 복잡하게 만들기 때문에(어두 파악의 어려움 등) 문제가 있지만, ざ와 じゃ를 모두 '자'로 표기한다고 해서 외래어 표기법의 원칙과 충돌이 생기는 것도 아니고 문제가 생기지도 않는다. 오히려 위에서도 언급했듯 원어에서 서로 다른 발음일지라도 한글 표기가 겹치는 경우는 많고(right/light 등), 이 문제는 현대 한국어에서 쓰이는 한글만을 쓰는 이상 해결 불가능한 문제이다.

만에 하나 국립국어원이 변덕(?)을 부린다면 ㅈ, ㅉ, ㅊ의 음가가 바뀌지 않은 상태에서도 쟈, 쵸 등의 표기가 인정될 가능성도 있지만, 국립국어원의 연구원들도 바보가 아니므로 그런 변덕을 부릴 가능성은 상당히 낮다. 쟈, 쵸 등을 쓰지 않는 것은 편리하다면 편리하지 결코 불편하지는 않기 때문에, 굳이 불편을 주는 쪽으로, 그리고 현대 한국어 정서법의 근간을 흔드는 방향으로 표기법을 고칠 가능성은 상당히 낮다.

11 일본어는 무슨 일이 있어도 반드시 원어 복원이 돼야 한다고 주장한다면

일본어는 무슨 일이 있어도 반드시 원어 복원이 돼야 한다고 주장한다면, 다음 사항들에 대해 논리적으로 반박하면 된다.

  • 왜 일본어는 다른 외국어와는 달리 원어의 복원이 고려돼야 하는가? 일본어만 특별 취급해야 할 이유가 있는가? 다른 언어의 한글 표기 시에도 원어 복원은 고려하지 않는다. 왜 일본어만 원어 복원을 고려해야 한다는 말인가? 원어 복원을 주장한다면, 오히려 현재는 영어 표기가 일본어 표기보다 몇백 배는 더 중요할 텐데, 왜 영어 표기 시에는 원어 복원을 주장하지 않는 것인가? 영어 표기 시에 원어 복원을 고려한 뒤에 일본어 표기 시에 원어 복원을 고려하는 것이 더 타당하지 않은가?
  • 왜 일본어 표기 시에는 음성학적인 분석이나 실제 발음을 무시하고 억지로 끼워 맞춘 표기를 써야 하는가? 애당초 일본어 오십음도(+ 탁음, 반탁음, 요음)가 그다지 일관적이지도 않고 논리적이지도 않은데, 왜 그것에 맹목적으로 계속 의지해야 하는가?[72]
    • 언중들의 표기도 중요하지만, 그것이 한글 맞춤법의 대원칙과 한국어 음운 체계를 깨뜨릴 만한 이유가 되는가?[73]
      • '말 나고 어문 규정 났지, 어문 규정 나고 말 났나?'라고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한글 맞춤법의 대원칙과 한국어 음운 체계는 현대 한국어 정서법의 근간과 질서를 이루고 있고, 이것이 깨지면 한국어 정서법에 헬게이트가 열릴 수도 있다는 점을 생각해 보자.[74]
      • 그리고 규정이 전혀 없이 언중이 많이 쓰는 표기를 표준 표기로 한다고 해도 문제가 생길 수 있다. 언중이 많이 쓰는 표기를 따라가는 것이 만능은 아니다. 예를 들어 北海道(ほっかいどう)는 원음이 분명히 ほ로 시작하는데 한글 '홋'과 '훗'의 모양이 비슷하다 보니 사람들이 '훗카이도'로 잘못 쓰는 예가 적지 않다. 만약 '훗카이도'라고 쓰는 사람들이 계속 늘어나서 '훗카이도'가 '홋카이도'보다 더 많이 쓰이게 된다면, 그리고 언중이 많이 쓰는 표기를 표준으로 한다면, '훗카이도'를 표준 표기로 삼아야 한다. 언중이 많이 쓰는 표기를 표준 표기로 한다면, 北海道가 일본어 원어에서 ほっかいどう로 읽혀도 언중이 '훗카이도'라고 쓴다면 결국 '훗카이도'가 한국어에서는 표준 표기가 되는 것이기 때문이다.[75] 한국어에서 北海道가 '훗카이도'로 통용된다고 가정했을 때, 이 '훗카이도'라는 표기를 인정할 수 없고 '홋카이도'로 고쳐야 한다고 생각한다면, 그것이야말로 언중이 많이 쓰는 표기를 표준으로 해야 한다는 논리와 정면으로 충돌한다. 좀 극단적으로 말해서, 佐藤(さとう)가 한국어에서 '흐날'로 통용된다면 그 '흐날'을 표준 표기로 인정해야 하며 이것을 고치려고 해서는 안 된다. 언중이 많이 쓰는 걸 표준 표기로 한다면 당연히 이렇게 해야 한다.
    • 오히려 (현행 외래어 표기법이) 쟈, 챠 등을 안 쓰고 자, 차 등만 쓰도록 한 것은 한국어 화자들(특히 원어 지식이 전혀 없이 한글 표기만 보는 대부분의 사람들)을 배려한 것이고, 표준 표기법이 쟈, 챠 등도 쓰게 한다면 십중팔구 '마이죠노'나 '죠죠지'와 같은 과잉 수정이 수시로 일어나서 한글 표기가 엉망이 될 것이라는 점도 생각해 보자.
  • 원어 복원이 반드시 돼야 한다는 주장 또는 정확한 원어 발음이나 정확한 가나 표기를 알려 주어야 한다는 주장은 결국 표기하는 사람과 표기를 보는 사람 모두가 일본어를 할 줄 안다는 것을 전제로 한다는 것인데, 모든 한국어 화자가 일본어를 할 줄 알아야 한다는 말인가? 아니, 그렇다면 그냥 원어 그대로 적고 원어 그대로 보면 되지 뭐 하러 한글로 적고 한글로 본다는 말인가?
  • ざ를 'ᅀᅡ'로 적으면 じゃ를 '자'로 적어도 된다고 주장하는 사람도 있는데, 일본어 표기에만 저런 낱자를 허용해야 할 근거가 정말로 존재하는가? 오히려 현재는 [f] 발음이 한국어에 혼용되고 있고 [z] 발음은 혼용되지 않는데, 새 낱자를 도입한다면 [f] 발음을 위한 낱자를, 보기를 들어 같은 것을 먼저 되살리는 것이 우선 아닌가?
    • 새 낱자들 도입하는 방법 또한 심각한 과잉 수정을 초래할 지도 모른다는 점도 생각해 보자.

