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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 1월 30일 (월) 22:39 기준 최신판

혹시라도 일본 이름인 메구하고 헷갈리지 말 것.[1]

1 개요

한국 민간전승에 나오는 요괴, 요호.

여우가 천년을 살면 매구가 된다고 한다.

옛부터 쓰이던 말이지만 최근에 인터넷을 통해 다시 알려졌다. TV가 보급되고 전설적인 프로그램인 "전설의 고향"을 통해 구미호라는 단어가 퍼지기 전에는 여우가 변한 요괴들을 그냥 백여우, 불여우, 여우, 매구등으로 불렀다. 옛 소설에서 구미호란 단어가 등장하긴 해도 일반 민중들에게 널리 퍼진 여우누이나 "여우고개"같은 구전설화에서는 그냥 토속 이름을 애용했다.

두산백과에선 아예 꼬리가 아홉이든, 하나든 요술을 부리는 여우는 다 구미호에 속한다며 매구와 구미호를 사실상 동종 취급하는데 이는 어쩔수 없는 것이 한국 설화에서 이 둘의 명확한 구분이 없기 때문이다.

1.1 명칭

국어사전을 찾아보면 이 매구란 단어는 세가지의 뜻을 가지고 있다.

  • 첫째. 천 년 묵은 여우가 변하여 된다는 전설상의 짐승.
  • 둘째. 埋鬼- 매구, 메굿, 뫼굿, 메귀 등으로도 불리우는데 사전에 대표로 등재된 단어가 "매구". 전라남도 화순 지역에서는 풍물놀이를 이렇게 부른다. 풍물놀이에 쓰이는 꽹과리를 매구라 부르는 지역도 있다. 이것은 사투리인 꽹매구가 매구로 축약된 것.
  • 셋째. 매파(媒婆)-말 그대로 결혼을 중매하는 사람으로 예나 지금이나 주로 중년을 넘은 나이 지긋한 여성들이 이 역할을 맡았다.

여우요괴를 의미하는 매구는 당연히 첫번째의 것이다.
보통 중국에서는 여우가 천년을 수련하면 "천호"...즉, 꼬리가 아홉으로 나뉜 영물이 된다 했으니 사전의 의미대로라면 매구는 구미호와 동일하거나 근연종에 해당할 위치이다. 물론 중국 산해경에 나오는 "‘청구(青丘)에 사는 아홉 꼬리의 짐승"과 한국의 토속 매구는 엄연히 다른 종류다라는 의견도 만만찮은게 사실. 구미호 항목에도 나오지만 같은 산해경이라도 남산경(南山經)은 구미호를 사람 잡아먹는 괴물로, 대황동경(大荒東經)은 그냥 청구에 산다고만 적고 있다. 그런가 하면 백호통(白虎通)이라는 고서에는 구미호를 자손 번영의 상징이라 말한다.

한국의 경우 규원사화[2]에 구미호를 뜻하는게 분명해 보이는 글귀에서 이렇게 적고 있다.

이때 신령스러운 짐승이 청구(靑丘)에 나타났는데,
털은 밝고 희고 꼬리가 아홉 개가 달린 짐승이 서책(書冊)을 입에 물고 상서(祥瑞)함을 나타내는지라.
신사년은 여을 임금의 원년이다. 태백산의 남쪽에 이상한 짐승이 나타났는데, 꼬리는 아홉에 흰 털을
지니고서 흡사 늑대 같았으나 사물을 해치지는 않았다.

매구와 구미호를 다르게 보는 시각은 이 규원사화의 신령한 짐승의 표현과 전래설화에 나오는 여우요괴의 이미지가 너무 다른 것에서 나온것이다. 이 외에도 중국쪽의 현중기(玄中記)에 나오는 천호(天狐)의 고고한 신선 이미지도 매구와 구미호의 괴리를 벌여놓는데 한몫했다. 헌데 이 천호가 되기 위해서 선호(仙狐)들이 하는 짓이 바로 "매구"짓이라는게 함정. 자세한 것은 구미호항목의 중국 문단에 나와있다.

현대인 지금에 와서는 이 매구라는 단어가 어디서 온 것인지, 구미호를 말하는게 맞는지 아닌지조차 확인이 불가능한 상태다. 천년을 산 여우면 천년 산 여우지 매구라는 단어는 원래 쓰던 경우가 아닌 이상 생소하기 짝이 없는데 사실 설화 채록본을 찾아보면 그냥 여우, 여시, 백여우라 칭하는 경우도 많긴 하다. 어쩌면 꽹과리를 매구라 부르는 것처럼 지역색이 강한 단어인지도....어차피 인터넷을 통해 서브컬쳐 세계에 등장한 만큼 그냥 한국 요호들에 대한 통칭으로 사용해도 별 무리가 없긴 하다. 또한 이 매구라는 단어는 미디어를 선점한 구미호에 비해 인지도에 있어서 비주류이기도 하고 부정적인 이미지이기도 하다.

"불여우"가 여성에 한해 비속어로 쓰이듯 "매구"역시 지금도 일부 지역에서는 마음에 안드는 손 아래 여성에게 "저 매구 같은..."하는 식으로 쓰이는 모양. 소설 토지에서도 이 활용이 나왔다. "이마빡에 피도 안 마른 것들이 매구 겉은 년들 끌고 와서."

두번째 뜻인 "매구굿"에 대해서는 디지털영암문화대전에 잘 나와있다.

  • 매구는 사물놀이,풍물놀이를 지칭하는 것으로 영암을 비롯한 호남 지역에서 많이 사용하는 명칭이다.
  • 영암 지역에서는 정월에는 대보름을 중심으로 마을 당산제가 진행되며 매구를 연행, 당산제는 제사 그 자체로 존재하지 않고 축제로 행해졌다.
  • 정월 한 달 동안은 당산굿과 샘굿, 마당밟이, 판굿, 줄다리기 등의 다양한 연희와 놀이가 결합되어 마을이 축제의 공간으로 변모하며 정월 대보름을 전후해서 2월 초하루까지는 마을에서 매구 소리가 끊이지 않았다고 한다.
  • 영암 지역에서는 ‘당산제를 지내면서 매구를 꼭 쳐야 한다.’, ‘매구를 처음 연행할 때는 꼭 당산을 들러서 인사를 해야 한다.’, ‘줄다리기 때까지 매구를 치면 그해 매구는 다 친 것이다.’ 등의 인식이 있다고 한다.
  • 이런 매구를 행하는 사물놀이패를 "매구꾼"이라 부르기도 한다.

세번째의 의미인 매파(媒婆)는 결혼을 중매하는 중매쟁이를 의미한다. 흔히 "뚜쟁이"라고도 불린다. 사전에 의하면 대체로 중년 이후의 노파들이었으므로 파(婆)·온(媼) 자가 붙었다. 또한 전통적으로 신분이 높은 집안일수록 자유연애에 의한 결혼을 배척하고 중매에 의한 결혼을 제대로 된 관례로 인정하였다. 고구려 건국신화의 유화(柳花)가 신분이 무려 천신의 아들인 해모수(解慕漱)와 얽혀 내쫒긴 이유가 바로 "중매"없이 남자를 만났기 때문이란 이야기 까지 있을 정도. 그러나 정작 이 중매를 맡는 여성들은 신분이 천한 상민계급에 속했으며 바쁘게 양 집안을 오가며 혼사를 성사시켜도 그 보수는 양 집안의 형편에 따라 좌지우지 되는 입장이었다. 지금도 결혼 중매는 실패시 양쪽에서 따귀를 맞는단 말이 있을 정도로 민감하고 안좋은 소리 듣기 십상의 일이다. 그만큼 과거 신분제 시절의 매파는 낮은 계급이면서도 눈치가 좋아 양가의 사정을 잘 살피면서 언변도 좋아야 하는 쉽지 않은 역할이었다.

1.2 한국 설화의 전승들[3]

한중일 여우 유사성과 이미지라는 논문에 의하면 중국이나 일본에 비해 한국의 요호(매구)들이 체계적인 분류도 없이 중구난방에 달기타마모노마에같은 걸출한 캐릭터가 없는 이유로 "지식층의 외면"을 들고 있다. 작품성, 재미를 갖춘 이야기와 그 인기로 힘을 얻은 매력적인 캐릭터는 그만큼 배운 사람이 소재로 다뤄야 하는데 한국은 홍길동 같은 인간 캐릭터는 있어도 인기를 얻은 구미호나 매구 캐릭터가 없단 것이다.

아니, 사실 있기야 있다. "구미호의 작난"의 구미호와 "율곡과 금강산 괴호"에 나오는 은여우가 그렇다. 다만, 구미호의 작난은 이제서야 알려진 작품인데다 여기의 구미호는 이름은 구미호이지만 능력은 그냥 둔갑과 미인계...(...) 소설의 배경이 중국이니 아마 달기를 모델로 한 이야기가 아닌가 한다. 다만 여기 구미호는 그래도 야망은 커서 신령들의 우두머리가 목표라고 하니 작중 세계관에서는 강자 대열에 드는 듯. 하지만 캐릭터 성으로는 차라리 "율곡과 금강산 괴호"의 은여우가 더 출중하다. 링크에는 아쉽게도 소설 스토리 보다는 은여우의 캐릭터 스펙을 중점적으로 서술한데다 푸짐한 덕력으로 점철된 글이니 개인에 따라 주의를 요한다.(...) 일단 게시물에 소개된 은여우라는 캐릭터의 능력을 보자면, 1)금강산 산신령을 힘으로 내쫓아 차지하고. 2)차지한 장소의 경치를 환상인지 뭔지로 잘 꾸며놨으며. 3)둔갑술에 고위 소환술을 다루는데다. 4)힘을 다 잃어도 최후의 수단, 인간의 자식으로 환생이 가능하다.

재미있는 점은 구미호의 작난에 나오는 여우는 명색이 구미호 이지만 능력과 성격이 너무 단조롭고 은여우꼬리가 아홉이 아닌 하나만 있는데도 스펙만 따지자면 중국의 달기와 일본의 타마모노마에를 능가한다. 문제는 이게 널리 알려지지도, 컨텐츠 개발도 되질 않았다는 것. 이 은여우와 연관이 있는지는 몰라도 아주 흡사한 스토리가 한 전래동화집에 실린 민담으로 네이버 사전에 소개되어 있다. 제목은 기문둔갑 설화. 여기의 여우도 구미호가 아닌 그냥 천년 묵은 여우, 마녀로 표현된다. 한마디로 매구. 옛 한국에선 여우의 꼬리 갯수는 별 중요사항이 아니었던 듯 하다. 이 여우는 산신령을 예전에 밀어내고 그자리를 차지했으며 자신의 부적으로 용왕의 세 형제를 물리치지만 안타깝게도(?) 천신의 세 무사들에게 패한다. 내용 자체는 짧지만 이름도 없는 여우가 꽤 강하게 표현되어 있다.

"매구"라는 이름이 설화 자체에 확실히 표현된 것은 이 이야기다.
용천강 황룡: 구미호도 아닌 매구가 황룡에게 시비를 거는 내용인데 물론 싸우다 죽는다. 짧은 설화이지만 여우가 죽기는 하되 감히 황룡과 겨루었으니 이 매구도 구미호급으로 전설에 남을 수 있음을 입증한 이야기. 이 사례(?)를 보면 확실히 구미호와 매구라는 단어는 서로 호환되거나 매구쪽이 상위 카테고리를 차지한다 해도 틀리지 않은듯 하다. 특히 이 이야기에서 황룡이 매구와 싸우다 여의보주를 잃어버리지만 마을 사람들 도움으로 되찾는단 내용이 나오는데 "여우구슬" 이야기를 생각하면 의미심장한 부분.

거타지 설화 : 위 이야기와 반대로 여우 하나가 용을, 그것도 용왕족 일가를 망하기 직전까지 몰아넣은 신라시대의 설화로 이 내용은 고려의 작제건 설화로 계승된다. 여기의 여우는 중으로 변해 진언을 외워 서해 용왕의 가족들을 단체로 물에 둥둥 뜨게 만든 뒤 여유롭게 을 빼먹어온 연쇄 살용마(...)다. 거타지는 서해왕의 부탁을 받고 이 여우를 화살로 죽여 그 보은으로 용왕의 딸을 신부로 맞이한다.[4]

여우구슬 설화는 퇴계 이황, 토정 이지함 같은 인물들의 전설로도 전해지는 신이담으로 한국만의 특이성을 가진 설화다. 이 설화는 구미호 보담은 그냥 여우...즉 매구의 설화에서 많이 나타나며 사전에 실린 해석에 따르면 -"여우구슬 설화의 여우는 신성(神性)과 마성(魔性)의 양면성을 동시에 가진다."-라고 설명된다. 매구는 요물이지만 그 입속의 보주는 신성한 물건이 맞으니 여우는 신성과 마성을 동시에 지닌 복잡한 상징성이 있다는 것. 게다가 여의보주가 바로 여우구슬의 유래가 되었다는 설도 있기에 용과 싸운 여우의 이야기는 흥미롭기 그지 없다. 물론 이 설화가 여우구슬의 유래가 된단 의미가 아닌, 매구가 용과 싸우는 설화가 있단 시점에서 이 요괴가 마냥 잡몹만은 아니란 뜻이다.

여우누이 : 그리고 어떤 설화에서는 매구가 단순히 생물학적인 여우 이외의 다른 뜻이 있는듯 하다. 바로 여우누이 이야기가 그렇다. 분명 주인공과 친동생임에도 가축들의 을 빼먹고 무덤가에서 여우로 변신하는 모습을 보여준다. 비록 비슷한 내용의 설화들이 "매구"보다는 "여동생"이라고만 칭하지만 일단 대표적인 매구의 유형으로 알려져 있다. 해서 그 배드엔딩 버전은 작중에 매구라는 단어가 나오지 않음에도 향토문화전자대전에서 아예 제목을 매구로 달아놓았다. 그리고 남동생버전도 있는데 여기선 구미호와 인간 사이의 혼혈로 죽은뒤에 구미호의 모습을 드러낸다. 여우누이와 달리 아직 죄를 짓지 않았음에도 살해당하는데 겸암선생에 의하면 구미호의 새끼를 그냥 뒀으면 집안일가가 전멸했을 것이라고.

