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단고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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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의 대표적인 위서

1 개요

왜곡되고 과장되게 역사를 날조한 1970년대 발표된 가짜 역사책.

이 기록은 해로운 기록이다.

종교적 목적으로 날조된 이 괴문헌을 신빙하는 추종자들은 오늘날 '환빠'라 일컬어지는 자문화 중심주의적 사이비 역사 음모론 집단의 기간을 이루고 있다. 이들은 문헌학, 인류학, 고고학 등 제반 학문의 교차 연구를 통한 기성 역사학자들의 역사상과 이론을 일제강점기에 주입된 자기비하적 식민사관의 답습으로 간주한다.

그러나 정작 이들에게는 어떠한 과학적 이론도 존재하지 않으며, 오히려 이들이 주장하는 역사상이야말로 한국사가 지니고 있는 세계사적 보편성과 특수성을 심각하게 왜곡하고 있다. 결정적으로 이들의 역사상이야말로 자신들이 그토록 부정하는 식민사관의 역사 채점지를 점수만 바꾸어 답습하고 있음은 주목할 만한 사실이다.

2 환단고기? 한단고기?

환단고기(桓檀古記)라는 이름을 그대로 풀이하면 대략 '환인, 환웅, 단군에 대한 오래된 기록'이라는 뜻이다. 그런데 엽기적인 사실은, 정작 이 괴문헌에서 다루고 있는 시간대가 환인과 단군은 아득히 초월한 채 위로는 세계와 인류의 창조로부터 아래로는 위화도 회군 전야에까지 다다르고 있다는 것이다.

그런데 이후 1986년에 환단고기를 일본에서 국내에 역수입한 임승국이 "환인은 우리말 하느님을 한문으로 음차한 것이고, 따라서 환이란 하늘의 준말인 한이다"라는 주석을 단 이래 이 괴문헌의 이름을 '한단고기'라고 읽는 경향이 생겨났다. 하지만 결론부터 말하자면, 이러한 임승국의 주장은 그 어떠한 학문적 근거도 없는 견강부회다.

한자의 옛 독음을 복원하기 위해서는 중국의 운서들을 보아야 하는데, 당운(732)과 광운(1008) 모두 桓의 독음이 호관절(胡官切)임을 분명히 명시하기 때문이다. 이것은 반절법이라 하여 '호'의 초성과 '관'의 중, 종성을 결합하여 '환'이라는 음을 도출해내는 것이다. 참고로 이 운서들에는 환(丸)도 똑같이 호관절(胡官切)이라 되어 있으므로 사실상 이론의 여지가 없다.

그래도 당운보다 먼저 만들어진 절운(601)과 옥편(543)에서 각각 桓의 독음을 호만절(戶瞞切)과 호단절(胡端切)이라 하고 있기는 한데... 페이크다 이 병신들아. 瞞은 모관절(母官切)로서 당시에는 '뫈'이었고, 端은 도환절(都丸切)로서 당시에는 '돤'이었다. 당장 지금도 중국에서는 端을 '뚜안(duān)'이라 발음하며, 한국에서도 동국정운(1448)에서 '돤'이라는 소릿값이 확인된다. 瞞 역시 중국어의 옛 형태를 비교적 잘 보존하고 있는 광동어에서는 '문'(mun⁴)이라고 발음해 桓(wun⁴)과 같은 모음을 쓰고 있다.

한편 우리말의 '한'이 하늘의 준말이 아니라는 점도 문제로 지적된다. 우리말에서 '한'은 넓다 · 크다의 의미를 가지고 있는 어휘이지, 하늘이라는 뜻을 내포하고 있지 않은 어휘다. 따라서 올바르게 선후관계를 따진다면, 차라리 '하늘'이라는 말이 '한'으로부터 산출된 것이어야 논리관계가 맞다. 고로 '한'이라는 음소 자체에 하늘이라는 의미가 함축된다고 본 임승국 등의 주장은 사실무근이다. 따라서 '한단고기'는 족보에도 없는 이름이라고 판정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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놀랍게도 실재하는 브랜드다!

여담으로, 환단고기의 황당한 내용을 비판하는 사람들은 환단고기를 가리켜 '황당(荒唐)고기'나 '황당괴기(怪奇)'라는 별칭으로도 부르고는 한다. 그건 또 무슨 고기인가요 맛있나요라고 생각하는 것도 우리가 흔하게 접할 수 있는 반응이다.

3 역사학자의 평가

3.1 비판론

"환단고기는 그 성립되고 공개되기까지의 과정이 매우 문제점이 많은 그런 책입니다. 국사 연구와 국사 교육이 우리 사회 성원들한테 분명한 민족적 정체성과 자긍심을 심어주어야 한다는 그런 요구는 옳을 수 있습니다. 그러나 사료적 가치가 검증되지 않은 자료를 가지고 그것을 통해 접근하는 것은, 마치 기초공사 없이 고층빌딩을 세우는 것과 마찬가지로 위험하고 무모한 태도가 아닐 수 없습니다."

─ 정영훈, KBS 역사스페셜 인터뷰, 1999.10.02 방영.

"환단고기는 한마디로 말해서 우리나라의 뿌리의 상고사 자체를 복원하는 데는 자료적 의미가 없습니다. 왜냐하면 환단고기는 19세기 말, 20세기 초 이후에 쓰여진 책입니다. 그런 만큼 이 책을 통해서 상고사를 복원할 수는 없습니다. 단 이 책이 19세기 말, 20세기 초 이후에 우리 선인들이 우리의 역사를 어떻게 권력화하였느냐는 당시인들의 역사의식을 파악하는 데에는 유효한 자료가 될 수 있습니다."

─ 노태돈, KBS 역사스페셜 인터뷰, 1999.10.02 방영.

'환단고기는 역사서로는 수용하기 어려울 정도로 논리성을 결여하고 비합리적인 내용이 적지 않다. 우리는 역사를 통하여 역사에 대한 특별한 해석을 매개로 집단을 일정한 방향으로 이끌어가고, 왜곡시키고, 특정한 세계관을 비자발적으로 실천시킨 예를 많이 보아왔다. 우리는 그러한 흐름에 의해서 여러 번 희생당했던 경험을 갖고 있다. 이러한 위험성을 가능한 한 제거시키지 않으면 문제가 있다."

─ 윤명철, 환단고기의 사회문화적 영향 검토, 2000.07.

"사서 읽지 마세요. 책값도 아까워! 어디 헌책방 같은 데서 한번 뒤져보라고. 완전 거짓말이야. 삼국유사에도 허황된 얘기는 나오지만, 어떤 민중적 사유라든가 그런 걸 담고 있죠. 단군신화는 그냥 신화로 해석해야지. 고대에 천조대신이 어쩌고저쩌고… 이게 말이 되냐고? 석기시대에 돌멩이 들고 싸우던 시절인데 어떻게 제국을 건설해요? 역사발전에서 그 시기는 부족국가 시대에요."