이 사항들에 논리적으로 반박하지도 못하면서 원어 복원이 반드시 돼야 한다느니 쟈 등의 표기를 반드시 써야 한다느니 하는 건 그냥 자신의 무지를 드러내는 것일 뿐이다.

반론: 쟈/챠 등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할 수는 없어도, 이를 인정하면 언어생활에 대혼란이 일어난다는 건 과장된 공포마케팅이라고 할 수밖에 없다. 실제로 이와 거의 1대1로 대응되는 사례인 두음법칙을 생각해 보자. 조선 말기에 두음법칙이 적용되면서 한국어에서는 ㄹ 발음이나 ㄴ+(ㅣ 혹은 j 반모음)으로 시작하는 단어가 사라졌다. 즉 이런 발음들은 "한국어의 음운법칙에 어긋나는" 발음이 된 것이다. 하지만 문자표기상으로는 여전히 이런 표기가 가능했고, 이후 20세기에 수많은 외래어를 받아들이면서 ㄹ로 시작하는 단어들이 다시 생겨나 결국 "단어의 첫머리에는 ㄹ이 오지 않는다"라는 두음법칙은 한국어의 음운현상을 지배하는 절대적 법칙으로서는 수명을 다하고, 특정 단어가 왜 다른 단어와 결합하면 발음이 바뀌었는지 그 역사적 이유를 설명하는 통시적(diachronic) 법칙으로 남게 된다.[76]

자, 그렇다면 이렇게 한국어의 두음법칙이 무너져 버린 것이 우리 언어생활에 혼란을 초래했는가? 다시 말해, 20세기에 받아들인 외래어들을 두음법칙에 맞춰서 너시아, 노스엔젤레스, 유욕, 노마, 이비아, 나디오, 이튬, 이트머스 등으로 바꿔 적으면 우리 언어생활이 더 단정하고 이해하기 쉬워지는가? 이 사항들에 논리적으로 반박하지도 못하면서 쟈/챠 등의 표기가 언어생활에 혼란을 초래한다느니 하는 건 그냥.......

12 중국어 관련

중국어를 한글로 표기할 때도 쟈, 챠 등을 쓰는 사례가 가끔 있다. 병음 표기 때문에 이런 오류를 범하는 것으로 보이는데, 치경구개음 [tɕ]는 j로, [tɕʰ]는 q로 표기한다. 참고로 이 두 음가는 한국어의 ㅈ(어두), ㅊ과 같은 음가이다. 실제로 이 두 음가를 병음으로 표기할 때 jia, qiao 식으로 뒤에 무조건 i를 붙이다 보니 그 표기에 이끌려 '쟈', '챠오' 등으로 표기하게 되는 것. 마찬가지로 이 경우에도 각각 '자', '차오' 등으로 표기해야 옳다.

13 문화어

문화어에서는 자와 쟈, 초와 쵸의 발음에 차이가 있다. 문화어의 '자'는 [t͡sɐ] 발음, 즉 '자'의 옛 발음이고, 문화어의 '쟈'는 표준어의 '자'에 해당된다. 오히려 문화어가 ㅈ, ㅉ, ㅊ의 옛 발음을 보존하고 있는 셈. 그러니까 북한 문화어 화자의 관점에서 보자면 남한 표준어에는 /자/ 발음이 없고 '자'도 '쟈'도 모두 /쟈/로 발음한다. 즉, '자'라고 쓰고 /쟈/라고 읽는 셈. 그래서 문화어의 외국어·외래어 한글 표기를 보면 쟈, 쵸 등이 보인다. 대표적인 예로 마쟈르(표준어의 헝가리)가 있다.

북한 아나운서의 발음이나 북한이탈주민의 발음, 조선족의 발음을 유심히 들어 보면 ㅈ, ㅉ, ㅊ의 발음에 차이가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을 것이다. 북한 아나운서의 발음을 잘 들어 보면 묘하게 '김ㅈ옹일([kim.d͡zɔŋ.il])', '김ㅈ옹운([gim.d͡zɔŋ.ʊn])'처럼 들리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IPA를 기준으로 정리할 경우 다음과 같다.

IPA 발음자음의 명칭표준어문화어
[sɐ]치경 마찰음
[ɕɐ]치경구개 마찰음
[t͡sɐ]~[d͡zɐ]무기 치경 파찰음(없음)
[t͡ɕɐ]~[d͡ʑɐ]무기 치경구개 파찰음자/쟈
[t͡sʰɐ]유기 치경 파찰음(없음)
[t͡ɕʰɐ]유기 치경구개 파찰음차/챠

한글을 기준으로 정리할 경우 다음과 같다.

한글표준어 발음문화어 발음
[sɐ][sɐ]
[ɕɐ][ɕɐ]
[t͡ɕɐ]~[d͡ʑɐ][t͡sɐ]~[d͡zɐ]
[t͡ɕɐ]~[d͡ʑɐ]
[t͡ɕʰɐ][t͡sʰɐ]
[t͡ɕʰɐ]

문화어에서는 つ를 '쯔'로 표기한다고 하는데(참고), 이는 문화어의 ㅉ 발음이 [t͡s͈]이고 일본어 つ의 자음이 [t͡s]임을 생각해 보면 상당히 타당한 표기임을 알 수 있다.[77]

만약 운좋게 남북한이 통일돼서 표준어가 문화어 화자의 영향을 많이 받아 ㅈ, ㅉ, ㅊ의 표준어 음가가 치경구개 파찰음([t͡ɕ], [t͡ɕ͈], [t͡ɕʰ])에서 치경 파찰음([t͡s], [t͡s͈], [t͡sʰ])으로 바뀌고, 그에 맞춰 어문 규정이 새로 정해진다면 쟈, 쵸 로 변별될 수 있다. 자와 쟈가 구별되는 이득을 보는 셈.