이 부류의 매구들 특징은 처음부터 인간의 아이로 태어났단 점이다. 삼신 할머니에게 여우 같은 딸을 기원해서 정말 여우 여동생이 태어나 버렸다는 비하인드도 전해지지만 일단 태생이 인간인 것은 맞다. 그리고 네이버에 소개된 "한민족문화대백과"의 윤회 항목을 보면 이런 내용이 있다.

또, 나쁜 버릇을 고치는 금기교육(禁忌敎育)에도 윤회설은 큰 역할을 하였다.
‘눈을 너무 흘기면 가자미가 된다.’, ‘손 든 날 장사를 치르면 망령(죽은 영혼)이 여우가 된다.’,
‘처녀 죽은 시체를 네거리에 묻지 않으면 구렁이가 된다.’, ‘고기뼈를 핥아 먹으면 죽어서 강아지가 된다.’
이와 같은 금기들은 윤회설에 입각하여 일상의 바람직하지 못한 버릇을 못하게 바로잡아 왔던 것이다.

이 문단 바로 위의 남존사상(男尊思想)에 윤회설이 이용되었단 내용과 여우누이 역시 남아선호사상을 대변하는 스토리로 주목받는단 점에서 흥미롭기도 하지만 죽은 사람이 귀신으로 변하는 것도 윤회의 하나로 봤단 점이 재미있다. 즉, 여우누이는 인간으로 태어났어도 그 육체 안에 다른 것의 혼이 들어있기에 매구, 혹은 여우가 된 것이다. 이거 사람이 되는데 성공한 구미호 아닌가...

인간....특히 밤에 수상한 짓거리를 하는 여성을 매구=여우처럼 생긴 뭔가로 보는 시선은 다음 이야기에서도 드러난다.
매구가 된 여자: 분명 평범하게 잘 살던 부인이 갑자기 밤에 나가 시체의 피를 빨고 치마밑에 여우 꼬리가 드러나는 "매구"의 행동을 하는데 남편이 뒤따라가 부인의 코에서 나온 "혼쥐" 하나를 죽이니 이 증상이 없어졌다는 설화이다. 혼쥐는 사람이 밤에 잘때 코에서 나와 밖을 돌아다니다 다시 콧구멍으로 들어가는 영혼의 일종으로 믿어진다. 전혀 상관이 없어 보이는 여우와 혼쥐가 합쳐진 이 설화는 매구 중에서도 특이한 유형이자 매구의 범위를 오래 산 여우외의 다른것으로도 넓히는 역할을 한다. 참고한 사전의 "윤회"항목에 나온 "손(악귀, 악운) 든 날 장사를 치르면 망령(혹은 시체)이 여우가 된다."라는 속설을 보면 이 유형의 설화에서는 여우=매구가 단순히 생물학적인 여우만이 아닌 다른 것도 뜻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도 해볼 수 있다. 다만, 이는 확실한 것은 아니니 유의할것.

매구의 귀신과 흡사한 부분은 무척 흥미로운데, 위의 "매구가 된 여자"의 시체 피를 빠는 흡혈귀적 특성이 그렇다. 살아있는 사람의 피를 빨아 죽이는 경우는 이화전(李華傳)에 등장하는 은행나무 속에 사는 수천년 묵은 여우 한쌍이다. 고을에 부임하는 원님들을 연쇄살해하던 이들은 주인공이 나무를 베니 수컷은 죽고 암컷은 중국으로 달아나 황제의 총비(寵妃)의 탈을 쓰고 주인공 이화를 황제의 명으로 잡아들이게 하지만 이여백(李如白)의 혼령이 씌인 자물쇠의 간언으로 보라매를 소매속에 숨겨가 위기를 모면한다. 여기의 매구는 생혈을 빠는 동시에 오래된 나무에 깃든 나무귀신의 성격도 보인다.[5]

그런가 하면 "여우누이"가 승리하고 가족은 몰살된 매구에서는 아예 무덤의 묏등(봉분)을 갈라지게 해 그 안으로 들어가는 특수효과도 발휘한다. 무덤이 갈라지며 그 안에서 백여우가 튀어나왔단 이야기는 한 소금장수의 설화에서도 보인다. 재미있게도 흡혈요소에 더해 "무덤을 갈라 드나드는" 능력은 바로 한국 영화사에 한 획을 그은 여곡성귀신이 선보인바 있다. 더우기 이 영화의 귀신 "월아"는 서양의 공포SF 바디 스내쳐에서 보인 "타인의 모습을 복제하고 원본은 없애는" 도플갱어의 능력도 보유했다. 이 부분은 "이화전"에서 중국 총비의 모습을 빼앗은 여우도 보여준 부분이다. 1986년에 개봉된 "여곡성"이 전래설화인 매구들의 영향을 받았는가의 여부는 알 수 없지만 흥미로운 공통점임은 분명하다.

이렇게 여우는 구미호든 매구든간에 그 동물 자체가 이미 오래전 부터 죽음,무덤,시체와 깊은 연관이 있다고 믿어졌다. 이것은 여우와 관련된 민간속신에 잘 드러난다.

“북쪽에서 여우가 울면 그 동네에 초상이 난다”
“앞산에서 여우가 울면 부음(訃音)이 들어오고, 뒷산에서 여우가 울면 사람이 죽는다.”
"손(액운, 악귀) 있는 날 시체를 매장하면 그 시체는 여우가 된다"
북쪽은 공동 묘지가 있는 북망산을 상징하며, 음(陰)과 암(暗)을 가리킨다.
그리고 여우는 무덤을 파서 송장을 먹는다고 하며, 더군다나 북쪽의 여우는 죽음을 뜻한다.
그래서 여우의 울음은 죽음을 알리는 소리로, 저승사자의 출현으로 인식하였다.

귀신과 관련해서는 노구화호, 즉 여우로 변신하는 노파의 특성이 있는 "서구할미"도 연상되는 부분이다. 보통 마귀할멈의 전통 이미지로 이야기 되는 서구할미는 여우 외에도 미녀로 변신해 남자를 홀리는 매구적 특성과 어른에게는 역병, 아이들에게는 천연두를 내리는 재앙신적인 면모를 갖춘 귀신이다. 재미있는 점은 나라에서도 어쩌지 못한 큰 귀신인 서구할미가 "효자"의 쑥뜸에 어이없이 죽었다는 전승이다. 흔히 말하는 유교에 의한 토속귀신 탄압이 연상되는 최후. 물론 이 서구할미와 매구가 직접적 연관이 있는 설화가 따로 있는것은 아니다. 서구할미에 대한것은 새우니, 마고할미 참조.

그리고 출신부터 초자연적인 존재가 여우로 변한다는 내용은 비형랑 설화에서도 보인다.
비형랑과 길달의 이야기에서 길달은 어느날 여우로 변해 달아나다 비형랑이 보낸 귀신들에게 죽게 된다. 이후 귀신들 사이에서 비형랑은 두려움의 상징이 되었다는 내용이 있다. 비형랑은 귀신의 피가 섞인 귀태의 대명사이며 그런 그가 왕에게 추천한 "길달"은 귀신, 혹은 도깨비들 중의 하나다.

이런 여우, 혹은 매구의 부정적 인식은 아래의 두 설화에서도 드러난다.
사람 속이는 여우: 이 이야기는 무덤을 파헤쳐 해골을 머리에 써 여자로 변신하는 백여우가 나온다. 농부 서은열은 여우가 변신하는 걸 보고 있었고 그 여우가 자신에게 다가와 유혹하며 동침을 요구하지만 거절한다. 이후 여우는 서은열의 조상들 묘가 있는 선산(先山)을 파헤치다 그걸 들켜 방해 받으니 이번엔 "애장터(창귀에 소개된 아장살이,애총,아총(兒塚)으로 어린 아기들을 묻은 돌무덤)"를 훼손해 마을의 불만을 서은열에게 향하도록 한다. 하지만 결국 서은열이 깨소금떡으로 유인해 잡는다. 특히 이 글의 개설부분에 나온 나름의 분석이 흥미롭다. 비록 정확한 이야기는 아니지만 아래 나올 "서낭고개 전설"에서 처럼 여우가 시체의 썩은고기를 좋아한다란 인식이 그 옛날 꽤 광범위하게 퍼져있었을 가능성을 시사한다.

옛날부터 여우가 사람을 속인다는 이야기는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유형화되어 있다.
이는 여우의 식생활 때문이다. 여우는 자기가 잡은 동물의 고기를 일단 땅 속에 묻어 뒀다가 파내서 먹는 습성이 있다.
땅 속에 묻혀 있던 사체에서는 인 성분이 타면서 도깨비불이 발산된다.
이 불을 보고 여우들이 모여든다는 말이 나돌았다.
그런 점 때문에 요괴라거나 사람을 속이는 요물이라는 이미지가 강하게 퍼졌던 것이다.

여우바위 전설: 이쪽은 더 현실성이 있는데 위에 처럼 사람의 무덤을 파헤쳐 그 시체를 먹는다는 여우의 부정적인 면이 잘 드러나 있다. 특히 둔갑도, 요술도 아닌 무덤에서 파헤친 아기의 옷을 칼을 들고 찾아온 아버지에게 뒤집어 씌워 기절시키고 유유히 도망가는 여우의 지능적 면모가 강조되었다. 내용은 힘들게 얻은 자식을 보름만에 잃어 슬픔에 빠진 아버지가 아이의 무덤을 파헤쳐 그 시체를 먹은 여우를 칼로 잡으려다 역으로 당한 이야기란 점에서 "사람 속이는 여우"와는 다른 결말을 보인다.

이런 무덤 훼손은 여우들 씨가 마른 지금이야 멧돼지 들이 벌이지만 전래설화에서 무덤을 파헤치는 주범은 여우인 경우가 대부분이다. 단, 여우 보다는 멧돼지의 굴착능력이 월등하니 진범은 멧돼지이고 여우는 나중에 나타나 멧돼지의 몫까지 덮어쓴 것인지도 모른다. 멧돼지 항목을 보면, 치우지 않은 제사 음식 냄새를 맡고 온 멧돼지가 무덤까지 파헤쳐 그 시신을....볼장 다보는 사례들이 지금도 종종 벌어지며 여우는 사실 굴 파는 능력이 부족해 토끼나 오소리의 굴을 빼앗아 보금자리로 삼는다는 점을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그러나 동물들에 대한 과학적 자료가 풍부한 지금과 달리 옛날에는 여우를 호러블 몬스터로 볼 환경으로 충분했던 셈이다. 실제로 사람에게 더 큰 피해를 준 호랑이가 산신령의 사자로 여겨진 반면 고양이 보다 좀 큰 정도의 여우를 사람 간 빼먹는 귀신으로 여겼단 점은 아이러니한 부분.

반면 등장하긴 "구미호"란 이름으로 나오는데 하는짓이 영 격이 안맞아 차라리 매구란 이름이 어울릴 이야기도 있긴 하다.
한시로 구미호를 알아낸 처녀: 인간 남자로 둔갑해 좋은집에 장가들려는 구미호의 이야기로 이진사의 따님이 신랑감을 수상히 여겨 한시(漢詩)의 운율을 맞추는 시험을 내어 정체를 밝히고 사냥개를 이용해 죽인다. 따님이 낸 시험은 중국 이태백(혹은 두보)의 귀신이 도와야 맞출 수 있는 싯구였다고 한다. 비슷한 이야기가 강감찬 설화의 변이인 강감철 설화에서 개구리신랑으로 나온다. 이 이야기의 또다른 채록본에서는 천년 묵은 여우로 지칭되며 인간으로 변신해 양반집에 장가들려 한 이유가 삼각산 주인 자리를 두고 천년 묵은 너구리와 내기를 해서라 한다. 그래도 격이 좀 높은 목적을 위해 인간으로 둔갑한 이 여우는 죽지 않고 도망가 송악산에서 살게 된다고.

이포수와 여우들: 이 설화는 위 이야기의 확장판으로 보면 된다. 이포수가 조총을 워낙 잘 쏴 호랑이들이 겁을 먹고 만주로 떠나가려 하자 여우 둘이 그 인간을 각자의 방법으로 죽이려 하지만 이포수네 막내딸의 지혜로 번번히 털리는 결말. 첫번째 여우는 사위감으로 이포수 집에 들어가려다 한눈에 알아본 막내딸의 귀뜸으로 장인어른의 총에 죽고. 두번째는 미녀로 둔갑해 왕비가 되어 이포수의 간을 노리지만 역시 딸이 알려준대로 흰 강아지와 사냥용 매를 구한 이포수에게 죽는다. 죽은 여우 왕비를 대신해 막내딸은 왕비가 되고 이포수는 부원군이 되는데 호랑이들도 이포수가 사냥업을 접자 기뻐 하며 강원도로 돌아온다. 여우 : 내 목숨을 바쳐 약조를 지키리다.

위의 두 이야기는 "여우누이"와는 반대로 여자가 매구, 혹은 구미호를 지혜로 퇴치한단 점에서 꽤 특이한 유형에 속한다. 분위기도 상당히 밝은편.