─ 이이화, "역사의 판단에 맡겨?...", 한겨레, 2015.11.21.

3.2 옹호론

이게 환단고기를 부정하려면 반드시 육하원칙을 들어야죠. '환단고기를 언제, 어디서, 누가, 뭘 가지고, 어떻게, 왜 위조했나'이라는 육하원칙을 제시해야지 막연하게 자기 종교성하고 상반된다고 해서 부정하고. 자기 학파하고 안 맞는다고 부정하고 하는 것은 학자다운 자세가 아닙니다.

─ 송호수, KBS 역사스페셜 인터뷰, 1999.10.02 방영.

응?

환단고기도 그렇고, 규원사화도 그렇고, 이것을 읽고 많은 분들이 그 많은 분들을 사실로 믿고 또 많은 분들은 이게 위서라고 주장하는데... 저는 이것이 '사실이다 위서다’라는 그 차원에서 이제는 한 차원 좀 넘어가야 된다고 계속 생각하고 있습니다. 뭐냐면은 '환단고기 사(史)'를 연구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하는 거죠. 환단고기의 내용이 맞다 틀리다는 차원이 아니라, 환단고기를 한번 본격적으로 연구를 해 볼 필요가 있다는 겁니다.

이덕일, "고구려는 천자..." 저자간담회, 2007.09.12.

4 구성

기본적으로 환단고기는, 구한말 계연수(桂延壽)라는 사람이 자신이 수집한 5권의 문헌을 하나로 묶어 출간한 것으로 설정되어 있다. 이 가운데 한 부가 이유립(李裕岦)의 손에 들어갔고, 이것을 이유립이 다시 찍어내어 출판한 것이라는 주장이다. 이러한 설정에 따라 저마다 범주나 지향이 다른 5권의 문헌이 제각기 따로 존재하다 보니, 비교해 보았을 때 서로 다른 내용도 많고 중복되는 내용도 많다. 그러므로 정작 그 흩어진 내용이 통합적으로 파악되기가 무척 어렵다.

어쨌든 내용은 아래 분석에서 차차 정리하기로 하고, 환단고기의 서문에 해당하는 '범례'에서 언급되는 5권의 문헌은 차례대로 다음과 같다.

A. 삼성기(三聖記) / 안함로(安含老) 찬
  1. 삼성기 전 상편(全上篇)
계연수 본인의 집안에 대대로 전해져오던 문헌이라고 한다.

쉽게 말해, 간단하게 쓰여진 바쁜 사람들을 위한 환단고기. 때문에 총 704자로 가장 적은 분량이다. 그렇기에 다른 한편으로는 가장 신화적인 원형을 담고 있다고 할 수 있는데, 따라서 문헌 자체로서 객관적인 역사적 사실은 파악되기 어렵다. 다만 문제는 문헌의 이름이 분명히 '삼성기'라고 되어 있음에도 불구하고 도대체 왜 환인, 환웅, 단군을 넘어서 해모수와 [[고주몽[]까지 거론되는 것인가 하는 점일 것이다. '오성기'면 모를까. 삼국유사에는 해모수와 고주몽이 환웅의 배다른 아들들이라고 설명되어 있다. 이 때문이 아닐까?

B. 삼성기(三聖記) / 원동중(元董仲) 찬
  1. 삼성기 전 하편(全下篇)
2. 신시역대기(神市歷代記)
태천의 진사 백관묵(白寬黙)이 소장하고 있었다고 한다.

대체로 위의 삼성기 상편과 같지만, 지적된 해모수와 고주몽의 이야기가 포함되지 않았다. 문제는 이를 편집하는 김에 단군까지 덩달아 편집되어서 '이성기'면 모를까 여전히 '삼성기'는 아니다. 대신에 인류의 탄생부터 중국 신화의 신화소들이 대폭 수용되어 이야기가 훨씬 더 풍성해졌는데, 이것이 중요한 연유는 환국의 초현실적인 강역이 바로 여기에 등장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총 1,214자로 오히려 상편보다 분량이 많다. 부록으로 역대 환웅들을 나열한 신시역대기는 총 424자다.

C. 단군세기(檀君世紀) / 행촌선생(杏村先生) 찬
  1. 단군세기 서
2. 단군세기
태천의 진사 백관묵(白寬黙)이 소장하고 있었다고 한다.

고조선의 역대 단군에 대한 내용이다. 전반적으로 단기고사규원사화와 같이 47대 단군들의 연대기를 전하는 내용이지만, 이들을 서로 비교해보면 정작 연대부터 일치하지 않는다는 것이 함정이다. 같은 단군 47대를 두고 환단고기는 BC 2333~BC 238(2096년간), 단기고사는 BC 2512~BC 416(2096년간), 규원사화는 BC 2333~BC 1128(1205년간)를 단군조선의 존속 연대로 제시한다. 이 저자는 규원사화를 위서라 주장했으니 당연할지도 모르는 일이다.

역대 단군들을 일일이 적어넣다 보니 분량은 많지만, 그렇다고 내용이 풍부하다는 건 절대 아니다. 37대 단군부터 43대 단군까지는 근 200년간 주욱 '즉위했다'와 '죽었다'가 기록의 전부인데, 자료가 적기로 소문난 도 이 정도는 아니다.

D. 북부여기(北夫餘紀) / 복애거사(伏崖居士) 범장(范樟)
  1. 북부여기 상
2. 북부여기 하
3. 가섭원부여기(迦葉原夫餘紀)
삭주의 진사 이형식(李亨栻)이 소장하고 있었다고 한다.
단군이 나라를 해산한 뒤, 해모수 이래 북부여와 가섭원부여에 대한 내용. 환단고기의 설정에서는 기자조선이니 위만조선이 없고, 단군조선이 공화정치를 거쳐 그대로 북부여로 넘어갔다가 다시 정통이 고구려에 계승된 것으로 되어 있다. 때문에 상당히 중요하지만 환빠들 사이에서 취급은 그냥 쩌리다.

이전까지만 해도 심심하면 중국을 쥐어패고 다니던 조선이, 이제는 위만 하나도 처리 못하는 수준으로 떨어지기 때문인 듯하다. 여기에서 환빠들이 이것을 믿는 이유가 나온다.

E. 태백일사(太白逸史) / 일십당(一十堂) 이맥(李陌)
  1. 태백일사 목록(目錄)
2. 삼신오제본기(三神五帝本紀)
3. 환국본기(桓國本紀)
4. 신시본기(神市本紀)
5. 삼한관경본기(三韓管境本紀)
a) 마한세가(馬韓世家) 상
b) 마한세가(馬韓世家) 하
c) 번한세가(番韓世家) 상
d) 번한세가(番韓世家) 하
6. 소도경전본훈(蘇塗經典本訓)
7. 고구려국본기(高句麗國本紀)
8. 대진국본기(大震國本紀)
9. 고려국본기(高麗國本紀)
10. 태백일사 발
해학 이기(李沂)가 소장하고 있었다고 한다.