14 그래도 여전히 수긍하기 어렵다?

이런 위키러는 앞으로 '자'는 [t͡sɐ]와 같은 식으로, '쟈'는 [t͡sjɐ] 또는[t͡ɕɐ] 와 같은 식으로 발음해 보자. 그러면 명확히(…) 구별할 수 있다. 결국 북한식 문화어 발음법 내지는 15세기 중세 한국어의 발음법으로 발음하는 것. '자동차'를 발음하려면 [t͡sɐ.doŋ.t͡sʰjɐ]라는 식으로 발음하면 된다. 해 보면 알겠지만 이것이 습관화되면 종국에는 말하는 본인을 제외한 모든 사람들이 '쟈동챠'라고 말하는 것처럼 들릴 지도 모른다.[78]

일부러 구별해서 발음하는 사람들도 존재한다.

15 유사 사례

영어에도 비슷한 현상이 있는데, [l], [ɹ] 다음에 오는 [j]가 그렇다. 탄음([ɾ])으로 발음되는 이나 ら행과는 달리, [l], [ɹ]은 [j]와 같은 접근음이기 때문에 둘 중 하나는 탈락할 수밖에 없다. 그래서인지 영어권 사람들은 한자문화권(특히 한국어, 일본어)의 고유명사 중 라틴 문자로 RY+모음으로 표기되는 부분을 잘 발음하지 못하는 편. 영원히 고통받는 류현진[79]

16 단모음-이중모음에 따라 뜻이 달라지는 항목

나무위키 내 항목에서도 ㅈ, ㅉ, ㅊ 다음에 이중 모음이 붙은 게 제법 많은 편이다. 앞의 문서가 ㅈ, ㅉ, ㅊ 다음에 이중 모음이 안 붙은 문서, 뒤의 문서가 ㅈ, ㅉ, ㅊ 다음에 이중 모음이 붙은 문서.