그런가 하면 설화 채록본에서 여우누이 다음으로 많은 지명도를 자랑하는 이야기는 이런 종류이다.
여우 고개: 여우가 여자로 변신해 산고개에서 강태진이란 사람을 유혹하고 놀래키는 장난을 치다 그만 정체를 들키고 칼에 귀가 찢겨 달아난다. 그 후 강태진은 하던 일마다 망하고 시장관리인에서 쫒겨나 장사꾼이 되어 떠돌게 된다. 그러다 민박을 하던 집에서 집주인의 부인이 병이 나 무당을 부르게 된다. 헌데 그 무당이 강태진을 저주하는 염불을 외어 그때의 여우임이 들통나 몽둥이, 혹은 지게 작대기에 맞아 죽는다. 위의 "사람 속이는 여우"도 이 이야기와 비슷한 유형에 속한다.
여우 잡는 몽둥이: 지나가던 소금장수가 노인으로 변신한 여우를 따라가 도착한 잔치집에서 그 집의 딸이 급병이 도지자 여우의 수작임을 알고 그 노인을 작대기(몽둥이)로 죽여 여우의 정체를 드러낸다. 그리고 그 흉기로 쓰인 몽둥이를 여우 잡는 신통력을 지닌 가보로 속여 비싸게 파는데 그걸 산 사람은 애먼 사람을 죽여 인생 종친다. 옛날에는 어땠는지 몰라도 지금 보면 블랙코미디가 따로 없는 내용이다.

그리고 영물로서의 매구가 인간을 제대로 홀리는 이야기도 있다. 인간이 끝까지 매구에게 놀아난다는 점에서 제법 흥미로우면서도 마이너한 유형.
여우굴 : 송죽마을에 어느 낡은 절터에 사람이 접근만 하면 불여우에게 홀려 머리를 승려처럼 밀어버린다는 내용인데 짧지만 한 젊은이가 경험한 환상이 제법 구체적으로 묘사된다. 한국에서 보이는 매구식 신통력이 가장 잘 표현된 설화가 아닌가 싶다. 결말도 여우를 잡긴 커녕 담력을 자랑하다 놀아난 젊은이가 환상에서 깨어나 허탈해 하는 나름 세련된 열린 결말로 현재 다음에 연재중인 트레저 헌터의 악역 이선생의 모티브로 보인다.

여우가 당하긴 하되 인간이 감당못할 후환을 남기는 경우도 있다. 이 여우는 인간이 되고 싶어 유형은 아니지만 인간과 동굴에서 살고 자식까지 봤는데도 그 인간이 화근이 되어 짐승이 죽는단 점에서 곰나루 전설과도 비슷한 면이 있다. 그러고 보니 아기곰이 단역 출연하네? 게다가 이 곰나루는 선녀와 나무꾼의 성별 역전 버전.
사냥꾼과 여우 : 비록 환상으로 꾸며진 것이지만 무릉도원같은 여우굴에서 아름다운 여인으로 화한 여우와 사랑을 나누지만 실수로 화살로 쏴 죽인뒤 둘 사이의 아이를 거둬 기르다 주인공은 물론 마을까지 풍비박살 나는 엔딩을 맞이한다. "환상","복수","배드엔딩" 3요소가 갖춰진 이야기이다. 물론 전래설화가 그렇듯 개연성과 구체적인 부분은 별로 없다.(...) 아이가 자라 9살이 되자 주인공이 갑자기 죽고 아이는 이 되어 어미가 살던 여우굴에 들어간 뒤 마을 처녀를 모조리 잡아먹고 황새가 되어 어디론가 날아간 결말은 꿈도 희망도 없다. 주인공과 사랑을 나눈 여우는 화살에 맞아 죽어가면서 "복수를 할 것이다."를 유언으로 남겼다.

또는 여우가 인간으로 둔갑하는 모습은 나오지 않지만 처음에는 마을의 들을 잡아먹는 것에서, 여우 한쌍 중 하나가 죽으니 사람들의 이 없어지는 것으로 일이 커지는 설화도 있다.
여우골짜기 : 평화로운 마을에 불여우 한쌍이 나타나 매일같이 닭을 훔쳐가자 화가난 마을 주민들이 골짜기를 뒤져 닭을 뜯던 한마리를 불에 태워 죽인다. 그 이후 닭 대신 사람이 매일 한명씩 간이 없어져 죽는데 마을에서는 이를 죽은 불여우의 원한으로 믿고 고사를 지낸다. 이후로 사람들 대신 골짜기의 풀과 나무들이 핏빛으로 변해 말라 죽어가게 되었다. 이 골짜기는 어느날 산사태가 일어나 영원히 뭍혀버린다.

반대로 인간한테 결국 당하고 마는 매구들 이야기라면 "여우 잡는 몽둥이 유형" 과 함께 역시 이쪽의 설화들이다.
여우골 이야기 : 뭔가 어릴때 개구리를 산체로 먹은 김진사 아들의 정체가 뭐였나 하는 맥거핀이 남은 설화.뭐긴 뭐야, 환생한 숫여우지 사냥당한 숫여우의 복수를 위해 암여우가 김진사 아들의 색시와 같은 모습이 되어 혼례식장에 신부 둘이 나타나는 진풍경을 만들지만 결국 지나가는 스님의 도움으로 사태는 해결된다.
장안 판곡 마을 여우바위 : 여우바위 밑에 살던 천년 묵은 여우가 있어 변신과 계략이 뛰어나다. 하도 시달린 마을 사람들이 단체로 죽창을 들고 산으로 오자 텅빈 마을에 들어가 들을 다 잡아먹고는 인간으로 변신해 죽창을 들고 인간들 사이에 섞여 빠져나온 부분이 재미있다. 그 뒤로 마을의 의뢰를 받고 온 남자를 노파로 둔갑해 방심 시키곤 눈을 찔러 장님으로 만드는 등의 활약을 하지만 냄새에 변신이 풀린다는 약점을 들켜 마을 사람들에게 죽게 된다.

좀 뜬금없지만 고양이와 융합된 듯한 모습의 요호가 등장하거나 "삼족구"[6]나 사냥견도 아닌 평범한 집고양이에게 정체를 들켜 도망친 이야기도 있다.
동래 화지산 산터 : 풍수지리와 관련된 이 설화는 좋은 무덤터에는 그곳을 지키는 원래 주인- 여우나 너구리, 혹은 귀신이 있다는 믿음이 나타나 있다. 이 이야기의 요괴는 딱히 위험하진 않지만 무리지어 다니며 자신들이 지키는 곳에 묻힌 주인공 아버지의 시신을 자꾸 파내어 버리려 하다 "삼족구"에게 쫒겨난다. 이 설화의 요괴를 매구라 해야할지 따로 분류해야 할지는 좀 애매한데 고양이와 여우의 형태가 혼합된 특이한 모습으로 무덤터에 집착하는 지박령과 비슷한 특성을 보였다.
여우를 쫒아낸 고양이 : 최진사가 장성한 아들을 장가 보내려 하는데 첫날밤 신방에 똑같이 생긴 신부가 둘이 있어 다들 놀란다. 외모는 물론 친정에서 알아온 다른 특징도 다 똑같아 구분을 못하는데 혹시나 하고 고양이를 방안에 들여보내니 여우가 튀어나와 꼬리를 말면서 도망가 버린다. 고양이가 백년 묵은 여우의 꼬리를 알아보고 덤빈것이다. 흔히 요물로 표현되는 고양이가 개와 고양이의 구슬 다툼설화 외에도 사람을 돕는 영물로 등장하는 귀한 사례. 뭔가 주객전도 같지만 기분탓이다.

특이한 꼬리 갯수와 아래 나올 서낭고개 여우 처럼 인간을 사모한 여우라는 스토리임에도 거의 알려지지 못한 여우도 있는데 무려 "수천년"을 산 불여우이며 특이하게 꼬리가 여섯개이다.
육미호(六尾狐): 본문에 나온 제목은 "여우굴"이지만 편의상 바꿨다. 여기에 나온 매구의 이름은 "반야". 금대마을 박진사의 열여섯살 딸로 그 미모의 평판이 자자했다. 그러나 그녀는 자신을 양녀로 거둬준 박진사를 사모한 결과 청혼하러 온 남성들을 홀려 전부 죽이는 일을 벌였고 이게 화근이 되어 "김공"이란 사람에게 정체를 들켜 죽게 된다. 악행을 벌였지만 나름의 사연이 있고 최후도 잘못을 빌다 바위굴에 갇혀 죽은 가엾은 모습이기에 인기가 있을만한 설화인데도 어째 상당히 마이너하다....

이 외에 꼬리가 무려 99개나 있어 그런지 여우가 인간에게 털리고도 끝까지 살아남은 설화가 전해진다.
이순풍과 여우 : 굴 속에서 해골을 쓰고 노인으로 변하는 여우를 이순풍이란 사람이 목격한다. 그 여우는 어느 마을에서 괴질을 퍼뜨리고 비싼 치료비를 받아 재물을 축적하는데 기회를 엿보던 이순풍이 칼을 휘둘러 여우를 쫒아낸다. 이순풍은 여우가 두고간 재물을 다시 사람들에게 나눠주려 했지만 여우는 여자로 변신해 자신을 방해한 이순풍을 방심시킨 뒤 황소로 만들어버린다. 그러나 "이 소는 배추를 먹으면 죽는다"는 말을 기억해 배추를 먹고 사람으로 돌아온 이순풍은 예전 알아둔 여우의 재물을 챙겨 사냥개들을 구입해 이번엔 자신이 여우를 유인한다. 결국 여우는 이순풍의 사냥개들에게 쫒겨 귀가 찢긴 채 달아난다.

여기 나오는 여우는 꼬리가 아흔아홉인데도 그 능력은 위에 소개된 "은여우"만 못하다는게 유머. 하지만 다양한 술법과 끝까지 생존한단 점에서 꽤 유능하다. 요술로 병을 퍼뜨린다는 점에서 "여우잡는 몽둥이" 특성. 그리고 사람이 황소가 되는 "소가 된 게으름뱅이의 요소가 복합된 설화란 점이 흥미롭다. 이런 점을 보면 한국의 전래설화에서 여우의 꼬리 갯수로 등급을 정하는 야호-선호-천호의 중국식 구분은 의미가 없는게 확실하다. 사람을 부모로 두고서도 무덤을 오가며 가축과 사람의 간을 빼먹는 귀신이건, 산신령을 목표로 수련해온 여우이건 간에 "예외 몇"을 제외하고 맡은 역할과 능력이 다 비슷하니 말이다.

그리고 그 "예외 몇"에 해당하며 현재의 한국에서 "구미호"를 일약 스타로 만든 "사람이 되려다 죽은 매구"가 있다.
서낭고개 전설: 사람이 되려면 남편의 간을 취해야 하는데 그러지 못하고 자신이 죽는 결말로 끝난 슬픈 매구의 전설이다. 가난해서 업신여김을 받는 덕칠과 우연한 기회로 결혼한 처녀는 이웃의 질투로 의심을 부추김 받은[7]덕칠이 썩은 고기를 이용해 정체를 들키게 된다. 본색을 드러낸 여우가 자신이 남편의 간을 먹어야 사람이 되고 못하면 죽는 운명이라 하자 덕칠은 기꺼이 간을 내어주려 한다. 이에 감동을 먹은 여우는 산으로 돌아가 죽게 되고 덕칠도 노부모를 데리고 마을을 떠나며 끝난다. 여기의 매구는 백년 묵은 여우로 나오는데 색이 흰 여우인지는 불명. 하룻밤 사이에 덕칠의 집을 고래등 같은 기와 집으로 바꾸고, 창고마다 곡식을 가득 채워 남편을 부자로 만는 능력이 있다.

그리고 아주 드물게 성공한 여우의 이야기도 있다!
팔백이와 여우 : 이쪽은 산신령이 되기 위해 수련한 여우로 천년이나 된 거물. 주인공 팔백이를 물심양면으로 도우며 결국 인간이 되어 백년해로를 기약하는 해피엔딩을 맞이한다. 물론 여기의 여우는 꼬리가 아홉이라던가 하는 구미호적인 묘사는 없지만 규원사화에서 말하는 신령한 짐승에 가장 가까운 모습을 하고 있다. 다른 여우들은 주인공에게 이득을 가져다 주어도 그 방법이 비윤리적이지만 여기의 여우 아가씨는 그런 어두운 면모가 없다. 뭐, 그 많은 돈이 어디서 나는지는 밝혀지지 않은 부분이지만....

매구=천년 묵은 여우의 "죽음"과 관련된 불길한 이미지를 여우누이가 맡고 있다면 반대로 "팔백이와 여우"에 나온 여우는 풍요와 행운의 상징을 보이고 있다. 팔백이 이야기 중간에 고향의 농사를 돕기 위해 주인공을 보낸단 점과 항상 풍족한 재산이 그렇다. 이런 행운의 매구에 해당할 다른 설화가 공 갚은 여우설화다. 보쌈이라는, 주인공에게 신부감을 찾아준 수단이 요즘의 시각으로 보면 충공깽이긴 해도 일단 주인공에게 이런 저런 행운을 안겨준 것은 맞다. 그리고 위의 서낭고개에 나온 백년여우도 단 하룻밤만에 덕칠을 부자로 만들어 주었다. 단, 이 경우 환영인지 진짜인지는 불명이다.

배극렴과 백여우 : 위의 공 갚은 여우가 단순히 개인의 행복을 이뤄줬다면 비록 방식이 ntr일지라도.... 이쪽의 "백여우"는 아예 조선건국의 숨은 공신으로 등장한다. 게다가 "공 갚은 여우" 의형제가 그렇듯 주인공을 도운 방식이 남의 것을 부정한 방식으로 강탈했다는 점이 과연 매구 답달까. 이 설화는 매구가 가진 "변신=환술"과 "여우의 계략"이 잘 나타나고 팔백이와 공 갚은 여우 처럼 "풍족한 재화"를 작중에서 어떤식으로든 보여준단 공통점이 있다. 이런 부분들이 나라의 건국이라는 거창한 거사에 "행운"으로 이어진 점에서 위의 팔백이와 같이 규원사화구미호가 연상되기도 한다.

물론 이 "팔백이와 여우"의 복락(福樂 )형 여우들과 "여우누이"에 나오는 액살(厄煞)형 여우를 같은 매구로 묶어야 할지, 따로 구미호와 매구로 나눠야 할지는 좀 더 논의가 필요할 것이다.