환인시대에서 고려시대까지 이르는 통사적 성격을 띤다. 그런데 이 태백일사 최대의 미스터리는 단연 삼한관경본기로, 엄연히 기전체의 형식을 취하고 있으면서 본기면 본기지, 본기 안에 세가가 들어있다는구성을 지니고 있다. 게다가 삼한본기라면서 정작 진한본기는 어디로 실종되어서, 이건 뭐 기전체도 아니고 편년체도 아닌 구성이다... 또한 소도경전본훈에는 천부경과 삼일신고가 수록되어 있어 환단고기의 종교경전적 면모를 잘 보여준다.

5 환단고기의 역주본들

하지만 환단고기는 순수한문으로 쓰여져 있었기에, 다행히 정작 이유립이 1979년에 처음 출간하였을 때는 별다른 관심을 받지 못했다. 당시가 지금보다 비교적 한문해득력이 있던 시대긴 했지만, 그래도 일단은 국한문혼용 기반 사회였다.

때문에 환단고기가 처음 주목을 받게 된 것은 환단고기를 일본어로 역주한 가지마 노보루(鹿島昇)의 책을 임승국(林承國)이 다시 역수입해 출간한 시점이었다. 임승국이 '단고기'를 출간한 1986년 이래 여기에 각종 번역과 해석을 덧붙인 수십 종의 상품들이 무더기로 쏟아져 나왔는데, 나중에는 아예 한문으로 된 원판은 슬그머니 빠지고 머리속망상만 난무하는 이름만 '환단고기'인 환단고기 책도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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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김은수본(가나출판사 1985)
임승국보다도 앞선 최초의 환단고기 국역본이라는 데 의의가 있는 책. 하지만 그게 전부다. 그래도 교보문고 중고시장에 다수 떠돌고 있는 것으로 보아, 그래도 출간 당시에 제법 팔려나갔던 것으로 추정할 수 있을 따름이다. 1986년 6월 10일자 동아일보 기사 "단군神話 바람"에 의하면 당시 인기몰이를 하던 국뽕소설 '단'으로 이미 이런 게 팔릴 밑밥이 깔려 있었다고 한다. 뒷부분에 한문으로만 된 원문이 있다. 다른것도 그런지 추가바람 참고로 해당 도서를 낸 가나출판사는 만화로 보는 그리스 로마 신화를 만든 곳과 동일한 회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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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임승국본(정신세계사, 1986)

임승국이 번역한 판본. 헌데 우습게도 정작 임승국은 고전 한문을 읽고 해석하고 번역할 수 있는 능력이 없었기에, 일본의 유사역사학자 가지마 노보루가 일본어로 환단고기를 역주한 것을 다시 한국어로 번역했다. 즉 이중번역이라는 말.
이 과정에서 가지마 노보루가 쓴 'ニキハヤヒのモデル(니기하야히의 모델)'이라는 말을 이해하지 못해 '니기하야히노모데루'라는 신조어를 만들어내거나, '外蒙古喀爾喀界內(외몽고 할하 경계 안)'이라는 말을 잘못 끊어서 '고객이객계(古喀爾喀界)'라는 신조어를 만들어내고 고려 후기의 문신 정지상에 대한 서술에 고려 중기에 김부식에게 살해된 정지상에 대해 주를 다는 등 번역조차 막장이다. 안 그래도 정신세계사는 '천부경의 비밀과 백두산족 문화' 같은 환빠계 신비주의 문서나 오쇼 라즈니쉬 같은 뉴에이지 신비주의 계통의 도서를 주로 취급하던 출판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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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김낙천본(고려가, 1987)
역사스페셜에 공개된 바에 의하면, 이유립 자신도 환단고기에 현토와 평주를 달아 출간을 준비하고 있었다고 한다. 이는 이유립이 죽기 직전까지 참여했고, 그의 사후 고려가 김낙천 사장에 의해 발간되었다는 '대배달민족사'에 반영되었으리라 추정된다. 환단고기는 '대배달민족사'의 제1권 5장에 수록되어 있다. 문제는 이를 1,500질 찍어냈다가 별로 팔리지 않았고 이를 펴낸 고려가는 1990년에 고려원미디어로 바꾸어 잔존하다가 1997년에 모기업인 고려원이 망하면서 같이 해산되었다. 설상가상으로 몇년 전에 창고가 침수되어 재고는 전량 폐기. 이에 따라 이유립 본을 시중에서 구하기란 사실상 불가능하고, 2014년에 한배달에서 다시 찍어 보급한다고 했으나 어떻게 되었는지는 불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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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전형배본(코리언북스, 1998)
단학회 연구부에서 번역한 판본으로, 창해출판사의 전형배 사장에 의해 출간되었다. 전형배는 위의 김낙천과 함께 이유립의 직속 제자였으니 그 내용은 김낙천본과 크게 다르지 않을 것으로 보이는데, 김낙천본의 비극적(?)인 운명과 달리 이 판본은 2002년까지 거듭 발간되어 시중에서도 구할 수 있다. 즉, 시중에서 구할 수 있는 것 가운데 이유립의 의도와 원전에 가장 가깝다고 할 수 있는 판본이다. 전체 4권으로 구성되어 1권은 환단고기 본문, 2권은 색인, 3권은 연표, 4권은 지도·도표로 출간할 계획이었으나 어째서인지 4권은 출간되지를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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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이일동본(정신세계사, 1998)
분명 제목은 한단고기가 맞는데, 정작 환단고기 본문은 나오지도 않는다. 그저 이일동 본인이 환단고기를 읽고 떠오른 머리 속 망상만 잔뜩 써놓았다고 보면 적절하다. 예를 들면 마한의 월지국(月支國)을 서역의 대월지와도 구분하지 못한다거나, 타클라마칸 사막이 '큰 나라 마한'이라는 말이라고 하는 것 등이다. 실제 '타클라마칸'이란 위구르어로 '산-사막(타클/라마칸)'이라는 뜻으로, 북으로는 천산산맥, 서로는 파미르 고원, 남으로 쿤룬산맥, 동으로 치렌산맥에 둘러싸인 이곳의 지리적 특성을 묘사한다. 현지음으로는 타클리마칸(تەكلىماكان)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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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 한재규본(북캠프, 2003)

이일동본이 오로지 망상이라면, 이쪽은 환단고기 본문을 베이스로 망상이 더해진 양상이다. 진화론을 부정하는 패기는 기본이고(1권 140-161), 엔릴이 수메르로 원정 나간 배달국의 장군 '얹날'이라거나,(2권 103) 치우가 그리스까지 밟아 보았다거나(3권 120) 하는 내용은 환단고기 본래의 내용과는 한참 동떨어져 있는 것이다. 그런 면에서 이쪽도 '번역'이라기보다는 자의적인 '해석'에 훨씬 가까운데, 게다가 그걸 만화로 그렸으니 그 파급력이란 어떠할지는 능히 짐작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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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 고동영본(한뿌리, 2005)
고동영이 번역한 판본으로 한뿌리에서 발행되고 있다. 참고로 이 출판사는 규원사화신단실기 및 한재규가 그린 만화 환단고기도 출판하고 있는데, 대체로 다른 번역본들과 달리 번역자의 주관적 해석이 거의 개입되지 않은 직역에 가까운 번역이 특징. 디자인과 크기(약 300쪽)가 심플한 대신 한자로 된 원문은 수록되어 있지 않아서 한문본을 보려면 별도로 구매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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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 안경전본(상생출판, 2012)
증산도의 지도자인 안경전이 번역하고 주석을 달아서, 센세이션을 일으킨 책. 증산도 계열 출판사인 상생출판[1]에서 간행하고 있다. 증산도 조직을 이용해 갖은 홍보를 다 하는데, 길거리에서나 서점에서 환단고기 광고 및 홍보물들은 그냥 죄다 이 사람들이라고 보면 된다.