  1. ㅈ, ㅉ, ㅊ 자체는 치경구개 파찰음이지만, 이는 치경구개 파찰음뿐만 아니라 치경구개음 전체에 적용된다.
  2. 정조가 실제로 사용한 기록이 있다.
  3. 場(마당 장)이 댱에서 장이 된 것이다.
  4. 天의 옛 독음은 '텬'이었고, 地의 옛 독음은 '디'였다. 1930년대까지만 해도 天地를 텬디라고 표기했으며, '천지'라고 표기한 역사가 오히려 짧다!
  5. '사'의 자음은 치경 마찰음, '자', '차'의 자음은 치경구개 파찰음. '자'의 자음을 발음할 때는 '사'의 자음을 발음할 때보다 음성이 일어나는 위치가 조금 뒤쪽임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조음 위치가 다르기 때문. '사'의 자음은 윗니 뒤쪽에서 조음되지만, '자', '차'의 자음은 윗니 뒤쪽과 입천장 사이에서 조음된다.
  6. '샤'의 자음은 치경구개 마찰음, '자', '차'의 자음은 치경구개 파찰음. '사'를 발음하고 나서 '자'를 발음할 때와는 달리, '샤'의 자음을 발음할 때와 '자'의 자음을 발음할 때는 음성이 일어나는 위치가 같음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조음 위치가 같기 때문. '샤'의 자음과 '자', '차'의 자음은 모두 윗니 뒤쪽과 입천장 사이에서 조음된다. 파찰음은 파열이 일어난 뒤에 마찰이 일어나는 음이지만, 마찰음은 순수히 마찰만 일어나는 음이다. 즉 치경구개 파찰음을 발음할 때는 혀가 입천장에 살짝 닿았다가(= 파열) 떨어진 뒤 마찰이 일어나지만, 치경구개 마찰음을 발음할 때는 혀가 입천장에 안 붙고 마찰만 일어난다.
  7. 표준어뿐만 아니라 남한 방언 전체에서 ㅈ, ㅉ, ㅊ의 음가는 치경구개음이다.
  8. 배주채는 ㅐ와 ㅔ의 발음 구분이 없다는 것을 전제로 하고 책을 썼기 때문에 ㅐ 발음도 ㅔ로 표기한다.
  9. 이 책에서는 된소리를 Ladefoged의 표기 방법에 따라 * 기호로 표기하고 있다.
  10. 여기서는 취소선으로 처리되어 있지만 '챠'는 발음을 받아 적는 데 쓰일 수 없는 건 사실이다.
  11. 다만 젊은 여성들의 ㅈ, ㅉ, ㅊ의 조음 위치가 치경(치조, 잇몸)에 가깝다는 데이터는 있고, 이 데이터는 학계에서 어느 정도 인정을 받고 있다. 저 사람들은 ㅈ, ㅉ, ㅊ을 다르게 발음하므로 자/쟈, 차/챠 등을 다른 사람들보다 좀 더 분명히 구분할 수 있을 것이다.
  12. vision, treasure, seizure 등의 단어에 포함된 그 발음이다. 이상하게도 영어에는 이 발음을 대표적으로 나타내는 글자나 글자 조합이 없다.
  13. 현대 표준중국어한어 병음을 이용해 설명하자면 15세기의 ㅈ, ㅊ은 중국어의 z, c에 대응되나, 17세기 이후의 ㅈ, ㅊ은 j와 q에 대응된다.
  14. 아래아는 대부분 첫 음절에서 ㅏ, 둘째 음절 이하에서 ㅡ로 변했지만, ㅈ, ㅊ 뒤에서는 이렇게 ㅣ로 변한 경우가 많이 발견된다. 실제로 일부 방언에서는 '마즈막', '아츰'과 같이 ㅡ로 남은 경우가 보이며, 20세기 초·중반의 신문에도 '마즈막/맞으막', '마츰내', '아츰'과 같이 ㅡ를 사용한 표기가 보인다.
  15. 이 당시에는 이미 사/샤, 서/셔, 소/쇼, 수/슈 등은 모두 [sa], [sʌ], [so], [su] 등으로 발음되고 있었다. 매큔-라이샤워 표기법(1939년)이 사/샤, 서/셔, 소/쇼, 수/슈 등을 모두 sa, sŏ, so, su 등으로 표기하고 있는 것도 이를 증명한다. 그래서 한글 맞춤법 통일안에서는 현실 발음을 따라 사/샤, 서/셔, 소/쇼, 수/슈를 모두 사, 서, 소, 수로 통합(ᄒᆞ쇼셔 → 하소서, 社: 샤 → 사, 書: 셔 → 서, 小/少: 쇼 → 소, 水/收: 슈 → 수, 世: 셰 → 세 등)한다. 즉 한글 맞춤법 통일안 이전에는 '사'라는 표기도 '샤'라는 표기도 언중이 [sɐ]로 발음했지만, 한글 맞춤법 통일안에서 [sɐ]라는 발음에 '사'와 '샤'라는 표기가 모두 존재했던 것을 '사' 하나로 통합하고, 따라서 '샤'를 [사]([sɐ])로 발음하지 않게 되고 [ɕɐ](← /sjɐ/)로 발음하게 된다. 만약 한글 맞춤법 통일안이 없었다면 지금도 한국어 화자들은 '사'도 '샤'도 [sɐ]로 발음하고 있었을지도 모른다.
  16. 이 '하죠'의 '죠'가 '조'와는 다르다고 느끼는 사람도 있을 수도 있으나, 조사 '요'('지요'가 줄어든 '죠' 포함)는 일반적인 '요'와는 달리 원순성이 약하고 입이 넓게 벌어지며, 조사 '요'의 발음은 일본어의 よ 발음과 비슷하다. 일반적인 '요'가 [jo]라면 조사 '요'는 [jɔ]에 가깝게 실현되며, 일반적인 '조'가 [t͡ɕo]~[d͡ʑo]라면 '하죠'의 '죠'는 [d͡ʑɔ]에 가깝게 실현된다. 즉 '조'와 '하죠'의 '죠' 발음의 차이는 모음 /o/의 음가 차이에 있으며, /j/의 유무 차이가 아니다. 이 조사 '요'를 온라인에서 '여'로 바꿔서 적는 경우가 예전부터 흔했던 것도 /o/의 음가 차이를 반영한 것으로 보인다(반대로 어미가 아닌 경우의 '요'를 '여'로 바꿔서 쓰는 경우가 거의 없다는 점을 생각해도 된다).
  17. 다만 설령 조조라고 표기했다 하더라도 그냥 동명이인이 되는 것뿐이기 때문에 혼동을 피하기 위해서라는 주장은 그다지 설득력이 없다.
  18. 대신 삼국지와 죠죠를 결합하는 필수요소화를 각오해야 한다. 그런데 그것이 실제로 일어났습니다.