이렇듯 여우가 단순히 불길한 동물이 아닌 길조의 상징도 있었단 흔적은 의외로 전통 부작[8]문화에 남아있다.
여우부작

  • 여우의 자궁을 부적으로 만들어 몸에 지니면 기생은 남복(男福)이, 노름꾼이 가지면 도박운이 터진다.
  • 여우는 교활하고 홀리는 능력이 탁월한데 그중에서도 "불여우"의 것이 선호된다.
  • 음양화합과 소원성취를 의미한다.

이런 음양화합과 소원성취의 부분에서 잊지 말아야 할 설화가 또 있는데 바로 고려 귀주대첩의 명장 강감찬의 여우설화이다.
강감찬 여우설화 : 주막에서 술에 취한 강감찬의 아버지는 주막 여인의 유혹에 동침하는데 다음날 보니 주막은 없어지고 혼자 바위에 누워있었다. 몇개월 뒤 밤에 여우가 울어 나가보니 그 주막이 있던 바위에서 여우가 사람의 아이를 낳고는 사라져 그 아이=강감찬을 집으로 데려와 키우게 된다. 강감찬 항목에서는 약간 도교색이 입혀진 설화로 소개된다. 여우의 속신과 상징을 해석한 사전에서는 이 강감찬을 낳은 여우를 지혜풍요의 암시라고 분석하고 있다.

한편, 중국과 일본의 너구리가 둔갑으로 유명하듯 한국 역시 너구리에 관한 전래설화가 몇 있다. 이 동물도 사람 마을에 자주 내려오고 앞발을 손처럼 쓰며 나무도 타는 영악한 동물로 그 지능은 여우에 지지 않는 것으로 많이 묘사된다.
삼각산 : 위에 소개된 "한시로 구미호를 알아낸 처녀"의 이본에도 나온 여우와 너구리의 삼각산 주인자리를 둔 내기가 이 항목에 나와있다.

어느 날 천 년 묵은 너구리와 여우가 내기해서 이기는 쪽이 삼각산을 차지하고 지는 쪽이 개성 송악산을 차지하기로 하였다. 서울의 어느 대감 댁 딸과 혼인하는 것으로 내기를 삼았는데, 여우가 총각으로 변신해서 대감 집에 들어가 대감의 딸과 문장을 겨루게 되었다. 딸이 먼저 시제를 내자 여우가 멋진 문장으로 화답하기 위해 중국에 있는 두보의 무덤에 가서 두보 귀신에게 답을 얻어 왔다. 딸이 총각의 시 구절을 듣고 의심하여 자신의 집에 있는 삽살개를 동원하여 여우의 정체를 밝혀냈다.
[네이버 지식백과] 삼각산 (한국민속문학사전(설화 편), 국립민속박물관)

너구리 사위 : 구미호와 매구들 따귀를 콤보로 올려칠 비극의 주인공. 인간이 되고 싶어 클리셰의 주인공을 여우가 아닌 너구리로 바꿔야지않나 하는 생각이 들게 만드는 설화다. 너구리는 그냥 가진 재능을 인정받아 정승의 사위가 되었고 좀 더 능력을 펼치고 싶었던거 뿐인데.........같은 결말로 강감철 설화의 "개구리 신랑"도 있다.
광대탈과 삼형제 : 일종의 "지하국대적설화"의 한 유형으로 전래동화식 마왕 레이드, 혹은 요괴 퇴치담으로 볼 수 있다. 주인공과 그 의형제들이 힘을 합쳐 각종 신기한 재주를 가진 도적이나 요괴를 물리치는 레퍼토리로 이 이야기에선 "너구리 요괴"가 적으로 나온다.
경주 최부자 : 풍수지리에 관한 설화로 한번 몰락했다가 집터를 잘 잡아 부자가 된 최부자를 그 집터의 원래 주인인 너구리가 살인 누명을 씌워 망하게 하려는 것을 "삼족구"가 해결해준다. 이 삼족구는 호의를 받은 걸객이 보답으로 집터 위치와 함께 기를 것을 충고한 영물로 구미호를 잡는데 특화된 작은 강아지이다. 여기선 구미호가 아닌 너구리를 퇴치한다.

1.3 성격

일단 매구란 존재를 파악하기 위해선 "여우"라는 동물에 대해 알아야 한다.

여우 항목의 자료를 빌리자면 가장 흔한 붉은여우(불여우)의 경우 몸길이 50 ~ 70cm, 꼬리길이 30 ~ 60cm, 어깨높이 30 ~ 40cm, 체중 3 ~ 6kg로 고양이보다 조금 크고 살쾡이, 중형견 등과 비슷한 크기인데 유럽의 경우 8kg 내외, 미국이나 일본에 사는 종은 4 ~ 5kg이다. 이렇다 보니 늑대는 물론 그 늑대에게 학살 당하는 코요테에게 조차 체급에서 밀리는 약소 동물. 하지만 야생 맹수들이 다 그렇듯, 자신보다 더 작은 족제비나 너구리, 담비 정도는 탈탈 털어버린다고 한다. 서울동물원사전에 의하면 최고 48km/h의 속력을 낼 수 있으며 지구력도 좋고 2m 높이의 장애물을 뛰어 넘는 점프력에 수영도 잘한다. 자료에 따라서 어느정도 나무를 오른다는 설명도 있으며 위키백과에는 아예 고양이와의 유사성에 대한 주장도 있다. 물론 이부분은 출처 불명 주의가 달려 있으니 유의할 것.

또한 같은 개과인 늑대가 질서가 잘 잡힌 핵가족 무리를 이루는 것과 달리 여우는 1~2월에 교미를 해서 51~59일의 임신을 거쳐 초봄에 2~9마리의 새끼를 낳아 그해 늦여름이나 가을에 독립시키니 집단성은 약한편. 향토문화사전에는 여우가 일부일처제를 고수한다 써있으나, 서울동물원에선 한 마리의 수컷이 두 마리의 암컷과 새끼들로 무리를 이루며 정착하기 전 이동생활도 하는 것으로 설명하니 같은 붉은여우라도 지역에 따라 습성에 차이가 나는 듯.[9] 수명은 사전에 따라 조금씩 차이가 나지만 평균 10년 정도로 써 있으며 야생에선 3~4년 이상 살기 힘든 것으로 본다. 또한 야생동물들 중에서도 항문선의 체취가 심한편이다.

약한 체급을 지능으로 메우는지 적응력이 뛰어나 열대와 극지를 제외한 여러 지역에 서식하는데 북극여우처럼 툰드라는 물론 산악지역에서도 살고 있다. 특히 인간에 대한 접근성이 좋아 여우 항목에 "사람이 뭔가를 하는 걸 보면 유사시에 바로 모습을 감출 수 있는 숲 입구나 언덕 능선 가에서 유심히 구경하는 버릇이 있다."라 써 있을 정도. 영국의 경우는 번성을 넘어 아예 길고양이 처럼 사람과 영역을 공유하는 경지라고 하며 서울동물원 사전에서도 여우가 그 영리함 때문에 인간들 근처에서 생활한다고 나온다. 이는 설화의 요괴와 같이 인간을 이용하려는 교활함으로 비치기에 딱 좋은데 실제로도 그런면이 있지만 그래서인지는 몰라도 러시아의 반려동물화 연구[10]가 상당한 성과를 얻을 정도로 여우의 같은(?!) 특성은 재조명을 받고 있다 . 개와 더 닮은 늑대와 개의 혼혈인 늑대개가 성격면에서 개체차가 심하며 그만큼 인간 친화성이 약한 부분이 많이 보고되는 것과 비교하자면 여우가 단기간에 높은 친화력을 보인 것은 놀라운 부분.

이런 여우의 영리함에 대해 많이 알려진 이야기는 이렇다.

  • 들개들에게 추적당해 도망가던 여우가 강 건너편으로 가는 척하면서 자신의 체취를 남기고 강을 따라 올라가 추적하는 들개를 따돌린다. - 여우항목.
  • 여우는 스스로 굴을 파는 방법 외에도 오소리가 외출한 땅굴에 침입해 배설물로 더럽혀 원주인(?)이 스스로 떠나가게 만들어 그 보금자리를 차지하는 경우도 많다. - 사전[11]
  • 중세 불문학의 대표작이라는 여우 이야기의 르나르는 영리한 여우 이미지와 트릭스터의 대표적인 캐릭터이다.
  • 호랑이와 여우에도 요괴로서가 아닌 지혜로운 여우의 모습이 나온다. 어떤 사람이 덫에 걸린 호랑이를 구해줬다 잡아먹힐 처지가 되자 나무, 돌에게 변호를 부탁하나 전부 호랑이의 편을 들어줘 절망하지만 지나가던 여우가 꾀를 내어 사람을 구해주는 우화이다. "확실히 시비 고소 사건이 없도록 하는 것은 여우가 최고였다."

동서양의 많은 이야기에 등장할 만큼 흔하게 보이고 민가에도 자주 내려오던 동물이지만 21세기 들어 전세계적인 남획 및 산업화에 의한 서식지 파괴로 그 수가 급감, 많은 지역에서는 멸종위기라고. 한국의 경우 일제강점기 시절 모피 열풍에 의한 남획과 새마을 운동 때 쥐약살포를 멸종 이유로 꼽고 있다. 최근 소백산에 여우를 방사하는 야생동물 복원사업을 벌이고 있지만 밀렵 등의 이유로 이렇다할 성과는 미미한 모양. 본래 여우는 동서양 공통으로 농가에 침입해 가금류를 훔치는 해수(害獸)로 인식되었지만 근래에 들어 동물들에 대한 과학적 지식이 쌓이면서 페스트 보균동물인 를 구제하는 익수(益獸)로 재평가 되었다. 미국 일부 지역에서 복원된 늑대 역시 현대에 와서야 생태계 조절자로서 온당한 평가를 받은 것과 같은 사례.

식성은 잡식이지만 육식에 가까우며 설치류 사냥에 특화되어있다. 그외의 소형 포유류, 개구리, 도마뱀, 절지류, 소형 수상동물도 사냥하고 나무열매도 먹는다고 한다. 주요 먹이감은 , 특히 들쥐같은 작은 설치류이며 눈 밑의 먹이를 청각으로 추적해 수직점프+낙하를 이용한 사냥법이 특기이다. 크고 아름다운 꼬리는 이때 방향타 역할을 한다. 겨울에서 봄까지는 들쥐와 멧토끼, 여름에는 갑충류, 가을에는 과실류를 주로 먹는 등 계절과 서식 환경에 따라 식성을 적응시킨다는 설명도 보인다.

또한 같은 과에 속한 늑대, 곰과 마찬가지로 단맛을 좋아한다고 하는데 이런 이유인지는 몰라도 곶감을 이용한 여우 사냥을 그린 만화 이야기가 곶감 항목의 각주에 소개되어 있다. 그리고 같은 내용이 황석영 작가의 장길산 4권에 나와있어 예전부터 퍼져있던 민담으로 보인다. 다만, 뒤에 연결되는 내용을 보면 실제 이런 사냥법이 있었다는 것이 아니라 말 그대로 옛날 이야기 정도로 이해해야 할 듯. 하지만 개과 동물들이 단맛을 좋아하는 것은 사실이다.

여우란 놈이 단것을 좋아해 참외도 가장 잘 익은 것 만을 골라 파먹는다.
시설이 하얗게 뿜어진 곶감은 여우가 가장 좋아하며 그것이 여남은 개만 있으면
여우를 가죽 한점 상하지 않게 잡을 수 있다.
우선 곶감을 실에 꿰어 여우가 다니는 길목에 나지막히 매달아둔다.
의심 많은 여우는 망설이다가 결국은 따먹고 안심하여 맛을 들인다.
다음에는 좀 더 높이 곶감을 매달아 여우가 앞발을 들고 일어서 먹게 만든다.
다음날은 간신히 뒷발로 버티고 서야 먹을 수 있는 높이로 올린다.
마지막 날은 튼튼한 끈에다 삼면에 갈고리가 달린 삼봉낚시를 달아 곶감으로 잘 싸서
여우가 깡충 뛰어야 겨우 닿는 위치에 매단다.
드디어 그해 겨울은 볼따구니를 데우며 삼동을 넘기는 것이다.

그리고 우연인지 아닌지 웹툰 호랑이형님에 등장하는 구미호, 혹은 매구에 해당할 캐릭터 "시호"와 "미호"가 곶감을 먹는 장면이 있다. 서구권에서는 이솝우화의 "여우와 포도" 이야기에 나오듯 포도를 좋아해 예로부터 포도밭을 망치는 주범으로 지목되었다.[12] 또한 개과 동물답게 포식을 충분히 했으면 잡은 먹이를 땅에 묻어 저장했다가 나중에 파내어 먹기도 한다. 반대로 먹이가 부족하면 동물의 사체를 처리하는 스케빈저의 모습도 보이는데 이는 늑대나 사자같은 상위 포식자들도 갖춘 야생의 덕목(?)이다. 이런 모습들이 민가 근처에 서식하는 특성과 맞물려 자주 목격되기라도 했는지(...) 한국에서는 여우가 썩은 고기에 사족을 못쓰는 성격으로, 무덤속 시체를 파먹는 요괴로 많이 알려졌다.

한국의 경우 현재 여우가 없어지자 그들이 활약하던 괴담에서 고양이가 대신 활약을 하는 풍조인데 대표적인 케이스가 홍콩할매귀신이다. 위에 소개된 설화들과 홍콩할매귀신을 비교해 보면, 이 고양이 귀신 처럼 아이들에게 공포심을 유발하고 심지어 어른들에게도 어느정도 영향을 주는 호러장르의 주 소재가 바로 "매구"였다 봐도 무방할 것이다. 여우와 무덤 사이의 속설들만 해도 그렇고.