더군다나 1,415쪽이라는 몹시 실용적인 크기를 자랑한다.[2] 해제 부분이 반이고 원문 번역이 반이다. 원문 부분에는 한자 하나하나 찾아주는 친절함을 보여주고 있으며 지도 등이 많이 들어 있다. 이처럼 물량전에 가까운 대대적인 전략에, 전국의 역덕후들은 긴장감을 을 느끼지 않을 수 없었다 카더라.

사진 이름에 혐짤1985.jpg 처럼 되어 있다

6 분석과 비판

환단고기/비판
서지적 측면고증적 측면사상적 측면

일부 아마추어 역사가들과 종교 단체에서는 왜곡되지 않은 진실을 담은 역사서라고 주장하지만, 20세기 후반에 들어와서 조작된 위조된 책이다. 내용의 사실 여부를 떠나 위서란 저자나 저술연대와 같은 서지사항이 위조된 책을 의미하고, 이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게 관자(管子)인데, 이 경우 실존인물인 관자의 이름을 빌려 후대의 사상가들이 공동집필한 것이지만, 워낙 이른 시기(전국~한초)의 것이므로 다른 책에서 접할 수 없는 당대의 사실들이 많이 담겨 있다. 따라서 위서임에도 훌륭한 역사적 자료로 사용되고 있다.

환단고기는 여기에 완벽하게 부합하기 때문이다. 예컨대 지금 누군가가 고구려사를 기전체로 정리했는데, 제목을 '신집'이라고 하고 필명을 '이문진'이라고 했다고 해보자.

물론 그 안에는 역사적 사실이 담겨 있겠지만, 그렇다고 해서 그것이 정말 서기 600년에 고구려인 이문진이 쓴 신집은 아니다. 그리고 이덕일은 이걸 두고 "이유립이 1970년에 쓰긴 했지만 역사적 사실이 담겨 있으니 위서는 아니다"라며 용어를 혼란시키는 전술을 쓰고 있다.

반면 서지사항이 위조되지 않았어도 내용은 지어내거나 왜곡된 가짜 역사일 수 있기에, 진서라고 무조건 추종하거나 위서라고 무조건 배척하는 게 아니라 다각적인 사료 비판을 통해 내용을 검증해야만 한다. 대표적인 게 일본서기(日本書紀)다. 일본서기 자체는 대단히 이른 시기에 집필되었고 서지사항도 명확한 진서지만, 그 안에는 신공황후나 임나일본부설 등 너무나도 분명하게 거짓인 기술이 곳곳에 존재하고 있다. 따라서 일본서기를 역사적 자료로 사용하기 위해서는 역사가에 의한 조심스러운 문헌비평 과정을 거쳐야만 한다.

하지만 환단고기에 있는 내용은 인류의 단계적 발전으로 이루어지는 세계사적 추세로서 물질문명의 발달, 국가의 형성과 조직 과정을 정면으로 무시한다. 대표적인 게 저 유명한 환국(桓國). 그밖에도 16세기나 20세기가 되어야 나타나는 지명이라던가, 틀린 것으로 드러난 학설들이 버젓이 차용되어 있다. 여기에 기원전에는 존재하지도 않았던 종족들이 이리저리 튀어나오는 것까지 들면 한도 끝도 없다. 환단고기는 확실히 가짜 역사다.

게다가 환단고기의 서지사항이 일제강점기독립운동과 결부되어 있다고 주장하지만, 정작 그 내용을 종합해보면 독립운동의 당면과제는 배제되고 오히려 일본대동아공영권 사상과 흡사한 확장적 · 공격적 민족주의 의식을 보이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이는 환단고기를 애국심의 발로로 볼 수 없는 근거가 된다. 실제 역대로 임승국 등 환단고기의 추종자들은 독재정권에 협력을 자청한 이들이었다.

임승국은 "국수주의 독재면 어떠냐 반공만 하면 그만이지"라고 전두환에게 진언했다. 정말 임승국의 생각대로 한국이 굴러갔다면, 대한민국북한팔레트 스왑처럼 되었을지 모른다. 또한 단군교의 천부경과 대종교의 삼일신고를 무단으로 베껴다가 싣고 있으니 주객전도가 따로 없다. 그리고 그 모든 것의 핵심에는 자신의 가문을 민족주의의 구심점으로 선양하려던 이유립의 흑심이 있었다. 바로 이러한 것을 총칭하여 거짓 포장이라고 하는 것이다.

북한에서도 위서로 취급한다고 한다. [1]

7 창작 소재로서의 가치

그래도 환단고기를 창작 소재로 쓰면 좋지 않느냐는 주장이 있는데, 환단고기를 안 읽어봐서 하는 말이다. 환단고기가 환빠들에 의해 한민족 일만년 역사의 진실을 담고 있다고 어마어마하게 홍보되는 것에 비하면, 그 내용은 의외로 대단히 허술하고 단조로운데다 무미건조하다.

공간적으로 더 크게, 시간적으로 더 길게 몸집 불리기만 하다 보니까 다루는 시간은 엄청나게 긴데, 정작 내용상으로는 밀도가 떨어져 텅 빈 껍데기만 남은 꼴이다. 평균 수십 년을 헤아리는 단군 치세에 잘해야 대여섯 개 기사만 있는 경우가 허다하다. 그나마 그 기사들 역시 '어느 역사서에서나 평범하게 나올 법한 별 흥미없는 기사들' 밖에 없으며, 창작 소재로 생각해볼만한 특이한 일화나 사건은 전혀 존재하지 않는다.