  19. 아래쪽에도 비슷한 서술이 존재한다.
  20. 여기서부터 조조의 기묘한 모험1부:반동탁세력 같은 드립이 나오고 있다.
  21. ㅈ은 어두('자기'의 ㅈ)에서는 무성음 [t͡ɕ]이고, 모음이나 유성 자음 사이('의자'의 ㅈ이나 '안장'의 ㅈ)에서는 유성음화해서 [d͡ʑ]가 된다. ㄱ, ㄷ, ㅂ도 마찬가지로 어두에서는 무성음([k], [t], [p]), 모음이나 유성 자음 사이에서는 유성음([ɡ], [d], [b])이 된다.
  22. 로마자 표기법이 무슨 상관이냐고 하는 사람도 있을 수 있는데, 한국어와 일본어 모두를 모국어로 하지 않는 제삼자가 한국어와 일본어의 음성을 어떻게 분석했는지는 중요하다.
  23. 실제로 매큔-라이샤워 원문(1939년)을 보면 ㅈ, ㅉ, ㅊ이 palatal(구개음)로 분류돼 있다. 그리고 ㅈ, ㅉ, ㅊ이 구개음인 것은 그때나 지금이나 변함이 없다.
  24. 엄밀히는 /사/와 /자/의 중간 발음은 아니다.
  25. 단적인 예로 한국의 래퍼 DOZ가 일본에서 싱글을 냈는데, 제목이 〈ありがとうごじゃいます〉였다. 실제로 DOZ의 노래를 들어 보면 ざ가 아니라 じゃ라고 들린다. 한국인이 [za] 발음을 못 하는 것을 역으로 세일즈 포인트로 삼은 것.
  26. 이 글을 보면 많은 일본인들이 ㅈ 발음을 ざ행에 대응하는 것을 어색하게 여기고 있고 じゃ행에 대응하는 것이 자연스럽다고 느끼는 것을 알 수 있고, 맨 아래의 한국인만 '그건 네 생각이구'라고 하고 있다.그리고 깨알같은 경기 방언
  27. 단, /θi/로 발음될 때는 ジ로 적는다.
  28. 스즈야 쥬조의 경우 정발판에서는 '쥬조'로 나온 것으로 확인되나, 도쿄 구울 팬들은 주조, 주죠, 쥬조, 쥬죠 등을 혼용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즉 자기들도 제대로 구분하지 못한다는 얘기다(…).
  29. 이는 자판의 'ㅗ'와 'ㅛ'가 가까이 있어서 처음의 실수로 쭈욱 그렇게 된듯. 정확히 아는 사람이 수정 바람.
  30. 다만 한국어의 거센소리(ㅋ, ㅌ, ㅍ, ㅊ)는 기식이 많이 들어가므로 일본어 ち, ちゃ 등을 발음할 때는 ㅊ을 약하게 발음해야 한다.
  31. 구개음화 자체는 많은 언어에서 흔히 볼 수 있는 현상이다. 현대 한국어에 남은 '디', '티'는 원래 ㄷ, ㅌ과 ㅣ 사이에 다른 모음이 끼어 있었던 것들이다. 예를 들어 '어디'는 '어듸'였고 '견디다'는 '견듸다'였고 '띠다'는 'ᄯᅴ다'였고 '티끌'은 '틧글'이었고 '버티다'는 '벗퇴다'였다. 반면 원래부터 '디', '티'였던 것들은 모두 '지', '치'가 됐고(지나다 ← 디나다, 치다 ← 티다 등), ㄷ, ㅌ + y(댜, 툐 등)는 모두 ㅈ, ㅊ으로 변했다(저것 ← 뎌것, 촉루 ← 툑루).
  32. 다만, じゃ의 경우 간혹 일본인들이 jya라고 잘못 쓰는 경우가 있기는 하다. 그런데 이는 일본인들이 외국인들보다 오히려 일본어 로마자 표기에 신경 쓰지 않기 때문에 생기는 문제에 가까우며, 한국인들이 한국어 로마자 표기를 자주 틀리는 것과 비슷한 오류로 보면 된다(저런 잘못은 원어민들이 자국어의 로마자 표기에 오히려 신경을 덜 쓰기 때문에 생기는 문제라는 말이다). 일본어 로마자 표기에 대해 별로 신경 쓰지 않는 대다수의 일본인들은 심지어 훈령식과 헵번식을 섞어 쓰는 경우도 간혹 있기 때문에(예: 호시 쇼코(星 輝子) Syoko Hoshi; 헵번식 sho(장음까지 표기할 경우 shō), shi; 훈령식 syo(장음까지 표기할 경우 syô), si) 일본인이 하는 일본어 로마자 표기는 외국인이 하는 것보다 오히려 신빙성이 좀 떨어지기도 한다(...)고 할 수 있다.
  33. 영어의 sh, j, ch는 후치경음이고 한국어의 ㅈ, ㅉ, ㅊ은 치경구개음이다. 전자도 후자도 모두 구개음화된 음이지만, 전자는 약하게 구개음화된 음이고 후자는 강하게 구개음화된 음이다. 즉 후자가 전자보다 구개음화의 정도가 강하다.
  34. 뭐 꼭 이것만이 이유는 아니고 z는 다른 외국어에도 많이 쓰이는 발음이긴 하다.
  35. じゅん은 통용 표기에서도 '준'과 '쥰'이 비슷한 비율로 혼용되는 듯하다.
  36. 엄밀히는 외래어 표기법상으로는 '찬'으로 적어야 하나, 이 찬/짱 문제는 자/쟈, 차/챠 등의 문제와는 별개의 문제이므로 이 항목에서는 다루지 않는다. 굳이 이 문제에 대해서 첨언하자면, 한국어에서 ㅊ과 ㅉ은 발음상으로(정확히는 별도의 음운으로) 구별되고 ㄴ과 ㅇ도 발음상으로 구별되므로, ちゃん을 '짱'으로 적는 것을 인정하는 것은 '쟈' 등과는 달리 현재도 아주 불가능한 것은 아니라고 할 수 있다.
  37. 비슷한 사례로는 '(하길) 바래'와 '(라면이) 불다' 등을 표준으로 인정하지 못하는 것이 있다. '(하길) 바래', '(라면이) 불다'를 표준으로 인정하려면 한국어 문법을 대규모로 뜯어고쳐야 하기 때문이다.
  38. 다만 음성학적인 근거 자체는 매우 중요하다. 귀로 들어와 인식되는 발음이 정확하다는 근거는 더더욱 없기 때문이다.
  39. 오히려 발음을 '가르치는' 경우라면 ざ를 '자'보다는 '사'로 적고 가르치는 것이 그나마 더 낫다고도 할 수 있다. 자음을 발음할 때는 조음 위치와 조음 방법, 발성(유성/무성 여부)이 중요한데, 위에서 서술했듯 [z]는 조음 위치, 조음 방법이 [s]와 일치하고 발성만 다르고, [z]와 ㅈ은 조음 위치와 조음 방법이 모두 다르기 때문이다. 물론 '사'로 하건 '자'로 하건 ざ의 정확한 발음을 이끌어내지 못한다는 건 마찬가지지만, 그나마 '사'가 낫다고 할 수 있다. 그냥 'ᅀᅡ'로 하자