이런 홍콩할매 같은 호러물 부분에 딱 부합하는 여우=매구 설화가 경기도 안산시에 전해진다. 공동묘지 여우 할멈이 그것인데, 밤이면 노파로 변신하는 여우로 무덤에 살며 시체를 파먹는 죽음의 이미지하며 서구할미와의 연관성이 의심되는 "어린아이나 아녀자를 홀려 깊은 산속으로 끌고 들어가 옷을 홀딱 벗기고 갖은 희롱을 한다"[13]라는 부분. 그리고 내용중 계속 암시되는 아이들 돌림병과 그렇게 죽은 아이들의 무덤 아총(兒塚)의 강조가 그러하다. 본문의 모티브 분석에 공동묘지가 있는 마을이면 이와 비슷한 괴담들이 전해온다는 내용에서 본래 무덤에 대한 공포가 처녀귀신 보다는 매구의 것이었음을 짐작케 한다. 하지만 시대가 바뀌는 것을 암시하듯 석유불에 쫒겨난 누런 짐승은 이땅에서 사라진 여우들 처럼 아이들 기억에서도 잊혀졌단 결말을 보여준다. 뭐, 여우누이는 지금도 현역이지만....

그리고 불길한 징조와 관련해 에드거 앨런 포검은 고양이스티븐 킹애완동물 공동묘지에서 보이듯 서양에서는 오래전 부터 여우가 아닌 고양이가 바로 마녀악마의 앞잡이로서 괴담의 주 소재가 되어 교회에 의한 학살을 당했다는 이야기도 있다. 이와 관련해 사악한 악마는 아니지만 카트시라는 요정은 장화신은 고양이의 모델중 하나로 꼽히며 여우 못지 않은 트릭스터의 재능을 발휘한다. 동양의 여우가 꼬리 9의 요괴가 된다면 서양의 고양이는 목숨이 9개라는 속설로 유명하다. 고양이에 대한 서양의 속신에는 고양이가 늙으면 악마나 마녀로 변한다는 이야기까지 전해진다! 현실에서 쥐나 사냥하는 소형 동물이 괜한 편견에 귀신이 되어버리긴 여우나 고양이나 매한가지.

그러고 보면 여우는 작은 체급하며 개과 동물 주제에 세로로 긴 고양이눈과 도망치면서도 인간을 관찰하는 영악하고 날렵한 모습 등, 여러모로 고양이와 비슷한 동물이기는 하다. 위에 소개된 "동래화지산 산터"에 나온 요괴는 반호(狐)반묘(猫)로 묘사된다. 이 두 동물은 사람들 곁에 자주 출몰하며 그만큼 영리하고 대담한 모습을 보이지만 체격이 작아 쉽게 위험에 빠지는 좀 허당스러운 실체가 공통점이다. 매구들이 허세라 불려도 좋을만큼 평범한 사람에게도 잘 죽는 이유는 옛 사람들이 여우의 현실적인 한계를 잘 알고 있어서였는지도 모른다.[14] 인간이 호랑이라면 매구는 곶감이다.

그런가 하면 실제로 요물같은 대담함과 생존력을 보인 사례가 몇 있긴 하다. 여우에게 운이 좋았던 케이스이긴 하지만.
닭 대신 사람 : 촘촘한 철제 닭장을 어슬렁 거리다 성질이 뻗친 여우가 뒤에서 촬영하던 에두아르 플레이트(Eduard Plate)씨에게 달려들어 놀란 촬영자가 자리를 뜨는 유튜브 영상이 기사에 소개되었다.
여우의 총에 맞은 사냥꾼 : 동유럽에서 한 여우사냥꾼이 총으로 맞춰 쓰러진 여우를 확인사살차 접근했다가 여우가 휘두른 앞발에 우연히 방아쇠가 걸려 다리에 총알이 박히는 부상을 당했다고 한다. 여우는 잽싸게 도주.

재미있게도 여우의 잦은 민가 출몰[15]은 서양에서도 부정적으로 보였는지 성경사전에 의하면 사랑을 방해하거나 교회의 세력을 적대하는 사탄의 무리들, 거짓 예언자들을 비유하는 말로 정의 되고 있다.

종교대학사전에는 여우 이미지에 대한 동,서양의 것을 축약해 놓았다.

  • 중국의 설문해자(說文解字)에 따르면 여우는 요괴적인 성격 외에도 세 가지 덕(德)을 지녔다고 한다.
    • 색깔이 치우침 없는 중간색(중화中和)인 점 : 색이 황색과 비슷한 면이 있고 이는 흙의 색이므로 곡물신과 결합한 여우도 있다.
    • 몸의 앞부분이 작고 뒷부분이 큰 것(전소후대前小後大) : 이게 왜 덕목인가는 확실치 않지만 참외의 형태를 중시했기 때문으로 본다. 역시 같은 사전의 참외에 고대 중국에서 이 과일을 칠월칠석의 제물로 바쳤으며 이는 한국과 일본에도 전래되었다 설명한다.[16]
    • 죽을 때 머리를 고향으로 향하는 점(호사수구狐死首丘): 여우도 죽을 때에는 제가 살던 굴 쪽으로 머리를 돌린다는 뜻으로 고향을 그리워하거나 자신의 근본을 잊지 않음을 이르는 말이다 .
    • 요괴로서의 여우는 인간으로 변신해 속임수를 쓰고 불[17]을 내는 등 위, 진 시대 이후 많은 전설을 낳았다.
    • 흰 여우(白狐)는 흑여우(黑狐), 구미호와 함께 서상(瑞祥)이라 하지만 반대로 흑여우와 구미호는 흉조가 되기도 한다.
  • 서양의 여우는 중세의 동물우의담(動物寓意譚, bestiary-베스티어리) 등에서 교활한 트릭스터적 면이 강조된 풍자적 의인화를 거친다.
    • 붉은 흙 위에서 뒹굴어 시체처럼 위장해 새들이 안심하고 날아들면 잡아먹는 모습이 유명하며 이 이야기의 여우를 막대기에 매달아 장례식 행렬에 쓰는 모습은 교회의 벽 모자이크 장식에 종종 쓰였다고 한다.
    • 또다른 장식으로 성직자의 옷을 입은 한 여우가 닭들의 설교를 받는 장면이 있는데 이는 무지한 사람을 농락하는 사기를 의미한다.
    • 교활한 여우 이미지는 12~14세기에 걸쳐 유행한 여우 이야기로 대중에게 각인되며 이솝 우화 등과 함께 교회 부조와 사본의 삽화로 도상화 된다.

다음은 설화 속 매구들의 악행에서 나오는 성격의 분류이다. 편의상 이제 꽤 익숙한 서양의 7대 죄악을 빌리겠다.

  • 식탐

위에 나온 설화중에서 정리하자면, 여우누이의 매구는 식탐의 죄에 해당한다. 간이 원래 몸에 좋은 부분으로 유명하지만 소나 돼지의 전체 부위에서 작은 부분 하나라 무척 사치스러운 부위이기도 하다. 때문에 요리의 대표격인 푸아그라는 공급이 수요를 따라가기 위해 개발한 기형적인 사육형태가 논란거리이다. 생선의 간인 를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그 아깝도록 작은 면적에 한탄한 적이 많을듯. 이부분의 끝판왕인 "거타지 설화"의 승려로 변한 요호는 무려 들의 을 탐식했다. 가끔 간이 아닌 들을 마을단위로 씨를 말리는 경우도 있다. 그런가 하면 여우는 과 마찬가지로 단것을 좋아한단 설이 있으며 때문에 곶감에 사냥당하는 이야기까지 있다. 또한 "사람 속이는 여우"는 "깨소금 떡"에 맛이 들려 죽었으니 어지간히도 어린아이 처럼 즉물적인 쾌락에 약한듯. 일본의 여우는 유부를 좋아하기로 유명하다.

  • 탐욕

여우누이의 경우 이미 사람으로 태어난데다 귀여움을 독차지 하는 주제에 가축은 물론 가족들 까지 해쳤으니 탐욕도 해당한다. 사람들의 재물을 갈취한 "이순풍과 여우"의 꼬리 아흔아홉 매구를 비롯해 "여우고개"와 "사람 속이는 여우"의 매구들도 지극히 탐욕적이다. 헌데 이순풍의 아흔아홉 매구의 경우는 "배극렴과 백여우"에 나오는 여우와 하는 짓이 비슷한데 다른점이라면 전자는 타의에 의해, 후자는 자의로 재물을 다시 인간들에게 돌려주게 되었다는 점이다. 재물=돈이란 소재가 중요하게 다뤄지는 점에서 위에 강감찬 설화에 풀이된 "풍요"의 의미도 이 "탐욕"이란 성정과 부합하는 면이 있다. 이런 매구의 탐욕을 증명하듯 무당으로 둔갑해 사람을 아프게 하고 치료비를 비싸게 받으려다 퇴치당하는 여우 설화가 "여우누이", "여우구슬" 만큼이나 전국적으로 널리 퍼져 있다.

헌데 악질적인 식탐...혹은 탐욕의 대명사로는 오히려 족제비가 더 유명하다. 족제비 항목에 나온 배가 불러도 닭을 학살하는 패악 등이 그러하다. 과거 방영한 한국 자연 다큐멘터리에서 어느 교수가 "악독한 놈"이라 치를 떨게 만든 사냥감의 만 파먹고 나머진 버리는 습성이 소개된 적도 있다. 이런 족제비가 민간신앙에서는 업신(業神)으로 모셔지다니 여우 입장에선 서러울 노릇.

  • 색욕

단순히 남자를 유혹하다 골로 간.....매구 중에서도 참 허망하게 죽은 "사람 속이는 여우"의 매구는 당연히 색욕의 죄 유형. 여기에는 "기문둔갑 설화"의 이름 없는 최종보스와 비슷한 스토리의 "은여우"도 해당한다. "여우구슬 설화"는 물론 "구미호의 작난"도 포함. 이런 색골 유형의 매구들이 설화에 등장하는 비중이 크고 이런 이미지가 바로 구미호를 비롯한 매구들의 대표 특성으로 알려져있다. 마녀 항목을 보면 이 마녀들이 사실 그냥 요부에 불과했단 설이 있는데 여우로 변신해 남자를 유혹하는 "서구할미"와 매구들이 이런 마녀들과 유사하다. [18]

  • 분노

분노의 죄를 고르자면 남편을 죽인 김진사에게 복수하고자 한 "여우골 이야기"의 암여우. 그리고 사람한테 정체를 들키고도 살아난데에 만족하지 않고 애꿎은 마을 어린이들 무덤에 화풀이하다 결국 죽은 "사람 속이는 여우"도 여기에 속한다. 이 여우는 깨소금떡에 맛이 들려 죽었으니 식탐도 포함한다. 마찬가지로 인간에게 들켜 귀가 잘린데 앙심을 품고 저주를 내리다 죽은 여우고개의 여우도 한성깔 한다. 대범하게도 승천하는 황룡에게 시비를 걸었다가 장렬히 죽은 매구도 황룡에게 언어적, 물직적 폭력을 행사했단(...) 점에서 역시 여기에 속할듯. 그러나 분노의 죄에 속하는 여우의 끝판왕은 주인공과 마을을 파멸시킨 사냥꾼과 여우의 매구일 것이다. 여우골짜기도 마을 전체와 골짜기가 화(禍 : 재앙)를 입는다.

  • 교만

교만의 죄목에는 서양에서도 말하는 여우의 트릭스터적인 특성, "제 꾀에 제가 넘어간다."에 부합하게 많은 매구가 속하게 된다. 유혹인지 단순히 장난인진 몰라도 사람을 홀리는데 맛을 들인 "여우 고개". 그리고 신령들 중 최고 위치에 오르려한 "구미호의 작난"의 구미호와 "기문둔갑 설화"의 천년 묵은 마녀, 은여우. 마찬가지로 삼각산을 두고 내기한 "한시로 구미호를 알아낸 처녀"와 "이포수와 여우들"에 나오는 여우요괴들이 그렇다. 능력은 좋은데 인간을 무시한게 화근이 되어 죽거나 망신을 당했으니 교만한 대가를 치룬것이다. "용천강 황룡"의 매구도 자신이 황룡 보다 우월하단 생각으로 싸움을 걸었다면 역시 교만에 속할것이다. 반대로 인간의 교만을 일깨워 데꿀멍 시키는 유형으로 "여우굴"이 있다.

  • 질투

굳이 찾아보자면 인간이 되려는 매구들을 꼽을 수 있다. 구미호 단골 메뉴인 인간이 되고 싶어의 이유로 흔히 "인간만이 진리를 구해 열반에 들 수 있기 때문."이라는 불교 교리[19]를 든다. 열반=해탈이 가능한 것이 오직 인간이란 이유 외에도 윤회의 수레바퀴에서 축생은 인간보다 못하니 신분적인 열등감으로 해석하는 것인데, 이 경우 을 내어 먹는 엽기 살인은 지옥&아귀도 직행 티켓이란 모순이 존재하므로 결국 이 가설은 종교적 몰이해에서 비롯된 오류라고 할 수 있다. 어차피 요번 생에서 착하게 살면 다음에 인간으로 환생할 기회가 있으니, 차라리 중국의 설화에서 말하는 "동물은 1000년 수련, 인간은 500년 수련으로 신선이 된다."라는 인간 지상주의가 여우들의 인간 둔갑 동기로 훨씬 적절해 보인다. 중국의 옛 박물지와 설화에서 시험에 합격해 생원이 된 여우가 더 높은 레벨의 신선이 되는 빠른 방법이 바로 인간을 유혹해 정기를 취하는 것이다. 이 정기를 취하는 것은 상대방이 기를 빨려 위험해지는 방법으로 여우구슬 설화가 연상되기도 하는 수법이다. 어쨋든, 똑같이 수련을 해도 인간의 모습만 갖추면 기간이 반절이 되니 축생으로선 충분히 질투날 이유이긴 하다. 인간은 수저라도 있지, 짐승은 그것도 없어!