그나마 내용이 많고 떡밥으로서 맛있어 보이는 부분은 기존의 한국 신화중국 신화, 규원사화, 옛날 도교 서적 등에서 베낀 것에다 조금 살을 붙이거나 설정을 조금 바꾼 정도라서 독창성도 없다. 기본적으로 저자로 추정되는 이유립의 문화 교양 수준이 그리 대단치 않았던 증거이다. 비중 있게 하는 말이라고는 자기 멋대로 쓸 수 있는 종교적인 내용이 대다수. 애당초 태백교의 경전용으로 쓴 종교서적이다! [3]

이 점이 화랑세기와는 대비되는데, 화랑세기는 위서로 본다고 해도 얼핏 소소하게 여겨질지도 모르는 독특한 제도나 흥미진진한 이야기거리, 시대적으로 있었을 수도 있을 법한 사회상 등이 비교적 많이 포함되어 있기 때문이다. 때문에 그 내부적인 밀도와 흥미가 환단고기 따위와는 비교도 할 수 없을 만큼 높은 것. 결국 이 밀도와 다양성의 부재가 환단고기가 소재로서의 유효성을 상실하는데 큰 역할을 했다. 뭐, 그 내용이란 요즘 세상에는 씨알도 안 먹히는 뭔지 모를 종교적인 소리뿐이라 밀도가 높아봤자지만.

애써 판타지소설이나 대체역사소설로 생각하고 보려고 해도 문체가 소설체가 아닌, 기존의 연대기적 사서들에서 볼 수 있는 간결하고 무미건조한 한문 번역 문체라 어지간해서는 재미를 느끼기도 힘들다. 차라리 역사서인 척 폼잡지 말고 처음부터 소설로 씌어졌다면 어떠했을지? 다만 그렇다손 쳐도 설정상 이쪽 분야의 본좌인 반지의 제왕 세계관하고 비교하면 많이 조잡하다는 건 부정할 수 없다.

8 의문과 해답

  • 환단고기를 부정하려면 육하원칙을 제시해야 한다?
누가이유립(李裕岦, 1907~1986)이
언제1960년대(환단유기)에서 1971년(환단휘기) 사이부터
1976년까지 초고 작성(동양문명서원론을 비판한다)
1979년에 1차 출간(광오이해사본)
1983년에 2차 출간(배달의숙본)하여
어디서처음에는 대전 은행동(1963~1976)에서
나중에는 의정부 자일동(1976~1980)에서
무엇을환단고기를
어떻게날조하였다.
① 태백교(커발한교)의 경전으로 쓰기 위해
② 자신이 속한 고성 이씨 가문을 선양하기 위해
③ 자신의 이력과 사상을 민족투사로 포장하기 위해
  • 오성취루 현상으로 환단고기의 신빙성이 증명된다?
환단고기에서 흘달 50년(BC 1733)에 오성취루(五星聚婁) 현상이 일어났다고 하는데, 실제로 BC 1734년에 비슷한 천문현상이 있었다. 하지만 오성취합 현상은 5세기 무렵에 계산해서 역산했다는 기록이 남아 있다. 즉, 실제 그 현상을 관측하지 않았더라도 고중세 중국의 천문관들이 충분히 계산해서 언제 일어난 것인지 알아낼 수 있었다는 명확한 증거.
환빠들은 이 반박에 대해서 이유립이 그걸 정말로 계산할 만큼 대단한 사람이 아니니 오성취루는 실제 고조선의 천문 기록이라는 증거라고 주장하기도 한다. 헌데 반전은 그 오성취루 현상이란 게 이미 단기고사, 단기고사 이전에는 금본죽서기년에 기록되어 있었다. 참고로 금본죽서기년은 명나라 시대부터 전해오고 있던 것. 즉, 이유립은 그냥 단기고사를 베낀 것이지 그걸 실제로 계산한 것조차 아니다.
일본서기는 '진서'가 맞다. 진서와 위서의 구별은 내용의 문제가 아니라 서지사항의 문제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일본서기는 진서라도 내용이 극히 일본중심적이고 그런 부분들이 중국이나 한국에서 정사로 불리는 사서들과 맞지 않는 서술이 많기 때문에 취급에 주의해야 하는 것뿐이다. 그래도 신화적 내용, 천황가 미화, 외교적 입장, 연대의 문제, 그리고 기타 등등만 주의하면 일본서기의 내용은 꽤 신뢰성 있게 기술되어 있다. 취급에 주의하여 연구하면 귀중한 역사적 사실들을 파악할 수 있다는 점에서, 혹자는 그야말로 복어 요리 같은 史料 라는 표현을 하기도 한다.
  • 서지사항은 위서이나 알맹이는 사료를 참고했다?
제목 그대로 책 자체는 조작이나 그 내용은 현전하지 않는 사료들을 보고 베껴서 사료적 가치가 있을수도 있다는 식의 이야기. 지금은 행방이 묘연하나 과거 이글루에 이를 조목조목 논파한 글이 올라온 적이 있다. 환단고기에 나오는 수많은 고유명사가 기존 사서에 나오는 것들을 적당히 변형한 것이라는 글. 물론 진성 환빠들은 이런 주장도 안 한다. 오히려 이유립이 이렇게 사료들을 세세하게 뒤져서 자료를 모았을 수 없다면서 그래서 확실히 위서라는 증거는 되지 못하지만 적어도 환단고기의 수많은 명사들이 이유립의 온전한 창작(불가능한)이 아니라는 점만은 분명하다.
명사출처와 변용
赫胥桓仁장자 마제편 '혁서씨(赫胥氏)'
波乃留山
波乃留國
波奈留山
波奈留國
해동역사 풍속지 인용 화한삼재도회 '하나루(波乃留)'[4]
養雲桓雄진서 사이전 '양운국(養雲國)'
瀆盧韓桓雄삼국지 동이전 '독로국(瀆盧國)'
檀君扶婁삼국유사 기이편 인용 단군기 '부루(夫婁)'
斐西岬河伯女단군세가(허목) '비서갑녀(非西岬女)'
彭虞한서 식화지 '팽오(彭吳)'
藍國후한서 동이열전 '남이(藍夷)'
高豆莫
豆莫婁
위서 물길열전 '두막루(豆莫婁)'
烈帝수서 동이열전 '소열제(召烈帝)'[5]
高登주서 이역열전 '고등신(高登神)'
素尸毛犁해동역사 교빙지 '증시무리(曾尸茂梨)'
대동역사(신채호) '소호무리(素戶茂梨)'
蓋斯城
蓋斯原
동국이상국집 동명왕편 '개사수(蓋斯水)'
于西翰
烏斯含
삼국사기 지리지의 '오사함달(烏斯含達)'
解慕漱
慕漱離
高慕漱
삼국사기 고구려본기 '해모수(解慕漱)'
黎洪星대동역사(신채호) '여씨(黎氏)'
芮戈관자 지수편 '예과(芮戈)'
雍狐之戟관자 지수편 '옹호지극(雍狐之戟)'
安夫連桓雄광개토대왕릉비문 '안부련(安夫連)'
陜野奴일본서기 '협야존(陜野尊)'
  • 나중에 출토된 자료들로 환단고기의 정확성이 입증되었다?
1915년에 확인된 고구려의 건흥(建興) 연호, 1923년에 확인된 연개소문의 할아버지 자유(子遊)는 1979년에 처음 나온 환단고기가 진서라는 증거가 되지 못한다. 물론 위서라는 확증도 되지 못하지만. 허나 문헌상으로 충분히 확인되는 발해 문왕의 연호 대흥(大興), 고구려 유민 절도사 이정기(李正己), 은나라의 귀방(鬼方) 정벌을 근거로 환단고기 진서론을 펴는 사람들은 반성 좀 하자.
  • 해모수가 종실(宗室)이란 것은 군더더기 문구이다?
환단고기 북부여기의 종실(宗室) 대해모수, 태백일사의 종실(宗室) 해모수에 종실이 왜 붙은 것인지에 대해 단학회 역주본에서는 이를 '군더더기'라 하여 단순한 미스테리로 남겨두고 있었는데 해모수가 고리국의 왕족이기에 종실이라 했다고도 하는데, 정작 해모수가 고리국의 왕족이라는 근거는 환단고기 어디에도 제시되지 않는다. 적어도 그가 고리국의 왕족이라면 그 선조는 고리국인(稁離國人)이 아니라 고리국왕(稁離國王)이라 쓰여졌어야 옳다. 게다가 단군의 왕통을 서술한 단군세기에서 밑도끝도 없이 고리국 왕족을 종실이라고 일컫는 것도 에러.
이후 단재 신채호의 대동역사=대동제국사(1907)가 발견되면서 미스테리가 해결되었다. 단재가 해모수를 가리켜 종실(宗室) 해모수라고 표현하고 있었던 것. 즉 이유립이 이걸 보고 베꼈단 이야기인데, 나중에 단재가 '소싯적 썼던 <대동제국사>는 지금도 생각날 때마다 이불킥한다'고 했던 걸 보면, 단재는 저승에서도 편히 쉬지 못할 듯.