  40. 이는 '일본어 발음을 한글로 모두 완벽히 적을 수 있다'와 같은 미신(?)이나 '한글이 일본어 발음도 제대로 못 적는 게 말이 되냐'와 같은 민족주의(?)의 영향도 어느 정도 받은 것으로 보인다. 당연한 말이지만 일본어 발음을 모두 완벽히 한글로 적는 것은 불가능하다.
  41. 꼭 전공자가 아니더라도, 조금만 음성학을 접해보면 이게 타당하지 않은 건 알 수 있다.
  42. 그런데 한국에서 출판되는 일본어 학습 서적 중 발음 표기에 로마자를 사용하는 것들도 헵번식과 일본식이 짬뽕돼 있는 경우가 많이 보인다. ち, つ, ちゃ는 각각 chi, tsu, cha로 하면서 し, じ, ふ, しゃ, じゃ는 각각 si, zi, hu, sya, zya로 하는 경우가 꽤 보인다(헵번식이라면 각각 shi, ji, fu, sha, ja여야 한다). 영어권에서 일본어 발음을 가르칠 때는 저런 식으로 짬뽕된 표기를 전혀 쓰지 않고 헵번식만 쓴다. 한국에서 제대로 알아보지도 않고서 일본어 발음을 가르칠 때 로마자 표기를 마음대로 한다는 건 문제가 있다.
  43. 일본어 표기에서 문제가 되는 것은 대부분 자음이다. 모음은 별로 문제가 되지 않는다.
  44. 실제로 이 음은 t와 s가 동시에 조음되어 만들어지는 파찰음이다. IPA로도 이 음은 [t͡s]로 표기한다.
  45. 다만, ジェ의 경우 본래 일본어에 존재하지 않았던 발음이기 때문에 ゼリー(jelly)와 같이 ジェ 대신 ゼ로 받아들인 예도 존재한다. 이건 シェ도 마찬가지로, ミルクセーキ(milk shake)와 같이 シェ 대신 セ로 받아들인 예가 존재한다. 물론 현재는 シェ, ジェ로 받아들이며, セ, ゼ를 쓰는 것은 예전(シェ, ジェ 발음이 일반적이지 않았던 때)에 받아들인 일부 단어에 한정된다.
  46. '그러면 작중에서 ジョジョ와 ゾゾ가 같이 나오는 경우는 어쩌냐?'라고 주장할 수도 있겠지만, 이런 경우는 매우 드물고, 또한 '작중에서 Auckland와 Oakland가 같이 나오는 경우나 작중에서 Zach과 Jack이 같이 나오는 어쩌냐?'로 반박될 수 있다. Zach과 Jack을 잭, 쟥으로 적어서 구별하자고는 하는 사람은 없다는 것도 생각해 보자.
  47. 실제로 제목만 보고서 한자에 관련된 드라마로 알았던 사람들도 제법 있다.
  48. /하늘/로 발음되는 단어를 '한을'로 적지 않고 발음대로 '하늘'로 적는 것.
  49. 각 형태소가 지닌 뜻이 분명히 드러나도록 하기 위해 그 본 모양을 밝혀 적는 것. /꼬치/, /꼳또/, /꼰만/을 발음대로 '꼬치', '꼳또', '꼰만'으로 적지 않고 각 형태소를 밝혀 적어 '꽃이', '꽃도', '꽃만'으로 적는 것이다. 위에서 예로 든 빗·빚·빛, 갔다·갖다·같다 등을 구분하는 이유는 바로 이 형태주의에 있다.
  50. 외국어·외래어는 한국어 유래의 단어가 아닌지라 한국어의 규칙을 적용할 생각을 할 수 없기 때문이다. 만약 외국어·외래어의 어원을 따져서 한글 표기를 한다면, 표기를 정하기가 굉장히 어려워질 것이다. 발음만을 기준으로 해서 표기한다면 발음 정보만 알면 한글 표기를 쉽게 정할 수 있지만, 단어의 어원을 따져서 표기한다면 언어학 전공자나 해당 언어의 전공자가 아닌 한 한글 표기를 정하는 것이 불가능에 가까워진다.
  51. 다만 모음을 없애는 것과 같은 정서법의 대규모 개정은 쉽게 이루어지지는 않는다. 정서법의 개정은 사회 구성원, 특히 기성 세대의 반발을 가져오기 쉬운 데다, 법률과 공식 출판물의 개정과 인명이나 지명의 개명 등 막대한 사회적 비용을 수반하기 때문에 개정으로 인한 이익이 이 막대한 비용을 상회하지 않는 한 시도되지 않는다. 그나마 ㅐ/ㅔ 구별 등은 역사적 철자법으로 남겨 둘 수는 있을 텐데(많은 언어들은 역사적 철자법을 일부 유지한다. 라틴 문자를 쓰는 거의 대부분의 언어에 묵음 철자가 남아 있는 것도 다 이유가 있고, 일본어가 ワ로 발음되는 조사를 は로 표기하는 것도 역사적 철자법의 잔재이다), 한국어의 차용어에 대해서는 역사적 철자법이라는 개념 자체를 주장하기 어려울 것이다.
  52. 제대로 조음하면 충분히 구분 가능하다. 몇십 년 전만 해도 사람들이 잘 구분했다. 표준 발음법에서 다른 모음이라고 규정해 둔 것도 실제로 다르게 발음하는 게 충분히 가능하기 때문이다.
  53. 그런데 위에서도 서술했듯 '자'는 じゃ에 더 가깝고 오히려 ざ와 거리가 멀기 때문에, 이 부분을 ‘ざ를 '자'로 표기하면 じゃ의 표기와 같아지기 때문에 거부감을 보이는 사람도 있을 수 있으나’와 같이 반대로 서술해야 할지도 모른다.