혹은 신선이 목표가 아닌 그저 인간의 삶 자체를 선망한다고도 볼 수 있을 것이다. 솔직히 다른 보통의 짐승과 달리 인간처럼 말하고 행동할 지능이 있다면 당연히 미물들이 아닌 인간 사이에서 인정 받고픈 욕망이 있을것이다. 그리고 이런 욕망을 실현하려다 변을 당한 너구리 사위가 있다. "선망과 질투의 죄"라는게 "신분제 사회"에서 특히 강조되는데 짐승을 미천함으로, 인간을 존귀한 신분으로 비유하면 너구리 사위가 당한 참극도 그 시대에서는 옳은 가치관이 된다. 한마디로 "오르지 못할 나무는 쳐다보지도 마라." 그래도 옛날엔 산신령이 된다는 선택지도 설화로 많이 알려졌기에 인간이 되려는 여우 설화는 의외로 적었던 듯하다. "용천강 황룡"의 매구가 승천하는 황룡을 질투해 싸움을 걸었다면 이 역시 질투의 죄에 포함될 터이다. 서낭고개 전설 속 백년 여우는 그날 새벽까지 남편의 간을 먹지 못하면 죽는 위험한 조건을 감수하고 인간이 되고자 노력한다. 이는 다른 설명이 없는 한 선망(=질투)에 해당할 행동이다. 불교의 해탈을 목표로 한다면 이런 살인 수법을 택한다는게 말이 안된다.

의외로 7대 죄악중 질투나태에 해당하는 모습은 찾기가 힘들었다. 굳이 질투를 찾자면 인간이 되기 위해 남편의 간을 먹으려다 포기하고 죽은 "서낭고개 전설"의 백년 여우...인간을 선망했으니 목숨을 걸고라도 되려 했을테고. 선망은 질투의 다른 이름이니 얼추 비슷하긴 하다. 대부분의 여우 설화에서 그냥 인간을 홀려 조롱하거나 신령이 되는게 목적인 설화들이 많이 있어 인간이 되는데 목숨을 거는 매구는 거의 없었음이 의외의 사실. 나태야 여우하고는 원체 거리가 멀고.

결론적으로 매구는 탐욕, 식탐, 색욕, 분노, 교만에 해당하는 모습을 다 보이되, 나태한 모습이 나온 설화는 없다.[20] 특히 제 잘난 맛에 날뛰는 교만한 모습이 많이 보인다. 오히려 인간을 선망한 질투의 죄에 속하는 "서낭고개의 백년 여우"는 여우 설화에서 비주류의 유형이며 "교만"한 태도하고도 거리가 멀다는게 특이사항이다. 신분제에 갇혀 살던 과거와 달리 매구들의 이런 쾌락주의적이고 이기적인 특성은 현대인에겐 차라리 동질감으로 다가올 요소들이다. 문제가 있다면 지나친 이기심으로 인한 윤리의식 부족일 것이다.

더 단순하게 행동유형으로 나눌 수도 있다.

  • 침투형 : 신부감이나 신랑감으로 둔갑해 외부에서 혼약을 통해 침투하는 경우는 사전에 발각되어 쉽게 물리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문제는 아예 혈육으로 태어나는 여우누이혹은 남동생들은 미리 알기 힘들고 알아도 혈육인지라 직접 해치우기가 힘들다. 드물게 혼쥐같은 영혼이 인간에게 빙의되는 경우도 있지만 그 혼쥐를 골라 잡으면 치료가 가능하다.
  • 부당이득형 : 주로 해골을 머리에 써 무당으로 둔갑한 여우들이 여기에 속하며 저주로 사람에게 급환을 일으켜 치료비 명목으로 폭리를 취한다. 능력에 따라 남의 운수를 망치기도 하고 마을 단위로 병을 일으키는 경우도 있는 듯 하며 종종 산고개에서 만난 남자를 유혹하려 한다. 침투형이 가족을 대상으로 한다면 이쪽은 불특정한 타인을 목표로 잡으며 능력은 다양한 편이지만 작대기나 몽둥이에 쉽게 당한다. 둔기에 사형당한단 점에서 태조왕건궁예가 생각나기도... 이순풍과 맞선 꼬리 99개의 여우는 사람을 소로 변신시키기도 하고 끝까지 생존하는 제법 하이스펙을 갖췄다. 마을의 들을 도륙한 "여우골짜기"와 "장안 판곡마을"의 여우들도 이쪽에 근접해있다.
  • 무덤훼손형 : 침투형, 부당이득형과 많은 부분이 겹친다. 일단 해골을 머리에 써서 둔갑하려면 사람의 유골을 찾아야 하고 여우는 시체를 먹는다는 민간 속신 때문이기도 하다. 여러 여우설화의 판본에 따라 무덤 봉분을 갈라지게 해 드나든다는 이야기가 있으며 이는 삼두구미가 연상되기도 하는 부분이다.
  • 실력행사형 : 드물게 인간이 혼자선 당할 수 없는 경지의 매구들이 있다. "기문둔갑 설화"와 거의 동일한 내용의 "율곡과 금강산 괴호", 비록 패배했지만 황룡에게 정면승부를 건 "용천강 황룡"의 매구. 환각으로 사람 여럿을 대머리로 만든 "여우굴"의 불여우. 그리고 백화형이기도 한 흑여우신이 여기에 속한다. 위의 "여우누이"도 신이한 물건의 도움이 없다면 사람이 일방적으로 당한단 점에서 이쪽에도 속한다.
  • 백화형 : 인간을 돕는 경우로 "공 갚은 여우", "배극렴과 백여우", "팔백이와 여우", "강감찬 탄생 설화", 아래의 여우신앙 차례에 나온 "원광법사와 흑여우신이 그러하다.

추가로 설화에서 보이는 매구들의 능력을 종합해 보면 일단 이렇다.

  • 사기꾼적 기질 : 높은 지능을 이용해 사람에게 칼을 감추고 웃으며 접근하는 모습은 여러 작품의 악역들, 범죄자 역할, 스파이 계열이 많이 보인다. 어벤저스의 캐릭터 블랙 위도우가 이런 심리적 속임수를 잘 쓰는 활약을 펼쳤다. 여우와는 상관 없지만 한국고전의 대표적인 트릭스터 하면 봉이 김선달이 있다.
  • 환각, 일루전: 사기꾼적 재능과도 연결되는 환술의 경우 경지에 다다르면 "여우굴"처럼 뭔 츠쿠요미 같은게 펼쳐지며 웹툰 트레저 헌터의 3기 메인 악역인 이선생의 특기이다. 비슷한 응용으로 영화 어벤저스 2에서 보인 스칼렛 위치텔레파시 환각기술이 있었다.
  • 변신술 : 둔갑술을 이용한 미인, 미남계와 혈육과 지인으로 위장해 침투하는 능력으로 쓸 수 있다. 이런 장기를 가진 캐릭터는 강연금의 호문쿨루스 엔비. 그리고 엑스맨에 등장하는 미스티크가 있다. [21]
  • 여우구슬 : 이 물건은 여우에겐 채양보음을 위한 도구로, 삼킨 인간에겐 USB 메모리가 되어준다. 여의보주가 모티브로 추정되기도 하는 물건인데 키스로 드러난 성애적 부분 외에도 천문, 지리, 의술의 지식을 의미하는 바가 크다. 자세한 부분은 구미호 참고.
  • 귀신, 언데드의 특성 : 은여우와 여우누이는 인간으로의 환생, 혹은 빙의 능력이 있으며 무덤의 봉분을 갈라 드나들기도 하는데 몇몇의 여우는 시체를 먹는 모습도 보인다. 중동의 구울이 시체를 먹고 환술을 비롯한 마법에 능통한 전승을 지니는데 이쪽은 육체적으로도 꽤 튼튼한 점이 다르다. 육체가 죽어도 영혼만 남아 계속 타인의 육체에 빙의 하거나 환생을 해서 아이덴티티를 유지하는 캐릭터는 여러 작품에 등장한다. 샤먼킹아사쿠라 하오, 월희미하일 로아 발담용, 그리고 툭하면 죽었다 부활하는 엑스맨의 여러 캐릭터들이 그렇다.
  • 도술 : 많은 동물들 중에서도 여우는 특히 신선이나 산신령의 싹수가 파릇하다고 해서인지 신령을 목표로 일을 꾸미는 경우가 있으며 "은여우"와 "기문둔갑 설화"의 천년 산 여우 같은 소수의 매구들은 상급 도술을 잘 부린다. "삼기산 흑여우신"은 벼락이나 산사태 능력이 암시된다.
  • 저주 : "여우고개"나 "여우잡는 몽둥이"에서 처럼 무당으로 변신해 저주를 내리는 경우도 있다. 이쪽에서는 저주를 내려 사람을 앓게하는 모습이 자세히 묘사되어 있는데[22] 저주하는 대상에게 불운과 질병을 불러온단 점이 서양의 마녀가 가진 고전적 이미지와 판박이다. 사람을 급환에 시달리게 하는 것은 보기에 따라 질병이 아닌 고통 그 자체를 조종하는 것 같기도...
  • 두부살유리몸 : 흔히 보이는 지능캐의 약점이자 특성이다. 페이트 시리즈의 5차 캐스터와 Fate/EXTRA의 캐스여우가 특히 그렇다.
  • 을 빼내는 것 : "여우골짜기"의 불여우는 해석에 따라 쥐도 새도 모르게 간을 취하거나 그런 저주를 내리는 기술이 있는 것으로 읽을 수 있으며 거타지 설화의 여우는 들에게 메즈를 걸어 간을 빼낸다.[23] 영화 스노우 화이트 앤 더 헌츠맨의 "이블퀸"이 처녀들의 생기를 흡수하는 것도 어찌보면 간을 빼먹는 것과 흡사하다.

마지막 간을 빼먹는 부분은 "벼룩의 간을 내먹는다"는 속담처럼 실제의 장기 손상이 아닌 후유증이 심한 정신적, 물질적 피해를 당했다는 메타포로도 볼 수 있는데, "이순풍과 여우", "배극렴과 백여우", "공 갚은 여우"에서 피해를 본 엑스트라들의 경우가 그렇다.

1.4 여우 신앙

한국의 매구 이외에 동양의 대표적인 여우 캐릭터 하면 역시 구미호를 빼놓을 수 없다.

구미호팜 파탈적이고 서큐버스적인 이미지는 봉신연의(封神演義)에 나오는 중국 상(商)나라 주왕(紂王)의 총비(寵妃)였던 달기(妲己)가 워낙 유명해졌기 때문에 지금까지 그렇게 전해지는 것이라고 한다. 일본의 "삼대악귀"중 하나인 타마모노마에의 모델로 거론되는 것이 바로 이 "달기"일 정도이니 창작물의 파급력을 실감할 수 있는 부분. 본디 구미호는 고대의 전각화에서 서왕모 옆에서 태양을 상징하는 삼족오, 달의 두꺼비와 함께 상서로운 존재[24]로서 자리한 영광스런 과거[25]가 있다.

  • 산해경-해외동경(海外東經) : 청구국의 여우는 네 발과 아홉 개의 꼬리를 가지고 있다. - 원가(袁珂)는 이 청구국의 구미호가 자손을 번창시키는 풍요의 상징이 되었다고 설명한다. 또한, 이 부분 바로 위에 남산경(南山經)의 "구미호는 사람을 잘 잡아 먹는다."란 내용도 있다. 같은 산해경이라도 판본에 따라 구미호에 대한 설명이 판이하게 다르며 이는 후대에 여러 중국 고서에서 여우의 이중성이 다양하게 드러난 것과도 비교된다.
  • 산해경-대황동경(大荒東經) : 청구국에 꼬리가 아홉인 여우가 산다. - 역시 원가의 주석에서는 이 여우가 태평성대에 나타나는 상서(祥瑞)로움의 상징으로 해석한다.
  • 한대(漢代)의 화상석(畵像石)에서 구미호는 해를 상징하는 삼족오, 달을 상징하는 두꺼비, 토끼와 같이 서왕모 옆에 그려지는 서조(瑞兆)였다.
  • 오월춘추(吳越春秋)와 백호통(白虎通)·봉선편(封禪篇)에서도 구미호는 자손의 번성을 알리는 상징으로 등장한다.
  • 사악한 요괴의 이미지는 봉신연의의 악녀 달기 이후에 정착된 것이며 후대로 올수록 구미호는 이 달기의 부정적인 모습으로 기억된다.

이 구미호를 도교적으로 해석해 인간이 신선이 되듯 보통의 여우가 수련해 (道)를 얻어 하늘에 오른 것이란 해석이 서진(西晋) 시대의 박물지인 《현중기(玄中記)》에 등장한다.

  • 여우가 50년을 살면 인간 여성으로 변신하게 된다.
  • 100년을 넘기면 남녀에 상관 없이 변하며 아름다운 미녀에 신통력을 가진 무당도 될 수 있는데 천리안과 사람을 홀리는 능력을 가진다. 또한 인간 상대와 동침이 가능하다.
  • 천 살이 되면 하늘과 통하여 천호(天狐)의 경지에 오른다. 천호는 금색의 털과 아홉 꼬리를 가진다.

아홉수의 상징 구미호 외에 오래 묵은 여우에 대한 신앙으로 중국의 오대선(五大仙) 신앙이 있다. 옛부터 천진지방을 중심으로 한 북부에 다섯 동물신인 '호선(胡仙=여우)' '황선(黃仙=족제비)' '백선(白仙=고슴도치)' '유선(柳仙=뱀)' '회선(灰仙=쥐)'을 섬겨온 이 풍습은 오가지신(五家之神)이라고도 한다. 링크의 설화에서는 여우나 쥐가 재앙을 경고해 사람들이 사전에 피할 수 있게 하던가 반대로 마을을 수몰시키는 재앙을 내린다. 이들은 숭배하면 재복을, 소홀히 다루면 재앙을 내리는 전형적인 토속 원시신앙적 면모를 보인다. 공경의 의미로 호칭을 본래의 동물과는 상관 없는 한자를 사용한다고 한다.[26]

그리고 오대선 외에도 여우를 민간신앙의 대상으로 섬긴 경우는 많아 보인다.