9 기승을 부리는 환빠들

  • 전국의 도립이나 시립 도서관을 가보면 이 책이 꽂혀 있다. 심지어 몇몇 학교 도서관에도 그것도 종교서적이나 한국소설(811)이 아니라 한국상고사(951.2)로 분류되어 있어서, 이걸 가지고 이용자와 도서관장이 실랑이를 벌인 적까지 있다. 하지만 이는 뭔가 특정 단체에서 조직적으로 관여했다기보다는, 기증 혹은 구매 신청을 내서 수용한 것. 심한 경우에는 매일마다 동네 도서관에 출퇴근하면서 자신이 기증한 환단고기가 역사 분야에 잘 꽂혀 있는지 확인하고 가는 사람도 있고, 안 보이면 즉시 컴퓨터로 대출 여부를 확인해서 장기 미반납일 경우에는 1권 더 구입해 두라고 요구하거나 자신이 직접 구매해 기증하기도 한다.
이따금 개념 있는 사서는 매분기 도서 분류 때 한국소설로 밀어 버리기도 하고, 사서는 물론 도서관장까지 합심해서 환단고기를 안 들여놓는 경우도 있었지만, 이 경우 시민의 장서 구입 요구를 무시한다며 사방팔방에 민원이 들어가버린다. 단순히 무관심해서 환단고기를 역사 분야에 두는 경우 말고도, 이렇게 성화에 못 이겨 어쩔 수 없이 두는 경우도 많다.

사실 도서관의 목적은 발간된 서적을 소장하고 보관하는 것에도 있는 만큼, 국가보안법에 저촉되는 것 같은 명백하게 국가가 금지한 서적이 아니고서야 민원이 있는데도 들여놓지 않을 수는 없다. 지역도서관에 환단고기가 있다는 사실 자체에 문제를 제기하기 보다는, 결론을 올바르게 이끄는 게 더 중요하다는 걸 명심하자.

  • 중국 바이두 백과에도 해당 문서가 올라와 있다. 특히 주목할 점은, 해당 문서에서는 "한국의 정통 역사학자들은 환단고기를 인정하지 않지만, 환단고기는 일반인들 사이에서 거대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으며 대량의 신도들을 보유하고 있는데, 그 중 정계 인사, 학자, 유명인들도 적지 않다."고 주장한다. 즉 "일부 환빠" 정도의 문제로 인식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따라서 중국 역덕들은 한국만 언급되면 "우주 전체가 한국 것이다"라는 비아냥 섞인 드립을 자주 친다.
  • 2011년에 증산도 교주 안경전이 환단고기를 교리화한 이래, 증산도가 환단고기 전파 활동을 대단히 적극적으로 벌이고 있다. 각 서점마다 양장본을 잔뜩 쌓아놓고, 전국을 돌면서 환단고기 세미나를 벌였다. 기본적으로 이하는 2012~2013년 사이에 증산도에서 환단고기 관련 활동을 어떻게 벌이고 다녔는지에 대한 구체적인 내용.
  • 증산도 부속 방송인 STB상생방송에서 역사 특강을 한다면서 환단고기 특강을 한다. 사실 상생방송은 2011년 이전부터 이미 사이비 역사학자들을 불러다가 사이비 역사를 마구 뿌리고 다니고 있었던 전력이 있다. 백제가 조신하고 도의적인 문화였다느니, 신라의 탑돌이 문화가 현대의 홍대 클럽과 같다느니, 신라의 문화는 모다 백제로부터 배워 간 것이라느니 하는 것이었는데 그때도 충분히 아스트랄했지만, 2011년 이래로는 엄연히 환단고기라는 텍스트를 얻게 되었다.
  • 사단법인 대한사랑이라는 단체에서 학교를 돌며 참역사를 강의한다. 사단법인 운운하니까 종교단체인 증산도와는 무관한 것 같지만, 속지 말자. 내미는 환단고기 판본이 죄다 증산도 역주본이다. 수많은 환빠 단체 가운데에서도 신교문화 운운하는 건 증산도밖에 없다.
원래 신교(神敎)라는 말은 대종교에서 처음 사용한 단어다. 대종교의 주장에 따르면 단군이 계시던 상고시대에 우리 민족이 믿던 종교가 바로 '신교'라고 한다. 그러다가 13세기 중반에 고려원나라에 복속되자 신교의 명맥이 끊어졌는데, 구한말에 홍암 나철 선생이 어느 이인으로부터 신교의 맥을 받아 당대에 중광(복구)한 것이 바로 대종교라는 주장.

대종교야말로 우리 민족의 정통종교인 신교의 후신이라는 것이다. 물론 '신교'라는 것에 대한 역사적인/고고학적인 증거는 없으며, 단지 대종교의 종교적인 주장이다. 증산도는 대종교의 용어인 신교라는 단어를 받아들이되, 신교의 정통맥이 대종교가 아니라 바로 자기네로 이어진다고 주장한다. 과거에는 청소년들을 대상으로 학교를 순회했지만, 최근에는 좀 더 성인층을 대상으로 포항공대나 국회 대회의실 등에서 지방 순회 강연을 벌이는 듯. 참고로 강의는 대충 이렇게 진행된다고 한다. 비단 증산도만이 아니라 단월드 등 다른 곳에서도 통용되는 방법이다.