  54. 이게 이해가 되지 않는다면, 어렸을 때 위인전이나 세계 명작 동화 등을 읽었을 때를 떠올려 보자. 당신은 그 당시에 인물들 이름의 정확한 원어 발음을 모두 알았어야 했는가? 몰랐어도 전혀 지장이 없었을 것이다. 아니, 이렇게 멀리까지 갈 것도 없다. 만약 당신이 세계사 책을 읽었다면, 그 책을 읽을 때 세계 각지 인명·지명의 정확한 원어 발음을 알았어야 했는가? 그럴 필요는 없었을 것이다. 만약 정확한 원어 발음을 알아야 한다면, 위인전이나 세계 명작 동화, 세계사 책 등을 읽기 전에 수많은 외국어들부터 먼저 공부해야 할 판이다. 그리고 중국어권에서 한자 문화권의 고유 명사는 한자 그대로 쓰면서 무조건 중국어식으로 읽지만(= 원어 발음을 완전히 무시하지만) 중국어 화자들이 불편해하지는 않는다는 것도 생각해 보자. 또한 北海道(ほっかいどう)의 첫 음절은 분명히 ふ가 아니라 ほ로 시작하는데도 이것을 '훗'카이도로 잘못 쓰는 사람들이 적지 않다는 것도 대다수의 사람들이 원음이나 원 가나 표기를 잘 따지지 않는다는 것을 증명한다(한글 '홋'과 '훗'이 닮아서 혼동하기 쉽다고 해도 대다수의 사람들이 원음이 ほ로 시작한다는 것을 분명히 알고 있다면 '훗'으로 적는 경우는 거의 없어야 한다). 즉 대다수의 사람들한테는 정확한 원음이나 원 가나 표기 같은 건 그다지 중요하지 않다는 말이다.
  55. 그리고 이상하게도, 가나 표기의 복원을 주장하는 사람들 중에서도 じ/ぢ, ず/づ를 구분해 적자고 하는 사람은 없다. 저것들도 엄연히 가나 표기상으로는 다른데, 왜 저것들은 구분해 적자고 하는 사람이 없는지는 알 수 없다.
  56. 만에 하나 한 한자의 독음에 ざ/じゃ, ぞ/じょ가 모두 존재하더라도, 그 경우는 일본어 원어에서 독음이 둘 이상이어서 생기는 문제(= 한글 표기 이전의 문제)인지라 어차피 일본어 원어민들도 헷갈리는 경우이며, 무엇보다 그런 경우는 거의 0%에 수렴한다.
  57. 한자의 독음은 단순한 암기나 기억에 가깝지, 어학 능력이나 언어 구사 능력, 이해력 등을 요구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어떤 글자가 어떻게 읽히는지를 기억하고 파악하는 것은 그렇게 어렵지는 않다. 일본어 단어나 고유 명사를 계속해서 접하다 보면 어떤 글자가 어떻게 읽히는지는 저절로 머릿속에 저장된다(특히 음독의 경우 한국 한자음의 도움을 받을 수도 있다). 그래서 한글 표기 시 일부 원음 정보가 손실돼도 병기된 원어 표기를 보고 머리로 나머지 부분을 완성할 수 있는 것이다. 다 같은 사람 머리이고, 이것이 고도의 지식이나 지능, 기술 등을 요구하는 것도 아닌데 이게 안 되겠는가?
  58. 만약 독음을 파악하는 데 능숙하지 않아서 한글 표기와 원어 표기를 조합해도 어떤 게 ざ이고 어떤 게 じゃ인지, 어떤 게 ぞ이고 어떤 게 じょ인지 판별할 수 없을 것 같다면, 그냥 한글 표기를 안 보면 된다(…). 일본어를 익힌다면 히라가나와 가타카나 정도는 기본 소양으로 알고 있을 테니, 한자와 후리가나만 따로 찾아서 보면 된다. 애당초 한글 표기는 외국어 학습용으로 존재하는 것이 아니기도 하다.
  59. 위에서 서술했듯 한글로 외국어의 정확한 발음을 재현하는 것은 불가능하며, 원어민이랑 대화할 때는 한글 표기에 의존하지 말고 정확한 원어 발음을 따로 익혀야 한다. 예를 들어 영어 fork를 한글로 '포크'라고 표기한다고 해서 영어를 쓸 때도 fork를 /포크/라고 발음하라는 뜻은 아니며(오히려 한글 표기에 의존하는 것 자체가 발음 망하는 지름길이다), 영어를 써야 하는 상황에서는 fork의 정확한 영어 발음을 따로 학습해서 그에 맞게 발음해야 한다.
  60. 이 외에도 에픽처 아퍼쳐 등등 여러 괴상한 버전으로 다양하게있다. 스팀 공식 번역에 따르면 '애퍼처 사이언스'가 맞는 표기
  61. 여기서 아자부/아쟈부의 원어는 麻布(あざぶ)이기 때문에 '쟈'로 표기될 이유가 없다.
  62. 捏造(ねつぞう)와 熱情(ねつじょう)는 전혀 다른 단어이기 때문에 반드시 구분돼야 한다고 주장할 수도 있으나, 일본어를 모르는 한국어 화자에게는 捏造(ねつぞう)와 熱情(ねつじょう)는 모두 '네츠조'라는 동음이의어가 될 뿐이다. 전혀 다른 단어인 right와 light가 모두 '라이트'라는 동음이의어가 되는 것과 다르지 않다. 만약 저 둘을 반드시 구분해야 하는 경우, 네츠조(捏造), 네츠조(熱情)와 같이 원어를 병기하거나, 네츠조(netsuzō), 네츠조(netsujō)와 같이 로마자 표기를 병기하면 될 것이다. 실제로 영어의 경우 라이트(right), 라이트(light)와 같이 구분한다. 일본어라고 그렇게 못 할 건 없다.
  63. ㅈ, ㅉ, ㅊ 다음에 이중 모음을 쓰는 표기가 표준 표기로 인정된 선례가 전혀 없다. 그러한 표기가 표준 표기로 인정된 선례가 단 한 건이라도 있다면 얘기가 달라졌을지도 모른다.
  64. '스즈키'라는 표기가 발음을 기준으로 했을 때 근거가 없다는 얘기가 아니다. 다만 일관성을 따진다면 う단의 표기를 ㅜ와 ㅡ로 나눌 필요가 없다는 뜻이다.
  65. 사실 이렇게 못 적을 것도 없다. 현행 러시아어 표기법만 해도 구개음화는 싹 무시한다(블라디미르 푸틴도 실제 발음은 블라지미르 푸친에 더 가깝다). 또한 일본식 로마자 표기법은 た행과 그 요음을 철저히 일관성 있게 ta, ti, tu, te, to, tya, tyu, tyo로 적고(헵번식은 ta, chi, tsu, te, to, cha, chu, cho), ぢ, づ도 di, du로 적는다(헵번식은 ji, zu).
  66. 일관성을 따진다면 각각 sya, zya, tya와 같이 적어야 하지만, 실제 발음과 영어 음운 체계에 근거해 sha, ja, cha와 같이 적는다. 다른 요음의 표기에는 y가 들어가지만, 이 세 행의 표기에는 y가 들어가지 않는다.