당나라 초기부터 백성들은 여우신을 많이 섬겼다.
집안에서 제사를 지내면서 복을 빌었으며 사람들에게 바치는 것과 같은 음식을 바쳤다.
그러나 섬기는 여우신은 제각기 달랐다.
당시 "여우요물이 없으면 마을이 생길 수 없다."는 속담이 있었다.
한중일 여우 이미지의 유사성과 차이에서 발췌

중국의 오대선 신앙은 흔히 보이는 동물들이란 점에서 한국의 업業 신앙과 흡사하다. 업業 은 집안에서 모셔지는 가정신앙이며 주로 재물운은 관장하는데 뱀이나 족제비, 두꺼비, 지네. 때로는 소나 돼지·닭·개·고양이 등과 같은 동물을 대상으로 한다. 실제로는 집안에 들고 나가는 운수의 개념을 동물에 대응시킨 것으로 무당이 점지해준 광이나 장독대같은 곳에 짚주저리를 뚜껑으로 한 쌀 담은 단지를 신체(神體)로 모신다. 가장 흔한 업은 구렁이인데 이 구렁이가 집근처에 보이면 업이 나가려는 징조로 보았다. 그런데 유독 여우만은 업신에서 제외되어 있다.

그런가 하면 일본에는 여우 신사로 유명한 이나리 신앙이 있다.

  • 쌀농사의 수호신이자 번영, 성공의 신으로 특히 상인과 직인(職工 : 주로 수공업자를 의미)계층이 숭배한다.
  • 대장장이의 수호자이자 광대게이샤와도 연관이 있다고 한다.
  • 이나리는 폭풍의 신 스사노오의 아들 우카노미타마노카미(宇迦之御魂神)와 동일시 하기도 하며, 신사에 따라 이나리가 쌀의 수호신이란 점 때문인지 식량의 여신인 우케모치노카미[保食神]와 연관짓기도 한다고. 이처럼 이나리는 여성과 남성을 오가는 다양한 모습으로 나타난다.
  • 위키백과의 "이나리 오미카미" 항목에는 이나리를 이자나기가 창세한 일본을 유지시키며 대장장이와 무사를 내조하는 신이라 설명한다.[27]
  • 이나리 신사의 특성으로 자줏빛 건물과 연속된 도리이(鳥居:기둥문), 호슈노타마(寶珠の玉:여의주)가 있다. 유명한 신사로 후시미이나리타이샤가 있는데 항목에 의하면 신사 주변에 소원을 이뤄주는 이 있다고 하니 이게 그 여의주인지도.... 잘 아시는 분은 확인바람.

참고로 이나리 신앙은 여우를 신격화 한 것이 아닌, 신의 사자이자 신사의 상징으로 여우를 내세운 것이다. 일본에서의 여우는 자비와 사악함을 동시에 지닌 양면성을 가졌다고 한다. 중국의 여우처럼 신 그 자체는 아니어도 신성과 연결된 영물의 면모가 있음은 분명하다. 사실 일본에서 그 자체로 섬겨진 동물은 대신(大神)이라는 뜻의 '오오카미'와 발음이 똑같은 늑대(おおかみ:오오카미)이다.

이런 외부의 영향인지, 한국 고유의 것인지는 몰라도 규원사화에 나오는 신성한 흰 구미호 역시 후대의 요물 여우와는 아예 혈통이 달라 보이는 영물로 취급되고 있다. 이런 여우의 상서로운 영물로서의 흔적이 보이는 설화들을 보자면 이렇다.

  • 배극렴과 백여우 : 조선왕조 건국을 위한 막대한 자금을 바친 무려 숨은 개국공신. 절도 및 사취의 과정을 거쳐 명암이 교차되는 부분도 있으나 어차피 설화이지만 요물인줄 알았던 백여우가 조선 개국에 이바지 하는 영물이었단 반전은 꽤 큰 임팩트로 다가온다. 동시에 물건을 훔치는 어두운 면모는 기울어가는 고려왕조의 망조로도 읽힐 수 있다.
  • 팔백이와 여우 : 팔백이를 구하고 그가 빈민을 구휼하는 것에 거금을 선뜻 대준 점에서 조선의 여성 거상 김만덕이 연상되기도 한다. 중간에 팔백이를 농사를 돕도록 하는 것 에서 벼농사와 관련된 신성이 의심되지만 확실한 것은 없다.
  • 강감찬 여우설화 : 귀주대첩의 명장 강감찬이란 위인 자체가 여우의 신성을 증명한다. 배극렴의 여우가 "건국"을 도왔다면 강감찬을 낳은 여우는 "구국영웅"의 비범함을 상징한다.
  • 서낭고개 : 비록 간을 탐하는 요괴의 본색으로 인해 비극으로 끝났지만 이 백년여우는 남편 덕칠을 하룻밤만에 부자로 만든 능력과 차마 살인을 못하고 스스로 죽은 선한 근본을 드러내었다. 어느정도 상서로움의 흔적은 남은셈.

위에서 강감찬 설화를 제외한 매구들 공통점은 주인공에게 생활의 근간이 되는 "재화(財貨)=자본"을 로또급으로 터트려 줬다는 점이다. 일본 "이나리"의 신능 중 하나인 성공이 연상되기도 하는 부분이다. 고려를 구한 강감찬 탄생설화에 나온 여우는 "재복"보다 더 큰 의미를 지니는데 퇴계 이황과 토정 이지함같은 실존인물 능력의 상징이 된 "여우구슬"의 상위호환격이다.

그런가 하면 신라시대의 삼기산 흑여우신은 은 주지 않지만 대신 원광법사에게 승려로서 수련하는 자세와 수나라 유학의 방편 등 지혜쪽에서 도움을 준다. 유학 자금도 내줬을지 또 모를일이지만

고본수이전(古本殊異傳)에 나오길, 원광법사는 30세에 삼기산(三岐山)에서 수련을 하였다. 그러다 그 산의 의 부탁을 받고 역시 같은 산에 거하며 수련을 하던 다른 승려에게 자리를 옮길 것을 권하나 여우귀신의 말에 미혹되지 말라는 무시를 받고 거절당한다. 그날 밤 벼락치는 소리가 들렸고 다음날 보니 그 승려의 거처가 산의 일부가 무너진 잔해에 깔려있었다. 그뒤 산신은 원광에게 중국으로 유학을 떠날것을 권유하고 길을 모른단 원광에게 그 방법도 자세히 알려줘 큰 도움을 준다. 유학을 끝내고 돌아온 원광법사가 삼기산에 돌아와 산신에게 감사하며 본모습을 보여줄 것을 부탁하자 커다란 팔뚝이 나타나 아침 구름을 뚫고 하늘에 닿는 형상을 보여줬다. 그리고 원광과 산신은 윤회전생에서 서로를 도울것을 약속한다. 이후 산신이 자신은 죽을때가 되었으니 원광에게 저승길을 배웅해달라 부탁한다. 원광이 그 장소에 가보니 옻칠을 한듯한 검은 여우가 마지막 숨을 고르다 세상을 떠났다.
ㅡ 원광법사와 삼기산신의 설화 간략.
참조자료 원광법사, 원광법사설화

이 설화에 대한 많은 해석에서 그 위광과 위치가 차츰 역전된 원광법사와 삼기산신의 관계를 두고 불교의 융성과 그로인해 위상이 하락한 토속신앙의 암시로 보고있음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토속종교의 샤먼인 무당은 권위가 차츰 낮아져 조선왕조에 들어서는 가장 미천한 신분이 되었고 교육수준도 하향되어 생각과 행동에 제약이 커진다. 결국 기득권인 유학자들은 물론 양민들에게도 좋게 봐주면 선무당, 나쁘게 보면 사기꾼 취급을 당한 점이 매구와 다를바 없는 처지가 된다.[28]

일반화는 금물이긴 해도 이렇게 무당과 매구를 연결시키며 사람을 해쳤든 아니든 마땅이 죽여야 한다는 시각은 둔갑한 여우에서도 드러난다. 이 설화속 백여우는 병을 퍼뜨리지도, 무덤을 파헤치거나 닭을 잡아먹었단 내용은 없고 그저 부자 동네에서 용한 점술을 인정받아 살았지만 해골을 머리에 써 변한 여우라는 이유만으로 맞아 죽게 된다. 그리고 여우를 죽인 사람은 큰 돈을 사례로 받아 부자가 된다.어떤 의미론 풍요의 여우 게다가 불교 역시 토속종교를 적극적으로 위축시킨 것으로 보이는 부분이 고려 중기의 고승 진각국사 혜심(眞覺國師 慧諶) (1178∼1234)에 관한 자료에 "무당집과 사당을 허물기를 좋아하고..."라는 문장으로 나온다. 물론 이는 후대에 덧붙여진 내용일 수 도 있다.

중국의 구미호가 서왕모 시절에서 달기 시대를 거쳐 이미지가 많이 변했듯 한국의 매구들 역시 시대에 따라 변천한 모습이 설화속에 드러나고 있다. 중세 이후의 매구와 그 이전 고대의 매구의 차이점은 위 설화에 소개된 "원광법사와 삼기산 여우신" 이야기와 현재 많이 알려진 여우들 이야기만 비교해 봐도 분명하다. 중국 북송(北宋)시대에 완성된 잡학서이자 설화집인 태평광기(太平廣記)에 이런 구절이 있다고 한다.

당(唐) 나라 도사(道士) 나공원(羅公遠)이 유성(劉成)으로 둔갑한 천호(天狐)를 죽이지 않고 멀리 신라로
내쫓아 보냈더니 지금도 신라(新羅)에서는 유성신(劉成神)이 있는데 그 나라 사람들은 그를 경건히 모신다.
(<汧阳令>, 太平廣記, 卷449. )

물론 태평광기는 역사적 사료의 가치는 없으며 여기 나오는 나공원도 가공의 인물이니 이 구절로 한국의 구미호가 중국 유래라거나 하는 근거로 삼는것은 속단이고 금물이다. 다만 삼기산의 여우신이 설화로 전해지니 만큼 신라시대 즈음 여우신앙이 존재했을 일말의 가능성을 비출 뿐이다.

그리고 서양, 그것도 독일에 곡물을 관장하는 신이 있어 늑대, 개, 토끼, 여우, 수탉, 말 따위의 형상을 취한다고 한다.

독일에서는 곡식을 보통 곡물의 어머니라는 호칭으로 의인화 한다. (중략) 스티리아의 한 마을에서는 한밤중에 밭에 나가면 마지막 햇곡식 다발로 만든 여자 인형의 모습에 하얀 옷을 입은 곡물의 어머니를 볼 수 있었다고 한다. 그녀가 지나가면서 비료를 주어 땅을 풍요롭게 한다고 믿었다. 그러나 어떤 농부가 그녀를 화나게 만든다면, 그녀는 그의 곡식을 모두 시들게 만들어버린다고 여겼다. 나아가 곡물의 어머니는 추수 관습에서 중요한 역할을 했다. 사람들은 그녀가 밭에 남은 마지막 곡식 다발 속에 있다고 믿었다. 그래서 마지막 다발을 잘라내면 그녀를 사로잡거나 쫓아내거나 아예 죽일 수 있다고도 여겼다. (중략) 곡물정령이 취하는 동물 형상으로는 늑대, 개, 토끼, 여우, 수탉,(중략) 말 따위가 있다. (중략) 이 때 늑대는 꼬리에 생식력이 있는 곡물정령으로 간주되기 때문이다.
(을유문화사판 황금가지 2권에서 발췌.)

이 내용은 늑대와 향신료의 주인공 호로 항목에서 복붙빌려온 것이다. 짐승 꼬리의 그 풍성함과 탐스러움을 자연의 생산력에 대응시킨 상상력은 고대 동양에서 구미호의 "꼬리"를 다산의 상징으로 본 시선과 무척 흡사해 놀랍다. 이것이 카를 융아키타입인 것인가?! [29]

1.5 여담

이렇게 잘 찾아보면 구미호를 포함한 매구들의 유래와 전승은 의외로 그 스펙트럼이 넓다. 단순히 요괴로서의 모습뿐 아닌 고급스런 신령의 면모도 찾을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현재의 여러 미디어에선 본래 지네각시나 곰나루 설화로 더 알려졌던 인간이 되고 싶어식 마이너 구미호만을 사골로 우려델 뿐이다. 이젠 이쪽이 메이저가 되었지만 왜냐하면 아직까지 여러 종류의 설화들이 개인 수준에서 알려지는 것에 그치고 있으며 그만큼 창작자나 대중이 쉽게 접하기엔 민속학 자료라는 허들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위에도 잠시 나왔지만 "한중일 여우 이미지의 유사성과 차이"에서는 한국의 매구들이 제대로 된 설정도 없는 이유로 문인들, 특히 유학자(선비)들의 소설 창작 기피를 거론한다. 중국의 경우 처럼 한나라 시대의 "산해경"에서부터 송나라 태평광기의 "현중기"에 나오는 "야호, 선호, 천호"에 이르기 까지, 인터넷도 없던 시절 문인들의 활발한 창작과 자료의 누적, 이런 서적들에 대한 적극적인 소비와 정보공유가 있었기에 이런 체계적인 분류가 나온 것이기 때문이다. 이런 연유로 중국은 요호에 한해서만 민담은 물론 대량의 "문학작품"까지 고대에서 현대에 이르는 무척 풍부한 자료가 남게 된다. 이런 점은 요괴천국인 일본도 마찬가지.

반면 한국은 귀신과 도깨비의 소재야 많지만 대다수가 단순, 화석화[30]된 민담으로만 남아 자료 수집과 연구가 힘들고 그나마도 일제강점기와 전쟁을 거치며 자체적 연구도 뒤늦은 상황. 비인간류의 인간성 획득과 캐릭터로서의 발전은 그 소재의 연구와 창작의 활성화에 달려있는데 현재 남은 삼국유사나 어우야담, 몇 없는 구미호 소설, 그 외 많은 설화에 남은 여우의 이미지들은 극도로 단순화되고 윤리성이 결여된 인면수심의 모습으로 정형화 되어있다. 가장 많이 알려진 설화인 "여우누이"와 "여우고개", "여우 잡은 몽둥이"에 나온 매구들이 그렇다. 같은 동북아에서도 한국에서만 여우가 유독 평가절하 당하는 이유를 많은 글에서 아래와 같이 분석한다.