  1. 청중들의 분노를 끌어올린다.
- 요령: 질풍노도의 시기인 학생들은 단순하다. 중국동북공정일본교과서 왜곡을 비난하자.
- 심화: 반응이 기대에 못 미치면 일본군 위안부 문제나 일본군의 만행과 같은, 보다 자극적인 내용이 들어가야 한다. 이 경우에는 남한대토벌 작전 당시에 의병을 처형하는 장면이 찍힌 사진이나, 철로 건설 당시에 철로를 부수려던 사람을 목 매단 사진이나, 하여튼 뭐라도 자극적인 시각자료가 있어야 한다.
2. 그렇게 끌어 올려진 분노를 기성사학계로 돌린다.
- 요령: 일본이 한국의 역사서 20만 권을 수거해서 불태웠다고 자극하라.
- 발전: 식민사관의 거두 이병도최태영에게 설득되어 단군의 존재를 인정했다고 강의하라.
- 세부: 요수난하설을 들먹이며 한사군은 사실 한반도가 아닌 중국에 있었다고 강의하라.
- 결과보고: 학생들이 국사 교과서와 선생님에게 의심을 품는다.
3. 왜곡된 역사를 바로잡을 대안이라며 환단고기를 제시한다.
- 요령: KBS 역사스페셜이 1999년에 방영했던 <추적! 환단고기 열풍>에서 환단고기의 내용을 잠시 틀어주도록 하라. 당신이 잠시 쉴 수 있게 된다.
- 주의: 제한된 부분만 틀어주도록 하라. 해당 방영분에는 환단고기를 옹호하는 내용만 있는 게 아니다.
- 발전: 환단고기의 내용이 사실이라는 증거로 홍산문명을 들어라. 모든 증거가 단군신화웅녀에 꿰어맞춰진다.
4. 우리나라가 세계 문명의 원조라고 주장한다.
- 발전: 환국 12국 가운데 수밀이국이 있는데, 이것이 바로 수메르라고 끼워 맞추라.
- 요령: 지도를 적극 활용하라. 환국의 광활한 영토가 부수적으로 세뇌된다.
5. 우리나라가 대단히 오래된 나라고 큰 나라였다고 세뇌한다.
- 세부: 우리나라가 환국→배달국→단군조선으로 이어지는 1만 년의 역사를 가지고 있었다고 하라.
- 세부2: 삼한이 한반도가 아니라 만주, 중국, 한반도 세 나라 전체에 걸쳐 있었다고 하라.
- 발전: 삼한이나 대한민국의 '한'이라는 말이 크다, 밝다는 뜻을 가지고 있으며 인간에게 내재한 광명, 또는 광명이 깃든 신성한 존재로서의 인간 등을 의미하는데, 사람이 이러한 경지에 다다르면 무병장수하게 된다고 꼬드겨라. 뭐가 뭔 소리인지 몰라도 '한'이 뭔가 대단한 거라고 세뇌되기엔 충분하다.
- 결과보고: 우리나라는 세계에서 가장 오래되고 가장 큰 나라였으며, 이것이 진짜 역사라고 세뇌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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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최근에는 환단고기 독후감 대회를 벌이는 듯하다. 참고로 대회에서 주는 상마다 다 하나씩 환단고기가 있다. 또 인소닷에서도 이걸 독후감 대회로 걸어 놓았던 적이 있다. 충북 청주시의 한 고등학교에 걸려 있던 이 독후감대회 팜플렛 옆에 누군가가 이 항목을 인쇄해 붙여 놓은 적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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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심지어 환단고기판 암송왕까지 나왔다.
  • 코엑스에서 열리는 국제도서전에 출판사 부스를 내고 매년 아주 당당하게 나온다.
  • 2015년 4월 부천시에서 환단고기 강연을 연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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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 왜 환단고기인가?

사실 이런 유사역사학 계열의 위서는 적잖이 찾아볼 수 있는 편이다. 단기고사규원사화의 내용은 환단고기와 거의 비슷하고, 다소 마이너한 것으로는 부도지라는 괴작도 있다. 특히 부도지는 창세신화급 이야기다 보니 증산도와는 맞지 않고, 단월드에서 밀어주는 편.

하지만 이런 잡것들을 제치고 환단고기가 가장 지명도와 지지도가 높은 이유는 의외로 간단하다. 규원사화는 완성도와 일관성은 더 높지만 내용이 너무 소박하고 간단하며, 반대로 단기고사는 각종 오버 테크놀러지가 환빠의 눈으로 보기에도 너무 황당하기 때문이다. 차라리 으로 메주를 쑨다고 하지, 단군조선 시대에 이미 전화기와 잠수함이 있었다고 한다면 누가 속겠는가?

안 그래도 신채호 선생은 "가령 모호한 기록 중에서 부여의 어떤 학자가 물리학을 발명하였다든가, 고려의 어떤 장인이 증기선을 창조하였다는 문구가 발견되었다고 하더라도 우리가 그것을 신용할 수 없는 것은, 남들을 속일 수 없으므로 그럴 뿐만 아니라, 곧 스스로를 속여서도 안 되기 때문이다"(조선상고사)라고 이런 류의 거짓말을 대차게 비판하신 바 있다. 따라서 둘 사이의 절충적 스탠스를 가지고 있는 환단고기의 내용이, 그나마 현실적이면서도 가장 먹음직스럽다는 말이다.

그렇기에 환단고기에 나오는 한민족의 강역도 생각보다는 좁다. 마치 유라시아 대륙을 지배한 것처럼 이야기되는 환국도 실질적으로는 바이칼 호 일대만을 좀 장악한 것으로 나오고, 환단고기에서는 초대 환웅이 환국의 분파를 이끌고 만주 일대로 '진출'해 그 땅을 '개척'한 것으로 나온다. 근데 만주 일대가 처음부터 환국의 땅이었다면, 이미 자신의 땅인데 왜 다시 깃발을 꽂고 개척해야 했을까?

즉 환웅 이전 시대에 만주는 한민족의 영역이 아니었다는 말이 된다. 수밀이국 같은 것은 기껏해야 조공을 바쳤다는 기록이 몇 차례 나올 뿐, 직접 복속했다는 기록도 없다. 치우가 개척했다는 배달국의 강역도 고작해야 중국의 동해안 일대를 넘어가지 않는다. 심지어 고조선은 기껏 개척해놓은 중국의 동해안 일대 강역을 어느새 다 날려먹고 춘추시대의 연나라 따위와 티격태격한다. 그나마도 일방적으로 이기는 것도 아니고 이기고 지고를 반복하는 수준.

즉 환단고기의 내용상으로 고조선은 거의 요동에 머물러 있었으며, 춘추시대의 삼류 국가였던 연나라와 티격태격 하는 수준의 나라였던 것이 고작이다. 가끔 연나라를 지원나온 제나라와 싸운 기록이 있다. 하지만 춘추시대의 진짜 강국이었던 진(晉), 초(楚), 진(秦)과는 아예 충돌한 기록 자체가 없다. 생각보다 훨씬 좁다. 그 외에는? 은나라와 좀 붙고, 반 은나라 세력의 뒤 좀 봐주고. 끝.