  67. 헵번식 로마자 표기법은 1880년대에 그 기반이 확립되었고, しゃ행, じゃ행, ちゃ행을 y 없이 sh-, j-, ch-로 표기하는 것은 그때부터 지금까지 변함이 없다. 저 표기들에 문제가 있었다면 일찌감치 저 표기들이 수정됐어야 정상이다.
  68. 그리고 이게 일본어 표기에서 특히 문제가 되는 경향이 있지만, 일본어 표기에 ㅈ, ㅉ, ㅊ 다음에 이중 모음을 쓸 이유가 없다는 것도 이미 위에서 설명되었다.
  69. 쟈, 쵸 등이 부활(?)하기 위해서는 ㅈ, ㅉ, ㅊ 뒤에 /j/가 성립될 수 있는 음가로 바뀌어야 하지만, 위에서 서술했듯 ㅈ, ㅉ, ㅊ의 현 음가는 뒤에 /j/가 성립할 수 없는 음가이다.
  70. 실제로 모음의 음가는 잘 바뀌지만, 자음의 음가는 잘 바뀌지 않는다. 영어나 일본어, 한국어만 봐도 모음 체계에는 큰 변화가 있었지만 자음 체계에는 큰 변화가 없었다. 영어의 경우 대모음 추이가 유명하고 일본어의 경우 이중 모음이 장모음화(역사적 가나 표기법 참고)했고 한국어의 경우 아래아가 다른 모음에 흡수되고 일부 이중 모음이 단모음화하는 등 큰 변화들이 있었지만, 자음의 경우 세 언어 모두 순음퇴화구개음화 정도밖에 없었고, 순음 퇴화나 구개음화 등은 많은 언어들에서 볼 수 있는 공통적인 현상이다. 혹시 이 설명이 틀렸다거나 부족하다고 생각한다면 수정바람.
  71. 외국어·외래어 한글 표기법을 제정할 때는 음성학, 음운론 등의 과학적인 근거에 기초할 수밖에 없다. 귀로 들어와서 인지되는 발음이 정확하다는 근거는 더더욱 없기 때문이다. 같은 발음도 A라고 생각하고 들으면 A로 들리고 B라고 생각하고 들으면 B로 들리는 경우가 허다하기 때문에(특히 외국어 발음은 더더욱 그렇다. 몬더그린이 존재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내 귀에 이렇게 들리니까 이렇게 쓰는 것이 옳다'라는 주장은 설득력이 없다. 요시 그란도 시즌만 해도 '그란도 시즌'으로 생각하고 들으면 '그란도 시즌'으로 들리고 '하나 둘 셋이야'로 생각하고 들으면 '하나 둘 셋이야'로 들린다. 이것만 봐도 사고가 얼마나 음을 다르게 인식하게 하는지 알 수 있다.
  72. 이 점은 일본어 표기법이 그다지 정확하지 않은 '가나 문자'에 기반을 두고 있다는 태생적 한계가 표출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일본어 표기법이 국제음성기호에 기반을 두고 있다면 많은 문제가 해결되었을 것이다.
  73. 사실 음성학적인 관점에서 보면 언중들이 무지한 것으로도 볼 수 있다.
  74. 그리고 어문 규정은 국어 기본법 자체를 폐지하지 않는 이상 없어지지 않을 것이다. 어문 규범이 국어 기본법의 법적 근거에 의거해서 제정되기 때문이다. 관련 법령
  75. 많은 사람들이 간과하는데, '잘못된 표기'라는 것도 무엇을 기준으로 하느냐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표기법 규정이 있고 그 규정에서 ほ는 '호'로 적는다고 규정했다면 잘못된 표기는 빈도와는 전혀 상관없이 '훗카이도'가 되지만, 규정이 전혀 없이 언중이 많이 쓰는 표기를 표준으로 한다면 '훗카이도'가 '홋카이도'보다 더 많이 쓰일 때 잘못된 표기는 '홋카이도'가 된다.
  76. 물론 현대어에서도 한자어를 새로 만드는 경우 여전히 두음법칙의 지배를 받기 때문에 두음법칙에 공시적(synchronic)인 면이 전혀 없다고 할 수는 없다.
  77. 일본어 つ의 자음과 문화어 ㅆ, ㅉ, ㅊ을 비교해 보면, ㅆ은 つ의 자음과 조음 위치가 같고 조음 방법이 다르지만, 문화어의 ㅉ과 ㅊ은 つ의 자음과 조음 위치와 조음 방법이 모두 일치한다(반면 표준어의 ㅉ, ㅊ은 つ의 자음과 조음 방법은 같지만 조음 위치가 다르다). つ는 경음(fortis)적인 자질이 크므로 문화어에서는 つ의 표기에 된소리인 ㅉ을 선택한 것으로 보인다. 물론 그렇다고 해서 문화어의 '쯔'와 일본어 つ가 100% 일치하는 발음은 아니고, 미묘한 차이는 존재한다. 애초에 100% 일치하는 발음은 거의 없다.
  78. 만약에 치경 파찰음과 치경구개 파찰음의 변별이 조선후기를 거쳐 지금까지 유지되어 지금도 ㅈ, ㅉ, ㅊ 다음의 이중 모음이 인정되었더라면 '自動車'의 한글 표기는 '자동차'가 아니라 '자동챠'가 되어야 했다. 왜냐면 自의 자모는 從母, 그러니까 유성 치경 파찰음[d͡z]였기 때문에 '자'로 표기할 여지가 있는 반면에, 車는 昌母(穿母). 즉 무성 유기 치경구개 파찰음[t͡ɕʰ]이었기 때문에, 예전부터 '챠'로 표기했기 때문이다. 중세 한국어 표기가 어땠는지 알 수 있는 훈몽자회에서도 그렇게 표기가 되어 있다(自의 경우 정확히는 '자'가 아니라 아래아를 쓴 'ᄌᆞ'이지만). 하지만 대부분의 한국어 화자들은 남북 할 것없이 순우리말이나 한자어에 포함되었던 ㅈ, ㅊ의 구개음 유무를 구별할 수 없기 때문에, 현 상태로부터 한참 뒤에 발음 변별이 생겨 이중 모음 표기를 인정해버리면 발음이 느끼하게 변한 채로 '자동차' 표기 유지, 발음은 그대로 둔 채 '쟈동챠'로 표기 변경 둘 중 하나를 선택할 수 밖에 없다. 역사적인 근거를 가지고 '자동챠' 표기를 관철하려면 지금까지 쓴 국가 예산들이 껌값으로 인식할 만큼 천문학적인 돈이 든다.
  79. 류현진은 현지에서 리유 또는 라이유로 불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