  • "반상의 법도"로 정의되는 한반도 특유의 신분제는 "양반 & 천민"이라는 공식을 "인간 vS 여우"에 대입하여 인간을 희롱하는 여우를 이분법적 권선징악 논리에 가둬버렸다.[31]
  • 봉신연의 이후 구미호를 비롯한 요호들은 남자를 유혹하는 파렴치한 여인상으로 전해져 여성의 정절을 강조하는 유교사회에서 배척받게 된다.
  • 샤머니즘과 토네미즘의 토속종교가 불교와 유교에 의해 천민들의 문화로 밀려나면서 동물숭배는 인간 중심주의사상에 의해 배제된다.[32] [33]

이런식으로 여우만이 아닌 다른 도깨비와 귀신들까지 범위를 넓혀보면 여러 자료에서도 확인 가능하듯 소재 자체야 많아도 이 구슬들을 실에 꿰어 완성한 목걸이들이 부족한 상황이다. 결국 구전에 의존하여 이야기가 전해진 결과 천년을 산 여우가 백여우가 되기도 하고 구미호가 불여우짓 하다 고작 학동에게 구슬을 빼앗겨 죽기도 하는 등 뭐가 구미호이고 백여우인지의 분류 자체가 혼파망이 되어버렸다. 그나마 현중기[34]의 내용이 알려지면서 최근에서야 "50년 수련은 불여우, 100년 수련은 백여우, 1000년은 구미호"식의 설정이 좀 퍼지게 되었으나, 이런 내용은 지극히 최근의 것인데다 확실히 정형화된 것도 아니다. 뭣보다 불여우만이 인간의 간을 빼먹고 백여우는 격이 높아 사람을 돕는 일만 한다는 2차 창작적인 설정을 진짜 고전 전승인양 오해해서도 안 될 일이다. 그리고 이순풍과 여우, 월계진좌수설화의 매구처럼 꼬리가 아흔아홉인 경우도 있으니 꼭 꼬리 아홉개에 집착할 필요도 없을 것이다.

1.6 관련 문서

  • 요호 : 여우요괴에 대한 링크들이 모여있다.
  • 구미호 : 많은 부분이, 특히 설화 자료에서 매구와 겹치는 부분이 많지만 다른 정보도 있으니 참고하면 좋다.
  • 여우누이 : 사실상 "매구"하면 이 여우누이를 의미한다.
  • 불여우 : 백여우의 색깔 놀이인지라 요호 관련 항목중에서는 가장 짧은 내용을 자랑(...)한다.
  • 백여우 : 구미호나 매구의 하위호환이며 불여우보다 약간 긴 내용을 가졌다.
  • 노구화호& 새우니 : 노구화호는 노파로 변하거나 반대로 여우로 변하는 노파를 의미하는데 새우니=서구할미도 흡사한 요소가 많다.
  • 삼두구미 : 제주도의 이장(移葬) 풍습과 깊은 연관이 있는 귀신으로 언데드적 특성이 강하다.

2 미얄의 정장에 등장하는 도깨비

마리아의 마음 속에 존재하는 도깨비. 7권 속표지 장세미 일러스트의 배경을 보면 6권의 키워드인 노란 우비를 뒤집어 쓴 거대한 흰 여우 모습을 했음을 알 수 있다. 다만 얼굴은 황색이다. 마리아를 자신의 "어머니", 혹은 "어머니이자 딸인 자"라고 호칭한다.

과거에 마리아와 힘을 합쳐 손각시끔살시키고 아망파츠를 구현했으나, 마리아는 그 당시 상황을 잊어버렸다. 7권에서는 재등장하여 위기에 빠진 마리아에게 자신을 해방시킬 것을 요구하나, 되려 마리아에게 반박당하고 조용히 대기타는(..) 불쌍한 존재.

"마지막까지 자신을 속이고 있겠다"라는 마리아의 근본을 꿰뚫는 대사를 남겼다.
  1. 선녀강림으로 유명한 "유현"작가의 라온에서 매구를 메구로 표기했었다...
  2. 항목에도 나오지만 일단 이 규원사화는 위서 논란이 있음을 유의해야 한다. 무조건 맹신하진 말 것.
  3. 설화들이 구미호 문서와 겹치는 점을 양해바람.
  4. 인간 영웅인 거타지의 화살 한 방에 죽어버린게 허무하단 반응도 있지만 어떤 동네의 인간 출신 활쟁이들의 면면을 보노라면...참고로 인간 항목에서 내셔널지오그래픽은 이 종족을 세상에서 가장 끔찍한 무기 1위에 선정했다고 한다.
  5. 나무에 붙어 산 여우 설화는 여우 이야기의 팽나무 여우에게서도 보이는데 이 여우는 성격이 판이하게 다르다. 우선 고창군수의 부인을 납치해 사람 얼굴에 여우의 몸을 지닌 쌍둥이를 낳게하는 요괴적 특성에 그 아이들을 거두어준 어부에게 보은한 영물적 특성을 동시에 보여준다. 더우기 살던 팽나무가 불탔지만 죽거나 하지는 않는다.
  6. 구미호를 포함한 요물들을 잘 잡는다는 작고 하얀 강아지로 다리가 셋이다.
  7. 이런식으로 의심을 부추겨 남자가 금기를 어기게 해 요괴의 인간화가 좌절되는 설화는 지네각시가 더 널리 알려져있다.
  8. 부적의 상위 갈래. 동물 뼈와 노리개등 입체적인 장식물을 포함한 부적들을 의미한다.
  9. 서울동물원의 북극여우 항목에서는 수컷 한 마리에 암컷 두 마리, 그해 태어난 새끼가 무리를 이루며 암컷 하나는 짯짓기 없이 육아만을 전담해 사실상 평생을 암수 한쌍이 일부일처제로 동고동락하는 것으로 설명한다.
  10. 본래는 모피용 여우 사육의 편의를 위한 연구였다. 헌데 선택교배로 인간에 대한 의존성이 늘고 야생성이 사라진 여우들은 흡사 개 처럼 귀가 굽고 꼬리가 말려 올라가며 모피의 가치가 떨어지는 현상이 일어났다나.....이 현상은 의 진화에 대한 비교 자료로도 화재를 모은다고 한다.# 이하 여우항목 참조.
  11. 오소리항목에 의하면 이는 오소리가 일부러 입구쪽 굴을 여우나 너구리, 토끼에게 내어준 것이라 한다. 가장 안전한 안쪽은 자신들이 차지하고 여우나 너구리는 천적에 대한 고기방패. 여우는 오소리를 힘으로 못당하기에 거꾸로 굴을 빼앗기는 경우도 있다고 한다.
  12. 헌데 개과 동물에게 포도는 극약이나 다름 없단게 함정...포도는 개에게 아주 치명적 입니다
  13. 이런류의 범죄에 경각심을 주는 한편 실제의 범죄를 진범이 아닌 가상의 귀신에게 덮어씌운 경우가 아닌가 짐작된다.
  14. 그렇다 하더라도 승려나 도사도 아닌 일반 소금장수에게도 쉽게 죽는 것은 중국과 일본의 경우에 비교해 너무 작위적이긴 하다. 흔히 화자되는 유학자들의 괴력난신을 멀리하고 묘두사같은 원시적 신앙을 뿌리 뽑아온 설화의 정황들을 볼때 정치적인 의도가 의심된다. 유교의 가장 중요한 덕목이 나라와 부모에 대한 충효(忠孝)인데 민중의 믿음이 여우나 뱀 같은 동물숭배로 분산되는 것을 경계한 것이 아닌가 한다.
  15. 가금류, 즉 닭을 많이 잡아갔단 이야기도 있고 툭하면 포도밭을 망쳤다란 소리도 있다. 헌데 포도를 좋아하면서도 그 독성을 이겨내는 개과 동물이 바로 늑대라는 정보가 늑대항목에 보이는데, 과연 여우가 포도서리의 주범일지, 늑대일지는 두고 볼 일.....한가지 확실한 점은 여우는 주로 쥐를 잡기 위해 마을 근처를 서성였을 것이란 점이다.
  16. 용두사미(龍頭蛇尾)를 멀리하고 사두용미(蛇頭龍尾) 추구하란 뜻일지도?
  17. 여우불 항목에 나오지만 여우가 불을 낸다는 전승은 일본에 많이 보이며 한국의 경우 발화(發火 )의 특성은 주로 도깨비들의 것이다.
  18. 동북아에선 더이상 찾아보기 힘들게 된 이런 요부 성격의 마녀적인 신화속 캐릭터로는 서양의 모건 르 페이프레이야 등이 있다. 마녀는 아니고 선비와 관료들을 매혹시킨 기생이라면 황진이가 유명한데 이쪽과 달리 미인박명을 당한 전설로 갈애바위 전설 속 "갈애(혹은 가래)"가 유명하다.
  19. 이마저도 정확한 것은 아니다. 불교에서는 토속종교 포용책을 많이 펼쳐 유교 처럼 귀신이나 요괴를 빡빡하게 대하진 않았기 때문이다.
  20. 위에 오소리의 무덤을 노리는 여우에 관해 사전쪽에선 여우를 게으르다 평하지만 이건 굴을 파는 능력이 부족한 약점을 지능적으로 커버한 것으로 봐야한다. 아니, 오소리에게 이용된 거라는데?
  21. 신분을 훔치는 소재의 현실적이면서 시리어스한 스토리로는 한국 영화로도 만들어진 화차가 있다.
  22. 여우 둔갑과 질병을 일으킨단 점에서 "서구할미"가 연상된다.
  23. 동의보감에서는 장기의 기능을 이리 정리한다. 간장: 생기를 낳고 혼(魂)이 머무는 곳. 심장: 생명의 근원이자 정신이 변화해 지혜가 나오는 곳. 머리: 백회혈(百會穴)이 위치한 인체의 하늘로 원신(元神, 정신의 근본)이 깃든 골수의 바다.(髓海)
  24. 본문의 중간 부분 - "사천성에서 출토된 <서왕모화상> 역시 서왕모의 위력을 보여주는 작품이다. 곤륜산의 주인 서왕모가 용과 호랑이가 새겨진 의좌에 앉아 있다. 흔히 좌청룡(左靑龍:동) 우백호(右白虎:서)로 배치되는 용호좌(龍虎座)는 권위와 위엄의 상징이다. 그녀의 좌우에는 신선세계에서 사는 구미호(九尾狐)와 삼족오(三足烏)가 배치되었다. 꼬리가 9개 달린 구미호는 흔히 천 년 묵은 여우로 알려져 있는데 사람들의 혼을 쏙 빼놓을 만큼 변신을 잘하고 재주가 뛰어나 수많은 이야기와 전설을 만들어낸 동물이다.
  25. 본문에서 스크롤의 1/3에 해당하는 산해경의 청구산(靑丘山) 부분.
  26. 이것을 피휘라고 한다.
  27. 더불어 이 신의 후견인이 아마테라스라 써있는데 페이트 시리즈의 캐스여우가 생각나기도...? 사실 타마모노마에와 이나리는 서로 연관이 없지만 창작물에서 그런건 중요한게 아니긴 하다......
  28. 현대인의 관점에서 성리학자들의 음양오행, 이통기국론을 보자면 무당들의 귀신 운운과 크게 다를바가 없다. 장삿속과 결부된 "무속"이 아닌 역사와 민속학적인 무교로서 보자면 중화색이 짙은 유교와는 다른 문화적, 신화적 가치의 명맥을 이어온 것이 무당들이기도 하다. 물론 예나 지금이나 일반인들 등쳐먹는 사이비들이 설치기는 마찬가지이기도 하다.
  29. 신앙과는 관계 없지만 모순항목에 소개된 그리스 신화의 여우 괴물이 존재하는데 테우메소스의 여우라 한다. 영웅 헤라클레스의 양부 암피트리온, 혹은 케팔로스의 일화에 나온 괴물로 산신 테우메소스가 테베(혹은 보이오티아)를 벌하려 보낸 것 . 신에게 "절대 잡히지 않는 운명"을 부여받은 이 여우를 잡기 위해 암피트리온은 "뭐든 잡을 수 있는 운명"을 지닌 아르테미스의 사냥개 "라일랍스(Laelaps질풍)"로 추적한다. 잡히지 않는 운명과 반드시 잡는 운명의 추격전은 모순이기에 끝이 나지 않았고 테우메소스와 아르테미스의 체면을 구기지 않는 해결법을 고심하던 제우스는 두 동물을 아예 돌로 만들어 버린다. 이 여우는 돌이 되기 전 까지 온 나라를 돌며 약탈을 벌였다고 한다. - 참고자료 : 케팔로스와 프로크리스, 박한표의 그리스,로마신화 읽기, 케팔로스
  30. 化石化 :변화시키거나 발전시키지 않고 일정한 상태로 굳은 것.
  31. 반대로 "상전 놀리기 설화"에서는 아랫사람이 꾀로 윗사람을 골려먹는 식으로 복수를 달성하는 내용이 많다. 대표적으로 꾀로 어머니 복수를 한 바보가 그렇다. 이 경우 여우와 달리 "바보"를 이용한 해학을 방패삼아 반상의 법도를 뒤트는 것이 허용된다.
  32. 구미호도 행복해질 권리가 있다., 한중일 여우 이미지의 유사성과 차이, 구미호는 왜 인간이 되려할까, 비틀린 인간의 이기심... 참조.
  33. 그나마 가정신앙인 업신앙(業信仰)과 제주 토산리 여드렛당의 뱀 숭배에서 동물숭배의 원형을 찾을 수 있다. 제주 뱀신앙 역시 그 설화에서 탄압의 흔적이 드러난다.
  34. 어떤 티스토리에 야호, 선호, 천호의 분류가 서진(西晋) 시대의 현중기가 아닌 청나라 건륭(乾隆) 때 나온 자불어가 출처라 적고 있으니 확인바람.