전국시대로 가면서 그 자랑스러운 고조선의 실체가 매우 안습하다는 것이 드러나는데, 고작 사냥꾼 출신의 우화충이 일으킨 수만 명의 반란군에 나라가 완전히 무너진다. 비슷한 시기 중국에서는 한번에 무려 40만 명을 생매장하고 있었는데.

물론 상대적인 기준이다. 훨씬 후대인 고구려동천왕~중천왕 때까지만 해도 고구려가 동원할 수 있는 최대 정규병은 2만 남짓이었다. 즉 실제 고조선에서 '수만'이라는 군대는 결코 적은 수가 아니었다는 것이다! 문제의 요지는 '중국보다 위대했다고 환빠들이 망상하는 고조선'에 대면 턱없이 적은 숫자라는 것이다.

그러니까 이걸 달리 말하자면 생각보다는 현실적이다. 중국 측의 사서들과도 어찌되었든 연결되기는 하는 편이고, 일반 사학계의 관점을 봐도 고조선의 주요 충돌은 북방민족들이나 연나라가 전부였다. 환빠들은 바로 이러한 지점을 집요하게 파고든다. 비파형 동검이 만주에서 중국 화북에서 출토되는 것을 두고 고조선이 중국까지 뻗어나갔다는 증거라 한다던가, 최근에는 홍산문화가 주목받자 홍산문화를 환웅 시대에 세운 한민족의 문명이라고 한다던가 하는 식으로 어떻게든 끼워맞추려 애쓴다. ~

하지만 이 때문에 현실과는 완전히 동떨어진 대륙설 계통의 주장은 환단고기를 직접 근거로 삼지 않고, 삼국사기 등의 사서에다가 억지를 쓰는 경우가 많다. 실질적으로 대륙설로 가면 환단고기는 거의 인용되지 않는 것이 현실. 때문에 그나마 이유립의 의도 그대로 환단고기 지도를 만든 환단고기 판본은 상생출판에서 펴낸 환단고기 번역판에 실린 지도가 유일하다고 할 정도다.

11 결론

이충무공전서(李忠武公全書)에 설명한 귀선(龜船)의 제도를 보건대, 배는 널빤지로 꾸미고 철판으로 꾸민 것이 아닌 듯 하니, 이순신을 장갑선의 비조라고 함은 옳으나 철갑선의 비조라 함은 옳지 않을 것이다. 철갑선의 창조자라 함이 보다 더 명예가 되지마는, 창조하지 않은 것을 창조하였다고 하면 이것은 진화(進化)의 계급을 어지럽힐 뿐이다. 가령 모호한 기록 중에서 부여의 어떤 학자가 물리학을 발명하였다든가, 고려의 어떤 명장(名匠)이 증기선을 창조하였다는 문구가 발견되었다 하더라도 우리가 그것을 신용할 수 없는 것은, 남들을 속일 수 없으므로 그럴 뿐만 아니라, 곧 스스로를 속여서도 안 되기 때문이다.

- 신채호, 『조선상고사』

물론 사학도 사회과학이기에 '모든 과학은 반증가능성을 내포하고 있어 열린 사고로서 모든 가능성에 대해 검토하려는 시각'보여야 하나, 환단고기는 이미 숱하게 검증되어 위서로 판명 되었고, 그 내용들도 단 하나도 증명이 안되고 있으니 이것을 개연성은 고사하고 사학의 한가지 가능성으로 보아야 한다는 것에조차도 회의적일 수밖에 없다. 아무리 열린 사고로 과학을 한다 해도 영구기관이니 피라미드 파워니 하는 헛소리마저 과학으로 인정해줄 수 없는거나 마찬가지다. 아니, 피라미드 파워가 차라리 나을지도.

이윤기는 이 책에 대해 '19세기에 새로 만들어진 신화'라 했는데, 상당히 적절한 평가다. 덧붙이자면 악의와 배타성으로 가득찬. 사람들이 환단고기를 믿는 제1의 이유인 '작은 것은 초라하고, 짧은 것은 비루하다. 고로 기존의 한국사는 초라하고 비루하다'는 생각 자체가 본디 일제로부터 주입된 것임을 명심하자. 작다고 초라한 것이 아니고, 짧다고 비루한 것이 아니다.

12 여담

모 서점에서는 종교로 분류한다.
환단고기를 싫어하면 혐환주의자라 카더라 혐환주의

13 관련 항목

가나다순으로 기재할 것.

13.1 내용 관련 문서

13.2 문헌 관련 문서

13.3 인물 관련 문서

  1. STB 상생방송도 증산도 계열 TV 채널이라 보니 안경전본의 홍보를 담당한 적도 있었다고 한다.
  2. 하드커버판(B5), 보급판(B5), 축소판(A5), 포켓판 외에 청소년 환단고기, 어린이환단고기 등 10가지 정도 종류가 나와 있다. 그런데 정작 보급판이 한문 원문만 있는 영인본이라는 것이 반전.
  3. 심지어 경전이라도 여전히 창작소재로 쓰이는 성경, 불경 등과 비교해도 답이 안 나온다.
  4. 여담이지만, 상술한 대로 창작 이래 지금까지 환단고기 전체의 해석에서 가장 웃기는 부분. 이는 일본어로 음독해야 파내류=하나루=하늘이 되어 천산(天山)과 등치되는 보통명사가 되는데, 이걸 모르고 무작정 '파내류산'이라는 고유명사로 읽어서 중앙아시아 어드메니 파미르 고원이니 하는 온갖 비정을 다 하고 있다.
  5. 고국원왕의 이름 소(召)와 탁발선비의 추증황제 열제(烈帝)를 이어서 고국원왕의 이칭을 '소열제'라고 오독한 것.
  6. 얘네는 모태가 되었던 '환단고기'도 버리고 운영자가 가지고 있다 카더라는 '연사'라는 사료를 내세워서 설정놀음을 한다. 이건 뭐 주체사상도 아니고.
  7. 환빠는 아니지만, 애초에 역사를 전문적으로 공부한 것이 아니라서 이 책의 내용을 정사인 양 삼국유사나 맹꽁이 서당에 사용한 경우가 있다.
  8. 역사학자긴 하지만 고대사와 조선후기사 관련 서적에 음모론을 넣거나 검증되지 않은 설을 주장하면서 타락한 예. 전공인 일제강점기 관련 서적이나 손댈 것이지.(...)
  9. 환단고기의 내용을 소설에 적극적으로 차용하고 그를 소재로 소설을 썼지만, 나중에는 "소설가로서 가설로 제시"한 것 뿐이라면서 빠져나갔다. 이유립이 환단고기를 판타지 소설로 발표해서 저작권료를 받았어야 하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